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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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아빠들의 뜨거운 육아 현장 분투기!

우리 가정의우리 사회 내 돌봄 문화의 현실을 돌이켜보게 하는 소소하지만 아주 특별한 책!

 

 

 

  여기함께 육아일기를 써보자며 뜻을 모은 다섯 명의 아빠들이 있다그 이름도 독특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다눈 깜짝할 새에 쑥쑥 커버리는 아이와의 일상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글로 담고 싶었던 이서 아빠’ 강혁진 작가는 이왕이면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써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조금은 특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다이왕이면 육아 경험이 있으면서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지인을 찾다가 네 명의 아빠들이 흔쾌히 뜻을 같이 하기로 합류했고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본격 성장일기 쓰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발을 뗀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뉴스레터는 어느 덧 1년째 1,600명의 구독자들에게 가 닿아 매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아빠라는 이름의 무게에 비해 돌봄과 육아라는 현실은 여전히 서툴고 어색한 것투성이지만진심을 다해 잘해내고 싶은 다섯 아빠들의 뜨거운 분투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내 아이의 성장 과정 속에서 아빠라는 단어의 크기를 조금 더 키워나가고 싶은 마음이 모이고 모여 쓴 글들을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함께라서 더 괜찮은작지만 특별한 공동체

 

 

  “아이고 우리 아들밤새 배 많이 고팠지?” “아이고 우리 아들아빠가.”

  응내가 아빠라고몸에 딱 맞지 않은어딘가 수선할 부분이 남은 새 옷을 걸친 것처럼 여전히 나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일이 어색했다는 글 속의 고백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하긴나도 아이를 낳고 품에 처음 안는 순간 내가 엄마야.”라고 말하는 데앞으로 수천 번도 넘게 불릴 그 이름이 진정 내 것이 맞나 한참을 어색해했던 기억이 있다그로부터 나의 하루하루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를 체감해야 하는생애 가장 낯선 감각에 적응해야만 하는 일의 연속이었다엄마는 처음이라서당연히 아빠도 처음이라서 육아는 매순간이 낯설고 어색하고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그냥 처음부터 그것을 순순히 인정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능숙한 척괜찮은 척자책은 또 얼마나 했었던가.

 

 

 

  그래서일까, “육아의 현실에서 준비와 계획만큼 무용한 단어는 없어서준비된 지식이나 완벽한 계획을 이기는 건 결국 부모의 몰입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는 책 속의 글귀가 퍽 위안이 된다시간이 지나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얼마나 준비되었는가얼마나 능숙한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순간순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과 꼭 필요한 순간에 옆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다그러니 난 아이들 보는 데 소질이 없는 것 같애” “난 좋은 부모가 아닌 것 같아” 같은 말로 서투름을 자책하기보다 그 시간에 더 많이 안아주고더 자주 예쁘다사랑한다’ 말해주며 절대 돌아오지 않을 아이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그렇게 내 안에 엄마라는 이름의 크기를아빠라는 이름의 크기를 키워가다 보면 그 이름을 먹고 아이는 저절로 커져 있을 테니까.

 

 

 

여전히 내가 아빠라는 사실이 비현실적이거나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잇다나에게는 아빠가 되기 전 40년의 삶이 있다아빠로서의 나를 마주하는 것이 가끔 어색한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그래서 더 노력하려고 한다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함께 웃고 우는 경험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더 자주 안아주고더 자주 아이 볼에 입 맞추고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한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에 스스로 어색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조금씩오랫동안 내 안에 아빠라는 단어의 크기를 키워갈 것이다. / 34p

 

 

아이의 탄생에 오직 부모의 의지만 개입했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모든 행불행은 부모의 책임이 된다부모의 미숙함과 세상의 불완전함은 아이를 돌보는 마음에 자주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중략하지만 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 나에게 와준 것이라면 부모는 씩씩해질 수 있다함께 힘을 내볼 수 있다아이도 용기를 내줬으니까. -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중에서 / 100p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시작하고 각종 언론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다섯 아빠들은 사실 이 정도로 관심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누구에게나 돌봄과 양육이 처음이라서새로운 역할과 친숙해지고 책임감을 가지고 잘하고 싶어서소외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서툰 사람끼리 도움을 주고받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에 가까웠지만여전히 우리 사회가 아빠가 육아를 전담하고 육아일기를 쓰는 일을 낯설고 특별한 일처럼 여긴다는 증거가 아닐까그건 곧 다시 말해 양육자 중에서도 아빠가 얼마나 소수인지늘 공기처럼 있었지만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절대 다수인 엄마와 여성이란 존재가 얼마나 소외되어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돌봄의 현장에서 어느 한쪽이 소외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돌봄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우리 가정의우리 사회 내 돌봄 문화의 현실을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낯선 영역에서 비슷한 사람이나 롤 모델소위 레퍼런스가 없을 때 외로움과 막막함은 피할 수 없는 친구가 된다아내에게는 서운하게 들리겠지만내게 아내는 이미 능력치가 다른 사람이자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레퍼런스였다.

만약 육아휴직 사실을 주변에 알렸을 때 회사원으로서의 걱정이 아닌 아빠로서의 경험담을 들었으면 어땠을까백화점 문화센터에 아빠랑 아기랑’ 강좌가 개설되어 아이들 나이대가 비슷한 다른 아빠들의 육아 스킬 또는 역경을 엿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만약 내가 사는 동네에 휴직한 아빠가 많아 평일 오후 4시에 다 같이 라테 한 잔을 마시며 육아가 지닌 50가지 그림자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상상만 해도 육아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 83p

 

 

좋은 아빠가 된다는 건 삶에서의 피버팅을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삶의 피버팅을 잘하는 사람은아빠로서의 삶과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의 삶 역시 굳건히 다져가는 사람일 것이다내가 굳건해야 아이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라는 중심축을 지지하는 발이 단단해야 아이를 향해 움직이는 다른 발로 재빠르게 움직이며 피버팅할 수 있다그러니 앞으로도 삶에 더욱 충실하려 한다언제든 아이에게 향할 피버팅 능력을 기르기 위해. / 167p

 

 

노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갈등도 차별혐오 같은 객관적 정의보다당사자들이 겪은 주관적 상처와 불편함에 대한 공감에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노키즈존의 시작이 처음부터 아동 혐오가 아닌 진상 부모에게 부당한 손해를 입은 점주의 상처와 그로 인한 자구책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보면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따뜻함과 친절함일지도 모른다. / 210p

 

 

 



 

 

 

 

  아빠들의 육아일기이자성장일기이면서 돌봄 현장의 또 다른 생생한 목소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아빠들의 이런 움직임이 더 이상 별스럽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아울러 오늘도 외롭고 고단한 육아로 지쳐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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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충돌과 융합 - 동아시아를 만든 세 가지 생각 역사의 시그니처 2
최광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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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가치관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융합할 수 있을 때 개인은 물론 국가의 운명 역시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나아갈 수 있다!

고전임에도 상세한 설명과 해석, 그 중에서도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들을 선별해 소개해놓아 음미하듯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사상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국내 최고의 연구자들의 입체적인 해설로 만나는 인문 앤솔러지 역사의 시그니처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 혁명과 배신의 시대가 제국주의, 민족주의, 사회진화론 등 근대화라는 이름의 이데올로기가 동아시아 전체를 뒤흔들었던 20세기 초를 조명한다면, 사유의 충돌과 융합은 유교와 불교, 도교, 토착신앙이 충돌하다 마침내 이들을 융합해 다원주의와 상생의 시대정신으로 나아간 고대 동아시아를 살펴본다. 하나의 종교로 수렴한 서구와 달리 유교와 도교의 전통 아래, 외래종교 불교의 유입, 토착신앙의 발전 등 사유의 용광로와 다름없었던 고대 동아시아가 공존과 조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문명과 종교의 갈등이 극심한 오늘날, 동아시아에 깃든 화합의 가치와 우리의 의식 깊숙이 자리 잡은 융합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상생의 시대정신을 통해 본 고대 동아시아 사상의 흐름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의 다원주의적 종교문화는 유교와 불교 및 도교를 다채롭게 수용하였던 동아시아적 세계관에서 기원한다. 1세기부터 8세기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는 유··선의 종교의식이 충돌하고 융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동아시아 의식은 7세기 이후 중국으로부터 한국과 일본으로 점차 확장되었고, 한국과 일본 역시 동아시아 세계에 편입되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이와 같은 의식의 대립과 화합의 과정은 1세기부터 8세기를 다루는 세 국가의 고전에서 구체적으로 잘 나타난다. 이에 책은 오긍의 정관정요, 최치원의 계원필경사산비명,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 도네리 친왕의 일본서기를 통해 그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치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소개된 오긍의 정관정요는 당태종이 신하들과 나눈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으로, 미래 세대에게 교훈을 남기기 위하여 기록한 저서다. ‘정관의 치라고 불리는 당태종의 통치 시기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시절로, 당나라의 황제뿐만 아니라 통일신라나 일본 왕들의 통치 지침서로도 기능했다는 점에서 제왕학의 교과서라 불릴 만하다. 따라서 이 책은 주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논하지만 한대부터 당대까지의 종교와 사상에 대한 흐름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큰 특징이다. 통치이념으로 기능한 유교는 사회윤리의 규범이 되었으며, 외래종교인 불교는 내세를 위한 신앙으로 숭상되었고, 도교는 일상의 삶에서 재앙을 쫓고 복을 부르는 기능을 했는데, 이처럼 삼교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나로 융화되어 가는 과정이 잘 드러난다.

 

 

 

이에 대하여 위징은 대답한다. “임금들이 상황이 위급할 때는 어질고 재주가 있는 사람을 임명하고 충언을 받아들였으나, 천하가 안정되고 살기 좋아지면 게을러지고 태만하게 되어 충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편안한 시기가 오면 나태하게 되어 국력이 쇠약하고 위급한 상황에 이르게 되므로 이러한 때일수록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 25p

 

 

정관의 치는 중국 역사상 가장 발전한 시기였다. 그런데도 태종이 새로운 궁궐을 지으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황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오긍은 후대의 황제들이 이 기록을 통하여 함부로 민심을 거슬러서 공사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이야기를 싣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태종은 정교한 보석이나 복식들이 사치스러워지면 나라가 멸망할 징도라고 하면서 관혼상제의 의례도 허례허식을 지양하여야 한다고 말하였다. / 48p

 

 




 


 

 

 



 

  앞서 오긍의 정관정요가 그러했듯 각기 다른 시대, 다른 나라에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치원의 계원필경사산비명,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 일본서기의 공통적인 특징은 유··선 삼교의 융합을 통해 국난을 극복하고 나라의 중흥을 꾀하고자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지방 호족이 대두하고 농민반란이 일어났을 때 최치원은 화랑과 국선이 이끌어왔던 신라의 중흥을 꿈꾸었다. 그리고 지도 이념인 풍류도의 부활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대중들을 교화하려는 염원을 표현했다. 신라 제 30대 문무왕이 당나라를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드러내기 위하여 신라의 왕국과 성곽을 새로이 신축하려는 뜻을 품고 의상법사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의상법사는 정도를 강조하며 이를 만류했다. 의상법사는 불교 승려이면서도 왕업의 지속성에 대하여 언급할 때는 유교적인 가치인 정도를 근본으로 삼아 유교와 불교가 함께하는 유·불 융화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만파식적 신화는 문무왕의 신성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토착신인 천신과 용신을 등장시켜 만파식적으로 상장되는 국가의 안녕과 새로운 통치이념을 단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로써 통일신라의 건국이라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만파식적은 유교적 통치이념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토착신앙을 배제하지 않고 융화하고나 하는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다.

본래 고구려, 신라, 가야의 건국신화가 모두 천강신화와 난생신화의 복합으로 기록되어 있었던 것과 달리, 여기에서는 천강신화와 용신신화가 융합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용신은 수신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세력의 도전과 이에 대한 응전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신라의 영역이 육지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삼면의 바다를 포함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197p

 

 

소가씨는 주변 여러 나라가 모두 불교를 수용하고 있으므로 수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이고, 모노노베씨는 천지와 사직의 180신에 대한 제사를 지내어왔는데 이제 와서 제사의 대상을 외래신으로 바꾼다면 토착신인 국신의 노여움을 살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신라에서 법흥왕이 불교를 공인하려고 하였을 때 토착신앙을 신봉하는 귀족들은 반대하고, 이차돈 등은 찬성한 것과 같은 양상이다. 천황이 소가씨로 하여금 불상을 자기 집에 모시고 시험 삼아 예배하도록 하였는데 돌림병이 돌자 모노노베씨 쪽에서 자기들의 의견을 듣지 않아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으니 그 불상을 없애버리자고 하였다.

천황이 그렇게 하도록 하여 유사가 불상을 강에 던져 버리고 절에 불을 놓아버렸더니 갑자기 궁궐의 대전에 불이 나는 이변이 일어났다고 한다. 불교를 수용하는 데 신이한 이적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은 이차돈이 사망하자 머리에서 흰 피가 솟았다는 기이한 일화를 연상하게 한다. / 252p

 



 

 

 

 

 



 

  이처럼 각기 다른 신앙의 융합을 통해 하나로 뜻을 모으고 국가의 안위를 도모하려했던 동아시아의 사상사는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듯하다. 말로는 공정을 외치지만 내로남불인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 책의 메시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에 있던 것을 잘 활용하여 쓰기보다 늘 새로운 것을 좇는 허례허식에 빠진 우리들에게 만족할 줄 알면 치욕을 당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노자의 교훈 역시 되새겨 봄 직하다. 서로 다른 가치관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융합할 수 있을 때 개인은 물론 국가의 운명 역시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훌륭한 도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정신이 무엇인지 되새겨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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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국사 2 - 성종의 유교 정책과 연산군의 폭정 벌거벗은 한국사 2
이효실 그림, 박선주 글, 김지영.송웅섭 감수, 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 / 아울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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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한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가 어린이 책으로 출간되다!

쉽고 재미있으면서 초등학생을 위한 한국사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초등학생인 2학년 아들이 방과 후 수업인 창의실험 수업에서 앙부일구를 만들어왔다아이는 내게 앙부일구가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해시계라 설명해주었다. “그럼 세종대왕은 어느 시대의 왕일까?” 하고 물으니 아이는 고려… 시대인가?” 하고 더듬더듬 대답했다별도의 역사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아이라 아직은 시대 구분이 어려운 모양이었다그렇지 않아도 3학년이 되면 사회 교과 수업을 듣게 될 테고이어서 한국사도 접하게 될 텐데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당장에 공부로 접근하기보다는 역사 관련 도서를 통해 재미있게 다가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만 하더라도 어릴 때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만화책부터 시작했던 경험이 있어서이왕이면 아이도 어린이를 위한 교양 역사책부터 한 걸음씩 나아보기로 하고 이 책 저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때마침 tvN 한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가 어린이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있어 눈이 번쩍했다큰별쌤 최태성 선생님이 패널들과 함께 과거로 가는 특급 열차 히스토리 트레인(HTX, History Train Express)을 타고 아주 특별한 한국사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평소 애청하는 한국사 프로그램이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출간되었다니 더 믿음이 갔다특히 재미와 지식을 한꺼번에 쏙쏙 채워주는 최태성 선생님만의 특별한 스토리텔링이 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자연스럽게 한국사와 친해질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추추~! 1469년의 조선으로 출발하는 히스토리 트레인에 서둘러 탑승해보자.

 

 

 


 

 

 

 

유교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성군성종

폭정으로 유교 국가를 무너뜨린 폭군연산군

 

 

 

  앞서 출간된 벌거벗은 한국사』 1권이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을 통해 조선의 건국 과정을 살펴보았다면, 2권에서는 유교 정책으로 조선의 기틀을 다진 성종과 그의 아들 연산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특히 성종은 조선의 법과 제도를 안정시킨 성군 중에 성군으로 치세를 드높인 반면아들인 연산군은 어째서 악명 높은 폭군으로 불리게 된 건지 자못 궁금하다책은 열세 살에 왕이 된 성종이 수렴청정과 경연을 통해 제왕의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여 마침내 조선 개국 이후 추진되어 온 여러 제도를 정비하고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설명해준다홍문관과 독서당을 설치하여 다양한 편찬 사업을 통해 학문을 진흥하고세종 때 펴낸 <삼강행실도>를 한글로 번역해 유교 문화를 확산한 것은 물론, <경국대전>을 완성하여 조선 통치의 기본 법전을 마련한 그의 업적을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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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관과 집현전의 차이:

성종은 원래 왕실 도서관이었던 홍문관에 경연과 자문을 하는 역살을 더해줘 위상을 높였어요홍문관이 세종 때 학문 연구 기관이던 집현전과 같은 일을 하게 된 셈이지요같은 일을 하면 이름도 같아야 하는데왜 집현전이라 바꿔 부르지 않았을까요그건 집현전이 성종의 할아버지 세조의 의해 폐지됐기 때문이에요할아버지가 폐지한 기관의 이름을 그대로 다시 쓰는 건 할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불효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 42p

 

 

세종은 백성들에게 삼강을 가르쳐 잘 따르게 하고 싶었어요그래서 삼강의 도리를 글과 그림으로 설명한 책을 만들기 시작해 1434년에 <삼강행실도>를 펴냈어요일종의 유교 도덕 교과서였지요하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어요글이 한자로 써 있으니 백성들이 읽을 수 없고관리들도 교육을 하는 데 소홀했거든요.

성종은 어우동 사건을 계기로 서둘러 이 책을 한글로 펴냈어요세종이 백성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하늘을 성종이 널리 퍼뜨렸다고 할 수 있지요이렇게 성종은 유교 도덕이 백성들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도록 애를 썼답니다. / 58p

 

 

조선은 왕이나 신하가 자기 마음대로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경국대전>에 규정된 법에 의해 다스리는 나라법치국가로 자리 잡게 됐어요. <경국대전>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하는 건 나랏일을 하는 관리에 대한 규정이에요관리가 일을 잘못했을 때 어떻게 처벌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무려 절반을 차지하지요. () <경국대전>은 백성의 어려운 생활을 도와주는 일에 대한 내용도 많이 담고 있어요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백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법을 만들어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지요. / 62p

 

 

 




 

 

 

 

  가만 보면 세종대왕에 못지않을 만큼 치적이 이토록 상당한데 오늘날 성종의 업적이 과소평가된 것은 다소 억울할 지경이다그것은 아마도 엄격한 유교적 질서를 강요한 점중전인 윤씨를 내쫓아 사약을 내려 연산군으로 하여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사게 한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하나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특별히 짚어볼 만한 좋은 사례가 될 듯하다.

 

 

 

  성종이 서른여덟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으면서 조선의 10대 왕이 된 연산군의 즉위는 어쩌면 예고된 불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연산군은 즉위 내내 신하들과 갈등을 빚었고 괴팍한 행동을 일삼았다책은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로 대표되는 연산군의 폭정을 통해 왜 신하와 갈등했고어쩌다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본다하나의 사례로 흥청망청이라는 한자말이 바로 연산군을 통해 유래되었다는 설명이 있어 흥미롭다연산군은 춤과 기예를 좋아해서 기생들을 가까이 했는데이들을 특별히 흥청이라 부르며 월급을 주고 부모 형제까지 한양으로 불러 집과 땅을 내줄 만큼 나랏돈을 마구 썼다고 한다이렇게 돈이나 물건을 마구 사용하거나 흥에 겨워 마음대로 즐기는’ 연산군을 보며 백성들이 이렇게 흥청거리다가는 나라가 망하겠다고 탄식한 데서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한다이렇게 역사를 알면 삶의 진리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또 연산군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누구를 위해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은 우리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훈이 되어줄 것이다.

 

 

 

연산군은 폐비 윤씨 사건을 신하들의 능상으로 못 박고온갖 잔인한 형벌을 동원해 대대적인 숙청을 했어요사건과 관계되어 잡힌 모든 신하들이 재산을 빼앗기고 유배를 갔으며 사형을 당했지요갑자사화의 피바람은 자그마치 7개월 동안이나 계속됐어요.

갑자년의 이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는 무려 239이 중 극형을 받아 죽은 사람들의 숫자만 해도 122명이나 되었어요궁궐에 있던 수많은 신하들이 갑자사화로 사라졌지요갑자사화는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남게 됐어요. / 97p

 

 

 



 

 

 

 

  이처럼 벌거벗은 한국사는 우리 아이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한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은 물론풍부한 시각 자료와 어휘 설명을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책의 말미에 당시 시대적 배경과 인물 다르게 보기왕과 운명을 함께 했던 인물들주제 마인드맵한국사 검정시험 문제 및 퀴즈 등을 수록하여 역사적 사고력과 올바른 역사의식을 키울 수 있게 한 점도 이 책의 소장가치를 더한다. 1권에서부터 앞으로 출간될 3권 역시 계속해서 소장해 읽어봐야겠다쉽고 재미있으면서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필수 한국사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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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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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과학사 대혁명의 순간을 재구성한 대중과학서!

발전과 혁명이라는 그 아름다운 이름 뒤에 따르는 무한한 책임감에 대하여!

 

 

 

 

  1927년 브뤠셀에서 열린 솔베이회의가 남긴 흑백 사진 한 장은 20세기 아니 과학사를 통틀어 가장 기념비적인 사진이 아닐까 싶다오귀스트 피카르에르빈 슈뢰딩거볼프강 파울리베르너 하이젠베르크폴 디랙아서 콤프턴막스 보른닐스 보어막스 클랑크마리 퀴리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위대한 물리학자 29명이 하나의 사진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참가자 29명 가운데 무려 17명이 노벨상 수상자다이 사진이 찍히기 전인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론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의 혁명은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던 때였다물리학의 중요한 기본 법칙과 사실들은 모두 발견되었고이제 남은 것은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정확히 측정하고 계산하기에 불과할 정도로 완성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그러던 물리학계가 갑자기 들끓기 시작했다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현대물리학의 황금기였던 20세기 초천재들의 놀라운 발견과 혁명의 순간

 

 

  찬란했지만 어두웠고위대했지만 재앙이기도 했던 불확실성의 시대. 20세기 과학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토비아스 휘터의 불확실성의 시대는 세계의 위대한 지성들이 고전물리학을 넘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20세기 과학사 대혁명의 순간을 재구성한 대중과학서다책은 1900년 막스 플랑크가 에너지의 양자화를 발견하면서 양자역학 발전의 길을 연 이래, 1938년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이 우라늄에서 핵분열을 발견하고 이후 맨해튼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원자폭탄이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엮고 있다이 책은 대중과학서인 만큼 어렵고 복잡한 물리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플랑크부터 퀴리아인슈타인과 보어하이젠베르크까지 현대물리학사에 이름을 남긴 천재들의 놀라운 발견과 혁명의 순간들을 드라마처럼 그려나간다과학자의 사생활을 비롯해 그들의 내면과 고뇌를 함께 따라가는 여정으로 하여금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이 책의 큰 묘미다.

 

 

 

먼 세상넓은 삶,

오랜 세월정직한 노력,

항상 연구하고 항상 입증하고,

끝맺음이 없고종종 두루뭉술 마무리하고,

옛것을 신의로 보존하고,

새것을 친절하게 받아들이고,

맑은 마음과 순수한 목적:

이제한 구간을 지난다. / 61p

 

 

 

  원자물리학의 창시자인 닐스 보어는 자신의 약혼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괴테의 시를 인용한 다아직 스물여섯 살이 채 안 된 어린 청년이 덴마크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로 와 자신의 뛰어난 과학적 재능을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증명하고자 하는 데에 따르는 고뇌가 느껴지는 시다보어가 그러했듯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숱한 반박과 싸우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이 증명하고자 하는 바를 하나의 이론으로 수렴하기 위한 물리학자들의 외로운 사투가 유독 눈에 밟혔다프랑스 공작이자 독일의 왕자인 드브로이는 명문가 딸과의 약혼을 파기하고 출신과 명예를 선택하는 대신 과학에 전념했고방으로 들어가 공식이 적힌 종이 더미 속에서 길고 외로운 숙고 끝에 그동안 입자로 간주되어온 전자가 파동을 지닌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입증해냈다.

 

 

 

  아울러 과학의 여정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점에 있었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 악몽으로 정신분열의 증세를 보였던 파울리여성에게 고등 교육이 금지되었던 시대 속에서 특히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과학계 안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을 리제 마이트너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초어느 하나 완전한 것이 없었던 격동의 시대 속에서 부단히 자신이 믿는 것을 완전한 것으로 실현하기 위해 몰두하고 또 몰두했던 그들의 시간을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러나 보어는 여전히 광양자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 교수님잘 생각해보십시오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보어가 덴마크 억양의 독일어로 맞선다. “아니아니죠.” 아인슈타인이 보어의 양자 도약을 반박한다. “하지만하지만.” 보어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두 사람은 다른 승객의 놀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친 것도 모른 채 한참을 더 간다. “여기가 어디죠?” 아인슈타인이 묻는다. (보어는 나중에 이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전차를 타고 같은 구간을 여러 번 오갔다그리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안중에 없었다.” / 150p

 

 

아인슈타인은 하룻밤 사이에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왕립학회 회장인 톰슨은 영국 신문에서 상대성이론이 새로운 과학 아이디어의 신대륙을 열었다고 말했다전후 독일에서도 아인슈타인은 축하를 받았고곳곳에서 그와 상대성이론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독일 주간지 <베를리너 일루스트리르테 차이퉁>은 그를 코페르니쿠스케플러뉴턴의 뒤를 잇는 사람으로 소개했다런던의 <타임스>는 과학의 혁명/우주의 새 이론/뉴턴의 아이디어가 전복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런던 팔라디움의 버라이어티쇼가 아인슈타인을 3주간 게스트로 초대했지만그는 초대를 거절했다한 젊은 여성은 아인슈타인을 보고 기절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이 말은 대중문화광란의 1920년대미국화의 슬로건이 되었다. / 104p

 

 

이제 양자물리학자들은 슈뢰딩거의 파동 아니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대다수 물리학자는 예전부터 알았던 파동을 선호했다그들에게 행렬은 여전히 낯설고 복잡했다세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설명하는 옳은’ 방식은 오직 단 하나일까아니면 그저 취향과 편리함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까? / 226p

 

 

 




 

 

 

 

  하지만 이 책은 과학의 밝은 면 만을 조명하지 않는다. “신념의 확실성이 흔들렸고이제 중요한 것은 지식을 통해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그 힘을 길들이는 것이며그러지 않으면 지구적 재앙이 올 것이라던 과르디니의 우려는 기어코 실현되고 말았으니까아인슈타인이 훗날 인생 최대 실수라 한 바로 그것은그저 아주 기이한 우연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점 놀라운 결론으로 다가가는늘 그렇듯 이것이 거대한 살상 무기로 이용될 줄은 몰랐던 과학자들의 그저 새로운 발견에서부터 시작되었을 뿐이다. “내가 25년 동안 함께 겪었던 원자물리학의 진보가 수십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는 사실을나는 직시해야만 했다.”던 하이젠베르크의 고백은 발전과 혁명이라는 이름 뒤에 따르는 무한한 책임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교수 313명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학자들이 자리를 잃었다대학에서 일하는 물리학자의 약 1/4, 이론물리학자는 심지어 절반이 망명을 강요받았다. 1936년까지 1,600명 이상의 학자들이 추방되었는데그중 1/3이 자연과학자였고그중 20명이 당시 또는 장래의 노벨상 수상자였다물리학 11화학 4의학 5. (히틀러는 유대인에게 관대하다는 인상을 주느니 차라리 독일 과학을 버리는 사람이다. / 380p

 

 

1938년 12월 19오토 한은 스톡홀름에 있는 마이트너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의 모든 혼란과 좌절을 얘기했다. “지금은 밤 11시입니다. 11시 반에 슈트라스만이 다시 올 예정입니다그래서 조금 있으면 나는 퇴근할 수 있습니다. ‘라듐 동위원소에 뭔가가 있는데그게 너무 이상해서 우선 귀하에게 먼저 말합니다물론아주 기이한 우연일 수 있지만… 우리는 점점 더 놀라운 결론에 다가가고 있습니다우리의 라듐 동위원소가 라듐이 아니라 바륨처럼 행동합니다.” / 438p

 

 

 




 

 

 

 

  공식과 이론이 아닌과학자들의 드라마 같은 삶을 조명한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오늘날 마리 퀴리나 아인슈타인 정도로만 기억되는 과학자들 속에서 보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보고현대물리학사의 전체적인 흐름까지 살펴볼 수 있었던 것 유쾌한 일이었다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과학이 점점 그들만의 영역으로 굳혀져가고 있는 지금청소년들이 그 단단한 틈을 계속해서 파고들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책이 길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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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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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와 성폭력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끝없고 광범위한 성폭력의 역사를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이유!

 

 

 

 

  수치란 무엇인가나는 얼마 전에 읽은 셰임 머신을 통해 인류가 수치라는 감정으로 하여금 공동체의 질서와 사회적 기준을 따르도록 유도해왔음을 알게 되었다책 수치에서는 이를 학습된 억압의 도구라 정의한다역사적 시기지리적 장소무수히 많은 권력의 제도적 체제에 뿌리박힌 사회적 감정이자 정치적인 감정으로자신과 공동체에 수치를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집단 내에서 상당한 구속력을 발휘한다저자인 조애나 버크는 성폭력의 문제에 있어서 자신이 성폭력의 희생자-생존자임을 공개적으로 증언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대표적인 이유 역시 수치를 꼽는다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강간을 당했다는 이미지가 낙인이 될 것을 두려워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지금도 진실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성폭력이 젠더(성별성의 구별성차)라는 사회구조적 모순이 낳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수치는 왜 매번 희생자-생존자의 몫이어야 하는가?

 

 

 

강간의 수치는 섹슈얼리티와 존엄성 정치학의 지표다.

정치적 계급은 수치로부터 희생자를 보호할 큰 책임이 있다. / 71p

 

 

 

  이제 우리는 수치와 성폭력이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전 세계의 뿌리 깊은 성폭력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성폭력을 일으키고 계속되도록 만든 이념(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민족주의식민주의)과 법 제도권력 구조에 수치를 되돌려주어야 한다이 책은 그러한 시도를 위해 쓰인 강렬한 목소리다젠더섹슈얼리티인종민족계급카스트종교나이세대신체 유형장애 유무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 세계의 성폭력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과연 성폭력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방대하지만 결코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를 통해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여성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의 전환

 

 

 

  1999년 이탈리아 로마 대법원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벗기기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여성이 더 적극적으로 공격자에게 저항하지 않았다며 상호 합의한 것으로 판결을 내렸다홀로코스트 이후강제수용소에서 성 학대를 당했던 유대 여성은 이를 공론화하려다 공동체를 재건하려는 시도를 방해했다며 비난을 받았다북아메리카에서는 교정적 강간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동성애들에게 성폭력의 합당성을 주장했고그리스에서는 부부간 강간이 2006년에 이르러서야 범죄로 성립되었다이 외에도 책은 가해를 일삼는 국가 기관과 희생자를 의심하는 법의학과 법 체계남성 간의 성 학대집단 강간 등 광범위한 성폭력의 사례들을 통해 범역사적인 관점에서 성폭력을 이해하려는 다각적인 시도를 구체화한다폭력의 피해 사례를 다양한 지역과 언어로부터 끌어와 지역성과 시대적 구체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일은성폭력을 여성의 문제로 제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의 문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일반적으로 남성에 대한 성 학대를 보는 관점은 어떨까이 질문에 대한 충격적인 답 한 가지는남성에게 가해지는 성 학대는 여성과 달리 유독 변태적으로 간주된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에서남자들이 파키스탄군에게 강간당했다한 해방 전사가 인류학자 나야니카 무커지에게 말했듯이남성들의 강간은 야만적이라고 여겨졌다. “국경 지내에서 온 남자들이나 그런 사악한 짓을 하는 법이다이 전사가 설명했듯이아시아 평원 지대에서는 남성 간의 강간은 전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평원에 사는 남자들에게는 여자를 강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남성의 강간은 국경 지대의 문화다”. / 173p

 

 

저항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면 그들도 집단 강간을 당하거나 살해당할 수 있었다코헨은 자기네 집단 구성원들과 경쟁 집단에 대한 성폭력을 결속력이 낮은 무장 집단 내 결속을 다지는 핵심적 수단이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어떤 여성 병사들은 협력하면 남자 동료들이 자기들에게는 비슷한 모욕을 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다른 여성들에 대한 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 244p

 

 

 



 

 

 

 

나는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정부가 모든 한국인을 고향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타야만 했다.

배에는 위안부들이 가득했다.

나는 돌아갈 가족도친척도집도 없었다.

남편을 찾는 것도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고국에 돌아가느니 차라리 물에 빠져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차마 뱃전에서 몸을 던질 용기가 없었다. - 이용숙

 

 

 

  일본의 군대와 정치 지도자들은 위안소’ 설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성 노예가 군대의 사기를 진작하고점령지에서 강간을 억제하며군 사창가로 수입을 늘리고군인들 사이에서 성적으로 전염되는 감염병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공식 문서에서는 일본군 성 노예를 군수품으로 기록했다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전후 정부는 살아남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고사하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기조차 꺼렸다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본군 장교들을 공개적으로 재판하고 유죄판결을 내렸지만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정부는 가난한 여성들의 문제로 취급하며 오히려 반일 정서와 친한 민족주의를 북돋우는 데 이용했다하지만 저자는 다분히 정치적으로 변모해버린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활동가들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의와 기억하기뿐 아니라 초국가적 연대를 보여준 사례들에 주목한다소녀상이 불러일으킨 공감, ‘나비 기금을 설립해 다른 분쟁 지역 희생자들을 돕는 연대를 보면서 저자는 성폭력을 근절시킬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주지한다바로 횡단의 정치.

 

 

 

  문화연구 학자 린넬 세콤베는 이렇게 말한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은 불일치·저항·선동이 아니다공동체의 연대와 상호 관계를 파괴하는 것은 통합과 합의의 명목으로 차이와 불일치를 억누르는 것이다.” 각자가 자기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며그러므로 모든 지식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는 믿음을 갖는 것그 어떤 지식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그렇게 서로의 시행착오를 배워가며 다양한 이론과 지식을 수용하고 계속해서 담론을 내부로 끌어들일 때 우리는 더 넓고 깊은 페미니즘적 유대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횡단의 정치이며횡단의 정치가 자연스럽게 공유될 수 있을 때 성폭력은 근절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소녀는 우리 또래였어요과거의 우리가 아닐까요?” 이화여고 학생들이 주먹도끼’ 동아리를 만들어 100개 학교에 소녀상 복제품을 세우면서 한 인터뷰야말로 희생자와 나를 가르는 이분법을 넘어서는진정한 연대로 나아가는 힘이 아닐까이 끝없고 광범위한 성폭력의 역사를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일이지만그럴수록 더 분명하게 직시해야 하는 문제임을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강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성폭력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또한 개인·정치적이지만도 않으며심지어 (특별히젠더화된 억압의 도구도 아니다성폭력을 다른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불평등으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으므로성폭력을 근절하거나 한다면 활동가들은 가해자 개인과 희생자로부터 주의를 돌려성차별주의인종주의식민주의경제적 불의이성애 규범주의트랜스 혐오군국주의기후 부정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부채질하는 체계화된 불의에 주목해야 한다다시 말해서 젠더 폭력에 맞서는 캠페인은 다른 진보적인 대의들과 연합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도번성할 수도세계를 바꿀 수도 없다. / 404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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