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알래스카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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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함으로써 용기를 얻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

 

 

 

나에게는 도우미견이 있고, 우리 집은 이층집인데 내 방은 일 층에 있고, SOS 호출 밴드가 손목에 걸려 있고, 약통을 들고, 헬멧을 쓰고 있다.

나는 스벤이다. 취미는 뇌전증이다. / 170p

 

 

 

  나는 두렵지 않다. 전혀 두렵지 않다. 스벤은 차가운 콘크리트 계단 앞에 우뚝 선채 주문을 외우듯 속으로 되뇐다. 친구들은 전부 중학교 1학년이 되지만 자신은 다시 초등학교 6학년 교실 구석에 처박혀야 한다는 현실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 구급차에서도 뇌전증 센터에서도 교실에서도 느닷없이 발작을 일으키며 자주 기절하는 아픈 아이. 카메라, 경보기, 도우미견까지 온갖 안전장치의 감시와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지긋지긋한 시선들, 때문에 이사를 하고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교실로 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언제고 발작을 일으키는 날이면 반 아이들은 몸속에 귀신이 들기라도 한 듯 끔찍하게 바라보거나 장애인 취급을 하며 불쌍한 아이라고 여길 테니까. 그나마 학교가 뒤집힐 만한 어마어마한 짓을 벌이거나 못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두렵지 않은 척 해보는 수밖에.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애들은 모두 다른 학교로 갔다. 이 교실에는 나를 아는 애도 하나도 없고, 지난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애도 없다. 그래,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신호등이 늘 초록 불일 수만은 없어. 세상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 / 13p

 

 

 

  부모님이 운영하는 사진관에 총기를 든 강도들이 습격한 사건을 계기로 세상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파커. 새 학년 새 교실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첫 날부터 계획이 삐끗거린다.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개의 울음소리로 징글벨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가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스벤, 저 못된 녀석이 유독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이럴 때 알래스카라도 곁에 있다면 좋았을 텐데. 동생의 개털 알레르기 때문이 아니었다면 알래스카와 이별할 일은 없었을 텐데. 지난 넉 달간 알래스카를 찾으려고 온 사방을 들쑤시고 다녔지만 대체 누구에게 갔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그리운 마음만 더욱 커져가는 가운데, 마치 기적처럼 학교 운동장에서 알래스카를 발견한다. 너무나 끔찍하게도, 하필 알래스카의 주인이 스벤이라는 사실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소설 『안녕, 알래스카』는 뇌전증 앓고 있는 소년 스벤과 불의의 사고를 겪은 소녀 파커가 각자가 지닌 상처 때문에 세상을 향한 벽을 세우고 원망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한때는 파커의 반려견이었던 알래스카가 스벤의 도우미견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데리고 오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러는 가운데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은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상처를 상대방에게 터놓기 시작함으로써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네덜란드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황금연필상과 은손가락상, 독일 청소년문학상 등 유럽 내 주요 문학상을 수차례 수상한 작가의 작품답게 소설은 반려견과 소년 소녀의 우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냄과 동시에 십대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내적, 사회적 고민들을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반복적인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뇌 장애를 가리키는 ‘뇌전증’을 소재로 하여 흔히 갖게 되는 장애에 관한 편견과 시선, 그로인해 뇌전증 환자들이 겪게 되는 소외와 상처를 들여다보게 한다. 비록 그들이 처한 현실과 환경은 다를 수 있지만 함께 함으로써 용기를 얻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도우미견을 못 본 체하고 지나가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의 볼을 꼬집고 지나가지는 않잖아? 또 비행기 조종 중인 조종사의 겨드랑이를 간지럼 태우지 않잖아? 알래스카도 경찰이나 비행기 조종사와 다를 게 없다. 알래스카가 덮개를 두르고 있으면, 도우미견으로서 일하는 중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멍청한 구경꾼들의 무례한 손놀림을 기다리느라 가만히 있는 게 결코 아니란 말이다. / 112p

 

 

“너는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야. 누구나 가끔은 화성을 왔다 갔다 하거든. 네가 그랬잖아. 다들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흠, 정신 나간 것도 마찬가지야. 사람은 다들 조금씩 정신이 나가 있어. 나도 내가 어떻게 숨 쉬는지 온종일 설명해야 하지. 그렇게 죽어라 설명하는데도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 / 167p

 

 

 




 

 

 

 

  소설 속에는 스벤이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는 바람에 스벤이 학교를 그만두는 장면이 나온다. 파커 역시 개의 울음소리로 징글벨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가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자칫 친구들로부터 소외를 당하지는 않을까 두려워질 때가 있다. 누군가는 너무 튄다는 이유로, 반대로 누군가는 너무 소극적이라는 이유로도 따돌림을 당할 수가 있다. 나 역시 겪어본 일이기에. 더욱이 휴대폰이라는 그럴 듯한 도구가 한 사람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일이 너무나도 쉬워진 요즘일수록 아이가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수 있을지, 부모인 나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어쩌면 이 책이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이 책을 꼭 함께 읽어보자고 권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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