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아빠들의 뜨거운 육아 현장 분투기!
우리 가정의, 우리 사회 내 돌봄 문화의 현실을 돌이켜보게 하는 소소하지만 아주 특별한 책!
여기, 함께 육아일기를 써보자며 뜻을 모은 다섯 명의 아빠들이 있다. 그 이름도 독특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다. 눈 깜짝할 새에 쑥쑥 커버리는 아이와의 일상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글로 담고 싶었던 ‘이서 아빠’ 강혁진 작가는 이왕이면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써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조금은 특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다. 이왕이면 육아 경험이 있으면서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지인을 찾다가 네 명의 아빠들이 흔쾌히 뜻을 같이 하기로 합류했고,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본격 성장일기 쓰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발을 뗀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뉴스레터는 어느 덧 1년째 1,600명의 구독자들에게 가 닿아 매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아빠라는 이름의 무게에 비해 돌봄과 육아라는 현실은 여전히 서툴고 어색한 것투성이지만, 진심을 다해 잘해내고 싶은 다섯 아빠들의 뜨거운 분투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내 아이의 성장 과정 속에서 아빠라는 단어의 크기를 조금 더 키워나가고 싶은 마음이 모이고 모여 쓴 글들을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함께라서 더 괜찮은, 작지만 특별한 공동체
“아이고 우리 아들, 밤새 배 많이 고팠지?” “아이고 우리 아들, 아빠가….”
응? 내가 아빠라고? 몸에 딱 맞지 않은, 어딘가 수선할 부분이 남은 새 옷을 걸친 것처럼 여전히 나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일이 어색했다는 글 속의 고백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하긴, 나도 아이를 낳고 품에 처음 안는 순간 “내가 엄마야.”라고 말하는 데, 앞으로 수천 번도 넘게 불릴 그 이름이 진정 내 것이 맞나 한참을 어색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나의 하루하루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를 체감해야 하는, 생애 가장 낯선 감각에 적응해야만 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엄마는 처음이라서, 당연히 아빠도 처음이라서 육아는 매순간이 낯설고 어색하고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그것을 순순히 인정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능숙한 척, 괜찮은 척, 자책은 또 얼마나 했었던가.
그래서일까, “육아의 현실에서 준비와 계획만큼 무용한 단어는 없어서, 준비된 지식이나 완벽한 계획을 이기는 건 결국 ‘부모의 몰입’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는 책 속의 글귀가 퍽 위안이 된다. 시간이 지나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얼마나 능숙한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순간순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과 꼭 필요한 순간에 옆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니 “난 아이들 보는 데 소질이 없는 것 같애” “난 좋은 부모가 아닌 것 같아” 같은 말로 서투름을 자책하기보다 그 시간에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자주 ‘예쁘다, 사랑한다’ 말해주며 절대 돌아오지 않을 아이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 안에 엄마라는 이름의 크기를, 아빠라는 이름의 크기를 키워가다 보면 그 이름을 먹고 아이는 저절로 커져 있을 테니까.
여전히 내가 아빠라는 사실이 비현실적이거나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잇다. 나에게는 아빠가 되기 전 40년의 삶이 있다. 아빠로서의 나를 마주하는 것이 가끔 어색한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노력하려고 한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함께 웃고 우는 경험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더 자주 안아주고, 더 자주 아이 볼에 입 맞추고,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한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에 스스로 어색하지 않도록. (…) 그리하여 조금씩, 오랫동안 내 안에 아빠라는 단어의 크기를 키워갈 것이다. / 34p
아이의 탄생에 오직 부모의 의지만 개입했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모든 행불행은 부모의 책임이 된다. 부모의 미숙함과 세상의 불완전함은 아이를 돌보는 마음에 자주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중략) 하지만 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 나에게 와준 것이라면 부모는 씩씩해질 수 있다. 함께 힘을 내볼 수 있다. 아이도 용기를 내줬으니까. -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중에서 / 100p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시작하고 각종 언론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다섯 아빠들은 사실 이 정도로 관심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돌봄과 양육이 처음이라서, 새로운 역할과 친숙해지고 책임감을 가지고 잘하고 싶어서, 소외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서툰 사람끼리 도움을 주고받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에 가까웠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아빠가 육아를 전담하고 육아일기를 쓰는 일을 낯설고 특별한 일처럼 여긴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건 곧 다시 말해 양육자 중에서도 아빠가 얼마나 소수인지, 늘 공기처럼 있었지만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절대 다수인 엄마와 여성이란 존재가 얼마나 소외되어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돌봄의 현장에서 어느 한쪽이 소외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돌봄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우리 가정의, 우리 사회 내 돌봄 문화의 현실을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낯선 영역에서 비슷한 사람이나 롤 모델, 소위 레퍼런스가 없을 때 외로움과 막막함은 피할 수 없는 친구가 된다. 아내에게는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내게 아내는 이미 능력치가 다른 사람이자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레퍼런스였다.
만약 육아휴직 사실을 주변에 알렸을 때 회사원으로서의 걱정이 아닌 아빠로서의 경험담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백화점 문화센터에 ‘아빠랑 아기랑’ 강좌가 개설되어 아이들 나이대가 비슷한 다른 아빠들의 육아 스킬 또는 역경을 엿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내가 사는 동네에 휴직한 아빠가 많아 평일 오후 4시에 다 같이 라테 한 잔을 마시며 육아가 지닌 50가지 그림자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육아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 83p
좋은 아빠가 된다는 건 삶에서의 피버팅을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의 피버팅을 잘하는 사람은, 아빠로서의 삶과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의 삶 역시 굳건히 다져가는 사람일 것이다. 내가 굳건해야 아이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라는 중심축을 지지하는 발이 단단해야 ‘아이’를 향해 움직이는 다른 발로 재빠르게 움직이며 피버팅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삶에 더욱 충실하려 한다. 언제든 아이에게 향할 피버팅 능력을 기르기 위해. / 167p
노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갈등도 차별, 혐오 같은 객관적 정의보다, 당사자들이 겪은 주관적 상처와 불편함에 대한 공감에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노키즈존의 시작이 처음부터 아동 혐오가 아닌 진상 부모에게 부당한 손해를 입은 점주의 상처와 그로 인한 자구책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보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따뜻함과 친절함일지도 모른다. / 210p


아빠들의 육아일기이자, 성장일기이면서 돌봄 현장의 또 다른 생생한 목소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아빠들의 이런 움직임이 더 이상 별스럽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오늘도 외롭고 고단한 육아로 지쳐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