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와 신화, 철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서양 문명의 뿌리에 다가가다!
서양 문명을 이해하고 그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는 고품격 라틴어 강의!
제2외국어 선택을 앞두고 있었던 학창시절, 영어를 제외하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제2외국어라하면 고작해야 독일어
혹은 일본어뿐이었다. 비전이나 활용도를 생각했다면 일본어를 선택했겠지만 당시에는 입시가 더 중요했기에 나는 상대적으로 익히기 쉬운 독일어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일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즐거움보다,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상대의 문화를 알아가는 데 재미를
느끼기보다, 하나라도 더 정답을 맞히는 데만 급급했던 만큼 빠른 속도로 흥미를 잃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입시 때문이 아니라 라틴어나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와 같이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지금에라도 늦지 않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독학으로 하기에는 어쩐지 막막해서 선뜻 뛰어들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틴어 문장 수업>은 평소 라틴어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입문 도서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외국어 전문 도서들이 워낙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어서 여러모로 선택의 기회가 많아졌지만, 문법과
회화로 바로 뛰어들기보다 관련 언어가 어떠한 배경으로 탄생되었고 또 그것이 언어권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발전되어 왔는지 그 과정이
선행된다면 좀 더 이해와 접근에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틴어 문장 수업>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명문장을
선별하여 기본 문법뿐만 아니라 배경이 되는 로마 제국의 역사와 문화, 철학, 신화까지 수록하고 있으니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어가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러라!
라틴어는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제국 중 하나인 로마 제국에서
사용되던 언어이다. 천 년 이상 지속되어 온 로마는 온 유럽을 자신들의 기준, 즉 자신들의 언어와 제도로 재편했다. 그런 점에서 로마 제국의
언어인 라틴어는 서양인들의 정신세계를 투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이에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라틴어를 배우면 좋은 열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영어 어휘의 50퍼센트 이상이 라틴어이다.
2. 현대 학문의 용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이다.
3. 법률과 논리의 언어이다.
4. 인간이 만든 사장 논리적인 언어이다.
5.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언어이다.
6. 전 세계에 라틴어의 후예들이 있다.
7.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되는 언어이다.
8. 기독교의 언어이다.
9.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언어이다.
10. 라틴어를 배우는 것은 자기완성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
15p
학자들은 라틴어가 인류가 사용한 언어 중에서 가장 정확하고 논리적인 언어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에서 혹자는 라틴어의
문법이 너무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저자는 복잡한 라틴어의 문법을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라틴어로 기록된 경구, 속담, 격언 등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기본 구조와 알파벳, 그리고 발음에 대한 간단한 설명까지 부록으로 함께 수록해놓았다. 덕분에 하루에
한 문장씩 차근차근 접근해가다보면 라틴어의 실체와 고대 로마인들의 역사, 지혜, 영성, 문학, 철학, 예술, 사랑, 삶의 태도에까지 공감할 수
있게 되니 라틴어와 더욱 친숙해질 계기가 될 것이다.
책에 수록된 여러 문장들 중에서 'Animum fortuna sequitur(행운은 용기를 뒤따른다)', 'Si
vis amari ama(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하라)', 'Secrete amicos admone; lauda palam(몰래 꾸짖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라)', 'Oculus se non videns, alia videt(눈은 자기 자신은 못 보면서, 다른 것은 본다)', 'Media
vita in morte sumus(생의 한 가운데 우리는 죽음 속에 있다네)' 등의 문장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아울러 반드시 라틴어를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접한 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문장 속에 녹아든 옛 현자들의 지혜와 역사 속 인물들, 신화 속 이야기들은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접해본 적이 있는 격언과 속담, 단어들이 어떤 유래를 통해 탄생되었는지 배울 수 있고, 이제껏 몰랐던
라틴어만의 매력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 책을 통해 라틴어 공부에 대한 흥미도를 높여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언제 죽을지 안다면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이고
내가 어디에서 죽을지 안다면
그곳에 자주 들러 친해보려고 노력할 것이고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나를 지켜줄 사람들이
자식이라면 태어나줘서 고맙고
아내라면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 241p
로마의 한 무명 시인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읊은 시다. 어쩐지 이 시가 내내 마음에 남는다. 아직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다고 믿는 우리들에게 죽음은 그리 가까이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우리가 늘 죽음의 한 복판에 있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오늘,
매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라틴어 문장 수업>은 인생의 무상함 혹은 인생의 소중함,
나를 채우는 삶에 대한 기쁨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매우 값진 독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라틴어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이 전하는 잔잔한 울림을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