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을 일상처럼 여기게 해주는 어느 유튜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어렵게만 느껴졌던 화학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놀라운
화학이야기!
“우린 참 케미가 잘 맞는 것 같아.”
일상적으로 자주 하는 말 중에서 ‘케미’란 단어가 있다. 서로 잘 어울리거나 마음이 잘 맞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케미라는
단어가 화학(chemistry)의 앞부분을 떼어낸 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의 본질과 결합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입하는 에너지를 모두 연구하는 학문을 가리켜 ‘화학’이라고 하는데, 어쩌다 우리가 이 ‘케미’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화학의 기본 속성에서 비롯된 듯하다. 화학 반응은 모든 물질이 서로 어우러지고 맞추어져가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서로
잘 어우러진 반응이 일어나면 ‘케미가 좋은 반응’이 되고 그 반대라면 ‘케미가 나쁜 반응’이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서로 잘
어우러지고 마음이 맞을 때 환상적인 케미를 이룰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간 화학하면 ‘수헬리베붕탄질산’이라 줄여가며 복잡한 원소 기호의 암기
과목으로만 생각했는데, 이토록 낭만스러운 구석이 있었다니!
우리는 화학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는 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독일의 유명 유튜버이자 화학 박사인 마이 티 응우옌 킴 박사가 쓴
교양과학책이다. 그녀는 화학의 재미에 매료되는 것을 ‘화학 스피릿’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 “The Secret Life
Of Scientists(과학자의 은밀한 삶)”과 “maiLab(마이랩)”에서 이를 퍼트리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역시
아침에 남편의 알람 소리에 깨어나면서부터 저녁 식사를 끝내기까지의 하루 일과를 화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봄으로써, 그간 어렵게만 느껴졌던 화학을
일상처럼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별 의미 없이 지나쳤던 일상을 화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우리
주변에서 화학 반응이 얼마나 은밀하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된다.
여기서 잠깐! 앞으로 이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를 기억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과학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간단한 대답을 찾으려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약속하건대 과학적 사고는 세상을 더 까칠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다채롭고
아름답게 만든다. 한마디로, 기적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든다. / 21p


충치 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치약을 써야 할까, 천연 비누는 정말 피부에 더 좋을까,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정말 위험할까, 우주에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탄산수를 마시면 정말 소화가 잘 될까, 술을 마시면 왜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모두가 먹고, 쓰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사소하지만 의외로 궁금한 질문들이다. 이 세상의 모든 흥미진진한 것들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화학과 관련이 있다던 저자는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와 같은 갖가지 질문들의 해답 역시 화학에 있다고 말한다. 먼저 우리의 활동 일주기(circa dies) 리듬, 그러니까 수면-활동
생체리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을 통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에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소개하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커피
입자를 마시는 것이라 설명하며 이 입자의 운동을 통해 커피가 식는 과정을 일러준다. 또 치약에서 불소가 하는 역할과 기능을 설명하고, 핸드폰
배터리의 충전 원리를 설명하면서 산화-환원 반응의 이해를 돕는다.
이제 이런 지식을 얻은 당신은 누군가가 “창문 닫아, 냉기가 들어오잖아”라고 말하면, 열역학적 헛소리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대꾸하게 될 것이다. “방의 온기가 나간다는 얘기지?” 또 누군가가 “에너지를 써서 없앤다”라고 말할 때마다 크게
흥분한다면, 당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과학 괴짜들 틈에 섞여들 수 있다. / 30p
양성자 수가 원소의 종류를 결정한다. 어떤 원소의 양성자 수가 몇 개냐에 따라 그 원소의 주기율표
자리가 정해진다. 모든 원소가 주기율표에 배열되어 있는데, 그 배열 기준이 뭘까? 바로 원자번호다. 이 원자번호는 양성자 수와 일치한다.
주기율표를 잠깐 보면, 산소는 8번이다. 산소가 가진 양성자가 8개라는 뜻이다. 황금은 79번이니 양성자가 79개라는 뜻이다. 이런 차이만으로도
산소는 산소고, 황금은 황금이다. / 43p
불화물이 음전하를 띠는 이온, 즉 음이온이라는 건 앞에서 얘기했다. 법랑질을 구성하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에도 똑같이 음이온이 들어 있다. 즉, 하이드록사이드 이온이다. 불화물은 아주 작아서 거의 모든 곳으로 침투할 수 있다.
당연히 치아의 법랑질 속으로도 들어간다. 이를 닦을 때 불화물은 법랑질 속으로 침투하여 하이드록사이드 이온을 내쫓는다. 공격적으로 들리겠지만,
좋은 일이다. 하이드록사이드 이온을 쫓아내고 불화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 덕분에 치아 표면에 플루오라파타이트라는 더 견고하고 안정된 얇은 층이
형성돼 산이 치아를 녹이지 못하게 막아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상어 이빨은 거의100퍼센트가 플루오라파타이트다. 그래서 상어 이빨이 특히
단단하고, 물리면 엄청나게 아픈 것이다. / 61p
계면활성제와 천연 비누에 대한 편견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흥미롭다. 우리가 쓰는 치약, 비누, 샴푸 모두에는 계면활성제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계면활성제라 하니 어쩐지 몸에 그리 좋지 않은 화학물인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씻을 때 그냥 물로만 씻어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피부가 소수성이기 때문이다. 소수성이란, 글자 그대로 옮기면 ‘물을 싫어하는 성질’이라는 뜻이다. 피부세포의 세포막과
중간 공간은 소수성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소수성 물질은 물과 섞이지 않아 물에 용해되지 않는다. 이때 계면활성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지나 오물 또는 박테리아 같은 소수성 물질과 물 같은 친수성 물질의 훌륭한 중재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계면활성제의 역할에 대해 알고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드러난다. 천연, 친환경이라고 강조하는 비누는 과연 100% 천연
제품인 것일까? 저자는 애초에 천연비누와 화학비누로 구별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천연비누를 생산하는 과정 역시 화학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추출된 재료라 하더라도 그 재료 역시 화학의 힘을 빌려 열매를 맺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계면활성제를 적극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일 샤워를 할 경우, 세척력이 강력한 계면활성제는 피부를 자극하거나 건조하게 할 수 있기에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화학물
무첨가’, ‘유기농’을 앞세운 기업의 마케팅을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성분표를 읽고 보다 더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올바른 화학 상식을 익힐 필요가 있다.
바깥 기압이 바뀌는 즉시 느끼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귀가 먹먹해지지 않던가.
바깥 기압이 오르면, 바깥 공기 분자들이 귓속 고막을 안쪽으로 민다. 바깥 기압이 내려가면, 안쪽 공기 분자들이 고막을 바깥으로 민다. 그래서
귀가 먹먹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고막이 자유롭게 진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소리가 더 작게 들린다. 그러나 귀에는 유스타키오관, 그러니까
‘귀 트럼펫’이라는 재밌는 별칭을 가진 일종의 배출구가 있다. 유스타키오관은 귀와 비후강 사이의 연결로이고, 보통 닫혀 있지만 씹거나 하품을 할
때 잠깐씩 열려 압력을 고르게 조절한다. / 109p
우주에서는 체액이 끓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고통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 산소 부족으로
죽을 테니까.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뇌는 산소 부족 몇 초 뒷면 의식 불명 상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 117p


개인적으로 ‘핸드폰은 어떻게 기능할까’ 편은 현대인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라 가장 관심 있게 읽었다. 이 중 배터리 수명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나는 그동안 잦은 배터리 충전이 오히려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가능한 한 자주
넉넉하게 충전된 상태로 유지할 때 배터리 수명도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방전될 때마다 물질이 조금씩 마모되면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많이 남았을 때 다시 충전하고, 노트북은 늘 전기를 꽂아 사용하며 핸드폰은 가능한 한
자주 충전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리고 외출 중에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으면,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두기보다 핸드폰을 꺼두는 편이 낫다고 하니
기억해두자.
커피를 마시면 다르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카페인 분자가 15분 만에 아데노신 수용체로 가서 주차한다.
카페인은 심지어 아미 주차된 아데노신 분자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이제 카페인이 주차장을 장악했지만, 아데노신 수용체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수용체는 아데노신을 ‘못 보고’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이 맑다고 느낀다! / 157p
실험실에서 만드는 방부제를 ‘합성방부제’라 부르기로 하자. 식료품 포장에 적힌 성분표를 보면 E와
숫자로 구성된 기이한 이름이 있는데, 그것이 합성방부제다. 합성방부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브산 같은 산과 그것의 염분인 소브산염이다.
성분표에는 E200, E202, E203 등으로 적혀 있다. / 169p
설탕이 달걀을 휘저을 때만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설탕은 모든 달콤한 음식의 근본이다. 하지만 여기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는데, 단맛을 줄이겠다고 설탕을 줄이는 것이다. 설탕 역시 흡습성이다. 즉 설탕이 물을 끌어당겨 붙잡는다. 따뜻할 때
먹는 음식이며 속이 액상이 퐁당오쇼콜라에서는 설탕이 큰 역할을 하지 않지만, 케이크나 쿠키라면 설탕이 적을수록 빨리 건조해진다. 그러니 케이크
재료에서 설탕 절반을 덜어내면, 푸석푸석한 케이크를 먹을 수밖에 없다. / 254p


이 외에도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이유를 화학적으로 설명한 부분도 재미있다. 아미노산 500개가 달린 긴 사슬에서 487번 자리의
아미노산이 보통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 작은 아미노산이 일으킨 고장 난 효소가 아세트 알데히드를 분해하지 못해서 구역질을 하고, 맥박이 빨라지며
피부나 얼굴이 잘 익은 꽃게처럼 빨갛게 변해버린다니 참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어마어마하게 술을 좋아했던 내가 지금은 딱 한 잔도 마시지
못할 정도로 거부하게 된 것도, 어쩌면 이 작은 아미노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이처럼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를 읽고 있으면 독성이 있든, 건강에 좋든, 생존에 필수적이든 어떻든 이 세상은 온통 화학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정말이지 화학물질 아닌 것이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화학약품’이라는 낱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나
‘케모포비아’가 양산한 공포심리가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은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올바른 화학 상식을 익히고 화학제품을 제대로
사용할 줄만 안다면, 오히려 일상의 가장 편리한 도구가 되어 주리란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단한 대답에 만족하지 않고,
한 주제의 다양한 면을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뭔가를 정확히 이해할 때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화학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오해와 편견을 깨고 좀 더 올바르게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기 위해 많이 배우고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