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피아 1 : 잡학 상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400가지 사실들 팩토피아 1
케이트 헤일 지음, 앤디 스미스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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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지식이 쑤욱!

아이들에게 세상의 모든 지식을 전하고자 하는 신개념 지식 백과사전팩토피아!

 

 

 

팩토피아에 온 걸 환영해!

 

모두 뒤통수 조심해깜짤 놀라 뒤로 넘어질지도 모르니까턱도 잘 받치고 있어.

입을 다물지 못할지도 모르니까놀랍고 멋진 사실들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거든.

어떤 것들이냐고? / 6p

 

 

 

  팩토피아!

  마치 별세계가 펼쳐져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했을 때 외쳐야 할 것 같은 바로 그 이름팩토피아.

  흥미진진하고 호기심 가득한 이 세계로 마구마구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팩토피아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모든 지식을 전하고자 하는 신개념 지식 백과사전이다.

 

 

  동물과 식물과학과 역사세계 등 브리태니커가 검증하고 초등 교과서 속 지식들을 쏙쏙 담아 놀랍고도 신기한 팩트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팩토피아의 세계 속에선 무려 400여 가지의 사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기린에서 에펠탑으로에펠탑에서 페인트로페인트에서 광물로광물에서 이로이에서 가시로 끝없이 이어지는 이 지식 여행에 지루함이란 없다.

 

 

  언제 어디로 갑자기 딴 길로 새어버릴지 모르는 책장 여행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 새 세상의 온갖 지식을 맛볼 수 있으니보다 특별하고 재미있는 백과사전을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갓 태어난 아기는 몸 속에 뼈가 모두 270개쯤 있어어른이 되면 206~213개로 줄어든다는 걸 아니? / 9p 1호가 말하길, “그럼 내 뼈는 한~ 10개쯤 사라졌을까?”

 

플레이도우는 원래 벽지를 청소하는 도구였어이렇게 재밌는 장난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 / 25p 2호에게 말랑이가 원래는 청소 도구였다고 말해주니 그럼 이제 이걸로 청소하면 돼?”라고 말하지 뭐야.

 

수컷 바우어새는 바우어라고 불리는 집을 짓고 꽃이나 조개껍데기 같은 색색의 물체로 세심하게 장식을 해암컷에게 보여 주려고 말이야은박지처럼 반짝거리는 쓰레기도 주워다 쓰지. / 59p 우아수컷 바우어새는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은데?

 

 




 

 

 

매일 우주에서 지구로 돌덩어리들이 떨어져다 합치면 44,000킬로그램도 넘어고작 먼지 한 점 크기인 것들도 있지. / 89p - “엄마지금도 우주에서 돌이 떨어지고 있으니까 맞지 않게 잘 피해 다녀야 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물은 세균이야머리카락 끝에 무려 150,000마리나 올라설 수 있다니까! / 119p 1호는 말했다. “어쩐지 머리가 무겁더라내 머리가 큰 게 아니었어다 세균이 있어서 그랬던 거야.”

 

세균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는 화장실이야변기 뚜껑을 열고 물을 내리면 공기 중으로 세균이 1.8미터나 날아갈 수 있어. / 141p 응가를 하고 변기 속의 자기 응가에게 인사를 해주는 2호야이젠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어린이 백과사전답게 풍부한 삽화와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미지다채로운 컬러가 보는 재미가 있다워크북을 통해 초성 퀴즈, OX 퀴즈미로 찾기빙고 게임주사위 보드 게임 등의 재미있는 독후 활동도 참여해볼 수 있다기나긴 겨울 방학부모와 아이가 함께 팩토피아의 세계에 푹 빠져보시길 추천드린다계속되는 팩토피아 시리즈도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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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의 거장들 - 매 순간 다시 일어서는 일에 관하여
데비 밀먼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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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창작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통찰하고 이해한 노력들을 공유하다!

 

 

 

 

  디자이너시인소설가화가사진작가여성운동가사업가셰프방송인 등 우리 시대의 가장 창의적인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의 창작법과 신념멘탈 관리법을 담은 인터뷰집이다혁신의 아이콘 팀 페리스디자이너 중의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작가 알랭 드 보통스티브 잡스의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앨버트 왓슨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창작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통찰하고 이해한 노력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이 책을 엮은 데비 밀먼 역시 지난 20여 년간 버거킹펩시하겐다즈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담당한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인터뷰이가 사랑하는 인터뷰어로 정평이 난 커뮤니케이션의 대가다. “훌륭한 인터뷰는 시간과 변화에 짓눌리지 않고 존재와 잠재력의 핵심을 건드린다는 마리아 포포바의 말처럼하나하나의 인터뷰 속에 담긴 그들의 예리한 지성과 삶을 대하는 특별한 태도는 우리로 하여금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바가 있다무엇보다 이 한 권으로 세계적인 아이콘들을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니그 자체만으로도 황홀해지는 책이다.

 

 

 

인터뷰는 태생적으로 신기한 문화적 인공물이다.

그것은 미래의 부끄러움에 대한 합의된 훈계다.

우리가 삶의 특정 시기에 어떤 상태였고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열정으로 들끓었고

어떤 슬픔으로 괴로워했는지 새겨놓은 공동의 기록이다.

마리아 포포바의 맺는 말 중에서 603p

 

 

 

  하나의 문화를 선도한다는 건 자신만의 예술적 원천과 작품 속에 깃든 철학을 그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감지하고 그것을 증명할 줄 아는 이에게만 허락된 재능일지도 모르겠다멘탈의 거장들』 속 창작가들은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그 수많은 고뇌 속에서 자신만의 창작법을 발견하고 수정하며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성소수자인 앨리슨 벡델은 어디까지 드러낼 것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진정한 자아에 다가가는 방식을 고민하고세스 고딘은 공포와 경멸의 사이클에서 떨어져 나와 조용히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냄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하려 한다.

 

 

 

  매릴린 민터는 좋은 예술가가 되려면 자신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실패를 창조적 과정의 일부라 생각하고그때 발상하는 두려움조차 정면으로 마주하며 예술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재커리 페팃은 그래픽디자인 혹은 상업 예술의 세계에서 독창적이라는 것은 본질적인 미덕이 아니라고 말하며 독창적이 되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마라고 조언한다아이디어를 으깨고 융합하는 가운데서 오히려 혁신적인 무언가가 알아서 따라올 거라고 말하는 그의 인터뷰는 새로운 영감을 발견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사로잡혀 있는 창작자들에게 귀한 메시지를 준다.

 

 

 

우리 삶은 카오스예요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에는 그 어떤 의미도질서도 없죠하지만 거기서 무언가 이야기를 발견하려고 애쓰는 것그런 무작위적인 사건에서 어떤 의미나 서사를 발견하려고 애쓰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에요. / 앨리슨 벡델 편 중에서 37p

 

 

무용원고책 소설시 등의 예술 작품에서 자신과 다른 인종경제적 지위국적젠더섹슈얼리티를 가진 집단을 묘사할 때 외부자의 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타자를 낭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저는 내부자로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목소리를 높여야 해요자신이 누군지자신이 무엇인지 세상에 말해야 해요.” / 비스 버틀러 83p

 

 

정말로 능숙해지기까지 10, 12, 14년도 더 걸린 것 같네요그쯤 지나고 나서야 어떤 비전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그것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되었어요나는 늘 배우고 있습니다지금도 여전히 나를 깜짝 놀라게 해줄 무언가내 뜻대로 되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지요. / 앨버트 왓슨 편 중에서 111p

 

 

 



 

 

 

 

  삶의 태도와 무너지지 않을 마음을 관리하는 법에 관한 여러 인터뷰들도 인상적이다전 세계 베스트셀러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답게 팀 페리스는 데비와의 인터뷰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내적인 삶과 외적인 삶을 조정하는 법을 상세히 알려준다이를 테면 구체적으로 내게 어떤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최소 열다섯 가지 정도를 적어봄으로써 나의 두려움을 정의해보고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 예방해봄으로써 두려움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임을 알아가 보라고 한다또 이 모든 예방 조치를 다 취했는데도 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고려해봄으로써 실제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더 이상 절망적이거나 무력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제안한다.

 

 

 

  “뭘 꼭 알아내야 한다거나 특정 나이에는 특정 장소에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허상과 같은 미래나 목표를 붙잡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나의 능력을 바라볼 것을 조언하는 채니 니컬러스의 말 역시 새겨둘 만하다나아가 우리는 시민으로서 사회에 애정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의 메시지는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직시하게 한다이 외에도 에스터 페렐과 알랭 드 보통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들여다본 낭만적 사랑의 허상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법을 고민해보게 한다.

 

 

 

2005년에 마흔다섯 살이 되면서 중년의 위기를 맞았어요하던 걸 멈추고 돌아보고 점검해야 하는 중년의 시기가 45세 즈음이라고 늘 생각해왔거든요문제는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엄청나게 많은 생각과 불안이 뒤따랐죠결국 나 자신을 시장에 내놓고 여러분들아나 여기 있어요내가 할 만한 거 뭐 없어요?”라고 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미지의 세계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약을 한 것이죠그때 이후로 제가 한 모든 일은 온전히그리고 전적으로 우연의 산물이었어요. / 신디 갤럽 편 중에서 52p

 

 

제가 이렇게 희망적인 이유는 온갖 역경에도 우리가 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우리는 정말 변해요마음도 말랑말랑해지고 스스로에게 훨씬 더 다정하고 너그러워지죠스스로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그리고 변화하죠사람들 눈치만 보던 그 불안하고 겁 많던 사람이 지금은 이렇게 그딴 거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이 되었잖아요그것만으로 희망이 생기죠. / 앤 라모트 편 중에서 106p

 

 

자신의 마음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낭만적이지 않은’ 일이죠그래서 토라짐이 낭만적 사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왜냐하면토라지는 게 뭔가요상대방이 자신에 관한 중요한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분노와 그게 뭔지 절대 설명해주지 않겠다는 오기가 섞인 상태입니다그러니까 자신을 이해 못 한다고 상대방을 탓하면서도 설명해주기를 거부하는 것인데설명하는 것 자체가 사랑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연애는 다방면에서 가르침을 필요로 해요양쪽 다 상대방이 자신을 가르치는 걸 허락하고 분노나 원망 없이 그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성공적인 연애를 할 수 있어요. / 알랭 드 보통 편 중에서 311p

 

 

 




 

 

 

 

  엘리자베스 알렉산더는 무언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좋아할 수는 있겠지만실제로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요그건 정말 진지해야 하는 거잖아요.” 하고 도리어 물어온다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짓는 개별적인 예술가라는 점에서 그녀가 말한 진지함에 대해 고민해보는 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2년을 갈무리 하는 시점에서 나는 얼마나 진지한 사람인지또 나의 작업에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늘 진지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에 대하여 마음을 써보려 한다. 2022년을 마무리 하며 약 2주에 걸쳐 새벽 독서로 이 책을 차근차근 읽어나간 경험들은 다가올 새해에 보다 더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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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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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지만,

차라리 몰랐으면 하고 외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일지도!

 

 

 

  ‘나도 모르는 사이 흘러나온 똥을 뭉개고 앉아서 엄마를 기다린다.’

  황시운의 산문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대변이그러니까 똥이내 인생을 뒤흔드는 이유가 될 거라고는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기억은 어느 날 느닷없이 세상으로부터 뚝하고 부러지고 만 그때로 돌아간다두 번째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에 들어갔던 십 년 전 봄그녀는 문학상 수상과 기다리던 첫 책의 출간이라는 기쁨에 빠져있다 숲길에서 추락하고 말았다물이 사납게 흐르는 계곡 위에 놓인 난간 없는 작은 다리였는데추락하면서 바위에 허리가 찍혀 척추가 부러져버린 것이다그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그녀는 남은 평생 척수 손상으로 인한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되었다짧은 순간에 벌어진 사소한 실수였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악취가 진동하는 인생을 뭉개고 앉은 것 같은 수치심과 좌절감엄마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십여 분의 시간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그녀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절망했을까.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과도 같다. / 74p

 

 

 

  소설가 황시운은 자신의 산문집을 통해 장애로 인해 한 순간에 부러져버린 세상과 그로 인해 시시때때로 마주해야 했던 아픔그 속에서 안간힘을 써야했던 순간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방광과 소변주머니를 연결하는 관이 꼬인 채 막혀버리는 바람에 소변이 배출되어 옷이 젖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고대부분의 사람들은 폴짝 뛰어넘으면 그만인 고작 십여 센티미터의 틈을 휠체어로는 넘을 수가 없어 번번이 세상으로 나가는 일에 주저하게 되는 서러움을 토로한다이삼일에 한 번꼴로 계단참에서 관장을 해야 했던 수치스러운 기억이 고작 두 단짜리 파티션으로는 가려질 리가 없는 것처럼그녀의 현실은 일상의 곳곳에서 자신의 미약한 처지를 너무나도 쉽게 대면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흉수 손상의 후유증으로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되었다이 고약한 통증은 손상된 신경계의 교란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통증을 뇌에서 잘못 인지하면서 일어나는 통증이다그러니까나는 실체 없는 통증을 밤낮없이 겪어내고 있는 셈이었다실존하지도 않는 통증이 어떻게 이렇게나 생생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어쨌든 그 통증과 함께 십일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얼마나 될지 모를 세월 동안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 37p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엄이 너무 자주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무너져내린다사람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얼마나 참담한지세상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장애에서 오는 고통과 곤란함안정망과 시스템의 부재만큼이나 힘겨운 건 사회가 장애인들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 드는 데서 오는 참담함이라고 고백한다이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병이라 진단하는 일에만 몰두할 뿐그들의 정체성과 고유의 자질을 대면하는 일에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그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록을 남기는 것뿐이라고 말한다나에게 이런 일이 끝도 없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가능하면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일그것은 라는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그녀처럼 마지막 존엄마저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덕분에 자신의 글을 통해 당신과 같은 내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알려주고 손을 흔들어주어 긍정의 신호를 전하려는 그녀를 나 또한 응원하게 된다.

 

 

 

통증은 양상을 달리하며 파도를 타듯 끝도 없이 밀려왔다이제 내 일상에 통증이 끼어들지 않는 시간은 없다아프지 않길 기다려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고 말 터였다그러지 않으려면 아프건 말건 약이라도 털어먹고 뭐라도 해야 했다잠시 숨을 고르며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봤다소설그리고 소설오로지 소설늘 그렇듯 떠오르는 건 소설뿐이었다. / 17p

 

 

이제는 사고 전처럼 있는 힘껏 달려 골목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하지만 오늘의 통증은 어제의 통증과는 달랐다어제의 통증은 침대에서 맞았지만오늘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견뎌냈다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달랐다어제의 나는 집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오늘의 나는 집밖으로 나와 이제 막 잎이 돋기 시작한 철쭉나무를 바라보고 있다그러니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랐다달라진 나는 달라진 통증을 점점 더 익숙하게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럴 수만 있다면오래전 편한 운동화를 신고 골목을 누비던 때의 나처럼 내가 잘해내고 싶은 오직 한 가지 일인 소설을 쓰면서 내 앞에 펼쳐진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 23p

 

 

예전처럼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을 수는 없겠지만내게는 튼튼한 휠체어가 무려 석 대나 있으니까휠체어로 가기 벅찬 거리라면 지하철이나 저상버스를 타면 된다물론 아직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도록 세상과 싸우는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스스로 넘지 못할 턱을 만나면 망설이지 않고 당당하게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며세상은 지금껏 내가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곳일 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삼십 년 넘게 살아온 이 도시를 천천히 다시 걸을 것이다. / 293p

 

 

 



 

 

 

 

  어쩌면 이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지만차라리 몰랐으면 하고 외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그래서 더욱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일지도무덤덤하게 읽고 넘기기가 힘겨워 자주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 무지했고 무관심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은 아닐까그래서 나는 이러한 경험들이 더 많이 쓰이고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오늘도 부러진 세상과 높은 턱을 넘어서기 위해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을 모든 존재들에게 감히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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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채우는 감각들 - 세계시인선 필사책
에밀리 디킨슨 외 지음, 강은교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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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정취가 오롯이 내 안에 스미는 듯한 느낌을 선물하는 책!

단 한 권의 매력적인 필사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오랫동안 세계문학과 대중을 연결해온 민음사가 19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시인선 필사책을 출간했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페르난두 페소아마르셀 프루스트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작이 수록되어 있다민음사 세계시인선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중에서 한 번 더 읽고쓰고숙고해보면 좋을 시들이 엄선되어 있다개인적으로 바이런을 제외하면 소설 작품이 더 친숙한 이들이지만시적 언어만의 문학적 광휘를 체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선별되어 특별히 소장가치가 있다.

 

 

 

에밀리 디킨슨(1830~1886)_ 19세기 미국 시인거의 매일 시를 쓰며 2000편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지만세상에 발표한 작품은 일곱 편 정도에 그친다책에 수록된 <소박하게 더듬는 말로>,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희망이란 날개 달린 것등에서는 섬세하게 조각화 된 슬픔과 죽음허무와 영원 등의 주제가 담겨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_ 포르투갈의 모더니즘을 이끈 시인.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엄청난 양의 글이 담긴 트렁크가 발견되어 현재까지도 글의 분류와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다평생 70개가 넘는 이명으로 문학적 인물들을 창조한 그답게책에 수록된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에서는 내 안의 수많은 나를 감각하는 시인의 시선이 도드라진다시는 이렇게 말해온다우리는 단 하나의 모습으로 줄곧 나를 정의하려 들지만내 안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삶이 다채로워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_ 제임스 조이스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현대문학을 열었다필생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우리에게 유명하지만 <산책>, <꿈으로서의 삶>, <달빛에 비추는 것처럼>과 같이 물결치는 몽상처럼 유연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과 심정을 나타내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조지 고든 바이런(1788~1824)_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19세기 영국의 대표 낭만주의 시인으로 괴테와 스탕달 등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 <오오아름다움 한창 꽃필 때>,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등 자유와 반항열정의 정서가 드러나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한 편 한 편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시가 없다.

 

 

 



 

 

 

 

  작은 불빛 하나 등지고 앉아 시 한 편에 마음을 기울이다보면 고요한 밤의 정취가 오롯이 내 안에 스미는 듯한 느낌이 든다그저 쓸 만한 만년필 하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볼펜으로도 한 글자한 글자 단단하게 눌러써지는 종이의 두께감(120g)과 질감이 상당히 만족스럽다단 한 권의 매력적인 필사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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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없습니다
쓰담 지음 / 달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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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나의 하루를 쓰다듬는 쓰담의 에세이!

따뜻한 언어가 건네는 온기에 잠시 마음을 맡기고 고생한 나를 보듬어보는 시간!

 

 

 

 

  한 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때면 내 마음에 순풍을 불어다줄 글귀가 담긴 책을 찾아본다거창한 계획을 세워 의욕적으로 나를 밀어붙이기보다 위로와 지혜의 한마디로 덩이졌던 마음을 다독이는 데서부터 출발하려 한다그런 의미에서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다정한 응원을 건네주는 쓰담의 에세이 당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없습니다』 속의 따뜻한 글귀들은 한 해를 갈무리하며 읽기에 참 좋은 책이었다나지막이 읊조리듯 읽어나간 하나하나의 글귀들은 그 누구보다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기를나의 행복을 삶의 최우선에 두기를 제안하며 어제보다 더 단단해질 나를 응원한다.

 

 

 

나는 나만의 향기를 오롯이 전할 것이다

 

 

  올해도 100여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썼다매년 몇 권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나 욕심 같은 건 없기에 권수는 나에게 큰 의미가 없지만그에 따라 나름 성실하게 리뷰를 써온 데에 대한 수고로움 만큼은 특별하게 여기려 한다가시적인 성과를 누릴 수 있는 업도 아니고굳이 일상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면서까지 지속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만 쉼표와 쉼표라는 공간 사이에서 뭔가를 채워나가는 일은 여전히 즐겁다다만 나는 왜 이렇게 쓰지를 못하지?’ ‘재능 많은 사람들 틈 속에서 평범해 보이는 나의 글에 대한 검열의 시간 앞에선 여전히 부끄럽다나만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읽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한 글을 써야하는 건 아닌가그래서 글을 쓰는 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든다.

 

 

 

  그런 나에게 책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건당신이 아니라 당신 곁의 다른 사람들뿐이다.” 사람은 누구도 자신의 향기는 제대로 맡지 못한다조금 더 좋은 향기를 풍기기 위해 열심히 씻고향긋한 로션을 바르고 향수를 뿌려도 결국 그 향기를 우리는 느낄 수 없다금세 무뎌져 버리기 때문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너무나도 강렬해서 그들의 향기를 부러워하고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선 왜 그런 향이 나지 않을까 침울해한다어쩌면 나는 내가 가진 것에 익숙해져버려서 내가 가진 가치와 매력을 잘 알아보고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오랜 세월에 거쳐 너무나도 익숙해진 것이라 특별하다고 생각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그러니 저자의 말처럼 기억해야지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좋은 향기를 풍기는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다른 사람의 향을 부러워하며 힘들어할 필요도 좌절할 이유도 없다고나의 글은 나름의 이유로 가치가 있을 거라 믿어보는 거다어쨌든 오늘 쓴 나의 글은 지금의 내가 가장 열심히 아로새긴 나의 흔적일 테니까.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이기적인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며 삶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다자기 자신을 배제시킨 채일방적이고 편파적으로 상대를 배려하다 보면 내 삶은 껍데기만 남고 공허해질 뿐이다.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살다 보면 이기적으로 살아야 할 때도 있고이타적으로 살아야 할 때도 있다우리 모두는 그 둘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이기적으로 살든 이타적으로 살든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인생에서 나를 놓치는 것은 모든 것을 놓치는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마음속에 감정이 쌓이게 되면 힘이 세진 감정이 나를 휘두르게 된다하지만 그때그때 감정을 적절히 해소하게 되면 감정의 크기가 작아지고 힘도 약해져서 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무엇이든 잘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그러니 감정 표현이 부끄럽다는 이유로 도전을 주저하지 말자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표현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게 된다. / 22p

 

 

 



 

 

 

 

  책은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귀한 조언들나를 괴롭히는 관계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지금 충분히 행복할 것과 오늘의 고단함에게서 내일의 감동을 발견하는 방법들을 제안한다포기한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배짱을 가질 수 있길진짜 실력이 느는 것은 뜻밖에도 우리가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으로 비로소 자신을 바라볼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보기를 격려하기도 한다그리고 저자는 말한다스키선수들은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통과하면서 나무에 부딪치면 안 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그러면 시야에 나무밖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대신 길을 따라가자라고 생각하면 시야에 나무는 사라지고 길만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고 한다그러니 성공을 방해하는 요인들에 관심을 두거나 하지 못하는 일어쩔 수 없는 일에는 신경 끄고 성공 그 자체에만 집중하라는 저자의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에 비해 내향적인 사람은 신중하고 입이 무겁기에 외향적인 사람보다 신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해나가기에 맡은 일을 착실하게 잘 해낸다는 인상을 주기도 좋다특히 내향적인 사람 중에 섬세하고 예민한 이들은 눈치가 빠르고 예리하기에 상대방의 기분을 빠르게 파악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내향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사회생활에 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내향적인 사람이 가지는 장점이외향적인 사람이 가지는 장점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내향적이라 고민이라면굳이 애써서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려 애쓰기보다는 본인이 가진 장점을 조금 더 살려 보는 게 좋을 것이다. / 75p

 

 

우리는 어느 순간 성장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더 잘하고 싶은데 나아지지 않고주변의 더 나은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게 된다그 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고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좌절감이 찾아온다.

사실 진짜 실력이 느는 것은 우리가 답답함을 느낀 그 순간이다좌절했다는 것은 자신의 실력을 객관화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겼다는 것이고더 나은 실력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이다처음 시작할 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은 대단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그렇게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기에 더욱 암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208p

 

 

 



 

 

 

 

  2022년의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거창한 계획과 자신을 채찍질하는 데 몰두하기보다 따뜻한 언어가 건네는 온기에 잠시 마음을 맡기고 고생한 나를 보듬어보는 건 어떨까그리고 바로 그 때 이 책의 다정한 글귀에 기대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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