
시작이 두려운 초보
직장인들을 위한 직장살이의 꿀팁들!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쾌 상쾌 통쾌한
자기계발서!
첫 직장,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는 그 첫날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여전히 부들부들 떨린다. 나의 어떤 모습이 이
회사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혹은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 것인지, 내가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첫 날부터 실수를 하지는 않을
런지. 더군다나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를 하고 앉아 낯선 업무를 부여받고 어색함과 얼떨떨함을 애써 감추어만 할 내 모습을 상상하면 측은해질
지경이다. 다른 사람들에게선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나만 긴장하는 것 같고, 나만 외딴 섬에 둥둥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럴 때를 생각해서 미리 자기계발서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보려고도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지레 주눅이 들 때도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이 보여주는 용기와 과감함이 왜 내게는 없는 걸까. 세상 사람들에게는 다 좋다는 자기계발서가 왜 나에게는 의미가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한 두 번 한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삶의 작은 디테일에
주목하라
<직장살이의 기술>의 저자 로스 맥커먼은 에디터이자 칼럼니스트다. 그는 작은 기내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던
중 자신이 만든 잡지를 보고 호감을 가진 채용담당자에 의해 세계적인 잡지 「에스콰이어」에서 일하게 되었고, 낯선 대도시로 날아와 새로운 유형의
직장에 적응해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그는 뉴욕에 처음 갔을 때 자신이 동료들과 너무 다르다고 느낄 만큼 이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뿐더러, 메이저 잡지사에서 일하는 법은커녕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법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뉴욕에서 일하며 몇 달이 흐른 뒤, 제아무리 유명하고 중요한 인물조차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위 성공의 법칙이라는 것들은 대부분은 별 효력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과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단지
재능이나 태도에 있지 않고, 그저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 더 나았던 뿐이라고 말이다. 이들은 그저 아주 사소한 '디테일'의 중요성을 인지했을
뿐이고, 이를 실천했을 뿐이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잘 활용한다면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고 남들 눈에도 편안하게 보일 수 있으며 자신이
그 자리에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의 작은 '디테일의 힘'을 믿는 만큼 책에는 어떤 거대한 원칙이나 허황된 성공 법칙 따위를 설명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스킬들을 유머러스하고 담백하게 그러나 매우 진정성 있게 소개한다. 책은 총 5장으로 '첫 출근의 기술',
'대화의 기술', '사무실 밖 업무의 기술', '생존의 기술', '협업의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업무의 각을 세우는 직장살이의
기술을 전하고 있지만, 사실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로 꾸려져 있다.
첫 장인 '첫 출근의 기술'에서는 면접 제의 전화를 받는 법, 면접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최고의 면접을 만드는
법, 인사 채용 담당자인 리크루터와 대화하는 법, 면접 자리에 등장하는 법, 트위터와 같이 SNS를 활용하는 법(반전인 것은 그냥 그런 건
없단다), 직장에서의 첫날을 보내는 법, 환영회에서 처신하는 법, 신입 때 실수에 대처하는 법들을 소개한다. 재미있게도 이 책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신입으로서의 역량을 점검할 수 있는 지표들을 통해 체크하는 항목도 있는데 하다보면 실소를 터뜨리게 되기도 하니 한 번쯤 꼭 해보시길
바란다. 체크를 해 나가다보면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중이고, 도전을 받고 있구나' 하고 직장으로부터 받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나도 모르게
털털 넘기는 노하우를 습득하게 될 테니 말이다.
면접 전문가들이 거의 언급하지 않는 한 원칙이 있다. 바로 '기만하지 말 것'이다.
절대로 없는 것을 있는 척해서는 안 된다. / 42p
아무리 당혹스러울지라도 따라야 할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그 공간은 당신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30초에서 1분의 시간 동안 그 공간을 지배하는 자는 당신이다. 그곳이 설사 그들의 방이고 당신의 연봉이 당신이 곧
악수할 자의 연봉의 백 분의 일이라 할지라도 그곳을 지배하는 자는 당신이어야 한다. 나아가 그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의
모든 것의 책임을 져야 한다. / 51p
식사 자리에서는 굳이 거짓이 필요 없다. 나의 새 동료들은 나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그들은 내가 진정한 인간이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긴장하고 위축되는 것까진 좋다. 그러나 진정성을 놓아서는 안
된다. 무언가에 관심이 있는 척하는 것으로는 흥미진진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없다. 만약 베르너 헤어조크라는 사람을 모르면 그냥 인정하면 된다.
무지로 잃은 점수는 용기로 얻은 점수로 보상되는 법.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정말 모르니까, 그리고
배우고 싶으니까. / 73p
두 번째 장인 '대화의 기술'에서는 회사에서 웃는 법, 미팅에서 말하는 법,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현명한 말들,
고급 식당에서 의미 있는 점심 식사를 하는 법, 가벼운 대화를 하는 법 등을 소개한다. 특히, 바이어나 클라이언트와의 식사 자리에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일 이야기나 계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두 번째 장을 참고하면 좋겠다. 그의 조언을
짤막하게 남겨보자면 '헛소리-헛소리-본론-헛소리-계산서 주세요!' 순으로 대화를 이끈다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 테니 참고해보자. 이어 세
번째 장인 '사무실 밖 업무의 기술'에서는 악수하는 법, 업무 관련 파티를 시작하는 법, 업무 관련 파티에서 빠져나오는 법, 건배사 하는 법,
'중요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과 같이 '뭘 이런 것까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법하지만 사실은 꽤나 현실적으로 필요한 팁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실천해보면 좋을 듯하다.
중요한 인물과 최선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비법은 그 어느 누구와 대화하는 법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이 하루 종일 하는 일, 그러나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일을 생각해내면 된다. 그러면 알차고 풍요로운 대답이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중략)…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그들이 실질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들의 직업이 아닌 그들이 진짜로 하는 일 말이다. / 155p
네 번째 장에서는 '생존의 기술'을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지각에 대처하는 법, 시간을 잘 지키는 법, 자신감 있어
보이는 법, 직장에서 옷 잘 입는 법 등 직장에서 유연하고 자신감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각종 노하우들을 수록해놓았다. 그 중 '스프레차투라'라는
개념을 소개한 부분이 인상에 남아 소개하고자 한다. 스프레차투라라는 개념은 16세기 이탈리아 궁중의 대신이었던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가 르네상스
시대 궁중 예법 지침서인 「쿠르티에」에 처음 소개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가식은 피한다… 모든 기교를 숨기고, 모든 말과 행위가 별 노력
없이 그리고 별 생각 없이 행해진 것처럼 보이도록 모든 면에서 어느 정도의 스프레차투라(무심, 태연함)를 연마한다." 스프레차투라는 엉뚱한
생각, 혼란, 결함을 허용하고 나아가 장려한다. 또한 편안함, 개성, 모순, 구김을 지지한다. 저자는 이 개념을 직장살이의 기술에도 적용한다.
어떤 문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느낄 때 이 말을 떠올리고 완벽이라는 족쇄에서 당신을 해방시켜줄 것이라 응원한다.
이는 스타일에만 국한되는 사고방식이 아니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과 사회생활이
완벽해야 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그래서도 안 된다. 일에도 구김이 있어야 한다. 닳은 흔적이 보이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모험을 하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어야 마땅하다. 닳고 마모된 흔적이 보이고, 약간은 헝클어져 있어야 정상이다…(중략)…스프레차투라는
자신감의 표시이자 우리를 안내하는 철학이며, 정말 죽여주는 주문이다. / 200p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는 '협업의 기술'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을 중점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보다 직장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마인드를 점검 혹은 정리해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일관할 것,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에서부터 자신의 삶이 변화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자기 회의에 빠질 때마다 자신감이 없는
모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항상 의문을 품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는 이 시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조언 또한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자기 회의'라는 감정을 단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의문을 품어야 더 가질 수 있다. 당신은 문제와 함께 의문까지 갖춘 것이므로. 당신에게는 더 많은 연료가 있고, 더 열심히 일할 이유가
있으며, 입증해야 할 것도 더 많다. 더 가진 것이다. / 257p
<직장살이의 기술>은 그저 그런 혹은 실천하기 어려운 목록들로 가득한 자기계발서와 달리 유쾌하게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잘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쿨한 팁들이 많아서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제 막 새로운 직장에 발을 내딛으려는
지인이 곁에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혹은 직장살이에 어려움을 느껴 매일 술로 달래거나 오늘도 이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은 그 자리에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이 책으로 위안을 얻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