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2 - 전2권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민진 작가의 탁월성은 이제껏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 하나하나에 고유의 서사를 불어넣으려는 시도들 속에서 빛난다!

 

 

 

내 어린 시절은 이민과 계급인종젠더 문제에 끊임없는 영향을 받았다.

이 책에는 이민 1세대와 2세대 인물들을 등장하는데,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미국의 이야기라는 정의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세상 그 어떤 나라와도 다르게 미국은 이민정책과 초기 식민지 역사라는

태생적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원주민과 노예의 후손들을 제외하면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애는

궁극적으로 이민자의 여행기와 연결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469p

 

 

 

  17년 전미국이 건국 200주년을 맞던 해에 케이시네 식구들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유능한 젊은 여성으로서 케이시 한은 번듯한 삶과 성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뉴욕 퀸스의 허름한 동네에서 자라난 한국인 이민자로서학과에서 1등을 하고 컬럼비아 대학교의 로스쿨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하더라도맨해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근면하지만 힘겨운 삶과 소수민족을 향한 혐오를 동시에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케이시의 분투는 집안에서도 예외는 없었다이곳은 뉴욕 퀸스때는 1993년이지만 케이시의 가족은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1953년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전쟁은 잔혹한 것빈곤은 잔인한 것.’ 케이시는 아버지가 겪은 고난을 결코 무심히 여기지 않았지만이제는 정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특히 내가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너를 키우고 좋은 학교까지 다 보내줬는데 넌 왜 이것밖에 못해?’ 라고 말할 것 같은 아버지의 저 냉담한 시선 속에선자식은 부모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데서 오는 죄책감으로 늘 죄인이 되었다반드시 한국인과 결혼해야 한다는 엄격한 결혼관과 법률-경영-의대라는 안정된 선택지 외에는 다른 선택지란 없는 미래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요원해보였다자식의 기를 꺾기 위해 의식처럼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의 입장을 이제 더는 헤아릴 수 없다고그저 멍하니 서서 얻어맞지 않겠다고 집을 뛰쳐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가진 것 없는 이민자의 딸이 부모와 다른 인생을 꿈꾸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인 걸까이렇듯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인 케이시의 삶을 통해 미국인도한국인도 될 수 없는 이민자 2세대의 고뇌와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나간다.

 

 

 

자신만의 서사를 써나가고 싶었던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 그리고 애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파친코로 주목받은 이민진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두 번째 장편소설인 파친코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재일조선인의 역사와 삶을 다뤘다면 이 소설은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계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여기에는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으로 귀결되는 미국식 낙관주의나 역경을 이겨낸 극복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상적인 인간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아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얼마나 복잡다단한 인물인지 너무나 보여주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 케이시를 비롯해 소설 속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불완전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으며 인종과 계급이민젠더의 정치학’ 속에서 마모되는 현실을 재현한다.

 

 

 

돈을 벌고 싶으면 경영대생명을 구하고 싶다면 의대.” 법률경영의대라는 세속적인 삼위일체가 이 도시의 유일신인 것 같았다뉴욕 출신 이민자 여학생이 감히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려 하다니 오만한어쩌면 경솔한 짓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케이시는 설령 모호한 꿈이라도 단지 안정된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17p

 

 

엑서터나 하치키스 같은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아이들부모님이 컨트리클럽 회원이고 아버지가 전화 한 통만 하면 뭐든지 해결되는 그런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는 게 어떤 건지 아세요학과에서 일등을 해도 저 애는 집안이 보잘것없으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친구로 지내는 것이 어떤 건지 아세요아버지가 세탁소를 한다고 했더니 제가 무슨 더러운 빨랫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물러서는 아이들도 있었어요말로는 동등하다는 사람들이 저를 마치 속에 지저분한 것을 가득 채운 유리 인형처럼 바라보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아시겠어요?” / 27p

 

 

케이시가 볼 때는 소수민족을 인종주의자라고 부르거나여자에게 성차별한다고 하거나가난한 사람에게 물질만능주의라고 한다거나성소수자에게 동성애 혐오 딱지를 붙이거나노인에게 노인을 차별한다고 비난하거나유대인에게 반유대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뭔가 거꾸로 된 것 같았다학교에서는 이런 온갖 딱지들이 아무에게나 함부로 붙었다하지만 케이시는 혐오의 대상이 된 사람이 자신을 혐오하는 것도 가능하며 다른 사람을 더욱 쉽게 혐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혐오는 자체적인 공생의 논리를 지닌다. / 61p

 

 

 




 

 

 

 

  이를 테면 케이시는 주머니 사정은 늘 빈곤하면서도 내가 아닌 다른 인생의 아름다움과 이미지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하고친구인 엘라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나머지 자신의 결혼 문제조차 케이시로부터 확신을 얻으려 한다텍사스 출신 한국계 미국인 은우는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대박과 쪽박이라는 확률게임에 번번이 무릎을 꿇는다계급과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의 엘리트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던 테드 김은 부유한 집안의 아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여성에게 시선을 돌린다케이시의 어머니 리아는 가부장적인 사고관을 지닌 남편 조셉 한이 자신의 딸을 때려도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도리어 남자는 화를 내도 괜찮지만여자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여성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긴다이렇듯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편견과 배제인종의 장벽이라는 녹록치 않은 현실과 외롭게 싸우느라 어디에도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지만서로를 보듬고 아픔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결핍을 발견하고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

 

 

 

난 우리 모두가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했단다알고 있니난 널 정말 많이 사랑해케이시.”

케이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침만 삼켰다그녀의 부모님은 평생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어머니와 아버지 같은 한국인들은 사랑에 대해감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케이시와 티나는 자기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듣지 못하는 것이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136p

 

 

이런 피부색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백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굳건한 미국식 낙관주의로 무장한 제이는 케이시가 좋은 의도와 분명한 대화로 모든 상처를 덮을 수 없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어쨌든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그들은 한(많은 한국인이었다제이의 잘못은 아니지만그가 어떻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케이시에게 부모님의 슬픔은 너무나 오래된 것이었다. / 264p

 

 

“1분 1초가 소중해텔레비전을 켜고극장에 가고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살 때마다한국 여자 머리는 예쁘다는 둥 헛소리를 주절거리는 남자와 같인 술집에 앉아 있을 때마다잘못된 남자와 자고 그의 전화를 기다릴 때마다넌 그 모든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야네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거야네 인생은 소중해케이시. 1분 1초가내 나이쯤 되면매일매 순간나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내가 갖고 있었던 시간내게 주어졌던 시간을 낭비했다는 걸 깨닫게 되지그 순간은 사라졌어단 한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아.” / 288p

 

 

 




 

 

 

 

  성공과 기회자유가 보장된 듯한 이 땅에도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더 고군분투해야 했던 이민자들의 냉혹한 삶이 존재했다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 하나하나에 고유의 서사를 불어넣으려는 이민진 작가의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실제 이민 2세대로서 누구보다도 가깝게 느꼈던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이를 긴 호흡으로 끌고나가는 힘에서만큼은 탁월하다는 느낌이다다만불륜이나 외도를 통해 타인에게서 끊임없이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캐릭터가 상당히 일관되게 나타나는 점남성과 여성의 관계 설정이 대부분 육체적인 관계로 귀결된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그것이 아무리 미국적인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진짜 사랑과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에 늘 육체적인 관계가 끼어든다는 설정 자체가 불편함을 준다물론 이런 흠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진 작가가 지닌 코리안 디아스포라라는 정체성은 계속해서 차기작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상징성이 있다현재 마지막 3부작을 집필하고 있는 중이라 하니 이 또한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복 입는 CEO - 일상에 행복을 입히는 브랜드 리슬의 성장 철학
황이슬 지음 / 가디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계가 없다는 말은 결국 실천하는 자의 몫이다!

도전과 좌절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내실을 다져가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책!

 

 

 

  365일 한복 입는 CEO, 방탄소년단 한복을 만든 사람전 세계 모던한복 판매 1모던한복으로 밀라노 패션쇼에 오른 브랜드이 모두가 모던한복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두 브랜드 리슬과 디자이너 황이슬 대표를 가리키는 수식어다무엇보다 전통한복을 재해석하여 21세기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일상에서 패션처럼’ 입는 옷으로 재탄생시킨 리슬의 슬로건이야말로 단연 인상적이다. ‘한복한 인생.’ 어쩐지 엉뚱해 보이지만 유쾌하고소박한 듯하지만 한복을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고 싶은 황이슬 대표와 리슬의 포부가 느껴지는 슬로건이다.

 

 

 

  실제 그녀가 쓴 한복 입는 CEO와 SNS, 리슬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유머러스함과 남다른 호기심거침없는 실행력 그리고 자신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발견할 줄 아는 황이슬 대표만의 번뜩이는 창의력이 눈에 띤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전통을 파괴시킨다는 각종 오해를 돌파해가며 한복을 향한 자신의 애정과 소신을 잃지 않은 그녀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덕분에 나는 그녀와 브랜드의 발전을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

 

 

 

상상하는 크기가 내 실현의 크기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만화 동아리에 가입한 황이슬 대표는 좋아하는 만화책 을 보고 한복을 코스튬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복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비전공자에 옷감 구매처도 제대로 모르는 한복 무경험자였지만어깨너머로 미싱을 보고 배운 19년 경력의 이불집 딸내미답게 첫 작품에서 친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그 일을 계기로 한복을 또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아예 한복을 만들어 팔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 그녀는 도서관을 찾아 창업서를 몇 권 읽고는 그 길로 구청에 방문해 덜컥 손짱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판매 사업자 등록을 했다첫 한복을 만든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산림자원학과에 입학한 대학생이 뜻밖에도 한복 디자이너의 길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책 속에는 6개월간의 사투 끝에 더듬더듬 첫 브랜드 손짱의 영문 홈페이지가 탄생하고비전공자에 독학으로 내놓은 근본 없는 한복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의류학과 대학원 과정을 밟는 등 순탄치 않았던 리슬의 탄생 과정이 쓰여 있다. ‘작업지시서’ 작성 시 거듭되었던 착오와 수정 작업으로 작업 자체가 공중분해 되기도 하고코로나19가 터지면서 여행 앤 리슬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마련한 한복과 여행이라는 콘셉트까지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등 위기 속에서 그녀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그 중에서도 대량 생산 체제의 컬래버레이션플라스틱을 이용한 친환경 소재 마련한복의 유니폼화, 5m 크기의 대형 한복메타버스 등 다양한 도전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황이슬 대표의 모습은 그 자체가 리슬의 비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계를 두지 말 것상상하는 크기가 내 실현의 크기라는 말 역시 결국은 실천하는 자의 몫임을 그녀를 통해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매일 조금씩 버튼을 바꾸고 디자인을 입혀가며 6개월간의 사투를 이어갔다비전문가가 더듬더듬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니 완성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주변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인도 안 입는 한복을 외국인이 사겠어?”, “한국에서 배송 보내려면 비쌀 텐데배송비가 비싸서 경쟁력이 없지 않을까?”, “한복은 너무 시장이 작아서 수요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가장 혼란에 빠뜨린 말은 이것이었다.

시장조사 해봤어?” “구글에 쳐보니까 해외로 배송되는 한복 쇼핑몰이 하나도 없던데?” “하나도 없다고아무도 안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 안 해봤어?” / 24p

 

 

그것 하나가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는 얇은 선 하나가 있고 없고에 따라 주름 치마가 플레어 치마가 되기도 하는 것이 생산 현장이었다.

메모 하나숫자 하나선 하나만 잘못 기록하거나 누락해서 사고가 난 옷도 부지기수다손해로 따지면 몇천만 원 이상은 까먹었을 것이다그 경험이 나에겐 수업료였다사고가 나면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한편으로 이런 손품발품이 곧 나의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면 고생 역시 자처하게 된다내가 이토록 한복을 사랑하지 않았다면이런 고생 2년 하고 진즉 그만뒀을 것이다. / 37p

 

 

집에서 입기 좋은 한복실내에서 입을 수 있는 한복 상품을 늘려갔다코로나를 기회 삼아 한복 홈웨어라는 새로운 아이템이 생긴 것이다만약 기존에 준비한 여행용 한복을 고집하고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면 어땠을까아찔하다아마 고정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홍대점은 물론이고 전주 본점까지 강제로 문을 닫았을 것이다. 3년이 넘도록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 54p

 

 

 



 

 

 

 

  “저게 한복이라고?” “한복이 한복 같지 않잖아.” 모던 한복이 세상 힙한 패션으로 성장하기 전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복의 과감한 변신에 다소 뚱한 반응을 보였다나만 하더라도 TV에서 연예인들이 한복을 개량해서 입고 나올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어딘지 한복스럽지 않다는 것왠지 전통을 훼손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전통은 전통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황이슬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은 소중한 것이지만책과 박물관 안에서만 보이게 된다면 옷으로서의 수명은 끝나는 일이다전통한복을 만드는 장인명인분들의 역할이 따로 있고 한편에서는 창의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시대와 소통하는 한복을 만드는 역할을 할 때 한복의 저변이 더 넓어질 것이다후자의 역할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애니메이션대중문화관광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일본의 복식을 친숙한 대상으로 만든 것처럼전통을 그대로 보존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한복도 일상 속에서 대중과 친해지는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한복을 둘러싼 중국의 동북공정작업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과연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입지 않으면서 그저 한복의 옛 전통방식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물어볼 일이다그런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를 답습하는 전통이 아닌리슬로 하여금 젊은 전통을 세워나고자 하는 그녀의 소신을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전통한복과 모던한복은 서로 상생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전통 양식 그대로는 오늘날 우리가 입을 수 없다대신 친숙하게 형태를 변화시켜 당장 입을 수 있는 패션으로 만들자는 취지다전통은 소중한 것이지만책과 박물관 안에서만 보이게 된다면 옷으로서의 수명은 끝나는 일일 테니 말이다전통한복을 만드는 장인명인분들의 역할이 따로 있고 한편에서는 창의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시대와 소통하는 한복을 만드는 역할을 할 때 한복의 저변이 더 넓어질 것이다후자의 역할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은 변화하는 것이다. ‘한복은 ○○해서는 안 된다라는 틀을 깨고 넘어설 때 비로소 우리 생활에 섞일 수 있다고 믿는다리슬은 있는 그대로를 답습하는 전통이 아닌 젊은 전통’ 만들어가는 중이다. / 65p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번져간 한복 사진 한 장이 나에게는 천군만마와 같다왜곡된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을 향해 반박하고 글로 싸우는 것보다도 어쩌면 한복을 한 번 더 입는 것이 훨씬 더 강력히 한복을 지키고 알리는 일이다. / 106p

 

 

SNS에 개인의 생각과 가치를 꾸준히 올리면 퍼스털 브랜딩이 되고브랜드가 그렇게 되면 브랜딩이 된다브랜딩을 한마디로 목표를 말하고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리슬은 한복을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만들겠다라는 목표를 세웠고 이것을 증명해내는 과정을 사진으로 또는 영상으로 기록하고 남기는 중이다우리 목표가 이거야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단번에 그것을 공감하거나 믿어주지 않는다소비자는 그 말이 진심인지포장된 환심인지 그 의도를 오랜 시간 지켜본다. (한두 번 기록한 것으로 사람들이 왜 날 알아주지 않을까 초조해하지 말자묵묵히 한 길을 걷고 또 걷다 보면 무성히 잡초로 덮여 있던 숲길이 반듯하게 닦여진 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197p

 

 



 

 

 

  주제는 한복이지만 소규모 브랜드 창업자 혹은 1인 기업이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자신의 성공 법칙을 나열한 여느 CEO들의 저서와 달리도전과 좌절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내실을 다져가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책이다브랜드의 진정성은 내가 만드는 대상을 깊이 사랑하는가에서부터 출발한다는 황이슬 대표의 말처럼 나를 포함해 많은 창작자들이 나만이 가진 특별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을 이야기하다보니 오히려 나의 삶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엿보다!

 

 

 

 

 

  삶의 방향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우리는 죽음 앞에서만큼은 같은 꿈을 꾼다내가 평소 생활하는 침대에서사랑하는 이들이 머리맡에 앉아 손을 잡아주고고통 없이 편안하게 잠이 들 듯 세상과 작별할 수 있기를.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야 해너무 슬퍼하지는 마나는 그냥 강을 건너는 거야.” 반려견의 죽음을 담은 조원희 작가의 혼자 가야 해』 속에서 반려견이 쪽배를 타고 묵묵히 혼자서 노를 저어 강의 저편으로 떠나가는 것처럼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우리 나이가 되면 말이야사는 거랑 죽는 거랑 다 동시에 만져지는 느낌이 들어.” 언젠가 한 어르신께서 들려주신 말씀처럼 너무나 다른 두 감각이 비슷하게 매만져지는 때가 나에게도 찾아온다면나는 그때 남은 내 생에게 어떤 말을 건네줄 수 있을까석양이 아름다운 것처럼 나의 저무는 삶도 과연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삶을 더욱 또렷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것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삶에 대한 여러 질문들은 어쩌면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더욱 명확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김범석의 에세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속에도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는 죽음만 잊고 사는 것이 아니다삶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산다잘 들어보라삶을 잊은 당신에게 누군가는 계속 말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만 그조차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어서 죽음이 걸어오는 말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브라질의 완화의료 전문가이자 이 책 죽음이 물었다의 저자인 아나 클라우디아가 죽음은 삶으로 이어지는 다리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우리는 지금껏 죽음을 삶의 저 반대편에 있는혹은 알고 싶지 않은 두려운 영역처럼 의식했지만 이제는 삶의 한 부분으로써 죽음을 받아들이고 또 배워야 한다삶에 대해 이야기하듯 죽음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만 삶과 죽음이 보다 명확해지며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까닭이다때문에 이 책은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죽음에게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내가 처음부터 꼭 하고 싶은 말은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 인생의 일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또한 누군가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그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우리 모두 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존재하며단지 육체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으로행위로도 존재한다그리고 오로지 그 존재 안에서만 죽음은 끝이 아닐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죽음은 삶으로 이어지는 다리이다. / 26p

 

 

 



 

 

 

그리고 우리는

오직 죽음에 대한 인식을 통해서만

우리가 마땅히 되어야 할

존재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 117p

 

 

 

  한 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는 없는 곳죽음의 냄새가 짙게 깔린 곳굳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누자면 저쪽은 죽음의 세계일까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입원 병동과 호스피스 병동이 나뉜 병원 복도에서 숨을 죽인 채 우두커니 서있었던 적이 있다호스피스 병동은 늘 보호자들의 울음이 끊이지 않고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괴로운 음성으로 메아리치리라는 예상과 달리 그곳은 고요했다완화의료 전문의인 저자는 실제 많은 사람들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진행하는 완화의료에 대해서도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완화의료 전문의들이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고 죽음을 기다리거나반대로 안락사나 죽음의 촉진을 지지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완화의료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으로 조기 진단과 정확한 평가그리고 통증과 기타 신체적심리사회적영적 문제의 치료를 통해 고통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감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내 환자에게 신체적정서적가족적사회적영적 안락에서 오는 웰빙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건강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과 조치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죽음을 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죽음이 적당한 때에 찾아올 수 있다고 믿으며 그들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이러한 과정 속에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도 함께 죽음의 과정을 이해하고그러다 보면 애도의 동굴에 갇히지 않고 향후 새 삶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도 얻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죽어가는 사람의 곁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죽음의 날이 올 때까지 삶이 이어지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알아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처럼 사는 삶을 택하지만

모두가 살아 있는 상태로 죽을 권리를 갖고 있다.

내 차례가 오면나는 멋지게 삶을 마감하고 싶다.

그날나는 살아 있고 싶다. / 152p

 

 

잃는 법을 배우려면 우선 잃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끝난 건 끝난 것이며영원한 연장은 없다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키워야 할 능력이다진실을 직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새로운 시작을 보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진살을 분노하지 않고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당신을 배반한 사람당신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상사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직업을 사랑하려면 우선 자신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그런 태도를 취하고그런 선택을 하고그런 유해한 사람과 짝을 맺기로 결심했을 때 당신은 거기까지밖에 볼 수 없는 눈을 갖고 있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 232p

 

 

 



 

 

 

 

  이 책은 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오히려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엿본다두려움이나 증오상처죄책감 같은 것에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소진하기보다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임으로써 삶과 아름답게 이별하기를 독려한다죽음은 예고도 없이 찾아오고 죽음 앞에서 그 누구도 예외란 없다그때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나의 삶이 죽음도 만든다면지금의 나는 어떤 죽음을 만드는 삶을 살고 있는가이 책이 물어오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가 앞으로의 내 인생을 결정지으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5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사회와 그를 둘러싼 의 이중적 가치를 깊이 있게 다룬 에밀 졸라의 역작!

 

 

 

 

  프랑스 제2제정은 1848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나폴레옹 3세가 국민투표로 신임을 얻고이듬해 헌법을 제정해 황제로 즉위한 시기였다그는 크림전쟁에서 러시아를 누르고 청나라에도 출병했지만 이탈리아 통일전쟁에 관여했다가 이탈리아 용사 가리발디가 1천 명의 붉은 셔츠 부대를 이끌어 전선을 구축하자 침략을 단념했다이어 미국이 남북전쟁을 하는 동안 멕시코를 차지하려던 계획도 미국의 경고로 좌절되면서 나폴레옹 3세의 위신이 크게 실추되었다이에 떨어진 권위를 세우기 위해 1867파리에서 만국 박람회를 열면서 여러 대외 인사들이 방문하고 도시는 전에 없던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이후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나폴레옹 3세는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에밀 졸라의 소설 은 바로 이 무렵인 19세기 후반프랑스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탄생한 한 편의 금융?정치 드라마다프랑스 제2제정의 화려한 번영과 암울한 쇠퇴의 역사를 만국 은행의 흥망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역작이다. 1890년 2월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졸라는 을 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돈이나 투기증권거래소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가톨릭 은행과 유대인 은행의 혈투에서 비롯된 동시대의 거대은행 위니옹 제네랄의 파산 사건이 아마도 그로 하여금 금융자본주의시장에 눈을 뜨게 한 계기가 아닐까 추측된다이는 그에게 있어 금융이라는 거대경제활동과 돈이라는 화폐가치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음을 알려준 결정적인 사건이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당대 지식인들의 대부분이 돈의 파괴성과 혐오성에 주목하는 것과 달리졸라는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돈의 이중적인 속성에 주목한다는 점이다돈이란 도처에 해독을 끼치고 파괴를 일삼으면서도 사회적 식물을 키우는 효모이자 삶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역사에 필요한 부식토면서 내일의 인류가 자라나는 밑거름 역할을 해왔음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돈의 부정적인 역할에 대해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게 없어진 오늘날돈의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인간의 희로애락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은 그래서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든 것을 다시 정복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열망그가 결코 올라보지 못한 곳까지

오르고 싶은 열망마침내 자신의 힘으로 정복한 도시에

발을 올려놓고 싶은 열망이 그를 사로잡았다. / 15p

 

 

 

  주인공인 사카르는 주머니가 텅 비고 굶주림이 극에 달한 채 파리의 길모퉁이에 도착한 날을 잊지 못했다나폴레옹 3세의 쿠테타가 터진 바로 다음날형인 루공 장관의 권력을 빌어 대성할 꿈을 안고 파리에 도착했지만 형이 그를 외면했기 때문이다아내가 죽고 재혼을 통해 그도 한때는 벼락출세를 하기도 했지만 돈과 황금은 그의 손가락 사이로 순식간에 스르르 빠져나갔다아들인 막심 역시 아버지를 자기 집에 거두기를 거절했다레스토랑 샹포에서 만난 증권중개사투기꾼들재력가들 역시 그를 무심하게 대할 뿐이었다때문에 증권거래소 안팎으로 주문을 주고받는 소리한시부터 세시까지 마치 거대한 심장처럼 박동하는 열기의 도가니 속에서 다시 한번 황금의 왕국을 세우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바로 그 무렵그가 아믈랭과 카롤린 부인 남매를 만난 건 천의 행운이었을지도 모르겠다엔지니어인 아믈랭은 사카르를 흥분시키는 큰 사업의 열쇠를 쥐고 있었는데그것은 다름 아닌 동방 철도회사 사업이었다동방의 경이로운 역사즉 소아시아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끈처럼 펼쳐질 그 철도망이 사카르에게는 진정한 투자돈의 생명줄처럼 보였음이 분명했다이 계획은 사카르의 머릿속에서 카르멜 탄광대형 여객선 합동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지중해의 모든 운송회사를 하나의 신디케이트로 묶는 거대한 사업으로 부풀어 올랐음은 물론이요그들이 이 사업의 주인이 되는 날 로마에서 예루살렘으로 교황을 오게 해 찬란한 가톨릭의 시대를 여리라는 원대한 계획으로 나아가기까지 했다이 사업의 발판을 이룰 만국 은행의 출범은 그렇게 허황된 꿈으로 세워진 모래탑 위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일련의 도면을 보세요이건 대역사로서소아시아를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관통하는 철도 시스템을 건설하는 거죠…… 편리하고 빠른 교통의 부재바로 그것이 이토록 풍요로운 나라가 겪고 있는 침체의 근본 원인입니다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요여행과 운송이 언제나 노새나 낙타의 등에서 이루어지죠…… 만약 철도가 사막의 끝까지 침투한다면이거야말로 혁명이 아닐까요그땐 산업과 상업이 열 배로 늘어날 테니 문명의 승리가 아닐 수 없고바야흐로 유럽이 동방으로 가는 관문을 뚫는 셈입니다.” / 82p

 

 

봐요만국 은행과 함께 우리는 끝없는 대지아시아라는 낡은 세계 위에 진보의 곡괭이로연금술사의 몽상으로 돌파구를더없이 넓은 지평을 열 것이오물론 야망이 이토록 거대한 적은 없었고나도 동의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조건 역시 이토록 모호한 적은 없었지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단언컨대 우리의 존재가 알려지자마자 대중은 전례없이 열광할 것이오…….” / 158p

 

 

 

  사카르의 들뜬 예언은 과연 적중했다그의 계획이 시장에 소문나면서 정보를 찾아 헤매는 자한 탕을 노리는 자자리를 쫓는 자명예로운 자리에 이름을 대고 싶어 하는 자들이 그를 찾아왔다. 2500만 프랑의 자본금이 필요한 만국 은행을 설립하기 전에 우선 발행주식의 팔할즉 적어도 4만 주를 매수함으로써 사전에 주식 발행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자산가들은행가들유명 인사들이 이 새로운 금융회사를 후원하기로 약속하자 여기저기 청탁자들이 줄을 섰다.

 

 

 

  그 중에는 실크 사업에서 투기 열정으로 갈아타면서 자기 사업의 이윤을 소진하고 있던 세디유딸을 결혼시키기 위해 지참금을 벌 요량으로 전 재산을 주식에 쏟아 부은 드주아투기에 빠져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치마폭도 내어줄 산도르프 남작 부인귀족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몇 주일 동안 버터 없이 감자만 먹고 헌 신발을 신고 다니는 보빌리에 백작 부인 같은 이들도 있었다사카르는 이들의 손을 잡으며 기적의 번영과 성공을 약속했고그들의 부풀어 오르는 꿈과 함께 만국 은행은 모든 것을 뒤흔들고 모든 것을 파괴할 강력한 기계로서 무한질주의 궤도에 올라탔다과연 그 선로의 끝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모두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결코 내릴 수 없었던 이 폭주기관차는 어떤 말로를 맞이할 것인가.

 

 

 

사카르는 자기 능력의 한계 외에 다른 한계를 모르는 인간구속도 장벽도 없이 고삐 풀린 본능을 자신의 욕망만을 좇아 달려가는 인간이었다그는 아내를 자기 아들과 공유했고아들도아내도자기 수중에 ㄸ?ㄹ어진 모든 것을 팔아치웠다심지어 그는 자기 자신마저 팔았고그녀 또한 팔고 있었으며그녀의 오빠를 팔 것이었다그는 오누이의 가슴과 머리로 돈을 만들 것이었다그는 이제 사물과 사람을 녹여 돈을 주조하는 화폐 제작자일 뿐이었다정신이 번쩍 든 그녀의 눈에 만국 은행이 도처에서 돈을 발산하며 돈의 호수돈의 바다를 이루고그 돈의 바다 한가운데서 별안간 은행이 가공할 굉음과 함께 수직으로 침몰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돈이여세상을 더럽히고 아귀아귀 삼키는 끔찍한 돈이여! / 310p

 

 

사카르가 새로운 증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가볍고 어렴풋한 소문이 돌았다그는 자본을 1억 프랑에서 1억 5천 프랑으로 증식하고자 했다지금은 특별한 열광의 시간이를테면 제국의 모든 번영도시를 변형시킨 거대 공사광기 어린 돈의 유통사치를 위한 맹목적 소비가 투기의 뜨거운 열기로 수렴되는 운명적 시간이었다각자가 자기 몫을 원했고하룻밤 만에 벼락부자가 된 다른 사람들처럼 재산을 불리고 향락을 즐기기 위해 자기 돈을 투기판에 얹었다태양빛을 받으며 펄럭이는 만국박람회의 깃발샹드마르스 광장의 조명과 음악거리에 넘쳐흐르는 세계의 군중이 파리를 도취시켜 고갈되지 않는 부와 지고한 권력의 꿈속으로 몰아넣었다. / 323p

 

 

 



 

 

 

 

  소설은 투자의 열풍이 부르주아에서 노동자와 농민들한 자리 숫자의 주식을 가진 소액주주들은퇴를 앞둔 문지기들고양이와 함께 사는 노처녀들생활비가 하루에 10수에 불과한 퇴직자들적선으로 빈털터리가 된 사골 사제들증권거래소의 재앙으로 이미 파산한 최하층 금리생활자들을 휩쓸고 지나가는 광경과 그들의 일확천금을 향한 광기 어린 질주를 다양한 캐릭터를 동원해(이국 이름을 외우는 것이 곤혹스러울 정도로생생하게 보여준다이들의 욕망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무엇이 그들의 현실감각을 상실케 하는 것인지 매우 구체적이다 못해 치밀하게 보여준다그러는 사이 이 과열된 숫자 놀음 뒤에 은밀하게 벌어지는 불법적인 일들이를 테면 기존 주주들이 매수를 거부한 주식을 명의 대여인을 통해 사카르가 떠안음으로써 시세상승을 이어가는 장면이나 신문사를 선점해 유리한 기사를 싣는 등 여러 부도덕한 일들의 면면까지 낱낱이 까발림으로써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에 날카로운 매스를 가한다.

 

 

 

이는 너무나 빈약한 지참금그녀가 감히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신혼살림 밑천기다리는 구혼자가 나타난다면 금세 바닥날 자산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절망하지 않으며 운명과 싸웠고태생의 특권을 전혀 포기하지 않았으며언제나 고고하게 합당한 재산이 있는 척했다두 발로 걸어서 외출할 수도 사교 모임 만찬에 앙트르메를 생략할 수도 없었기에그리고 딸의 영원히 불충분한 지참금에 50프랑을 더해야 했기에 그녀는 생활 경비를 삭감하고 몇 주일 동안 버터 없이 감자만을 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그것을 괴롭고 미숙한 일상의 영웅적 행동이었다그렇지만 이런 영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은 매일 조금씩 그들의 머리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 92p

 

 

 

끝으로카롤린 부인의 가슴을 무한한 연민으로 채운 것은 미지의 사망자들이름도 사연도 알려지지 않은 희생자들이었다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런 사람들이 외딴 숲과 수풀 도랑을 가득 채웠으며나무둥치 뒤에는 어김없이 이름 모를 시체고통으로 헐떡거리는 부상자가 널브러져 있었다이 얼마나 가공할 무언극인가평생 애써 모은 돈을 오직 하나의 주식에 투자한 가난한 군소 금리 생활자와 개미 주주들의 무리은퇴한 문지기들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창백한 노처녀들편집증적인 지방 퇴직연금 수령자들적선으로 빈곤해진 시골 사제들그들은 모두 너무나 가난해서 하루하루 빵과 우유를 마련하기도 힘들었고소득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재앙을 맞이하곤 했던 최하층민들이었다. / 501p

 

 

 

  이 외에도 사카르와 군데르만의 끝 모를 적의를 통해 들여다 본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 속 카톨릭교와 유대교의 대립은 이 소설을 이해하는 주요 포인트다또한 자본주의자로 대표되는 사카르와 사회주의자로 대표되는 시지스몽을 통해 의 사회적 가치와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대립되는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일련의 장면들도 이 책을 다채롭게 사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다만많은 등장인물과 비슷한 흐름이 중첩되는 문장들로 다소 느슨한 감을 주는 면면들은 아쉬움을 남긴다작가의 목소리가 많이 개입되는 작품들이 주는 피로감 같은 것도 지울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사회와 그를 둘러싼 의 이중적 가치를 깊이 있게 다룬 이 작품은 역시 에밀 졸라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그의 작품은 늘 나를 번뜩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엉엉 오늘의 젊은 작가 39
김홍 지음 / 민음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누구도 아닌내 몸 속에서 빠져나간 본체가 를 소외시킬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낯설고낯설지만 그래서 싫지 않은 김홍이라는 세계!

 

 

 

  그저 흔한 유체이탈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무더운 여름밤바퀴벌레에게서 도망치는 꿈을 꾸고 있을 무렵 본체가 쓰윽 일어나더니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나가버렸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말이다예상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본체가 주민등록증과 장롱 밑에 감춰 둔 비상금 뭉치를 들고 달아난 것도 모자라 여기저기서 고지서가 날아오고 외상까지 갚으라는 소식이 들려왔다는 점이다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 안에서 가장 양아치 같은 녀석이 빠져나갔나보다 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하지만 본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무엇이든 간에 결국엔 에게서 가 떠난 것인데어찌된 게 본체는 연락도 없이 어딘가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는 그저 본체의 법칙금과 각종 채무를 갚아가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살아가는 수밖에언제부턴가는 고지서나 독촉장도 날아오지 않자 바르게 살고 있다는 증거인지살고 있지 않다는 신호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를 보며 도리어 내가 더 황망해졌다다른 누구도 아닌내 몸 속에서 빠져나간 본체가 를 소외시킬 땐 어떻게 해야 하지본체가 빠져나간 뒤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 속절없이 차오르는 눈물 앞에선 도리가 없었던 처럼 그의 물기 어린 우울감에 그만 전이되고 말았다.

 

 

 

본체가 빠져나가버리고 난 후그때야 비로소 시작되는 나의 이야기

 

 

  ‘는 본체가 떠난 지 5년 만에 인천공항으로 데리러 오라는 전화를 받는다손을 흔들지 않았다면 알아보지 못했을 만큼 타인처럼 느껴지는 어떤 이물감이 반가움보다 앞선다본체는 볼리비아를 포함해 웬만한 남미 도시는 다 가봤고 러시아에도 갔다 왔다고 한다어떻게여권도 없이하지만 본체를 따라 간 곳에서 우리들을 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던 이들을 만나보니 그건 그리 중요한 일 같지 않아 보인다고향인 덴버에서 아마추어 마술사로 활동했던 리처드 펭귄 씨는 어느 날 코트 안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을 하는 도중 실수로 자기 본체를 꺼내 날려버렸다 하고박정현 씨는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주차 관리 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손에 든 경광봉을 어깨까지 올리려다 쓰러지며 본체가 빠져나갔다 한다지수 씨는 지하철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순간 본체가 빠져나갔는데 그 뒤로 마트나 도서관 출입구를 지날 때마다 사이렌이 울렸다고 한다지수 씨가 지나가면 주차된 차가 경적을 울렸고 편의점의 바코드 리더기가 말을 듣지 않는 등 각종 오해를 사기도 했다고우리들을 총괄하고 있는 안거룩 씨도수능을 앞둔 가장 나이 어린 오히 씨도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상계동의 한 건물 2층에 모여든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더 많은 우리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역사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본체가 작용했고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본체를 통해 개인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던 그들의 말은 대체 무엇일까모든 지체가 본체 될 때 누릴 지복이란 건 또 무엇일까전국의 우리들이 모여들 본체의 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어떤 모종의 담합 같은, ‘전 지체의 본체화라는 구호와 그럴 듯한 신념 같은 것을 앞세운 비상한 단체는 아닐까이따금 그런 부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불온한 기운이 감지되기도 하지만 는 이곳으로 오는 발길을 끊지 않는다그저 이 어수선함이중대한 일을 앞두고 활력이 넘치는 듯한 이 공간이 어쩐지 는 마음에 든다드디어 자신의 인생에 무슨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고평생 혼자 심심하게 살다 갑자기 친구들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던 거다.

 

 

 

우리는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어.” 본체가 말했다. “더 많은 우리들을.” 본체는 주민등록증 하나를 꺼내더니 보석을 감정하는 전당포 주인처럼 눈 가까이 대고 살펴보았다냄새를 맡기도 하고 형광등에 비춰 보기도 했다. “언제나 더 많은 우리가 필요하거든.”

주민등록증으로 뭘 할 수 있는데그냥 플라스틱 쪼가리잖아공인인증서도 못 받을걸고등학생들이 편의점에서 담배 사는 데 쓸 수는 있겠네.”

네 말이 맞아이건 그냥 형식일 뿐이지진짜 우리를 만드는 건 믿음이야.” 본체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형식 없는 믿음은 금방 무너지지.” / 60p

 

 

때가 되면 돌아올 거예요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본체가 육포를 뜯어 던졌다개가 껑충 뛰어올라 받아먹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길을 보여 주는 것뿐이에요길 위에서 얼마나 머무르는지는 자기 몫인 거지.” / 70p

 

 

 

  하지만 본체의 밤 행사에 불이 나고 본체가 잠적하면서 그때부터 다시 시작된 울음은 멈출 줄을 모른다. “왜 울고 그래요제가 뭐 나쁜 말한 것도 없는데.” 한 카페에서 안거룩 씨를 우연히 만날 날, ‘는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울음이 주체가 되지 않아 그만 탁자에 엎드려 엉엉 운다나조차도 본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데본체는 없고 는 있으니까 마치 동네북처럼 우리들은 나를 노렸다경찰 조사에서는 만 빼고 다들 단합을 목적으로 수락산 불암산 등지를 산행했다는 것을 알았느냐고 묻더니 이내 학창 시절에 교우 관계가 원만했느냐는 질문 따위로 곤혹스럽게 했다하긴생각해보면 울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본체가 제멋대로 떠난 뒤에도 는 맡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고삶을 지속시켰으며, ‘임을 증명하기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가 임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무례를 견뎌내기까지 했는데사실 뭐 뾰족한 수도 없다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그저 우는 수밖에.

 

 

 



 

 

 

 

  이처럼 김홍의 엉엉은 의 몸에서 본체가 떠난 뒤비로소 나의 진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는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혹은 에 갇혀 있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거나 로부터 버림받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소설의 두 축을 이루는 모임인 슬사모(슬픈 사람들의 모임)’와 우리들은 세계와 화합하지 못한 상처들을 저마다 지니고 있지만 정작 본체에게서조차 위로받을 수 없어 슬픈 존재들이다그날 가 엉엉울어젖히다 못해 몇날 며칠 동안 울음이 그치지 않아 비도 멈추지 않았던 것은 그 모든 존재들을 대신해 울어주고픈 김홍 작가의 마음은 아니었을까물론 운다고 해서 뭐 하나 이렇다하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이상하게 한바탕 울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말개지곤 하는 것처럼.

 

 

 

근데 번번이 지잖아요한 번도 이겨 보지를 못하고.”

이번에 졌어도 다음에 이길 수 있어요저는 그렇게 믿어요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 있어요그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이거예요니들이 지랄해 봤자 세상 안 바뀌어저는 그 말 진짜 웃기다고 생각하거든요당신이 아무리 지랄해 봤자 우리도 안 바뀌거든.”

정말 안 바뀌어요?” 그람 씨가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물었다.

바뀔 수도 있겠죠그래도 지금은 일단 안 바뀐다고 해 놓는 거야좀 센 척하면 어때요장담하는 거 좋지 않지만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되는 거예요이번에는 장담도 좀 해보는 거죠한 번 싸우고 끝나는 게 세상에 어딨어요야구도 9회 하고 테니스도 한 세트에 여섯 게임 따야 돼요축구에는 로스 타임이 있고 승부차기도 있잖아요이번 경기 끝나면 다음 경기 또 있고…… 우리 같이 참호를 파요전선을 넓게 만들고 각 부문에 속속들이 침투하자고요그리고 기다려요꼭 개를 키워요고양이도 좋고요.” / 194p

 

 

 

  사실 엉엉은 다른 의미에서 엉엉 울고 싶어지는 소설이다읽으면서 내내 응응?” “오잉?” “에앵?” 따위의 표현들을 우물거리며 헤아릴 길이 없는 전개와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자주 혼란스러워지곤 했기 때문이다소설 속에는 쿠팡의 로켓프레쉬당근마켓강형욱집밥 박선생(집밥 백선생등 온갖 현실적인 언어로 가득한데정작 질서와 서사를 거부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를 묘사하는 서술 방식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터라 다소 얼떨떨했던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낯선 감각이 싫지 않다본체가 없는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결심한 나는 어제와 좀 더 멀어져야 할 테니까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거나 원하는 이름을 획득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그 낯선 세계로 기꺼이 걸어 들어갈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