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기 힘든 아이 문제는 따로 있다 - 산만한 내 아이에게 필요한 실천적 인지 기능 트레이닝
미야구치 코지 지음, 이광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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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아이의 마음을 이끌어내주는 부모인가!

발달이나 학습의 지체자해폭력행위따돌림등교 거부비행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 권하는 책!

 

 

 

 

  이따금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주의산만극단적 이상 행동과 폭력에 가까운 거친 표현우울 증세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문제는 원인이 어디에 있냐는 것인데다수의 전문가들은 부모의 태도나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기인되는 것으로 지적하곤 한다다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정말 부모의 태도가 바뀌고 아이와의 관계만 개선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물론 아이의 정서에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부모의 역할론만 강조하다보니 모든 원인이 부모의 문제로 귀결되고 마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그렇다면 감정 조절이 잘 안 되거나 또래와의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을 것인가다루기 힘든 아이 문제는 따로 있다는 바로 이러한 고민에 해답을 주고 어떻게 하면 적절한 훈련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교육이란 알지 못하는 바를 알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교육은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 마크 트웨인

 

 

 

다루기 힘든 아이를 위한 세 개의 고리

 

 

  이 책의 저자이자 정신신경의학과 전문의인 미야구치 코지는 발달이나 학습의 지체발달장애자해폭력행위따돌림등교 거부비행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이들 역시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거나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고 한다하지만 자기 행동이 번번이 심각한 결과를 불러와도 왜 그런 것인지 몰라 스스로 답답해하거나 생각대로 잘되지 않아 속상해 한다고 한다문제는 어른들이 이들의 고민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문제 덩어리’, ‘의욕이 없다’, ‘게으르다’ 등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때문에 저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아이가 보내는 사소한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비록 그 신호가 부적절하게 보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잘 전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특징이나 과제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환경이나 사람에게 잘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들을 소개한다첫째는 인지 능력이 취약하여 보거나듣거나상상력 부족하고 결과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모습을 띤다는 점이다두 번째는 대인관계 능력이 취약하여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자기평가의 문제에 민감하며 융통성이 없고 돌발 상황 대처에 미약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세 번째는 신체 능력의 취약하여 자기 생각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힘 조절에 서툴거나 손재주가 없어 작업이 느려지는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

 

 

 

  특히 인지 기능이 약하면 상상력이나 시간의 감각이 약해져 지금 참으면 후에 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시험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장래 ○○이 되고 싶으니까 힘내자.’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가 어려워진다목표를 세우지 못하면 노력을 할 수 없고노력하지 않으면 무엇을 이루었다는 성공을 체험하지 못하기에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남게 된다이에 저자는 일련의 트레이닝 과정만으로도 얼마든지 적응의 방법과 적극적인 생활의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의 트레이닝법을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나쁜 짓을 하고 반성시키기 전에 아이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할 능력이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할 능력이 있는가?’를 따져 봐야 합니다만약 그 능력이 약하다면 인지 기능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합니다.

인지 기능은 학습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흥미를 갖게 하지요사람의 기분을 파악하게 하며 사람과 대화하는 소통 능력을 키워줍니다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에 대처하는 문제 해결력’ 또한 높아집니다아이가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지요. / 60p

 

 

사람은 상대와 대화 중에 상대가 화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내가 미움을 받는 게 틀림없어나의 어디가 나쁜 것일까.’라고 생각합니다반대로 누군가 웃는 얼굴로 대해준다면 난 인기가 많아분명 모두 나를 좋아해!라고 상대방으로부터 알 수 있는 다양한 신호를 자신에게 피드백 합니다관계 맺음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식해 가는 것입니다그러므로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타인이 본 자신의 모습을 자신에게 피드백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71p

 

 

 




 

 

 

 

  그렇다면 아이들을 이해하고 개개인의 역량이 발휘되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저자는 ‘3개의 고리를 이어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첫 번째 고리는 아이의 개성을 인정하는 것이다서로 다른 ‘A, 본인의 특성이 존중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두 번째 고리는 아이들이 안심할 수 있는 ‘B, 지지해주는 어른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한다저자는 아이들의 적성을 알아채고 그에 맞는 기회를 주는 만들어주는 것이것이야말로 아이가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그러면서 아이의 의욕이나 도전하려는 마음은 가르치는 측(지원자)의 의욕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한다무엇보다 아이는 안심의 토대가 없으면 위험한 사람좋지 않은 권유나 나쁜 일에 빠져 임시방편의 안심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계속 지켜보고 있을게.”,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와줄게.”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줄 것을 조언한다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다양한 것에 도전할 수 있는 ‘C, 본인의 안전한 환경’ 역시 중요하다부모가 자녀의 의욕을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아이가 잘못하면 초조해하고 기다려주지 않는 것은 아닌지아이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호기심을 갖도록 도와주는지 부모가 먼저 스스로를 점검해볼 것을 잊지 말자.

 

 

 

아이가 달리다가 넘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아이는 울면서 어른에게 달려갑니다이같이 불안할 때는 언제나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안심의 토대가 되지요물론 성장하면 정신적인 다가감으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가갈 대상이 바뀔 뿐이지 안심의 토대 역할을 그대로이지요심리학에서는 안심의 토대로부터 안정감을 얻으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 120p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아이가 보내고 있는 신호에 무감각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볼 수 있었다아울러 행동이 느린 편인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줄곧 재촉함으로써 불안한 환경을 조성한 나를 반성해보게 되었다끝으로 아이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책에서 제시하는 3가지 고리를 잊지 않기로 다짐해본다누구보다도 이 책이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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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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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리숙한 인간이 내재된 모순을 극복하고 삶과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희비극!

사소한 문제에 터무니없이 집착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 전체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고전!

 

 

 

오색의 베일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 셸리

 

 

 

  키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입술을 바르르 떤다중국식 창문의 하얀 손잡이가 은밀하게숨죽인 채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 것은 그녀의 착각이었을까홍콩 총독부 차관보인 찰스 타운센드와 몰래 사랑을 나누고 있던 키티는 그럴 리 없다고 믿으면서도 남편인 월터가 훔쳐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불안을 느낀다하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관능적인 미소로 그녀에게 파고드는 찰스의 매력에 이내 두려움 따윈 밀어두기로 한다.

 

 

 

  사실 키티는 일찍이 자신의 야심을 딸에게 투영하기 시작한 어머니 곁에서 자라나 장차 아름다운 여자로서 눈부신 결혼을 하는 미래를 꿈꾸었다그런데 스물다섯이 되는 해까지 이렇다 할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고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정부에 소속된 세균학자에게 도피하듯 결혼하게 되었다안타깝게도 월터는 자의식이 강한 데다 건방진 우월감과 차가움을 뛰어난 자제력으로 포장시킬 줄 아는유머 감각이라고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남자였다게다가 결혼과 함께 홍콩에 오게 된 키티에게 있어 특별히 주목받는 위치라고 볼 수 없는 남편의 직업은 곧 식민지 총리가 될 애인에 비하면 너무나 사소하기 짝이 없었다무엇보다 예의 바르고 상냥한 미소라는 가면을 쓴그 외에는 이렇다 할 매력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다운센드의 아내라니키티는 혹여 월터에게 자신의 불륜을 들킨다 하더라도 찰스가 자신에게 푹 빠져있다는 사실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두려울 게 없었다.

 

 

 

가스틴 부인은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키티에게 모든 애정을가혹하고 효과적이며 타산적인 애정을 쏟아부었다그녀는 야망을 꿈꾸었다그녀가 딸에게 바라는 결혼은 그럭저럭 괜찮은 결혼이 아니라 눈부신 결혼이었다.

 

키티는 장차 아름다운 여자가 될 거라는 말을 듣고 자란 데다 어머니의 야심을 간파하고 있었다어머니의 야심은 그녀 자신의 욕망과도 부합했다. / 37p

 

그가 창피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머지않아 그가 좀처럼 자기 자신을 느긋하게 풀지 못하는 불행한 불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자의식이 너무 강했다연회장에서 모두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도 월터는 절대 그 행렬에 동참하지 못했다. / 54p

 

 

 



 

 

 

 

  하지만 그날의 착각은 더 이상 착각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월터가 키티에게 그녀의 불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노라 선언한 것이다그는 콜레라가 창궐한 메이탄푸에 책임자로 자원했으며 그녀에게 함께 갈 것을 강요한다만약 함께 가지 않는다면 간통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면서심지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찰스조차 그녀가 남편을 따라감으로써 조용히 자신들의 부정이 무마되기를 바라자이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녀는 낙담한 채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메이탄푸로 향한다.

 

 

 

  성벽의 총안 너머 역병의 무시무시한 손아귀에서 신음하는 도시하루에도 백 명은 좋이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길거리에서 시체를 마주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는 곳. “위험하단 말이오이건 미친 짓이야자살 행위라고.” “그래서 먹는 거예요.” 요리사가 만들어 내온 샐러드를 맛보는 키티창백해진 얼굴로 이내 자기 몫으로 나온 샐러드를 함께 먹기 시작하는 월터의 모습마치 죽음을 유혹하듯 매일 샐러드를 먹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역병에 대한 공포로 두려워하면서도 자괴감과 사랑의 상처 그리고 월터를 향한 악의로 죽음과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한 키티자신을 배신한 아내와 그런 아내를 사랑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월터의 화해될 수 없는 감정을 이처럼 기괴한 장면으로 연출해낸 작가의 필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의 입가에 걸린 희미한 미소라니키티는 정체불명의 두려움에 휩싸였다출입이 통제된 도시 건너편 죽은 선교사의 집에서 그들은 세상과 한없이 동떨어진 것만 같았다세 명의 외로운 인간들그들은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다. / 135p

 

 

모르겠습니다당신 곁에 다가가는 것이 소름 끼칠 만큼 당신이 그를 반감으로 가득 채웠는지그가 사랑에 불타오르면서도 어떤 이유 때문에 그것을 내색하지 않기로 작정했는지당신들이 이곳에 자살하러 왔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 155p

 

 

 

  그런데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키티를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다특히 안정된 삶을 버리고 헌신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돕는 수녀들의 숭고한 정신은 그녀를 감동시킨다동료들이 질병과 빈곤향수병으로 하나둘 죽어 가는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쾌활하고 단단한 마음을 잃지 않는 수녀들은 그녀로 하여금 이제껏 자신의 삶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이었는지 반성하게 한다이제 그녀는 작은 건물의 계단 위에 앉아서 넘실대는 강물과 병마에 시달리는 도시를 향해 구불구불 뻗어 난 길을 바라보며사소한 문제에 터무니없이 집착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 전체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서머싯 몸은 어리석고 불완전한 인간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작가인 게 분명하다키티는 월터에게 속되고 천박했던 자신의 과거와 그녀 자체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며 용서를 구하지만월터는 결국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월터가 죽기 전에 남긴 죽은 건 개였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은화해하기를 거부하고 끝내 자멸하고 마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뿐만 아니라 키티가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홍콩에서 옛 연인 찰스와 다시 한 번 육체관계를 맺으며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장면은 인간의 나약함과 인생의 아이러니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색의 베일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소설 도입부에 인용된 셸리의 시처럼작가 서머싯 몸은 온갖 오색 베일을 에두르고 있는 이들 인간에게서 이성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충동어리석음이중성불완전함과 같은 진짜 본 모습을 들여다본다.

 

 

 

(). 우리들 중 누구는 아편에서 그 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서 찾고누구는 위스키에서누구는 사랑에서 그걸 찾죠모두 같은 길이면서도 아무 것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 236p

 

 

난 이런 의문이 듭니다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한갓 환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역겨움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이따금씩 혼돈 속에서 창조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그들이 그린 그림그들이 지은 음악그들이 쓴 책그들이 엮은 삶이 모든 아름다움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이죠그건 완벽한 예술 작품입니다.” / 268p

 

 

 

  이처럼 인생의 베일은 한 어리숙한 인간이 내재된 모순을 극복하고 삶과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희비극이다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인 키티뿐만 아니라 월터찰스가스틴 부인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에게서 저마다의 방식에 따라 인간의 이중성과 속물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이는 독자로 하여금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어쩌면 작가는 이것이 나를 비롯해 누구에게나 내재된 인간의 굴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이 작품은 케이크와 맥주와 더불어 읽는 재미는 물론 고전의 의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서머싯 몸의 작품을 기웃거리고 있을 예비 독자분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추천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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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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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결코 이란 마침표는 없다!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유시민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읽어낸 책!

 

 

  저자 유시민은 “20세기는 태양 아래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은 역사의 시간을 체감하기에 좋은 100년이었다그토록 많은 것이 사라지고 생겨난 100년은 없었다.”고 책에서 서술한다희망과 변혁새로운 사상과 발명갈등과 전쟁… 20세기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토록 다변적이고 복잡했던 시기가 또 있을까 싶다드레퓌스 사건부터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까지 모든 사건이 너무나 극적이었고 경쟁하듯 편을 가르던 시기였다인간 이성의 힘을 믿지만 생물학적 본능의 한계로 스스로 절멸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시기였다때문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20세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새로운 역사적 과업을 부여받았지만이로 인해 야기된 내전기후위기 그리고 핵전쟁 등의 문제 앞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낙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나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역사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진 그 모든 장면들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유시민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읽어낸 책이다사라예보 사건러시아 혁명대공황팔레스타인베트남 전쟁 등 20세기에 일어난 이 굵직한 사건들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촉발되었으며 각 사건에 담긴 쟁점과 의미는 무엇인지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다언뜻 보면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각 사건들이 20세기 역사 안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20세기 세계사의 포문을 연 것은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저자는 군부의 전횡과 사법제도의 결함을 드러낸 20세기 역사상 아주 중요한 장면 중의 하나로 이 사건을 꼽는다.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이름은 적국 독일에 군사 기밀을 넘겨줬다는 누명을 쓴 장교 드레퓌스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신문은 용의자의 신분을 프랑스군 장교가 아닌 유대인 대위라 썼고재판을 하기도 전에 반역자로 규정했다아무도 죄인 드레퓌스에게 내려진 판결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고시간이 흐르자 대중은 그를 잊었다하지만 훗날 이 사건은 정당과 국회언론과 시민사회국민 전체가 두 진영으로 갈라져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정치적 투쟁의 소용돌이로 변화했다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드러낸 피카르 중령작가 에밀 졸라의 선언창간 직후부터 드레퓌스 사건의 진상을 끈질기게 추적한 <로로르신문과 운영자 클레망소언론의 선동과 반유대주의자의 집단 광란을 이성의 힘으로 이겨낸 시민들프랑스의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재심 요구파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한 세계의 지식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저자 유시민은 이를 가리켜 인간이 어리석고 때로 기괴하지만 지적 재능과 선한 본성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한 사건이자,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를 알린 사건이며 지식인과 언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사건이라 평가한다.

 

 

 

나는 최후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더욱 강한 확신으로 거듭 말씀드립니다진실이 전진하고 있으며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입니다오늘 나의 행위는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앞당기기 위한 혁명적 수단일 뿐입니다나의 불타는 항의는 영혼의 외침입니다. (에밀 졸라) / 31p

 

 

19세기가 끝날 무렵엄청난 자본을 축적한 거대한 기업이 출현했다그 기업들이 대량으로 생산한 상품을 전부 소화하기에는 국내 소비시장이 너무 작았다대량생산을 뒷받침할 원료를 나라 안에서 다 구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산업국가의 자본가들은 더 넓은 시장과 더 값싸고 풍부한 원료를 찾아 나라 밖 세계 곳곳으로 달려갔다그들은 돈의 힘으로 정부를 쥐락펴락했고 정부는 부국강병’ 경쟁에서 뒤질세라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식민지를 둘러싼 자본주의 열강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경제적 결정론을 신봉한 사회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그렇게 진단했다하지만 그것이 그리 단순한 현상은 아니었다. / 64p

 

 

레닌과 볼셰비키는 구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았다구체제는 스스로 무너졌고주인 없는 권력을 그들이 집어 들었을 뿐이다혁명의 적은 탄압이 아니라 개혁이다필요한 개혁을 제때 하면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 99p

 

 

 




 

 

 

 

  책은 이렇게 드레퓌스 사건을 시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계기가 된 사라예보 사건’, 인류 역사 최초의 사회주의혁명을 일으켜 20세기 세계사의 경로를 바꾼 레닌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제도 사이에 깊은 골을 만들어냄으로써 파시즘을 양산한 대공황’,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한 홍군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게 된 대장정’ 등과 같은 거대한 사건들을 간결하면서도 읽기 쉽게 설명한다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접근하기 까다로운 팔레스타인’ 문제를 비롯해 우리나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베트남 전쟁의 그림자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점이 인상 깊다또 말컴 엑스를 통해 뿌리 깊은 인종 갈등 문제와 미래를 함께 조망하고 핵무기’ 편을 통해서는 냉전으로부터 비롯된 과학기술 발전의 명암을 진단함으로써 그에 따르는 책임의식을 촉구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전쟁이 바로 정치이며 전쟁 자체가 정치성을 띤 행위라는 뜻이다그러나 전쟁은 일반 정치가 아니라 정치적 특수 수단의 연장이다전쟁은 특수하기 때문에 군대와 전략 전술공격과 방어 같은 특수한 조직과 방법과 과정을 지닌다전쟁에서 이기려면 심층적 정치동원을 이루어야 한다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군인과 인민에게 알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치 강력을 명확하게 세워 말전단포고문신문연극영화학교민중단체간부 요원을 통해 전국의 민중을 심층 동원하면 무기의 열세를 비롯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마오쩌둥) / 152p

 

 

이스라엘 건국은 곧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략이었다유럽 유대인은 2천 년 동안 혹독한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본 유럽·미국의 기독교인과 정부가 시오니즘운동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사정도 이해할 만하다자신의 국가를 세워 안전한 삶을 도모하려 한 유대 민족의 동기도 정당하다그러나 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거기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을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 221p

 

 

우세한 무기와 운송수단을 먼저 확보한 유럽인은 지구의 모든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피부색과 신체 특성을 기준으로 인종을 구분하고 인종 집단’ 사이에 타고난 능력의 우열이 있다는 관념을 형성했다신을 들먹이거나 과학을 빙자해 외모가 다른 인종 집단을 죽이고 착취하고 차별했다그러나 인종은 실체가 없는 가상의 관념이다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인간은 유전자가 99.9% 이상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302p

 

 

 




 

 

 

 

  두 차례의 세계대전대공황홀로코스트사회주의혁명… 20세기의 대사건들은 모두 지나갔다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소말리아의 내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과학기술의 발달은 무한한 변화의 희망을 예고하지만 핵과 기후위기 같은 종말의 두려움까지는 지워내지 못하고 있다. 20세기의 대사건들이 그러했듯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단순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하고왜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를 직시하게 한다개인적으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과 더불어 모쪼록 이 책이 많은 이들특히 21세기를 살아갈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긴다역사에 결코 이란 마침표는 없음을 우리가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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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보상
신재용 지음 / 홍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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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정을 부르짖는가!

객관적인 이론과 통찰력으로 보다 공정한 보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공정이 시대적 이슈로 대두되기 시작했다최근 주요 대통령 후보자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시대정신 역시 공정이다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공정한 경쟁과 합당한 보상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그야말로 대한민국 사회가 공정을 향한 갈망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영한다 할 수 있겠다실제 <알바몬>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2017년 현재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공정이 개혁과 소통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공정한 보상의 저자인 신재용 서울대 교수는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로 요약되는 사회경제적 계층 고착화부동산 양극화비정규직 문제 등을 직면한 MZ세대가 공정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한다대체 왜 그들은 공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것일까그들이 생각하는 공정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또 이들을 주축으로 하는 각 기업들은 보상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구축해야 할 것인가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MZ세대들이 원하는 공정과 보상에 대한 욕구를 이해하고 각 기업들이 보상 실무를 실행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공정은 MZ세대의 생존법칙이다

 

 

  저자는 MZ세대가 원하는 공정이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매우 실용적인 차원에 가깝다고 정의한다부도 신분도 대물림되는출구가 없는 이 세대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확보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레토릭이 공정이란 단어라는 것이다유치원도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쳐 좋은 대학에 입학한 후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이 무한 토너먼트의 생존자들에게 능력주의란 신성불가침의 시대정신이다결국 MZ세대에게 직장에서의 공정한 보상이란 본인이 제공한 능력(시간노력기회비용)에 상응하는 대가이며그들은 이 교환관계를 공정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지속적이고 치열한 경쟁이 공정성에 대한 본능적 민감함을 길러줬다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공정성 인식을 더욱 용이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취업 사이트와 직장인 커뮤니티의 발달은 준거나 소속이 전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발달했다덕분에 집단 내 및 집단 간의 연봉과 복지 차이특정 부서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자신이 받고 있는 대우가 공정한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는 곧 기업에게 성과평가와 보상이슈를 더 이상 쉬쉬하고 덮거나 이 정도면 과거에 비해 많다며 다독이는 식으로는 MZ세대들을 설득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 속에서 학생들에게는 매순간이 일종의 토너먼트로 다가왔을 것이다여러 토너먼트를 경험하며 MZ세대들은 자신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올바르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의 공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입학사정관제 도임 초기부모의 특권과 투자를 통하여 만들어진 스펙을 이용하여 명문대에 진학한 많은 경우를 목도하면서 부당한 부모찬스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 26p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의해서만 평가받고 보상받고 싶다는 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다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의해서 내 성과가 좌우된다고 느낄 때 혹은 나와 경쟁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 부당한 이익을 얻고 그 결과 내가 불이익을 받게 될 때 개인은 그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 119p

 

 

 




 

 

 

 

  이 외에도 책에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보상 정책을 엿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비롯해 다른 나라 기업들의 사례도 함께 살펴본다그 속에서 최고 경영자의 고액보상과 임직원간 보상격차보상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사례를 통해 보다 공정한 보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본다그 방법이란선발채용결정과 달리 이미 탑승한’ 개인들을 열심히 노력하도록 동기부여하기 위한 성과평가 과정에서는 운의 효과를 가능한한 필터링하는 것이다이미 선발된 학생이나 채용된 직원의 성과평가에서는 타고난 운의 영향을 받는 능력까지 최대한 필터링해야 하는 것이 동기부여에 더 좋다소위 비교 대상인 선수들의 시작점이 비슷해야 모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며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또 구성원 동기부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보너스 지급률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회사의 임직원들이 반드시 알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뿐만 아니라 MZ세대의 공정성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블라인드나 잡플래닛 등의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회사에 관한 글들을 잘 모니터하여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빠르고 진정성 있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관리자는 직원들을 등급별로 줄 세워 평가하지 않음은 물론직원의 업적뿐만이 아니라 업적창출 과정에서 피평가자의 주요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역량을 파악하고 평가하며 이에 근거하여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는 데에 집중한다특히 구글의 경우 하위 5% 성과를 낸 직원을 파악하고그들을 해고하기 보다는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멘토링을 실시한다그 결과 많은 경우 저성과자의 성과는 구글 전체직원의 평균수준으로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 296p

 

 

조직원들이 성과를 높일 유인은 승진을 통한 소득증대의 가능성에 영향을 받고그 기댓값은 수직적 보상격차와 승진확률의 곱에 의해 결정된다승진을 통한 보수 상승분이 크다는 전체 하에승진 경쟁에서 누구나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경우 조직원의 입장에서는 승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이에 따라 조직의 미래성과는 향상된다. / 281p

 

 

 



 

 

 

 

  MZ세대는 절차 공정성을 분배 공정성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다수직적 혹은 수평적 보상격차로 표현되는 보상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보상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즉 보상을 결정하는 절차가 공정한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이는 MZ세대가 시스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납득시키고 불편한 얘기라도 진정성 있고 투명하게 소통하면 설령 그들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쿨하게 인정하고 이해할 줄 아는 세대라는 것을 의미한다나는 여기에 우리 시대가 바라는 공정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성별연령출신학교지역가족 상황 등 우연에 의한 타고난 운까지 완벽하게 필터링 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납득 가능한투명하고 진정성 있는 공정사회와 기업 문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공정의 가치는 점점 실현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고민하는 기업은 물론우리 사회의 여러 리더들에게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보다 공정한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와 장이 마련될 수 있기를 또한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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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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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이 김초엽했다!

재난을 사이에 둔 힘겨루기재난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유독성 화학물질들그 물질들은 바람을 타고구름을 형성하고비를 내리며렘차카 특별 구역과 인근 도시들과 농작지와 식수원을 광범위하게 초토화해버렸다당국이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결정한 건 수돗물을 받아 마셨다가 이름 모를 질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이후였다. / 51p

 

 

 

  렘차카서쪽으로는 거대한 산맥을 등지고동쪽으로는 우회하여 진입해야 할 만큼 고립된 이곳은 한때 군사 특별 구역이었다전쟁 중에 가까운 도시 델프스가 폭격 당했을 때도 이곳은 아무런 대피령도 경고도 없었을 정도로 철저히 은폐된 곳이었다하지만 2003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렘차카에 건설되어 있던 공장과 연구소에서 유독성 화학물질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농작지는 물론 인근에 살던 사람들이 이름 모를 질병에 걸리면서 일대가 초토화되었다그렇게 렘차카 구역 일대는 인간이 밟을 수 없는 죽음의 땅이자유령 도시로 전락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흐르자기이하게도 이 죽음의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그들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앓고 신체가 좀비처럼 끔찍하게 변이되었다던 귀환자들이었다이 때문에 귀환자들의 마을인 므레모사는 국제 구호기관과 원조 단체들의 지원 외에는 세간의 모든 관심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철저히 모습을 감추어왔다. ‘우리는 여기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겠다방해하지 말라.’ 그런데 그간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해온 바로 그 므레모사가 갑자기 외지인들의 방문을 받아들이기 위해 투어객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유안이 므레모사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귀환자들의 도시므레모사

 

 

  소설은 한때 무용수였던 유안이 오랫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죽음의 땅 므레모사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유안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므레모사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다섯 명의 일행은 이 유령 같은 도시에 서린 비극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하지만 므레모사가 여전히 오염된 땅일 것이라는이곳의 주민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첫날부터 어긋난다지금까지 지나온 협곡의 모든 장소들이 날카로운 가시철망으로 둘러싸인 것과 달리 므레모사는 아늑해 보이는 돌담과 달콤한 향기가 감도는적어도 여행자들이 상상해온 절망의 땅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하지만 눈에 보이는 이 모습이 정말 므레모사의 진실일까.

 

 

 

  숲의 안쪽에서 발견된 귀환자들의 시체광장 한편에 모인 대여섯 명의 귀환자들이 하고 있는 기이한 행동어제까지만 해도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없다고 주장하던 투어객들이 한껏 들뜬 분위기로 갑자기 이곳에 좀 더 오래 머무르길 희망하는 모습들까지시간이 흐를수록 유안은 므레모사 주변으로 흐르는 기묘한 공포가 점점 자신을 조여 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그리고 투어에 참가한 일행 중 한 명이자 의문의 인물레오와 함께 이제껏 철저히 비밀에 감춰져 있던 므레모사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나의 실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증명이 필요했는데이후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알게 됐지인류의 역사는 끔찍한 실패로 점철되어 있고나의 비극은 비극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걸므레모사가 처음으로 외부에 개방된다는 소식을 듣고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일 중 하나가 될 거라고 확신했네너무 많은 사람이 다녀가면 비극은 희석되어버리는데나는 그 다듬어진 비극을 좋아하지 않아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날것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무척 운이 좋은 동지들이군.” / 25p

 

 

아무도 그게 함정인 줄 모를 거예요그리고 함정에 빠졌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고요자발적으로 구멍에 들어가거나 혹은 이 함정이 보물로 가득한 곳이었다고 떠벌려댈 겁니다어느 쪽이든우리는 부품이 될 거예요이 함정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는 겁니다그게 이 덫의 구조예요내가 알고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 81p

 

 

 



 

 

 

 

  이처럼 므레모사는 전쟁 중 생화학 무기를 연구하다 유출 사고로 황폐해진 도시 므레모사를 중심으로 재난 이후의 비극을 재현한다소설의 특이점은 끔찍한 비극 이후에도기이하게도 이 죽음의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재난을 직접 목격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귀환자들이 신체 이상 증세를 겪으며 좀비가 되었다는 실체 없는 소문을 흩뿌린다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으로 상징되는전쟁과 재난 그리고 참사 등으로 인한 비극의 장소를 찾는 이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자 다듬어지지 않은 낯선 비극을 목격할 수 있는 환상지로 작동될 뿐이다소설 속 일행들이 므레모사를 찾은 이유도 마찬가지다하지만 재난 속에 존재했던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그 끔찍한 비극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을 떠나지 않으려 하거나다시금 재난의 현장으로 돌아오려는 귀환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바로 재난이 일어난 곳에서만이 내가 겪은 재난의 트라우마를 온전히 수용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게 그들에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이렇게 소설은 재난의 내부에 존재했던 자들이자 자신들의 고통을 뿌리삼아 새롭게 재건한 공간을 지키려는 자들과재난을 신화화하거나 선의를 가장하여 자신들의 삶을 위안 받으려는 외부자들의 힘겨루기를 공포화하여 새로운 비극의 역사를 구현해낸 작품이다.

 

 

 

내가 영원히 잃어버린 다리가 중얼거린다그것은 때로는 주먹만 한 크기로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로 나의 신체에 덧붙여진다원래 나에게 존재하는 신체처럼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발끝을 접었다가 펴고발목을 움직이고발바닥을 아치 형태로 만든다그 감각은 너무나 생생하다그림자 다리가 나에게 말한다.

그것 봐이제 나를 잘 봐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아. / 14p

 

 

사실은 알 것 같아요언니는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을 만나러 온 거죠죽음의 땅에서도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희망을 가지고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정말로 좀비처럼 변했어도 뭐 어때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분명 우리가 귀환자들에게 배울 게 있을 거예요반대로 언니가 그 사람들에게 영감이 될지도 모르고요.” / 70p

 

 

 



 

 

 

 

  우리는 그들에게 기대한다죽음의 땅에서도 다시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기를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겠느냐고 위로하고강조한다다리를 절단한 뒤 환지증을 겪는 주인공 유안은 소설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한나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말해오기 시작했다내가 더는 아름답지도 강인하지도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우리가 기대하는 극복의 서사가 재난을 겪은 이들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왜 나를 당신들이 원하는 극복의 역사로 삼으려 하는가이겨내지 못하면 나는 실패자가 되는 것인가재난 이후의 재난, 재난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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