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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포스터 - 가면을 쓴 부모가 가면을 쓴 아이를 만든다
리사 손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알지 못했던 세상의 임포스터들에게!
이거 다 내 이야기인데, 하고 인정하는 순간 나의 가면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가 하는 <어몽 어스>라는 게임에 임포스터라는 가상의 외계인이 등장한다. 일종의 마피아 게임으로, 크루원들 사이에서 임포스터로 지목된 이들은 크루원들을 배신하고 미션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임포스터를 사전으로 검색하면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사기꾼 또는 사칭자'를 뜻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게임 속 역할처럼 가면을 쓰고 자신의 행동을 감추는 이들을 지칭한다. 『임포스터』의 저자이자 여러 강의 매체를 통해 익히 잘 알려진 리사 손 심리학 교수는 일종의 가면증후군으로 알려진 이 ‘임포스터이즘’에 대해, 자신은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뛰어나지 않으며 따라서 자신이 주변을 속이고 산다고 믿는 불안심리를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한국 아이들이 임포스터이즘의 고통을 더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공부와 학습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여기고 있지만 실상 행복 지수는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나 성적이 좋은 학생이 겉으로는 행복해 보일지 모르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용기가 부족한 데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지 못한 한국 청소년들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임포스터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책 『임포스터』에서는 부모와 아이 모두 임포스터라는 가면을 벗고 자기 내면의 거울을 통해 인지하고, 사유하며, 학습하는 법을 일러주고자 한다. 무엇보다 임포스터는 왜 가면을 쓰는지, 그 가면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해봄으로써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찾아보려 한다.
나는 어떤 임포스터로 살고 있는가?
○ 임포스터 체크 리스트
1. 사람들 앞에서 실제보다 훨씬 유능한 척한다.
2.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이 두렵고 평가받는 일은 피하고 싶다.
3. 스스로 뭔가를 성취해도 이보다 더 잘했어야 한다고 여긴다.
4. 지금의 성공은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5. 내가 최선을 다한 일보다 다하지 못한 일을 더 많이 기억하는 편이다. / 표지 중에서
임포스터에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 첫 번째는 ‘타인의 평가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임퍼스터는 자신의 실제 능력이 밖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더 부족하다고 느껴 끊임없이 자신을 남들과 비교한다. 또한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들킬까 봐 타인의 평가를 피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그렇게 유능하지 않아” “남들이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맞아,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할 뿐,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뛰어나진 않아. 아마도 다들 진짜 내 실력을 알고 나면 실망할 게 분명해.” 언젠가 글쓰기 지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땄지만, 여전히 내 실력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에 잠기곤 했던 나도 알고 보면 임포스터였다.
두 번째 현상은 ‘자기 능력을 평가절하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만큼 성공한 건 다 운이 좋아서지 실력이 아니라고 과소평가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을 가리킨다. 세 번째는 ‘완벽주의가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완벽주의자들은 과제 수행의 결과를 기반으로 자기가치를 결정하는 반면, 임포스터의 완벽주의는 타인의 평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타인의 평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포스터는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이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실수는 물론 평균 수준의 수행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한다. 불완전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야말로 ‘자신의 실체가 들통나는 순간’이라고 믿는 데서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일부 사람들이 “네가 완벽주의자라서 그래”, 라고 할 때마다 타인에게 보여 지는 모습에서 완벽해지기를 바랄 뿐, 정작 과제 수행 그 자체에 초점을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게 된다.
못하는 척이든 완벽한 척이든 가면은 가면일 뿐이다.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아이들은 타인의 기분을 어느 정도 살필 줄 알아야 하지만, 타인을 즐겁게 해주려고 자기를 완벽하게 가장하는 행동은 임포스터이즘을 키울 수 있다. 임포스터이즘의 목적은 타인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잘못이 있어도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완벽한 자신을 보여주는 데 있다. / 60p



네 번째 현상은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임포스터는 실수를 무자격과 무능의 증거로 여긴다. 그래서 자신의 실패를 들키게 되었을 때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두터운 가면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임포스터는 자신의 실체 위로 가면을 덮어쓰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 속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임포스터이즘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타인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어 홀로 괴로움을 겪는다. 혹은 자신의 실패를 누군가에게 들켜 창피를 당하느니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이는 모든 실수를 ‘자신의 별 볼 일 없는 정체를 발각당하는 계기’로 연결 짓기 때문에 도전을 아예 포기하거나 좋은 기회마저 잃는 결과를 낳는다. 실패로 인한 좌절감이나 상처를 받느니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내 모습과 너무도 닮지 않았는가.
자신을 무능한 가짜라고 믿는 임포스터들은 두 가지 두드러진 행동양상을 보인다. 바로 ‘과도한 노력’과 ‘미루기’다. ‘과도한 노력’은 자신이 가짜란 사실이 탄로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 데서 오는 근면함이다. 그 밑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이와 반대로 ‘미루기’는 시험공부나 면접준비 등 해야 할 일을 앞두고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다. 미루기는 일종의 자기불구화 현상으로, 자기가 뻔히 실패할 것 같은 일을 앞두고 일을 미룸으로써 미리 실패의 이유를 만들어놓는 심리다.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것으로 돌리기 위해서 일부러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 28p
임포스터들은 속으로는 자기 능력을 평가절하하면서도 ‘타고난 능력자’라는 가면 때문에 곧바로 포기하지도 못한다. 뭔가를 배워나가다 보면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고, 그 과정에서 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임포스터들은 노력하고 실수하는 모습을 숨기면서 처음부터 완성형이었던 사람처럼 자기를 내보이려고 애쓰다가 ‘운도 과도한 노력’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운도 자기 힘으로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은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과도한 노력은 성공 확률을 높이고, 성공할 때마다 사람들 눈엔 ‘원래부터 잘했던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임포스터는 끝내 가면을 벗을 수가 없다. 결국 이들은 양자선태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재빨리 포기해버리거나, 포기를 못할 경우 자신의 민낯을 들킬까 봐 계속 불안해하는 것이다. / 107p
실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실수 후는 피드백이다. 피드백을 들어야 내 발음을 개선할 수 있고, 관련된 새 단어를 배울 때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임포스터들은 피드백을 피하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자기 모습을 들키는 것이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 111p
마지막 다섯 번째 현상은 ‘성공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 나를 칭찬해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임포스터는 정작 성공 앞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즉, 능력과 기량에 대한 칭찬을 받으면 행복하기보다 임포스터이즘을 한층 더 강화시키며 보다 두꺼운 가면을 쓰게 되고, 실수 없이 더 완벽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어떤 지식을 습득한 후에 자신의 이전 지식을 과장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부족한 지식을 깎아내리는 ‘사후과잉확신편향’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나는 이미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우리 아이는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어’ 와 같은 착각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과신하게 만들고 새로운 정보의 수용을 방해한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성으로 인해 새로운 학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것이다. 서툴고 미숙한 모습을 감추려는 임포스터이즘의 사고회로가 성장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 사후과잉확신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메타인지 실천법
1. 천천히 배워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2. 모르는 것은 채우고 아는 것은 나누도록 한다.
3. 반대로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 152p
한 때 나를 괴롭혔던 두 가지는 ‘착한 척 하지 마’,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는 말이었다. 착하지 않은 데 착한 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의 말에 맞서기 위해 나는 오히려 더 착실하게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무조건 순종하고, 무조건 상대에 맞추고, 무조건 “예스”라고 말하면 그게 착한 것이라 생각했다. 온순하고 얌전한 모습을 사람들이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나의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 소극적이 되었다. 반면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신 건 분명 칭찬의 의미였겠지만, 이 때문에 나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과 유독 실패를 견디기 힘든 아이로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내 아이에게도 무심결에 이와 똑같은 말을 내뱉고 말았다. “넌 알아서 잘 하니까. 엄만 걱정 안 해.” 내 아이는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으면서도, 엄마인 내가 스스로 아이에게 ‘완벽해 보이는 가면’을 씌워주고 있었으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생각의 길’을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생각의 길’을 걸어갈 때 누군가가 계속 재촉하거나 막아서게 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가면을 쓰게 된다. ‘생각의 길’에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이 결코 잘못이 아닌데도 그런 자신을 실패자라고 여기거나, ‘완벽한 답을 모르는 사람은 실패자’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생각의 길’을 마음껏 걸어가게 해주면 아이는 자기 생각을 신뢰하게 되고, ‘완벽해 보이는 가면’으로 자신을 감출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 45p
시험점수만 신경쓰는 부모는 아이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떠안긴다. 아이가 100점을 받아 오더라도 “시험은 어땠어? 헷갈렸던 문제도 있었어? 어떤 문제가 제일 어려웠니?” 하고 재차 물어주는 것이 좋다. 또 시험 한번에 인생 전체가 달린 것처럼 심리적으로 무거워질 필요가 없다고 격려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 69p
학습과정에서 실수하고 좌절했던 경험들은 아이의 성장에 꼭 필요한 자양분이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삶을 꾸려나가며, 배우는 속도도 저마다 다르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혹은 남들보다 더 빠르게 배워야 할 필요도 없거니와 남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의무도 없다. / 121p



결국 가면을 쓴 부모가 가면을 쓰는 아이를 만든다. 내 아이에게 나의 가면을 물려줄 순 없지 않은가. 이에 책에서는 임포스터 아이로 키우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 아이가 특정한 가면에 자신을 한정하거나 갇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학습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방법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부모든 아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가면을 완전히 폐기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가면을 써야 하는 순간에도 그 가면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타인을 위한 것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통해 실수를 만회하는 법과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 내가 임포스터로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통해 나의 가면을 인정하고 벗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