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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11.12 - no.57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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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안과 밖,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Axt』 57호의 키워드는 ‘G.O.A.T’다. Greatest Of All Time. 특정 스포츠 종목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의미하는 단어로 주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특정 영역을 넘어 ‘시간을 초월하여도 유효한, 대체불가능의 존재감을 지닌 이들’에게 우리는 G.O.A.T라 부른다. 내게 있어 고트는 일상을 비트는 감각, 꺾을 수 없는 마음, 외롭지만 그래도 나아가는 용기, 그리하여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드는 전율의 순간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게 있어서 G.O.A.T는 사람이고, ‘임윤찬, 페이커, 신진서, 안세영, 김연아…’ 그 이름들이 쌓아 나아간 대체 불가의 서사다. ‘G.O.A.T라는 단어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바로 그 막막한 시간’이었다던 박연빈 에디터의 말처럼, 수없이 아득하고 막막한 시간 속에서도 부단히 걷고 걸어 기어코 앞으로 나아갔기에 빛날 수 있었던 나의 G.O.A.T들. 그들에게 진심으로 경이를 표하며 그들이 주는 영감이 내 삶에도 중요한 조각을 남기리라 믿어본다.
그런 의미에서 묻지 않을 수 없겠다.
당신의 고트(G.O.A.T)는 무엇인가요?
문학을 사이에 두고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이 마주 볼 수 있다거나 둥그렇게 둘러설 수 있는 일, 우리말인데 끼리끼리 우리끼리 암호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때의 절로 고개 끄덕거림 같은 것만으로도, 그러니까 그 ‘공감’이라는 ‘동심’이 고트 아니려나 싶고요. /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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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포문을 연 것은 ‘올해의 G.O.A.T.한 순간들’이다. 김민정 시인과 성해나 소설가, 이동환 목사 그리고 정멜멜 사진작가가 각자 생각하는 고트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으로, 고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되려 커다란 허상에 짓눌리기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시간들을 어떻게 고트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던 이동환 목사의 글이 인상 깊다.
표지에 실린 구본창 작가의 <비누>에 관한 박지수 편집장의 커버스토리도 눈에 띈다. 비누에 대한 정의와 특성 그리고 형태와 용도 등을 배제하고 비누 그 자체의 본질에 집중한 구본창 작가의 사진을 통해, ‘나’를 수식하는 온갖 숫자와 관념들에 얽매이지 않을 때 진정 나의 허물어짐까지도 껴안을 수 있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어 본다. 젓가락으로 묵을 집어 먹는 듯한 답답한 관계가 지속될 땐, 휴대전화에 ‘옆방 아주머니(엄마)’ ‘옆방 아저씨(아빠)’ ‘옆방 청년’ ‘옆방 학생’으로 변경해보는 것도 은근한 해소법이 된다는 양다솔 작가의 글도 재미있다. 이 외에도 『딸에 대하여』와 『불과 나의 자서전』을 쓴 김혜진 작가의 단편작 외 여러 단편작, 연작, 소설 리뷰도 만나볼 수 있다.
내 연구의 시작은 향기를 차가운 향과 따뜻한 향으로 분류하는 작업이었다. 날카롭고 시퍼렁고 차가운 향기와 둥글고 새빨갛고 따뜻한 향기.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향기를 다른 감각들에 연결시키곤 했다. 특정 향기를 색과 빛으로, 맛으로, 질감으로, 그리고 온도로 표현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낯설다면 지금이라도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붉은빛을 띤 로즈 노트,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머스크 노트, 바람처럼 시원한 라벤더 노트. 우리는 이미 감각의 전이에 익숙해 있지 않은가. / <향기의 온도-CAS N° 112-45-8> 김태형 조향사의 글 중에서 99p
“우리는 계속 따라갈 거야. 계속 쫓아갈 거야. 사진은 사진으로, 영상은 영상으로, 피해자는 가해자로 계속 덮어쓸 거야.” / <덮어쓰기, 박문영> 중에서 170p
긴 세월의 흔적이 남은 이국의 엽서, 누군가의 성격과 습관이 스며든 필체, 지금은 세상을 떠났을 게 틀림없는 수신자와 발신자, 그들 사이에 오고 간 애틋하고 다정한 언어, 그리고 그 언어들 아래 흐르는 뜨거운 마음. 그녀의 내면의 뭔가를 깨운 건 일상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상상력 덕분인지도 몰랐다. 그 엽서들의 주인, 남자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 <빈티지 엽서, 김혜진> 198p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 <빈티지 엽서, 김혜진> 2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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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깊어지는 계절에는 역시 따뜻한 방구석에서 따뜻한 고구마와 손톱이 노래질 때까지 귤을 까먹으며 무엇이든 읽는 게 최고다. 그 중에서도 문학의 안과 밖,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이런저런 책이 더 읽고 싶어지는 것이 계간지를 읽는 묘미가 아닐까. 올 한 해 쭉 『Axt』와 함께 하면서 ‘읽고 싶은 마음’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문학인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계간지로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