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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기쁨 - 세상을 구할 과학자의 8가지 생각법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3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과학에 대한 편견이 무너졌다!
복잡한 공식이나 과학 이론이 아닌, 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법을 일러주는 아름다운 책!
무지개를 완전한 원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양자물리학자인 짐 알칼릴리는 ‘무지개’가 만들어지는 원리로 책의 포문을 연다. 무지개는 햇빛과 비가 결합해 물방울을 머금은 하늘에 둥근 색의 띠를 만드는 자연 현상이다. 무지개는 무수히 많은 물방울과 부딪힌 후에 분산된 햇빛이 우리 눈에 도달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늘의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리의 눈과 뇌 사이에서 일어나는 무형의 상호작용인 것이다. 즉, 우리는 하나의 무지개를 함께 바라본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각자가 저마다의 무지개를 바라보는 셈이다. 또한 우리는 땅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원뿔의 절반만 보는 것이지만 하늘 높이 떠 있을 수 있다면 무지개를 완전한 원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세상에, 무지개를 원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니. 지금껏 무지개를 반원의 형태로만 감각했던 나는 순간 눈앞이 번쩍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과학은 제한된 감각을 넘어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무지와 약점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입니다. / 186p
혹자들은 자연이 품고 있는 경이로움과 낭만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루한 논리와 냉정한 합리주의로 격하시킨다고 과학을 호도한다. 시인 존 키츠는 아이작 뉴턴에게 “무지개를 프리즘을 통해 나오는 색으로 환원함으로써 무지개에 담긴 모든 시적 감성을 파괴해버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을 통해서 더욱 깊어진 이해의 렌즈로 세상을 볼 수 있고, 빛과 색 그리고 아름다움과 진리로 이루어진 세상을 더 폭넓게 향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은 그저 세상에 대한 지식의 모음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며, 과학자의 생각으로 세계를 보면 생각은 명확해지고 사유의 폭은 더욱 확장될 수 있음을 전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예측할 수 없고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학자의 생각법으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전하고자 한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 세계와 과학이 이토록 심오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이 믿음직스러운 통찰이 얼마나 놀랍도록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시인들은 과학이 항성의 아름다움을 빼앗아 한낱 기체 원자 덩어리에 불과한 존재로 격하시킨다고 말한다. ‘한낱’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도 사막의 밤하늘에 뜬 별들을 보고 감동을 느낀다. 그런데 내가 더 적게 보거나 더 많이 보는가? (…) 그 패턴은 무엇이고, 의미는 무엇이며, 이유는 무엇인가? 별에 대해서 조금 더 안다고 해서 그 미스터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진리는 과거의 어느 예술가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경이롭다. 어째서 오늘의 시인들은 그런 경이로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가? - 리처드 파인만 / 93p
저자는 우리에게 과학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8가지 방법들을 일러준다. 먼저, ‘진실과 거짓, 그리고 탈진실을 구분’해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탈진실이란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감정과 개인적 신념에 호소하는 것이 대중의 의견 형성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른바 ‘대안적 사실’이라는 미명 하에 오늘날 우리는 문화상대주의적 진실 혹은 진실을 가장한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객관적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진영의 논리에 따라, 입증된 사실조차 마음에 안 들면 편하게 묵살시킬 수도 있는 세상인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에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들을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고, 꼼꼼하게 내용을 분석하고, 분해하고, 신뢰할 만한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할 것을 독려한다. 수많은 가정, 잘못된 개념, 편견, 추측, 희망적 사고, 과장 속에 흐려진 진실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거듭 숙고해보는 태도를 잊지 말아야겠다.


또, 책에서는 ‘오컴의 면도날’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면도날은, 불필요한 가정을 제거해 단순성과 논리 절약을 추구하는 것을 일컫는다. 얽히고설킨 세상을 이해하려 할 때 우리는 복잡한 사안을 될 수 있는 한 모호함이 없는 명확한 관점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이 있다. SNS나 각종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단순할수록 좋은 것, 핵심만 간단히’ 라는 미명 아래, 열린 토론과 사려 깊은 분석이 필요한 복잡한 사안들마저 흑백논리로 귀결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따라서 책은 단순한 설명이 꼭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고, 사려 깊은 태도로 들여다보는 자세.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소위 ‘데이터 준설’도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p-해킹’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듯이 제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체리피킹한 내용만을 보고할 목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남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 이런 피할 수 없는 편견도 있지만, 과학의 작동 방식을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과학을 의심하거나 그 발견 내용을 부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55p
있는 그대로의 사물이 그 자체로 궁극의 실재이든 아니든 그런 노력은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며, 따라서 무지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 99p
우리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주제를 접하며 살고, 그런 주제들에 대해 확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주제를 마주할 때는 의견이 다른 누군가와 곧장 논쟁으로 뛰어들기 전에 먼저 시간을 내 자신이 가진 믿음의 동기는 무엇이고, 애초에 자신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의 동기는 무엇일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믿는 이유가 그것이 당신의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정치적 입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까? 당신이 존중하는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믿기 때문인가요? (…) 중요한 점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이런 의문을 던지는 과정을 절대 중단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성의 빛으로 편견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 154p
이처럼 책은 제한된 감각을 넘어, 선입견과 편향을 넘어,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무지와 약점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과학적 방법론’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이론을 경험적 증거에 비추어 보는 과정이다. 또한 우리가 세상의 여러 개념을 검증하고 입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가 아닐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왜 믿고 있는지 아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자신이 틀릴 때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세상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더욱 잘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아주 큰 마음의 보상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일관성은 상상력이 없는 자들을 위한 마지막 도피처다.” 일관성과 확실성에 대한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 확실성에 대한 의식을 떨쳐버리세요. / 165p
우리 모두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을지를 전적으로 똑똑한 기술에 의존하여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안에서 이런 필수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흥미진진하고 멋진 기술만 배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시민이 되는 법, 더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 더 나은 정보활용능력을 갖추는 법도 배워야 할 것입니다. / 178p



어쩌다보니 철학책 다음으로 과학책을 연이어 읽었다. 언뜻 보면 철학과 과학은 대척점에 있는 학문 같지만 이 역시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여러 방법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과학의 기쁨』은 과학 지식의 본질과 한계란 무엇인지, 과학적 마음가짐이 우리 일상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일깨워준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성의 빛으로 편견의 안개를 걷어내고, 오만과 독선으로부터 벗어나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러주는 이 아름다운 학문에 보다 많은 이들이 기쁨을 느끼고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예비 과학자 또는 수학자인 청소년들에게 특히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저 기술과 공식으로 점철된 세계가 아니라, 당신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학문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