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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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인스타그램 그리고 각종 알고리즘의 덫에 빠져 있는 당신에게!

위험하고 가혹한 디지털 광기의 현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한 30대 남성 A씨가 누군가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들고 다니던 도중 사회복무요원의 신고에 의해 체포되었다불과 며칠 전에는 야구장에 칼부림 예고글이 올라와(다행히 야구장에 가려했다 다른 날로 날짜를 변경한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최근 잇단 묻지마 칼부림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글로 인해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작성자들 중에 중학생을 비롯한 10대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아하니이와 같은 현상이 밈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일종의 변종된 베르테르 효과로손 안에 갇힌 사람들의 저자 니컬러스 카다라스가 지적하듯 디지털 반향실에 의한 극단적 사회적 전염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지 걱정스럽다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전염또래 전염이란 젊은 성인과 청소년들에게 관찰되는 정신 건강 문제나 위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행동이나 장애를 끊임없이 시청했을 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행동을 자주 모방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여기에 일부 인셀 집단이 일으킨 살인 사건과 학교 총기 난사 사건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정신적·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목적의식을 갖고 극단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위험하고 가혹한 디지털 광기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스크린 중독디지털 광기의 시대

 

 

  그렇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우리의 정신 건강은 왜 더욱 나빠지는 것일까외로움불안우울증이나 극단주의정치적 불안총기 난사 사건의 잦은 발생까지우리 사회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징후는 이토록 명확한데 우리는 어째서 스크린 감옥에서 탈출할 수 없는 것일까이에 손 안에 갇힌 사람들은 각종 디지털 기기를 비롯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각종 알고리즘의 덫에 빠져 사는 현대인들을 일깨우기 위해 디지털 광기의 현 시대를 냉철하게 진단하고자 한다우리 사회의 비도덕적이고혐오스럽고각종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디지털 사회적 전염의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빅테크의 유해성과 기술의 중독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디지털 광기의 시대에 맞서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우리의 이성과 분별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해법들을 제시하려 한다.

 

 

 

극단화 고리에서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이분화된자체적으로 강화되는 정렬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이들은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더욱더 강도가 심해지는 콘텐츠즉 인식된 선호도를 바탕으로 원시 도마뱀의 뇌를 자극하도록 설계된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보낸다사용자가 왼쪽으로 기울면 알고리즘으로 강화된 반향실은 사용자에게 왼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점점 더 많이 보내고오른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더 많이 보내기 때문에 양극단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골은 더 깊어진다. / 22p

 

 

전형적인 중독 딜레마에 빠져 중독성 물질이나 행동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전두엽의 회백질-충동 제어와 관련된 뇌의 의사 결정 제동 시스템’-이 감소하게 되고그 결과 중독성 물질이나 행동을 자제하려는 개인의 능력은 약해진다.

본질적으로 중독은 우리의 제동 장치를 망가뜨린다중독자가 결코 끝나지 않는 도파민 갈망을 계속해서 만족시키려 하는 동안 중독의 회전 목마는 계속 돌아가고중독자는 악순환을 멈출 충동 제어 능력을 잃는다.

디지털 시대에 추가된 중독 문제는 (중독 물질이 아닌편재성이다우리 주변에는 계속해서 도파민을 급증시키고 도파민 수용체를 넘치게 해 끊임없이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난다. / 55p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에서 최초의 원자 폭탄이 폭발했을 때 나는 이제 죽음이요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자책했다이 무렵 원자 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또 다른 과학자들 역시 자신의 의도와 달리 이제는 개인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폭발적인 창조물의 힘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스티브 잡스마크 저커버그 등을 위시한 신테크노크라트 역시 처음에는 삶의 질적 발전과 기술 혁신을 목적으로 하였을지는 몰라도지금 기술은 우리의 윤리적 분별력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우리는 대체로 이들의 혁신을 신격화하고 더더욱 많은 기술을 소유하길 원하지만저들은 윤리와 도덕적 의사 결정에 거의 숙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한 사례는 피로 얼룩진 코발트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지구상의 모든 리튬 배터리에서 발견되는 코발트는 현재 60퍼센트 이상이 콩고에서 생산되는데엄청난 수요 때문에 수만 명의 어린이가 코발트를 채굴하는 일에 동원되어 유독한 먼지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현재 25만 5000명이 넘는 빈곤층이 귀중한 원소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위태롭게 일한다애플의 외주 업체인 폭스콘은 130만 명에 이르는 중국 노동자들에게 고작 약 130달러의 임금만을 지급하고 평균 교대 시간이 12시간에 이르는 고단한 생산 목표를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콩고 광부들과 가난한 중국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노예처럼 착취하는 환경 덕분에 우리는 매일거의 매 시간 디지털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그로인해 우리 또한 디지털 수갑을 차고 그들처럼 노예가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하지만 우리는 기술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이 디지털 새장 안에 갇혀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아니오히려 더 좋은 스마트폰과 스마트 기기를 열광하며점점 더 깊숙이 갇히기를 원한다습관처럼 스마트폰을 확인하곤 하는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짜 BPD는 앞서 말한 사회적 전염 모델의 또 다른 예이며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알려져 있다이 모델에 따르면젊은이들은 치구나 대중 매체에서 본 정신의학적 또는 행동적 문제를 보일 수 있다혹은 소셜 미디어와 관련해앞서 언급한 디지털 인위성 장애DFD’ 문제를 보일 수 있다이미 논의한 대로사회적 전염또래 전염은 젊은 성인과 청소년들에게 관찰되는 정신 건강 문제나 위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개념이다. / 176p

 

 

거의 50퍼센트 급증한 ADHD 발병률이 증명하듯이오늘날 사람들은 상당히 높은 충동성을 보인다디미트리 크리스타키스가 수행한 ADHD 연구는 증가한 스크린 타임과 ADHD가 분명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그럴 만도 하다화면은 아이들에게 매우 자극적이고 아이들을 흥분시킨다이렇게 자극적인 화면을 계속 보다 보면 아이는 결국 자극에 의존하게 되고과도한 자극을 계속해서 좇으며 집중력을 잃게 된다이런 충동성에 더해 헬리콥터 부모 아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다면 아이는 대응 면역 체계를 발달시킨 기회를 놓친다인위적으로 세균을 없앤 환경에서 제대로 된 면역 체계를 위한 항체가 생성되지 않는 것처럼과보호된 아이들은 회복력이 떨어진다. / 306p

 

 

 




 

 

 

 

  따라서 이제 우리는 고대의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밝힌 것처럼 명상과 음악신체적으로도 적절하고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을 통해 자기 조율이 필요하다조용히 사색하거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자연을 보면서 경외심을 갖는 경험도 중요하다또 정치과학예술 등 어떤 주제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무엇인지 재검토하는 태도도 필요하다우리가 더 이상 디지털 새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유산인 고대의 도구들을 활용해 의식적으로 화면을 끄고 신체적정서적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한 기기와 더불어 살아가되 기술에 지배되지 않는 분별력과 현명함이 더 없이 중요해진 시대다기술과 기계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겨 사느라 정작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자아울러 이 책을 통해 각종 콘텐츠와 알고리즘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고현실에 대한 통제권을 기르는 데 도움을 얻어 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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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몸 박물관 - 이토록 오싹하고 멋진 우리 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과학이 동동 그림책
레이철 폴리퀸 지음, 클레이턴 핸머 그림, 조은영 옮김 / 동녘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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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와 함께 떠나는 이상한 몸 박물관!

우리 몸의 흔적 기관을 통해 인류의 진화에 대한 호기심에 다가가는 흥미로운 그림책!

 

 

 

  이상한 몸 박물관에 방문한 친구들안녕나는 지혜의 치아라고 불리는 사랑니야그만큼 똑똑하고 튼튼하지내가 너희들의 입속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나를 하찮게 생각하지는 말아 줘지금은 버려지듯 남겨지긴 했어도 한때는 나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고 또 멋진 일을 해냈다구이처럼 한때는 중요한 신체 부위였지만 진화 과정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몸에서 사라졌거나쪼그라들었거나망가졌거나또는 아주 이상한 상태로 남게 된 기관들을 흔적 기관이라 부른단다그런데 그거 아니너희 몸에 그런 부위가 의외로 많다는 거앞으로 내가 소개할 이상한 몸 박물관에는 바로 이러한 흔적 기관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어이제부터 나사랑니가 믿음직한 안내자가 되어 너희들과 함께 박물관 구석구석을 돌아볼 거야어때재미있겠지얼른 출발해볼까?

 

 

 

한때는 소중했던우리의 흔적 기관들에 대하여

 

 

 

  『이상한 몸 박물관은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혹은 우리 몸에 남아 있으나 더 이상 주목하지 않는 흔적 기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그림책이다비록 지금은 쓸모없는 형태로 남아 있지만 흔적 기관은 인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인간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역사다시 말해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이 어떻게 두 개의 다리와 열 개의 손가락과 풍성한 머리카락을 지니게 되었는지개와 뱀야자나무와는 다른 생물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책에서는 털세움근(소름), 꼬리뼈사랑니딸꾹질사라진 콩팥 등 우리 몸의 다양한 흔적 기관들을 소개한다친근감 있는 삽화와 사랑니의 유쾌하고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인류의 역사와 진화에 얽힌 과학사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몸에 생긴 작은 변화가 수백만 년 동안 계속해서 쌓이면 생물은 결국 자기 조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 돼그렇게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탄생하는 큰 변화가 바로 진화야그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바로 새로운 종이 되는 것이고하지만 그 종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여기저기 조금씩 변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의 생물이 될 거야.

(하지만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진화의 어두운 뒷이야기를 들려줄게별로 아름답지도 않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그린 이야기도 아니지만 본래 무슨 일이든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법이지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흔적 기관의 이야기야진화가 망가뜨리고모습을 바꿔놓고기억에서 지우고사라지게 만든 이야기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 죽겠지그럼 이쪽으로 잘 따라와 봐! / 13p

 

 

 



 

 

 

 

  그거 알고 있니? 1만 4000년 전만 해도 사람의 턱은 32개의 치아가 모두 들어갈 만큼 넓었어그런데 옛 조상들이 야생 식물의 씨앗을 채집해서 땅에 뿌리고 키우기 시작하면서(농경생활더 이상 딱딱한 열매나 질긴 고기와 뿌리를 먹을 필요가 없어진 거야튼튼한 이와 턱뼈강한 턱 근육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거지그래서 점점 턱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되었고그 때문에 나 사랑니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어하지만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당장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야아마 우리 사랑니들은 앞으로도 수백만 년 동안 너희들과 함께 살아갈 거야나뿐만이 아니야흔히 소름이라 부르는 털세움근도 진화 과정에서 털이 사라지면서 남게 된 흔적 기관이지지금 너희들의 몸에는 털이 충분히 자라지 않기 때문에 털세움근이 작동해도 몸을 따뜻하게 하지도더 크고 무서워 보이게 하지도 못하지만 이 작은 근육들은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어.

 

 

 

종아리에도 얇은 원숭이 근육이 있어장딴지빗근이라고 부르는 근육인데 아마 발로 나뭇가지를 잡을 때 사용했을 거야열 명 중 하나는 이 근육이 없지만 다리를 사용하는 데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내가 봐도 재미없는 근육이야.

대신 더 흥미로운 근육을 소개할게아기들한테만 있는 놀라운 원숭이 근육의 힘이지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들은 엄청난 힘이 있어웃지도 못하고 몸을 뒤집지도 못하고 코를 긁지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움켜쥐는 힘만큼은 대단하다고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매달릴 수도 있을 정도니까이 힘은 태어나서 몇 달이 지나면 사라져하지만 갓 태어난 사람에게 원숭이가 준 힘은 아주 강력해. / 33p

 

 

충수 만세세상의 편견과 달리 쓸모없는 기관이 아니었어이걸 교훈으로 삼자과학자들이 아직 용도를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정말 쓸모없는 건 아니라고. / 53p

 

 

우리는 인간의 아기가 엄마 배 안에서 평생 사용할 두 번째 콩팥을 만드는 동안 그 일을 대신해우리 고대 콩팥들이 비밀의 영웅이 되어 뒤에서 조용히 피를 청소하고 오물을 걸러내지 않는다면 아기는 그 아름답고 복잡한 인간의 콩팥을 영영 만들지 못할 거야하지만 이 두 번째 콩팥 세트가 완성되어 작동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일은 끝나그래서 마법처럼 사라지지우리가 남기는 것은 볼프관과 난소위체라는 멋진 이름의 몇 가지 관이 전부야그게 우리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기억하게 하지우리는 흔적기관이지만 아주 중요하다고! / 74p

 

 

 




 

 

 

 

  나무를 기어오르던 발이 어떻게 달리기를 하는 발이 되었는지어째서 우리 몸에서 털이 사라졌는지욕조에 오래 몸을 담그고 있으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쪼글쪼글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딸꾹질을 왜 하는 것인지우리 인체에 관한 각종 호기심에 다가가다 보면 우리 몸의 다양한 흔적 기관들을 발견하게 된다오랜 세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이제는 멋지게 퇴장하는 흔적 기관들문득 지금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관들이 먼 훗날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새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온다이처럼 이상한 몸 박물관은 우리 몸의 신비는 물론하나하나의 역할과 그에 따른 소중함까지 일깨워준다우리 아이들에게 인체에 관한 과학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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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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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하고매혹적이다!

이제 우리는 피그말리온의 신화가 아닌갈라테이아의 신화로 읽어야 한다!

 

 

 

 

여신이시여어찌하여 저는 이런 배필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요?

이토록 완벽한 여인이 어찌하여 인간이 아니라 대리석이라야 합니까?” / 16p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에는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게 된 키프로스의 여성들에게 환멸을 느낀 나머지 상아로 완벽한 이상형을 조각해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인물이 등장한다바로 피그말리온이다그는 조각상을 마치 자신의 진짜 연인인 듯 여기며 입을 맞추고 어루만지더니 급기야 조각상이 진짜 여자로 변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그의 기도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결국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생명의 기운을 얻은 조각상은 마침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기 시작한다이후 아프로디테의 축복 속에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여인에게는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실제 원본에서는 이름 없는 조각상이었으나 후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딸에게는 파포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후대의 사람들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혹은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이름을 붙여 피그말리온의 신화를 칭송하고 낭만적으로 해석했다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어떤 식으로 사랑에 빠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신화를 비유로 들기도 했다그런데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로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매들린 밀러는 자신의 짧은 소설 갈라테이아를 통해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류가 조각상을 빚음으로써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세우고 아름다운 육체를 추앙함으로써 여성의 순결과 통제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왔다면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집착과 새하얀’ 상앗빛 피부가 완벽하다는 통념 속에서 인간으로 탄생한 갈라테이아는 과연정말로 행복했을까어쩌면 피그말리온이야말로 인셀(비자발적인 순결주의자여성혐오자)의 전형은 아닐까오비디우스가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에게 그 어떤 목소리도 부여하지 않았다면그리하여 우리의 머릿속에 피그말리온의 이름만 남겨두었다면 이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목소리를 돌려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하고.

 

 

 

그는 잠시 후에 자기 입술을 내 입술에 대고 눌렀다.

살아나라살아나라내 생명내 사랑이여살아나라.”

나는 바로 이 순간이슬을 머금은 새끼 사슴처럼 눈을 떠 마치 태양처럼

나를 내려다보는 그를 보고 경외와 감사가 담긴 탄성을

조그맣게 터뜨려야 한다.

그러면 그가 나를 따먹는다. / 19p

 

 

 



 

 

 

 

피그말리온의 신화가 아닌갈라테이아의 신화로

 

 

 

  『갈라테이아라는 제목을 본 순간나는 단박에 미녀와 야수’ 이야기의 원형이라 불리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와 바다 님페 갈라테이아의 신화를 떠올렸다이 신화 속에서 갈라테이아는 우윳빛 살결의 아름다운 모습의 전형으로 등장한다그런데 첫 장을 읽는 순간내가 생각했던 신화와 다른 이야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이 또 있었던가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사전을 통해 피그말리온이 사랑에 빠진 조각상에게 이 신화 속 님페에서 따온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우윳빛 살결모두가 이상향이라고 여길만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염원하며 만들어진 조각상그로부터 탄생된 인간 갈라테이아이 모든 맥락이 가리키는 곳에서 갈라테이아가 자신만의 온전한 이름으로 설 자리는 애초에 없다.

 

 

 

나는 누워서 알맞은 자세를 취했다식은 죽 먹기다워낙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데다 내 머릿속 한구석돌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곳이 내가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반기기 때문이다딱 한 군 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남편은 게으른 여느 조각가들의 작품과 다르게 뻣뻣하거나 축 늘어지지 않은 진짜 손가락처럼 보이게 하려고 1년이나 공을 들였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그러니까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 13p

 

 

 

  이를 보여주듯 갈라테이아에서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가 온종일 누워 있는 채로 주변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만을 순종적인 태도로 기다리고 있기를 원한다또 임신을 했을 때 그녀의 배가 튼 살 자국을 보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인다마찬가지로 그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딸 파포스의 태도를 보며 이를 간다그에게 있어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손길로 빚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조각상에 불과하다이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결말 뒤에 묻혀진 진실은 우리가 꿈꾸는 것만큼 결코 아름답지 않다따라서 메들린 밀러는 이 결말을 뒤엎을 것을 제안한다피그말리온의 세상을 박차고 나가 자신의 두 발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새로운 갈라테이아의 신화를 우리에게 선사하려 한다.

 

 

 

얼굴아빨개져라빨개져라.

나는 기도했다.

빨개지지 않으면 저이가 나를 죽일 거야. / 33p

 

 

 




 

 

 

 

  문고본만한 크기에 49쪽에 불과할 만큼 짧은 분량임에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우리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에 따라 신화는 달리 쓰이고 읽힐 수 있다는 것을 매들린 밀러는 또 한번 증명해냈다. ‘지배자의 연장으로는 지배자의 집을 부술 수 없다던 오드리 로드의 말처럼새로운 목소리와 언어로 전통이라는 이름의 신화를 깨부수는 매들린 밀러의 이야기를 나는 계속해서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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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진짜 공부 - 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
강원국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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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성적이 아닌, ‘평생 공부를 위한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는 책!

 

 

 

  아이와 마주앉아 공부하다보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누곤 한다그런데 그때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꼭 그런 말을 해주어야 하는 걸까어쩔 수 없이 이 아이도 점수와 성적에 희비가 엇갈리고소위 번듯해 보이는 직업과 자신이 원하는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테지만공부를 하는 과정과 목표의 방향이 그 누구도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그건 단순하게 설명하기도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번번이 내 마음이 먼저 무거워지곤 한다.

 

 

 

  『강원국의 진짜 공부에서는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공부라 정의한다내가 누구인지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공부라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나를 키우는 진짜 공부를나아가서는 경쟁하는 공부가 아니라 함께하고 협력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을까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이자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은 이 책을 통해 10대 청소년에게 진짜 공부의 의미는 물론공부하는 힘을 기르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아울러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도 우리 자녀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려 한다.

 

 

 

공부할 이유를 찾고공부 근육을 만들고,

공부 역량을 키우고공부의 범위를 확장하라

 

 

 

  ‘진짜 공부를 위한 첫 단추는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공부할 마음 준비하기다무슨 일이든 잘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자신이 공부하려는 목적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나는 이제껏 무엇으로부터 동기를 얻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기를 제안한다그 중에서도 부모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혼나지 않기 위해서즉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부에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또 공부 근육은 물론 마음 근육을 기르는 데도 꼭 필요한 자기 존중감’, ‘자기 효능감’, ‘애호감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공부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우선 배우고 익히는 학습(學習)’이 온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울 학()’만 있고 익힐 습()’이 없으면 공부라 할 수 없습니다배우기만 한 것은 내 것이 아니고그것을 익혔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그런데 나의 학창 시절 공부는 배움만 있었어요익힘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지요배운 것을 내재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교육이었습니다나는 배움보다 익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익힘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 18p

 

 

우선 자기 존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러니까 자기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쓸 만한 사람이라고 보는 거죠그뿐 아니라 자기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자아 효능감은 높은 거죠이런 사람은 회복 탄력성도 좋습니다실수를 하거나 실패했을 때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았을 때도 훌훌 털고 일어서는그걸 정리해 내는 힘이 세지요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고어려운 정도가 높은 일에 대해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도전하고그런 결과로 좋은 성과가 나오면 그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는 거죠. / 49p

 

 

 




 

 

 

 

  대한민국의 대표 사상가였던 고 신영복 교수는 담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참된 공부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쓴 바 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공부는 먼저 머리로 하지만 그다음에는 가슴으로 함으로써 마음으로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그리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자신을 향한 사색이나 성찰이 없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라 할 수 없다또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손발로 실천함으로써 가슴에서 발까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다시 말해 자기 자신은 좋은 사람이 되고나아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부의 의미이자 목적이 되어야 한다이처럼 담론의 글귀를 빌어 진정한 공부의 의미와 교육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 이 책의 메시지를 늘 잊지 않고평생 공부의 길잡이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류만큼 먼 거리를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동물은 드물다고 합니다빠르지도 힘이 세지도 않은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실제로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해 보니 얻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우선 그 일에 정통해집니다연륜도 쌓입니다또 오래 하다 보면 우연히 얻어걸리는 행운도 맛보게 됩니다그뿐 아니라 그 분야 사람들과 교류가 쌓이고 네트워크도 만들어집니다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지속하는 것 자체가 성공입니다계속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습니다. / 80p

 

 

 

  이 외에도 책에는 공부 철학으로 삼을 만한 귀한 메시지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100점 맞을 욕심으로 덤벼 들어 98, 96, 94점으로 점수가 깎이는 것이 아닌, 0점에서 출발해 2, 4, 6점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도전을 해볼 것’, ‘부진과 침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는 것’, ‘공부가 읽기와 듣기라면 최종적으로는 내 말을 하고 내 글을 쓰기가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 등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이고 성장 가능한 공부 마인드를 전하려 한 점이 인상적이다공부 잘 하는 법을 강조하는 책들은 넘쳐나지만 그 전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 책이라 청소년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성적표에 낙제 점수를 쓸 때 실패를 뜻하는 ‘F(Failed)’로 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그 대신 아직이란 뜻의 ‘NY(Not Yet)’라고 쓴다고 한다당장 잘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교육실패하고 실수했을 때 재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교육 문화가 보다 절실해진 지금나의 아이에게도 틀렸다가 아니라 아직이라는 말을 더 자주 말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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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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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속 목욕탕의 모습은 어떤 풍경을 담고 있나요?

이 책 덕분에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목욕탕의 온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목욕탕 도감은 도쿄지바교토미에 등 지역 내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일본 목욕탕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한때 건축가였던 저자는 번아웃이 오자 친구와 의사의 권유로 목욕탕을 다니기 시작했고그때부터 목욕탕이 가진 특별한 매력과 온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목욕탕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점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이때부터 목욕탕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친구에게 그 매력을 전하기 위해 목욕탕을 그려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책을 펼쳐보다 보면 목욕탕을 향한 저자의 각별한 애정이 곳곳에 오롯이 담겨 있다아이소메트릭이라고 하는 건축도법을 사용해 대중목욕탕 건물 내부를 부감하듯 그려냄으로써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한 것은 물론, 24곳의 목욕탕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 다른 풍경을 구석구석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다정다감한 그림체는 독자들로 하여금 단숨에 목욕탕의 세계로 퐁당 빠져들게 한다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릴 적부터 주말마다 찾아갔던 우리 동네 목욕탕의 풍경이그 안에서 메아리쳤던 어른들의 수다가목욕탕을 나오면서 꼭 마셔주었던 바나나 단지우유 같은 것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당장 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목욕탕에는 확실히 사람을 살리는 무언가가 있다.”

 

 

 

  JR고엔지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면 1933년에 창업해 9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고스기유를 만날 수 있다이곳은 실제 건축사를 그만두고 목욕탕 지배인으로 이직한 저자가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우리나라 대중목욕탕이 흔히 냉탕과 열탕으로만 구분된 것과 달리이곳은 우유탕제트탕열탕 외에도 맥주탕이나 영귤탕과 같은 신선한 소재의 욕탕을 자주 기획한다고 한다또 정기휴일이나 영업시간 전에는 댄스이벤트라이브공연토크이벤트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대합실과 갤러리에서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전시가 항시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이다.

 

 

 




 

 

 

 

  고스기유만이 아니다책을 넘기다보면 일본은 정말 목욕탕 문화에 진심인 곳이구나!’ 하고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그 정도로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는 목욕탕이 상당히 많다목욕 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아사히 맥주에서 맥주 마이스터 공인을 받기도 한 도쿄 닛포리 사이토유’, 나무데크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천정 저편으로 스카이트리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노천탕 도쿄 오시아게 다이코쿠유’,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온천과 벚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도쿄 가마타 사쿠라칸’, 베르사유 궁전이 연상되는 기상천외한 지바 나라시노 구아팔레스’, 호박탕이나 보졸레 누보 와인탕똠양꿍탕과 같이 특색 있는 욕조를 운영하는 도쿄 스미다 야쿠시유’ 등 일본 곳곳에서 목욕탕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도고시 긴자 온천은 빌딩형 목욕탕으로 1960년에 창립했다. 2007년 건축가 이마이 겐타로의 설계로 리뉴얼하면서 질리지 않는 목욕탕’ 콘셉트로 여탕과 남탕이 매일 바뀌는 츠키노유(달의 탕)와 히노유(해의 탕)를 만들었다두 욕탕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전혀 다른 목욕탕에 온 기분이 든다. / ‘도쿄 도고시 긴자 온천 치키노유’ 편 중에서 37p

 

 

발끝으로 깊이를 확인해가면서 욕조 안의 계단을 내려가 안쪽 벽에 등을 가져다 댄다기분 좋은 온도에 몸의 긴장이 스르륵 풀린다천장을 올려다보니 조금 높은 위치에 창문이 활짝 열려 있고 벚꽃이 만개해 있다바깥에서 실내까지 뻗어 들어온 나뭇가지에서 벚꽃 잎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춤을 추며 검은 온천수에 내려앉는다몽환적인 광경이다바깥에서 들어온 바람 소리사람들이 몸에 물을 끼얹는 소리조용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아하게 벚꽃놀이를 즐겼다. / ‘도쿄 가마타 사쿠라칸’ 편 중에서 59p

 

 

 





 

 

 

 

  책을 읽다보면 목욕탕을 공동체의 커뮤니티이자 도심의 문화공간으로목욕탕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해낸 그들의 마인드가 참 인상적이다감각적인 현대 문화와 과감하게 융합하는 모습도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 우직하게 살아남아 역사와 전통을 맥을 이어가는 모습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참신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열의에 감탄하게 된다무엇보다 일본에는 목욕탕 벽화 장인이나 목욕탕 전문 건축가가 따로 있는 것을 보면 목욕탕에 애정이 얼마나 남다른지 느낄 수 있다덕분에 일본에 간다면 한 번쯤 목욕탕에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발가벗은 채로 대화를 나누는 이 커뮤니티가 소중하게 여겨집니다서로 발가벗은 채라면 나이도 직업도 상관없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거든요무엇보다 욕실에서만 주고받는 대화니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관계가 얕은 것도 아니예요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만큼 따스하고 견고한 관계가 형성됩니다그래서 대중목욕탕의 커뮤니티는 남다른 점이 있어요이런 얕으면서도 견고한 관계에 마음이 놓이는 것은 평소 SNS를 통해 익명성 커뮤니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여러분도 다정하지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독자적이고 특별한 대중목욕탕만의 커뮤니티를 경험해보세요. / 104p

 

 

 

  이 외에도 책에는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욕탕을 즐기는 방법들을 만나볼 수 있다목욕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일본의 독특하고 특별한 목욕탕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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