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5.3.4 - no.59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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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단단한 지대를 밝고 선 기분이란 건 이런 것이다!

애써 수고로움을 들여 정성을 다해 무언가를 보존하려는 마음들에 대하여!




* 피클링: 피클 만들기. ‘저소비 코어’를 이끌고 있는 잘파 세대가 배달 음식 소비를 줄이고자 보관 기간이 긴 절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하며 알려진 말.



  왜 피클링인가. 비건 레시피를 소개하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는 <수고로움으로 절여지는 소중한 것들>이라는 칼럼에서 ‘피클링이란 신맛을 바탕에 두고 단맛과 짠맛의 균형을 맞춘 절임 물에 채소를 보존하는 요리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산성화된 환경으로 미생물의 활동이 억제되면서 채소가 물러지지 않고 고유의 식감과 풍미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숙성 과정을 통해 한층 부드럽고 깊은 신맛을 이끌어내는 요리법이다. 단순히 신맛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넉넉해진 제철 채소들이 빛을 잃기 전에 절임 물에 담가 둠으로써 오랫동안 계절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삶의 지혜가 여기에 녹아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지키고 보존하려면 

절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 51p



  이렇게 피클링에 대해 알고 보니 “애써 수고로움을 들여 정성을 다해 무언가를 보존하려는 마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는 것은 감정적 경험을 거의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던 이서수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책이야말로 일상과 기억, 감정과 경험을 켜켜이 담아 보존하려는 우리의 마음과 자연히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덕에 우리는 누군가가 써놓은 책 한 권의 힘으로 삶의 생기를 되찾고 회복할 수 있는 마음의 자원을 얻게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혹시… 매번 시간을 들여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나의 수고로움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면, 나는 지금 책으로 하여금 내 안에서 절여진 생각들을 하나의 글로 정리함으로써 ‘나’라는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피클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쇼츠, 릴스, 2배속 시청처럼 점점 더 빨리 얻고, 소비하는 일에 익숙해진 요즘 세태에 이토록 성가시고 귀찮을만큼 긴 문장의 글을 쓴다는 건 어쩐지 미련해보이지만, 이 정성이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 믿기 때문은 아닐까. 느리지만 정성껏 시간을 들이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이번 호의 주제가 여느 때보다 크게 와 닿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번 호에서는 소설가 정수읠의 「이 시점에 문필로 일억을 벌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와 남의현의 「공과 놀이와 공놀이」를 인상 깊게 읽었다. 전작의 경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문학이라는 언어가 행정이라는 언어와 만나면 곧잘 무기력해지고 마는 현실이 냉랭하게 파고든다. 글로 벌어먹고 살기 힘들지, 라는 말을 나도 한때 밥 먹듯 하고 다녔으니까. 후작에서는 필사적으로 엄마가 죽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내려가는 아이가 등장하는데, 그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동안 정작 번번이 죽임을 당한 건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을 느끼게 된다.




“내가 너에게 공을 주면, 네가 다시 나에게 공을 주는 거야.”

“왜요?”

“그런 놀이야.”

놀이? 노올이이? 노오올이이이? 나는 그 단어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되뇌었다. 처음으로 내가 공을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을, 또 부모와 놀이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남의현 「공과 놀이와 공놀이」 중에서 148p


“그러면 저랑 캐치볼 하러 가요.”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런 즐거움들은 언제나 언젠가는, 이라는 형태로 나에게 다가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멀어져갔다. 이후로 나는 틈만 나면 엄마에게 캐치볼을 하러 가자고 졸랐고 처음에는 엄마에게서도 “언젠가는”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몇 번이고 그와 같은 대답을 듣고 나서, 나는 참지 못하고 야구공을 던져버리고 말았다. / 남의현 「공과 놀이와 공놀이」 중에서 151p




  매번 느끼지만 항상 새로운 키워드로 다양한 종류의 글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큰 즐거움인 것 같다. 다음 호에서는 또 어떤 주제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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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 군함의 살인 - 제3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오카모토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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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 군함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

움직이는 밀실, 극한의 이상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해양 미스터리 소설!





  때는 1795년.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목이 달아난 지 2년이 넘은 해로, 영국과 프랑스가 한창 전쟁을 벌이던 중이었다. 영국 군함 헐버트호의 함장 데이비드 그레엄은 이번에도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징집 부대원들을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군함이 나타나면 항구 인근에 살던 뱃사람들이 혹독한 징집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육지로 도망치거나 비밀 은신처에 몸을 숨기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대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군함의 사정상 뱃사람이든 육지 사람이든 젊은 남자라면 가릴 것 없이 강제 동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소설 『범선 군함의 살인』은 고요했던 솔즈베리라는 도시를 깨우며 프레스 갱(18~19세기 영국에서 강제 징집을 시행한 부대)들이 들이닥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구두장이 네빌 보우트는 장인어른과 술잔을 기울이던 도중, 강제 징집을 시도하는 헐버트호의 프레스 갱들에 의해 끌려가고 만다. 곧 있으면 탄생할 아이와 보낼 행복한 시간만을 꿈꾸고 있던 네빌은 하루아침에 전쟁터로 내몰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여기에 가혹한 노동과 엄격한 군함 생활, 시시각각 바뀌는 바다 환경과 군함이라는 밀폐된 공간은 멀쩡했던 선원들마저 기묘한 광기로 물들게 하는 곳이다. 반드시 살아남아 가족에게 돌아가겠다는 마음만으로 겨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첫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저놈들은 프레스 갱(18~19세기 영국에서 강제 징집을 시행한 부대)이야. 뱃사람들을 붙잡아서 억지로 군함에 끌고 가는 해군 부대라고. 뱃사람들은 악마의 사자처럼 두려워하지.” / 22p



옷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귀족은 실크 스타킹, 농민은 작업복, 신부는 사제복, 그리고 군인은 군복이라는 식으로. 이 옷을 입으면 정말로 수병이 된다. 구두장이 네빌 보우트와는 작별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그리고 마리아와 함께한 생활과도. / 39p



“살아 있으면 집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 그때까지 여기서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자신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 40p










  제33회 야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인 『범선 군함의 살인』은 18세기 영국 군함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이다. 움직이는 밀실이라 할 수 있는 군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울러 군함에서만 가능한 독창적인 트릭, 한 편의 완전한 해양소설에 가까운 치밀한 고증과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시대적 배경이 인상적이다. 특히 전쟁이라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 주인공인 네빌 보우트를 비롯해 징집에 동원된 여러 인물들이 드러내는 극한의 이상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덕분에 제한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유발되는 극적 긴장감이 연쇄 살인사건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마지막 장까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부 다 미쳤어. 

이 배가, 아니, 해군 자체가 미쳤다고. 

내가 미쳤더라도 그건 내 탓이 아니야.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날 미치게 만든 거지. 

즉, 광기에는 광기로 대항하는 거야.” / 346p




  18세기 영국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해양이라는 물리적인 배경을 과감하게 미스터리에 녹여낸 작품으로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가혹한 운명에 처해 있으면서도 끝내 잃지 말아야 할 인간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메시지까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다가오는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한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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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
이길환 지음 / 이든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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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인생에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줄 장자의 말씀!

삶이 버겁고 흔들리기 쉬운 마흔의 우리들에게 아주 특별한 위로와 지혜를 전하는 책!





  마흔이라는 시간의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직장과 사회, 가정을 두루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비롯해, 안정적인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슬슬 초조해지는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문제들 앞에서 지혜로운 대처가 가능한 성숙한 어른이기를 기대하지만, 감정의 파고 속에서 나는 아직도 쉬이 흔들린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여전히 불확실한 것투성인 나. 마흔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길목 앞에서 어떻게 하면 중심을 잃지 않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불확실한 삶 속에서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법



  초월적 긍정주의 사고를 반영한 밈인 ‘원영적 사고’, ‘러키비키’가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런데 수천 년 전에도 이에 못지않은 초긍정주의자가 있었으니 바로 장자다. 장자는 나를 옭아매는 집착이나 욕망, 갈등과 경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라는 메시지를 전파한 사상가다. 『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는 이러한 장자의 긍정주의를 바탕으로, 앞만 보고 달리느라 삶이 버겁고 흔들리기 쉬운 마흔의 우리들에게 아주 특별한 위로와 지혜를 전한다.




『장자』 「제물론」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물은 ‘저것’이 아닌 것이 없고, 또 ‘이것’이 아닌 것이 없다. 저것의 관점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이것의 관점에서는 볼 수 있다.

그래서 말하기를 저것은 이것이 있기에 생겼고, 이것은 저것이 있기에 생겼다. 저것과 이것은 서로가 있기에 생겨났다. 그래서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마찬가지로 ‘가능’이 있기에 ‘불가능’이 있고, 불가능이 있기에 가능이 존재한다. ‘옳은 것’으로 말미암아 ‘그른 것’이 있고, 그른 것으로 말미암아 옳은 것이 있다. / 20p




  장자는 ‘세상 모든 만물은 상대성에 의해 존재함으로 이것은 곧 저것이 될 수 있고, 저것은 곧 이것이 될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 하였다. 즉, 이것과 저것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장자의 지혜를 빌려 저자는, 마흔에 이르면 선 긋기를 좋아하는 마음에 지우개를 들고 조악한 기준을 없애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좋고 나쁘고, 아름답고 추하고, 귀하고 천하고의 구분이나 편협한 시선을 지우고 세상을 바라보면, ‘비교’라는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또한 상대의 생각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태도인지 알게 되면 우리 사회의 다툼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평소 타인과 나를 비교하느라 초조하거나, 타인의 시선에 쉽게 휘둘리는 이들이라면 장자가 건네는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자녀에게 한 가지 길만 제시하고 따르기를 바라는 것은 금세라도 도둑맞을 지혜를 일러주는 일입니다. 생사를 결정짓는 위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언제든 자녀의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지혜가 모여 결국 더 큰 지혜를 만들어냅니다. / 36p


장자는 책 전반에서 구체적인 명제를 던지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터득하고 깨우치는 ‘도의 자기 학습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만물의 상대성을 깨닫고, 인위를 거부하며,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삶을 재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묘리의 바탕에는 입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 있습니다. / 63p


결국,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갈망하는 마음은 ‘불필요한 것’을 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부러워할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갈망의 대상을 찾는 대신 자기에게 집중하고, 타고난 본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본성을 깨닫기 시작할 때, 시기와 질투심은 사라지고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 93p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이에게 날을 세우는 사람은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화살에 늘 초조합니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는 세상에서 애써 한쪽에 치우쳐 적을 만드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은 그저 하나의 자연 현상일 뿐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악행이 아닌 한,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 213p










  저자는 마음의 배를 비우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마흔은 평화롭다고 말한다. 결국 내 몸과 마음을 타고난 본성에 맞게 쓰고 있는지, 갈망의 대상을 찾느라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집중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한 듯하다. 대부분의 고통은 ‘나’가 아닌 외부로 시선이 향하고 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란 귀한 가르침도 얻었다. 마흔이라는 시점에 이르러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지혜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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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5 대사 다이어트 - 요요 없는 비만 해결
윤복근 지음 / 성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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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다이어트란 무너진 대사 기능을 회복하여 지방을 잘 사용하는 몸으로 바꾸는 것!

다이어트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건네는 책!





  운동량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체중 조절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흔히들 나잇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던데 이게 나잇살인가 싶기도 하고, 겨우내 불어난 몸무게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탄수화물을 끊고, 1주일에 한 번씩 산에 오르며 매일 두 시간 이상 운동을 하는 등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다이어트에 몰두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하기에는 어려운 사정이라 고민이 되었다.



  책 『8515 대사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단순히 적게 먹고 운동을 하는 다이어트 방식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이해하고, 체중을 조절하는 체중조절대사시스템을 잘 사용하는 몸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안하기 때문이었다. 적게 먹고 운동도 많이 하는데 살이 왜 안 빠지는지, 나이가 들면서 왜 나잇살이 찌는지, 살이 빠진다는 식품을 먹는데도 왜 살이 안 빠지는지, 다이어트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이어트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인체대사를 바꾸는 85:15 다이어트 공식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는 영양소에서 사용하는 영양소를 차감하면 남는 영양소가 되고, 이 남는 영양소가 체지방으로 쌓여 비만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의 권위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윤복근 교수는 비만을 ‘내 몸속의 체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내 몸에 필요 이상으로 저장된 체지방을 에너지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대사를 바꿔주어야 하는데 ‘살이 쪘다’는 것은 내 몸속의 체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지 못해서 온 대사 장애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내 몸속의 체지방을 사용하지 못하는 원인인 대사 장애부터 개선해야 살이 빠진다고 강조하며, 체중 조절에 관련된 소화대사, 식욕조절대사, 체지방대사, 호르몬대사, 에너지사용대사 등을 이해하고 체중 감량에 반영할 수 있는 ‘대사 다이어트’에 주목한다. 동시에 비만을 일으키는 ‘비만균’을 막고, 장내 미생물의 균형 상태인 85:15의 황금비율의 유지를 통해 요요현상 없는 바른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이어트란 무조건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살이 찌는 이유와 문제점을 잘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내 몸속의 체지방을 에너지로 잘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인지, 소화대사나 호르몬대사의 문제인지, 체중조절대사시스템에 장애가 생긴 것인지 등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올바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 28p








  우리 몸에는 여러 가지 식욕조절대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에 대한 이해가 다이어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듯하다. 렙틴은 음식이 충분히 차면 분비되어 몸에 충분한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으니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뇌의 시상하부에 전달하여 먹는 것을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렙틴은 식후 20분부터 분비되기 때문에 최소 20분 이상 천천히 먹을 것을 권장하며, 수면 부족과 장기간 스트레스가 렙틴의 작용을 방해하여 오히려 식욕을 자극해 더 먹게 하는 렙틴 저항성이 되어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스트레스 관리와 수면 관리에 특히 주의해야겠다.



입을 통해 들어간 음식물은 입안에서 잘게 부수고 찢고 으깨고 혼합하는 저작운동, 분절운동, 혼합운동을 통해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를 발라 다당류인 탄수화물을 이당류인 엿당으로 최대한 분해하여야 췌장에서 아밀라아제를 빌리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소화효소도 아낄 수 있다. 즉, 귀한 소화효소를 아끼는 방법은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대충 넘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30회 이상 씹어서 천천히 내려보내기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 272p


하루 동안 인체에 필요한 단백질은 체중 1kg당 0.8~0.9kg이다. 아침에 단백질을 35g 섭취한다면 섭취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하루 총 섭취 열량이 400kcal가 줄어들고, 지방연소율도 높아져 배가 덜 고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기초대사량이 낮은 여성들은 단백질을 잘 섭취하여 기초대사량과 근육량을 증가시켜야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므로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 284p


낮 동안의 신체 활동을 통해 아침보다 근육이 충분히 이완되어 있는 것도 운동 효과를 높여주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운동 효율을 높이려면 저녁 운동이 좋고, 체지방량 감소를 위해서는 아침 운동을 선택하면 도움이 된다. / 287p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여 건강한 체중 감량에 기여할 수 있는 베이지색지방 활성화법, 비만을 이끄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예방법, 다양한 여성 질환을 일으키는 에스트로겐우세증후군 개선방법, 에너지 소비가 많아 다이어트에 유리한 기초대사량 높이는 방법 등 책 속에는 대사 시스템을 활용한 건강한 다이어트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또 대사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를 비롯해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의 섭취로 건강한 장내 환경을 만드는 방법도 알려준다.




  예전만큼 운동을 하지 못해서 살이 찌고 있구나 막연히 자책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평소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단기간의 고강도 다이어트로 얼마든지 살을 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건강을 챙겨가며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나이인만큼 책 속에서 강조하는 대사 다이어트법들을 실천하여 생활 습관부터 고쳐보도록 노력해야겠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아닌, 내 몸을 이해하고 몸이 건강해지는 다이어트를 실천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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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 - 소아과 진료실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아이와 나를 위한 씩씩한 다짐들
김지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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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의 역할은 아이에게 무조건 최고의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 모두가 건강해지는 육아 실천을 위한 훌륭한 지침서!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아토피 알레르기 치료의 권위자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의 육아 에세이다. 오랫동안 소아과 진료실에서 아픈 아이들을 진료하며 경험한 시간들을 바탕으로 오늘도 노심초사,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부모 역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특히 호흡기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비롯해, 아이가 아플 때마다 흔들리고 자책하는 부모들이 중심을 잡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행동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또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에게 보다 중요한 건 안정적이고 일관된 사랑과 지지를 주는 엄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육아의 원칙들




  며칠 전, 학교 보건실에서 걸려온 전화에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분명 어제도 전화가 왔었는데…. 다행히 그리 심하진 않은 것 같다고 선생님께서 일단 안심시켜주셨다. 학기 초부터 보건실 전화만 연거푸 세 통을 받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예민해져 있었던 상태였다. 하루는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와서, 하루는 두통 때문에, 하루는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하다 삐끗해서 아이는 보건실을 자주 찾았다. 막상 조퇴를 하고 집에 오면 별 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는 아이. 아무래도 학기 초의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학년이 높아지니 몇 가지 학업 스케줄이 늘어난 것도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 원인이었으리라.




  이 책 속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이를 ‘신체증상장애’라 표현한다. ‘신체증상장애’는 심리적 상태가 뇌의 기능과 반응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건강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아프지 않은데 거짓으로 이상을 호소하는 꾀병과 달리 아이는 실제로 불편한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마침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힘내” “다른 아이도 다 마찬가지야”라는 말 따위로 아이가 느끼는 불안이나 불편함을 외면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련이나 곤란함을 이겨내는 힘도 매우 중요하지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크는 것’이라는 책 속의 글귀처럼 이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면 아이는 어느 새 더 성장해 있을 테니까….




아이에게는 시련이 필요하다. 그래야 역경을 이기고 극복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부모로서 더 잘하려고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과도한 욕심으로 아이를 끌어당길 때, 부모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 아이의 자아 존중감은 상처를 입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배우는 것에 겁을 먹는다. 주어진 상황과 시간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게 백 점 부모다. / 35p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부모가 새로운 음식 시도를 주저한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서다. “빨리 발견해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이 먹히지 않는다. 우리 팀의 연구 결과를 봐도 부모들의 불안은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에 상당히 높아진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는, 불안도가 높은 양육자의 아기들에서 알레르기가 더 많이 생긴다는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먹이지 못해 이로운 장내 미생물이 줄어들고, 아이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 39p



완벽한 부모에 가까워지고자 한다면, 완벽한 부모가 불가능하다는 불편한 진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완벽을 추구할수록 긴장과 스트레스가 커지고, 결국 곤경에 빠진다. 과거를 점검하되 자책은 금물이다. 부모도 인간이다. 실수를 하고, 어려움도 겪는 것이 당연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가 좌절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조금씩 나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어”, “잘될 거야” 스스로에게 말하며 부모의 길을 묵묵히 가는 모습, 그 자체가 아이에게 큰 교훈이다. / 172p



힘들 때마다 별것 아닌 “다행이야”라는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의미 찾기 게임’처럼 회복탄력성을 끌어 올려주는 주문이다. 나 역시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야”, “보호자의 마음까지 알게 되어 다행이야”라고 자주 말한다. 아이에게 실망하는 순간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 다행이야”라는 말을 계속해서 외운다. 힘든 일로 고민할 때 “이 일로 더 씩씩해져 다행이야” 되뇌다 보면, 의미 있는 일들만 생기는 마법이 펼쳐진다. / 177p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 부모인 우리는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아이가 아픔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할 때, 죄책감과 과도한 불안에 사로잡히거나 그것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날 때 가졌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 부모 역할의 균형을 찾고 가족 모두에게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완벽한 부모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부모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 책의 메시지를 많은 부모들에게 권해주고픈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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