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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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긍정하기 위해 필요한 다채로운 영감들!

가볍지만 무례하지 않고,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으면서, 서툴러도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이것은 아주 개인적이면서 무척 보편적인 한 청년의 독백, 아니 ‘나’를 비롯한 ‘당신’의 이야기다.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내야 하는 삶 속에서 때로는 거짓으로 나를 포장해가며 매순간 치열하게, 그러나 최대한 느슨하게 살아가길 희망하는 대도시의 젊은이라면 이 날것 그대로의 기록에 속수무책으로 공감 당하게 될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그는 이 책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읽히길 바란다고 고백한다. 인생은 수많은 가능성을 좇는 기나긴 여정이기에, 덕분에 우리 삶의 이런 가능성과 저런 가능성을, 나아가 나의 가능성들을 가늠해본다. 그 안에서 가볍지만 무례하지 않고,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으면서, 서툴러도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며….





저는 이 책이 지저분한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다가 어떠한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면,

언제든 볼펜으로 끄적댈 수 있는

그런 일기장 같은 책, 대화 같은 책이요.

저 또한 제 생각이 적힌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저와 끝없는 논쟁을 하게 될 테니까요.

모든 게 다 그렇잖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죠. / 4p





  쨍한 주황색 표지가 시선을 압도한다. 배경보다는 텍스트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감각적인 연출에 한 번 놀라고, 뒤이어 누가 봐도 알만한 명사들의 추천사에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으니, 대체 작가가 누군지 정체가 궁금해진다. 임승원, 그는 <원의독백>을 통해 독보적인 영상미와 차별화된 연출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놀랍도록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 마이너한 감성과 삶의 철학,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녹여내는 능력까지 탁월해서 콘텐츠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관람(?)했다. 이 책은 그의 콘텐츠와 연결지점에 놓여 있는 것으로, ‘발견’과 ‘영감’ ‘그리고’라는 키워드를 통해 창작이 시작되는 지점과 취향, 사회와 자기 내면으로 향하는 시선들을 공유한다.





인생 역시 똑같다. 세이브 기능이 없는 게임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해야만 한다. 기록하지 않는 인생은 항아리 게임과 같다. 성공한 기억, 실패한 기억, 당시 나의 선택과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 머릿속의 아이디어, 모든 성과와 교훈은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휘발되어서 사라지고 만다. 아무리 가슴 아픈 교훈일지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쌓아야 한다. / 43p



배달 음식의 단점으로는 너무 비싸다는 것. 살찌게 한다는 것. 양 조절이 힘들다는 것. 엄청난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이 있겠다. 그러나 가장 나쁜 점은 편리하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는 먹는 행위, 그 자체 외에도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신중하게 채소를 고르는 일. 고기를 손질하는 일. 레시피를 공부하는 일. 세심하게 계량하는 일. 불을 조절하는 일. 정성을 들여 접시에 담는 일. 그러니 배달 음식을 먹는다는 건, 무수히 많은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취하는 것. / 47p




우리는 특별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특별함에는 정답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신발, 좋은 옷, 좋은 차. 그 외의 것들에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마치 1월 1일의 해돋이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다른 날들의 해돋이는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1월 1일은 특별한 하루지만, 진짜 재밌는 일들은 나머지 날들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잊지 말기. / 85p










  흥미롭게도 저자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 창작물을 절대 독창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라는 믹서기에 시청각물과 감정과 감각들을 넣고 마구 섞어서 만든 어떤 스무디’라 표현한다. “GARBAGE IN, GARBAGE OUT.” 개발자들이 격언처럼 여기는 이 말처럼, 그는 창작이란 건 내가 나라는 믹서기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지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생각으로든, 말로든, 글로든, 음악으로든, 비디오로든 되도록 좋은 걸 보려고 노력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처럼, 건강한 영감을 골라서 섭취할 때 내게서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지. 삶의 태도 역시 그러한 긍정적인 영감들 안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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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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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달이 뜨면 달코가 생각날 것 같다!

인간의 이기주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






  “저건 뭐지?”

  눈보라가 치는 어느 날,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사는 보미와 다움이는 공원에서 정체모를 무언가를 발견한다. 잔뜩 웅크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하얀 덩어리 같은 그것을 보고 분명 강아지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추위에 얼어 죽었나보다 하고 여기던 찰나, 살짝 만져본 몸에서 아직 온기가 느껴지자 두 아이는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노력으로 강아지가 깨어나고, 마침 집으로 돌아온 엄마와 함께 강아지의 상태를 살펴보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다.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는 데다,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작아서 이제껏 강아지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다름 아닌 코끼리였던 것!





“어?”

강아지라기엔 생김새가 이상했다.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고,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여서 강아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부드러워지니 움츠렸던 코가 길게 늘어졌다. 코 주름은 털에 가렸지만 길쭉한 코 모양과 둥글납작한 커다란 귀는 꼭 작은 코끼리 인형 같아 보였다. / 22p












  『달코끼리』는 아기 코끼리를 둘러싼 좌충우돌 소동극이자 인간과 동물의 우정, 생명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동화책이다. 추위에 죽어가던 아기 코끼리를 구한 보미는 새벽에 우연히 깨어나 본 아기 코끼리의 모습이 달과 닮아서 ‘달코’라 이름 짓고, 이후 둘은 소중한 가족이 된다. 그리고 달코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달코에게는 무척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달코가 다가가면 메말랐던 식물이 살아나고, 아팠던 할아버지가 건강을 되찾는 등 신기한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 것이었다.





“코끼리 이름을 ‘달코’라고 할래.”

“달코?”

정민 씨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미를 쳐다보았다.

“새벽에 봤는데 동그란 달처럼 빛났어. 달을 닮은 코끼리라니깐, 달코!” / 37p





  하지만 달코의 존재를 알게 된 호반시 시장인 강해라는 보미로부터 달코를 빼앗아 동물원에 가두고, 그 인기를 이용해 차기 시장직을 노린다. 부시장은 달코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성장억제제를 놓도록 지시한다.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달코를 차지하려다 못해 못된 짓을 저지르는 탐욕스러운 어른들, 이에 맞서 달코를 구출하려는 보미와 다움이 그리고 엄마…. 과연 이들은 달코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이 녀석도 한때 써먹고 나면 끝이거든.”

부시장이 바쁘게 일하는 강해라 시장을 곁눈질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인형 코끼리 달코.’

달코의 인형처럼 작고 귀여운 면을 내세운 홍보 문구였다. 호반시는 달코에 대한 만화, 광고, 캐릭터 상품 등을 빠르게 준비했다. 동물원 측도 달코를 위한 공간 마련에 속도를 올렸다. 동물원을 새롭게 개장하는 날, 달코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로 되어 있었다. / 88p














  신비로운 동물 ‘달코’와 그런 달코를 구출해내려는 아이들의 분투를 통해 『달코끼리』는 인간의 이기주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을 돌아보게 한다. 강해라 시장은 도심에 인공 수로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안전성과 적합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원자로를 가동하는 데 동의한다. 아름다운 도시 경관과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된 도심 속의 나무들은 말라가고, 귀엽다고 신비롭다는 이유로 달코는 시민들의 구경거리가 되거나 그에 부응하기 위해 강제로 성장억제제를 맞기까지 한다.





  김태호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개입이 없어도 자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 냅니다.’ 달코가 지닌 생명을 되살리는 신비한 능력은 어쩌면 자연의 모든 존재가 지닌 회복의 힘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그건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과 발전을 좇느라 때때로 인간성을 잃어버릴지라도, 우리에게도 회복의 힘이 있다는 것을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생존의 경계에서 밀려난 존재들이 처한 곤경과 현실에 보다 마음을 쓰고, 돌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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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기술 - 명화의 구조를 읽는 법
아키타 마사코 지음, 이연식 옮김 / 까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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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미술관으로 뛰어가고 싶게 만드는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몇 번이고 봤던 그림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예술 작품을 관람하는 것을 좋아해서 종종 미술관을 찾곤 한다. 특별한 기술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주로 작품에서 드러나는 정서나 감각에 의지하는 편이다. 그러다 팸플릿이나 해설사들의 설명을 통해 작품 해설과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듣다 보면, 전문가들은 대체 어떻게 작품을 이토록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 부러울 때가 있다. 예술 작품이란 것이 보고 싶은 대로, 느껴지는 대로 즐기면 된다고는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읽고,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곤 한다.





“자네는 보고는 있지만, 관찰하고 있지는 않다네.”

/ - 아서 코난 도일의 『보헤미아 왕국의 스캔들』에서 14p




  아키타 마사코의 『그림을 보는 기술』은 나처럼 명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싶은 분들을 위한 그림 감상 안내서다. 그림의 주인공에 해당하며 화가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봐주기를 바라는 부분인 ‘초점’, 중요한 지점으로 눈길을 유도하는 ‘경로(리딩 라인)’, 그림의 인상을 좌우하는 ‘균형’, 화면을 조정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끄는 역할을 하는 ‘색’, 작품의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구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통일감’ 등의 기술을 통해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관찰의 스킴(보기 위한 틀)”을 따라 그림을 바라보다보면 그 누구라도 그림을 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림을 보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표면적인 인상뿐만 아니라 선, 형태, 색 등의 조형에서 보아야 할 포인트를 잡고, 그 배치와 구조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8p










  지난 해,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 전을 인상 깊게 관람한 적 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확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병자들을 낫게 하는 그리스도」였다. 어마어마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그리스도가 가진 신성한 기운을 오롯이 드러낸, 렘프란트의 탁월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아키타 마사코 역시 인물의 위치와 명암을 섬세하게 조절하여 그리스도에게 온전히 주목하게 한 “초점”의 기술이 잘 발휘된 작품이라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렘브란트는 그리스도가 성스러운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후광 효과를 주었는데, ‘선을 한 점으로 집중시킴으로써 중요함’을 나타내는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작품 속에서 “리딩 라인”을 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화면을 빠짐없이 보도록 하려면 회전형 구도 외에도 지그재그 구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식으로든 반환점이 화면 가장자리에 가까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관객이 화면 밖으로 주의를 돌릴 염려가 있습니다. 회전형 구도에서는 관객의 시선이 모서리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경계하지만, 지그재그 구도에서는 양쪽 가장자리에서 시선이 밖으로 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 92p



밀레(1814-1875)의 그림 「이삭줍기」는 등장인물들이 아무도 관람객을 바라보지 않고, 두드러지는 요소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을 끕니다. 정돈이 잘 된 그림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시선의 경로에 있습니다.

이 그림이 마음을 끄는 이유는 지평선의 한 점을 중심으로 하여 전체 선이 우산 형태로 펼쳐지는 구심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디에서부터 보더라도 그 한 점에 이끌려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있으며, 마치 한지붕 아래에 있는 것 같은 잘 마무리된 기분이 듭니다. / 102p











  우에무라 쇼엔의 「미유키」와 피테르 파울 루벤스의 「십자가를 세움」을 살펴보면 인물의 몸이 기울어져 있어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작품의 구조선은 특정한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데, 사선의 구조를 이용한 두 작품은 수평과 수직과 달리 약동감이나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연인이 노래를 써준 부채를 보고 있던 참에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재빨리 소매로 숨기는 모습을 포착한 그림 「미유키」 속의 주인공이 만약 똑바로 서 있는 자세였다면 그저 의연한 느낌을 주었을 테지만, 몸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깜짝 놀라는 움직임과 인물의 감정이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루벤스의 「십자가를 세움」 또한 오른쪽 아래로 향하는 사선을 구조선으로 삼았기 때문에 긴박하고도 비극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이처럼 기본적인 구조만 알고 있어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읽는 눈까지 달라질 수 있다니, 무척 신기하고 웃음이 날 만큼 재미있다.





그림 속의 선은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다른 각도의 보조적인 선이 필요합니다. 선들의 관계를 “리니어 스킴”이라고 합니다. 그림의 구조를 선의 모델로 파악하는 방식입니다.

「서장의 춤」에서 구조적인 세로선에 대응하여 인물이 앞으로 뻗은 오른손이 이루는 가로선이 화면의 균형을 잡습니다. 세로선과는 대립하면서도, 세로선을 지지하며 마치 화면 양쪽 가장자리에 고정하는 듯한 이 가로선은 구조선보다는 눈에 덜 띄는 부차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수평선과 수직선에 의한 십자형태의 조합은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리니어 스킴입니다. / 130p



알머 타데마가 이 그림을 그리던 무렵에는 이미 황금비가 화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으므로 의식적으로 이것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황금비가 그림을 아름답게 만들었다기보다는 직사각형의 기하학적 성격을 활용한 질서 정연한 구성이 아름다움의 비결이라고 여겨집니다. / 269p



윤곽선을 강조하여 그릴 경우에는 표현의 자연스러움이 떨어지지만, 선을 긋는 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선의 굵기, 길이, 필압, 선을 긋는 속도, 분방하게 그은 선인가, 공들여 그은 선인가, 어떤 재료로 그은 선인가 등등. 이런 요소들이 조합되어 선의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선의 성격을 살피면 그 역할과 효과가 보이겠지요. / 286p





  미켈란젤로, 고흐, 다 빈치, 에드워드 호퍼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들을 예시로 살펴보면서 그림을 읽는 비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그 자체로 명화를 즐기는 기쁨뿐만 아니라, 몇 번이고 봤던 명화도 새로운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그림 보는 눈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작품을 기술에 가두면 단순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의견과 취향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감성의 영역’과 작품의 객관적인 특징을 분석적으로 살펴보는 기술 즉, ‘이성의 영역’을 함께 놓고 감상하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 관점을 조화롭게 활용하여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덕분에 그림을 보는 안목도 조금은 높아진 기분이다. 얼른 미술관으로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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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필독 신문 2 -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비문학 독해 이야기 중등 필독 신문 2
이현옥.이현주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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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의 핵심은 생각하는 힘을 갖추는 것!

생각하고 질문하고 행동하며 자기주도적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비문학 독해의 힘!

 





  올해 초, 이건 중학생들에게 진짜 꼭 필요한 책이라고 감탄하며 읽은 책이 있다. 바로 『중등 필독 신문』이다. 지금 그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비롯해 편향된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으로, 이번 『중등 필독 신문 2』의 키워드는 ‘IT’, ‘정치’, ‘생활’, ‘역사’, ‘국제’, ‘철학’이다. 다소 어려운 주제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고력의 핵심인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수능 비문학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기에 이번 책 역시 아낌없이 추천하는 바다.





비판적 사고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다. 단순한 정보의 수집을 넘어 정보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검토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 5p











  챗GPT, 빅데이터, 자율주행 기술 등 여러 인공지능 서비스가 우리 생활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편리하고 유용하니 자주 써야겠다’라고만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편리한 기술은 장점만 가지고 있지 않으며, 여러 도덕적 이슈와 차별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까닭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는 이점과 취약점을 함께 살펴보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테면 ‘드론의 활용 영역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영역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챗GPT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3D 영상 합성 기술 개발 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로봇의 의료기술이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기 전 어떤 기준을 세우는 것이 좋을까?’ 등의 질문들을 통해 각 기술의 이점과 취약점을 함께 살펴보다 보면, 취약점의 문제를 발빠르게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필요한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고 신기술의 사회적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만이 아니다. 이 책은 각종 유행이나 여러 사회적 양상에 대한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보는 태도야말로 ‘비판적 사고’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는 그 기술의 결과물을 충분히 즐기는 자세도 필요하며, 역으로 이 신기술의 문제 유무를 살펴보는 비판적 사고력 또한 필요하다. 그 기술이 믿을 만한지,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그 기술의 한계나 오류에 대해서도 따져보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 27p



챗GPT가 ‘음성 비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할 수 있게 하려면 가장 먼저 올바른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이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대답이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인공지능 모델에게 입력할 정보를 어떻게 구상할지 알려주는 프롬프트 디자이너가 각광을 받고 있다. 데이터를 최적화하고 모델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이 중요한 시대가 온다. 자신의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챗GPT 세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 41p





  이 외에도 난민 문제, 언론의 책임과 역할, 광고에 대한 분별력이 실제 구매에 미치는 영향,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한 해결 과제 등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과 이슈들에 질문을 던지고 비판해보며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대안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편향된 사고를 줄임으로써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도 기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역사를 보이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힘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거의 역사 분석에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현재의 관점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과거의 오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구술역사와 민중사를 살펴보고 일반인들의 경험과 시각을 살펴보아도 좋다. 동일한 사건이나 현상을 다른 시기, 다른 지역과 비교 분석하여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를 지니길 바란다. / 189p



비효율적인 행정을 하게 되면 국가는 불안정해진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행정 체계가 중요한 까닭이다. 정치적인 변화와 행정적인 개선이 끊임없이 시행되어야 한다. 로마는 경제적인 문제와 부패로 공화정의 몰락을 겪었다. 경제적 안정과 공정한 분배는 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 요소다. 모든 계층이 동등한 혜택을 누리고 기회를 얻는 공정한 시스템이 마련되었을 때 비로소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 198p



철학자들의 이론을 살펴보았다. 이들의 이론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으며, 각각의 생각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은 비판적 사고에 많은 도움이 된다. 공통점을 이해하면서 비슷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차이점을 이해하며 각자가 사고하는 과정과 논리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과점을 비교할 수 있다. 이는 더 넓은 시야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데 효과적이다. / 297p











  비문학 독해력과 비판적 사고력 향상을 비롯해 중학생이 알아두면 좋은 사회 상식과 교양까지 익힐 수 있어 유용한 책이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각종 현안과 이슈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여러 번 권해도 아깝지 않을 책이다. 중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이 책을 꼭 권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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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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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에도 이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

일흔의 동갑내기 두 여성의 짜릿한 탈출 여행기!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그렇게 데루코는 슈트케이스를 끌고 45년에 이르는 도시로와의 결혼 생활을 박차고 집을 나온다. 꼬박 이틀 동안 고민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사실은 친구 루이의 “도와줘”라는 말을 들은 순간 결정했던 것 같다. 도와달라는 그 말이 꼭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남편과의 암흑 같은 결혼 생활. 하지만 일흔이라는 나이에 그동안의 삶을 뒤로하고 ‘나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루코는 망설이지 않기로 한다. 왜냐하면 망설이지 말자는 것이 이제부터 살아갈 그녀의 인생 테마가 될 테니까.




  한편, 오랫동안 샹송 가수로 살아온 루이는 우연히 복권에 당첨돼 실버타운에 입주하게 되지만 파벌 싸움으로 따돌림을 당한다. 결국 지긋지긋하고 갑갑한 실버타운에서 뛰쳐나오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하는 수 없이 친구인 데루코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이 한 통의 전화로 인해 더 이상 변화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았던 일흔이라는 나이에, 인생 일대의 중요한 기로를 맞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데루코의 대담한 탈출에 동행하게 된 루이는 뜻밖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일흔이라니. 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고, 실버타운에 입주할 정도의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 생활이라 해도 끝장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10대나 20대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 56p



  이노우에 아레노의 『데루코와 루이』는 일흔의 동갑내기 두 여성의 짜릿한 탈출 여행을 담은 소설이다. 4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가부장적인 남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데루코와 갑갑한 실버타운에서 뛰쳐나온 루이가 서로를 의지하며 ‘나답게’ 살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행복하지 않은 관계와 환경 속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좀 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나아가고자 하는 두 사람의 열의는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해보일 정도다. 덕분에 이 책을 읽다보면 나 자신을 가두는 것은 환경이나 관계가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에 다다르게 된다.



데루코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그 명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토나시 데루코. 오토나시는 데루코의 결혼 전 성이다. 데루코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대로 써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한없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몇십 년 전에 생이별을 한 자식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데루코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으니까 이런 기분은 그저 상상에 불과할 뿐이지만, 근사한 상상이다. 그렇다. 정말 멋진 상상. / 67p


루이는 원래도 자유분방한 여자지만, 노래하고 있는 루이는 더욱 자유로웠다. 저게 루이야. 데루코는 생각했다. 루이로 꽉 차 있어. / 87p


어떡하지. 루이는 데루코를 봤다가 요리코를 보고, 또 겐타로를 보았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장소. 그런 곳이라서 이렇게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걸까? 여유로운 것만이 아니라 행복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행복한 장소. 그 행복이 나를 공격해서 이렇게 몸둘 바를 모르게 만드는 걸까? 역시 잘 모르겠다. 여기는 수수께끼다. / 110p


이 교사의 인생은 타인이 멀리서 보이게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생’처럼 보이겠지만, 소설을 읽는 데루코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생’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 125p












  일흔 살인 두 여성의 명랑한 범죄(?) 행각에 시종 유쾌하게 읽었다. ‘일흔이라니까 엄청 늙은 것 같지? 아니야, 우린 여전히 반짝일 수 있어!’ 하고 외치는 듯한 두 사람의 환한 미소가 책 너머로도 가득 전해졌다. 덕분에 내 나이 일흔에도 이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를 고대해본다. 가볍고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는 소설로, 두 여성의 유쾌한 반란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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