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각종 알고리즘의 덫에 빠져 있는 당신에게!
위험하고 가혹한 디지털 광기의 현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한 30대 남성 A씨가 누군가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들고 다니던 도중 사회복무요원의 신고에 의해 체포되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야구장에 칼부림 예고글이 올라와(다행히 야구장에 가려했다 다른 날로 날짜를 변경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최근 잇단 ‘묻지마 칼부림’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글로 인해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작성자들 중에 중학생을 비롯한 10대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아하니, 이와 같은 현상이 밈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일종의 변종된 베르테르 효과로, 『손 안에 갇힌 사람들』의 저자 니컬러스 카다라스가 지적하듯 디지털 반향실에 의한 극단적 ‘사회적 전염’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지 걱정스럽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전염, 또래 전염이란 젊은 성인과 청소년들에게 관찰되는 정신 건강 문제나 위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행동이나 장애를 끊임없이 시청했을 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행동을 자주 모방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여기에 일부 인셀 집단이 일으킨 살인 사건과 학교 총기 난사 사건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정신적·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목적의식을 갖고 극단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위험하고 가혹한 디지털 광기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스크린 중독, 디지털 광기의 시대
그렇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우리의 정신 건강은 왜 더욱 나빠지는 것일까? 외로움, 불안, 우울증이나 극단주의, 정치적 불안, 총기 난사 사건의 잦은 발생까지, 우리 사회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징후는 이토록 명확한데 우리는 어째서 스크린 감옥에서 탈출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손 안에 갇힌 사람들』은 각종 디지털 기기를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알고리즘의 덫에 빠져 사는 현대인들을 일깨우기 위해 디지털 광기의 현 시대를 냉철하게 진단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의 비도덕적이고, 혐오스럽고, 각종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디지털 사회적 전염의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빅테크의 유해성과 기술의 중독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디지털 광기의 시대에 맞서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우리의 이성과 분별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해법들을 제시하려 한다.
‘극단화 고리’에서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이분화된, 자체적으로 강화되는 정렬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더욱더 강도가 심해지는 콘텐츠, 즉 인식된 선호도를 바탕으로 원시 도마뱀의 뇌를 자극하도록 설계된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보낸다. 사용자가 왼쪽으로 기울면 알고리즘으로 강화된 반향실은 사용자에게 왼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점점 더 많이 보내고, 오른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더 많이 보내기 때문에 양극단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골은 더 깊어진다. / 22p
전형적인 중독 딜레마에 빠져 중독성 물질이나 행동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전두엽의 회백질-충동 제어와 관련된 뇌의 의사 결정 ‘제동 시스템’-이 감소하게 되고, 그 결과 중독성 물질이나 행동을 자제하려는 개인의 능력은 약해진다.
본질적으로 중독은 우리의 제동 장치를 망가뜨린다. 중독자가 결코 끝나지 않는 도파민 갈망을 계속해서 만족시키려 하는 동안 중독의 회전 목마는 계속 돌아가고, 중독자는 악순환을 멈출 충동 제어 능력을 잃는다.
디지털 시대에 추가된 중독 문제는 (중독 물질이 아닌) 편재성이다. 우리 주변에는 계속해서 도파민을 급증시키고 도파민 수용체를 넘치게 해 끊임없이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난다. / 55p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에서 최초의 원자 폭탄이 폭발했을 때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자책했다. 이 무렵 원자 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또 다른 과학자들 역시 자신의 의도와 달리 이제는 개인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폭발적인 창조물의 힘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을 위시한 신테크노크라트 역시 처음에는 삶의 질적 발전과 기술 혁신을 목적으로 하였을지는 몰라도, 지금 기술은 우리의 윤리적 분별력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우리는 대체로 이들의 혁신을 신격화하고 더더욱 많은 기술을 소유하길 원하지만, 저들은 윤리와 도덕적 의사 결정에 거의 숙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한 사례는 피로 얼룩진 코발트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구상의 모든 리튬 배터리에서 발견되는 코발트는 현재 60퍼센트 이상이 콩고에서 생산되는데, 엄청난 수요 때문에 수만 명의 어린이가 코발트를 채굴하는 일에 동원되어 유독한 먼지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25만 5000명이 넘는 빈곤층이 귀중한 원소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위태롭게 일한다. 애플의 외주 업체인 폭스콘은 130만 명에 이르는 중국 노동자들에게 고작 약 130달러의 임금만을 지급하고 평균 교대 시간이 12시간에 이르는 고단한 생산 목표를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콩고 광부들과 가난한 중국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노예처럼 착취하는 환경 덕분에 우리는 매일, 거의 매 시간 디지털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로인해 우리 또한 디지털 수갑을 차고 그들처럼 노예가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이 디지털 새장 안에 갇혀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스마트폰과 스마트 기기를 열광하며, 점점 더 깊숙이 갇히기를 원한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확인하곤 하는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짜 BPD는 앞서 말한 사회적 전염 모델의 또 다른 예이며,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치구나 대중 매체에서 본 정신의학적 또는 행동적 문제를 보일 수 있다. 혹은 소셜 미디어와 관련해, 앞서 언급한 ‘디지털 인위성 장애DFD’ 문제를 보일 수 있다. 이미 논의한 대로, 사회적 전염, 또래 전염은 젊은 성인과 청소년들에게 관찰되는 정신 건강 문제나 위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개념이다. / 176p
거의 50퍼센트 급증한 ADHD 발병률이 증명하듯이, 오늘날 사람들은 상당히 높은 충동성을 보인다. 디미트리 크리스타키스가 수행한 ADHD 연구는 증가한 스크린 타임과 ADHD가 분명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럴 만도 하다. 화면은 아이들에게 매우 자극적이고 아이들을 흥분시킨다. 이렇게 자극적인 화면을 계속 보다 보면 아이는 결국 자극에 의존하게 되고, 과도한 자극을 계속해서 좇으며 집중력을 잃게 된다. 이런 충동성에 더해 헬리콥터 부모 아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다면 아이는 대응 면역 체계를 발달시킨 기회를 놓친다. 인위적으로 세균을 없앤 환경에서 제대로 된 면역 체계를 위한 항체가 생성되지 않는 것처럼, 과보호된 아이들은 회복력이 떨어진다. / 306p



따라서 이제 우리는 고대의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밝힌 것처럼 명상과 음악, 신체적으로도 적절하고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을 통해 자기 조율이 필요하다. 조용히 사색하거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자연을 보면서 경외심을 갖는 경험도 중요하다. 또 정치, 과학, 예술 등 어떤 주제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무엇인지 재검토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즉, 우리가 더 이상 디지털 새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유산인 고대의 도구들을 활용해 의식적으로 화면을 끄고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한 기기와 더불어 살아가되 기술에 지배되지 않는 분별력과 현명함이 더 없이 중요해진 시대다. 기술과 기계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겨 사느라 정작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자. 아울러 이 책을 통해 각종 콘텐츠와 알고리즘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고, 현실에 대한 통제권을 기르는 데 도움을 얻어 보시길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