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3.봄호 - 77호
염건령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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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는 더 이상 마이너한 장르도마니아적인 장르도 아니다!

미스터리의 세계를 깊고 넓게 읽다!

 

 
 

 

  《계간 미스터리는 한국 유일의 미스터리 전문 계간지다이른바 정통 문학을 필두로 한 한국 문단 속에서 미스터리라는 장르 문학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발굴하는 계간지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다소위 하위 장르로 구분되었던 미스터리·추리 소설이 흥미 본연의 역할에 한정된 과거의 문법을 넘어서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탐구하고인간의 내밀한 본성을 추적하는 등 다양한 문학적 성취를 일구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계간 미스터리는 한국식 정통 미스터리를 탐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2023년 봄호에서는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작 <설곡야담>을 비롯한 네 편의 단편작 외에도 미스터리의 의미를 톺아보는 여러 특집 기획들을 만날 수 있다그 중 최근 각종 범죄심리학 및 범죄수사학 등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연구 주제인 인구 구조의 변화와 범죄 발생의 상관관계를 조망한 <인구 구조는 어떻게 한 사회의 범죄를 바꾸는가>가 이목을 끈다급격하게 바뀐 인구 구조가 어떻게 우리 사회의 범죄를 바꾸고 있는지 심도 있게 살펴본다특히 노인 인구의 급증과 청년 인구의 감소로 양분화한 인구 구조의 불균형 속에서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노인 대상 범죄와 학대스토킹과 가스라이팅 그리고 관계망상형 범죄로 심화되고 있는 청년 범죄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세대 및 계층개인 간 소통의 부재공동체의 붕괴 등과 같은 범죄의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대안 마련에 각별한 신경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이들이 극단적으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갖지 못하는 상황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대상에 맞는 사회적 모임과 활동을 만들고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며실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인 투입이 일정 부분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 <인구 구조는 어떻게 한 사회의 범죄를 바꾸는가중에서 19p

 

 

 



 

 

 

 

  공교롭게도 책 속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작들은 범죄 현장에서 인구 구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하는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한다. <마트료시카>는 낯선 사람이 아니라 가장 다정한 이웃이 위험하다는 도시 범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가스라이팅데이트 폭력관계망상형 범죄의 전형을 담은 <로드킬>도 마찬가지다. <타임캡슐>은 아동학대와 치매환자와 같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 어떤 공포보다 잔인하고 무섭다는 것을 보여준다한편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함께 하기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만남을 기피하는 비대면 시대 속의 얄팍한 러브스토리를 보여준다그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노조 혐오에 대한 민낯을 담은 장면들은 언뜻 보면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불가해한 현실이야말로 온통 미스터리 투성이 아니겠느냐는 묵직한 한 방을 던진다.

 

 

 

어우아저씨마트료시카도 몰라요러시아 인형 있잖아요겉 인형을 열면 안에 다른 인형이 들어 있고그걸 열면 안에 또 인형이 숨어 있는양파처럼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인형 말이에요바로 저 노숙자가 그렇게 정체를 감춘 살인자라고요!” / <마트료시카중에서 98p

 

 

지우는 헤어져달라고 울며 매달렸다지우를 뿌리치며 뭐가 문제냐고 소리쳤다지우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으며 이별을 구걸했다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고 얘기했지만감정이 격해진 지우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지우는 좋은 여자지만나를 괴물로 만든다.

나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다얼굴을 때리지 않는다지우는 학교 선생님이니까. / <로드킬중에서 113p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당선작 <설곡야담>은 본격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대담한 필치로 뚫고 나가는 기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설산을 배경으로 한 산 중턱의 산장저마다의 이유로 깊은 산속으로 모여든 사람들외부와의 통신 두절원한 관계죽은 처녀의 원념괴짜 탐정에 이르기까지미스터리의 구성 요소들을 한 자리에 다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다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소년탐정 김전일>을 비롯해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이 낯익은 구조 때문에 신선함은 조금 떨어지지만정형화된 패턴 속에서도 뚝심 있게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 데서 오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특히 호남 지역의 타사신 숭배 전설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민속 설화를 완결성 높은 미스터리로 완성해낸 것이 인상적이다한국식 본격 미스터리를 기다렸던 나로서는 반갑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그의 차기작을 기다리겠다.

 

 

 

그렇죠그렇죠그런 괴담이 없을 리가 없죠이쪽 동네는 모르겠으나 타사신 전설이 있고산이 있는 곳이라면 희한하리만치 낙사 사고가 자주 발생한답니다아아산뿐만이 아니죠아직도 일부 지방에선 노인분들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답니다얘야높은 곳에 오르면 외곽이나 바깥 언저리엔 얼씬도 하지 마라절벽에 가까이 가는 건 꿈도 꾸지 말고 옥상 난간에도 기대지 마라타사신혹은 타사시니가 네 몸을 끌어안고 같이 떨어질 게야발을 내밀어서도 안 돼발목을 붙잡히기라고 하면.” / <설곡야담중에서 28p

 

 

 




 

 

 

 

  이 외에도 미스터리 세계의 외연을 넓혀주는 다양한 특집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미스터리 작품의 구조적인 이해를 비롯해 현대 문화 콘텐츠 속에서 미스터리가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보는 과정은 미스터리에 대한 개인의 취향을 한껏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이제 미스터리는 더 이상 마이너한 장르도마니아적인 장르도 아니다픽션에서 다양한 문화를 넘어 도시 환경과 궁극적으로는 도시인 모두를 파고드는 사회적 구성물로서 미스터리의 미래는 더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오랜만에 미스터리 세계 속에 푹 빠져들었다 나온 기분이다다음 호가 벌써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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