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2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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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가장 처절한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복잡한 중동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통찰한 역사서!

 

 

 

 

  성경에 따르면 비옥한 초승달 지대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알려진 가나안 지역이집트와 시리아 사이에 지중해 연안을 따라 가늘게 뻗어 있는 이 지대는 오랫동안 중동사의 강력한 두 문명(메소포타미아 문명이집트 문명)을 연결하거나 두 문명이 대립할 때는 접점을 이루던 곳이었다다양한 민족이 각축을 벌이던 이곳에 이집트를 탈출한 셈계의 히브리인(유대인)이 고대 가나안 원주민을 몰아내고 도시를 세웠다하지만 히브리인의 왕국 이스라엘과 유다는 아시리아와 신바빌로니아왕국에 의해 멸망했고유대인들은 나라를 잃은 처지가 되어 세계 전역으로 흩어졌다이제 이 땅은 필리스티아인의 이름을 따서 팔레스타인이라 불리게 되었으니,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며 20세기와 21세기 전쟁사를 아우르는 최대의 격전지가 되었다.

 

 

 

성지 예루살렘을 둘러싼 끊임없는 분쟁 그리고 전쟁

 

 

  고전 소설이나 인문 서적을 읽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개념 하나가 있다바로 디아스포라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는 말이다유대인들은 산업혁명 이후 금융과 정보기관 등을 장악하며 근대라는 세계에 특화되어 성장해갔지만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오명과 어떤 집단을 열등하고 사악한 집단으로 공식화하여 지정하는 오랜 관습, ‘토지 소유 금지라는 특별 조항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었다이에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해야 했던 유대인들은 19세기 말쯤 팔레스타인에 하나둘씩 나타나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고로스차일드 같은 유대인 금융가들의 지원과 테오도르 헤르츨을 같은 인물을 통해 시오니즘(유대인의 신과 율법일체성을 잃지 말자)을 실존하는 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으로 확대해갔다.

 

 

 

  20세기 초반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둘러싸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하다이를테면 1차 세계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가 사이크스-피코협정을 맺어서 팔레스타인을 오스만제국에서 떼어내 분할하기로 한 일, 1917년 영국이 벨푸어선언을 발표하고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세우기로 결정한 일 등에 그들은 무지했다이들이 자각했을 때는 이미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내에 정예 특공대와 무장 조직을 갖춘 뒤였다여기에는 영국의 이중계약과,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들이 식민지를 움켜쥘 힘을 잃자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철수하기로 한 것이 본격적인 유대 민족 국가 수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함께 팔레스타인에도 독립국가를 세워줄 것인지팔레스타인의 독립을 허락한다면 두 국가의 규모와 국경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유엔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1.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은 각각 독립국가를 세운다.

2. 예루살렘은 중립지대로 하고 유엔이 통치감독한다. / 54p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유엔이 그어 놓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국경선은 도저히 현실성이라고는 없는매우 기이한 형태였기 때문이다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가 세 조각으로 쪼개져 단절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수도인 텔아비브가 위치한 중심지역은 방어 자체가 어려울 만큼 가늘고 측면이 길게 노출되어 있었다중동전쟁을 쓴 임용한 역사학자에 따르면 이는 유엔이 애초에 신생 국가 이스라엘의 생명을 길게 보지 않은 조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CIA조차 이스라엘이 기껏해야 2년쯤 버틸 수 있을 거라 예측했다고 한다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저평가되었음이 분명하다하지만 이스라엘은 1947년 유엔의 분할안에 이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56%에 이르렀던 점유지역을 수 십 년간의 전쟁을 통해 87%까지 확장시켰다대체 이들을 어떻게 해서 지금의 지정학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일까이를 위해 책 중동전쟁은 팔레스타인 땅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비롯해 무려 4차에 이르는 아랍국가와 이슬라엘 간의 중동전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아울러 이념과 종교냉전의 편향이 뒤섞인 중동의 복잡한 그물망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치열했던 중동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성지 예루살렘의 의미_

기원전 1000년 이후다윗왕이 예루살렘을 옛 이스라엘왕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성지가 됐다하지만 기원전 63년 로마에 의해 점령당했고, 638년 이후로는 줄곧 아랍이 차지하고 있었다그렇게 유대교와 기독교에는 빼앗긴 성지이자 반드시 되찾아야 할 지역으로 남고 만 것이다이렇게 아랍에 함락된 후부터 현재까지도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의 쟁탈전이 끊이지 않는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가 바로 예루살렘이다예루살렘을 둘러싼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은 중세 십자군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쟁탈전은 치열하고 처절했다.

그런 예루살렘이 1차대전에서 오스만제국이 패하고 팔레스타인이 영국의 위임통치하에 들어가면서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되었고자연히 모두가 예루살렘을 노렸다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아랍 양측 모두에게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절체절명의 요충지이자 대의명분의 중심에 선 도시그리고 마음의 고향인 성지’ 그 자체다. / 136p

 

 

 

  제 1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시작되었다. 650킬로미터쯤 되는 이스라엘 국경 전역에서 포성이 터졌다팔레스타인의 보호와 영역 확보를 위해 북쪽에서는 시리아레바논이라크군이동쪽에서는 요르단이남쪽에서는 이집트군이 아랍연합국을 자처하며 침공을 시작했다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다름없었다사실 아랍연합국의 군사력이라면 2~3일 내로 전쟁이 끝났어야 마땅했다하지만 무능한데다 전략적 의지와 방향성을 잃은 시리아·이라크군예루살렘을 점령해 장기적으로 시리아까지 넘보겠다는 요르단군의 야심에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승리를 거머쥐었다덕분에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조직력이 빈약했던 이스라엘은 IDF라는 통합사령부를 설치하고 각종 뛰어난 군수품을 확보하면서 영국프랑스미국소련이 얽혀 벌여진 제 2차 중동전쟁까지 승리로 이끌었다훗날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충돌로 제3차 중동전쟁까지 벌어지지만 이들의 뛰어난 공중전은 6일 만에 전쟁을 종결시켰다이후 이스라엘은 내부에서 위기를 좌초하기도 했으나 제4차 중동전쟁에서도 이집트의 강세로부터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냈다.

 

 

 

  하지만 전쟁이 지속되면서 최대 피해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은 땅에서 쫓겨나 난민이 되었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바로 이때부터 생겨난 것으로무려 65만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이들은 자신들이 전쟁을 일으킨 것도전쟁을 원한 것도전쟁을 주도한 것도 아닌데 아랍의 공격으로 인해 격렬한 전쟁이 벌어졌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이 전쟁을 일으킨 아랍 국가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해보이지만도움은커녕 시리아와 요르단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핍박을 받았다모든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자신들이 되레 위험해질 수 있고또 다른 전쟁의 불씨가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훗날 팔레스타인 난민이 레바논으로 대거 밀려든 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레바논 내전(종파 간의 균형이 파괴되어)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하니이들의 강경한 태도가 얼마간 이해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이스라엘도주변 아랍국들도 모두 적이 되었다무장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게릴라 공격 형태의 민간인 대상 테러’ 공격에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용서되어서는 안 되지만이러한 배경을 알고 보니 저들의 한이 서린 처절한 사투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중동전쟁은 외형상 유대인과 전 이슬람권의 전쟁이었다공식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을 포함해서 6개국만이 참전했지만, ALA를 통해 비참전국의 젊은이들이 전쟁에 뛰어들었다사우디아라비아예멘심지어 보스니아인도 있었다이라크는 소극적으로 개입했는데, ALA에 참여한 이라크인들은 위협적이었다그들의 희생이 늘고 전쟁이 길어지면어떤 형태로든 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ALA야말로 전 세계의 이슬람 국가를 지하드(성전)로 끌어들일 수 있는 도화선이었다. / 161p

 

 

후방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군인과 살인자를 구분하지 못하는데어둠 속에서 대검으로 소년병을 해치우고 다니는 대원이라고 해서 그가 살인마는 아니며피를 뒤집어쓰는 임무에 무한한 의욕을 발휘하는 전투 기계도 아니다살인적인 전투를 버텨내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책임감과 의무감이다그 의무감 중에는 전우들이 고향의 가족연인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도 있다전쟁은 일상의 상식과 기준이 통하지 않는 곳이지만그러기에 더더욱 맹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도강요해서도 안 되는 곳이다. / 498p

 

 

 




 

 

 

 

  모든 전쟁의 배후에는 정치와 권력이라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저자 역시 사람들은 전쟁을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진짜 괴물은 정치라는 탈을 쓸 권력욕이라고 말한다결국 중동전쟁은 정치와 권력 싸움으로 빚어진 결과물이자, 20세기의 모든 문제와 인류의 고뇌가 집약된 전쟁이었다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국가와 미국소련, 20세기의 선진국들의 야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더욱 뼈아프다.

 

 

 

  한반도 역시 이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기에 이들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를 마주하는 일과 같다때문에 우리는 각종 전쟁사를 통해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전쟁과 정치권력의 문제를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중동전쟁은 복잡한 중동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통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개인적으로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평소 중동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었던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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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심장 가까이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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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다는 것’ 자체가 불분명해지는 낯선 언어의 감각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언어를 사유하는 일은 번번이 좌절감을 불러일으켰지만묘하게도 저 세계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

 

 

 

   

  주아나는 어떻게 될까?

  어쩌면 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너무도 마르고 조숙한연약하지만 살아 있는 자신의 작은 알이 언젠가 껍질을 부수고 나왔을 때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당혹하게 하다못해 급기야 도망치게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사물과 사물 사이시간과 시간 사이보이지 않는 것들을 끊임없이 더듬어 만지려는 이 아이를심연의 그늘 속에서 늘 새롭게 태어나는 이 아이를억눌린 힘을 모조리 발산하고 싶은 이 야수 같은 아이를자신의 온 존재가 세상을 향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아이가 이해받을 수 있는 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생의 열렬함은 곧 죽음과 맞닿아 있는 것임을 감각하는 자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 것 뿐그저 저기 무덤 위에 핀 꽃처럼 살고살아가는 수밖에.

 

 

 

데 프로푼디스(심연)… 데 프로푼디스

 

 

  “작은 악마 같아……그 애는 독사야차가운 독사.”

  숙모는 책을 훔치고서도 도리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주아나의 당돌한 모습에 아연해진다이따금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경멸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를 더 이상 거둬 키울 자신이 없다이 아이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걱정되었던 아버지행복해지는 건 무얼 위한 거냐는 아이의 질문에 얼굴을 붉혔던 선생님, “넌 너와 함께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던 또 다른 선생님, “난 당신을 알아요당신의 악함이 얼마나 뿌리 깊은 건지 알아요라던 남편의 전 약혼녀 리디아, “당신은 늘 나를 혼자 뒀다고 말하는 남편 오타비우까지… 그 어느 누구도 이해불가능한 돌연함으로 가득 차 있는 주아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예민하게 지각하지만 그래서 심각한 갈증을 느껴야했던 주아나의 삶은 온통 결핍의 연속이었다가만 보면 주아나의 생 전체가 결코 이해받을 수 없는 시를 짓는 작업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무슨 일이 일어날지 계속해서 기다리기만 하면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후의 시간 한 줌 속에 있게 되는 거야알겠어그녀는 먼지투성이 마룻바닥 위에서 맨발의 움직임을 즐기며 그 어려운 생각을 밀어냈다발을 비비면서아버지의 곁눈질로 살피며아버지가 초조하고 짜증스러운 시선을 던져 주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아무진공청소기처럼 사람을 빨아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 14p

 

 

눈을 감고 두 손을 내밀고서 가구에 닿을 때까지 걸어갔다그녀와 사물들 사이엔 무언가가 있었지만그 무언가를 파리처럼 잡고서 살짝 훔쳐보면-아무것도 도망치지 못하게 조심했는데도-눈에 보이는 건 자신의 장밋빛 손실망한 손뿐이었다그래공기나도 공기를 알아하지만 소용없었다그걸로는 설명이 안 되니까그건 그녀의 비밀들 가운데 하나였다그녀는 절대로아버지에게조차도자신이 그것을 손에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그녀는 진짜 중요한 것들에 대해선 말할 수가 없었다. / 16p

 

 

내가 말했지자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왜냐하면 그들의 그…… 그 계획들은비료 없이는 절대로 번성할 수 없는 토양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제가요?”

세상에아니지……넌 번성하고 싶어서 못 견디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야.” / 79p

 

 

 




 

 

 

 

  이처럼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현실이라는 생생한 감각을 누구보다도 깊이 내면화하는그래서 어디에서도 완전히 머무르지 못하는 한 여성의 정신적 디아스포라를 다룬 작품이다뚜렷한 서사에 기대지 않는 몽유병 같은 문장들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기 위한 투쟁의 언어들을 의식의 흐름에 기대어 쓴 이 소설은 우리가 사용하는 정형화된 언어가 삶의 본질을 다 담을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듯하다이는 우리가 아는 상식이나 정의의 바깥에우리가 아는 단어의 뜻 바깥에 있는 마음들을 주로 탐구하기 위한 을유문화사 암실문고판의 기획 의도와도 맞닿아있다.

 

 

 

별들별들나는 기도한다그 말이 나의 이 사이에서 연약한 파편들로 쪼개진다내 안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기에나는 별이 되고 싶다나를 조금만 정화하면 비 뒤에 숨은 저 존재들을 무더기로 가질 수 있으리라지금솟구친 영감이 온몸을 들쑤신다한 순간만 지나면 그것은 영감을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야 할 것이고그러면 나는 공기를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은 지금의 질식할 듯한 행복감 대신에 선명한 무기력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영감 이상의 것을 갖게 되고그 너머를 향해 움직이고존재 그 자체를 소유하게 될 때마다 그렇게 느낄 것이다그렇게 진짜 별이 되는 거야그곳을 향해 이끄는 건 광기광기다. / 104p

 

 

데 프로푼디스무언가가 말하고 싶어 했다……데 프로푼디스…… 자신의 말을 들어심연의 가장자리에서 가볍게 춤추는 저 덧없는 기회를 잡아데 프로푼디스의식의 문을 닫아처음엔 썩은 물을어지러운 말들을 지각하지만그 다음엔 그 혼란 속에서 순수한 물줄기가 거친 벽을 타고 떨리며 흐른다데 프로푼디스……. / 318p

 

 

 




 

 

 

 

  재독에 재독을 거듭하며 문장을 곱씹고 곱씹어본 나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불분명한낯선 세계로의 진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비록 나의 얄팍한 언어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언어를 사유하는 일은 번번이 좌절감을 불러일으켰지만묘하게도 저 세계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페이지 한 장 한 장 매겨놓은 플래그의 숫자를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매번 새로운 독서 경험을 가능케 하는 문장의 향연이라니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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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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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인 내면아이와 화해하지 못하고 자라난 이 시대의 많은 청년들을 대변한 이야기!

이 소설이 우리 사회의 많은 은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엄마는 정말이지 내 마음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스무 살새로운 시작과 아름다운 미래라는 꿈을 품기에 마땅한그래서 지난한 과거와는 쿨하게 이별하고 새로운 인생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단꿈에 젖어들기 딱 좋을 나이주인공 은호는 스무 살이 되면 자신의 인생이 조금은 새로워질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엄마라는 중력은 너무도 강력해서 오늘도 꼼짝없이 휘청이고 만다교내 상담사에게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라고 한건 엄마가 좀 더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보단 불편한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은호에게 스무 살 전까지는 연애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그랬다가는 인생 조지는 거라고 말했다심지어 엄마는 은호와 동생인 현호를 기르는 내내 아빠 욕을 했다. “네 아빠가 겁탈해서 네가 들어섰다.” 네 아빠처럼 일하기 싫어하고 게으른 인간은 없을 거라는발정 난 개도 그렇게는 안 돌아다닐 거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아이러니한 건 그 모든 말을 견디면 견딜수록 그 사실을 제공한 아빠보다 몰라도 될 사실을 굳이 자신에게 말하는 엄마가 더 미웠다는 거다그렇다고 해서 네 엄마처럼 애교 없고 독한 여자랑 만나서 다 망했다.”고 말하는 아빠화목한 가정에 대한 환상은 잔뜩 있었지만 가장의 책임감은 없었던 아빠로 인해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야 했던 엄마를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오히려 엄마가 또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인해 엄마가 떠나지 않도록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되기로 한 건 그조차도 붙잡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으리라.

 

 

 

술 취해서 휘청거리는 것들이 제일 한심해.”

엄마의 잣대는 너무 엄격했고 그만큼 비난은 날카롭고 견고했다그런 비난을 들으면 나 역시 그 기준에 어긋나는 건 아닐지 긴장됐다그리고 말 끝에 꼭 아빠 얘기가 나왔다엄마 인생의 모든 비극의 근원에는 아빠가 있었다술 취한 손님이 화장실 바닥에 토해 놓은 걸 치워야 하는 자신의 신세도서울에 널린 수없이 많은 집 중에 자기 집 한 채 없는 형편도식당 불판에 손가락을 덴 사고까지 모두, “그 인간만 안 만났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 63p

 

 

은호야아빠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거든그런데 애교 없고 독한 여자를 만나서 다 망했어다 망해 버렸어네 엄마 때문에.”

그놈의 네 엄마네 아빠대체 내게 왜들 이럴까아빠는 이런 자기가 딱하지 않냐고도 물었다아빠는 자기를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믿는 것 같았다아내도자식들도 아닌 자기 자신을 제일 가여워하는 사람그게 내 아빠였다. / 69p

 

 

 



 

 

 

 

  소설 이 와중에 스무 살은 스무 살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기 시작한 은호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은호는 우리 사회가 흔히 ‘K장녀로 일컫는가족을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과도한 책임을 떠안고 자라난 청년들의 자화상이다뭘 좋아하고뭘 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 볼 여유 없이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엄마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딸삶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제자리걸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때론 후퇴하기도 한다는 것을 엄마의 지난한 삶을 보고 일찍이 철이 든 딸엄마를 두고 끊임없이 밖으로 나도는 아빠를 보며 연애를 할 때마다 늘 상대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딸무턱대고 찾아간 교내 상담실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냐는 질문을 들은 순간예상치 못한 훅을 맞은 것처럼 눈물을 쏟아낸 은호는 자신의 삶에서 결여된 것들 혹은 막막한 현실이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다.

 

 

 

강의 중간에 나온 게 벌써 후회됐다나만큼 진로 컨설팅이 필요한 학생이 어디 있다고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달리다가 눈가리개를 떼고 나니 여기가 어디지하며 어안이 벙벙한 채로 서 있는 것이 지금 내 상태니 말이다엄밀히 말하면 지금 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느냐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나아가도 되는지에 있었다어쩌면 뒤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 21p

 

 

모르겠다세상이 바쁘게 몰아붙이는 대로익숙하고 무난한 방식으로 살았을 때 이르게 될 뻔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어쩌다 생겨났는지는쓸데없이 책만 많이 읽은 나는 회사에 기생하는 일이 아닌 더 의미 있는 일이자본가가 떠구는 콩고물을 받아먹는 삶이 아닌 더 의미 있는 삶이말하자면 일과 삶을 일치시킬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싶다는 환상까지 품고 있었다.

문제는그 욕구와 환상을 실현할 과감함과 결단력이 내게 없다는 거였다내 속의 반항심과 소심함은 너무나 사이좋게 손잡고 있었다. / 23p

 

 

 

  설상가상 이혼을 하겠다며 서울로 올라온 엄마는 은호의 좁은 방을 비집고 들어온다덕분에 고단한 엄마의 한숨과 날선 감정들은 고스란히 은호에게 전이되고감정의 웅덩이가 커지고 깊어지다 못해 드디어 폭발하게 된다짧은 가출과 자살인줄 알았던 소동이 몇 차례 지나고 난 뒤은호는 부모로부터 정신적인 독립을 하지 못해 경계설정을 명확히 하지 않은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차츰 깨닫게 된다또 엄마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느라 보지 못했던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칼처럼 품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 엄마의 시간을 이해하게 된다어쩌면 엄마는 최선을 다해 우리 곁에 있으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저렇게 살면 안 된다며 주변 사람들을 험담했던 건 때론 편한 길로 가고 싶었을 엄마가 스스로를 단속하기 위한 방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아울러 은호는 자기 자신의 문제는 외부에서 찾을 게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통해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성찰하게 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내가 누군지어떻게 살고 싶은지진짜 살고 있긴 한 건지외부의 답이 아닌 내 안의 답을 찾으려고 지금도 계속 고민하니까누군가는 답도 없는 고민을 한다고 한심하게 보겠지만 답이 있는 고민만 하는 건 인간적이지 않잖아인간은 고민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고민하는 순간이야말로 살아 있는 순간이고그러다 보면 믿어 왔던 통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낯설고 불편한 것 쪽으로 기꺼이 건너갈 수 있게 되는 거지.” / 54p

 

 

나를 붙잡으려는 상대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날 원하면 저럴까 싶었다나는 그런 식으로 사랑을 확인했던 것이다내가 얼마나 상대를 괴롭혀 왔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만나는 동안 헤어지자는 말로 상대를 긴장시키며 내 곁에 매어 두다가 결국 먼저 떠나곤 했다는 것을사랑받고 싶어 했으면서도 결국 상대의 마음을 불신했다는 것을.

내가 나를 괜찮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지 못하면 그 인정을 외부에서만 찾게 되죠그 과정에서 사실 가장 괴로운 건 자기 자신이고요.” / 110p

 

 

 




 

 

 

 

  은호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때 어른들의 인정과 칭찬이 전부였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먹먹했다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기대를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나의 생각은 거의 신념에 가까웠기에 늘 괜찮은 척아프지 않은 척내 안의 불안을 끊임없이 단속했다때문에 나는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데 보다 열심이었다안타까운 것은 나와 더불어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이와 유사한 관념과 환경 속에서 성장했고신체적으로는 독립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정신적으로는 독립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상처투성이인 내면아이와 화해하지 못하고 자라난 이 시대의 많은 청년들을 대변한 이 이야기가 제 1회 성장소설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건 어쩌면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그만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어떤 사람인지 고민해 볼 틈도 없이 성장해버린 청년들의 그늘과 갈증을 매우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한 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또한 다정한 위로와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를 균형감 있게 전하는 작가의 필력 또한 안정적이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우리 사회의 많은 은호들에게 가 닿아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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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마음공부 : 부모 편 - 부모에게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 생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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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자엄마이자여성인 나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사랑과 더 나은 세상을 주고자 하는 여성들의 진솔한 이야기!

 

 

 

 

  그 날은 내가 난생 처음으로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었다아무리 떠올리고 떠올려 봐도 그 날 내가 왜 학교에 가지 않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다만엄마에게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고평소 떼 한 번 쓰지 않던 아이가 안쓰러웠는지 엄마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어서 학교에 보내지 않으셨다그날 저녁나는 너무도 대수롭지 않게 학교에 가지 않은 것을 밥상머리 앞에서 꺼내놓았나 보다당시가 초등 1학년이었으니 아마도 큰 사달이 날 것이란 예상 따윈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아빠는 대노하셨고 나는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나 때문에엄마가 아빠에게 듣지 않아도 될 소리를 들어야 했다그것은 곧 내 안에 일종의 부채감으로 자리잡았다그렇게 학교를 결석한다는 건 우리 집이 반으로 쪼개지는 위험천만하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이후 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고 착실히 등교했다학교에서만이 아니었다내 안의 어떤 목소리가아니 그 날 아빠의 얼굴에서 보았던 냉정한 시선과 으르렁댔던 목소리가 내내 나를 따라다니면서 엄격하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 날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 건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어린이집을 등원하다 또 하지 않기를 반복하던 아이가 어느 날등원복을 보더니 까무러치기 시작했다나는 애원과 윽박을 번갈아가며 아이의 옷을 입혔고겨우 옷을 입혔을 즈음 아이는 신고 있던 양말을 거의 잡아 뜯다시피 벗어던졌다이미 나의 온몸은 땀으로 흥건해졌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나는 이를 꽉 깨문 채 기어코 어린이집 버스에 아이를 실어 보냈다그렇게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니 발목이 잔뜩 늘어난 아이의 양말이 거실에 널브러져 있었다양말을 주섬주섬 챙기다보니 눈물이 치솟았다너덜너덜한 양말이 꼭 내 마음 같아서였다가만 생각해보면 아이를 그렇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되었는데… 무조건 보내야할 의무도 없었는데 왜 나는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단념하지 못했을까어쩌면 그건 지난 날그 사달이 있어났던 그 날의 트라우마 때문은 아니었을까엄마인 내가 과거와 화해하지 못한 이유로 오늘의 내 아이가 상처를 입었으니 참 미안한 일이었다.

 

 

 

내 세계의 통행증은 내가 관리한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두 아이를 키우는 데 전념하느라 정작 나 자신은 돌볼 줄 몰라 깊은 우울감에 빠졌을 때였다그때 읽게 된 책 하나가 나를 건져 올려주었는데 그게 오소희 작가의 엄마는 20이었다오소희 작가는 세상의 엄마들에게 당신을 든든히 지켜줄 당신의 세계를 가꾸기를 독려하며 엄마라는 자리는 끝이 아닌시작임을 일깨워주었다덕분에 이 책은 줄곧 내가 손에 꼽는 에세이 중에 하나가 되었으며 주변의 많은 엄마들에게 자녀교육서보다 더 많이 권하는 책이 되었다그로부터 몇 해가 흘러 최근오소희 작가의 신작 언니들의 마음공부(부모 편)이 출간되었다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사랑과 더 나은 세상을 주고자 하는 여성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그들의 진정한 자아찾기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기꺼이 대면하고함께 치유하고용감하게 나아간 이들의 이야기는 비슷한 상처를 지니고 있는 여성들의 아픔까지 함께 보듬으며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모든 글에는 치유의 힘이 담겨 있습니다.

신뢰하는 사람들과

특별한 방식으로 나누기만 한다면. / 16p

 

 

 

  2019여성들의 활동 플랫폼 언니공동체를 개설한 오소희 작가는 <‘를 찾는 글쓰기 모임>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당신이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참가자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에서 성장했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약 90퍼센트가 부모라고 답했단다뜻밖이지만한 사람의 성장과 인생에 있어 부모 혹은 가족만큼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또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럴 만한 결과다.

 

 

 

부모가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키운 경우

맏이에게 어릴 때부터 어른 역할을 지운 경우

부모의 꿈을 아이가 대리 성취해주길 바란 경우

아이가 보는 데서 부모가 수시로 싸운 경우

아빠가 엄마와 아이를 때리고 강압한 경우

엄마가 아이에게 신세한탄을 하고 때린 경우

 

 

 

  작가는 우리의 부모님들은 밤낮으로 일해 자식들에게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주셨지만정작 포옹과 응원위로와 지지의 말 같은 것들 혹은 그저 곁에 가만히 앉아 잠시 체온을 나눠주는 공감의 순간 같은 것들이 부모의 역할에 포함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한다결국 그 자식들은 위장의’ 허기는 채웠을지 몰라도 정서적’ 허기를 지니게 되었으니이제라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부모 자식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이에 각 사례마다 참가자가 직접 쓴 자전적 글작가와 참가자가 <치유의 3단계 매뉴얼>로 삶을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과정그것이 다시 참가자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확인하는 마무리 글을 통해 상처에서 긍정을 발견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과 대화를 할 줄 몰랐어대화를 하려면 상대방이 다섯 살 어린아이라 해도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해등에 짊어진 의무이거나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잘 지내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 더 알고 싶고더 알아내기 위해 꾸준히 눈을 맞추며 소통의 노력을 하는 독립적인 인격체하지만 그 당시 시절의 부모에게 자식이란 의무나 소유물에 가까웠지.

지금도 어엿이 성인이 된 자식에게 내가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부모님들, ‘중요한 결정은 내가 내려줘야 한다며 개입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건 여전히 자식에 대한 정의가 거기 머물러 있어서야. / 32p

 

 

정서적 소녀가장이 한 일은 아무도 눈치를 못 채그 오랜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노동을 혼자 하면서 낑낑댔어무심하고 둔감한 사람들 사이에서 민감한 주파수로 불행을 시시각각 감지한다는 것몹시 피곤한 일이야어린 깜냥으로 대책을 강구했다는 것무력한 일이야그 수고로움에 아무도 중요한 일을 한다라거나 고맙다거나 애썼다고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엄청난 좌절이지. / 190p

 

 

 



 

 

 

  <치유의 3단계 매뉴얼>은 대면과 이해의 과정인 1단계위로와 긍정의 과정인 2단계마지막 3단계인 퉁치기와 경계설정의 과정으로 나뉜다여기서 대면 단계즉 치유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담대하게 맞서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듯하다작가는 이를 지구 위에서 보기라고 말하는데우주인이 지구를 내려다보듯 멀찍이서 상처를 받았던 당시를 내려다보는 방법이다새롭게 확보된 너른 시야로 자신이 상처를 받았던 시절의 사회적 특징을그것이 가족에게 준 영향을그 영향 안에서 각 개인들이 어떻게 다르게 반응했는가내게 상처를 준 사람의 능력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이러한 과정 속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일이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나를 위로하고 고통에도 긍정의 지점의 있었음을 알아봐줄 수 있게 된다.

 

 

 

실패한 건 실패한 거야.

부모 자식 관계라 해도,

애착관계조차 맺지 못한 관계,

혹은 엉성하게 맺다가 만 관계,

그런 관계도 있을 수 있는 거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치유의 과정이야. / 61p

 

 

이 작업은,

하나엄마와 너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당시에 살아남기 위해 맺었던지금은 필요 없어진 비상시 팀워크를 해체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느라 네가 억눌렀던 맞는 감정과 감각을 뒤늦게라도 불러와 너의 내면아이를 충분히 위로하며,

감정과 감각을 억누른 대가로 얻어낸 생의 자원들로써 억울함을 퉁쳐 보내고,

다섯지금부터는 맞는 감정과 감각을 지니며 살 수 있도록 자원을 여유롭게 활용하는 동시에,

여섯엄마와 새롭게 경계설정을 하는 거야이로써 엄마와 더 바람직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부모님에 대해서 좋은 말만 해야 한다는 조선시대 억압은 변기에 쏟고 물 내려.

부모와의 관계에서 뒤죽박죽된 부분을 정리하지 않고 대충 뭉개서 사랑으로 미화하고 살면 그 잘못된 방식이 다른 소중한 관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돼연인에게배우자에게특히 자식에게 되물림되지. / 114p

 

 

 

  오소희 작가는 말한다어릴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감정과 감각의 이름들을 익히고 시시각각 그것을 알아봐주는 연습이 필요하다고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아픈데 아프지 않은 척문제없는 척그런 척들로 나의 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려할 때 파묻어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의 감정을 바라봐주라고어린 시절 적정한 말과 스킨십으로 마음 챙김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면 지금이라도 특정한 상황에 맞는 감정과 감각은 무엇인지그에 알맞은 대처(표현)법은 무엇인지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내가 당황한 거구나.’ ‘지금 난 혼란스러운 거야.’ ‘이 감정은 우울이야.’ 2외국어를 익히듯 적절한 감정과 감각의 이름들을 익히다보면비록 더듬거릴지라도 매일 꾸준히 사용하다보면 내 아이에게는 그것이 모국어가 된다고.

 

 

 

  “엄마는 사랑스러워사랑해.” 감정 표현에 서투른 엄마인지라 사랑한다는 말에 여전히 낯설어하는 나에게 아이들은 서슴없이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온다덕분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줄 수 있게 된다. “엄마속상해미안해.” 아이가 뭔가를 엎지르거나 실수를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물고 있으면 아이들은 나보다 먼저 나의 감정을 읽어준다덕분에 나는 속상해하지만 괜찮아먼저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하고 내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된다비록 나는 아이들을 통해 상황에 맞는 감정과 감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지만오소희 작가의 말처럼 더듬거릴지라도 매일 사용하다보면 나의 언어가 되고 가족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각각의 사연들은 조금은 사정이 다를지라도 결국 우리 모두가 겪었던 상처들 중에 하나였다읽는 내내 몇 번이나 마음이 뭉클했고나의 기억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해서 울컥했다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여성들이엄마들이딸들이 를 제대로 바라봐주는 법을 배우고 보다 더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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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2 - 전2권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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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의 탁월성은 이제껏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 하나하나에 고유의 서사를 불어넣으려는 시도들 속에서 빛난다!

 

 

 

내 어린 시절은 이민과 계급인종젠더 문제에 끊임없는 영향을 받았다.

이 책에는 이민 1세대와 2세대 인물들을 등장하는데,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미국의 이야기라는 정의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세상 그 어떤 나라와도 다르게 미국은 이민정책과 초기 식민지 역사라는

태생적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원주민과 노예의 후손들을 제외하면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애는

궁극적으로 이민자의 여행기와 연결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469p

 

 

 

  17년 전미국이 건국 200주년을 맞던 해에 케이시네 식구들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유능한 젊은 여성으로서 케이시 한은 번듯한 삶과 성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뉴욕 퀸스의 허름한 동네에서 자라난 한국인 이민자로서학과에서 1등을 하고 컬럼비아 대학교의 로스쿨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하더라도맨해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근면하지만 힘겨운 삶과 소수민족을 향한 혐오를 동시에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케이시의 분투는 집안에서도 예외는 없었다이곳은 뉴욕 퀸스때는 1993년이지만 케이시의 가족은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1953년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전쟁은 잔혹한 것빈곤은 잔인한 것.’ 케이시는 아버지가 겪은 고난을 결코 무심히 여기지 않았지만이제는 정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특히 내가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너를 키우고 좋은 학교까지 다 보내줬는데 넌 왜 이것밖에 못해?’ 라고 말할 것 같은 아버지의 저 냉담한 시선 속에선자식은 부모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데서 오는 죄책감으로 늘 죄인이 되었다반드시 한국인과 결혼해야 한다는 엄격한 결혼관과 법률-경영-의대라는 안정된 선택지 외에는 다른 선택지란 없는 미래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요원해보였다자식의 기를 꺾기 위해 의식처럼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의 입장을 이제 더는 헤아릴 수 없다고그저 멍하니 서서 얻어맞지 않겠다고 집을 뛰쳐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가진 것 없는 이민자의 딸이 부모와 다른 인생을 꿈꾸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인 걸까이렇듯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인 케이시의 삶을 통해 미국인도한국인도 될 수 없는 이민자 2세대의 고뇌와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나간다.

 

 

 

자신만의 서사를 써나가고 싶었던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 그리고 애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파친코로 주목받은 이민진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두 번째 장편소설인 파친코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재일조선인의 역사와 삶을 다뤘다면 이 소설은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계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여기에는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으로 귀결되는 미국식 낙관주의나 역경을 이겨낸 극복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상적인 인간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아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얼마나 복잡다단한 인물인지 너무나 보여주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 케이시를 비롯해 소설 속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불완전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으며 인종과 계급이민젠더의 정치학’ 속에서 마모되는 현실을 재현한다.

 

 

 

돈을 벌고 싶으면 경영대생명을 구하고 싶다면 의대.” 법률경영의대라는 세속적인 삼위일체가 이 도시의 유일신인 것 같았다뉴욕 출신 이민자 여학생이 감히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려 하다니 오만한어쩌면 경솔한 짓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케이시는 설령 모호한 꿈이라도 단지 안정된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17p

 

 

엑서터나 하치키스 같은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아이들부모님이 컨트리클럽 회원이고 아버지가 전화 한 통만 하면 뭐든지 해결되는 그런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는 게 어떤 건지 아세요학과에서 일등을 해도 저 애는 집안이 보잘것없으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친구로 지내는 것이 어떤 건지 아세요아버지가 세탁소를 한다고 했더니 제가 무슨 더러운 빨랫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물러서는 아이들도 있었어요말로는 동등하다는 사람들이 저를 마치 속에 지저분한 것을 가득 채운 유리 인형처럼 바라보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아시겠어요?” / 27p

 

 

케이시가 볼 때는 소수민족을 인종주의자라고 부르거나여자에게 성차별한다고 하거나가난한 사람에게 물질만능주의라고 한다거나성소수자에게 동성애 혐오 딱지를 붙이거나노인에게 노인을 차별한다고 비난하거나유대인에게 반유대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뭔가 거꾸로 된 것 같았다학교에서는 이런 온갖 딱지들이 아무에게나 함부로 붙었다하지만 케이시는 혐오의 대상이 된 사람이 자신을 혐오하는 것도 가능하며 다른 사람을 더욱 쉽게 혐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혐오는 자체적인 공생의 논리를 지닌다. / 61p

 

 

 




 

 

 

 

  이를 테면 케이시는 주머니 사정은 늘 빈곤하면서도 내가 아닌 다른 인생의 아름다움과 이미지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하고친구인 엘라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나머지 자신의 결혼 문제조차 케이시로부터 확신을 얻으려 한다텍사스 출신 한국계 미국인 은우는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대박과 쪽박이라는 확률게임에 번번이 무릎을 꿇는다계급과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의 엘리트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던 테드 김은 부유한 집안의 아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여성에게 시선을 돌린다케이시의 어머니 리아는 가부장적인 사고관을 지닌 남편 조셉 한이 자신의 딸을 때려도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도리어 남자는 화를 내도 괜찮지만여자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여성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긴다이렇듯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편견과 배제인종의 장벽이라는 녹록치 않은 현실과 외롭게 싸우느라 어디에도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지만서로를 보듬고 아픔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결핍을 발견하고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

 

 

 

난 우리 모두가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했단다알고 있니난 널 정말 많이 사랑해케이시.”

케이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침만 삼켰다그녀의 부모님은 평생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어머니와 아버지 같은 한국인들은 사랑에 대해감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케이시와 티나는 자기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듣지 못하는 것이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136p

 

 

이런 피부색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백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굳건한 미국식 낙관주의로 무장한 제이는 케이시가 좋은 의도와 분명한 대화로 모든 상처를 덮을 수 없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어쨌든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그들은 한(많은 한국인이었다제이의 잘못은 아니지만그가 어떻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케이시에게 부모님의 슬픔은 너무나 오래된 것이었다. / 264p

 

 

“1분 1초가 소중해텔레비전을 켜고극장에 가고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살 때마다한국 여자 머리는 예쁘다는 둥 헛소리를 주절거리는 남자와 같인 술집에 앉아 있을 때마다잘못된 남자와 자고 그의 전화를 기다릴 때마다넌 그 모든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야네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거야네 인생은 소중해케이시. 1분 1초가내 나이쯤 되면매일매 순간나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내가 갖고 있었던 시간내게 주어졌던 시간을 낭비했다는 걸 깨닫게 되지그 순간은 사라졌어단 한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아.” / 288p

 

 

 




 

 

 

 

  성공과 기회자유가 보장된 듯한 이 땅에도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더 고군분투해야 했던 이민자들의 냉혹한 삶이 존재했다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 하나하나에 고유의 서사를 불어넣으려는 이민진 작가의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실제 이민 2세대로서 누구보다도 가깝게 느꼈던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이를 긴 호흡으로 끌고나가는 힘에서만큼은 탁월하다는 느낌이다다만불륜이나 외도를 통해 타인에게서 끊임없이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캐릭터가 상당히 일관되게 나타나는 점남성과 여성의 관계 설정이 대부분 육체적인 관계로 귀결된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그것이 아무리 미국적인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진짜 사랑과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에 늘 육체적인 관계가 끼어든다는 설정 자체가 불편함을 준다물론 이런 흠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진 작가가 지닌 코리안 디아스포라라는 정체성은 계속해서 차기작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상징성이 있다현재 마지막 3부작을 집필하고 있는 중이라 하니 이 또한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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