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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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신화, 철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서양 문명의 뿌리에 다가가다!

서양 문명을 이해하고 그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는 고품격 라틴어 강의!

 

 

   제2외국어 선택을 앞두고 있었던 학창시절, 영어를 제외하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제2외국어라하면 고작해야 독일어 혹은 일본어뿐이었다. 비전이나 활용도를 생각했다면 일본어를 선택했겠지만 당시에는 입시가 더 중요했기에 나는 상대적으로 익히기 쉬운 독일어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일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즐거움보다,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상대의 문화를 알아가는 데 재미를 느끼기보다, 하나라도 더 정답을 맞히는 데만 급급했던 만큼 빠른 속도로 흥미를 잃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입시 때문이 아니라 라틴어나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와 같이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지금에라도 늦지 않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독학으로 하기에는 어쩐지 막막해서 선뜻 뛰어들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틴어 문장 수업>은 평소 라틴어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입문 도서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외국어 전문 도서들이 워낙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어서 여러모로 선택의 기회가 많아졌지만, 문법과 회화로 바로 뛰어들기보다 관련 언어가 어떠한 배경으로 탄생되었고 또 그것이 언어권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발전되어 왔는지 그 과정이 선행된다면 좀 더 이해와 접근에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틴어 문장 수업>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명문장을 선별하여 기본 문법뿐만 아니라 배경이 되는 로마 제국의 역사와 문화, 철학, 신화까지 수록하고 있으니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어가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러라!

 

 

   라틴어는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제국 중 하나인 로마 제국에서 사용되던 언어이다. 천 년 이상 지속되어 온 로마는 온 유럽을 자신들의 기준, 즉 자신들의 언어와 제도로 재편했다. 그런 점에서 로마 제국의 언어인 라틴어는 서양인들의 정신세계를 투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이에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라틴어를 배우면 좋은 열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영어 어휘의 50퍼센트 이상이 라틴어이다.

2. 현대 학문의 용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이다.

3. 법률과 논리의 언어이다.

4. 인간이 만든 사장 논리적인 언어이다.

5.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언어이다.

6. 전 세계에 라틴어의 후예들이 있다.

7.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되는 언어이다.

8. 기독교의 언어이다.

9.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언어이다.

10. 라틴어를 배우는 것은 자기완성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 15p 

 

 

 

   학자들은 라틴어가 인류가 사용한 언어 중에서 가장 정확하고 논리적인 언어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에서 혹자는 라틴어의 문법이 너무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저자는 복잡한 라틴어의 문법을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라틴어로 기록된 경구, 속담, 격언 등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기본 구조와 알파벳, 그리고 발음에 대한 간단한 설명까지 부록으로 함께 수록해놓았다. 덕분에 하루에 한 문장씩 차근차근 접근해가다보면 라틴어의 실체와 고대 로마인들의 역사, 지혜, 영성, 문학, 철학, 예술, 사랑, 삶의 태도에까지 공감할 수 있게 되니 라틴어와 더욱 친숙해질 계기가 될 것이다.

 

 

 

 

 

 

   책에 수록된 여러 문장들 중에서 'Animum fortuna sequitur(행운은 용기를 뒤따른다)', 'Si vis amari ama(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하라)', 'Secrete amicos admone; lauda palam(몰래 꾸짖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라)', 'Oculus se non videns, alia videt(눈은 자기 자신은 못 보면서, 다른 것은 본다)', 'Media vita in morte sumus(생의 한 가운데 우리는 죽음 속에 있다네)' 등의 문장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아울러 반드시 라틴어를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접한 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문장 속에 녹아든 옛 현자들의 지혜와 역사 속 인물들, 신화 속 이야기들은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접해본 적이 있는 격언과 속담, 단어들이 어떤 유래를 통해 탄생되었는지 배울 수 있고, 이제껏 몰랐던 라틴어만의 매력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 책을 통해 라틴어 공부에 대한 흥미도를 높여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언제 죽을지 안다면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이고

내가 어디에서 죽을지 안다면

그곳에 자주 들러 친해보려고 노력할 것이고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나를 지켜줄 사람들이

자식이라면 태어나줘서 고맙고

아내라면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 241p

 

 

 

 

 

 

   로마의 한 무명 시인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읊은 시다. 어쩐지 이 시가 내내 마음에 남는다. 아직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다고 믿는 우리들에게 죽음은 그리 가까이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우리가 늘 죽음의 한 복판에 있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오늘, 매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라틴어 문장 수업>은 인생의 무상함 혹은 인생의 소중함, 나를 채우는 삶에 대한 기쁨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매우 값진 독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라틴어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이 전하는 잔잔한 울림을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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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우주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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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상과학 이전에 한 나라의 역사와, 개인의 삶, 철학을 오롯이 담은 놀라운 소설!

자신이 누리는 것은 잃어보아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우주는 인류의 터전으로 한계점에 임박한 지구의 대안인가, 광활한 미지의 세계를 향한 순수한 탐험의 대상인가, 최첨단 과학 기술을 누가 먼저 멀리 쏘아 올려 정치적 깃발을 꽂을 것인가를 두고 강대국들이 벌이는 상징의 무대인가. 우리는 그간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등의 작품을 통해 우주를 향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의 시도들을 보아왔다. 소설 <보헤미아 우주인> 역시 그런 의미의 성격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조국 체코의 부름을 받아 우주비행사가 되어 금성으로 떠난 야쿠프 프로하스카, 그의 눈에 비친 광활한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너머에 존재하는 극한의 외로움, 내적 고독 등 통해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는 내용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까지 말하자면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 등의 유사 작품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체코의 역사와 격변기를 지나온 한 남성이 겪어야만 했던 과거와의 사투, 범우주적인 가치들을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꽤나 진지한 질문들을 던지는 작품으로 조금은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칫 천문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공상 과학으로 가득한 SF 소설을 기대했다면 내적 묘사와 자아 성찰로 가득한 이 소설에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문장과 섬세한 작가의 필력에 빠지게 되면 이 책에 쏟아지는 찬사와 수식들이 결코 아깝지 않음을 금세 깨닫게 된다.

 

 

 

정반대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누리는 것은 잃어보아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 357p

 

 

 

   2018년 봄, 체코의 국민들은 국유지 감자밭에서 발사되는 우주왕복선 얀후스 1호에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주라는 거대한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는 자국의 눈부신 과학 발전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마치 조국의 승리를 맛보는 듯한 희열에 휩싸인다. 그도 그럴 것이 1939년 나치에 점령당한 뒤, 19345년 다시 독립국가가 되었으나 스탈린의 지원을 받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의 쿠데타로 공산주의 국가가 된 체코는 소련군의 침공을 맞고 무혈, 비폭력 혁명을 이끌어낸 바츨라프 하벨의 '벨벳 혁명'을 거듭하며 가슴 아픈 역사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정치적 격변기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체코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한몸에 받으며 얀후스 1호에 탑승한 야쿠프 프로하스카는 체코의 변화를 상징하는 이 위대한 역사와 과학적 영광까지 함께 짊어지고 금성과 지구 사이에서 관측되는 '초프라'라는 불가사의한 입자를 체취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

 

 

 

   카렐대학교 천체물리학과 교수이자 우주 먼지 연구자인 야쿠프는 사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 비행사도 아니고, 지구로 안전하게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것이 과거 공산 정권 아래에서 국가를 위해 일했던 아버지의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권의 영웅이었던 아버지가 인민의 배신자이자 국가의 악당이 되어버리자 야쿠프는 거의 마녀사냥에 가까울 정도로 주위의 야멸찬 시선과 폭력에 얼룩진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나마 자신을 한결같이 지켜준 할아버지와 할머니마저도 어렵게 일군 고향집을 떠나 서글픈 죽음을 맞이해야했고, 이것이 그에게는 내내 상처로 남았다. 이렇듯 소설은 아버지의 과오를 씻고 자신을 손가락질 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함과 동시에 이제는 자신이 국민의 영웅이 되려는 야쿠프의 굴곡진 인생과 가슴 아픈 체코의 역사를 정교하게 엮어나간다.

 

 

 

"당신 아버지는 부역자이자 범죄자, 오늘날까지 우리 나라를 괴롭히는 것들의 상징입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의 아들로서 움직이고 전진하며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로부터 멀어지는 겁니다. 야쿠프 프로하스카, 충성스러운 공산주의자의 아들, 개혁을 거친 공산주의자의 빛나는 본보기인 거죠. (…) 시민의 겸손한 종복이자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인 동시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화신이며 과학자이기도 하고요. 나는 우주에 체코인을 보내고 싶고, 그 체코인은 당신이 될 거야. 유럽은 우리를 비웃을 테고 부담을 떠안을 납세자들은 회의론으로 울부짖겠지만, 이 계획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고, 우리는 당신을 잘 포장해서 그 이미지를 팔아먹을 수가 있어요. 프라하의 우주인. 변화된 나라의 상징이 우리 깃발을 우주로 가져가는 거지. 이해하겠소?" / 79p

 

 

나는 눈을 감고 수를 세며 지금 아버지가 나를 떠메고 세상의 모든 언어로 사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한다. / 150p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같았던 우주비행에 있어서도 난관이 있었으니, 바로 사랑하는 아내 렌카를 오랫동안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아내와의 화상 통화만을 고대했던 그에게 어느 날, 렌카는 통화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마치 다른 삶을 살기라도 할 것처럼 변화하기 시작한 그녀의 태도에 그는 더더욱 지독한 외로움에 휩싸인다. 그러면서 야쿠프는 그녀와 나누었던 그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마치 예견된 불행이었던 것처럼, 야쿠프가 초프라에 가까이 접근해 마침내 미션을 성공하기에 이르려는 순간 얀후스 1호가 비상사태에 빠지고 그 역시 죽음에 임박하고야 만다. 우연의 기회로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영웅이라는 허울만 남겨져있을 뿐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자가 되어버리고 난 뒤였다.

 

 

 

나에게 헛된 것은 없다. 하누시에게도, 렌카에게도, 체코 우주국에게도, 늘 저 너머와 밑, 다음, 아래쪽을 찾는 고집스러운 인간의 눈에도 헛된 것이라고는 없다. 공기와 행성 그리고 건물과 몸뚱이를 구성하는 원자들, 빈둥거리며 생명과 생명에 반하는 왕조 전체를 견디고 있는 원자들 속에도, 헛된 것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 198p

 

 

 

   어쩌면 작가는 야쿠프가 우주 공간에 있을 때가 아니라 지구로 돌아왔을 때 보고 느끼고 겪게 되는 일들에 더 마음을 쏟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라는 감정 밖에서 부부가 서로 얼마나 다른 것을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 남편의 집착과 남편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가려지지 않는 인생을 원했던 렌카의 진짜 삶을 뒤늦게 목도하고만 야쿠프를 보면서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없고 누리던 것을 잃었을 때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깨달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주에 있을 때 내가 임무에 참여해도 되는지 아내의 허락을 받았던 순간들을 머릿속에서 꾸며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질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내가 결정했다. 내가 평생 동안 이런 식으로 행동한 건 아닌지, 이런 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내 몸속에 흐르는 또 다른 유전적 유산, 즉 아버지는 결코 인정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특징은 아닌지 궁금했다. / 334p

 

 

내가 들어선 곳은 서재였는데 책장에는 그녀의 책인 전 세계 소설들만 꽂혀 있고 내 두꺼운 논픽션 책들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둘이 읽던 책을 보더라도 나는 지구 외부의 모든 걸 정복하고 싶어 했던 반면 렌카는 내가 떠나고 싶어 한 행성의 구석구석을 알고 싶어 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 348p

 

 

 

 

 

 

   <보헤미아 우주인>은 우주란 물리적으로 먼 어느 행성과도 같은 지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계하는 모든 것들, 내 삶,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 소설이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범우주적인 가치와 철학을 모두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이 소설만이 보여주는 대담하고도 독창적인 부분들은 분명 이 작가의 이름을 계속해서 기억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덕분에 차기작을 기다리게 만드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겼다는 것이 기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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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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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 첫사랑 누나, 소년 아오야마가 펼치는 귀염발랄 수상한 판타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세상의 수수께끼에 다가가기 위한 그 시절, 특별한 이야기!

 

 

 

   유년 시절의 나는 저녁 아홉 시만 되면 서둘러 잠자리에 드는 아이였다. 모두가 잠든 시간, 깊은 한밤중에 꼭 눈을 떠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살금살금 침대에서 벗어나 책상 앞에 앉은 나는 서랍장에서 손전등을 꺼내 캄캄한 실내를 밝혔다. 그리고는 전날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을 꺼내 활자를 손전등에 비춰가며 그때부터 꼭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가량 읽은 다음에야 다시 잠들곤 했다.

 

 

 

   당시의 나는 남들이 자는 시간에 뭔가를 읽는다는 것, 뭔가를 알아낸다는 것에 꽤나 몰두해있었고 또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 같다. 그때는 필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이유도, 개념도 딱히 알지 못했지만 꼭 책을 읽고 나면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새하얀 노트에 베껴 쓰기도 했는데 연필이 닳고, 빈 페이지가 채워져 갈수록 나를 몹시 똑똑한 아이 또는 문학 소녀의 이미지에 다가가게 하는 것만 같아 뿌듯해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한밤중에 세상이 내게 다 들려주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에 접근하는 것을 즐겼다. 어쩌면 세상의 많은 소녀와 소년들이 그렇게 저마다의 방식대로 알지 못했던 혹은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모든 수수께끼에 다가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수께끼 투성인 현실 그리고 상상, 우리는 모두 그 속에서 성장한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에 불과하지만 아오야마는 매일 착실히 노트에 많은 것을 기록하고 책도 많이 읽으며, 탐구 활동에도 꽤나 적극적일 만큼 지적 호기심이 충만하다. 알고 싶은 것이 많아 하루하루 세계에 대해 배워나가면 어제보다 조금씩 훌륭해져있을 거라고 믿는다. 장차 치과에서 일하는 누나를 결혼상대로 점찍어뒀을 만큼 어쩐지 애어른 같은 구석도 있는 녀석이다. 그러던 5월의 어느 날, 아오야마가 살고 있는 현 경계 너머의 작은 도시에 느닷없이 펭귄 떼가 출몰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아델리펭귄, 학명 피고스켈리스 아델리에. 남극과 그 주변 섬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는 펭귄이 도시 한복판에 나타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펭귄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 으레 지나가는 루트를 '펭귄 하이웨이'라고 부른다 한다. 어쩐지 아오야마는 이 말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펭귄 출현에 대한 탐구의 제목을 '펭귄 하이웨이'라 짓기로 한다. 이때부터 소년 아오야마와 친구인 우치다는 펭귄 하이웨이를 따라 펭귄의 서식지를 발견하기 위해 탐험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아오야마는 치과 누나가 펭귄을 만들어내고 펭귄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사실과 같은 반 친구인 하마모토의 가세로 초원에서 미지의 존재인 일명 '바다'를 만나 기이한 현상을 마주하면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놀라운 모험을 펼쳐나간다.

 

 

 

"소년,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겠니?"

 

 

 

   소설 <펭귄 하이웨이>는 소년 아오야마와 그 친구들이 온통 수수께끼로 가득한 일련의 기묘한 사건을 겪으며 그들의 우정과 사랑, 성장과 모험담을 일종의 성장 소설 형식으로 풀어놓은 아름다운 판타지다. 세계의 끝과 시작,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과 해답을 10대 다운 순수함으로 접근해가는 방식은 이 소설에 있어 가장 빛나는 지점이 할 수 있다. 특히 어른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의 수수께끼에 다가가기 위해 거친 숲을 뛰어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질문에 맞서는 모습들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것이 이 소설이 SF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기도 한 이유가 아닐까.

 

 

 

 

 

 

아버지의 3원칙에 대하여.

아버지는 나에게 문제 푸는 법을 가르쳐줄 때 세 가지 도움이 되는 생각을 가르쳤다. 나는 그것들을 노트 표지 뒷면에 써서 언제라도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그건 수학 같은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된다.

•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쪼갠다.

•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 닮은 문제를 찾는다. / 88p

 

 

"그 문제들은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하나의 문제일지도 모르니까."

"그럴 수 있나요?"

"그럴 수 있지."

나는 노트를 꺼내서 '그건 하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라고 썼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반복해서 생각해봐야만 한다. 펭귄 하이웨이 연구와 '바다' 연구는 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구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잘 생각해볼게요."

"매일 발견을 기록해둘 것. 그리고 그 발견을 복습해서 정리할 것."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커피를 마셨다. / 254p

 

 

 

 

 

 

   모리미 도미히코의 대표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에 이어 <펭귄 하이웨이>역시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섞어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이야기를 펼쳐놓는 작가 특유의 작풍과 궤를 같이 하는 느낌이다. 다만, 그간 '교토 작가'라 불릴 만큼 교토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선보였던 이력과 달리 이번 작품은 드넓은 하늘과 초원 아래 10대 소년소녀들의 자유분방함과 따뜻한 상상력을 마음껏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이것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발생되었을 것인지 더욱 기대가 된다. 오랜만에 유년의 그 때, 그 시절,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싶었던 세상의 모든 수수께끼를 떠올리며 영화 <펭귄 하이웨이>를 관람하러 극장으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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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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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흡인력 있는 전개, 가독성 높은 문장, 추악한 권력의 민낯에 다가가다!

 

 

   어느덧 제8회에 이르는 혼불문학상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한중일 각기 다른 세 나라의 민족관과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 제7회 수상작<칼과 혀>의 대담성에 놀라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새 또 한 해가 지났다. 이번 제8회 혼불문학상은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간 1회 수상작 <난설헌> 때부터 쭉 혼불문학상 수상작을 읽어 온 독자로서 그 어느 작품보다 경쾌하고 한 편의 드라마처럼 유려하게 읽힌 작품이라 남다르게 느껴진다. 전 회 수상작인 <칼과 혀>가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혼불문학상이 지닌 가치와 문학적 세계관을 넓혔다면, 이번 수상작인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린 정치적 욕망의 이중성에 근거한 인간 심리와 권력의 역학 관계에 집중하여 대비를 이루는 점 또한 흥미롭다.

 

 

 

 

 

 

파워 게임을 주도하려는 인간 군상의 추악한 진실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은 독재자 리아민과 그의 전기 작가 박상호가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욕망의 대립과 추악한 권력의 진실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허약함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예순 다섯 살의 나이로 대통령직의 장기 집권을 꿈꾸는 리아민, 과거의 유명세를 붙들고 사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대통령의 전기를 발판으로 재기를 꿈꾸는 박상호, 여배우 출신으로 트러블 메이커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영부인 최세희, 특종을 꿈꾸는 유명 정치부 기자 정율리, 리아민의 조력자인 수석비서관 김세원 등의 인물들이 등장해 그들의 날선 욕망을 시종일관 팽팽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작가 박상호가 과거를 회상하며 유년 시절부터 자신의 행적을 풀어놓는 리아민의 이야기를 듣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의 생모는 동네 남자들 사이에서 '오백원'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문란한 생활을 일삼았다. 아이를 지우자던 외할머니의 간곡한 부탁에도 기어코 아이를 낳더니, 이내 갓 태어난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가버렸고 결국 리아민은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났다. 비록 친구로부터 '아비 없는 후레자식'으로 낙인찍혀 내내 놀림과 멸시의 대상이 될 뻔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는 어른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의연하게 사건을 해결해 친구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을 하게 되고, 문학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자라난다. 이렇듯 몇 번의 독대를 거듭하며 박상호는 리아민의 가슴 아픈 젊은 날의 사랑, 사단장의 눈에 들어 그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된 이야기, 지금의 영부인인 최세희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어쩐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세간에 알려진 이야기와는 어쩐지 다른, 혹은 만들어진 듯한 가공의 이야기 같은, 또는 다른 사람의 일화를 자신의 이야기로 덧입힌 듯한 리아민의 일화에 차츰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누구에게나 약간의 거짓말은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도 서로에게 관해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때론 하얀 거짓말이라는 것도 필요하죠. 마찬가집니다. 국민들이 이 모든 진실을 알 필요도 없을뿐더러, 설혹 진실을 각하께서 국민들에게 말씀하신다고 해서 그들이 진실을 모두 알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53p

 

 

"박 작가,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대통령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당연히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야지, 대통령의 기억을 삭제할 순 없잖아. 안 그래?" / 65p

 

 

 

   작가 박상호는 미화된 전기와 오로지 국민과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리아민과 그의 독재 체제를 유지하려는 리리궁 관계자들의 태도에 넌더리를 느끼면서도, 대통령의 전기가 가져다줄 부와 명성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갈등을 느끼게 된다. 문인들로부터 돈만 쫓는 작가로 비쳐지고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된 글을 써야한다는 것은 작가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인지라, 때로 날선 심기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이 집필하지 않은 전기가 버젓이 제 이름으로 출간되는 상황에 이르러서도 반발하지 못한다. 오히려 여기저기서 인터뷰가 쇄도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책이 상당한 판매부수를 올리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며 씁쓸하지만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언제나 리리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나의 쇼예요. 그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하고 화려한 볼거리죠. 그것만이 리리궁의 유일한 룰이에요. 박상호 씨가 앞으로 가져올 결과물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필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거예요." / 223p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양질의 전기를 쓰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바로 허구의 창작밖에 없을 터였다. 결국 나는 거짓말쟁이 작가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라고 나 자신에게 씁쓸하게 자문했다. 어떻게 하다가 내가 이런 막다른 상황에까지 처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멍청한 헛똑똑이 작가 박상호가 이 작품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예전만큼 확신이 들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아주 많이 망할 작품을 그 반의 반만큼만 망하게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최선일 것이다. / 243p

 

 

 

 

 

 

   소설은 '독재자'라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저마다 '욕망' 앞에서 파워 게임을 주도하려는 인간 군상의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듯 까발린다. 리아민은 리아민 대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석비서관은 제왕적 지도자만이 이 나라를 통치해야만 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확고히 하기 위해, 박상호는 작가라는 명성과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율리는 박상호를 이용해서라도 특종을 거머쥐기 위해, 최세희는 과거를 모두 삭제해서라도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손에 쥐고 있는 주도권을 어떻게 해서든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이들은 적절한 타협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어떤 식으로든 유지하고 지켜내려는 허약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속성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나는 지금 시대의 국민들이 대통령을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여기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 나라를 효율적으로 잘 경영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가 유능한 인재들을 잘 기용하여 국가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지, 지나치게 감상적인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 135p

 

 

"과연 많은 사람이 원하고 지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정의롭고 옳은 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제가 보기엔 다수결이야말로 실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폭력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합니다. 다년간의 국정 운영을 통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희 리리궁의 입장은 한 방향으로 보다 확고해졌습니다. 바로 국가의 고비마다 강력하고 올바른 리더십을 갖춘 제왕적 지도자가 이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코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시시때때로 분열을 일삼는 국민들의 의견 따위는 이 나라를 통치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 304p

 

 

 

 

 

 

   이렇듯 <독재자 리아민의 삶>은 각자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왜곡된 욕망을 쫓는 인간들의 면모를 속도감 있고, 가독성 높은 문장으로 경쾌하게 밀고 간다. 그래서 일단 책을 손에 쥐고 나면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리리궁의 이단아 같은 존재인 영부인 최세희와 작가 박상호의 관계가 은근한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어버리고만 것, 자칫 통속적인 이미지가 더 가깝게 느껴질 법한 작법들이 소설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까닭이다. 촘촘한 구성과 치밀한 심리 묘사, 캐릭터의 정체성이 보다 더 부각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 해가 흘러갔음을 혼불문학상으로 새삼 느끼게 된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 문학이 이렇게 흘러왔구나 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수상작이 우리를 일깨우고 즐겁게 해줄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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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다이어리 북 - 인생이 명랑해지는 야옹이 라이프!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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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이 명랑해질 냥이와 함께 하는 특별한 라이프!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여유를 가득 채워줄 2019년 스페셜 다이어리 북!

 

 

   한 해가 저물어 갈 즈음이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일이다. 간단한 스케줄만 기입할 수 있는 실속형도 좋지만 최근에는 스토리를 겸비한 '다이어리 북'이라는 형식의 책도 접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인생이 명랑해지는 야옹이 라이프" <고양이 다이어리 북>이라니. 이 독특한 제목의 다이어리 북에 어쩐지 마음이 사로잡힌다.

 

 

 

'묘생 만렙' 고양이가 매일이 행복한 특급 비법을 전수합니다

 

 

   다이어리 북을 펼쳐보면 귀엽고 깜찍한 고양이들의 사진들에 한 번 놀라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저자의 글귀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곧 있으면 따뜻한 계절이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차분하게 눈밭을 거니는 고양이에서부터 회색 구조물에 고개를 기대고 늘어지게 잠을 청하는 한량 고양이, 장독대에 올라앉아 이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고양이까지. 고양이 사진첩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양의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음은 물론, 그간 다양한 고양이 관련 저서를 출간한 저자답게 '길고양이 보고서', '고양이가 전하는 인생 명언' 등으로 풍성한 읽을거리까지 제공한다.

 

 

 

'고양이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이 있지.

당신도 그래.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니까 그냥 거기 있어. 어디 가지 말고.

/ 12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옹 중에서

 

 

 

 

 

 

   <고양이 다이어리 북>은 1년 계획에서부터 한 달 계획, 일주일 계획, 프리노트 등 다이어리가 갖추어야 할 기본 형식에도 충실하다. 반드시 1월부터 작성할 필요가 없는 만년 다이어리 형식이기에 언제든지 사용해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거기에 2019 아깽이 달력과 귀여운 냥스티커까지 부록이 수록되어 있으니 꾸미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9년의 나는 둘째 아이의 출산으로 육아맘에 전념해야 하는 한 해가 되겠지만,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행사 일정과 둘째 아이의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다이어리의 도움이 벌써부터 절실해진다. 두 아이들을 돌보느라 미처 챙기지 못하는 일정들을 잘 단속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지쳐있을 때 다이어리 북 속 냥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독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책의 마지막 띠지에 있는 행운의 고양이 카드로 응원의 기운도 으쌰으쌰 받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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