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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읽는 말 - 4가지 상징으로 풀어내는 대화의 심리학
로런스 앨리슨 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이 책을 읽다 보면 ‘말이 가진 힘’에 공감하게 된다!
진정한 관계와 대인 근력을 키우기 위한 의사소통 기술!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거나 책을 읽기 전에 나는 항상 저자의 소개글을 살펴보곤 한다. 어느 나라 출신인지, 전공은 무엇인지, 과거의 저작들은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타인을 읽는 말』은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단연 눈길을 끄는 책이다. 부부이자 학자이며 동반자인 로런스 앨리슨과 에밀리 앨리슨은 20여 년 동안 살인, 강간, 아동 성 착취, 테러리즘 등 수백 건의 중대 사건을 분석하고 심리학적 조언을 제공해온 프로파일러이자 심리학자다. 특히 이들이 만든 가족 치료 프로그램은 영국 내 80여 개의 학교, 10여 개의 청소년 비행 전담팀 등 기타 수많은 사회 복지 기구에서 쓰이고 있고, 대테러 심리 전략인 라포르 기반 대인 관찰 기법 모델은 특수 경찰 팀에서 테러 용의자들의 신문 방식을 개선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범죄심리학자인 부부가 완성한 ‘상대를 읽어내고 움직이는 심리 대화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여느 화술책이나 심리학 서적과의 차이점은 또 무엇일지 궁금한 마음으로 따라가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책이다.
상대방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기술, 라포르 전략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라포르(rapport)란, 동의, 상호이해, 공감 등을 특징으로 하는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뜻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두 사람이 서로 ‘통했을’ 때 형성되는 게 라포르다. 『타인을 읽는 말』의 저자인 로런스 앨리슨과 에밀리 앨리슨은 성공적인 대인관계의 바탕에는 라포르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과 매일 라포르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포르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나 공식을 알지 못해서 타고난 성격의 문제로 여기곤 하는데, 모든 인간관계를 더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라포르를 형성하는 요소를 이해하고 공식을 파악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라포르로 얻을 수 있는 것
● 새로운 친분과 관계를 만들고 사회적 고립을 막을 수 있다.
● 배우자, 자녀, 친구, 부모와의 관계를 더 탄탄하고 더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다.
● 한층 더 향상된 의사소통 능력으로 할 말은 하면서도 동료, 관리자, 주요 고객과 효과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펼칠 수 있다.
●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어렵고 까다로운 상황을 부정적 방향이 아닌 생산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 20p
라포르를 형성하기 위한 핵심 원칙은 크게 네 가지다. 솔직함(Honesty), 공감(Empathy), 자율성(Autonomy), 복기(Reflection)다. 첫 번째로 원하는 바를 위해 속임수나 기만을 쓰는 것이 아닌 분명한 메시지와 진정성, 단순 명쾌함을 동반한 ‘솔직함’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네 친구 이마에 붙은 파리를 없애려고 손도끼를 쓰지는 말라”와 같은 중국 속담처럼, 솔직함을 대놓고 무기 삼아 상대방에게 무안을 주기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힘만 쓰기를 주의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신념과 가치를 위해 ‘공감’하고, 겁을 주거나 힘을 써서 순응이나 복종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자발적’ 동의를 통해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개인적으로는 상대방 이야기의 기저에 흐르는 메시지를 되짚어보는 ‘복기’야말로, 얼마나 이 과정을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화에 깊이와 풍성함이 더해지고 이해도와 친밀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연습해볼 필요가 있는 대화법인 듯하다. 주로 언쟁에 빠질 위험이 있을 때,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직설적으로 지적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변화를 유도하고 싶을 때,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 책에서 일러주는 복기의 표현법을 잊지 말고 꼭 활용해봐야겠다.
다수의 연구 결과에서도 강압적인 작전은 궁극적으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장에는 통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억압적 전략에 ‘악의적 순응’이나 ‘직장 내 일탈’로 대응한다. 겉으로는 협조하는 척하다가 자신을 통제하려는 사람의 권위를 약화하거나 좀먹는 행동을 한다. 직장에서 이는 불필요한 병가, 성과 저하, 악의적 뒷담화, 회사에 대한 악평, 직장 내 도난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10대 자녀에게서는 부모와 사이가 틀어지거나, 규칙에 따르기보다는 걸리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형태로 대항한다. 배우자는 부엌 청소는 돕겠지만 자기 전까지 상대를 무시한다. / 46p
상대가 무엇을 했는지에 집중하기보다는 당신이 그 상황을 그렇게 대하게 만든 생각과 느낌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어떤 표현으로 설명을 할지 생각해 보자.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한테 든 생각은….” “그가 나를 떠나가 버렸을 때, 내 기분은….” “내가 남편(아내)한테 문자를 보냈을 때, 나한테 든 생각은….”
자신의 행동을 이와 관련된 생각과 느낌의 측면에서 묘사하는 능력은 1단계 공감을 완전히 익히는 데 필요한 열쇠다. / 77p
공감은 다정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것과 별개다. 이건 공감이 아니다. 우리가 논의한 것처럼, 진심 어린 공감을 보이려면 상대방과 그 사람이 신경 쓰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상대가 이슬람 국가 테러리스트든, 무장 강도든, 성범죄자든 상관없다. 다만 누군가의 동기, 가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게 꼭 그것들에 동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의 입장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판단이나 의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야 한다. / 85p



4가지 상징으로 타인을 읽는 법, 애니멀 서클
물론 라포르 전략이 모든 의사소통 상황에서 관계를 개선하는 데 유용한 무기가 되어준다고 하지만, 저마다 다른 유형의 사람들 앞에서 모두 동일한 효과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타고난 리더로 갈등을 즐기지만, 또 어떤 사람은 사교적이지 않아서 물러서 있기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솔직하고 직설이고 비판적이지만 공격적이나 위협적으로 느껴져서 갈등을 유발하는 ‘티라노사우르스’ 형, 겸손하고 끈기가 있어 생각이 깊지만 대립의 상황에서 회피하거나 순응하려 드는 ‘쥐’ 형, 확실한 결정과 통제를 통해 리더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었지만 자칫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고 독단적일 때가 있는 ‘사자’ 형, 모두에게 친근감 있고 다정하지만 공과 사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도를 넘은 친근감과 애착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원숭이’ 형을 꼽을 수 있다.
책은 바로 이 네 가지 유형을 통해 자신이나 상대방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대입해보고 각각 유형에 따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애니멀 서클이 지향하는 목표는 우리는 주요 의사소통 방식 네 가지 중 하나의 기질을 주도적으로 타고나지만, 각각의 의사소통 방식을 어느 정도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원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쥐일지라도 때로는 자기주장을 해서 사자가 돼야 하고, 원래 친근한 원숭이일지라도 때로는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다른 사람에게 비판적이거나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나는 어떤 동물 방식에 강하고, 일반적으로 어떤 방식이 천성적으로 거리가 먼지 파악해봄으로써 태생적으로 강한 영역은 무엇인지, 나아가 대인 기술을 개선하고 확장하려면 어느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지 파악해보는 이러한 과정은 성숙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의사소통 능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통제 전략은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당신의 ‘적’이 한 수 앞선 방법을 찾거나 티라노사우루스만큼 커져서 돌아오면 힘을 잃는다. 당신은 통제 효과를 잠시 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전략을 자녀와의 관계에서 내내 고집스럽게 쓰면, 아이들은 신뢰와 존중이 아닌 원망을 키우게 된다. 자녀가 부모를 따르는 건 선택원이 없어서지, 부모의 이유를 이해하고 부모의 규칙을 존중해서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짧게나마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아이들에겐 분명한 경계 구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억지로 말을 듣게 해서 만들어진 분위기는 궁극적으로 두려움과 반항을 낳는다. 그것은 신뢰, 존중, 배려,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랑을 무너뜨린다. / 187p
논의가 격화됐을 때 당신이 자녀에게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면, 자녀는 이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는 논쟁이 언쟁으로 변해서 더는 생산적이지 않을 때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자녀의 입장에서는 언쟁이 일정 수준에 다다랐을 때 한발 물러서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더 낫다는 걸 배울 필요가 있다. 둘째는 시간을 갖고 마음을 진정시킨 뒤 감정이 누그러졌을 때 다시 문제로 돌아옴으로써 자신의 감정 상태를 다스리는 것이다. 이것은 감정적 자기 조절로, 성장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 233p
어색하고 까다로운 대화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 나이를 먹어서도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할 텐가. 우리는 언젠가 그런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피하기보다는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기술을 갖추는 편이 더 낫다.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균형 잡히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직접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능력이다. / 69p



애니멀 서클에 나를 대입하다보면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내가 힘들어하는 영역이 무엇이고 그것을 발달시키는 방법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덕분에 나는 나쁜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을 간혹 보일 때가 있는 남편이 쥐의 유형인 아이와 어떻게 소통을 나눠야할지 알 수 있게 되었고, 나쁜 쥐의 태도로 곤란한 상황을 회피할 때가 있는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공유하는 생활이 적고 일과가 상이한 우리 부부가 상대방의 하루를 비교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감정과 경험에 감사와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아이의 감정 상태에 어떻게 반응하고 조절해주어야 할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타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반응하며 관계를 맺기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 책을 통해 좀 더 능숙하고 유연한 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어 의미 있는 독서였다. 거듭 추천해도 아깝지 않을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