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동뮤지션 이찬혁의
예술관과 특유의 감성을 책으로 만나다!
상상 너머의 세상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아티스트의
감각을 오롯이 담은 소설!
어릴 적 내 꿈에 나온 Dinosaur
우리 집 창문을 부수고
내 가족에게 포효하던
널 다시 만나면
그때 너보다
더 크게 소리 지를래
더 크게 소리 지를래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내내 삭제되지 않고 재생되는 음악 하나가 있다. 바로, 악동뮤지션의 다이노소어(Dinosaur)다. 어떤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공룡이라는 존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데다, 이를 극복하고 떨쳐버리겠다는 다짐과 선포를 마치 한 편의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경쾌하게 풀어낸 곡이다. SBS의 ‘K팝스타2’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현했을 때부터 자유로운 상상력과 현실감 있는 가사를
재기발랄하게 녹아낸 그들만의 감각적인 음악은 아이돌로 점철된 음악 시장에서 유난히 돋보였는데, 이번에 발표한 앨범 ‘항해’는 기존의 감수성을
뛰어넘는 특별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음악이라 또 한 번 놀라움을 자아낸다. 아마도 악동뮤지션만의 음악적 감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이찬혁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오랜만에 선보이는 앨범여서 그런지 서정적이면서 좀 더 성숙해진 감성으로 한결 묵직해진 기분이다.
그런 가운데 <항해>의 모티브이자 세계관을 공유한 작품 『물 만난 물고기』가 한 권의 소설책으로 출간되었다. 선율과
어우러져야 할 음악의 가사와 비교적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소설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는 하지만, 왠지 그의 소설가로서의 데뷔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난 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나의 음악이, 단순히 노래를 목적으로 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었다’는 문장처럼, 음악
너머의 거대한 예술적 세계관을 아우르기 시작한 이 청년의 성장이 어디에까지 이르게 될지 너무도 궁금해진 까닭이다. 자칫 낯익은 듯 단조로운
시작에 기대감이 주춤할 법도 하지만, 어느새 상상을 뛰어넘는 스토리의 변주와 예술가적 통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특유의 맑은 감각들,
시적이며 환상적인 메타포를 문장에 녹여낼 줄 아는 섬세함에 저절로 응답하게 된다.



몇 고개의 파도를
넘어야 하나
몇 달을 공들여 만들던 앨범이 막 완성되려던 찰나에 녹음 작업을 하던 선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진정한 예술가란 무엇인지, ‘진짜’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길거리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을 만난다. 하지만 대부분은 허상에 가득 찬 가짜들이었고,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갈증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마지막 여행을 맞이하게
된다. 섬으로 떠나는 배에 오른 날 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갑판 한 가운데에서 선은 우연히 검은색 단발머리를 한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파도가 그녀를 잡아먹어치울 기세로 덤벼드는 와중에도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그곳에 서 있다. 선은 때마침 마치 환영처럼
바다에서 불러오는 노랫소리에 두 귀를 의심하며 음색과 노래에 마음을 빼앗기고, 위험한 순간에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말도 안 되는 예술가가 많아진 것 같긴 해요…….”
나는 나도 모르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 듣고 보니 예술가라는 이름이 내가 찾고 있던 것에 가까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는 노래로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는 그림으로 시위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몽상가 혹은 혁명가. 자신이 선택한
종목보다 한 움큼 더 느끼고 한 발치 더 앞서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만약 내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그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것은
특별하고 굉장한 일이 아닌, 이미 포화 직전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62p
그녀의 이름은 해야. 그녀는 동물원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사자처럼 주어진 모든 것을 자유로이 즐길 줄 아는 영혼이었다. 선이는 그녀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에서 결핍된 자리를 정확히 채워주었고, 그녀가 곧 음악이 되었다. 얼룩말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보고
싶다던 그녀에게서 자유와 통제의 울타리를 넘는 법을 배우고, 갈대밭에 뛰어들어 웃옷과 바지를 던져버리고 당장의 자유를 소중히 느끼며 세상에
정해놓은 법과 선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녀와 단둘이 있는 지금이 과연 행복의 절정임을 깨닫는다. 그러는
가운데 선이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해답들을 찬찬히 풀어나간다.
“왜 하필 얼룩말인데?”
“얼룩말만큼 예술적인 동물은 없어! 전에 책에서 봤는데 얼룩말은 다른 말들보다 야생성이 뛰어나서
길들이기가 어렵대. 이게 사람들이 보기에 야생성이지, 내 눈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고집으로 보이는 걸.” / 35p
“음악이 없으면 서랍 같은 걸 엄청 많이 사야 될 거야. 원래는 음악 속에 추억을 넣고 다니니까. 오늘
우리가 이곳에 온 추억도 새로 산 서랍 속에 넣고는 겉에 ‘작은 별’이라고 쓴 테이프를 붙여놓아야 할걸. 아마 번거롭겠지. 근데 그럴 필요까진
없어. 우리에겐 바다가 있으니까. 바다는 아주 큰 서랍이야. 우린 먼 훗날 바다 앞 모래사장에 걸터앉아서 오늘을 떠올릴 수도 있어.” / 52p



난 너를 만나고 모든
게 음악이야
선이는 해야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자신을 온전히 음악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눈을 뜨면 모든 게 꿈처럼
사라질까, 한겨울의 선물이 되어준 그녀가 사실은 산타처럼 실존하지 않는 인물일까 내심 불안에 휩싸인다. 애초에 그녀는 그가 붙잡을 수 있는 어떤
유형의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간 애타게 찾아 헤매고 붙잡고 싶었던 ‘음악’이 손에 붙잡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닌 것처럼.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한 거야?”
“뭐가?”
“파도가 몰아치는데 거기 위험하게 서 있었잖아.”
나는 아까의 긴박한 상황이 떠올라서 다시 흥분되었다. 반면 그녀는 여전히 차분했다.
“응. 가끔은 그렇게라도 봐야 하는 것들이 있어.” / 81p
“선아, 거창한 걸 생각하지 마. 뱉은 말은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의 말을
하면 돼.” / 93p
“사람들은 긍정을 기다리고 원하면서 실상은 사소한 불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부정적인 것만
쫓아다닌다고!” / 134p
『물 만난 물고기』는 단편적으로는 선이와 해야가 나누는 사랑과 상처의 상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관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매우 은유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이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란 무엇인가. 그가 소설
속에서 선이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답을 갈구하는 문제들은 어쩌면 그가 음악을 하는 내내 마주해야 할 질문들일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꽃들은
매일 괴로움에 몸부림쳐요. 자신도 자신의 색깔이 틀렸다고 생각하니까요. 특별한 꽃들은 아무리 물을 주어도 그렇게 서서히 고통 속에 말라
죽어요.’라던 정원사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어쩌면 우리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들엔 늘 의심과 회의가 깃들기 마련이니까.
“친구야, 나도 네 나이로 돌아가고 싶구나. 그럼 뭐든 시작했을 텐데. 너도 현실을 경험하면 알게 될
거야. 꿈은 서커스에서 쓰는 붉은색 커튼과 같다는 걸. 화려하고 잘 찢어지지도 않지. 하지만 현실이라는 창문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것을 옆으로 걷어야 하는 날이 오고 만난다. 밤이 되면 다시 그것으로 창문을 가리고, 지쳐 울든 꿈을 꾸든 맘대로 해도 돼. 하지만 아침이
오면 다시 걷어내는 거야. 우린 꿈보다 하루를 살아야 하니까.” / 105p
“난 이 동네 사람들이 매일 걸어다니는 길을 청소해요. 그들은 자신이 아침에 길바닥에 껌 포장지를
버렸다는 사실을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까먹고 말아요. 왜냐하면 내가 이미 치웠으니까요. 자신이 버린 포장지와 마주칠 일도 없었을
거고 그래서 다시 기억할 일도 없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그들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남편을 향한 분노 따위를 집 앞에 버리고 가요. 어떤 날은
학교에서 들고 온 시기와 질투 같은 것도 있지요. 나는 그들이 그렇게 표출해버리고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것을 주워 담습니다. 그럼 그들은 그 길을
지나면서 다시 같은 감정을 떠올리지 않게 되지요. 모든 걸 까먹은 채 집으로 들어가서 다시 예전같이 남편을 사랑해주는 거예요.” / 113p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헤엄치듯이 살길”
망망대해를 떠도는 뱃사공, 바다라는 심연 속에서 단 하나의 문장을 건져 올리는 마음으로 가사를 완성해내는 아티스트. <물 만난
물고기>라는 노래와 가사를 읽으며 나는 내내 소설 속의 선이와 해야를 상상했다. 소설 속의 그들처럼 악동뮤지션 이들 남매도 음악 안에서 늘
자유로울 수 있기를,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