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신화로 만들어졌다 - 오늘날까지 인류의 사고를 지배하는 강력한 8가지 테마
리처드 벅스턴 지음, 배다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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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삽화와 다채로운 해석으로 새롭게 즐기는 그리스·로마 신화!

신화 읽기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우리 삶에 다양한 영감을 제시하는 매력적인 책!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인문학적 산물로 손꼽히는 그리스·로마 신화. 리처드 벅스턴이 ‘신화가 다루지 않은 인간의 삶은 없었다’고 했을 만큼, 신화는 사회·문화, 정치,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때로 신화는 당대인들의 젠더 감수성, 선호하는 이념과 정치적·윤리적 가치에 따라 의미가 달리 해석되기도 했다.



  『세상은 신화로 만들어졌다』는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화가 어떻게 읽히고, 또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흐름을 살펴보는 매우 흥미로운 저작이다. 프로메테우스, 메데이아,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아마조네스, 오이디푸스, 파리스의 심판, 헤라클레스의 과업,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중심으로 신화를 매우 다면적이고,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이 책은 신화 읽기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우리 삶에 다양한 영감을 제시한다.




그리스 신화는 경제적 지위와 문화적 배경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사고 실험이다. / 10p




  프랑스 7월 혁명을 기념하여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의 대표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는 한 쪽 가슴을 드러내고 한 손에는 프랑스 국기를, 다른 한 손에는 총검을 들고 시민군을 이끄는 한 여성이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을 처음 본 이들이라면, 시체와 잔해더미 위에서 극적인 혁명을 이끈 여성의 신체 부위를 일부러 노출한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질 것이다.



  책에 따르면, 예술에 있어서 여성의 노출된 가슴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마조네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역사가 디오도로스에 따르면 아마조네스라고 불리던 여성들은 남성보다 높은 권력을 가졌고, 남성들처럼 전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육체가 성숙했을 때 걸리적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 오른쪽 가슴을 그을리는 관습을 지녔고, 이것이 한쪽 가슴만 지닌 여전사라는 이미지를 상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쪽 가슴만 지닌 아마조네스 신화는 여성의 초월적 권력을 향한 이상과, 강한 여성을 향한 성적 욕망을 동반하여 서양 문화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아마조네스 신화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상을 투영하며 오늘날 원더우먼을 비롯해 다양한 퀴어 문학과 페미니스트 문학에도 반영되었는데, 한편으로는 여성의 성적 이미지와 자유의 의미를 연결한 상징성의 모호함에 대해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다양한 색깔의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어떻게 각색했을까? 웰즐리칼리지에서 비교 문학을 가르치는 캐럴 도허티는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연구한 논문에서 낭만주의 시대의 프로메테우스는 고귀하고 반항적인 영웅으로 묘사되었다고 밝힌다. 물론 낭만주의 시대야말로 프로메테우스가 전례 없이 우상화되었던 때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전에 무수히 많은 문화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후기 고대 시대로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프로메테우스의 이미지는 바이런이 묘사한 반항아가 아니라 창조자이자 제조자 즉 ‘인간을 만들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자’였다. / 29p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이야기가 함축하는 관념들은 후대에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었지만 하나의 질문이 동일하게 반복된다. 높이 날기의 의미가 무엇인가? 용감하고 영광스러운 열망인가, 아니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무분별한 행동인가? 아니면 영광스러우면서 동시에 무분별한 것인가? / 106p


이 신화의 중심에는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철저한 무지에서 비롯된 두 개의 범죄가 있다. 아버지로 밝혀진 남자를 살해하고 후에 어머니로 밝혀진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태생과 관계에 대한 불완전한 지식을 근거로 행동한다. 오이디푸스는 부분적인 무지라는 인간의 약점을 상기시킨다. 이것이 바로 신화의 역할이다. 신화는 일상생활 속 문제를 과정하고 날카롭게 만들고 고조시킨다. / 160p










  이 외에도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주었던 프로메테우스의 영웅주의가 19세기 말과 그 이후에 사회주의적 이상을 만나 독일에서 프롤레티리아 영웅으로서의 이미지로 추앙받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이 오이디푸스 신화에 등장하는 스핑크스를 과학에 대한 우화로 해석한 점도 인상적이다. 베이컨은 스핑크스(과학)가 인간에게 다양한 어려운 문제를 던지고 이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전통을 대체하려는 결과이며, 과학적 연구를 개시하려는 자라면 고통을 감수할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해석했다고 한다.









  이처럼 신화가 매체에 따라 맥락을 변경하고 다양한 수요들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적응되어왔던 모습들을 살펴보는 과정은 신화를 새롭게 읽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결국 신화 읽기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의 삶에서 진정 가치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장 가치를 두어야 하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각자만의 해답을 찾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각각의 신화가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에 귀를 기울여보시길 바란다.



  덧붙여 계엄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참담한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다. 국민들이 당신에게 투표한 건 더 높은 하늘을 날아오르기 위한 날개를 달아준 게 아니라고. 이카루스는 그래서 추락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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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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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년에 걸친 원자의 극적인 오디세이가 나와 지구를 탄생시켰다!

과학자들의 열정과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 경이를 품게 되는 책!






150억 년에 이르는 

우주의 진화를 통해서 수소 원자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예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 칼 세이건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라플라스는 한 에세이에서 ‘만일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해명하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바 있다. 사람들은 이것이 가능하다면 ‘악마’일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과학자들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 어디로 향할 것인지,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의 근원과 미래에 대한 해답을 ‘원자’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대체 왜, 이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작디작은 원자에 주목했던 것일까.




빅뱅에서부터 우리의 어제 저녁 식사까지,

원자에서 발견한 나와 우주의 연대기




  책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의 저자 댄 레빗은 우리 몸을 수백조 개에 달하는 원자로 이루어진 은하계에 비유한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3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군체로, 각각의 세포는 다시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춤추는 100조 개가 넘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지구의 모든 사막에 있는 모래알보다도 10억 배나 더 많은 수다. 게다가 주기율표에 포함된 132종 남짓한 원소 중 약 60종의 원소가 우리 몸속에 존재한다고 한다. 어쩌다 우리 몸에 이토록 많은 원자들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이 광대한 이야기의 시작은 ‘우주는 원시 원자들의 폭발로 시작됐다’는 현재의 빅뱅 우주론을 주장한 물리학자이자 카톨릭 성직자인 르메르트로부터 출발한다.











  댄 레빗은 빅뱅으로 만들어진 수소와 적색거성에서 만들어진 (주로 산소, 탄소, 질소, 칼슘, 인) 원소가 어떻게 태양계를 비롯해 지구처럼 단단한 행성을 만들어냈는지, 어떻게 엄청난 소행성들의 폭격을 견뎌가며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척박한 황무지였던 지구를 갑자기 청록색의 오아시스로 만들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원자들이 생명으로 도약하게 되었는지 장대하고도 기이한 여정을 소개한다.



지금까지 과학의 역사에서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알아낸 모든 사실에 따르면, 우리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은 빈 공간 이외에 전자, 쿼크, 글루온이라는 단 세 가지 기본적인 입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질량이 없는 힘 입자인 글루온은 쿼크들을 서로 달라붙게 해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도록 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30,000,000,000,000,000,000,000,000,000(30옥틸리언 개의 전자와 더 많은 수의 쿼크, 그리고 쿼크들을 서로 달라붙도록 해주는 수많은 글루온의 집합이다. / 58p


한편 초기에는 소행성과 더 적은 수의 혜성이 끊임없이 지구를 강타하면서 전달된 더 많은 양의 물이 마그마에 흡수되거나 대기 중에 남게 되었을 것이다.

마침내 지구와 대기가 식으면서 위협적인 구름은 너무 무거워져서 노아마저도 놀라게 했을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을 것이다. 우리 몸에 있는 물은 한때 끔찍한 홍수를 일으켰던 몰이다. 아래쪽의 마그마에서 계속 분출되어 대기 중으로 공급된 수증기에 의해서 수천 년이나 수만 년 동안 비가 쏟아졌다. 판 구조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기에는 지구에 높은 산이나 깊은 분지가 없었다. 비가 멈추면서 수심이 1,600미터가 넘는 바다가 지구 전체를 둘러싸게 되었다. / 124p


우리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만약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식물은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식물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몇 주일이나 몇 달 이내에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다.

빅뱅과 별에서 온 우리의 원자가 마침내 우리의 현관에 해당하는 입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식물을 통해서이다. 물과 일부 염을 제외한 우리 몸속의 거의 모든 원자는 식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도달한다. / 287p











  우리 몸과 운석이 얼마나 공통점이 많은지(운석에는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분자들이 들어있다-세로토닌, 발린, 테스토스테론, 글루탐산 등), 진화에 있어서 산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이 책은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원자의 세계를 탐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별에 들어 있는 다양한 원소의 비율을 알아낸 세실리아 페인, 우주를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던 원자들이 중력에 이끌려 회전하면서 태양과 주변의 행성들이 형성되었음을 계산해낸 빅토르 사프로노프, 적색거성 내부의 엄청난 온도와 초신성의 폭발로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프레드 호일 등 집요하게 원자를 따라가다 마침내 놀라운 발견을 이루어낸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원자의 역사에 다가가는 일은 본질적으로 나와 세상의 이해하는 일이다.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원자가 별과 지구, 그리고 생명과 관계를 맺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세상의 그 무엇도 사소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원자를 탐구하는 이 매혹적인 여정에 꼭 동승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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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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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으로 꽉 채운 소설!

전 세계, 비밀스러운 전장에서 활약했던 은퇴한 스파이들의 이야기!





  유독 마음을 끄는 단어들이 있다. 내게는 ‘스파이’라는 단어가 그 중 하나다. 일단 표지에 ‘스파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물론 스파이가 활약하는 ‘첩보물’ 하면 냉전시대의 전유물로, 이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시대적인 소재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상 전쟁은 끊긴 적이 없고, 은폐와 조작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 세력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정보를 선점하기 위한 공작과 견제는 우리 시대에도 변함없는 현실이다. 세상을 안전하게 지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임무에 사명을 다하는 스파이라는 캐릭터와 그들의 활약에 끌리는 것 역시, 여전히 이 세계가 그들을 필요로 하며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은 아닐까.





은퇴한 스파이들, 그들이 다시 움직이다



  누구나 은퇴한 후의 멋진 삶을 상상하곤 한다. 이를 테면 코사무이의 푸른 해변을 내려다보며 언덕 위의 멋진 빌라에서 맞는 아침을, 새들이 세레나데를 부르는 코스타리카 숲에서 즐기는 느긋하고도 여유로운 일상을. 하지만 전직 CIA 요원인 매기 버드는 지난 16년 동안의 스파이 생활이 이를 허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캐나다 메인주의 작은 시골 마을 퓨리티에 정착해 조용히 닭을 키우며 사는 여생을 택하기로 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은신하듯 조용히… 그녀는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 예정이었다.



집 앞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매기는 이것이 비극적으로 끝난 과거의 임무에서 비롯된 일종의 ‘경고’임을 모르지 않았다. 얼마 전, 정보국의 정보 시스템에 침입이 발생했고 ‘시라노 작전’에 동원된 요원들의 이름이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곳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더더욱 원치 않는 일이었다. 결국 독서 클럽을 가장한 ‘마티니 클럽’이 소집되고, 전직 CIA 요원이자 은퇴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은퇴 후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던 각자의 능력을 다시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최근 정보국의 정보 시스템에 침입이 발생했어요. 그 무단 침입으로 피해를 본 것은 시라노 작전 관련 파일뿐이었어요.”

“그 작전은 무려 16년 전의 일이에요.”

“그리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관련 정보는 기밀로 유지되었죠. 그러나 이제는 여러분들의 이름이 유출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모든 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추적하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지도 알아보는 중이에요. 이런 곳에 계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 34p


나쁜 기억이란 마치 묘비처럼 영구적인 것이어서 한 마을에서 평생을 살다 보면 비극이 일어났던 장소들을 모두 기억하게 된다. / 44p











    메디컬 스릴러의 여왕이라 불리는 테스 게리첸이 이번에는 은퇴한 스파이들을 소환해냈다. 과거에 참여한 작전이 비극적인 결말과 함께 끝나면서 은퇴의 길로 접어든 지 16년, 작전과 관련된 이들을 노리는 전적들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매기와 그의 친구들이 다시 실력을 발휘해야만 상황에 놓이게 되는 내용의 스릴러 소설이다. 이토록 섹시한 노년의 전직 요원들이라니! 턱밑까지 추격한 전적들로부터 일상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똘똘 뭉치는 전직 CIA 요원들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하다. 사랑하는 사람마저 의심하고 속여가며, 국가의 안전을 위하여 인간성과 자신의 삶마저도 포기해야 했던 스파이들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녹여낸 점도 인상적이다.




진실은 훨씬 더 복잡하지만 거울의 세계에 살게 되면 진실은 항상 왜곡되기 마련이다. 너무 자주 우리는, 우리의 관점을 곱씹게 하는 양심을 찌르는 사실과 모든 불편한 작은 조각들은 무시하는 반면,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만을 선택한다. 우리는 명확한 것을 열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 127p


우리 모두는 자신이 아닌 무언가인 척하고 있으며, 몇몇은 그것을 더 잘해 내기도 한다. / 158p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으로 꽉 찬 작품이다. 반전에 반전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007시리즈를 비롯해 스파이 첩보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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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멸종할까 봐 - DNA로 파헤친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 최고의 선생님
김영호 지음, 이수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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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꿀벌들! 지구의 소중한 꿀벌 실종 사건의 원인을 파헤쳐라!

꿀벌에게 닥친 위기는 곧 인간에게 닥칠 위기이기도 하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






  비상! 비상! 꿀벌이 사라졌다!

  어느 날, 꽃과 벌집 사이를 하루에도 수천 번씩 오가던 꿀벌들이 사라졌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수백억 마리가 싹 사라진 것이다. 길을 잃는 법이 없던 꿀벌들이 대체 어디로 갔을까? 왜 집을 다시 찾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수백억 마리의 꿀벌들이 실종되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년 째. 겨울이면 자연적으로 15~20퍼센트 감소하는 꿀벌을 제외하고서도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꿀벌이 멸종할까 봐』의 저자인 김영호 곤충학 박사는 “대체 꿀벌이 사라진 게 왜 문제야?”라고 묻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 식량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약 63퍼센트의 식물이 꿀벌의 도움을 받아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뿐만 아니라 그것을 먹고 자라는 동물도 사라지고, 결국엔 인간에게도 식량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지구에서 꿀벌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이 수상한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김영호 박사는 우리에게 닥친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을 과학자의 눈으로 다가가는 법을 알려준다. 곤충 DNA 전문가로서 원인의 주요 단서로 사용할 수 있는 DNA 분석을 바탕으로, ‘꿀벌 속에서 발견된 질병 바이러스, 벌집의 불법 침입자인 꿀벌 응애, 살충제, 심각한 위기로 다가온 기후 변화를 대표 원인’으로 분석한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러한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과학 개념을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처럼 생각하고, 과학적 근거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법들을 배울 수 있다. 또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움으로써 꿀벌의 미래가 곧 어린이들의 미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DNA에는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 곤충들이 왜 특정한 행동을 하는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단다. 말 못하는 곤충의 마음을 DNA로 들여다볼 수 있는 거지. 이 DNA 세계를 알아 가다 보면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마음마저 저절로 생겨날 거야. / 6p


그래프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날개불구증 바이러스’와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 ‘여왕유충흑색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들의 수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한다는 걸 알 수 있어.

영국와 독일에서는 ‘날개불구능 바이러스’와 ‘이스라엘급성마비증 바이러스’가 특별히 겨울철에 많이 나타난다는 걸 알아냈어. 우리나라 꿀벌들이 실종된 것도 겨울이니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우리가 살펴본 그래프에 나타나듯이 꿀벌 실종 사건이 많이 발생한 2021년에 유난히 상승폭이 크다는 연구 결과까지 고려하면 실종 사건의 범인이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게 되는 구나. / 44p


과학자는 하나의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밝혀진 과학적 근거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답을 찾는 사람들이야. 한 과학자가 얻은 결과로 그 현상의 모든 것을 말할 수 없기도 하지. 그저 자신이 밝혀낼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연구하면 그것이 또 다른 과학자의 연구와 연결되어 더 넓은 해석이 가능해진다. / 156p











  꿀벌의 습성을 이해하다보니 꿀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느끼게 된다. 작지만 이토록 소중한 존재를 지키는 데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강력한 공감이 필요한 때인 만큼, 많은 어린이 독자들이 이 책을 꼭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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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11.12 - no.57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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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안과 밖,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Axt』 57호의 키워드는 ‘G.O.A.T’다. Greatest Of All Time. 특정 스포츠 종목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의미하는 단어로 주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특정 영역을 넘어 ‘시간을 초월하여도 유효한, 대체불가능의 존재감을 지닌 이들’에게 우리는 G.O.A.T라 부른다. 내게 있어 고트는 일상을 비트는 감각, 꺾을 수 없는 마음, 외롭지만 그래도 나아가는 용기, 그리하여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드는 전율의 순간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게 있어서 G.O.A.T는 사람이고, ‘임윤찬, 페이커, 신진서, 안세영, 김연아…’ 그 이름들이 쌓아 나아간 대체 불가의 서사다. ‘G.O.A.T라는 단어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바로 그 막막한 시간’이었다던 박연빈 에디터의 말처럼, 수없이 아득하고 막막한 시간 속에서도 부단히 걷고 걸어 기어코 앞으로 나아갔기에 빛날 수 있었던 나의 G.O.A.T들. 그들에게 진심으로 경이를 표하며 그들이 주는 영감이 내 삶에도 중요한 조각을 남기리라 믿어본다.



그런 의미에서 묻지 않을 수 없겠다.

당신의 고트(G.O.A.T)는 무엇인가요?




문학을 사이에 두고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이 마주 볼 수 있다거나 둥그렇게 둘러설 수 있는 일, 우리말인데 끼리끼리 우리끼리 암호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때의 절로 고개 끄덕거림 같은 것만으로도, 그러니까 그 ‘공감’이라는 ‘동심’이 고트 아니려나 싶고요. / 16p









  이번 호의 포문을 연 것은 ‘올해의 G.O.A.T.한 순간들’이다. 김민정 시인과 성해나 소설가, 이동환 목사 그리고 정멜멜 사진작가가 각자 생각하는 고트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으로, 고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되려 커다란 허상에 짓눌리기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시간들을 어떻게 고트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던 이동환 목사의 글이 인상 깊다.



  표지에 실린 구본창 작가의 <비누>에 관한 박지수 편집장의 커버스토리도 눈에 띈다. 비누에 대한 정의와 특성 그리고 형태와 용도 등을 배제하고 비누 그 자체의 본질에 집중한 구본창 작가의 사진을 통해, ‘나’를 수식하는 온갖 숫자와 관념들에 얽매이지 않을 때 진정 나의 허물어짐까지도 껴안을 수 있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어 본다. 젓가락으로 묵을 집어 먹는 듯한 답답한 관계가 지속될 땐, 휴대전화에 ‘옆방 아주머니(엄마)’ ‘옆방 아저씨(아빠)’ ‘옆방 청년’ ‘옆방 학생’으로 변경해보는 것도 은근한 해소법이 된다는 양다솔 작가의 글도 재미있다. 이 외에도 『딸에 대하여』와 『불과 나의 자서전』을 쓴 김혜진 작가의 단편작 외 여러 단편작, 연작, 소설 리뷰도 만나볼 수 있다.




내 연구의 시작은 향기를 차가운 향과 따뜻한 향으로 분류하는 작업이었다. 날카롭고 시퍼렁고 차가운 향기와 둥글고 새빨갛고 따뜻한 향기.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향기를 다른 감각들에 연결시키곤 했다. 특정 향기를 색과 빛으로, 맛으로, 질감으로, 그리고 온도로 표현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낯설다면 지금이라도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붉은빛을 띤 로즈 노트,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머스크 노트, 바람처럼 시원한 라벤더 노트. 우리는 이미 감각의 전이에 익숙해 있지 않은가. / <향기의 온도-CAS N° 112-45-8> 김태형 조향사의 글 중에서 99p


“우리는 계속 따라갈 거야. 계속 쫓아갈 거야. 사진은 사진으로, 영상은 영상으로, 피해자는 가해자로 계속 덮어쓸 거야.” / <덮어쓰기, 박문영> 중에서 170p


긴 세월의 흔적이 남은 이국의 엽서, 누군가의 성격과 습관이 스며든 필체, 지금은 세상을 떠났을 게 틀림없는 수신자와 발신자, 그들 사이에 오고 간 애틋하고 다정한 언어, 그리고 그 언어들 아래 흐르는 뜨거운 마음. 그녀의 내면의 뭔가를 깨운 건 일상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상상력 덕분인지도 몰랐다. 그 엽서들의 주인, 남자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 <빈티지 엽서, 김혜진> 198p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 <빈티지 엽서, 김혜진> 205p









  추위가 깊어지는 계절에는 역시 따뜻한 방구석에서 따뜻한 고구마와 손톱이 노래질 때까지 귤을 까먹으며 무엇이든 읽는 게 최고다. 그 중에서도 문학의 안과 밖,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이런저런 책이 더 읽고 싶어지는 것이 계간지를 읽는 묘미가 아닐까. 올 한 해 쭉 『Axt』와 함께 하면서 ‘읽고 싶은 마음’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문학인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계간지로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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