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 현실은 엉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지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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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기에 떠나보는 거다, 비록 짠내 풀풀 풍기며 방황할지라도!

여행이 일상이 된 여행 유튜버 원지의 생동감 넘치는 아프리카 여행기!

 

 

   ‘현실은 엉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책을 손에 딱 쥔 순간, 참 씩씩해 보이는 이 선언이, 표지 속에서 유쾌하고 당차보이는 저자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일상의 시름과 불확실한 청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나 그냥 떠날래~ 하고 외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문득 정적인 포즈들로만 가득한 내 여행 속 사진들이 떠올라서 이 생생한 밝음이, 적극적인 용기 같은 것이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웬걸 책을 넘기자마자 가족의 상처와 짠내가 풀풀 풍기는 여행기가 금세 안쓰러워진다. 어디 하나 정착하지 못하는 이 청춘의 유목민을 오히려 응원하게 된다. 언니 같은 마음으로 그녀의 꿈을 지지해주고 싶어진다. 가수는 노래 제목대로 된다던 말처럼, 그녀도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살아갔으면 좋겠다.

 

 

 

 

 

 

비록 현실은 비루할지라도 기대해볼 만한 내일이 있기에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는 유튜브에서 여행 크리에이터로 ‘원지의 하루’를 통해 일상과 여행에 관한 콘텐츠를 기록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작가의 여행 에세이다. BTS의 ‘피, 땀, 눈물’이라는 제목처럼 그야말로 피와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청춘의 일기가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앞으로 넌 뭐하고 살 거냐’라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앞으로 난 뭐하고 살까’라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고달픈 일상에 숨이 막힐 때면 마치 유일한 해답처럼 다가왔던 여행, 이제는 그것이 직업이 되어버린 그녀의 행적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찌질(?)하게 담겨 있다.

 

 

 

   “나는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흙수저가 되었다”

   그녀의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중학생 시절, 아빠의 첫 사업 도전이 ‘지인 사기’라는 결과로 돌아오면서 그녀는 하루아침에 살던 집을 떠나 오래된 판잣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한 지붕 아래 여덟 세대가 사는 집이다 보니 방은 변변치 않았고,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 했으며, 밤 9시 이후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더 서러운 건 정확한 주소도 없어서 배달 음식이라도 주문하려 하면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거나 근처 슈퍼로 배달시킨 후 미리 나가 받아오는 수고로움까지 치러야 했다. 어떻게든 두 딸을 키워내야만 했던 엄마는 끈질기게 동사무소를 들락거리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했고, 노력 끝에 가족은 기초수급대상자가 되었고, 매달 쌀 한 포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흙수저’가 된 것이다.

 

 

 

이즈음이었을까.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 대한 미련이 다른 식으로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 그동안 여름엔 펄펄 끓고 겨울엔 오들오들 몸이 떨려오는, 오롯한 화장실 하나 없던 집에 도저히 정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내 공간을 갖고 싶다’는 집착은 반대로 어디에도 발붙이지 않는 ‘여행’에 뜬구름 같은 환상을 심어주었다. / 40p

 

 

 

   그녀는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돌려보다 문득 아프리카란 대륙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사방이 꽉 막힌 작은 집에서 벗어나 치타처럼 드넓은 초원을 달리고 싶었다고. 이런 막연한 동경은 어느 순간 ‘가야겠다’는 확신으로 돌변했고, 단숨에 ‘아프리카 여행’에 꽂혀 각종 여행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선 예상보다 많은 여행 자금이 필요했고, 경비를 모으기 위해 이때부터 눈물겨운 아르바이트를 이어갔다.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물러가며, 남몰래 변기 위에서 짓눌린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들인 돈의 99% 정도를 저금했고, 단 몇 달 만에 800만원이라는 돈을 모으게 되었다.

 

 

 

   누군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용기를 어떻게 얻으시나요?”라고 물어온다면 그녀는 진정한 여행의 용기는 ‘무를 수 없는 비행기 표’에서 나온다고 답한다 한다. 참 현실적인 정답이다. 여자 혼자서 그것도 아프리카로 떠나는 여행이 어디 쉬운 결정이었겠나. 그러나 비행기 표는 이미 구매해놨고, 여행을 준비하면 할수록 밀려드는 불안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기어코 대망의 출국 날은 찾아왔다. 한국에서 아랍에미리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무려 91일에 이르는 일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 우여곡절, 고진감래 뭐 이런 말들을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랄 흥미진진한 그녀의 아프리카 여행기는 연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아프리카로의 여행에 대해 단 1도 생각이 없던 사람까지 뭔가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책에서는 ‘원지의 아프리카 여행 일정’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혹시나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치안을 검색하면 늘 따라 나오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남아공은 치안이 좋지 않으니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이다. 그래서 공항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 화장실에서 미리 현금을 세 덩이로 나누어 안전하다 생각되는 곳에 각각 찔러 넣었다. 운동화 깔창에 100달러 한 장 깔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볼펜 하나를 꺼내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꼭 쥐었다. 준비 완료. 볼펜은 차마 칼자루를 손에 쥐고 다닐 수가 없어서 선택한 것이었다. / 85p

 

 

교통도 치안도 불안한 아프리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트러킹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과 트럭을 타고 동고동락하며 아프리카를 누빌 수 있다. 한 가지 큰 단점은 가격이 꽤 비싸다는 것. 여행 계획 짜기를 무엇보다 귀찮아하는 나는 그 편안한 매력에 목돈의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숙소며 교통이며 모든 게 해결된다니. / 92p

 

 

세렝게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린과 코끼리. 2박 3일 내내 벌판을 달리며 보다 보니 처음에 신나게 환호하던 마음도 잠시 지나가는 들고양이를 보는 것처럼 관심이 시들해졌다. 잠이 든 서로를 깨우며 괴롭히는 게 가장 재미있을 무렵. 우리는 그렇게 보기 힘들다는 동물 대이동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보니 소과에 속하는 누 떼가 끝도 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그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믿을 수가 없었다. 수십 번 수 만 번 상상해 온 그 순간에 내가 들어서 있었다. 오길 잘했다. 정말로. / 117p

 

 

 

 

 

 

   비록 아프리카에서 돌아와 그녀는 다시 학업에 매진해야 했고, 취직도 하면서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지만 이때의 여행은 훗날 스타트업에서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나아가는데 아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뭐 하나 완벽하게 계획을 짠 일이라고는 없지만 그녀는 일단 시작해보자,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드는데, 그 모습이 나로서는 신기하고 또 멋져 보였다.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알게 된 새로운 정보들을 차근차근 습득해가며 이제는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녀가 전하는 이 메시지는 더디고 무딘 내 삶에도 끊임없이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불쌍하고 굶주린 모습이 아닌 즐겁고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담아 줘. 이게 진짜 아프리카니까.” / 184p

 

 

이곳에 살아보는 동안 여행과 일상의 차이를 조금씩 깨달아갔다.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갔고, 입맛에 맞는 단골 식당이 생겼으며, 다른 곳보다 저렴한 슈퍼마켓을 알게 되는 것. 그렇게 그들이 만든 세상의 기준에 한발 깊숙이 들어가 보는 것.

떠나고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기준은 오직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상식이 비상식이 되기도, 비상식이 상식이 되기도 하는 수천수만 가지의 삶의 방식이 존재했다. 때론 ‘디스 이즈 아프리카!’란 말처럼 ‘디스 이즈 원지!’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 204p

 

 

그날 밤 나는 또다시 새로운 공간, 한동안 ‘내 방’이라 부를 공간에 누웠다. 머릿속에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떠다녔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 생활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10년쯤 더 지나면 나는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때는 앞으로 뭘 할 것인가라는 고민보다 과거에 뭘 했나를 더 돌아보게 될까. 나이에 맞게 산다는 건 도대체 누가 정한 걸까. 그 기준에 맞게 살면 이런 고민들은 사라질까.

정해진 답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가면 그만 아닐까. / 226p

 

 

 

 

 

 

   아울러 이 책은 유튜브 여행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에피소드들이 수록되어 있다. 일상을 유튜브로 기록하다가 우간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재는 전문 여행 크리에이터로 그녀가 남긴 영상들이 QR코드만 찍으면 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으니, 책 이상의 보는 재미까지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그녀가 유튜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직 우리나라에 유튜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지 않을 때였는데, 이렇게 일찍이 도전하고 성장 가능성을 끊임없이 고민했던 만큼 그녀의 노력이 건강한 콘텐츠와 함께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는 흥미로운 아프리카 여행기와 함께 한 청년의 좌충우돌 인생 성장기를 담은 책으로,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불안한 오늘의 청춘들을 위로하고 도전과 열정을 독려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짠내 풀풀 풍기더라도, 다시는 없을 청춘의 한 시절에 과감하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눈을 돌려보라고, 모든 것에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응답할 거라는 믿음을 가져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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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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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독일식 라이프를 통해 나를 위한 삶에 집중해보는 시간!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나에게는 친절하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에세이!

 

 

 

   “시간이 없어, 빨리!”

   오늘도 아침부터 아이 어린이집 차량 시간에 맞춰 움직이느라 바쁘다. 혹시나 미리 차가 와 있어 지체하게 하면 뒤에 기다리고 있을 다른 아이와 부모님께 민폐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꼭 늦게 나설 때마다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천천히 해도 괜찮아. 빨리 가지 마.” 그럴 때면 괜히 머쓱해져서 바짝 긴장한 몸을 풀어보지만,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게 혹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재촉하는 마음은 늘 습관처럼 따라붙는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어디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겠는가.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중에 하나가 “빨리, 빨리”라고 하지 않던가. 어디 그게 다 나를 위해서일까, 나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누군가를 배려하느라,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삶의 한 방식일 것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신주쿠의 흔한 아침에도 이런 순간은 찾아오나보다.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의 저자 구보타 유키 역시 바삐 걷는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역의 통로를 지나며 맞은편에서 세게 부딪혀오는 사람을 반사적으로 노려본다. 짜증이 확 솟구친다. 그리고 잠시 뒤 밀려오는 민망함. ‘나는 망가지고 있구나. 이대로는 안 되겠어.’라고 마음속으로 화를 누르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짓무르고 곪아서 터져버릴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안다. 하지만 일상은 늘 반복되기에 개선의 여지는 없다.

 

 

 

어떤 불편이든 결국은 마음의 약이 될 거예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편집자였던 저자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작업은 매번 새롭고 즐거운 작업이지만, 늘 성과가 요구되고 끝나지 않은 야근으로 뭔가 기분이 끝도 없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어쩌면 신주쿠역에서 사람과 부딪힌 일은 그녀가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릴 적 독일에서 살았던 1년을 떠올리며 그녀는 일본을 벗어나 독일 특유의 느긋한 템포에 따라 살아보기로 결정한다. 그 결정은 몸과 마음이 지친 그녀에게 주효했나보다. 독일 사람들 속에서 일하고, 쉬고, 살며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우면서 자신의 템포도 점점 느려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자 짜증을 내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간 고작 몇 분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일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했던 게 바로 스트레스의 큰 원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 독일에서 배운 건강한 개인주의 덕분에 남에게 친절할 땐 피곤했던 삶이 나에게 친절한 순간 편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비로소 삶의 안정을 찾게 된다.

 

 

 

 

 

   우리는 흔히 ‘독일인’하면 어딘지 모르게 경직돼 보이는, 성실하고 근면한 인상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독일 내부에서는 ‘독일인은 게으름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독일은 서류상 세계에서 가장 적게 일하고 가장 길게 휴가를 떠나는 나라라고 하니 말이다. 여름휴가를 3주 정도 다녀오며 느긋하게 ‘3주의 쉼’을 지극히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나라, ‘모두가 빈둥거리는데 잘 돌아가는 이상한 나라’라고 수식하는 그녀의 표현이 참 놀랍다. 아니나 다를까, 이 때문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비교적 저렴한 택배사의 택배 수거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오전 여덟 시에서 오후 여섯 시 사이에 방문한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기다리라니, 일본이나 한국처럼 두 시간 단위로 시간을 지정하는 세심한 서비스를 독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점심 시간에 마감 시간까지 지나도록 택배원은 소식이 없고, 걱정하며 나가는 길에 1층에 있는 우편함을 열었다가 이내 분노를 느낀다. 하루 종일 택배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집에 부재중이었다는 부재 알림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서비스 불모지라 불리는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그녀는 저절로 ‘물건이 제대로 도착하다니!’, ‘메일에 답이 오다니!’, ‘예정대로 취재가 진행되다니!’ 하고 사소한 일에 감사하는 습관이 생기고 상대적으로 성실한 이들에게는 존중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고백한다. 일본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일 뿐인데, 아예 기대를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분노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실컷 화를 내고 난 다음에야 배우게 된 것이다.

 

 

 

독일에는 ‘근로시간 계좌’라는 제도가 있어요. 근무시간 외에 추가로 일한 시간을 자신의 계좌에 예금하듯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업무를 짧게 마치거나 휴가로 쓰는 방식이죠. 이 제도가 있으면 아무리 연속해서 야근을 하더라도, 일한 만큼 쉬거나 빨리 퇴근할 수 있게 됩니다. 일정 시기에 업무시간이 길어지거나 짧아지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균일해지는 셈이죠. / 42p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에요. 그 기준은 회사에 따라, 일의 목적에 따라 달라요.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나 자신과 가족의 가치관 혹은 환경에 의해 달라져요. 이렇게 우선순위를 판가름하는 기준을 세운다는 건 크게 봤을 때 나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의미예요. 일에서도 개인 생활에서도 내 나름의 기준을 갖지 않으면 그때그때 상황에 휩쓸리고 맙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늘 남 탓만 하게 되죠. / 48p

 

 

 

 

 

 

   독일에서 생활하는 동안 그녀는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임을 찬찬히 깨달아간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의 미로 속에서 살다가 이제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라는 행위의 목적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된 건 역시 직업과 휴식을 대하는 독일인의 태도에 있었다. 근무 형태를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 출산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여성들, 눈치 보지 않고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휴가를 당당히 쓸 수 있는 시스템과 정서까지. 물론 독일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한 또 다른 스트레스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그녀는 “완벽한 장소는 어디에도 없어요. 그러기에 더더욱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라고 말한다. 어디에서 일하든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내가 만든 결과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어디서 어떻게 살아도 내 인생의 여정을 차분히 밟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우선은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거예요. 반복해서 말하지만 하루의 행동을 기록해보세요. 그리고 내가 무엇을 위핸 그 행동을 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이런 기록을 근거로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합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럴 때는 싫지 않은 일을 꼽아봅니다. 그러면 점점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일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무엇에 시간을 들이고 싶은지……. 그러다가 일하는 방식이나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어지면 그 방법을 궁리하는 거죠.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보면 내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게 돼요. / 61p

 

 

다소 불편해도 서로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있어서 재충전 할 수 있는 사회, 매우 편리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서로 힘든 사회, 과연 어느 쪽이 살기 좋을까요.

독일에 살고 있어서 보이는 점인데, 일본은 서비스나 인프라의 평균치가 높고 그 때문에 주위에 대한 무의식적인 기대치도 상당히 높아요. 하지만 사람은 모두 서비스를 받는 입장인 동시에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기도 해요. ‘분명 이러저러하게 해줄 거야’, ‘보통은 이렇게 해줄 텐데’라는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버리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쓸데없는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누구가 아닌 나 자신이 편안해집니다. / 86p

 

 

  독일어에는 ‘게뮈트리히’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안락하고 편하다’, ‘느긋하게 쉰다’라는 의미로 일상 대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최근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가 꽤 널리 알려졌는데, 게뮈트리히는 휘게의 독일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게뮈트리히한 집’이라는 식으로 쓰이는데,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과는 다르며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좀 더 독특한 뉘앙스를 지닌 단어라고 독일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가 자고, 먹고, 입고 쉬면서 느끼는 일상들은 이 게뮈트리히라는 말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특히 우후죽순 늘어나는 아파트 대단지 속의 삶과, 오래된 것보다 새롭고 깨끗한 것을 더 선호하게 된 우리와 달리 알트바우처럼 100년이 넘는 주거 공간을 내부만 개조해 사용하는 독일인들의 주거 라이프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특히 그녀는 스스로 도배를 하고 집 안을 꾸미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일본에 있을 때는 10년 전은 옛날 일, 1세기 전은 자신과 관계없는 역사 교과서 속 세계에 불과했지만, 베를린에서 1세기 전에 지어진 집에 살게 되자 역사의 세계와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이어져 있다는 걸 느끼게 된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그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삶까지 찬찬히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일 음식의 본질적인 맛은 이런 소박함에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키운 과일로 케이크를 굽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차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즐긴다. 이 얼마나 풍요로운 생활인가요. 작물을 기르는 단계부터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과 티타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이 내게 즐거움을 주고, 그런 시간과 일상이 삶을 알차게 만듭니다. 게다가 돈은 얼마 들지 않아요.

유명 파티셰의 고급 케이크를 먹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성이, 다른 종류의 풍족함이 독일 생활에는 있습니다. 금전과는 전혀 관계없는 매일 매일의 여유. 제가 베를린에서 많은 사람과 접하면서 배운 가치관이에요. / 222p

 

 

혹은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여성이 화장을 제대로 안 하면 실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일본에서는 패션이나 화장에 대해 매너나 몸가짐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요. 고등학교까지는 교칙으로 화장을 엄격히 금지해놓고, 대학에 들어가거나 취직을 하면 갑자기 화장하는 게 매너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어요. 과연 나의 맨얼굴이 남에게 폐가 되는 걸까요?

(중략) 화장도 멋도 내 기분이 좋아지거나 즐기기 위한 것. 남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때 화장을 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죠. 이런 식으로 스스로 기준을 정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 화장을 생략할 수 있는지, 반대로 어디까지 화장을 하고 싶은지 거울 앞에서 한번 테스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250p

 

 

 

 

 

 

   사실 그녀의 삶은 바쁜 대도시의 감각으로는 너무나 단순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마음 구석구석까지 영양가가 가득하며, 물질적인 보충은 이제 확실히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그 여유와 당당함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그저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오늘도 헉헉거리고 있는 높아진 삶의 기준과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신에게는 친절할 줄을 몰랐던 나로서는 여러모로 부럽기도 하고 배울 점이 많은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높은 빌딩 속에서 분주한 삶을 살아가느라 힘든 청춘과 이 시대의 가장들, 아이를 다독이느라 내 삶을 잃고 살아가는 엄마들 모두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쉼의 미학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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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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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창의력 교육의 시작!

우리 아이를 미래의 창의영재로 육성하기 위한 부모 교육의 지침서!

 

 

 

   유발 하라리는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되었을 때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될 확률이 높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이라는 틀 안에서 배운 것보다 휴식 시간과 같은 틀 밖에서 배운 것이 더 유용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미래에는 우리가 알던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지고,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인재가 될까? 『틀 밖에서 놀게 하라』의 저자는 바로 ‘창의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한다.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을 수상하고 창의영재 교육법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그녀는 창의력이야말로 아이의 미래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러니하게도 ‘창의적인 인재’, ‘융합형 인재’, ‘틀에 박히지 않은 사람’을 원하는 세상과 달리 우리의 아이들은 놀이부터 학습 공간, 경험까지 모든 것이 점점 더 틀 안으로 갇히고 있다. 교과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주입하고, 정답이 아니면 오답인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교육제도는 아이가 공부를 일처럼 하게 만들고, 그 틀 안에 갇힌 아이를 평생 ‘일’만 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 이처럼 많은 한국 엄마들이 과거 세대의 공부법, 입시법, 생존법을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그대로 강요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저자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면 지금부터라도 기를 쓰고 창의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내 아이를 위한 제1선택은 엄마의 ‘창의력 교육’이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아이의 창의력 계발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교육법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부모의 태도’와 ‘가정의 풍토’를 강조하며 모든 엄마와 아빠가 쉽게 실천할 수 있을 만한 지침들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 아이 교육의 좋은 참고서가 된다.

 

 

 

 

 

 

아이를 창의영재로 키우는 토양을 만들어주세요

 

 

   모든 아이는 각기 다른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잠재력은 창의력의 원천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나 선생님, 사회의 틀에 의해 잠재력이 깎여지고 사라진다. 창의력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창의력을 어떻게 키울지 만큼이나 어떻게 하면 아이의 타고난 창의력을 살릴 수 있을지를 오랫동안 연구했고, 이른바 ‘창의적 CAT 이론’을 완성하여 우리 아이를 창의영재로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창의적 CAT 이론’은 창의적 풍토 만들기, 창의적 태도 기르기, 창의적 사고 응용하기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1부에서는 가장 중요하지만 부모의 작은 노력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창의적 풍토 만들기’와 ‘창의적 태도 기르기’를 안내한다. 여기에서는 사과나무에 우리 아이들을 빗대어 밝은 햇살(Son), 세찬 바람(Storm), 다양한 성분의 토양(Soil), 자유로운 공간(Space)으로 지칭되는 4S를 통해 이것을 골고루 잘 조성하면 아이가 창의영재로 성장할 수 있는 27가지 태도를 갖추게 된다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굳어버린 일과에 변화 주기_

아이의 일상을 목록으로 작성해본다. 그리고 아이의 일상 목록을 함께 훑어보면서 어떤 일과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아이에게 선택하도록 하자. 이때 아이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편안함을 주는 습관은 유지하는 게 좋다. 하지만 아이가 불안과 게으름, 의욕 상실로 하지 못하는 일이 있거나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이 아이의 새로운 경험을 방해한다면 변화를 주어야한다. 이때 아이가 어떤 패턴이나 일상과 행동을 바꾸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면 아이에게 왜 그 변화가 두려운지 묻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보도록 한다. / 51p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_

우선 아이가 미래에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려보게 하자. 그리고 종이에 적어 놓고 매일 보게 한다. 또 ‘할 일 노트’를 만들어 사소한 것이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을 일기처럼 적게 하는 것도 좋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을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 벽에 붙여보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면 해결법을 적은 포스트잇으로 바꿔 붙이는 것도 목표 의식 태도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의도적으로 한계를 설정하거나 조건을 정해서 그것을 극복해보는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재활용품을 이용해서 24시간 안에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어떤 그림을 그리는 데 정해진 색만 사용하기, 플라스틱과 종이를 반드시 사용해서 창작물 만들기처럼 말이다. / 109p

 

 

 

 

 

  첫 번째, 햇살 풍토는 우리 아이를 긍정적으로 자라게 하는 힘이다. 여기서 설명하는 긍정적 태도, 크게 보는 태도, 즉흥적 태도, 유머러스한 태도, 열정적 태도, 호기심 많은 태도를 통해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배움을 놀이처럼 즐기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번째, 바람 풍토가 만들어지면 아이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우뚝 서며 전문성을 쌓게 할 수 있다. 여기서는 목표 의식 태도, 철저한 태도, 자기 효능 태도, 독립적 태도, 불굴의 태도, 위험 감수 태도, 끈기 있는 태도, 불확실 수용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세 번째, 토양 풍토를 통해서는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전문성을 교류하는 법을 배운다. 다문화적 태도, 전략적 태도, 개방적 태도, 복합적 태도, 멘토를 찾는 태도를 기를 수 있게 한다. 끝으로 네 번째 공간 풍토에서는 아이가 톡톡 튀는 생각으로 색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법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감성적 태도, 공감하는 태도, 재고하는 태도, 자기 주도적 태도, 공상하는 태도, 튀는 태도, 양성적 태도, 당돌한 태도를 기를 수 있다.

 

 

 

결과보다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하기_

아이에게 “잘했어!”라며 결과만을 가지고 칭찬하지 말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많이 썼구나.” 또는 “이런 부분을 아주 열심히 했구나.”와 같이 아이가 들인 노력을 칭찬하자. 또 “최선을 다하렴.”, “착하네!”라고 말하거나 그저 똑똑하다고 칭찬하기보다는 “이번 수행평가에서 네가 조원들의 의견 정리 역할을 맡은 건 네가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네.”, “조원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과자에 어려움이 없는지 먼저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와 같이 명확하게 칭찬하거나 조언하자. 만약 아이에게 지적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거짓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에 한해서 지적하는 것이 좋다. 아이 자체가 아닌, 행동에 대해서만 평가하는 것이다. / 121p

 

 

무조건적인 칭찬은 해가 된다_

첫째, 미소, 포옹, 쓰다듬기와 같이 신체적인 애정을 표현한다. 둘째, 솔직하게 칭찬한다. 아이의 불평을 피하거나 아이와 화해하기 위해 칭찬하지 말자. 아이를 혼낸 뒤 미안한 마음으로 칭찬하거나 아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칭찬해서도 안 된다. 부모가 잘못 말하거나 생각한 것을 시인하기 위해, 아이의 행동을 조종하기 위한 칭찬 또한 금물이다. 셋째, 아이의 과제나 프로젝트가 학습 목표나 기대치를 넘었을 때 그 과제물 혹은 창작물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곳에 걸어두거나 어딘가에 전시하면서 칭찬한다. 넷째, 한 과제에서 뛰어난 아이가 어쩌다 그것을 잘 해내지 못했을 때는 무엇을 어떻게 못했는지 구체적인 의견을 준다. / 124p

 

 

 

   여기에서 인상적인 대목 중에 하나를 꼽자면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에 몇 시간이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동물원에 갔을 때 아이가 기린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면, 다른 동물도 보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만족할 만큼 관찰할 수 있게 기다려주라는 것이다. 아이의 호기심은 촛불과 같아서 방해하면 금세 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저자는 아이에게 기린의 어떤 점 때문에 그토록 오래 지켜봤는지 묻고, 아이의 구체적인 대답을 들어보라고 말한다. 또 이미 만들어진 상황을 누리는 것에서 벗어나 그게 몇 시간이 걸리든 방해하지 말고 새로 뭔가를 만드는 창작 과정에 몰두할 수 있게 도와주라고 덧붙여 말한다. 그간 아이를 위해 간답시고 동물원이나 미술관, 과학관을 찾을 때면 다음 일정 혹은 다른 전시실을 관람해보자는 이유로 아이가 유독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을 엄마인 내가 곧잘 방해하곤 했던 것을 떠올리니 새삼 미안해졌다.

 

 

 

답이 없는 문제를 풀기_

세상에는 답이 없는 문제들이 있다. 답이 여러 개인 문제들도 있다.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은 아이 또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해주자. 새로운 연구결과에 따라 답은 언제나 변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아이가 해당 주제에 관해 더 깊이 질문할 수 있게 하자. 이를 연습하기 위해서는 정답이 없고 불확실하거나 애매모호한 과제를 탐구하게 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답이 있는 생활 속 문제를 풀면 아이가 어떤 해결책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150p

 

 

고집 있는 아이로 키우기_

고집은 아이의 자기 주도적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고집 있는 아이들은 남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으며, 타인의 정서적 지지를 받아도 그것에 오롯이 의존하지 않는다. 그래야 자신의 행복이 남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결정된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서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이것이 진짜 행복한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다. / 226p

 

 

 

 

 

 

   2부에서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기존의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해서 가치 있고 색다른 것을 만드는 ION 사고력을 소개한다. ION 사고력은 ‘틀 안 전문성’, ‘틀 밖 상상력’, ‘틀 안 비판력’, ‘새 틀 융합력’의 4가지로 구성되는데, 틀 안 전문성은 틀 안, 즉 관심 분야 안에 있는 철저하고 심오한 지식이나 기술 그리고 경험을 의미한다. 이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특정 지식이나 기술을 익힌 다음 그것을 응용하거나 다른 상황에 적용해보는 등 풍부한 경험을 쌓으면서 해당 분야를 마스터할 수 있다고 한다. 틀 밖 상상력은 어떤 느낌이나 형태를 시공간을 초월해서 머릿속에 그려보는 과정으로 ‘색다른 것’을 만드는 힘이다. 또 틀 안 비판력은 자신의 의견만 감정적으로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정보를 이해한 뒤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힘이다. 끝으로 새 틀 융합력은 여러 아이디어를 크고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 틀 안에 결합해 더 나은 결과물로 정제하고 홍보하는 힘이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자신의 흥미 분야에 관한 전문성을 키우면서 ION 사고력을 계발하면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서 요구하는 혁신적인 아이, 즉 창의영재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기술, 유연한 상상력 키우기_

둘째, <워 호스>라는 연극은 인간의 전쟁을 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어떤 사건을 다른 사람이나 동물, 사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해보자. ‘우리집 시계가 우리 가족을 본다면?’과 같은 일상적인 사물의 관점도 좋은 이야기 소재다. 매번 다른 위치와 방향에 놓인 의자에 앉아 물건이나 사람을 관찰하거나 매번 앉아서 보던 것들을 바닥에 누워서 보는 등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떤 디자인이나 사진, 그림을 거꾸로 뒤집어서 보거나 새로운 방향에서 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오리를 뒤집으면 토끼가 되는 그림 같은 것을 보면서 일반적인 면과 다른 부분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여러 가지 각도를 틀어서 봐야만 풀 수 있는 퍼즐을 해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293p

 

 

 

 

 

 

   거듭 당부하길 저자는 아이의 창의력을 위해서는 부모의 행동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영재를 위한 교육을 시작하는 행동력 말이다. 이때 자유와 여유 속에서만 아이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찾을 수 있다고. 그간 아이가 부리는 고집을 쓸데없는 고집이라 내 멋대로 판단하고, 다양하게 경험해보게 하는 것을 명목으로 몰입해서 체험하는 것을 방해하고, “원래 그런 거야~” 라며 어른의 굳은 사고방식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이 책을 보면서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이가 집에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즐겁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창의적인 사고뿐 아니라 아이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탐구하는 자유와 여유를 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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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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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책!

더 나은 도시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꿈꾸게 하는 시도와 성찰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특징을 몇 가지 들어보자면 ‘교육 도시’, ‘계획 도시’, ‘살기 좋은 도시’, ‘취업하지 힘든 도시’, ‘유행에 민감한 도시’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정도 만으로도 알 만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구’다. 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 따르면 서울 다음으로 가장 비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대구의 수성구이며, 그곳에서 많은 서울대생을 배출하기로 이름난 고등학교들이 모여 있다는 이유로 대구는 교육의 도시가 되었다. 또 도로환경이 지리적 장애물도 거의 없고, 직선으로 이루어진데다 넓고 격자형으로 잘 뻗어 있어 교통 환경만큼은 그 어느 도시보다도 단연 최고라고 자부할 만하다. 솔직히 대구에서 살다가 서울이나 부산 등을 가면 심각한 교통난과 복잡한 도로에 어리둥절 할 때가 많다. 이렇게 도시 자체가 계획적으로 지어진 덕분에 살기에 좋은 도시라는 점도 긍정할 만하다. 그러나 소비지향적인 도시로 대기업이나 이렇다 할 수입 자산이 없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운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흔히 대구의 지역주의를 비하하는 말로 ‘고담 대구’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이 간혹 발생한 것에 비하면 이렇다 할 자연재해도 없는 편이라 조금은 섭섭한 말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곳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 정도 선이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일상에서 느끼는 어느 정도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 정도로만 도시를 생각할 뿐이지,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했으며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 정도 수준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도시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서 관심을 끌어내느냐?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도시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게 만드느냐?’에서 출발한 이 책의 시도가 제법 특별하고 남다르게 읽힌다. 앞서 그녀의 책 <여자의 독서>를 읽어본 적이 있는 데다, tvN에서 방영된 <알쓸신잡3>에 출현해 그녀의 건축에 대한 놀라운 시각과 냉철한 성찰을 엿보았기에 이번 책은 그냥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도시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왜 도시의 스토리에 주목해야 하는가? 도시 건축가인 저자는 도시 속 다양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총동원되었을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고 말한다. 권력자의 욕망, 시민들의 바람, 기획자의 고충, 설계자의 고민, 공정에 참여한 수많은 작업자들의 땀과 때로는 피까지도 얽히고설킨다. 유명한 공간이라 해서 항상 칭송받기만 한 것도 아니고,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때로는 비판받고 무시당했으며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새로 발견되거나 그 의미가 새롭게 해석되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유명한 공간들 역시 그들이 놓여 있는 상황과 맥락에서는 일상적인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공간들이 이곳저곳 숨어 있는 곳이 도시이기에 도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흥미롭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12가지 ‘도시적’ 콘셉트』는 도시 3부작의 첫 번째 책으로, 도시가 이야기가 되면 될수록 좋은 도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희망 아래 콘셉트에 따라 도시를 읽는 핵심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야기란 현상의 영역인지라 수없는 변조와 변용을 통해 다채로워지고 끊임없이 진화하기 마련인데, 콘셉트의 얼개를 통하면 현상 아래에 깔려 있는 핵심 구조를 훨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열두 가지 콘셉트를 제시하는데, ‘익명성, 권력, 기억과 기록, 예찬, 대비, 스토리텔링, 코딩과 디코딩, 욕망과 탐욕, 부패에의 유혹, 현상과 구조, 돈과 표, 진화와 돌연변이’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 콘셉트들을 우리의 도시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녹여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도시 이야기는 풍요로워지고 도시적 삶 역시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콘셉트 1장에서는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길과 광장’이 과연 익명성이라는 도시의 근본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살펴본다. 이어 콘셉트 2장 ‘권력과 권위’ 편에서는 권력의 존재를 증명하고 과시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했던 도시와 건축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또 도시를 안전하고, 건강하고, 풍요롭고 강력하게 만드는 권력이 거꾸로 무능하고 부패하여 도시를 망가뜨리기도 하는 속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의 문제점까지 아울러 살펴본다. 특히 청와대와 국회가 국민들에게 개방됨과 동시에 권력 공간의 구성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바꾸어갈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임을 지적하며 어떤 공간이 건강한 권력 개념을 만드는 가 다함께 고민해볼 수 있기를 강조한다.

 

 

 

신분 제도가 철폐된 근대 이후 도시에서도 ‘끼리끼리 모여 사는 방식’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조금이라도 더 ‘우리’가 되어 익명성의 위험을 줄이려는 것이다. 도시계획사와 건축 유형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끼리끼리 모여 살기 위해서 갖은 수법이 고안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무리 다른 이유로 포장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더구나 그것이 ‘주류 흐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 34p

 

 

광장의 명과 암은 극과 극을 달린다. 자연발생적 대 계획적, 시민 협치 대 권력 주도, 자유 대 통제 등의 양극단을 오가는 공간이다. 우리가 지금 보는 광장은 주로 관광 공간이 되어 밝고 경쾌한 면들만 보이지만, 기실 무거워 보이는 역사 현장으로서의 광장이 오히려 광장 정신을 근본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권력의 영광과 영예를 보여주는 장소로 광장을 계획적으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다채롭게 쓰이는 ‘너른 장소’가 광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광장은 언제나 시민의 에너지, 변화의 에너지, 혁명의 에너지가 결집하고 폭발하는 공간이다. / 49p

 

 

‘권력 공간은 권력 그들만의 문제 아닌가?’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권력 공간은 권력 공간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다. 권력 내 조직 문화(수직적 vs. 수평적), 일하는 문화(제도적 vs. 현장적, 관습적 vs. 창의적 등), 운영 문화(상명 하달 vs. 자율성), 교류 문화(폐쇄적 vs. 개방적)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회 전체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종의 ‘기조 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런 문화는 비단 관료들이 일하는 청사에서만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료들이 관리하는 공간들에도 알게 모르게 그 성격이 녹아든다. / 94p

 

 

 

   ‘사실이 역사로 남는 게 아니라 기록되는 것이 역사로 남는다.’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제다. 기록된 역사를 꼭 사실로만 보지 말라는 경고이자, 기록된 승자의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이면을 들여다보라는 교훈이고, 기록이 그만큼 중요하므로 충실하게 기록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는 기록이란 ‘권력’의 문제이자 ‘정체성’의 문제이고 또한 ‘자존감’의 문제이자 ‘명예’의 문제라고 말한다. 아무리 세속적인 허영심이라 할지라도 명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극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은 “도시는 명예를 빛나게 한다”는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에 의거하여, 과거의 유산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전하여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리 시대의 과제를 3장 ‘기억과 기록’ 편에서 점검해본다. 개인적으로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을 설계한 이가 우리 현대건축의 거장이자 ‘인문주의자, 휴머니스트, 문화 거인, 건축 거장’으로 알려진 김수근으로, 같은 건축가로서 회의를 느끼는 대목에서 서글픈 아이러니를 느끼기도 했다.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우리 시대는 열심히 역사의 기록을 발굴하고 그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것. 문제도 있고 부작용도 생기지만 열심히 남겨야 한다. 그만큼 없앤 것, 없애고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일부러 지운 것, 감춘 것, 숨긴 것도 너무나 많다. 없어진 현장, 사라진 흔적, 묻혀버린 진실, 지워진 기억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더욱더 뿌리를 찾고 그 흔적을 남겨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만들고 있는 역사를 아끼며 지켜야 상실을 거듭하지 않을 수 있다. / 119p

 

 

 

 

 

 

  이어 콘셉트 4 ‘알므로 예찬’ 편에서는 자신의 도시를 제대로 예찬하는 역량의 중요성을, 다음 ‘대비로 통찰’ 편에서는 다른 문화권 도시의 통찰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우리 도시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모색한다. 이 책의 이름이 ‘도시 이야기’이듯 모든 도시, 모든 공간은 특유의 스토리를 안고 있다는 관점 아래 콘셉트 6 ‘스토리텔링’ 편에서는 공간 스토리텔링의 파워와 배어 나오는 스토리에서부터 만드는 스토리까지 진정한 도시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본다. 특히 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실제 역사를 왜곡해가며 도시 콘셉트를 저해하는 각종 스토리텔링 사업의 병폐는 나 역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에서 “콘텍스트를 읽으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어느 것도 홀로 서 있지 않다. 다른 무엇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격이 규정된다. 만약 우리가 어떤 도시 공간에서 감이 동하는 것을 느낀다면 그 공간이 주변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특정한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녹아든 듯한 자연스러움, 언제나 거기에 그렇게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듯한 영원의 느낌, 놀라움, 생고함, 극한의 대비, 의외성, 이야기를 걸어오는 듯한 친밀함 등 그것은 풍경과 식생과 다른 건물들과 길과 광장과 조형물들과 조화와 변조를 이어간다. / 147p

 

 

‘명품진품’이라는 브랜드 성격의 이름보다는 ‘진본’이라 칭하는 것이 더 좋다. 진본성이라는 뜻을 갖는 오센티시티라는 다소 어려운 영어 단어가 더 적확하게 뜻을 담는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 딱 그것 하나만 있’기에 나오는 힘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매혹적이어서, 너무 화려해서, 너무 진솔해서, 너무 웅장해서, 너무 소박해서, 너무 우아해서, 너무 뜻이 깊어서’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공간의 진짜 힘이다. 바로 거기에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나오는 힘이다. 이 세상의 모든 공간은 단 하나씩만 있다. 콘텍스트에 얽힌 인연으로 발생하는 ‘유일성’이다. 그게 진본의 힘이 된다. 사람들은 그 오센티시티를 느끼려고 굳이 먼 길을 떠난다. / 150p

 

 

 

   다음으로 우리는 공간이 품은 함의들을 제대로 디코딩하고 있는지, 혹은 조종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는 ‘코딩과 디코딩’, 부동산 거품과 사유화, 젠트리피케이션, 뉴타운 등 머니 게임으로 도시의 건강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욕망과 탐욕’ 편에서 살펴본다. 초고층 아파트 즉 바벨탑 공화국이 되어버린 도시 속에 존재하는 ‘부패에의 유혹’을 다룬 다음 편 역시 이와 결을 같이 한다. 끝으로 우리 사회의 현상 밑바닥에 흐르는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어떤 구조적 원인이 작동하는 것인지 살펴보는 ‘이상해하는 능력’과 도시 간 양극화와 도시 속 양극화로 몸살을 앓는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살펴보는 ‘돈과 표’도 깊은 고민거리를 남긴다.

 

 

 

아파트 단지는 개인주의 성향일까, 집단주의 성향일까? 현대인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해석도 있으나, 아파트 단지 선호 현상은 개인주의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유효하다. 이웃끼리 알고 지내는 공동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서로 어떤 사람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끼리끼리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작용하는 것이다. 비슷한 평형끼리 모아놓는 것도, 한 동에 대개 같은 평수를 모아놓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 220p

 

 

다만 이후로 여러 번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무산되었던 현상은 실망스럽고 또 의아하다. 개발 산업의 관성, 대규모 소비자의 욕구, 기존 소유자들의 이해가 맞물리며 개발 머신은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굴러갔던 것이다. 고속 성장에 따른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던 1970년대 후반, 과열 경기가 초래한 문제가 드러났던 1980년대 후반, 글로벌해지는 자본 유동성에 굴복했던 1990년대 후반, 전 세계적인 금융과 부동산 거품이 속절없이 터져버렸던 2000년대 후반 등 그때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과제가 제기되었으나, 얼마 지나면 오히려 또 다른 부동산 개발로 위기를 탈출하려 했다. 그러니 의문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과 행정 당국과 개발 권력과 그와 결탁한 언론 권력을 수레바퀴 속에서,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역시 머니 게임의 공범이 되는 것 아닌가? / 230p

 

 

 

 

 

 

   저자는 “제일 좋은 도시는 어디인가요?”의 최고의 답은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이지요”가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여기에 있다가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올 것 같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답은 오히려 생소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아무리 모자람이 많이 보이더라도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도시를 제일 좋은 도시로 여기는 마음가짐이 생기는 것. 어쩌면 그것은 도시 이야기를 이해하고 고민해보며 각종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 위한 개인과 사회적 통찰이 함께 이루어졌을 때에야 가능한 일일일 테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달라진다고 나는 믿는다’ 던 그녀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이 보다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도시적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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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똥
유은실 지음, 박세영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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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큼 멋지고 쓸모 있게 살고 싶었던 어느 송아지똥의 따뜻한 이야기!

반드시 귀하게 쓰이지 않아도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동화!

 

   “으~ 소똥이다~.”

   어릴 적, 할머니의 시골집에는 커다란 소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단 한 번도 그 소가 외양간 밖을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었기에, 어린 마음에 근처만 가도 소똥 냄새를 풀풀 풍기고 여물만 씹어 대고 있는 소가 참 이상해보였습니다. 덩치만 컸지 크게 쓸모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거든요. 그 시절에는 오빠와 언니를 따라 동네에서 뛰어 놀고 있으려면, 얼마 전에 싸놓고 간 소똥이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기도 했어요. 우리는 소똥 근처에만 가면 서로를 밀어붙이며 히히덕 거리고, 질겁을 하며 달아나곤 했습니다.

 

 

 

   딱 저만 하더라도 친척집이 시골이면 이런 경험을 곧잘 했지만, 이제 우리 아이에게는 돈 주고 사서라도 하기 힘든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5살인 아이에게 『송아지똥』이란 책을 내밀자 “또오~옹?” 하고 신기한 듯 두 눈이 동그래집니다. “이제부터 엄마가 한 송아지똥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하니 바로 옆에 와 앉습니다. 송아지똥이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로 본 적도 없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똥’ 이야기라면 무척 좋아합니다. 우리에겐 쓸모없고 냄새만 지독한 것이 이렇게 한 편의 동화가 되어 아이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 참 놀랍지 않나요?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의미 있는 삶을 살 가치가 있어

 

 

   어느 봄날, 산골 빈집 마당 한구석에서 송아지똥이 태어났어요. 질경이와 감나무가 축하노래를 불러줍니다.

   똥또로동또 똥또 똥또로동또 또오!

   똥또로동또 똥또 똥또로동또 또오!

   송아지는 자신을 환영하며 노래를 불러준 질경이와 감나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질경이는 자신의 이름은 ‘평화를 사랑하는 질경이’라는 뜻에서 ‘평이’, 감나무는 ‘리듬을 좋아하는 감나무’라는 뜻에서 ‘리듬감’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말합니다. 또, 존댓말도 하지 말아달라고 말하죠. 길어야 한 계절을 사는데, 나이를 따지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이예요. 덕분에 송아지똥은 자신이 길어야 한 계절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송아지똥은 자신이 태어난 세상을 천천히 둘러보며 내 짧은 똥생을 멋지게 살고 싶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평이로부터 ‘똥또로동’이라는 이름도 얻지요.

 

 

 

 

 

 

   태어나 하루를 보내며 똥또로동은 노을, 밤, 별, 달, 아침, 구름 그리고 좋은 친구까지.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목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앞으로는 하늘을 실컷 올려다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울적해지고 맙니다. 바로 그때, 고맙게도 리듬감이 떨구어준 감잎 덕분에 모자가 생긴 똥또로동은 마음껏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게 누군가를 도와주고 또 도움을 받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도 느끼게 되었지요. 하지만 참새가 똥도로동에게 “송아지가 싸고 간 똥”이라며 약을 올리고 부리로 콕콕 쪼으며 괴롭히자 자신은 그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에 금세 속상해졌습니다. 때마침 평화를 사랑하는 질경이가 벌레들에게 소리쳐 마당법을 어긴 참새를 쫓아내자고 소리친 덕분에 참새는 사라졌지만, 똥도로동은 참새가 했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똥또로동, 송아지는 싸고 갔을지 몰라도 말이야. 너는 귀하게 태어난 거야. 마당법 제1조에도 나와 있는 걸. ‘이 마당에서 태어난 모든 존재는 귀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렇게.”

 

 

 

   리듬감은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데 온통 마음을 쏟았던 ‘전설의 강아지똥’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이 거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강아지똥은 자디잘게 부서져 흙으로 스며들었고, 고스란히 민들레 몸속으로 녹아들어가 더욱 빛나는 민들레꽃이 되었다는 이야기였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똥또로동은 자신 역시 전설의 강아지똥처럼 꽃 거름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자신은 시멘트 위에서 태어났기에 아무리 잘게 부서져도 흙으로 스며들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됩니다.

 

 

 

 

 

 

   보름 후, 하늘이 잿빛 구름으로 덮이더니 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몸이 많이 굳어버린 똥도로동은 빗소리, 비 냄새, 빗물의 감촉을 느끼며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만끽합니다. 비록 쓸모 있는 일은 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태어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내 비가 그치고 가뭄이 들어 똥도로동의 몸은 바짝 말라붙었고, 똥도로동은 리듬감으로부터 “이야, 네 똥생 참 근사하다.” 라는 말을 들으며 세상과 작별합니다. 그렇게 똥도로동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평이와 리듬감이 있는 한 의미 있는 삶이었지 않았을까요? 비록 어디에 쓰이지는 못했더라도 태어남의 값진 의미와 세상이 준 선물을 품은 똥도로동의 마음은 하늘나라에서 따스하게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송아지똥』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강아지똥』을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자신이 쓸모 있기를 바랐던 강아지똥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의미 있게 다가오지만, 『송아지똥』에서는 비록 쓸모 있는 일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며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임을 전하려는 시도가 더욱 엿보입니다. 덕분에 오늘날 의미와 가치 있는 것만을 쫓는 게 세상을 사는 데 중요한 것이 아님을 우리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송아지똥이 속상하겠다” “송아지똥은 그럼 어디로 갔을까?” 하고 아이도 몰입해서 반응해주었는데요, 많은 아이들이 『송아지똥』을 읽고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지,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어렴풋하게나마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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