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 평범하지만 특별한, 작지만 위대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임희정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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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희생으로 자식의 인생을 채워준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바치는 이야기!

결국 나의 이야기이며 나의 부모 이야기기도 했던 가슴 벅찬 고백들! 

 

 

 

   누군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어오면 나는 늘 한결같이 “아빠”라고 답했다. 유년시절부터 나는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세상모르는 것 없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는 내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마치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정확한 해답을 내놓았고, 곤란한 일에 빠진 사람들에게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술이나 담배와 같은 것도 하지 않아 평생 흐트러진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러다 내가 대학교에 진학했을 무렵, 아빠가 하던 사업이 문을 닫고 가계가 기울면서 아빠의 삶도 급격하게 힘을 잃어갔다. 그러는 동안에 엄마는 두 번의 암과 싸워야했고, 나는 학자금 대출에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했다. 마침내 취직을 하고 내 생활을 하기에 바빠서 우리 가족에게 닥친 그늘을 적당히 눈감아버리는 데 익숙해져있었다. 그렇게 내가 침묵하는 사이, 아빠와 엄마는 자식의 눈치만 살피느라 더 깊이 침묵했으리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아빠와 엄마의 젊음과 희생을 배불리 먹고 내가 이만큼 컸음을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때문에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속의 이야기가, 고백이 어느 하나 낯선 것이 없었고 그래서 몇 번이나 나의 부모와 나를 들여다보느라 읽는 내내 주춤거려야 했다.

 

 

 

 

 

 

내가 이렇게 잘 자라난 것으로 당신들의 삶은 증명되었다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

   검색 사이트에 ‘임희정 아나운서’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이 같은 제목의 고백이 등장한다. 그녀의 책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에도 등장하는 말이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대단한 일도 아니고 막노동이 변변치 않은 직업인 것도 절대 아니지만, 그간 수많은 말들을 내뱉으면서도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차마 내뱉지 못했던 내밀한 고백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더러 노동이라는 단어에 ‘막’을 기어코 붙여가며 “할 일 없으면 공사장에 가서 막노동이라도 해!”라는 말을 습관처럼 들먹이고, 막노동을 일의 막장으로 치부한다. 무지하고 가난해서 몸으로 하는 노동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몸을 써가며 해온 막노동이 평생 직업이자 유일한 직업이 된 아버지를 둔 딸은, 그래서 한때는 부끄러웠고 때로는 이기적이었던 순간들을 고백한다. 자발적 배경세탁. 드러내는 용기보다 숨기는 비겁을 선택해왔던 그녀는 이제 아빠의 시간과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렀고, 창피했던 건 아빠의 직업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었음을 조금씩 깨닫는다. 아빠의 노동을 글로 꾹꾹 눌러쓰고, 엄마가 최선을 다했던 영역들을 더듬어봄으로써 그렇게 누구에게도 좀처럼 꺼낼 보일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자 마침내 보이지 않았던, 혹은 외면했던 것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한다.

 

 

 

기준을 정해놓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물음표도 잘못됐지만, 그 기대치에 맞춰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 나의 마침표도 잘못됐다. 겉모습을 보고 ‘이럴 것이다’ 틀을 씌우는 생각들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범하는 가장 큰 결례가 아닐까. 보통의 무례 속에 우리는 서로에게 잘못된 질문과 답을 하며 누군가에게 부끄러운 사람들이 되어간다. 나도 그 틀에 맞춰 아버지와 어머니를 숨기고 부끄러워하며 살아온 지난날들이 너무나 죄송스럽고 후회스러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내 부모의 배경을 남들에게 다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말 못 할 이유도 없었는데 그 말이 참 쉽지 않았다. / 18p

 

 

아빠는 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밥 먹었냐”였고, 가끔 술 한잔을 하고 전화를 할 때면 “밥 많이 먹었냐”였다. 취한 정도만큼 밥 뒤에 ‘많이’가 붙었다. 어쩌면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생의 목적이었을 아빠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렇게나 중요한 밥을 많이 챙겨 먹었음에도 가장 무거웠던 몸무게는 58kg. 아무리 많이 먹어도 노동의 양보다는 적었나 보다. / 35p

 

 

 

   일흔이 된 아버지, 평생 노동을 습관처럼 한 아빠. 이제 공사장에서는 더 이상 아빠를 부르지 않고, 몸에 밴 부지런한 습관만 남았다. 손에 종이와 펜을 쥔 날보다 못과 망치를 쥔 날이 훨씬 많았고, 수첩에는 오늘의 노동을 숫자로 적어놓은 삶의 숫자들로만 가득하며, 번듯한 옷 한 벌 없이 시장에서 3만원도 채 되지 않는 돈으로 여러 벌의 작업복을 사 입으셨던 아빠. 보청기를 세 번이나 바꿨지만 공사장의 소음 앞에선 거추장스러운 것이었기에 소음을 확장시키는 보청기는 아빠의 귀가 되어주지 못했다. ‘안 그래도 말수 적은 아빠는 그렇게 점점 더 조용히 살고 계셨다’는 그녀의 고백은 얼마 전, 보청기를 구입했다던 나의 아빠를 떠올리게 해서 괜스레 눈물이 밀려나왔다. 손자의 재롱 섞인 말을 절반도 채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웃음만 지어보였던 나의 아빠. 고작 이 작은 보청기에 의지해야 할 나이가 되셨다니, 늘 건강하고 커다랬던 아빠의 몸이 이제 하나둘씩 기울어져가고 있음을 나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일까.

 

 

 

아빠가 장애가 있는 건 슬픈 일이 아니다. 다만 조금의 품이 드는 일이다. 아빠도 그리고 엄마와 나에게도. 이제 그 품을 잘 들여서 서로의 말을 조금 더 잘 들어주면 될 일이다. 조금 더 이해해주면 될 일이다. 원래 ‘이해’는 시간이 드는 일이라 하려면 먼저 기다려줘야 한다. 내가 아빠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아빠를 아빠의 말을 그리고 대답을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빠가 보청기를 세 번 맞추는 동안 나는, 이해는 기다림이라는 것을 배웠다. / 51p

 

 

아빠는 이제 나와 마주하고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면 대답보다 그저 웃고 있을 때가 많아졌다. 내가 아빠 걱정을 해도, 아빠에게 소리를 쳐도, 그저 대답은 웃음뿐이다. 그 웃음 속에는 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생기는 미안함과 흘러버린 세월에 대한 허망함, 늙어버린 채 맞아야 할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걱정과 같은 수많은 할 말들이 묵인되어 있을 것이다. / 156p

 

 

 

 

 

 

   “어떻게 이렇게 뜨거운 걸 잘 견뎌?”

   뜨거운 그릇을 손으로 척척 옮기는 엄마를 보면 곧잘 하는 말이다. 나는 실리콘 냄비손잡이에 장갑을 껴도 뜨겁다 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맨손으로 드는 것을 볼 때면 그게 엄마의 삶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견디고, 견디다보니 무뎌진 일상의 무게들. 어쩌면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이 그렇게 엄마가 되었을 것이다. 본인의 이름 석 자 위에 덧대어진 엄마라는 이름은 여자 그리고 한 사람의 고유한 삶을 지우게 했을 것이고, 먹어야 자식이고 먹여야 부모라고 그 아깝고 긴 시간을 자식 먹이는 일에만 쏟아 부었을 것이다. 삶의 범위라고 해봐야 고작 가족일 뿐일 텐데 또 내내 그럴 것 같아서, 엄마를 엄마로 만든 원인인 나는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란, 엄마처럼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아픈 것도 잘 참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운다.

 

 

엄마는 엄마라고 이름 짓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지어진 엄마라는 이름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기꺼이 자신의 이름을 내주었다. 그 이름값으로 평생 밥을 짓고, 반찬을 하고, 집 안을 쓸고 닦고, 혼자 남편과 세 자식 총 네 명분의 삶을 지불했다. 나는 안다. 아빠가 벌어온 돈만큼이나 엄마가 아낀 돈이 있었기에 그 네 명분의 인생에 빚이 없었다. / 68p

 

 

엄마가 엄마로 애써온 대부분의 것들은 기억되지 않았다. 어김없이 반복되었고 티 나지 않았으니까. 계속한다고 줄어들거나 나아지는 게 아니라,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그대로였으니까. 집안의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있게 하기 위해 엄마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먼지는 쌓이지 않았고, 옷은 항상 깨끗해졌고, 냉장고는 언제나 채워져 있었다. 어떤 것이 보호되거나 지탱될 때, 어떤 이는 축이 나고 지쳐간다.

엄마가 평생 해낸 집안일과 엄마가 평생 만든 음식들은 한 끼의 식사가 끝나거나 하루가 끝나고 나면 다 잊혀졌다. 그것은 자식이 한 가장 큰 망각이자 잘못이었다. / 189p

 

 

 

   돌이켜보면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란 줄 알았던 지난 내 삶은 알고 보니 부모의 사랑으로 차고 넘치는 날들이었다. 저자는 아빠의 노동이야말로 자신을 정직하게 키워냈음을 안다. 바르게 살라는 훈계 한마디 없이 저절로 그 가르침을 배웠다. 평생 첫차를 타고 출근했던 아빠의 시작을 따라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보고 체득된 것이었다. 또 엄마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영역, 그것은 마땅한 것이 아니라 엄마가 최선을 다했던 영역이라는 것도. 덕분에 나 역시 왜 엄마와 나누는 대화는 항상 먹는 것과 아이를 키우는 것에만 머물러 있는 것일까, 답답해하기보다 엄마가 담당하는 대화의 영역, 삶의 영역 안에서 오래오래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서러운 것은 부모님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가 명랑 쾌활한 것도 부모님 덕분이었다. 충분히 사랑받으면 결핍이 없어진다 했던가. 나는 나의 결여가 부모의 사랑으로 채워졌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래서 내가 완성됐음을 너무나 잘 알겠다. 나는 많이 사랑받았다. 아버지는 자기 목숨을 걸고 나를 위해 노동했고, 어머니는 자기를 희생해 나를 위해 밥을 지었다. 그 노동과 밥은 가난과 무지를 넘기 위한 부모의 피나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지나온 나는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부모가 아니라 나’라고 이기적으로 생각하며 자랐다. 혼자 크고 혼자 이뤘다 느꼈다. 부모는 걸림돌이 아니다. 걸림돌은 내가 주워오는 것이다. / 132p

 

 

사실 부모의 마음은 통역이 필요 없다. 내가 어른이 되니 저절로 이해가 된다. 시간이 통역사다. 앞으로의 나의 시간들은 부모를 이해하는 날들만 남아 있다. 다행이다. 그 이해에는 통역이 필요 없어서.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건 그 처지가 되어보면 될 일이다. 그렇게 조금씩 뒤늦게 이해하며 자식은 부모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 160p

 

 

 

 

 

 

   문득, 결혼을 하고 신혼집에 들어오기 전에 엄마와 아빠가 친정에 두었던 몇 가지 짐을 챙겨 오셨던 날이 생각난다. 아빠는 딸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훑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리고 집을 나서며 “네 책 속에 아빠가 편지를 끼워뒀는데, 무슨 책인지 모르겠다. 네가 찾아봐.” 하셨다. “이 많은 책 중에 어떻게 찾아?” 나는 그렇게 웃어넘긴 뒤 아직까지도 편지를 찾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찾고 싶은 마음을 미뤄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 무슨 글이 쓰여 있을 것인지 알고 있기에, 차마 펼쳐서 들여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를 읽으며 나는 그 편지를 계속 생각했다. 이제 그 편지를 찾아 나도 아빠에게 답장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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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이주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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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떠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를 찾는다면 타이완으로!

우리가 몰랐던 타이완의 매력을 오롯이 담은 실속만점 타이완 여행가이드북! 

 

 

 

   한 때 타이완(대만) 드라마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타이완판 <꽃보다 남자>를 시작해 만화 ‘장난스런 키스’를 원작으로 한 <악작극지문>, <아름다운 그대에게>, 영화 <나의 소녀시대>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까지 그야말로 타이완앓이를 하느라 밤을 새고 또 새었다. 그렇게 드라마와 영화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타이완의 모습은 의외로 한국과 꽤 닮은 모습이었다. 특히 서울과 비슷한 느낌에 도시 전체가 깔끔하고, 이국적인 풍경도 더러 볼 수 있는 곳이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렇게 한참 빠져있던 타이완 드라마에서 벗어난 뒤로는 잠시 잊고 있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타이완을 주목하게 된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타이완슈가, 누가크래커, 홍루이젠 같은 먹거리 때문이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활발히 사진이 올라오는 데다 맛도 좋아서 나 역시 즐겨먹는 간식 중 하나다. 이렇게 타이완은 즐겨 찾는 해외여행지로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우리와 문화적으로 밀접해있는 만큼 일본을 대신해서 가까운 여행지로 삼기에 좋은 듯하다(오늘자 신문에 의하면 일본을 대신해 타이완으로 떠나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늘었다고 한다). 특히 비행시간이 2시간 30분 남짓하니 이보다 더 가볍게 떠나기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오감만족, 다양한 문화와 낭만적인 자연을 간직한 타이완으로 떠나보자 

 

 

   『타이완 셀프트래블』은 네이버 인기 카페 ‘나여추(나홀로 여행가기 나만의 추억 만들기)’ 운영자인 저자가 타이완에서 직접 체험한 생생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가득 담은 여행 가이드북이다. 우리가 흔히 대만이라 부르는 타이완의 정식 명칭은 ‘중화민국 타이완’으로, 우리나라 3분의 1크기인 섬나라이다. 작은 섬나라지만 총면적의 50% 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러 계절을 담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과거 네덜란드인, 스페인인, 일본인 등 다양한 출신들의 유입으로 풍부한 문화적 배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비행시간이 2시간 30분가량으로 부담이 크지 않고 비교적 저렴한 물가에 다양한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어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다.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대중교통도 편리하고 치안도 좋은 편이며 한글 표기가 잘 되어 있어 언어를 잘 몰라도 쉽게 떠날 수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단, 육가공식품의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과 지하철에서 음식물 섭취를 할 경우 벌금을 무는 등 주의해야 할 점도 있으니 책에서 강조하는 사항들을 미리미리 참고하기를 바란다.

 

 

 

   타이완은 고구마 같이 생긴 지형으로 크게 북부, 중부, 남부로 나뉘는데, 수도인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각 지역 마다 꼭 가봐야 할 장소와 근교까지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때 주요 일정과 이동 경로에 따라 이용하기 편리한 대중교통과 이동 시간 혹은 체력을 절약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소개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또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타이완 여행의 주요 포인트와 베스트 전망 스폿, 로맨틱한 일몰과 야경 스폿, 인스타그램 핫 스폿, 근교 도시와 산책 스폿, 소소해서 더 특별한 예술 스폿, 타이완에서 먹어봐야 할 음식과 맛집, 쇼핑 리스트, 여행자들의 로망인 대표 야시장까지 아낌없이 소개하고 있으니 꼭 참고하자.

 

 

 

 

 

 

Area 1. 타이베이_

타이완 북부에 있는 도시로 타이완의 수도이다. 타이완의 정체,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타이완 역시의 중요한 장소인 중정기념당, 세계 4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국립 고궁박물원, 오감을 만족시키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여러 야시장과 아찔한 높이의 타이베이 101 등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많다. 우리나라의 서울만큼 복잡하고 주변 도시가 많아서 일정이 짧다면 도심 위주의 여행을, 여유가 있다면 주변 지역을 함께 여행해보길 추천한다. / 85p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베이는 비행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하루만 휴가를 내고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기 좋다. 저자는 MRT 노선을 기준으로 이동 동선을 계획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그중 MRT 빨간색 라인만 이용해도 주요 여행지는 돌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타이베이에서는 타이완의 역사를 대표하는 장소인 중정기념당,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용산사, 대형 쇼핑센터와 백화점을 비롯해 노점상만 해도 6,000여개에 달하는 시먼딩, 타이베이 전경을 조망해볼 수 있는 타이베이 101 등이 유명하다. 특히 타이베이 101의 전망대 입장료가 부담스러우면 35층에 위치한 스타벅스(예약 필수)에서 타이베이의 야경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타이베이 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 야시장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스린 야시장과 매력적인 상점들이 이어져있는 융캉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책은 타이베이의 주요 관광지와 맛집, 숙소 외에도 타이완 사람들이 휴일에 소풍처럼 찾는다는 양명산,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있는 딴쉐이, 3량짜리 기차를 타고 만나는 고양이 마을 허우통, 붉은 등이 넘실거리는 지우펀 등 저마다 개성 넘치는 근교도 함께 소개한다.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를 지나 중부로 넘어가면 이곳에서는 타이중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항공편으로 바로 갈 수 있고 타이베이에서 기차나 버스, 고속열차 등을 이용해 가볍게 다녀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책에서는 1일 코스와 3일 코스를 추천하는데, 1일 코스는 알록달록한 그림이 너무 예쁜 무지개 마을을 시작으로 공원과 거리, 야시장까지 꽉 찬 일정을 추천한다. 반면 3일 코스는 타이중과 대표 근교인 르웨탄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해와 달이 머무는 호수’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르웨탄을 보며 힐링해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궁원안과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미야하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무지개 마을의 벽화를 따라가며 본토에서 즐기는 타이거슈가와 홍루이젠 본점에서 샌드위치를 사먹는 일정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남부 타이완에는 옛 수도였던 타이난과 대표적인 항구 도시 까오숑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까오숑 공항으로 바로 들어가면 되기 때문에 타이베이처럼 북적이는 분위기가 꺼려진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보통 3박 4일 일정으로 까오숑과 근교를 함께 돌아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옛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타이난을, 휴양을 원하고 싶다면 컨딩을 추천한다. 특히 까오숑의 제2부두 인근에 방치되어 있던 물류창고들을 문화예술창작지구로 재탄생 시킨 보얼예술특구가 인상적인데, 하마싱 철도문화원구를 거쳐 아이허까지 한번에 돌아보는 동선으로 자전거를 이용해보는 것도 특별한 여행이 될 듯하다. 거기에 빈해일로라는 빙수거리에서 망고 빙수 한 그릇은 꼭 놓치지 않기!

 

 

 

 

 

 

   이렇듯 『타이완 셀프트래블』은 지역을 세 군데로 나눠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여행자가 바로바로 찾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각 명소마다 주소와 위치, 전화번호 같은 알짜배기 정보와 여행 준비에 필요한 별도의 정보들을 마지막에 다시 정리해주고 있어 여행을 보다 쉽게 준비할 수 있다. 덕분에 타이완은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관광을 할 수 있는 일정으로 해외 여행지를 찾고 싶을 때 최고의 장소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인생 첫 타이완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셀프트래블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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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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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이찬혁의 예술관과 특유의 감성을 책으로 만나다! 

상상 너머의 세상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아티스트의 감각을 오롯이 담은 소설!

 

어릴 적 내 꿈에 나온 Dinosaur

우리 집 창문을 부수고

내 가족에게 포효하던

널 다시 만나면

그때 너보다

더 크게 소리 지를래

더 크게 소리 지를래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내내 삭제되지 않고 재생되는 음악 하나가 있다. 바로, 악동뮤지션의 다이노소어(Dinosaur)다. 어떤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공룡이라는 존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데다, 이를 극복하고 떨쳐버리겠다는 다짐과 선포를 마치 한 편의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경쾌하게 풀어낸 곡이다. SBS의 ‘K팝스타2’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현했을 때부터 자유로운 상상력과 현실감 있는 가사를 재기발랄하게 녹아낸 그들만의 감각적인 음악은 아이돌로 점철된 음악 시장에서 유난히 돋보였는데, 이번에 발표한 앨범 ‘항해’는 기존의 감수성을 뛰어넘는 특별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음악이라 또 한 번 놀라움을 자아낸다. 아마도 악동뮤지션만의 음악적 감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이찬혁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오랜만에 선보이는 앨범여서 그런지 서정적이면서 좀 더 성숙해진 감성으로 한결 묵직해진 기분이다.

 

 

 

   그런 가운데 <항해>의 모티브이자 세계관을 공유한 작품 『물 만난 물고기』가 한 권의 소설책으로 출간되었다. 선율과 어우러져야 할 음악의 가사와 비교적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소설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는 하지만, 왠지 그의 소설가로서의 데뷔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난 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나의 음악이, 단순히 노래를 목적으로 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었다’는 문장처럼, 음악 너머의 거대한 예술적 세계관을 아우르기 시작한 이 청년의 성장이 어디에까지 이르게 될지 너무도 궁금해진 까닭이다. 자칫 낯익은 듯 단조로운 시작에 기대감이 주춤할 법도 하지만, 어느새 상상을 뛰어넘는 스토리의 변주와 예술가적 통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특유의 맑은 감각들, 시적이며 환상적인 메타포를 문장에 녹여낼 줄 아는 섬세함에 저절로 응답하게 된다.

 

 

 

 

 

 

몇 고개의 파도를 넘어야 하나

 

 

   몇 달을 공들여 만들던 앨범이 막 완성되려던 찰나에 녹음 작업을 하던 선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진정한 예술가란 무엇인지, ‘진짜’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길거리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을 만난다. 하지만 대부분은 허상에 가득 찬 가짜들이었고,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갈증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마지막 여행을 맞이하게 된다. 섬으로 떠나는 배에 오른 날 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갑판 한 가운데에서 선은 우연히 검은색 단발머리를 한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파도가 그녀를 잡아먹어치울 기세로 덤벼드는 와중에도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그곳에 서 있다. 선은 때마침 마치 환영처럼 바다에서 불러오는 노랫소리에 두 귀를 의심하며 음색과 노래에 마음을 빼앗기고, 위험한 순간에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말도 안 되는 예술가가 많아진 것 같긴 해요…….”

나는 나도 모르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 듣고 보니 예술가라는 이름이 내가 찾고 있던 것에 가까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는 노래로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는 그림으로 시위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몽상가 혹은 혁명가. 자신이 선택한 종목보다 한 움큼 더 느끼고 한 발치 더 앞서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만약 내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그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것은 특별하고 굉장한 일이 아닌, 이미 포화 직전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62p

 

 

 

   그녀의 이름은 해야. 그녀는 동물원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사자처럼 주어진 모든 것을 자유로이 즐길 줄 아는 영혼이었다. 선이는 그녀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에서 결핍된 자리를 정확히 채워주었고, 그녀가 곧 음악이 되었다. 얼룩말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보고 싶다던 그녀에게서 자유와 통제의 울타리를 넘는 법을 배우고, 갈대밭에 뛰어들어 웃옷과 바지를 던져버리고 당장의 자유를 소중히 느끼며 세상에 정해놓은 법과 선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녀와 단둘이 있는 지금이 과연 행복의 절정임을 깨닫는다. 그러는 가운데 선이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해답들을 찬찬히 풀어나간다.

 

 

 

“왜 하필 얼룩말인데?”

“얼룩말만큼 예술적인 동물은 없어! 전에 책에서 봤는데 얼룩말은 다른 말들보다 야생성이 뛰어나서 길들이기가 어렵대. 이게 사람들이 보기에 야생성이지, 내 눈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고집으로 보이는 걸.” / 35p

 

 

“음악이 없으면 서랍 같은 걸 엄청 많이 사야 될 거야. 원래는 음악 속에 추억을 넣고 다니니까. 오늘 우리가 이곳에 온 추억도 새로 산 서랍 속에 넣고는 겉에 ‘작은 별’이라고 쓴 테이프를 붙여놓아야 할걸. 아마 번거롭겠지. 근데 그럴 필요까진 없어. 우리에겐 바다가 있으니까. 바다는 아주 큰 서랍이야. 우린 먼 훗날 바다 앞 모래사장에 걸터앉아서 오늘을 떠올릴 수도 있어.” / 52p

 

 

 

 

 

 

난 너를 만나고 모든 게 음악이야

 

 

   선이는 해야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자신을 온전히 음악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눈을 뜨면 모든 게 꿈처럼 사라질까, 한겨울의 선물이 되어준 그녀가 사실은 산타처럼 실존하지 않는 인물일까 내심 불안에 휩싸인다. 애초에 그녀는 그가 붙잡을 수 있는 어떤 유형의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간 애타게 찾아 헤매고 붙잡고 싶었던 ‘음악’이 손에 붙잡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닌 것처럼.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한 거야?”

“뭐가?”

“파도가 몰아치는데 거기 위험하게 서 있었잖아.”

나는 아까의 긴박한 상황이 떠올라서 다시 흥분되었다. 반면 그녀는 여전히 차분했다.

“응. 가끔은 그렇게라도 봐야 하는 것들이 있어.” / 81p

 

 

“선아, 거창한 걸 생각하지 마. 뱉은 말은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의 말을 하면 돼.” / 93p

 

 

“사람들은 긍정을 기다리고 원하면서 실상은 사소한 불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부정적인 것만 쫓아다닌다고!” / 134p

 

 

 

   『물 만난 물고기』는 단편적으로는 선이와 해야가 나누는 사랑과 상처의 상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관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매우 은유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이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란 무엇인가. 그가 소설 속에서 선이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답을 갈구하는 문제들은 어쩌면 그가 음악을 하는 내내 마주해야 할 질문들일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꽃들은 매일 괴로움에 몸부림쳐요. 자신도 자신의 색깔이 틀렸다고 생각하니까요. 특별한 꽃들은 아무리 물을 주어도 그렇게 서서히 고통 속에 말라 죽어요.’라던 정원사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어쩌면 우리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들엔 늘 의심과 회의가 깃들기 마련이니까.

 

 

 

“친구야, 나도 네 나이로 돌아가고 싶구나. 그럼 뭐든 시작했을 텐데. 너도 현실을 경험하면 알게 될 거야. 꿈은 서커스에서 쓰는 붉은색 커튼과 같다는 걸. 화려하고 잘 찢어지지도 않지. 하지만 현실이라는 창문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것을 옆으로 걷어야 하는 날이 오고 만난다. 밤이 되면 다시 그것으로 창문을 가리고, 지쳐 울든 꿈을 꾸든 맘대로 해도 돼. 하지만 아침이 오면 다시 걷어내는 거야. 우린 꿈보다 하루를 살아야 하니까.” / 105p

 

 

“난 이 동네 사람들이 매일 걸어다니는 길을 청소해요. 그들은 자신이 아침에 길바닥에 껌 포장지를 버렸다는 사실을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까먹고 말아요. 왜냐하면 내가 이미 치웠으니까요. 자신이 버린 포장지와 마주칠 일도 없었을 거고 그래서 다시 기억할 일도 없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그들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남편을 향한 분노 따위를 집 앞에 버리고 가요. 어떤 날은 학교에서 들고 온 시기와 질투 같은 것도 있지요. 나는 그들이 그렇게 표출해버리고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것을 주워 담습니다. 그럼 그들은 그 길을 지나면서 다시 같은 감정을 떠올리지 않게 되지요. 모든 걸 까먹은 채 집으로 들어가서 다시 예전같이 남편을 사랑해주는 거예요.” / 113p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헤엄치듯이 살길”

   망망대해를 떠도는 뱃사공, 바다라는 심연 속에서 단 하나의 문장을 건져 올리는 마음으로 가사를 완성해내는 아티스트. <물 만난 물고기>라는 노래와 가사를 읽으며 나는 내내 소설 속의 선이와 해야를 상상했다. 소설 속의 그들처럼 악동뮤지션 이들 남매도 음악 안에서 늘 자유로울 수 있기를,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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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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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편의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그 시절의 추억!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을 법한 아름다운 유년의 향수가 담긴 따뜻한 이야기!

 

 

  누구에게나 가슴 속에 고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추억 한 편쯤은 있다. 흔들리는 이빨에 실을 걸어 불시에 나의 이마를 탁- 쳐내 큰 고통 없이 이빨을 빼주었던 아빠의 손길, 일일 급식 도우미로 와준 엄마를 보고 친구들이 “너희 엄마 예쁘다” 하면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순간,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무대를 상상하며 동네 앞 피아노 학원의 열린 문틈 사이로 내내 안을 기웃거렸던 수줍고 설레었던 마음까지. 그렇게 추억을 거름 삼아 나는 이만큼 자라났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 너무나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했던 유년의 이야기는 한참 시간이 흘러 지금에서야 나의 가장 아름다운 의미가 된다. 그러니 모두들 잊지 마시길. 오롯이 추억하시길.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추억의 꽃은 그렇게 피어난다 

 

 

   『마음에 심는 꽃』은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며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안긴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님의 책이다. 데뷔작이기는 하지만 주목받지 못했기에 자칫 잊힐 뻔했던 이야기가 무려 2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시골에 사는 소녀와 도시에서 이사 온 소년의 순수한 우정을 담은 이야기가 푸릇하고 정감어린 시골을 배경으로 한 편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따뜻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과 은은하게 수놓아진 그림을 가만가만 읽고 있노라면 내 마음까지 곱게 물드는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유년의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가는 가운데, 어느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던 수현이 역시 친구 미정이와 공장으로 일하러 간 삼촌을 보낸 뒤였다. 이제 학생도 얼마 없고 선생님마저 둘 뿐인 분교라 적적했지만, 수현은 삼촌과 미정이가 함께 씨를 뿌린 ‘인동집’의 꽃밭을 돌보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위안삼아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동집으로 도시에서 살던 가족이 이사를 온다. 시골로 이사 오는 사람을 워낙 드문 까닭에 수현이네 가족은 이사 오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궁금해 하는 반면, 수현이는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간 자신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던 인동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온다니, 삼촌과 미정이와의 추억이 깃든 꽃밭이 내심 걱정되었던 것이다.

 

 

 

어른들이 들에서 일할 때 수현이와 미정이는 동생을 돌보며 인동집에서 지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인동집으로 갔습니다. 흙을 부수고, 돌을 고르고, 고랑을 만들었습니다. 맨 앞줄에는 앉은뱅이 채송화 씨를 뿌렸습니다. 까만 콩 같은 분꽃 씨를 다음 줄에 묻었습니다. 봉숭화 씨와 과꽃 씨도 뿌렸습니다. 맨드라미, 백일홍, 족두리 꽃씨를 흙속에 잘 감추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 30p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 바퀴 자국이 깊게 남아 있는 마당을 지나 꽃밭에 가보니 어른의 발자국에 제법 자란 과꽃 줄기가 밟혀 있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농사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부부와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였는데, 남자아이의 방 안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던 노란 붓꽃이 얼핏 보이자 화가 난 수현이는 남자아이에게 눈을 흘기고 분한 마음을 토해낸다. 도시 소년인 민우와 같은 반이 되어 짝이 되기까지 했지만, 수현은 민우를 여전히 퉁명스럽게 대하고, 민우 역시 수현이에게 까칠하게 군다.

 

 

 

   그러던 어느 날, 수현이는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들었다가 민우에게 무거운 속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민우가 병에 걸려 공기가 좋은 시골로 이사를 온 것인데, 그간 병원비를 대느라 집도 팔고 이래저래 집안 사정이 곤란해진 것이었다. 이제야 수현이는 민우가 잦은 결석을 하고, 여느 친구들처럼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지 않으며 아빠가 데리러 올 때까지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러다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민우의 집을 찾아간 수현이는 마침 마루에 놓여 있는 민우의 일기장을 훔쳐보게 되고, 그 모습을 민우에게 들킨 수현이는 빨리 가버리라고 소리치는 민우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린다.

 

 

 

“뭘 갖고 싶은데?”

“예쁜 옷이랑, 머리띠 그리고 동화책.”

“나라면 그런 건 안 갖는다.”

“더 좋은 게 있어?”

수현이가 궁금해하자 민우는 다시 살짝 웃었습니다.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 / 103p

 

 

 

 

 

 

   두 아이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다. 꽃밭을 가꾸면 삼촌이 상을 주기로 했다는 수현이의 말에 민우가 그럼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으니 “예쁜 옷이랑, 머리띠 그리고 동화책”이 갖고 싶다고 대답한다. 소소하지만 참 아이 다운 풋풋한 대답이다. 그러자 민우가 나라면 그런 것 안 갖는다며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라고 말한다. 욕심 없이, 그저 자연의 섭리를 따랐을 때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처럼 민우 역시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신이라는 삶의 꽃을 피우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훗날 민우가 건강하게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마당에 어떤 꽃들이 자라나고 있을까. 수현이는 민우가 돌아와 마당에 가득 피어난 꽃을 보고 행복해할 것을 상상하며 오늘도 매일 정성스레 물을 주고 있지는 않을까. 이렇듯 『마음에 심는 꽃』은 아이들의 꿈과 우정으로 풍성하게 자라나는 꽃밭을 기대하게 되는 아름다운 동화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이런 아름다운 추억 하나쯤 품고 있듯 나의 한때를 떠올리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나의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이 책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 날을 상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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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 유튜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세상은 온통 시리즈
마이 티 응우옌 킴 지음, 배명자 옮김, 김민경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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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을 일상처럼 여기게 해주는 어느 유튜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어렵게만 느껴졌던 화학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놀라운 화학이야기!

 

 

 

   “우린 참 케미가 잘 맞는 것 같아.”

   일상적으로 자주 하는 말 중에서 ‘케미’란 단어가 있다. 서로 잘 어울리거나 마음이 잘 맞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케미라는 단어가 화학(chemistry)의 앞부분을 떼어낸 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의 본질과 결합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입하는 에너지를 모두 연구하는 학문을 가리켜 ‘화학’이라고 하는데, 어쩌다 우리가 이 ‘케미’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화학의 기본 속성에서 비롯된 듯하다. 화학 반응은 모든 물질이 서로 어우러지고 맞추어져가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서로 잘 어우러진 반응이 일어나면 ‘케미가 좋은 반응’이 되고 그 반대라면 ‘케미가 나쁜 반응’이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서로 잘 어우러지고 마음이 맞을 때 환상적인 케미를 이룰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간 화학하면 ‘수헬리베붕탄질산’이라 줄여가며 복잡한 원소 기호의 암기 과목으로만 생각했는데, 이토록 낭만스러운 구석이 있었다니!

 

 

 

우리는 화학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는 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독일의 유명 유튜버이자 화학 박사인 마이 티 응우옌 킴 박사가 쓴 교양과학책이다. 그녀는 화학의 재미에 매료되는 것을 ‘화학 스피릿’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 “The Secret Life Of Scientists(과학자의 은밀한 삶)”과 “maiLab(마이랩)”에서 이를 퍼트리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역시 아침에 남편의 알람 소리에 깨어나면서부터 저녁 식사를 끝내기까지의 하루 일과를 화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봄으로써, 그간 어렵게만 느껴졌던 화학을 일상처럼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별 의미 없이 지나쳤던 일상을 화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우리 주변에서 화학 반응이 얼마나 은밀하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된다.

 

 

여기서 잠깐! 앞으로 이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를 기억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과학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간단한 대답을 찾으려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약속하건대 과학적 사고는 세상을 더 까칠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다채롭고 아름답게 만든다. 한마디로, 기적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든다. / 21p

 

 

 

 

 

 

   충치 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치약을 써야 할까, 천연 비누는 정말 피부에 더 좋을까,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정말 위험할까, 우주에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탄산수를 마시면 정말 소화가 잘 될까, 술을 마시면 왜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모두가 먹고, 쓰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사소하지만 의외로 궁금한 질문들이다. 이 세상의 모든 흥미진진한 것들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화학과 관련이 있다던 저자는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와 같은 갖가지 질문들의 해답 역시 화학에 있다고 말한다. 먼저 우리의 활동 일주기(circa dies) 리듬, 그러니까 수면-활동 생체리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을 통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에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소개하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커피 입자를 마시는 것이라 설명하며 이 입자의 운동을 통해 커피가 식는 과정을 일러준다. 또 치약에서 불소가 하는 역할과 기능을 설명하고, 핸드폰 배터리의 충전 원리를 설명하면서 산화-환원 반응의 이해를 돕는다.

 

 

 

이제 이런 지식을 얻은 당신은 누군가가 “창문 닫아, 냉기가 들어오잖아”라고 말하면, 열역학적 헛소리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대꾸하게 될 것이다. “방의 온기가 나간다는 얘기지?” 또 누군가가 “에너지를 써서 없앤다”라고 말할 때마다 크게 흥분한다면, 당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과학 괴짜들 틈에 섞여들 수 있다. / 30p

 

 

양성자 수가 원소의 종류를 결정한다. 어떤 원소의 양성자 수가 몇 개냐에 따라 그 원소의 주기율표 자리가 정해진다. 모든 원소가 주기율표에 배열되어 있는데, 그 배열 기준이 뭘까? 바로 원자번호다. 이 원자번호는 양성자 수와 일치한다. 주기율표를 잠깐 보면, 산소는 8번이다. 산소가 가진 양성자가 8개라는 뜻이다. 황금은 79번이니 양성자가 79개라는 뜻이다. 이런 차이만으로도 산소는 산소고, 황금은 황금이다. / 43p

 

 

불화물이 음전하를 띠는 이온, 즉 음이온이라는 건 앞에서 얘기했다. 법랑질을 구성하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에도 똑같이 음이온이 들어 있다. 즉, 하이드록사이드 이온이다. 불화물은 아주 작아서 거의 모든 곳으로 침투할 수 있다. 당연히 치아의 법랑질 속으로도 들어간다. 이를 닦을 때 불화물은 법랑질 속으로 침투하여 하이드록사이드 이온을 내쫓는다. 공격적으로 들리겠지만, 좋은 일이다. 하이드록사이드 이온을 쫓아내고 불화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 덕분에 치아 표면에 플루오라파타이트라는 더 견고하고 안정된 얇은 층이 형성돼 산이 치아를 녹이지 못하게 막아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상어 이빨은 거의100퍼센트가 플루오라파타이트다. 그래서 상어 이빨이 특히 단단하고, 물리면 엄청나게 아픈 것이다. / 61p

 

 

 

   계면활성제와 천연 비누에 대한 편견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흥미롭다. 우리가 쓰는 치약, 비누, 샴푸 모두에는 계면활성제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계면활성제라 하니 어쩐지 몸에 그리 좋지 않은 화학물인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씻을 때 그냥 물로만 씻어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피부가 소수성이기 때문이다. 소수성이란, 글자 그대로 옮기면 ‘물을 싫어하는 성질’이라는 뜻이다. 피부세포의 세포막과 중간 공간은 소수성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소수성 물질은 물과 섞이지 않아 물에 용해되지 않는다. 이때 계면활성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지나 오물 또는 박테리아 같은 소수성 물질과 물 같은 친수성 물질의 훌륭한 중재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계면활성제의 역할에 대해 알고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드러난다. 천연, 친환경이라고 강조하는 비누는 과연 100% 천연 제품인 것일까? 저자는 애초에 천연비누와 화학비누로 구별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천연비누를 생산하는 과정 역시 화학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추출된 재료라 하더라도 그 재료 역시 화학의 힘을 빌려 열매를 맺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계면활성제를 적극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일 샤워를 할 경우, 세척력이 강력한 계면활성제는 피부를 자극하거나 건조하게 할 수 있기에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화학물 무첨가’, ‘유기농’을 앞세운 기업의 마케팅을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성분표를 읽고 보다 더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올바른 화학 상식을 익힐 필요가 있다.

 

 

 

바깥 기압이 바뀌는 즉시 느끼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귀가 먹먹해지지 않던가. 바깥 기압이 오르면, 바깥 공기 분자들이 귓속 고막을 안쪽으로 민다. 바깥 기압이 내려가면, 안쪽 공기 분자들이 고막을 바깥으로 민다. 그래서 귀가 먹먹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고막이 자유롭게 진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소리가 더 작게 들린다. 그러나 귀에는 유스타키오관, 그러니까 ‘귀 트럼펫’이라는 재밌는 별칭을 가진 일종의 배출구가 있다. 유스타키오관은 귀와 비후강 사이의 연결로이고, 보통 닫혀 있지만 씹거나 하품을 할 때 잠깐씩 열려 압력을 고르게 조절한다. / 109p

 

 

우주에서는 체액이 끓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고통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 산소 부족으로 죽을 테니까.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뇌는 산소 부족 몇 초 뒷면 의식 불명 상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 117p

 

 

 

 

 

  개인적으로 ‘핸드폰은 어떻게 기능할까’ 편은 현대인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라 가장 관심 있게 읽었다. 이 중 배터리 수명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나는 그동안 잦은 배터리 충전이 오히려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가능한 한 자주 넉넉하게 충전된 상태로 유지할 때 배터리 수명도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방전될 때마다 물질이 조금씩 마모되면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많이 남았을 때 다시 충전하고, 노트북은 늘 전기를 꽂아 사용하며 핸드폰은 가능한 한 자주 충전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리고 외출 중에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으면,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두기보다 핸드폰을 꺼두는 편이 낫다고 하니 기억해두자.

 

 

 

커피를 마시면 다르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카페인 분자가 15분 만에 아데노신 수용체로 가서 주차한다. 카페인은 심지어 아미 주차된 아데노신 분자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이제 카페인이 주차장을 장악했지만, 아데노신 수용체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수용체는 아데노신을 ‘못 보고’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이 맑다고 느낀다! / 157p

 

 

실험실에서 만드는 방부제를 ‘합성방부제’라 부르기로 하자. 식료품 포장에 적힌 성분표를 보면 E와 숫자로 구성된 기이한 이름이 있는데, 그것이 합성방부제다. 합성방부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브산 같은 산과 그것의 염분인 소브산염이다. 성분표에는 E200, E202, E203 등으로 적혀 있다. / 169p

 

 

설탕이 달걀을 휘저을 때만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설탕은 모든 달콤한 음식의 근본이다. 하지만 여기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는데, 단맛을 줄이겠다고 설탕을 줄이는 것이다. 설탕 역시 흡습성이다. 즉 설탕이 물을 끌어당겨 붙잡는다. 따뜻할 때 먹는 음식이며 속이 액상이 퐁당오쇼콜라에서는 설탕이 큰 역할을 하지 않지만, 케이크나 쿠키라면 설탕이 적을수록 빨리 건조해진다. 그러니 케이크 재료에서 설탕 절반을 덜어내면, 푸석푸석한 케이크를 먹을 수밖에 없다. / 254p

 

 

 

 

 

 

   이 외에도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이유를 화학적으로 설명한 부분도 재미있다. 아미노산 500개가 달린 긴 사슬에서 487번 자리의 아미노산이 보통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 작은 아미노산이 일으킨 고장 난 효소가 아세트 알데히드를 분해하지 못해서 구역질을 하고, 맥박이 빨라지며 피부나 얼굴이 잘 익은 꽃게처럼 빨갛게 변해버린다니 참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어마어마하게 술을 좋아했던 내가 지금은 딱 한 잔도 마시지 못할 정도로 거부하게 된 것도, 어쩌면 이 작은 아미노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이처럼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를 읽고 있으면 독성이 있든, 건강에 좋든, 생존에 필수적이든 어떻든 이 세상은 온통 화학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정말이지 화학물질 아닌 것이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화학약품’이라는 낱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나 ‘케모포비아’가 양산한 공포심리가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은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올바른 화학 상식을 익히고 화학제품을 제대로 사용할 줄만 안다면, 오히려 일상의 가장 편리한 도구가 되어 주리란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단한 대답에 만족하지 않고, 한 주제의 다양한 면을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뭔가를 정확히 이해할 때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화학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오해와 편견을 깨고 좀 더 올바르게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기 위해 많이 배우고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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