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비즈니스 Untact Business - 100년의 비즈니스가 무너지다
박경수 지음 / 포르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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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시장에 맞설 뉴 비즈니스 전략을 설계하라!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감각과 언택트 비즈니스 환경을 위한 인사이트!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패러다임을 급격히 전환시켰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시대가 나뉠 만큼 우리의 삶은 너무도 달라졌다. 특히나 비즈니스 환경에 있어서만큼은 대응 수준을 넘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을 철저히 바꾸는 노력이 요구되었다. 이미 코로나19가 촉발시킨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과소평가한 기업들은 위기를 맞았다. 100여 년 이상 미국인들의 사랑 받아온 백화점 J.C. 페니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태니커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인재가 없어서도 아니고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던 그들이 급격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컨설턴트인 『언택트 비즈니스』의 저자 박경수는 이 위대한 기업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 기존의 성공방정식으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그저 변화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기존의 사고를 뛰어넘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언택트 솔루션으로 돌파하라

 

 

 

   『언택트 비즈니스』는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언택트 시대에 맞서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경영전략서다. 큰 틀에서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그것이 비즈니스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특히 디지털 비즈니스 라이프에 초점을 맞춰, 비접촉·비대면 환경이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네 가지의 주요 키워드를 제시하며, 각 키워드와 연결되는 뉴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한다. 바로 ‘홈 블랙홀’, ‘핑거 클릭’, ‘취향 콘텐츠’, ‘생산성 포커스’가 그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 스완》에서 “우리는 극단의 왕국에 속하는 문제를 다루면서도 이것이 평범의 왕국에 속한 것인 양 다룬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세상이 아니다. 앞으로의 변화는 누구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과거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이렇게 대응했으니 이번에도 이렇게 하면 될 것이란 예측은 틀리기 쉽다. 또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라는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검은 백조는 언제나 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변화가 일상이 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 30p

 

 

분명한 건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잠시 잘 대처했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가 경기를 침체시켜 교육, 의료, 금융, 정치 등의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런 영향이 궁극적으로 삶의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이에 따라 부상하거나 쇠퇴하는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성장하는 비즈니스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 33p

 

 

 

   홈루덴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홈루덴스는 홈과 놀이를 뜻하는 루덴스가 합쳐진 신조어로 집에서 모든 것을 즐기려는 사람을 뜻한다. 영화·드라마 정주행, TV시청, 휴식, 커피만들기·마시기(홈카페), 인터넷 쇼핑, 독서, 홈트 등 언택트 시대의 도래에 따라 이제 집은 단순히 휴식의 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에 저자는 기존의 IT 기술에 집중한 스마트홈보다 집의 역할에 집중한 홈스마트, 즉 홈 블랙홀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비즈니스 콘셉트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에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이 동영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OTT 서비스, 집밥의 고통을 해소해 준 가정간편식, 격리되면서 나타난 고립감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마음관리 서비스, 다이어트 및 건강관리를 위한 홈트레이닝 서비스, 각종 셀프 제품과 키트를 활용한 홈 라이프 서비스 등을 소개하면서, 보다 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중점을 둔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세대는 콘텐츠가 유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앞선 조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10대 또한 구매력이 낮지 않다. 이제는 그에 걸맞은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방송 가입을 해지하고 인터넷 플랫폼으로 사람들이 이동하는 코드커팅의 시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빈지왓칭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 61p

 

 

 

 

 

  두 번째 키워드, 핑거 클릭은 언택트 시대로 더욱 가속화된 온라인 기반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제는 디지털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대인 만큼, 책에서는 우리가 디지털로 무엇을 하고 거시적으로는 각종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었던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위기를 맞은 상태에서 공유 비즈니스가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프라이빗 서비스의 도입을 제시하고, 고객참여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몰입 및 경험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의 중요성,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 제공 서비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방향성도 함께 소개한다.

 

 

 

이런 공유경제는 사람들의 가치와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급성장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급격한 위기에 처했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유경제가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의 편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재의 공유경제는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코로나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거나 다수의 사람이 이용한 오프라인 중심의 공유경제가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 / 96p

 

 

디지털 치료제는 정부의 규제로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전환과 함께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는 집에서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건강관리를 위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울증, 불면증, 만성질환 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질병부터 말이다. / 111p

 

 

 

   세 번째 키워드는 취향 콘텐츠다. 저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취향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것이라며, 비즈니스 면에서 취향을 다루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 전망한다. 특히 생활 제품, 각종 비즈니스 그리고 개인의 콘텐츠를 판매하는 구독 서비스의 활성화, 기업 브랜드와 캐릭터,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통한 차별화된 마케팅 등 랜선 뒤에 숨은 개인의 취향을 공략한 비즈니스의 미래를 조망한다. 끝으로 네 번째 키워드인 생산성 포커스를 통해서는 비대면 중심의 기업 활동으로 인해 생산성 이슈가 부상한 지금, 인공지능과 언택트 솔루션, 로봇 등이 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아울러 코로나19의 불확실성, 언택트라는 특성에 맞춰 리더십, 데이터, 고객 경험, 생산성, 조직문화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살펴본다.

 

 

 

이제 누구든 자신의 채널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 그 콘텐츠가 누구의 것이든 말이다. 이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전문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지식 콘텐츠를 전달하는 비즈니스에서 인플루언서는 새로운 혁신이 되었다. 단순히 전문가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알리는 것 외에도 어떻게 구독자나 팔로워나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의 문제다. 지식 전달보다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었다. / 169p

 

 

오프라인 사업이 디지털로 전환될 때 고객 경험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그 가치는 오프라인과 같은가, 다른가? 고객이 디지털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할 수 있을까? 공간을 체험하지 못할 때, 고객들은 어디에서 디지털 경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오프라인의 고객 경험을 느끼고 싶은 고객은 어디서 그 욕구를 해결할까? 이 모든 질문이 언택트 시대에 우리가 던져봐야 할 사항이다.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다는 생각을 넘어 고객 경험과 가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 224p

 

 

 

 

 

 

   저자는 코로나19는 누군가에게는 공포이자 위기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내가 위기의 포지션에 서는가, 아니면 기회의 포지션에 서는 가다. J.C. 페니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처럼 능동적 타성에 빠져 위기의 포지션에 선다면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지겠지만,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기회의 포지션에 선다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는 밝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또 다른 기회로 삼을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비즈니스뿐만 아니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나는 무엇을 집중해야 하는지 이 책으로 하여금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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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 현대지성 클래식 31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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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사상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밀의 공리주의!

일독이 아닌 재독, 삼독을 권장할 만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철학서!

 

 

   공리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 ‘만족하는 바보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낫다’. 비록 이전에는 공리주의의 개념과 그것이 지향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공리주의에 대해 조금만 들여다보면 많은 철학자들을 비롯해서 현대 사회를 뒷받침하는 여러 제도와 사상 등에 놀라울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더욱이 창시자인 제러미 벤담에 이어 공리주의를 전개하고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이룬 존 스튜어트 밀은 서양 철학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와 더불어 4대 윤리사상가로 손꼽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대표 저서인 『자유론』을 비롯하여 『공리주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꼭 읽어봐야 할 대표 철학서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한 번 만에 읽고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렵고 난해한 구석이 있지만, 번역가의 꼼꼼한 해제와 작품해설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접근해보자.

 

 

 

 

 

 

공리주의는 곧 행복주의다

 

 

 

   공리주의의 개념을 이해하기에 앞서 우리는 공리의 뜻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흔히 공공의 이익을 가리키는 공리(公利)를 생각하기 쉬운데, 공리주의의 공리(功利)는 다른 목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의 번역가인 이종인은 작품 해설을 통해 공리주의라는 말은 이미 너무나 널리 알려져서 다들 그렇게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공리에 해당하는 원어는 ‘utility’ 즉, 효용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우리가 경제학 개론 시간에 배웠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서 보듯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약발”을 뜻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밀이 거듭 주장하는 인간 행위의 유일한 목적인 ‘행복’을 얻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을 뜻하는 말로, 공리를 통하여 행복으로 간다는 의미에서 공리주의를 행복주의로, 공리를 행복으로 읽어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밀은 자신의 저서 『공리주의』를 통해 공리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공리주의와 공리주의가 아닌 것을 서로 구분하며, 공리주의를 오해하거나 잘 모르는 데서 오는 여러 가지 실제적인 반대 의견들을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를 테면 공리주의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함으로써 개인의 쾌락과 사회 전체의 행복을 조화시키려는 사상이라는 점에 있어, ‘쾌락’을 ‘돼지에게나 어울리는 윤리’라고 비난하는 왜곡된 의견에 대해서는 “물질적 쾌락의 양이 아니라 정신적 쾌락의 질을 우위에 둘 것”을 주장한다.

 

 

 

   또 공리주의가 인간 행위의 규칙이요 원칙으로 정의하는 행복을 두고 ‘인간은 행복 없이도 살아갈 수 있고, 인생과 인간 행위의 합리적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행복은 누구나 욕망하는 것이고, 행복 이외의 것은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리하여 사회는 개인들의 집합체이므로 일반 행복(사회 전체의 행복)이 모든 행동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행복은 선이고, 각 개인의 행복은 그 개인에게 선이며, 따라서 그 개인들을 모두 모아놓은 집단에도 선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듯 밀은 공리주의의 창시자이자 스승인 벤담이 ‘양적 공리주의’와 ‘법률에 의한 정치적 제재’를 중시한 것과 달리, 인간은 동물적인 본성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질적으로 높고 고상한 쾌락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질적 공리주의’를 강조한 것은 물론 ‘양심의 내부적인 제재’가 되는 인간성을 더욱 중시한다.

 

 

“어떤 행위가 행복을 증진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증진의 정도에 비례하여 옳은 행동이 되며, 만약 불행을 증진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증진의 정도에 비례하여 그른 행동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어떤 의도된 쾌락이며, 고통이 없는 상태이다. 반면에 불행은 쾌락 없음과 고통을 의미한다. / 21p

 

인간은 지적 감각을 상실하면 고상한 열망을 잃어버리게 된다. 왜냐하면 지적 능력을 훈련시킬 시간과 기회가 없으면 자동적으로 열망이 시들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인간은 저급한 쾌락에 몰두하게 된다. 그들이 그것을 특별히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접근 가능한 유일한 것이고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쾌락이기 때문이다. 고상한 쾌락과 저급한 쾌락을 둘 다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진심으로 혹은 평온한 마음으로 저급한 쾌락을 더 좋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리라 본다. / 28p

 

나는 여기서 되풀이하여 말한다. 공리주의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부당하게도 결코 인정하지 않지만, 인간 행위의 옳음을 증명하는 공리주의의 기준(행복)은 행위자 자신의 행복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의 행복이라는 사실이다. 공리주의는 어떤 행위자가 그 자신의 행복과 남들의 행복 사이에서, 공평무사하고 자비로운 구경꾼처럼 공정하게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중략) 공리주의는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실천할 것은 요구한다.

첫째, 사회의 법률과 제도는 모든 개인의 행복(혹은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해서 이해관계)을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와 최대한 일치시키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인간의 성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여론은, 그 막강한 힘을 사용하여 각 개인의 마음속에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공동선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굳건한 생각을 심어놓아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하다. 각 개인의 행복은 보편적 행복이 요구하는 바 적극적이고 소극적인 온갖 행동 양식의 구체적 실천과 일치해야 한다. / 40p

 

 

 

 

 

 

   끝으로 밀은 공리주의 윤리에 있어 ‘정의’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하며, 따라서 더욱 절대적이고 명령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마지막 5장을 통해 정의의 어원을 살펴보고 정의와 불의를 구분하는 5가지 기준 및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가장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를 보다 깊이 고민해보게 한다. 이렇게 『공리주의』는 공리주의가 생활 속의 구체적 사례에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를 제시하여 사람들이 공리주의를 용인하거나 거부하는 자료로 삼게 하되, 사람들이 공리주의라는 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말에서 알 수 있듯 밀은 자신의 주장을 인간의 문제들을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들이라 단언하지 않고, 어떤 핵심적 문제들에 대하여 보편적 동의를 얻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영국의 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밀이 인간성을 파악해 들어가는 방식은 공리주의적인 관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콜리지를 통해서 알게 된 독일의 관념론, 더 나아가 칸트의 도덕 사상, 그리고 멀게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사상도 수용하려고 애쓴, 포괄적이면서 신축적인 사상 체계를 갖추었다”고 말한다. 가변적이고, 포괄적이며, 비결정적이고, 신축 유연한 태도가 밀 철학의 장점이며 오늘날까지도 살아남은 배경이라는 것이다. 성인이 된 후에 아버지 제임스 밀의 교육에 과감히 반기를 들고, 콜리지와 낭만주의자들의 가치를 과감히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이 그가 독특한 사상 체계를 가진 실용 사상가로 거듭날 수 있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는 책의 말미에 추가로 수록된 저자의 생애와 저작의 배경 등을 통해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정의라는 개념은 두 가지 사항, 즉 행동 규칙과 그 규칙을 승인하는 감정을 필요로 한다. 첫 번째 것은 모든 인류에게 공통되며, 인류의 공동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두 번째 것은 그 규칙을 위반한 자에게 처벌을 바라는 심리이다. 이 두 가지 외에 규칙 위반자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고, 또 가해자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의 권리(이 사례에 적합한 표현을 해보자면)가 침해되었다는 전제가 있다. / 105p

 

 

각자의 공과에 따라 선은 선으로 보상하고, 악은 악으로 억압하는 것은 의무의 행위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우리에게 잘 대해준 사람에게 역시 잘 대해주어야 하며(물론 이보다 더 높은 의무가 공평한 대우를 금지할 때는 예외가 되겠지만), 사회 역시 사회를 위해 잘한 사람들을 잘 대해줌으로써 보답해야 한다. 이것이 최고 수준의 추상적인 사회 정의와 분배 정의이다. 이런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모든 사회 제도들과 덕성스러운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경주되어야 한다. / 120p

 

 

 

 

 

  앞서 말했듯 『공리주의』는 한 번에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밀의 언어가 라틴어 명사의 격변화와 동사변화를 교묘하게 활용하면서 글 쓰는 사람이 언어 다루는 능력을 과시하도록 권장하는 고대 로마의 수사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번역가는 이 책을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듯이 번역본을 읽기보다 적어도 세 번을 읽어보길 권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밀의 생애와 작품 해설을 다룬 부록을 먼저 읽어본 다음 본문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혹은 철학을 주제로 한 인문 서적에서 요약된 설명을 병행해서 함께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공리주의의 핵심 원리인 행복, 공정성, 분배와 정의,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는 여전히 현대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으로 하여금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그의 사상을 통해 ‘철학하는’ 계기로 삼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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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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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내내 읽기 어려워했던 고전들을 한 데 모아 읽어드립니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면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우리가 딱 필요로 하는 인문학 책!

 

 

 

   tvN 프로그램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는 스테디셀러 책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독서 프로그램으로 연일 화제를 모았다. 『이기적 유전자』, 『침묵의 봄』, 『코스모스』, 『백범일지』, 『페스트』 등 그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던 고전들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여 많은 이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유독 고전에는 약했던 나에겐, 다양한 전문 패널들의 견해를 통해 혼자 읽기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 철학까지 함께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애석하게도 30부작을 끝으로 시즌1은 종영되었지만, 시즌2가 방영되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이들이 환영할 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생각하는 인간 편』(이하 『지식편의점』)이다.

 

 

 

   『지식편의점』은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의 책 버전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의 도서 선정 위원이자 북튜브 <시한책방>의 책방지기로,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탁월한 전달력과 핵심을 꿰뚫는 분석력으로 새로운 지식 큐레이터로 주목받고 있는 이시한, 그가 이 책의 저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편의점』은 고전을 읽고 싶지만 배경 지식이 없어 힘들었던 사람, 어디서부터 인문학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어려운 용어만 보면 인상부터 써지는 사람, 지식의 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지식에 허기진 현대인들을 위해 쓰여졌다. 저자는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다 딱히 살 게 없어도 한 번쯤 가볍게 들러보는 편의점처럼 문턱이 낮고, 유용하면서 재미있는 책으로 읽혀지기를 바란다며 이 책을 소개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부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이르기까지

 

 

 

   “유례 없는 발전의 속도에 살고 있는 지금, 인간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요?” 『지식 편의점』은 이 같은 질문을 앞세우면서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인류의 여정이 어떻게 꾸려져왔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부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의 여행길로 이끌어주는 대표 고전들을 통해 인류의 흐름과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책이 지향하는 바에서 알 수 있듯 가장 먼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등장하는 이유는 ‘지식의 가장 기본적인 물음은 모든 것의 주체인 인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뜻에서 인류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발전했으며, 그래서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인류의 거시사를 통찰하고 있는 『사피엔스』는 ‘인간’을 이해하는 이정표의 첫 번째로 가장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왜 백인이 세계의 주류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책으로, 오늘날 인류가 겪는 문화적 불평등은 인종의 우수함이나 DNA의 차별화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은 ‘지리적 환경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한 『총, 균, 쇠』는 운명 앞에서 인간은 항상 겸허해야 한다는 준엄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어 역사 이전의 시대에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인 『그리스·로마 신화』를 들여다보고, 역사란 과거의 사실 자체로 존재하므로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기존의 정설을 뒤엎고 “역사는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우리가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인지를 질문해본다.

 

 

 

『총, 균, 쇠』에서는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168명의 스페인군을 데리고 8만 대군의 잉카제국을 몰살시킨 일을 예로 듭니다. 사실 잉카의 병사들은 대부분 총에 맞아 죽은 게 아니라 균에 맞아 죽었다는 겁니다. 또한 북미대륙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의 인구 수는 200만 명 정도에 달했지만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후 전파한 유럽의 전염병 때문에 100~200년에 걸쳐 약 95퍼센트나 감소했습니다. 이때 유행한 전염병, 그러니까 『총, 균, 쇠』에서 ‘균’의 정체는 바로 천연두입니다. 지금이야 이 병의 정체를 알아내 완치 가능하지만 당시 원주민들에게는 죽음의 병이었던 거죠. / 65p

 

 

 

 

 

 

   이후 인간의 집단 단위가 부족을 넘어 국가를 이루기 시작하자 ‘정의로운 국가’, ‘이상적인 국가’란 무엇인지를 탐구해보기 위해 플라톤의 『국가』를 살펴본다. 그런 다음 종교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종교인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탐욕스러운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장미의 이름』이란 작품을 통해 폭력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기존 질서를 수호하려 한 종교시대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이 외에도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약속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진 법의 상징성과 근본적인 정신을 생각해보게 하는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잠깐 멈추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기회를 가져보라 촉구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도 소개한다. 끝으로 원칙과 합의도 돈으로 사는 오늘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기계화되고 시스템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상실한 세계를 소름끼치게 그려낸 『멋진 신세계』, 압도적인 우주의 크기와 우주적 시간에 비교해보면 인간의 욕심이나 다툼 같은 것은 우습기 짝이 없음을 느끼게 해주는 『코스모스』를 통해 인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는 것으로 방점을 찍는다.

 

 

 

홉스가 지지한 찰스 2세 역시 홉스의 책을 출판 금지했습니다. 홉스는 찰스 2세와 절대왕정을 지지했는데 왜 금서로 지정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거예요. 그런데 ‘절대왕정에 대한 지지’라는 결론은 현실적인 타협안일 뿐, 홉스의 본질적인 이론은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평등하다 보니 투쟁 상태가 되고, 그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절대왕정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이런 경우, 국가의 권력은 시민들로부터 나온다는 걸 전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왕정의 입장에서 권력은 신으로부터 왕이 부여받은 신성한 것이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홉스가 결론적으로 절대왕정을 지지했더라도 이론의 본질상 인정받기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 164p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자였습니다. 스스로 사회주의자를 자처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주의 비판 소설을 쓴 조지 오웰에게는 그래서 배신자, 전향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조지 오웰이 비판한 것은 사회주의 자체가 아니라 타락한 사회주의였습니다. 사회주의 자체의 생각이나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제도를 돼지 같은 독재자들이 나타나서 잘못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조지 오웰이 싫어한 것은 독재로 빠지기 쉬운 전체주의적 경향이었던 거예요. / 241p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쓰인 책이 아닙니다. 이타적인 행동을 설명하려고 쓰인 책이에요. ‘이타적 행동으로 보이는 무리의 사회화 행동들이 사실은 유전자 수준에서는 유전자의 보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기능할 뿐이고, 개체들은 유전자의 운반자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 274p

 

 

 

 

 

 

   저자가 미리 지적하듯 현학적인 문체로 인해 읽어 내려가기가 무척 힘이 들겠지만, 흥미로운 내용에 추리소설의 뼈대를 가진 『장미의 이름』은 개인적으로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 역시 이전에는 이 책이 교육론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가르치려 애쓰지 말고, 그 상황 변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 상황이 변화할 때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자존감을 가르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지식 편의점』은 우리가 평소에 읽기 어려워하는 고전의 주요 맥락을 명쾌하게 소개해주는 한편, 이 책이 쓰이게 된 이유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시대 배경, 숨은 정보들까지 더해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해 고전에서 얻은 지식을 단순히 아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유용하게 쓰이길 유도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고전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려워하는 이들이라면, 제목 그대로 편의점에 들른 듯 간편하게 지식을 꺼내먹는다는 생각으로 이 책에 접근해보시길 바란다. 앞으로 계속 출간될 ‘성장하는 인간 편’과 ‘신이 된 인간 편‘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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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지우개 괴물!
조성자 지음, 조승연 그림 / 현암주니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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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용기를 내어 반성하고 고백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따뜻한 동화!

 

 

 

내 눈엔 모든 것이 지우개로 보인다

 

 

   오늘도 지우개 따먹기 놀이에 푹 빠진 신동이의 눈에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온통 지우개로 보입니다. 책상 서랍 안에 이미 지우개가 한 가득인데도 더 큰 지우개를 갖고 싶어 하지요. 그도 그럴 것이 신동이는 반에서 지우개 따먹기를 제일 잘하는 지우개 대장 재강이를 이겨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그런 신동이의 마음도 모르고 엄마는 신동이의 책상을 옮기다가 서랍 속의 지우개를 발견하고는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어김없이 재강이에게 왕 지우개 세 개를 잡아먹히고 ‘지우개 코딱지’라는 별명까지 얻어 화가 솟구쳐 있던 날, 습관처럼 들어간 문구점에서 새로 나온 ‘대왕 지우개’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지우개는 무려 삼천 원이나 하는 게 아니겠어요. 주머니에는 고작해야 내일 준비물을 사는 데 쓸 천 원 밖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동이는 대왕 지우개가 너무나 갖고 싶었어요. 저 대왕 지우개만 있다면 그동안 재강이에게 빼앗긴 모든 지우개를 다 따올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주저하고 있던 신동이는 문구점 아저씨가 잠깐 다른 쪽을 보고 있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대왕 지우개를 주머니에 쓰윽 넣고 말았습니다. 가슴이 쿵쾅쿵쾅 마구 뛰었어요. 앗, 그런데 하필이면 옆에 있던 머리를 짧게 자른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신동이는 부랴부랴 문구점을 빠져나왔지만, 혹시나 문구점 아저씨와 머리 짧은 아저씨가 멱살을 잡고 파출소에 가자고 할 것 같아 겁이 났습니다. 손에서는 식은땀이 계속 나오고, 다리가 휘청거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지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으로 돌아간 것도 잠시, 마치 기다렸다는 듯 더 큰 충격이 신동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당분간 우리 집에 머무를거라던 삼촌이 하필이면 조금 전 문구점에서 눈이 딱 마주친 그 아저씨가 아니겠어요?

 

 

 

   그 날부터 신동이와 삼촌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엄청난 코 골기 대장에 방귀 뀌기 대장인 삼촌과 한 방에서 자는 것도 불편한데, 문구점에서 지우개를 훔친 일을 엄마에게 이를까봐 내내 조마조마해야 했거든요. 게다가 대왕 지우개가 괴물처럼 변해 입을 쩍 벌리고 낄낄낄 웃으며 “이 도둑놈아!!” 하고 소리치기까지 합니다. 과연 신동이는 문구점 아저씨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삼촌과도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또 재강이와의 지우개 따먹기 놀이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지우개 괴물을 물리칠 거야!

 

 

   이렇듯 『덤벼라, 지우개 괴물!』은 좋아하고 갖고 싶은 감정에만 몰두하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담은 어린이 동화입니다. 이때 아이의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죄책감을 지우개 괴물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 대상인 어린이들에게까지 뚜렷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은 물론, 삼촌이라는 인물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토닥여주면서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의 참모습까지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익살스러운 그림체 역시 이 책의 재미에 한 몫 합니다. 우리 아이가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며 혼자서 키득키득 웃던 게 생각나네요. 그러다 지우개 괴물이 나오면서부터 표정이 심각해졌지만요.

 

 

 

 

 

 

   그동안 아이에게 그림책을 쭉 읽어주긴 했지만, 대체로 서너 줄의 글이 있던 그림책에 비해 장문의 글이 나오는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마음에 아이에게 며칠씩 끊어 읽자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지우개 괴물이 나오거나 삼촌이 엄마에게 신동이의 잘못을 말할까 조마조마해 하는 부분에선 귀를 막기도 하고, 재강이와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하는 대목에선 우리도 해보자면서 재촉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몰입해서 듣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해보았어요. 만약 신동이처럼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주머니에 돈이 없다면 도경이는 어떻게 할래? 하고요. 그러자 아이는 “훔치는 건 나쁜 거니까, 집에 와서 엄마한테 말하고 돈 받아서 다시 문구점 가서 살래.” 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솔직하게 사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엄마가 돈을 주면 사러 가겠다고 하니, 저는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사실 『덤벼라, 지우개 괴물』은 현암사 인스타그램에서 겉이 조금 상해서 폐기할 위기에 놓인 책을 나눠준다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입니다. 택배 포장을 벗겨서 책을 받아보았을 때 제 마음은 놀라움 반, 속상함 반이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흠은 흠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더 깨끗하고 완성도 높은 책을 보실 수 있게 하려는 출판사의 노력에 감동했고, 한편으로는 이 정도의 흠에도 폐기를 결정해야만 하는 출판사의 마음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간혹 택배 배송 중에 책이 찌그러져서 오거나 서점에 비치되어 있는 책도 깨끗하지 않은 것들이 더러 있거든요. 하물며 사소한 흠 때문에 시중에 내어보지도 못하고 창고에 보관만 하고 있다가 폐기되는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애써 만든 책이 많은 분들에게 읽힐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는 건 참 속상한 일입니다. 다행히 폐기될 수도 있었을 책을 만나 저와 제 아이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좋은 독서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어릴 때 놀이에 빠진다는 것은 행복한 추억일 것 같아서요…….” 라던 삼촌의 대사가 많이 생각납니다. 문득 지우개 따먹기, 공기놀이, 머리카락 끊기, 고무줄놀이, 소타기 말타기, 땅따먹기……. 유년 시절에 골목길에서나 쉬는 시간이 되면 교실 한 쪽에서 흔히 했던 놀이들이 생각나네요. 지금의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놀이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긴 하지만, 우리 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뛰어놀며 나누었던 놀이들을 요즘 아이들은 많이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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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여행 가이드북 -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 2020-2021 최신판
권다현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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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가볼 만한 곳을 한 눈에 정리해놓은 아이 여행 맞춤 가이드북!

1년 내내 아이와 함께 즐기고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추천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 여행이라는 단어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고작해야 인근 포항의 인적이 드문 바닷가 한 번 잠깐 다녀온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와 함께 갈 만한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 장거리 여행에 익숙지 않은 2살 된 둘째 아이까지 있어서 이래저래 여행을 계획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오죽하면 차 안에서 장시간 있는 게 불편한데다 마스크까지 꼬박꼬박 끼고 다녀야 하는 일이 번거로운 첫째 아이는 그냥 나가지 말고 집에나 있자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만큼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워낙 장기간에 걸쳐 외출을 꺼리다보니 아이가 눈으로 보고, 경험해보고 만끽해보며 이맘때에만이 추억할 수 있는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다 문득, 지난해에 ‘마비정 벽화마을’에 다녀온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마비정 벽화마을은 대구 근교에 위치한 곳으로, 60~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시골 풍경과 익살스러운 벽화가 한 데 어우러진 고즈넉한 마을이다. 그곳에서 엄마와 아빠가 어린 시절에 먹었던 추억의 간식과 구슬도 사고, 벽화 앞에서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도 찍으며 가족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때 우리를 그곳으로 이끈 것은 권다현 여행 작가님의 책 『아이여행 가이드북』이었는데, 그게 바로 딱 1년 전이었다니. 마침 새로 개정된 책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들춰보는데, 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드는 것이 다시금 ‘여행’이란 단어에 설레기 시작했다. 아들, 우리 여기 한번 가볼까? 이런 말 참 오랜만에 꺼내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 아이와 어디를 가야할 지 막막한 부모들에게

 

 

  <아이여행 가이드북>은 여행 작가인 엄마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 위에서 아이와 함께 한 순간순간들을 기록하며 직접 체험하고 엄선한 국내 여행지 365곳을 소개해놓은 ‘아이 여행 맞춤 가이드북’이다. 책은 계절별로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우리나라 여행지 365곳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여행지 30곳이 담겨 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아이와의 여행, 이것이 궁금해요!’에서는 아이와 떠나는 여행에 대한 엄마들의 여러 가지 질문에 따라 각종 노하우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테면 카시트에 앉기 싫어하는 아이와의 장거리 여행 시엔 어떻게 대처를 하면 되는지, 걷는 걸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짐 꾸리다 지레 지쳐버리기 쉬운 엄마들을 위해 짐 꾸리는 꿀팁까지 전수한다.

 

 

 

   이어 ‘계절별 대표 추천 일정’과 ‘제주 추천 일정’도 소개한다. 1박 2일을 기준으로 하되 아이들의 체력이나 낮잠 시간이 꼭 필요한 하루 일과를 고려해 하루에 2곳 정도의 여행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일정이 제시되어 있을뿐더러 꼭 가보기 좋은 곳을 엄선해서 소개하고 있다. 또 ‘베스트 아이 여행지’에서는 자연산책길이나 동물체험공간, 직업체험공간 등과 같이 테마별로 집중해서 가보기 좋은 곳만 특별히 모아 소개하고 있으니 여행 전에 참고해보기 좋다.

 

 

 

Q8. 아이와 외출하려면 짐꾸리기만으로도 지쳐요. 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A. 요즘에는 스틱분유, 레토르트이유식, 일회용 턱받이 등 짐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어요. 대형마트 유아동 코너를 수시로 돌아보며 신제품을 스캔해보아요. 또 편의점에서 어떤 물건들을 팔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두면 좋은데,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체 가능한 제품을 찾을 수도 있지요. 가방도 소재가 가벼운 제품을 선택해요. 또 매번 짐을 챙기기보다 외출용 가방을 정해 미리 준비물을 챙겨놓고 그때그때 기저귀와 물티슈 정도만 추가하면 시간과 고민을 줄일 수 있답니다. / 26p

 

 

 

 

 

 

 

   책은 계절에 따라 아이와 떠나기 좋은 자연 명소, 박물관, 미술관, 체험관, 테마파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여행지별로 책의 상단에는 추천 연령(6개월~10세)을 소개하고 있으니 아이의 발달사항을 고려해서 여행을 계획해본다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또 가보기에 좋은 달도 적혀 있으니 여행지를 방문하기 전에 미리 계획해보는 것도 좋다. 여행지에 대한 기본 정보는 지역과 해시태그를 통해 한눈에 알기 쉽도록 되어 있고 주소, 전화, 운영시간, 요금, 홈페이지도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함께 둘러볼 만한 주변 여행지와 코스, 주변 맛집, 키즈프랜들리 맛집까지 본문 하단에 수록되어 있으니 여행 도중에 일일이 검색해보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135. 옥토끼우주센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주과학박물관과 다양한 체험으로 가득한 야외 테마공원이 잘 어우러진 놀이공간이다. 박물관에서는 우주비행사들처럼 중력저항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거나 우주엘리베이터와 우주 공간 이동장치 등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체험존이 마련돼 있고, 야외테마공원에서는 사계절썰매장을 비롯해 여름에는 은하수 유수풀에서 신나는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월별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미리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해두는 것도 좋겠다. 돗자리 반입이 가능하며 내부에 한식당과 레스토랑, 매점도 운영한다. 영아들을 위한 수유실도 마련돼 있다. / 200p

 

 

301. 경암동 철길마을

진포사거리에서 연안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400m의 철길을 따라 낡은 이층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풍경이 정겹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2008년까지만 해도 하루에 2번 건물과 건물 사이로 열차가 지나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가와 여행자들 사이에서 그 특별한 풍경이 입소문 나면서 ‘추억의 거리’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철길을 따라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불량식품부터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7080세대의 교복을 빌려주는 대여점들도 많다. 아이들 사이즈의 교복도 있어서 온 가족이 색다른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도 좋겠다. / 308p 

 

 

 

 

 

 

 

   지난 주말에 모처럼 시간이 난 남편이 나들이를 제안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로 다녀오면 좋을까 고민해보던 것도 잠시, 『아이여행 가이드북』에서 소개해준 구미의 에코랜드가 떠올라 가보기로 했다. 구미 에코랜드는 도심 속에서 숲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공원으로, 아름다운 신동생태숲을 중심으로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피고 지는 자생식물단지, 숲 생태계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산림문화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산림문화관의 경우, 1층과 2층에서는 가볍게 전시를 보고 3층에서는 친환경 모노레일을 운영하고 있으니 경험해보면 좋을 듯하다.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막 점심시간이 시작되어서 모노레일 체험을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대신 산림문화관 앞에 있는 미끄럼틀에서 아이가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미끄럼틀을 타러 여기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장시간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산림문화관 옆으로 가면 아이들이 더 넓게 뛰놀 수 있는 놀이터도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여기서 하루 반나절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미리 김밥과 유부초밥을 준비해서 갔는데, 마침 평상에 그늘막까지 쳐놓은 쉼터가 곳곳에 있어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으니, 대구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이와 나들이 장소로 추천 드린다.

 

 

 

 

 

 

 

   사실 아이들과의 여행을 계획하려다보면 어디를 가야할까, 매번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을 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이 많았나 깜짝 놀라게 된다. 무엇보다 산발적인 여행지 정보가 지역별, 계절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눈으로 보기에도 쉽고, 찾기도 쉬우니 이 책 한 권만 구비해놓고 있으면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겠다 싶다. 이번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가볼까, 이번 주말에는 여기 다녀와 볼까, 책을 펼쳐놓고 아이와 함께 여행 계획을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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