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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는 CEO - 일상에 행복을 입히는 브랜드 리슬의 성장 철학
황이슬 지음 / 가디언 / 2022년 11월
평점 :
한계가 없다는 말은 결국 실천하는 자의 몫이다!
도전과 좌절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내실을 다져가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책!
365일 한복 입는 CEO, 방탄소년단 한복을 만든 사람, 전 세계 모던한복 판매 1위, 모던한복으로 밀라노 패션쇼에 오른 브랜드. 이 모두가 ‘모던한복’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두 브랜드 리슬과 디자이너 황이슬 대표를 가리키는 수식어다. 무엇보다 전통한복을 재해석하여 21세기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일상에서 패션처럼’ 입는 옷으로 재탄생시킨 리슬의 슬로건이야말로 단연 인상적이다. ‘오, 한복한 인생.’ 어쩐지 엉뚱해 보이지만 유쾌하고, 소박한 듯하지만 한복을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고 싶은 황이슬 대표와 리슬의 포부가 느껴지는 슬로건이다.
실제 그녀가 쓴 『한복 입는 CEO』와 SNS, 리슬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유머러스함과 남다른 호기심, 거침없는 실행력 그리고 자신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발견할 줄 아는 황이슬 대표만의 번뜩이는 창의력이 눈에 띤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전통을 파괴시킨다는 각종 오해를 돌파해가며 한복을 향한 자신의 애정과 소신을 잃지 않은 그녀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덕분에 나는 그녀와 브랜드의 발전을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
상상하는 크기가 내 실현의 크기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만화 동아리에 가입한 황이슬 대표는 좋아하는 만화책 『궁』을 보고 한복을 코스튬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복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비전공자에 옷감 구매처도 제대로 모르는 한복 무경험자였지만, 어깨너머로 미싱을 보고 배운 19년 경력의 이불집 딸내미답게 첫 작품에서 친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일을 계기로 한복을 또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예 한복을 만들어 팔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 그녀는 도서관을 찾아 창업서를 몇 권 읽고는 그 길로 구청에 방문해 덜컥 ‘손짱’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판매 사업자 등록을 했다. 첫 한복을 만든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산림자원학과에 입학한 대학생이 뜻밖에도 한복 디자이너의 길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책 속에는 6개월간의 사투 끝에 더듬더듬 첫 브랜드 ‘손짱’의 영문 홈페이지가 탄생하고, 비전공자에 독학으로 내놓은 근본 없는 한복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의류학과 대학원 과정을 밟는 등 순탄치 않았던 리슬의 탄생 과정이 쓰여 있다. ‘작업지시서’ 작성 시 거듭되었던 착오와 수정 작업으로 작업 자체가 공중분해 되기도 하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여행 앤 리슬’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마련한 한복과 여행이라는 콘셉트까지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등 위기 속에서 그녀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대량 생산 체제의 컬래버레이션, 플라스틱을 이용한 친환경 소재 마련, 한복의 유니폼화, 5m 크기의 대형 한복, 메타버스 등 다양한 도전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황이슬 대표의 모습은 그 자체가 리슬의 비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계를 두지 말 것. 상상하는 크기가 내 실현의 크기’라는 말 역시 결국은 실천하는 자의 몫임을 그녀를 통해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매일 조금씩 버튼을 바꾸고 디자인을 입혀가며 6개월간의 사투를 이어갔다. 비전문가가 더듬더듬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니 완성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주변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인도 안 입는 한복을 외국인이 사겠어?”, “한국에서 배송 보내려면 비쌀 텐데. 배송비가 비싸서 경쟁력이 없지 않을까?”, “한복은 너무 시장이 작아서 수요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장 혼란에 빠뜨린 말은 이것이었다.
“시장조사 해봤어?” “응, 구글에 쳐보니까 해외로 배송되는 한복 쇼핑몰이 하나도 없던데?” “하나도 없다고? 아무도 안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 안 해봤어?” / 24p
그것 하나가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는 얇은 선 하나가 있고 없고에 따라 주름 치마가 플레어 치마가 되기도 하는 것이 생산 현장이었다.
메모 하나, 숫자 하나, 선 하나만 잘못 기록하거나 누락해서 사고가 난 옷도 부지기수다. 손해로 따지면 몇천만 원 이상은 까먹었을 것이다. 그 경험이 나에겐 수업료였다. 사고가 나면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한편으로 이런 손품, 발품이 곧 나의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면 고생 역시 자처하게 된다. 내가 이토록 한복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런 고생 2년 하고 진즉 그만뒀을 것이다. / 37p
집에서 입기 좋은 한복, 실내에서 입을 수 있는 한복 상품을 늘려갔다. 코로나를 기회 삼아 한복 홈웨어라는 새로운 아이템이 생긴 것이다. 만약 기존에 준비한 여행용 한복을 고집하고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면 어땠을까? 아찔하다. 아마 고정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홍대점은 물론이고 전주 본점까지 강제로 문을 닫았을 것이다. 3년이 넘도록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 54p
“저게 한복이라고?” “한복이 한복 같지 않잖아.” 모던 한복이 세상 힙한 패션으로 성장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복의 과감한 변신에 다소 뚱한 반응을 보였다. 나만 하더라도 TV에서 연예인들이 한복을 개량해서 입고 나올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어딘지 한복스럽지 않다는 것, 왠지 전통을 훼손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전통은 전통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황이슬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은 소중한 것이지만, 책과 박물관 안에서만 보이게 된다면 옷으로서의 수명은 끝나는 일이다. 전통한복을 만드는 장인, 명인분들의 역할이 따로 있고 한편에서는 창의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시대와 소통하는 한복을 만드는 역할을 할 때 한복의 저변이 더 넓어질 것이다. 후자의 역할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애니메이션, 대중문화, 관광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일본의 복식을 친숙한 대상으로 만든 것처럼, 전통을 그대로 보존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한복도 일상 속에서 대중과 친해지는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복을 둘러싼 중국의 동북공정작업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과연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입지 않으면서 그저 한복의 옛 전통방식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물어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를 답습하는 전통이 아닌, 리슬로 하여금 ‘젊은 전통’을 세워나고자 하는 그녀의 소신을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전통한복과 모던한복은 서로 상생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전통 양식 그대로는 오늘날 우리가 입을 수 없다. 대신 친숙하게 형태를 변화시켜 ‘당장 입을 수 있는 패션’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전통은 소중한 것이지만, 책과 박물관 안에서만 보이게 된다면 옷으로서의 수명은 끝나는 일일 테니 말이다. 전통한복을 만드는 장인, 명인분들의 역할이 따로 있고 한편에서는 창의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시대와 소통하는 한복을 만드는 역할을 할 때 한복의 저변이 더 넓어질 것이다. 후자의 역할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 전통은 변화하는 것이다. ‘한복은 ○○해서는 안 된다’라는 틀을 깨고 넘어설 때 비로소 우리 생활에 섞일 수 있다고 믿는다. 리슬은 있는 그대로를 답습하는 전통이 아닌 ‘젊은 전통’ 만들어가는 중이다. / 65p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번져간 한복 사진 한 장이 나에게는 천군만마와 같다. 왜곡된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을 향해 반박하고 글로 싸우는 것보다도 어쩌면 한복을 한 번 더 입는 것이 훨씬 더 강력히 한복을 지키고 알리는 일이다. / 106p
SNS에 개인의 생각과 가치를 꾸준히 올리면 퍼스털 브랜딩이 되고, 브랜드가 그렇게 되면 브랜딩이 된다. 브랜딩을 한마디로 ‘목표를 말하고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리슬은 ‘한복을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만들겠다’라는 목표를 세웠고 이것을 증명해내는 과정을 사진으로 또는 영상으로 기록하고 남기는 중이다. 우리 목표가 이거야, 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단번에 그것을 공감하거나 믿어주지 않는다. 소비자는 그 말이 진심인지, 포장된 환심인지 그 의도를 오랜 시간 지켜본다. (…) 한두 번 기록한 것으로 사람들이 왜 날 알아주지 않을까 초조해하지 말자. 묵묵히 한 길을 걷고 또 걷다 보면 무성히 잡초로 덮여 있던 숲길이 반듯하게 닦여진 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197p
주제는 ‘한복’이지만 소규모 브랜드 창업자 혹은 1인 기업이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자신의 성공 법칙을 나열한 여느 CEO들의 저서와 달리, 도전과 좌절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내실을 다져가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책이다. 브랜드의 진정성은 ‘내가 만드는 대상을 깊이 사랑하는가’에서부터 출발한다는 황이슬 대표의 말처럼 나를 포함해 많은 창작자들이 나만이 가진 특별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