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나이즈미 렌 지음, 최미혜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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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으면 하는 책

책 한 권이 독자에게 오기까지, 장인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놀라운 여정을 담아내다!

 

 

 

   나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오늘은 조선의 사대부가를 엿보았다가 내일은 유럽의 어느 한적한 뒷골목을 누비고, 세상 어디에도 없을 고약한 할머니의 눈총을 피해 달아나다가 어느 사이에 살인의 누명을 쓰고 달아나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추적하며 제멋대로 시공간을 누빌 수 있는 이 놀라운 판타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책의 한 페이지와 한 페이지를 넘나드는 간극 속에 존재하는 페스티벌은 나를 늘 춤추게 한다. 조금은 과장스럽게 표현한 듯 하지만 이것이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이며, 나를 생동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유년시절의 내겐 장난감이라든지 요즘 아이들 방이라면 흔하게 있을 법한 것들이 없었다. 그래서 아빠의 책장에 꽂혀 있는 백과사전 혹은 위인전기집과 근처 외가에서 살고 있는 사촌언니 책을 훔쳐 읽는 게 유일한 놀이감이었다. 단발머리의 소녀가 되었을 때는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까지 걸어갈 수가 있어서 그곳에 틀어박혀 지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도 했다. 책이 좋았던 나는 결국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훗날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지방의 작은 출판사이긴 했지만 취직을 하여 책을 만들고 이윽고 책을 판매하는 서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지금껏 나의 일상을 채운 것은 결국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마주한 순간 마음을 덜컥 사로잡혔다. 책을 사랑하고, 책과 함께 하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책을 쓰고 만들고 판매했던 나의 경험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쩌면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면들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 꼭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마법이며 책은 그 마법을 저 너머에 숨겨둔 수평선이다. / 39p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는 일본에서 논픽션 작가로 활동 중인 이나이즈미 렌이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서점을 찾아다니며 취재하던 중 해일로 인해 서점과 책이 쓸려가고 망가져도 다시 서가의 책을 재정비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본 뒤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끝에 탄생되었다. 사실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기술이 요구되는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때문에 이 책은 그러한 수고와 정교한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 속에 묻어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담은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 뒤에 담겨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중 책의 가장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는 동화작가 가도노 에이코다. 저자는 특별히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이 책에서 아이를 위한 작품을 쓰는 사람을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이가 제품으로서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과 그런 제품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는 작가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책에 담고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나 역시 아이가 태어나 책과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는 그 첫 경험을 아름답게 밝혀주는 것은 부모와 이야기 작가 공동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기쁨을 선물하기 위한 동화작가로서의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한때 동화 쓰기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아이들이 읽을 책이니 대충 쉽고 재미있게 쓰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순간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우리 어렸을 땐 책이 귀해서 모두 활자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고부터는 이와나미문고였나 뭐였나, 뜻도 모르면서 한자 옆의 히라가나를 더듬어가며 읽곤 했지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산더미 같은 활자와 정보에 배가 잔뜩 불러 있잖아요? 배가 부른 아이에게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하는 건 참 힘든 일이죠.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던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읽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책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작가의 책임은 무거운 거예요." / 22p

 

 

 

   다음으로 번역서 저작권 중개자인 에이전트 다마오키 마니미를 소개한다. 그녀가 일하는 터틀모리 에이전시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번역서 중 약 60퍼센트를 계약으로 연결시키며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에이전시라고 한다. 이들은 일종의 저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편집자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는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는 저작권 에이전트라 불리는 사람이 작가를 발굴하고 출판사에 기획된 원고를 판매하며 원고료 교섭까지 담당하면서 유망한 저자와는 두 번째 작품 이후의 경력 설계까지도 함께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번역서 저작권 중개를 통해 세계의 지식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꽤 흥미롭게 읽혔다.

 

 

 

"수없이 많은 목록 중에서 출판사나 편집자가 원하는 작품을 선택해 소개하는데, 중요한 건 그 작품을 국내 상황에 어떻게 접목시킬까 하는 거예요. 아무리 훌륭한 원고라도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별로 흥미롭지 않은 것도 많거든요.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에이전트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 51p

 

 

 

 

 

 

   이어 책의 가치를 그늘에서 떠받쳐주는 주역이며, 평상시에는 독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출판문화의 기반 역할을 하는 교정 교열자 야히코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교정 교열은 대단히 고독한 작업이다. 옆에 원본 원고를 놓고 다른 한쪽에는 교정쇄를 둔 뒤 일일이 대조하는 단순 작업에서 비롯하여 각종 사전이나 인명사전, 인터넷 등으로 오류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는 수준 높은 능력을 요구한다. 단순히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문장의 모순점과 구성상 어긋남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데서부터 핵심이 되는 문장 속 고유 명사, 연대적인 기술, 계절적인 기술, 시간적인 기술 등을 살피는 꼼꼼함까지 요구되니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교정 교열이 점점 비생산적인 일로 분류되어 출판사에서 이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을 산다. 하긴, 나만 하더라도 책을 읽는 도중 오탈자가 빈번하게 눈에 띄는 책은 일단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데, 전문 교정 교열자 개발을 축소하려는 지금의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열부야말로 출판사의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는 야히코의 메시지를 깊게 새겨볼 일이다.

 

 

 

 

 

 

   다음으로 책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게 만드는 서체 개발자 이토와 북디자이너 구사카 준이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장정, 종이, 글자의 간격 등 책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책은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자립한다. 또한 "진열대나 서가의 풍경은 시대의 공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그들의 사명감과 열정은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인프라의 결정체인 제지 공장과 활판인쇄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다니야마 죠스케, 일본 최초의 제본 마이스터 아오키를 통해 한 권의 책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이들의 엄청난 노력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인 정신에 감탄하게 된다.

 

 

 

"요즘에도 디자이너와 편집자, 그리고 저자가 계속 논의해가면서 책을 만드는 게 좋아요. 전자서적이 주류가 될 거라느니 이러니저러니 하지만 그것만이 종이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역시 책이라는 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고 다양한 생각도 있어야 하겠지만 소세키의 책을 보다 보면 적어도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아름답지 않으면 책이 아니라고요." / 142p

 

 

"적은 부수라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권, 그 사람에게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한 권을 만들려고 할 때 제본 기술이 잊혀진다면 책을 둘러싼 소중한 세계는 사라져버릴 겁니다. 거기에는 아직 심오하고 우리 마음에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 / 266p

 

 

 

   책 한 권에 실려 있는 묵직한 감동은 단순히 이야기 자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나의 서가에 숨 쉬고 있는 이 놀라운 공기의 무게감이 오늘따라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름답지 않을 수는 있어도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쭉 책을 사랑하고 또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늘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고를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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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천재가 된 홍 대리 - 딱 6개월 만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법 천재가 된 홍대리
문정아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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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아 중국어의 핵심 교육법을 이 책 한 권에 다 담았다!

소설처럼 쉽고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익혀지는 중국어 학습법!

 

 

  한때 번역가를 꿈꾼 적이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고, 실력만 받쳐준다면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욕심을 낼 법도 했지만 어쩌다보니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나는 왜 진작 외국어 공부를 진득하게 하지 않았을까. 마음 같아서는 그저 일상 회화 아니, 해외여행이나 마음껏 다녀올 수 있을 만큼 되어도 감지덕지겠다 싶었다. 더군다나 아이가 커가니 사교육에 의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기초 영어를 비롯하여 스페인어나 중국어와 같은 다른 외국어까지도 함께 익혀둘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 하나둘씩 교재를 찾아보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생각보다 너무나 많아서 무엇을 봐야할지 막막했다. 이제 와서 시험을 치를 때처럼 문법과 독해 위주의 학습을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일일이 학원을 찾아다니며 스피킹 수업을 듣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평범한 주부가 효율적으로 외국어 학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라디오 방송을 들어볼까, 회화 책을 사서 공부할까, 어떤 책은 영화 한 편을 통째로 익히는 방법을 권하기도 하지만 시중에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외국어 공부 방법을 맥락 없이 시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나는 외국어 학습법에 관련된 도서를 먼저 찾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법을 먼저 익혀야 하듯 외국어를 잘하려면 외국어 학습법을 먼저 익히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저절로 말문이 터지는 마법의 공식

 

 

   중국어 교재를 조금이나마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중국어 대표 강사로 소문난 '문정아'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기다 홍대리 시리즈라니. 이미 다수의 영역에서 소문난 베스트셀러 시리즈인 만큼 <중국어 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제목의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회화 교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중국어를 친근감 있게 느끼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주는 중국어 학습법에 관련된 도서이기에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국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 의류업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홍 대리가 상사인 박 팀장으로부터 6개월 안에 중국어를 마스터하라는 특명을 받는다. 단 6개월 만에 어떻게 중국어를 마스터한단 말인가! 이때부터 어떻게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중국어를 잘 하는 최 선배가 추천한 빽빽이식 공부법과, 중국어 단기 회화 인터넷 강의도 끊어보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간다. 결국 중국어의 대가로 소문난 문정아 소장의 강연회를 찾아가 그녀의 강의를 들은 후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자신의 멘토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저는 중국어를 공부하는 과정이 꽃나무를 키우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어려운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목적한 곳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 길어서 힘들다고 벚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지 않겠다며 파업을 하던가요? 우리가 중국어를 공부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벚나무가 어떤 상황에서도 꽃을 포기하지 않듯이 '내가 목표한 지점까지는 반드시 가겠다는 의지' 말입니다." / 51p

 

 

 

 

 

 

   이렇듯 <중국어 천재가 된 홍대리>는 중국어라고는 "니 하오"밖에 몰랐던 홍 대리가 문정아 소장을 만나면서 그녀를 통해 단계별, 수준별로 익혀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소설책을 읽듯 홍 대리가 중국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중국어와 친근해지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을 것인지 저절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중국어는 한국인이 배우기에 최적화된 언어입니다!

 

 

 

   문정아 소장이 추천하는 중국어 공부법의 첫 단계는 일단 쓰면서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서 발음해보고 자연스럽게 익혀보는 것이다. 언어를 배울 때는 반복해 쓰는 것보다 반복해 말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발음부터 정확히 하는 연습을 통해 일단 중국어의 뿌리를 다지고 나면, 패턴 중국어 연습으로 나무의 중심이 되는 줄기를 세우고, 나무가 가지를 치듯 확장 중국어 연습을 통해 하나씩 덧붙여 가며 문장을 다채롭게 확장시켜나간다면 중국어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단어를 따로따로 외우기보다 "간식을+먹다", "커피를+마시다"와 같이 짝을 이루는 문장은 아예 통으로 외울 것을 권하고, 단어를 외울 때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암기한다면 연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추천한다.

 

 

 

 

 

 

   이 외에도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를 보며 문장에 대한 재미와 이해를 높이는 방법, 원페이지 학습법, 학습 다이어리 쓰는 법, SNS를 통해 시대상을 반영한 최신 신조어를 익히는 법 등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학습법들을 소개한다. 책의 말미에는 중국어 필수 회화와 중국어 비즈니스 회화, 중국어 여행 회화 및 단어를 모두 담은 "마법의 문장 300"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외출할 때 들고 다니면서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녹음해서 들어보기! 이게 정말 효과적인 방법인데, 사실 이 단계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이때 정말 강조하고 싶은 팁이 하나 있는데요. 꼭 스스로 노래 부르는 것을 녹음해서 들어보세요. 내가 낸 발음이 어떤지, 성조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속도가 너무 느리진 않았는지 주의 깊게 들어보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은 후에 다시 녹음해서 들어보는 일을 반복하면 말 그대로 실력이 쑥쑥 는답니다." / 191p

 

"두 번째 이야기는 중국어를 공부할 때 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중국어를 배우면 중국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듯이, 중국 사람들도 한국어를 배우면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죠.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언어 공부의 핵심이에요." / 322p 

 

 

 

 

 

 

   문정아 소장이 홍 대리에게 했던 말 중 "언어는 완벽하려는 충동을 억제해야만 실력이 느는 법이다"이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김영철과 타일러가 진행하는 영어 팟캐스트에서도 영어를 곧잘 하게 된 김영철이 타일러를 통해 진짜 미국식 영어를 새롭게 배워가는 것을 보고 언어는 늘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숨에 익히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많이 익혔다고 자만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더욱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빨리 배우려고 애쓰다가 지쳐서 게을리 하게 된 지 벌써 여러 번이었기에, 이번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무엇보다 꾸준히 책에서 일러준 방식을 몸으로 익혀봐야겠다. 외국어 공부가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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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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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종교와 권력의 이면을 사실적인 묘사와 놀라운 서스펜스로 그려낸 거장의 소설!

 

 

   "세데 바칸데(Sede Vacante). 이제 교황의 자리는 공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 중에 한 명인 교황의 선종을 선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로마 고대 시대를 다룬 대작 <폼페이>와 더불어 <임페리움>, <루스트룸>, <딕타토르>로 로마사 3부작을 통해 히스토리 팩션의 거장으로 불리는 로버트 해리스가 이번에는 콘클라베를 둘러싼 종교 스릴러로 돌아왔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vis). '열쇠를 지니다'는 뜻으로 카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정하는 추기경단의 선거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로버트 해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 중의 한 명을 선출하기 위한 이 콘클라베를 중심으로, 기막힌 서스펜스와 반전으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또 한 편의 놀라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차기 교황 선정을 둘러싼 이해와 갈등, 종교의 본질을 들여다보다

 

 

 

   전 세계 117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교황의 선종으로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가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다음 교황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심리전이 벌어질 것이며 본격적인 승계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추기경단의 단장인 75살의 로멜리는 갑작스레 선종한 교황으로 인해 정신이 황망한 가운데, 하나둘씩 모여드는 117명의 추기경단을 보며 자신이 콘클라베를 조직하고 이끌어가야 할 중대한 임무자임을 실감하게 된다.

 

 

 

   차기 교황으로 유력해 보이는 추기경은 네 명. 현 국무원장으로 늘 초연하고 냉정하며 지적인 이미지로 진보주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벨리니, 나이지리아 출신의 추기경으로 최초의 흑인 교황이 될지도 모르기에 언론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아데예미, 사도궁무처장으로 방송 매체를 잘 활용하는 활발한 정력가 유형의 트랑블레, 베네치아 총대주교로 극보수주의를 지향하며 생전에 교황과 벨리니를 상대로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테데스코까지. 벨리니는 자신이 교황이 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나머지 추기경들은 교황이 되기 위한 야욕을 심심치 않게 내비춘다. 로멜리는 이들을 보며 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죽은 교황도 누누이 허영과 호기심, 악의와 험담의 죄들, 사악한 방해꾼을 향한 경계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때문에 로멜리는 경쟁과 혼란으로 점철될 양상으로 보이는 콘클라베가 통합과 관용의 미덕을 지닌 훌륭한 교황의 선정을 이끌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곳이 방주로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란의 파도에 휩싸인 방주. / 53p

 

 

 

   그런데 모든 추기경들이 도착한 줄로만 알았던 로멜리 앞에 목록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다. 교황은 최측근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추기경을 선임할 수 있다 권한이 있는데, 살아생전 교황이 이 의중 결정 추기경에 임명한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바그다드 대주교, 빈센트 베니테스였다. 왜소하고 사회적, 사교적으로 어딘지 어색해 보이는 그이지만 무장한 이슬람교인들 사이에서 안전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보여준 만큼 콘클라베에서도 서서히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 선교사-사제가 왜 그렇게 교황 성하의 마음을 끌었는지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신을 만나고 싶으면, 안락한 제1 세계 교구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가난하고 가장 절박한 곳으로 가야 한다. 그분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주님을 만나고자 한다면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든 나를 따르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을 포기하고 날마다 십자가를 질지어다. 목숨을 부지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해 삶을 버리면 구할 것이니라. / 93p

 

 

 

 

 

 

   과연 이 118명의 추기경들 중 누가 차기 교황 즉, 신의 성배를 받을 것인가. 전 세계가 콘클라베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삼엄한 경계 속에서 마침내 첫 번째 선거가 이뤄진다. 소설은 콘클라베가 이뤄지는 시스티나 대성당을 중심으로 로멜리의 시선을 통해 엄중한 투표 과정과 추기경들의 움직임 혹은 짐작 가능한 그들의 내밀한 속내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나간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두 번째, 세 번째, 계속해서 이어지는 투표 과정 동안 묻혀 있었던 후보자들의 비밀과 죄악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투표의 향방이 어디로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반전으로 인해 소설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 교회에 봉사하는 동안,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종국에는 확신을 두려워하시지 않았던가요? '주여, 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십자가에서 9시간을 매달리신 후 고통 속에서 그렇게 외쳤죠. 우리 신앙이 살아 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 120p

 

 

힘내게나, 레이. 이 엄청난 걸작을 봐. 기막히게 예언적이지 않은가? 그림 끝에 어둠의 장막 보이지? 예전엔 그저 구름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까 연기가 틀림없구먼. 어딘가에 불이 났어. 가시권 너머일 텐데 미켈란젤로가 감추려 한 걸 보니…… 폭력, 전쟁, 갈등의 상징일까? 그리고 베드로가 고개를 똑바로 들려고 애쓰는데…… 자네도 보이지? 지금 거꾸로 처박힐 지경인데 왜 저러고 있을까? 지금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에 굴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안간힘을 써서 자신의 신앙과 존엄성을 보이려는 게지. 세상은 문자 그대로 뒤집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을 유지하고 싶은 걸세. / 308p

 

 

 

 

 

 

   수차례의 투표를 통해 최종 합일점에 도달하기까지 소설은 우리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를 치룰 때 의례 그러하듯 이 또한 정치색에서 벗어날 수 없는 종교의 불편한 이면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이 한계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종교 그 자체가 지녀야 할 신념과 관용, 포용의 미덕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신론자에 가까운 나조차도 종교가 인류에게 어떠한 믿음을 보여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소설은 지양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지적 호기심과 더불어 흥미로운 전개로 마지막까지 스토리가 이끌어가는 힘이 탄탄해서 쉽고 재미있게 잘 읽혔다.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독자들이 이 지적이고 스릴 넘치는 소설을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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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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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미완성의 청춘들을 위한 에세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다!

 

 

 

   언제부턴가 사소한 것들에 마음이 이끌린다. 고단하고 팍팍한 삶의 무게를 버티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는 일이 녹록치 않은 탓일까. 사소한 일상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데에서 복잡다단한 현실의 무게를 덜고, 자신의 진솔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청춘들이 많아졌음을 실감하곤 한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청춘들의 SNS를 통해 그와 같은 흔적을 발견한다.

 

 

 

   어느 날, 나는 평소처럼 오늘의 안녕과 당신의 안부를 묻는 수많은 글들을 무심코 지나치다가 거친 일상을 늘 한결 같이 다정다감하게 감싸 안으며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이가 있어 그의 글을 몇 번 찾아 읽어본 적이 있다. 부러 애쓰지 않아 담백해서 좋고, 자신의 이야기인 듯 사소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공감을 얻는, 흔한 듯 흔하지 않은 듯한 글을 쓰는 작가. 바로 흔글이다. 필명이 참 인상적인 까닭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의 SNS 글들을 훔쳐보던 것이 결국 한 권의 책으로까지 만나게 될 줄이야. 괜히 반갑고 또 한편으론 종이로 인쇄된 글자의 감각들이 낯설기도 하다.

 

 

 

 

오늘은 조금 덜 소홀하기를

하루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누군가에게 감동이 되는 사람이기를

 

 

 

 

 

 

   <내가 소홀했던 것들>은 바쁘고 고단하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것들을 후회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금 애정의 온기를 전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감성에세이다. 사랑과 이별, 현실과 꿈, 관계로부터 오는 수많은 고민과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에 안부를 전하고, 결국 한 발을 내딛고 또 뛰어넘어야만 하는 우리의 내일에 담담한 격려를 보낸다. 늘 진취적이고 당당하라고 외쳐대는 세상의 커다란 목소리에 묻혀 정작 사사롭지만 가장 진실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이 없는 우리들을 위로한다.

 

 

 

즐거운 사랑

 

 

(중략) 그러니 누군가가 당신에게 애정을 줄 때는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무심히 바라만 보지 말고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열차를 떠나보내는 미련한 승객이 되지 않고

스스로 정류장이 되어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 34p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

 

 

(중략) 상대의 마음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사라지면 안 된다.

편안함에 가려지면 안 된다.

 

 

어리고 미숙했던, 서로를 잘 몰랐던 그때의 사랑보다

어쩌면 더 많이 알고 있고 친근하다 느끼는

지금의 사랑이 깊이는 더 낮을지도 모른다. / 44p

 

 

 

   돌이켜보면 나는 참 무심한 사람인 것 같다. 누군가는 나더러 한결 같이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서 있는 나무 같다고 하지만,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고 싶지 않았던 거다. 먼저 다가가거나 물러섬도 없이, 주고받는 민감한 감정으로 인해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동요되는 것이 두려운 사람. 내 감정에 솔직해져본 적이 없어서 타인의 솔직한 감정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까 정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고, 반응이 없으니까 상대도 나에게 반응을 해주지 않는 것이란 걸 나는 왜 알면서도 잊고 있었던 걸까.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그간의 무심함을 일깨워본다.

 

 

 

 

 

 

방파제

 

 

(중략) 사람이 이렇게 고민투성이다.

항상 만약의 만약을 생각하고

당장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마음속 방파제를 가득 끌어안고 산다.

 

 

대부분의 파도는 방파제를 넘지 못한다.

간혹 그 방파제를 넘는 큰 파도가 덮쳐온다 해도

그건 더 큰 방파제를 쌓지 않은 내 탓이 아니라

어떤 방파제라도 넘겼을 아주 큰 파도의 탓일 것이다.

 

 

내 탓이 아니라. / 118p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거나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을 때 우리는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마다 방어기제를 작동한다. 어쩌면 마음에 방파제를 쌓는 일일 테다. 흔글은 간혹 방파제를 넘는 큰 파도가 덮쳐온다 해도 그건 더 큰 방파제를 쌓지 않은 내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어떤 방파제라도 넘겼을 아주 큰 파도의 탓일 거라고 말한다. 뭐든 나 때문에,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어난 실수나 사고에 대해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기만 했다면 때로는 그만큼 나에게는 역부족인 일이었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위로해도 괜찮지 않을까.

 

 

 

미완성 인생

 

 

(중략) 기억하자.

우리의 미완성을.

 

 

만약 인생이 퍼즐이라면

지금은 퍼즐을 완벽히 맞출 때가 아니라

아직은 조각들을 모아야 할 때니까. / 295p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함에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완벽함을 자기 자신에게서만 찾으려고 하니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기만 한 것이다. 자신을 너무 성급하게 몰아붙였다면 때로는 페이스를 늦추고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지금은 퍼즐을 완벽히 맞출 때가 아니라 조각을 모아야 할 때니까.

 

 

 

 

 

 

   <내가 소홀했던 것들>을 읽으면서 정작 가장 소홀했던 것은 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에게조차 진실하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데, 하물며 타인의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겠는가. 오늘 하루는 나에게 더 다정할 수 있기를, 그래서 내 사람들을 더욱 너른 마음으로 품을 수 있기를 이 책으로 하여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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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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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의 지식인 이덕무의 삶과 철학으로부터 얻는 진정한 가치!

이덕무의 문장으로부터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온기를 얻다! 

 

 

   두 해 전 겨울,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18세기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 초정 박제가와 더불어 당대를 빛낸 위대한 지식인이지만, 상대적으로 오늘날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덕무의 삶과 그가 담긴 기록들을 조명한 책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18세기 지식인의 기록들을 살펴보는 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은 전형적인 양반 사대부를 벗어나 개성 넘치는 그의 문장과 당대의 풍속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면밀히 살펴보는 재미는 물론, 오늘의 이치에도 닿는 훌륭한 철학을 엿볼 수 있어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로부터 2년 뒤, 이덕무의 문장이 또 다른 한 권의 책으로 찾아왔다. 색감이 고운 복숭아를 담은 예쁜 표지와 함께. 따스한 온도를 품고서.

 

 

 

특별하지 않은 것에서 특별한 것을 아는 것

 

 

   '조선의 국풍', '조선의 시문', '간서치(책만 보는 바보)', '박물학자' 등 이덕무를 수식하는 말은 참으로 많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덕무를 아는 이가 많지 않은 점은 참으로 애석하다. 그는 성리학 담론 속에서만 글을 썼던 당대의 전형적인 양반 사대부 출신 지식인과는 다른 유형의 지식인이었으며 중국 시문을 모방하거나 답습하지 않고 조선의 산천과 풍속은 물론 조선 사람의 정서와 취향을 진실하게 드러낸 보기 드문 문장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생전 진정한 조선의 모습과 자신의 철학을 담기 위해 여러 저서를 남겼는데, <문장의 온도>에서는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라는 두 산문집을 중심으로 읽을수록 매료되고 곱씹게 되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인가?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두 산문집으로 하여금 별반 가치나 의미가 없다고 무시하고 지나쳤던 우리 주변의 사소하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함으로써 삶의 고단함을 달랠 수 있는 위로와 따스한 온기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자연을 취해 글로 표현한 그의 아름다운 문장과 사실적인 묘사를 엿볼 수 있는 '진경 시문의 대가'로서의 면모와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의 아름다움 가운데 하나인 '우언소품의 미학'을 느낄 수 있으며 자연과 사물의 현상을 낱낱이 기록한 '박물학자'로서의 기록까지 살펴봄으로써 읽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거리낌이 없고 자유로운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을 귀하게 여기고,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이를 통해 삶의 철학을 구하고자 한 그의 독서 정신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곳곳에서 그의 문장이 지닌 저마다의 다채로운 온도를 체감하다보면 어느새 내 삶에 온기를 채우는 법에 대해 저절로 깨닫게 된다.

 

 

 

말똥구리와 여의주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 「선귤당농소」

| 비록 상상의 존재지만 우주 만물 중 가장 귀한 동물로 여겨지는 용의 여의주와 가장 미천한 동물로 여겨지는 말똥구리의 말똥의 가치는 동등하다. 이제 우열과 존귀와 시비의 이분법은 전복되고 해체된다. 사람의 시각이 아닌 하늘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주 만물의 가치는 모두 균등하다. 단지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할 뿐이다. / 35p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에는 과거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던 동식물을 통해 천하 만물의 이치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과 세태까지 포착하는 소품문이 아주 많이 남아 있다. 여기에는 개미, 누에, 벌, 말똥구리, 뱀, 족제비, 쥐 등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수많은 동물이 등장하고, 오동나무, 소나무, 매화나무, 봉선화 등 식물에 대한 우화 역시 적지 않게 실려 있다. 그 중 말똥구리와 여의주라는 제목의 문장이 인상적이다. 말똥구리는 용이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고, 용 또한 자신이 지닌 여의주를 자랑하지 않고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다. 이는 자연과 생명과 진화의 세계를 어떤 흑백 혹은 이분법의 논리로 보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아주 미미하고 꺼려하는 것들에서조차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의 숭고한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인간이 자연에게 부리는 이기와 교만을 반성하게 한다.

 

 

 

매화와 유자

매화가 있는 감실 가운데 유자를 놓아두는 것은 매화를 모욕하는 짓이다. 예전부터 매화는 맑은 덕과 깨끗한 지조가 있다고 하는데, 어찌 다른 물건의 향기를 빌려 매화를 돕는단 말인가. - 「이목구심서 2」

| 다른 향기가 더 좋다고 나의 향기를 지우고, 다른 색깔이 더 빛난다고 나의 색깔을 없애려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다른 사람의 향기가 아무리 좋고 색깔이 아무리 빛난다고 해도 나만의 향기와 색깔을 지니는 것만 못하다. / 38p

 

 

 

   언제부턴가 '저 사람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을 스스럼없이 하는 내 자신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없으면 뒤쳐진 것 같고, 다른 집 아이들도 다 하니까 우리 아이도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하는 마음에 계획에도 없던 지출을 하게 된다. 다른 물건의 향기를 빌려 매화의 향기를 덮는 일을 경계하고자 한 이덕무의 뜻이 그 어느 문장보다 강하게 와 닿는 이유다. 마땅히 자신의 향기가 더욱 진하게 퍼져 나가는 곳, 자신의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곳에 자리해야 할 것이라는 저자의 글을 내 마음 속에 진하게 새겨둘 일이다.

 

 

 

이기는 것을 좋아하면 천적을 만난다

편의에 안주하는 사람은 큰 고비를 만나면 어찌할 줄 모른다. 자신이 해오던 대로만 하는 사람은 큰 기회가 와도 붙들지 못한다. 임시방편으로 그때그때를 넘기는 사람은 큰 근심거리를 만나게 마련이다. 남에게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큰 적수를 만나게 된다. 일의 형세가 그렇다. - 「이목구심서 2」

| 편한 것만 좇다 보면 안일함에 빠지기 쉽다.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변화에 둔감해 큰 기회가 찾아와도 잡지 못한다.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면 환난이 쌓이고 쌓여 끝내 큰 위기에 봉착한다. 이기려고만 하다보면 종국에는 천적을 만나 낭패를 겪게 된다. 편안하면서도 안일하지 않고, 옛것에 머물면서도 혁신할 줄 알고, 임시방편에 능숙하면서도 일의 질서를 잃지 않고, 이기려고 하면서도 패배를 용납할 줄 안다면 그야말로 고상한 인덕의 소유자라 할 만하다. / 146p

 

 

 

   부쩍 나를 위한 핑계가 많아진 것 같다. 시간이 없으니까, 아이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이런 말들로 일상에 안주하고, 변화에 덜컥 겁을 내기도 했다. 때문에 몇 번이고 나를 위한 좋은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현재에 만족하고 오늘에 머무르고 말았다. 지금 이대로라면 결국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언젠가 찾아올 기회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기 위해서 나를 단련시켜야만 한다. 핑계란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자.

 

 

 

 

 

 

   문재인 대통령은 "내 청춘을 이끈 힘은 이덕무의 글이었다"고 밝힌 바가 있다. 세상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삶을 변화를 독려하는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나 역시 내 마음과 정신을 이끄는 것은 오히려 18세기를 빛낸 이 조선의 지식인이 쓴 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이덕무의 문장과 더불어 고전연구가 한정주의 번역과 해석이 빛난 <문장의 온도>는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답답한 현실을 위로하면서 성찰까지 가능하게 하는 가슴 따뜻한 책이었다. 혹여 거대한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그의 글이 고루하지는 않을까, 이 책 앞에서 주저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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