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가우르 고팔 다스 지음, 이나무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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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한 진짜 인생책!

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어른아이 같은 성인들을 위한 21세기형 탈무드!

 

 

 

 

  얼마 전진선규 배우가 출연한 SBS <집사부일체>를 흥미롭게 시청한 적 있다영화 <범죄도시>에서 펼친 열연으로 호평을 받은 뒤 충무로의 대표 배우로 성장했지만매사 겸손하고 선한 그의 모습에 큰 호감을 느꼈다마침 눈이 쌓일 만큼 매서운 추위가 닥친 촬영 날함께 백패킹을 하기로 한 집사부 멤버들에게 그는 공유하고 싶은 말이 세 가지 있다며 조심스레 꺼내놓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감사였다그 다음은 겸손과 진심으로이 세 가지 말은 추위로 고되었던 방송 내내 멤버들을 어루만지는 메시지가 되어주었다.

 

 

 

  다만나로서는 너무도 평범하고 단순한 이 세 가지 말 앞에서 처음엔 멋쩍고 민숭민숭한 반응을 보였던 멤버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나를 비롯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짐작되었기 때문이다누구나 다 알기에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말누구나 다 알면서도 말로 꺼내기 어렵고 실천하기 쉽지 않은 말, ‘감사겸손 그리고 진심’.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의 저자인 가우르 고팔 다스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앎은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저 말들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내가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만 저 말들을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인생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는 필독서라 하여도 다 아는 말이라고 치부해버리곤 했던 나는 덕분에 새롭게 일깨우기를 시도해본다그저 반응하는 삶이 아니라 깨어 있고 의식함으로써 실천하는 삶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우리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터득했지만,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보이는 것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 책 표지 중에서

 

 

 

  가우르 고팔 다스는 오늘날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멘토이자 라이프 코치로그의 강연은 누적 조회수 10억 뷰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인도 힌두 종교 단체 크리슈나 국제영성협회 소속의 수도승이지만그의 강의는 자신의 종교가 내세우는 가치와 의미에서 벗어나 실제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실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유머와 깨달음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는 호평은 그의 책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일찍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터득했지만정작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던 해리그와 가우르 고팔 다스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책의 구성은 여느 자기계발서와 달리 한 편의 소설처럼 유려하게 읽힌다고대의 지혜와 실제 사례를 자연스럽게 인용하여 고답적이지 않은 깨달음을 주는 그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심연에 파고든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는 이유는 내 삶의 다른 사람들보다 쉬워서가 아니라한 개인으로서 행복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에요그래요나 자신의 행복은 내가 책임집니다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나를 사랑하고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힘닿는 모든 일을 해요그러나 나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 남편은 자유롭게 하면남편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이것은 다른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그렇게 할 때 모두의 삶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 37p

 

 

감사는 인식과 기억과 보답이라는 게 세 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삶에 감사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선한 것이 우리에게 베풀어졌는지 인식해야만 한다이것은 누군가 우리를 위해 문을 잡아 주거나 따뜻한 음료를 사 줄 때처럼 어느 순간이든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그다음 단계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해 준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기억은 감사하는 마음을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우리를 자극하는 어떤 기계장치도 없이 침묵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누가 우리의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도록 도와주었는가에 대해 돌아보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우리는 감사한 일에 보답해야 합니다. ‘감사하다를 살아야 합니다말과 감정을 넘어 진정으로 보답하는 것이 오래도록 감사하는 삶을 사는 기초입니다.” / 89p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한다. ‘단지 내 성격이 그런 것일 뿐이야.’라는 말은 타인에게 그저 무신경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당신이 타인에게 충분히 세심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알기 위한 황금률은당신이 대접받고 싶어 하는 것보다 상대를 더 잘 대해 주라는 것이다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나의 말투몸짓 언어행동에 세심함이 깃들어 있는가?’ / 125p

 

 

 



 

 

 

 

  돌이켜보면 인생은 온통 선택의 순간들이었다혹자는 나이가 들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하지만애석하게도 나는 나이가 들수록 선택이 조심스러워 보다 소극적이 되어버린 듯하다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가가 아닌어떤 선택이 덜 실패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어버렸다고나 할까이렇게 마음 속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나에게 가우르 고팔 다스는 ‘CAR’를 생각해볼 것을 조언한다. CAR는 세 단어의 약자로그는 우리가 어떤 차를 운전하든 삶에서 평생 운전해야 하는 차가 한 대 있다고 말한다먼저 C는 바꾸는 것change을 의미한다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즉,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라. A는 받아들임accept의 약자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R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첫 번째 R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벗어나게 하는 것’remove이다두 번째 R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위로 비상하라’rise의 의미이다자신을 벗어나게 할 수 없을 때는 영적인 힘을 가지고 그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으로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 사람이나 상황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을 제안한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가져요시간은 상처를 치유해 주고 적절한 소통과 길잡이가 있으면 분명한 판단을 가져다줍니다인간관계는 어려운 시기에 시험을 받습니다모든 일이 잘 될 때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습니다하지만 당신을 둘러싼 일들이 다 무너지고 당신이 그것들을 주워 모으려고 애쓸 때 그것이 관계의 시험입니다사랑은 헤어져야 할 온갖 이유가 있지만 헤어지지 않을 때 존재합니다.” / 180p

 

 

내 영웅은 서른다섯 살의 나이니까요.’

그렇게 매일매주매월 그리고 매년 내 인생에 있어서 나의 영웅은 항상 10년 후의 나였습니다나는 결코 그 영웅이 될 수 없을 겁니다나는 그걸 이루지 못하겠죠나는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하지만 괜찮습니다왜냐하면 그 덕분에 나에겐 따라잡고 싶은 존재가 늘 함께하는 셈이니까요. / 208p

 



 

 

  어릴 적나의 집에는 탈무드처럼 유대인 랍비가 들려주는 지혜서 한 권이 있었다지금은 책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유년시절의 내가 집에서 유일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당시 나는 그 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나이도그럴만한 책 경험도 없을 만큼 어렸지만짧은 이야기 속에 넘쳐흐르는 은유와 유머따뜻한 가르침이 좋아서 내내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그리고 그런 경험이 지혜로운 삶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안다느닷없이 내가 유년시절에 읽은 책 이야기를 써낸 이유는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 쓰인 아름다운 은유와 예화들이 그때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어른아이 같은 성인들을 위한 21세기형 탈무드랄까그 중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전하는 지침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이는 우리 자신의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다.

 

 

 

  연필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연필 제작자는 연필에 매우 적절하고 중요한 지침을 주었다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첫 번째 지침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연필에는 몇 가지 측면이 있다외부는 다양한 색으로 된 아름다운 나무 몸체이다그리고 흑연으로 된 내부는 그 본질이며그 목적이다자신의 본질이 자신 안에 있음을 잊지 말 것진짜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지를 기억하자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두 번째 지침은 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너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나무 몸체에서 흑연 심이 나올 때만 연필은 실제로 무엇인가를 써서 종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마찬가지로 우리의 삶 역시 우리 안에 있는 것이 드러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세 번째 중요한 지침은, ‘연필을 깎지 않으면 네 안에 있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연필은 심이 나와서 종이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고통스럽게 깎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이는 고통스러운 연마를 거치지 않는 한 내면의 가장 좋은 것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귀중한 메시지다갈망만 하는 자에게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마찬가지로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는 법안전한 방법만을 도모하는 내가 가장 절실하게 새겨두어야 할 말은 아닐까.

 

 

 

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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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0호 : 대학 인문 잡지 한편 10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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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

대학 안팎에서 쓰인 열 편의 글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대학의 문제를 모색하다!

 

 

 

 

  고등학교 졸업반 열에 일곱이 대학에 진학하는 오늘날, 4년제 대학 입학이 입시 경쟁의 목적이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의 청소년들은 스카이인서울-명문대를 향한 보다 과열된 경쟁 속에 내던져져 있다그런 가운데 한쪽에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치고진정한 배움과 멀어진 대학 시스템과 권위가 무너진 대학을 비판한다대학 간판 따기에 목매는 고등교육의 현실뼈와 살을 갈아 넣어 지옥의 입시를 통과했지만 취업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한 유예 공간으로 전락한 지금의 대학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그런 의미에서 인문잡지 한편』 10호 <대학편은 오늘의 대학에서 우리가 잃은 것과 앞으로 얻을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보고자 한다대학의 위기새로운 대학 서사 쓰기를 위한 시도우리가 모르는 대학 이야기학계 연구자들의 속사정 등 대학 안팎에서 쓰인 열 편의 글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대학의 문제를 모색해본다.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고 바람직하다는 능력주의의 원리가 학교와 시험대학 체제와 결합해 구체화된 것이 바로 학력 차별이고 학벌주의다교육학자 이경숙의 지적처럼 또래 거의 전부의 인지적 능력을 일괄적으로 비교해서 점수와 등급을 부여하는” 수능 시험과 대학 입시의 과정을 거쳐 갖게 되는 대학 학벌은 불완전하게나마 능력주의를 실체화시키는 사회적 경험이다. / 난다 학력무관의 세계를 향하여」 중에서 26p

 

 

 

  청소년들의 대학 입시 거부 선언을 통해 만들어진 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인 난다는 학력무관의 세계를 향하여를 통해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학력 차별 문제를 지적한다그러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학력무관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말 그대로 학력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각자가 가진 능력들의 차이가 차별의 조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들이 기대고 소통하는 힘이 되는 사회를 지지한다경쟁이 아니라 실질적 필요와 보람을 위해 공부하고 배울 것이며그 배움이 시험과 학교에 얽매이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편소진형의 실용적인 학문의 성립 사정에서는 실용적인 학문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인기 없는 학과는 사장되고 마는 대학 시스템의 불편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그는 실용적인 지식은 그 지식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갖춰져 있을 때 유의미한 것이며다양한 학문적 영역이 공존할 때 비로소 실용적이라는 레테르가 붙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마찬가지의 이유로 대학 내 여성학 학부 과정과 여성학을 다루는 대학 전공교양과목들이 줄줄이 폐지 혹은 축소된 과정을 지적하는 신하영의 글 혼란스러운 강의실 만들기는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교수자로서 보다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낸다학령기 인구가 점점 줄며 학생이 원하지 않거나 학생의 반응이 좋지 않은 과목학과는 구조조정과 통폐합의 대상이 되어 버린 작금의 현실 앞에서, ‘여성학이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배움의 주체들에게 세상을 보는 감각을 깨우고 그 세상과 화해할 자원을 제공하기를 바라며 좀 더 이 혼돈을 버텨보겠노라 다짐한다아직 성인으로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후기 청소년기 대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학습과 연습의 기회아직은 그래도 되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마지막 글귀는 대학의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대학 생활이 스펙 쌓기의 장으로 통하는 오늘날 이러한 학생 자치 활동은 스펙이 되기 어렵다는 바로 그 이유로 쉽게 외면받는다많은 학생이 학생 자치라는 단어에 긍정적이지만 추가로 노력을 들여야 하는 활동은 시간 낭비로 여긴다최근에는 대학 내 많은 학생 단체들이 보궐 선거를 반복하고 있고어쩌다 선거가 진행되더라도 단일 후보인 경우가 잦다대표도공론의 장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의 대학에서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해 보인다. / 김종은 익명을 설득하는 학생 자치」 중에서 42p

 

 

추상적인 선의 실현보다는 구체적인 악의 제거에 집중하라.’

포퍼의 보수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문제시하지만나는 오늘날 이 말이 갖는 호소력이 크다고 본다.

거창하고 설득력 있는 이념을 제창하는 것은 당장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명백한 부정의인 인권의 침해에 대해 나는 문제 제기 하고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완전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실천적 대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당장 할 수 없는 것에 좌절하거나 무리한 시도를 하기보다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인 한 사람에 대한 고려에서 노동문제 바라보기의 확산과 설득을 시도하고 있다. / 우재형 노동문제 동아리 활동기」 중에서 91p

 

 

 

  이 외에도 대학 연구실의 풍경 속에서 탐구의 활력이 사그라든 현실을 바라보는 유상운의 탐구는 어디에서 일어나는가와 지역 재생의 대안으로 지역의 풀뿌리 대학을 제안하는 황민호의 졸업하기 싫은 학교도 대학의 위기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그런 와중에 학문의 성지에서 나온 단어와 문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급한 교수의 원고를 교정해야 하는 한 출판노동자의 고충을 담은 글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은 씁쓸함을 남긴다.

 

 

 

역사가들에게는 역사의 교훈을 제시하지 않고 역사의 서사 그 자체를 보여 주는 방식이 왜 즐겁고 재미있는지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셈이다나는 역사가로서 우선 사료에 철저히 기반하여 과거상을 재구성하는 데 힘쓸 것이고대학 내에서 생산된 역사 지식을 공공의 장에 풀어놓고자 기꺼이 내 노력을 다할 것이다역사를 이야기 자체로 즐기든역사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와 창의성을 즐기든역사의 교훈을 찾아 개개인의 삶의 자산으로 전유하든스스로 역사를 새롭게 구성하든 그건 역사를 향유하는 모든 주체의 자유로운 사고와 감상에 달렸다. / 현수진 대학 안팎에서의 역사학」 185p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나 교정공이란 이를 테면 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교정공이 개입할 수 있는 지면은 오늘날 점점 좁아지고 있다또는 교정공이 개입할 수 없는 지면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아와 어의 다름도 점차 사라지는 듯아와 어가 다르지 않다고 우기는 사람과 어와 어가 다르다고 우기는 사람들 사이의 다름도 사라지는 중인 것만 같다가끔 우리가 견딜 수 없이 산산조각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 / 유리관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 중에서 203p

 

 

 




 

 

 

 

  이처럼 인문잡지 한편은 하나의 주제를 통해 여러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이번 <대학편 역시 청소년인권활동가포항공대 총여학생회 회장세명대 교양대학 교수노동인권동아리 학생문화연구가동아시아 정치연구가옥천신문 대표이자 사단법인 커뮤니티저널리즘센터의 이사장역사학자출판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저자들의 면면이 상당히 다채롭다이렇게 여러 지점에서 감지되는 문제의식은 한편의 훌륭한 동력이 된다무엇보다 어디에서 인용된 글이 아닌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지금바로 현재를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아울러 이번 호에서는 창간 3주년을 맞아 특집으로 기획된 공부하는 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인문사회 출판 현장에서 만난 저자와 편집자의 공부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으로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공부법글쓰기와 창작법연구법업무 마인드 등을 접할 수 있으니 꼭 챙겨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창작과 연구가 비슷한 점이 있다면 자기 안에 주제를 갖고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는 거예요고갈되지 않는 질문이 있어야 끝까지 할 수 있어요. / 85p

 

 

공부가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 일이라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어떻게 인지하느냐가 공부법에 접근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 아닐까요.

비유를 하나 들어 보자면 저는 공부가 어떤 지식의 방에 들어가서 그것을 단순히 탐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오히려 공부는 어떤 방에 있는 지식을 가지고 와서 다른 방으로 옮겨 재배치하는 일입니다그렇게 하면서 내가 지금 공부하는 부분이 전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계속 의식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 101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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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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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종교광신폭력테러… 그 이면에 존재하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조명한 소설!

상실을 복구하고 상처를 회복할 길이 없어 고립되고만 모든 청춘들의 초상!

 

 

 

  녹스허스트를 비롯해 뉴욕주 곳곳에 있는 빌딩 다섯 군데가 폭파로 완전히 무너졌다초기 보도에 따르면 폭발물이 적재된 트럭들이 각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벽 옆에 세워졌다고 했다윌은 마치 폭발 현장을 눈앞에서 보기라도 한 것처럼 최대한 그날의 생생한 그림을 떠올리려 한다연기가 신의 숨결처럼 솟아오른 뒤에 잇따르는 정적잠시 후 승리감에 찬 무리의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오고 이내 와인 잔을 부딪치며 제자’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하는 사람들그때 존 릴이 다가와 피비의 어깨를 감싸며 말할 테지잘했다고하지만 머지않아 다시 행동해야 할 때가 올 거라고조금 더 나가야 한다고……윌은 피비가 왜 그곳에 있어야만 했는지 이해하고 싶지만그날 이후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정작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지만돌아올 길이 없는 물음만 상상 속에 실어 보낼 뿐이다.

 

 

 

인센디어리스(Incendiary의 복수형): 방화의불을 지르기 위한선동적인

 

 

 

  폭발하는 에너지를 담은 강렬한 표지컬트 종교와 테러라는 소재를 활용한 과감한 시도,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주목받는 작가 4에 선정된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첫 데뷔작이 3박자의 조합만으로도 이목을 끄는 인센디어리스는 이미 애프터 양과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 연출로 드라마화가 결정되어 화제성·작품성을 입증한 작품이다소설 속에는 회복되지 못한 상처를 짊어진 불안한 영적 존재들어디에도 이해받지 못해 여기저기 외로이 떠도는 청춘들이 등장한다이들은 자신의 영혼을 품어줄 구원의 대상을 찾아 나서지만 끝없는 상실과 위태로운 욕망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귀속되지 못한다한때는 하나님에게 삶을 맡기겠다는 생각으로 신앙에 몰입했으나 가장 필요한 순간에 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뒤로 신앙을 버린 윌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피아노 신동으로 자라났으나 목표를 상실한 뒤 충동적으로 살아가는 피비이들은 사랑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고자 하지만대충 무마하거나 결정적일 때 입을 다물어버린 진실 때문에 서로의 육체만을 그러안고 있을 뿐이다바로 그 무렵한 낯선 남자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신앙을 갈구하는 자들의 지도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수수께끼 같은 남자존 릴이다.

 

 

 

기다렸다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근육이 경직된 채 나는 일어났다그때부터 내게 하나님 모양의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메워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피비에게 말할 걸 그랬다내가 그리스도에게 신물이 났던 까닭은 오히려 그분을 사랑하기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내가 지어낸 유령을 잃고서 마치 진짜를 잃은 것처럼 슬퍼했기 때문이었다고. / 65p

 

 

그는 이야기를 들었다옥상에서 열린 신입생 파티 때 피비는 떨어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11층 높이에서 공중곡예사처럼 두 팔을 벌리고 난간 위를 걸었다고 했다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살았다매번 요란하게증거를 남기듯 폭소하면서그는 수소문을 했다피비는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그러나 이 또한 모두 활용할 수 있었다사람들이 남들 앞에서 내세우는 모습은 그들의 실제 자아만큼이나또는 그보다 더욱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 99p

 

 

 



 

 

 

 

  이 삶을 낭비하는 게 지겨워지면 연락하세요존 릴은 피비에게 쪽지 한 장을 내민다그는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자들이 서울로 도망치는 것을 돕는 일을 하다 북한 공작원에게 붙잡혀 수용소에 갇힌 적이 있다고 말한다억류된 지 세 달이 지났을 때 얼어붙은 강을 건너 겨우 살아 돌아왔지만 수용소에서의 충격적인 기억을 잊지 못한다그는 그곳에서 터무니없는 이유로 벌을 받으면서도 친애하는 수령을예수 그리스도를 믿듯 폭군을 믿는 수용소 사람들을 바라보며 신앙에 대해 생각했다 한다어디에든 누군가의 지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라고다만 독재자가 자기 제자들이 믿는 만큼 올바른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큰 것을 성취할 수 있겠느냐고만약 그가 그들을 사랑한다면……한때 신앙에 신실했던 윌은 존 릴의 이야기 곳곳에서 예의 사이비 종교에서 발견되는 거짓말의 징후를 읽곤 하지만자기 자신의 구원하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존 릴의 종교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피비를 붙잡기란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변했어요변하는 게 가능하더라고요종종 존 릴이 즐겨 하던 말을 생각했어요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듯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다고 믿을 수 있다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그는 말했죠사랑이란 단지 잘 상상하는 것입니다. / 200p

 

 

존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고통의 밖이 아니라 그 안에 함께 거하신다고 말했어요내가 상처 입힌 사람들을 되새기고 내가 실패한 시간들을 열거하는 일은 곧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해요그리스도께서 내리는 정화의 불길은 고통이 아니라 죄예요모든 상실에는 보상이모든 악에서는 용서가 포함되어 있지요사실 그대로 말하자면 나는 사고를 냈고사람들이 차를 들어 올렸고나는 이 죄책감이 내 몫이라고 주장하는 거예요만약 주님을 믿는 이들에게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만약 내가그리고 여러분이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면여러분과 내가 얼마나 강해질지 생각해보세요. / 242p

 

 

그들은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싸우기로 맹세했고그는 신앙이 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신앙은 손 한 번 내밀어서 고스란히 받아 쥘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비록 긴 햇살이 발치에서 아첨할지라도수북이 쌓인 잔해들 사이에서 억지로 끄집어낸 전리품이요힘겹게 쟁취한 보상이었다다가올 전쟁은 성스러운 치유가 될 것이고순수한 이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 256p

 

 

 



 

 

 

 

  우리는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는 없었던 걸까이제 윌은 가까이 있었음에도 서로를 알지 못했던 피비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때의 마음을 되짚어본다화해하지 못한 과거채워지지 않는 결핍서로의 본심에 다가갈 수 없어 그저 부유했던 관계의 어리석음을 그때 제대로 직시할 수 있었더라면 선동된 믿음의 환대 앞에서 마냥 무기력하지는 않았으리라다만늦게나마 피비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이해를 시도해봄으로써 윌은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얻어 볼 뿐이다.

 

 

 

  이처럼 인센디어리스는 컬트 종교에 연루된 여성과 그녀를 사랑한 한 남성의 엇갈린 진심을 담고 있지만상실을 복구하고 상처를 회복할 길이 없어 고립되고만 모든 청춘들의 초상이다여기에 이민자성소수자성폭력낙태라는 사회의 무거운 주제들까지 섬세하게 아우를 줄 아는 작가의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컬트 종교광신폭력테러는 우리 사회의 가장 불온한 존재이지만 이 역시 인간의 산물임을 비추어보면이 소설은 그 이면에 가려져있는 인간의 감수성에 대한 이해를 잊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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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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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오랜 세월 사랑하고 연대하고자 했던 모든 여성들을 위한 한 편의 신화다!

오드리 로드의 별빛 같은 언어에 빚을 진 이유로나는 그것이 실현되고 있는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자미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시인흑인이자 페미니스트이며 레즈비언으로 평생 인종주의와 성차별동성애혐오에 맞서 싸운 전사이자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던 오드리 로드의 자전신화다니그로슈바르츠다이크 등 그 시대에서 가장 불온한 이름으로 불려야 했던 유색인종이자 소수자의 딸로서흑인이자 여성이자 동성애자로 사는 것이 형벌이었던 시대 속에서, ‘지배자의 도구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결연히 나아가고자 했던 그녀는 놀랍게도 분노나 저항이 아니라 사랑을 이야기한다.

 

 

 

  “내가 사랑한 여자들은 저마다 나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내 목소리에 담긴 힘을멍든 살갗의 수포 아래서 문득 거품을 일으키듯 부풀어 오르는 강인한 나를 만들어준 이들은 누구인가내 생존의 상징들을 만들어준 이들은 또한 누구인가? ‘오늘의 나라는 여성이 되기까지 나는 어떤 이들에게 빚을 졌는가질문하고 확인하고부서져도 무너진 것들을 다지며 끊임없이 자신만의 집을 지어나가려 했던 여정 속엔 오직 사랑만이 가득하다껴안음으로써 몸에 새겨진 사랑의 흔적그 고유의 힘으로 불가해한 역사를 뛰어넘고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한 흑인여성해방운동가의 분투기가 아닌 아주 오랜 세월 사랑하고 연대하고자 했던 모든 여성들을 위한 한 편의 신화가 된다.

 

 

 

마디빈프렌딩자미(서인도제도의 속어로

레즈비언을 지칭하는 단어다), 캐리아쿠 여성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은 그레나다의 전설이며,

그들의 힘과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 29p

 

 

 

  오드리 로드는 줄곧 자신의 정체성이 캐리아쿠의 여성들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다어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캐리아쿠 여성들은 바다로 나간 남편 없이도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생존에의 힘을 키울 줄 알았으며이웃하는 여자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서로를 사랑함으로써 함께하는 삶을 영위했다문을 열면 상쾌한 아침과 뜨거운 정오에 풍기던 과일 향기가 달큼하게 밀려들어오던 그 신비로운 낙원에서여성들의 강한 연대 속에서 단단하게 성장했던 나의 어머니그래서 오드리 로드는 자신 역시 어머니처럼 강한 여성이 되기를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진 가장 강하고 풍부한 면모들을 받아들여 지구가 언덕과 산봉우리를 품듯 자신의 몸에 골짜기와 산맥이 공존하기를 바랐다그렇게 오드리 로드는 지도 위에 포착해내지 못한목을 졸라 교과서의 페이지 사이에 가두지 못한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그들만의 공간 캐리아쿠를 늘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상상이 무너진 자리에는 늘 소음과 흥건한 땀으로 가득한 할렘의 현실이 눈앞을 어지럽혔다인종봉기 이후 할렘의 똥통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바로 그곳에서 이민자로흑인으로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통제 불가능의 연속이자 결코 단순해질 수 없는 삶의 반복이었다어머니와 아버지는 미국에서 흑인들이 겪는 현실과 미국의 인종주의라는 엄연한 사실로부터 아이들을 가장 안전히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그것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거나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을 택했다백인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그들이 품은 악의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마치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 일들이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것처럼하지만 세인트캐서린학교에 입학한 최초의 흑인 학생이자 반에서 제일 똑똑한 학생이라는 자부심 따위가 반장선거에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니그로에게 집을 빌려주는 신세가 됐다는 허탈감 때문에 집주인이 자살을 한 일을 전교생 모두가 알게 되었다면인종주의란 결코 무시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일찍이 알아버린 그녀는 내 심장은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를 그리느라 아프고 또 아팠다고 자신의 유년시절을 고백한다.

 

 

 

나는 어둠 속 내 자매들 옆에 눕는다길에서 나를 알아보지도 인정하지도 않고 스쳐 지난 자매들이 중 얼마만큼이 벗겨지지 않는 보호용 마스크의 역할을 맡은 거짓 자기부정이고또 얼마만큼이 우리를 갈라놓고자 계획된 증오일까? / 103p

 

 

나는 젊고흑인이고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게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한다대체로 내가 진실과 빛과 열쇠를 지니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괜찮았지만그럼에도 대체로 순전히 지옥 같았다.

우리한테는 어머니도 자매도 영웅도 없었다우리는 아마존의 자매들처럼다호메 왕국에서 가장 외딴 전초기지의 기수들처럼뭐든지 홀로 해내야 했다우리젊고 흑인이고 괜찮았고 동성애자였던 우리는 점심시간에 속마을을 털어놓을 학교 친구나 회사 동료 하나 없이 첫 실연을 이겨내야 했다우리가 행복하고 비밀스러운 미소를 짓게 하는 그 이유를실재하는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줄 반지가 없었듯우리의 실험실 보고서나 도서관 문서에 얼룩지는 눈물에는 어떠한 이름이나 이유가 주어지지도공유되지도 못했다. / 306p

 

 

 



 

 

 

 

  하지만 오드리 로드는 어머니의 망명지였으나 이제는 어머니가 아는 것보다 거리 구석구석을 더 잘 알게 된 이 나라에서 그저 쓰라린 감정이 아니라 생산적인 소득을 얻고자 마음먹었다집을 떠난 뒤 그녀는 자신을 살아가게 해주는 여성들을 만나며 그들로부터 다른 사랑을 배웠다아픔이 무감각보다 낫다는 것을 가르쳐준 낙인찍힌 자들’, 사랑만이 지속된 결핍의 아픔을 치료해줄 수 있을 거라 믿는 굶주린 여자들한데 모이면 뇌우가 되어 터지는 요소들처럼 짧은 시간이지만 흠뻑 젖은 채 하나가 되어 에너지를 교환하고 전류를 나누었던 연인들그들은 비록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불안전한 존재들이자 혐오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적대적이기만 하던 세상 속에서 서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행위만이 자신들을 살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그렇게 유색인종이자 레즈비언이기도 했던 오드리 로드는 관계와 그들과 나누는 사랑’ 속에서 자신을 재정의하고그들로부터 얻은 반향의 힘을 타투처럼 정서에 새겼다. 20년 뒤 여성운동에서 새로운 개념으로서 등장하게 될, ‘상호지지라는 관계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그 안에서 탄생되었다.

 

 

 

우리는 스스로가 유별나고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을우리가 사용하는 특이한 잉크와 깃펜을 자랑스러워하는 낙인찍힌 자들이자 과격한 주변인들이었다고지식한 무리를 조롱하는 법을 배웠고우리가 가진 집단적인 편집증을 퇴학당하지 않을 선에서 멈출 수 있는 본능적인 자기보호에 이르도록 계발시켰다모호한 시를 쓰고불복종의 전리품인 우리의 괴상함을 아끼고 사랑했으며그 과정에서 고통과 거부가 상처를 준다는 걸 배웠지만그럼에도 그런 것들이 치명적이지는 않으며또 피할 수 없기에 쓸모 있다는 걸 배웠다우리는 아픔이 무감각보다 낫다는 걸 배웠다그 시절엔 괴로워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우리는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을 미덕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기에 낙인찍힌 자들이 되었다. / 141p

 

 

나는 유령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나는 살지 못한 삶들의 희망이었고

나는 텅 빈 공간 그리고 텅 빈 빵 광주리 안 공간이

남긴 사고의 산물이었고

나는 태양을 향해 뻗는 손

위안을 구하려 까맣게 타들어간……

 

그리고 애도의 나무 위에 그들이 날 매달았네

성난 사람들의 길 잃은 감정이

나를 매달았네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죽어갔는지

얼마나 오래 불멸로서 버텼는지

잊은 채로

내가 얼마나 쉽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잊은 채로.

 

1952년 4월 20일 / 203p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자신들에게 유리하지만 우리에게는 해가 되는 방식으로 우리를 정의하고 말 것이라 했던 오드리 로드그 별빛 같은 언어에 빚을 진 이유로나는 그것이 실현되고 있는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만의 불꽃을 빛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책이 부디 귀한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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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피아 3 : 엽기 상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400가지 사실들 팩토피아 3
케이트 헤일 지음, 앤디 스미스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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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팩토피아를 모른다고뭐해빨리 팩트의 세계로 놀러와!

진짜 괴이하고 별나지만 알아두면 지식이 번뜩이는 어린이 백과사전!

아이 학교 가방에 챙겨 넣어주면 친구와 함께 깔깔 웃으며 읽는 재미가 두 배로 더 커지는 책!

 

 

 

  세상의 놀랍고 신비한 지식만을 쏙쏙 담은 신개념 어린이 백과사전팩토피아.

  다채로운 잡학 상식으로 꽉꽉 채워져 있던 1권과 2권에 이어, 3권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줄 괴이하고 별난 엽기 상식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이번 3권에서는 대뜸 우리에게 단단히 주의할 것을 경고한다불쾌하고질척대고끈적거리고오싹하고근질거리고역겨운 사실들로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동물과 식물학문스포츠역사엽기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누구도 예상치 못한 엉뚱한 방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엽기 상식들에 금세 혀를 내두르게 될 테지만무척이나 기발하고 놀랍고 특별한 팩토피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테니 기대해보시라!

 

 

 

팩토피아에 또 왔구나반가워!

만나자마자 경고부터 해서 미안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야.

이번 여행에서는 비위 상하는 일이 많을 테니까.

어떤 것들이냐고?

이번 엽기 팩토피아 여행에서 너희는 끔찍한 변기구역질 나는 세계 기록멀미할 것 같은 구토징그러운 역사를 만나게 될 거야.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긴장해야 할 걸? / 6p

 

 

 

  그럼 어디 샛길을 따라 162쪽으로 바로 넘어가볼까? 162쪽 ’ 편에서는 머리가 두 개인 뱀을 만날 수 있다머리가 두 개라니대번에 얘들은 샴쌍둥이인가봐.” 하고 말하는 우리 집 둘째의 눈은 벌써부터 반짝인다머리가 두 개인 뱀은 먹이를 두고 다투거나 심지어 서로 잡아먹으려고 한다지결국 한 몸인데 서로 다투는 모습이라니한 몸에서 태어났어도 더 잘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은 어쩔 수 없나보다. 114쪽의 ’ 편에서는 개에 관한 놀라운 습성을 발견할 수 있다개는 보통 북쪽이나 남쪽을 바라보면서 똥 누는 걸 좋아한다고지구의 자기장에 예민해서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과학자도 모른다고… 그럼 오늘부터 개가 똥을 누려고 할 때면 어느 방향으로 누는지 자세히 살펴볼까?

 

 

 




 

 

 

 

엄마와 아이가 함께 꼽은 재미있고 유용한 상식들

 

 

토사물과 파르메산 치즈의 냄새는 같은 화학 물질에서 나는 거야.

어디어디냉장고에 있는 파르메산 치즈에서 정말 토사물과 같은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러 가볼까왠지 냄새를 맡고 나면 못 먹을 것 같지 않아크크.

 

플라스틱을 먹고 소화하는 미생물이 발견되었어어쩌면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해 줄지도 몰라.

세상에플라스틱을 먹고 소화하는 미생물이 있다니그러고 보면 자연은 참 위대한 것 같아인간이 버린 쓰레기마저 소화해내는 능력이라니무척이나 고마운 존재지만 이들이 소화해내기 벅찰 만큼 많은 플라스틱을 버려서는 안 되겠지?

 

과학자들이 그러는데 지구에 있는 모든 물은 공룡이 한 번씩 마시고 쉬한 것이라네?

뜨억그럼 지금 내가 마신 물이 공룡이 쉬한 물이야?

 

달팽이는 이빨이 수천 개나 돼다 셀 수는 있을까?

정말우리 팽팽이(집에서 키우고 있는 달팽이이빨이 이렇게 많았어잘못 만지면 물리는 거 아니야?

 

런던에 사는 한 남성은 17킬로그램이 넘는 구더기를 자기 입으로 옮겨서 세계 기록을 세웠지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여성은 발 냄새 맡기 세계 기록을 세웠어발 제품을 테스트하느라 5,600명의 발 냄새를 맡았다지 뭐야.

아니대체 이런 건 왜 하는 거야구더기를 대체 왜 입으로 옮기냐구발 냄새는 또 왜 맡는 건데세상엔 별난 기록이 참많다많아!

 

 

 




 

 

 

 

  『팩토피아』 시리즈의 장점은 어린이들의 시각적 재미를 자극하는 삽화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인데이번 엽기 상식’ 편에서는 그 재미가 배로 늘어난 듯하다또 브리태니커의 검수를 받아 참고 자료 및 사진 출처까지 하나하나 표기되어 있으니 우리 아이에게 믿고 권할 수 있는 책이라 좋다여기에 3~6학년 사회과학음악미술체육 교과 연계까지 가능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아울러 팩트력이 쑥쑥 올라가는 초성 퀴즈와 알쏭달쏭 OX 퀴즈팩트 꼬리 물기단어 찾기와 빙고 게임낱말 퍼즐 등 다양한 퀴즈 놀이로 독후활동까지 마무리할 수 있으니 재미와 상식지식 모두 챙겨갈 수 있는 책을 찾으신다면 팩토피아』 시리즈를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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