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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기세 - 지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용기
서울라이터 박윤진 지음 / 윌북 / 2026년 1월
평점 :

다정한 기세가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만든다!
배우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며 성장하는, 연약하면서도 끈질긴 존재들을 위한 위로와 희망!
다정과 기세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이 이렇게나 절묘하다. 생각해보면 다정함이란 것은 감정의 영역이라기보다 태도의 영역에 가까워서, 내가 사랑하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은 결국 일과 일상 그리고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다정하게 보듬는 태도와 의지에 있다는 것을 저자는 낯설지만 이처럼 간결한 언어로 표현한다. 『다정한 기세』는 그런 책이다. 오늘도 어쩔 수 없는 좌절과 마음의 소란을 버텨내며 다정한 기세로 성실히 달려온, 진짜 실력과 내공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분투를 담은 믿음직한 선배 같은 책. 읽다보면 안온하지 않았던 나의 하루도 긍정하게 되는 바로 그런 책.
“힘내지 않아도 힘은 쌓여가고 있으니 작은 걸음으로 나아갑시다.”
/ 표지 중에서
박윤진은 20년 경력의 프로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처음 광고 업계에 몸을 담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제일기획과 대홍기획을 거쳐 ‘서울라이터’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홀로서기까지, 책은 그녀가 프로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각종 시행착오와 그 안에서 깨달은 여러 삶의 노하우들을 전한다. 이 책은 결코 성공을 쫓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그 답은 의외로 일을 ‘덜’ 하는 것”이라던 그녀의 말처럼 사회가 원하는 명함이 아닌, 보다 나답게 살며 일과 일상을 균형감 있게 돌보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덕분에 저마다 삶의 무게는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이유로,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너는 아마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거야.
너의 땀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어.
네가 누군가의 땀을 보고
힘을 얻었던 것처럼.
땀은 흘러서 끝나는 게 아니야.
땀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너는 분명, 누군가의 태양. - 포카리스웨트 TV 광고(2025) / 25p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고유의 직업병이 있다. 음악가는 좋은 음악을 가만히 듣지 못하고 드라마 작가는 드라마를 편하게 보지 못한다. 심리상담사는 친구의 하소연을 자꾸만 분석하고 피부과 의사는 작은 잡티 하나에도 손이 근질거린다. 오랜 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굳은 살이 생기듯 직접도 우리 몸과 마음이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때로는 피곤하고 괴롭지만 직업병이 있다는 건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 47p


변변찮은 재주지만 나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매번 창의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다루는 그녀만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녀는 의외로 창의성은 중복 신경망의 과부하가 만들어낸 별종 신경이라서, 별종 신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신경망을 과부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니까 ‘반복적으로, 꾸준히, 오래’가 답이라는 것이다. 식단 관리를 하듯 좋은 콘텐츠들을 섭취하고 쓰는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공간에 계속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20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도 매일 갈고 닦는다는데 나라고 무슨 다른 도리가 있겠나. 덕분에 ‘꾸준히 계속하는 힘’을 또 한번 믿어보려 한다. 하루하루 쌓은 힘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라고.
세상엔 천재가 너무 많지만 언젠가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수많은 천재 중 하나로 여겨질 날이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꾸준한 노력을 계속해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쉽지만 효능 있는 재능은 꾸준히 쓰는 힘이다.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실력이 쌓이고 내공이 커지는 법이다. 여느 글쓰기처럼 카피도 쓰면 쓸수록 반드시 는다. 좋은 카피는 수많은 문장 사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한 줄이고, 수없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지층처럼 쌓인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꾸준히 쓴 오래 걸린 말. 카피라이터는 그 말을 찾는 사람이자 끝까지 써내는 사람이다. / 57p
머지않아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나’라는 브랜드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아니, 날 때부터 다르게 태어났으니 이미 나라는 브랜드는 그때부터 시작됐을 수도 있다. 퍼스널 브랜딩은 그 자체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탐구하게 되니 말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보자.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찾았다면 당신의 퍼스널 브랜딩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 70p


우리는 모두 ‘뒤집힌 양말 같은 존재’라는 책 속의 글귀가 마음에 맴돈다. ‘겉면에는 웃는 얼굴, 화려한 꽃, 귀여운 강아지 그림이 수놓아져 있지만 정작 그 속을 뒤집으면 서로 엉켜 있는 색색의 실밥들이 드러나는 양말’처럼 우리는 모두 속으로는 엉키고 꼬인 실밥들을 숨기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러니 좀 더 다정해져야지. 서로의 엉킨 실밥을 자주 들여다보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마음먹게 된다.
몇 해 전 읽은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떠오른다. 진화에서 살아남는 건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다정한 존재, 잘 협력하는 개체고 그들이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은 후손을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이 옳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았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다정한 대화, 다정한 음식, 다정한 마음과 시간이 결국 살아남았다. 마음을 열고 친절을 나누면 분명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 148p
좋아서 시작한 일이건만 밀려드는 업무와 몰아치는 시간을 버텨내는데 급급할 때면, 삶의 균형이 무너져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힘을 내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을 때면 그녀가 내게 건네었던 이 사려 깊은 언어들을 떠올려봐야겠다. 이왕이면 다정한 기세로 살아보자고 한번 더 다짐해보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