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홀 1 - 맨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1
힐러리 맨틀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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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냉철하고 소름 돋도록 통렬하다!

16세기, 권력의 중심에 선 토머스 크롬웰과 왕실을 둘러싼 암투 그리고 욕망을 다룬 소설!






선왕은 공공연히 말했다. 

애정의 대상이 못 될 바에는 공포의 대상이 되겠다고. / 283p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꾸 호명되는 단어란 것이 ‘권력, 부패, 욕망, 음모, 공모’ 따위라는 게 참으로 유감이다. 공교롭게도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이 이러한 호명에 곧잘 부응하게 되는데, 마침 『울프홀』이 눈에 띈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인 듯하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늑대가 되는 ‘울프홀’의 세계(정치와 종교의 대립, 권력을 향한 욕망과 왕실의 암투가 극에 달했던 16세기 영국 왕실) 속에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왕의 최측근이 되어 마침내 권력의 중심에 선 토머스 크롬웰. 그의 생을 재현한 이 작품은 앞서 호명된 단어들을 통렬하게 투영한다.




이런 생각이 든다. 

다른 세상이 있을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이. 

/ 36p




  이야기는 대장장이인 아버지에게 모진 학대를 받는 크롬웰의 유년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피범벅이 되어 누나의 집으로 도망친 크롬웰은 약간의 돈을 챙겨 도버해협을 건넌다. 다른 세상이 있을 수 있다는, 더 나은 세상이 있을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책은 그로부터 시간을 훌쩍 넘어 헨리 8세 치하의 영국 왕실로 이동한다. 헨리 8세는 아라곤의 캐서린 왕비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하자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교황청에 혼인을 무효화해 달라고 압박을 넣는다. 이 일의 책임자 역할을 맡은 울지 추기경은 교황청이 끝끝내 헨리 8세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왕의 신임을 잃고 추락한다. 이 무렵,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법률가로 자수성가한 크롬웰은 울지 추기경의 심복으로 왕실과 중개자 역할을 자처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추기경의 실각과 함께 왕의 눈에 띄게 된다.




“딱히 잉글랜드인이라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원래 그렇지 싶어요. 사람들은 늘 뭔가 더 나은 게 있기를 바라죠.”

“하지만 그런 변화로 그들이 얻는 게 뭡니까?” 캐번디시는 집요하다. “고기로 실컷 배를 채운 개가 뼈다귀까지 뜯을 만큼 굶주린 개로 바뀌는 것뿐인데. 명예로 살을 찌운 자가 나가고 배곯고 깡마른 자가 들어오는 셈인데.” / 95p




이 나이쯤 되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남달라서 성공하는 게 아니다. 영특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강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교활한 사기꾼으로 거듭남으로써 성공하는 것이다. / 102p











  이렇게 『울프홀』 1권은 토머스 크롬웰이 천한 신분이라는 배경을 딛고 왕의 오른팔로 급부상하기 시작하며 끝이 난다. 책은 울지 추지경조차도 ‘미천한 인생들이 줄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저 네모난 몸집의 투견에 가까운 사람’이라 묘사할 정도로 주변으로부터 경멸과 무시를 당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내부에 철저히 숨긴 채 이를 착실하게 실현해가는 인물로 그려나간다. 가족이나 자신의 사람이라 여기는 이들에게는 한없는 충성과 애정을 보이지만,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냉철하다. 잔인하고 교활하며 기회주의적인 성품으로만 묘사되었던 여타의 작품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궁금하군.” 울지 추기경이 말한다. “자네는 우리 군주를 참아낼 수 있을까? 한밤중까지 술을 마시며 서퍽 공작과 낄낄거리거나 노래를 하고, 그날 올린 서류에 아직 서명도 하지 않았고, 자네가 독촉이라도 할라치면 이렇게 말하는 군주를. 나는 이제 자야겠소. 내일 사냥을 나갈 거라…… 언젠가 보필할 기회가 오거든 그분을 있는 그대로, 향락을 사랑하는 군주로 받아들여야 할 걸세. 그리고 폐하도 자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지. 미천한 인생들이 줄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저 네모난 몸집의 투견에 가까운 사람이란 걸 말이야.” / 140p



“맞아, 그 법률가도 추기경이랑 같이 망하겠지. 말이 법률가지, 진짜 정체가 뭔데? 아무도 몰라. 소문으로는 그치가 제 손으로 사람들을 죽이고도 고해성사 한 번을 제대로 안 했대. 하지만 그렇게 센 척하는 인간들이 꼭 교수형집행인 앞에 서면 질질 짜고 난리지.” / 258p











  1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자정이 넘은 시각 헨리가 다급하게 크롬웰을 불러들이는 부분이다. 망연한 표정의 헨리는 죽은 형님이 꿈에 나왔다며, 차남이었던 자신이 죽은 형님을 대신해 왕위에 오른 것도 모자라 그의 아내를 자신의 아내로 맞은 것에 대한 수치를 주러 꿈에 나온 게 틀림없다며 고통스러워한다. 이때 크롬웰은 헨리의 팔을 덥석 붙든다(이 행동 하나로 힐러리 맨틀은 크롬웰의 위치와 지위가 얼마나 상승되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는 수치가 아니라 본인이 실현하지 못한 것을 헨리가 대신 해주길 바란다는 뜻으로, 유일무이한 최고 지도자로서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통치자의 면모를 보일 때임을 강조하며 오히려 그를 북돋는다. 이는 훗날 헨리가 수장령을 통해 교황청에서 독립하여 잉글랜드 국교회를 성립하는 역사의 단초가 되는 장면으로, 상황을 새롭게 전환하고 장악하는 크롬웰의 명민함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크랜머가 미소를 짓는다. “하느님은 우리의 적을 교란할 목적으로 선생의 얼굴을 빚으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손, 상황을 장악하는 손 말입니다-선생이 폐하의 팔을 움켜잡았을 때 내가 움찔하고 말았습니다. 폐하 역시 그걸 느꼈고요.” / 417p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일단 여기서 글을 추스르고 서둘러 2권으로 넘어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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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파리 스콜라 창작 그림책 90
한연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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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기심으로 탄생된 기묘하고도 수상한 사파리!

독특한 발상과 강렬한 그림체로 멸종 동물의 위기를 전달하는 한연진 작가의 아주 특별한 그림책!





  동물 사랑꾼 김사냥의 《이상한 사파리》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동물 사랑꾼 김사냥의 사파리에 ‘자연 사랑 모임’ 회원들이 찾아온다. 김사냥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투어버스에 올라 탄 회원들은 푸르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토끼, 풍성한 털을 뽐내는 여우, 낮잠을 자는 거대한 거위 무리, 아름다운 꽁지깃이 눈에 띄는 수컷 공작들을 차례로 만난다. 회원들은 울타리가 없어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이 특별한 사파리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사진 찍기에 바쁘다.










여러분, 즐거우신가요?

이제 저희 사파리의 자랑인 마지막 코스로 접어듭니다.

더욱 깊숙하고 특별한 공간으로 이동하오니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 주시길 바랍니다.

 / 책 속에서



  대체 이 위화감은 뭐지? 사파리의 마지막 코스로 이동할수록 뭔가 이상한 느낌이 감지된다. 멸종 위기 동물의 뿔이 사파리 곳곳에 전시되어 있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호랑이와 곰이라고 자부하는 동물의 가죽이 걸음걸음마다 밟힌다. 최초공개라며 회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곳에는 초대형 코끼리의 거대한 상아가 탑처럼 쌓여 있다. ‘자연 사랑 모임’ 회원들은 이 신비한 광경에 플래시 세례로 환호한다!




  “엄마, 여기 이상해….”



  이게 맞는 걸까, 함께 책을 읽던 아이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파리’라는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인간의 이기심과, 그로 인해 멸종되어 전시되고만 동물의 흔적들은 시종 유쾌해 보이는 이야기와 달리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낌없이 내어주었던 자연에게 정작 인간은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상한 사파리》 라는 제목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내몰린 동물들의 모습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담아낸 그림책이다. 동물 보호라는 주제를 반전과 아이러니, 유머로 풀어낸 한연진 작가의 특별한 작품 세계에 감탄하며 읽게 된다. 과감한 펜선 처리와 흑백 패턴의 질감, 주요 포인트에만 색을 덧입힌 강렬한 그림체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동물이 전시품으로 전락하는 미래가 오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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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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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을 꿈꾸는 기획자다!

기획자라면 반드시 마음속에 품고 있어야 할 가치와 덕목들!






  최신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편의점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편의점 신상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된 목록이 매주 SNS에 업데이트될 정도로 트렌드 반영이 가장 빠른 곳이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와 사회적인 현상까지 식품 산업에 반영하는 기획자들의 기민한 감각과 통찰이 놀라울 정도다. 기획이란 결국 ‘인간의 마음은 언제 움직이는가’를 알아채는 작업이라던 정은우 대학내일인사이트전략본부 본부장의 말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생태계 속에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로잡기 위한 기획자들의 분투가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도 여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기획자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은 무엇이며,

성장하는 기획자는 무엇이 다른가?




기획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다. 

타깃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아이디어를 고민하면 

그건 늘 기획 상태에 있는 것이고, 

그 상태에 있는 한 우린 모두 기획자다. / 76p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획은 어떻게 탄생하며 탁월한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질과 능력이 필요할까? 『기획자의 사전』은 치열한 기획의 경쟁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획자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반드시 품어야 할 자질들을 스물아홉 가지 단어로 정의한다. 1부인 ‘실무 사전’ 편에서는 트렌드, 케이스 스터디, 문제 정의, 인사이트, 콘셉트와 같이 기획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되짚어본다. 흔히 써왔지만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느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용어들 속에서 기획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길어 올리는 저자의 혜안이 빛난다.




  이 중 어떤 상황이나 사유에서 상호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를 연결하는 사고를 가리키는 ‘이종 교배’라는 단어가 무척 흥미롭다. 뻔하고 당연한 것들이 아닌,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엉뚱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해보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탄생하는 법이다. 그렇게 이종의 많은 것을 길어 올리려면 일단 내 안에 이종의 많은 것을 고이게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크게 와 닿는다.




시대에 따라서, 국가나 사회에 따라서, 개인이 놓여 있는 상황에 따라서 답은 모습을 바꾸지만 ‘질문’은 늘 변함없으며, 그 질문에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 담긴다. 기획자는 이 질문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욕망을 채굴할 수 있어야 한다.

트렌드를 쉽게 자각할 수 있는 자명한 것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쁜 기획자는 트렌드를 베끼지만 좋은 기획자는 그 속에서 욕망을 찾으려 한다. / 26p



기획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자료 조사를 한다. 대부분은 몇 가지 희귀한 성공 사례만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둘러보면 같은 방식을 쓰고도 실패한 사례가 지천이지만 성공 사례가 보여주는 그럴싸한 방식에 매몰되어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놓친다.

기획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경쟁사의 성공 사례를 모으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경쟁사의 성공 사례만 모으다 보면 생존편향에 빠지게 된다. / 30p



빠르게 아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의 성공이나 동종 업계의 실패 사례까지 볼 줄 알아야 한다. 다르게 볼 줄 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 34p









  2부인 ‘도구 사전’ 편에서는 필기구, 기록, 데이터, 언어, 수집과 같이 기획자들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도구를 설명한다. ‘아무리 육중한 생각이 있더라도 한 줌의 빙산으로 떠오르지 못하면 그 생각은 세상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획은 육체의 노동이라기보다는 사고의 노동이기에 ‘내 안의 생각들을 많이 퍼올리기 위해서는 또한 다시 고이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좋은 취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이는 좋은 기획을 만드는 마음가짐을 다룬 3부 ‘태도 사전’과도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등속’이란 단어가 크게 다가온다. 저자는 누군가 자신에게 기획자에게 가장 필요한 에너지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견디며 계속하는 힘’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내가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에도 욕실로 들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마음 같은 것, 매번 참신한 아이디어와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꾸준히 하는 능력이 기획자의 큰 능력이라는 그의 말은 기획자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좋은 브랜드는 편지 쓰듯 자기 제품을 말한다. 멋을 내려는 게 아니다. 정확히는 자신들이 제품을 만드는 ‘마음’을 전하려는 것이다. ‘진실된 마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이만한 방식이 없다. / 148p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내가 좋아하는 세상보다 더 크고 깊다는 사실을 기획자는 알아야 한다. / 210p



‘부엽토’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게서 떨어진 낙엽이 다시 나를 자라게 한다는 부엽토의 원리를 보면 결국 성장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주는 것만 같아서다. 하긴 인간의 성장이나 식물의 성장이나 뭐가 그리 다르겠는가. 그걸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아닌 마음이 있을 뿐이지. / 234p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삶에서 성장을 꿈꾸는 기획자다. 그런 의미에서 책에서 제시하는 스물아홉 가지의 단어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큰 영감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한 줄의 글을 길어 올리기 위해, 한 줌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기획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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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은 괴물이야! - 무한 미래가 온다 수학 시리즈 10
김성화.권수진 지음, 조승연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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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와 문제 풀이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 곳곳에서 수학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수학교양서!







  혹시 그런 생각해 본 적 있어? 어디까지, 얼마까지 수를 셀 수 있을까?




  우리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1초에 한 개씩 수를 센다면 어디까지 셀 수 있을까? 정답은 86,400이야. 한 달이면 259만 2,000을, 1년이면 3,110만 4,000을, 10년이면 3억 1,104만 정도까지 셀 수 있어. 100년 동안 수만 세다가 죽는다면 30억 정도까지 셀 수 있지.




  생각보다 30억은 어마어마하게 큰 수지?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수가 얼마든지 많아. 그런데 재미있는 게 뭔지 아니? 네가 아무리 가장 큰 수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세상에서 가장 큰 수는 없어. 거기에 하나만 더 해도 가장 큰 수가 되고, 또 하나만 더 해도 가장 큰 수가 되니까. 어우, 어질어질하지? 우린 그걸 ‘무한’이라고 해.












  이렇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한하고, 무한하고, 무한한 수에 대해 수학자들은 ‘무한은 위험해’ ‘무한은 괴물이야’ 라고 생각했대. 하지만 칸토어 이후의 많은 수학자들이 무한의 복잡성과 신비로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 놀랍도록 기이한 무한의 세계를 만나러 가 볼까?





아무리 들어도 무한에 관한 이야기는 

기이하기 짝이 없어. 

무한을 알려고 하면 지금까지의 생각과 지식과 

상식을 버려야 해. / 124p





  와이즈만북스의 ‘미래가 온다-수학’ 시리즈는 수학자처럼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고전 수학부터 현대 수학에 이르기까지 신비로운 수학의 원리를 탐구하게 하는 어린이 교양서다. 그 중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무한은 괴물이야!』에서는 수학의 개념 중에 하나인 ‘무한’에 대해 탐구한다.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가 어떻게 무한을 발견하고 연구했는지, 자연수가 더 많은지 분수가 더 많은지, 무리수가 무엇인지, 낯설고 복잡한 무한의 개념을 어린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듯이 들려준다.





1938년,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가 10을 100번 곱한 수를 생각했어. 그리고 아홉 살짜리 조카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는데, 그 애가 ‘구골’이라고 했다는 거야. 수백 수천만 개의 웹 페이지를 탐색하는 데 1초도 안 걸리는 인터넷 검색 엔진 구글의 이름이 바로 바로 구골에서 왔다는 말씀. / 14p



1.41421356237…… 끝없이 이어지는 수를 어떻게 공책에 쓰겠어? 할 수 없이 수학자들이 줄여서 √2라 쓰기로 했어. 읽을 때는 루트2야. 이렇게 소수점 뒤에 수가 반복되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수를 ‘무리수’라고 불러.

알고 보니 수직선 위에 무리수들이 무한히 많이 있었어.

자연수와 자연수 사이에, 분수와 분수 사이에!

수직선 위에 자연수가 무한히 많아. 분수도 무한히 많아.

하지만 무리수가 훨씬 훨씬 훨씬 더 많아! / 68p










  무한히 무한히 많은 손님이 와도 무한히 많은 객실이 있는 놀라운 곳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 원숭이가 자판을 무한히 누르다보면 언젠가는 원숭이도 《백설 공부와 일곱 난쟁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무한 원숭이 정리’, 집합과 원소 등 ‘무한’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수학 개념을 가져와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무한을 상상하고 즐기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적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아울러 ‘미래가 온다’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교과서와 문제 풀이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언어로 수학을 대하고, 일상 곳곳에서 수학의 재미를 발견하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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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자녀교육 로드맵 - AI 시대 우리 아이는 적응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김상균 지음 / 빅피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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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머물러선 안 된다!

AI 시대에 걸맞은 공부법과 교육법을 제시하는 부모 교육서!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말이다. 이미 AI가 단순 반복적인 작업들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면서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AI 도입으로 인한 기업 경영의 변화로 대기업의 정기 공채 비율이 줄어든 데다, 의사와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 고소득 직종으로 분류되었던 직업 역시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는 AI를 이해하고 그 도구를 활용하는 아이와 그러지 않은 아이 사이의 격차 역시 점점 커질 것이라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 아이에게도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 로드맵이 필요해 보인다.



  『2030 자녀교육 로드맵』은 AI 시대에 따른 교육의 대전환기를 맞아 이에 필요한 자녀 교육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인지과학자이자 미래 교육 분야의 전문가인 김상균 교수는 이 책을 통해 AI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산업 지형을 분석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행 교육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AI 교육의 실천법을 소개한다. 급변하는 기술의 시대, AI와 잘 협업하며 자기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의 입시와 진로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한 부모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디지털 교과서 전면 시행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육 현장에 이런 변화의 바람은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을 점점 더 늘려간다면, 학생들도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을 높여야겠지요. 이는 디지털 기기를 더 많이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종이책, 디지털 기기, AI 도구 등을 융합해서 효율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변화 방향, 대응 방법을 부모님도 알고 준비해야 합니다. / 64p













  저자는 이제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아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AI 시대에는 AI와 잘 협업하되 AI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갖춘 인재가 주목받게 될 것이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담대한 마음으로 폭넓게 탐구하고(탐험력), 기존 관행을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본질을 통찰해서 의문을 제시하며(질문력), 다른 사람이나 AI와 협력하며 소통하고(교감력), 주어진 정보와 상황을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며(판단력),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여 큰 틀을 새로 짤 수 있는(적응력)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모인 우리는 아이에게 이러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당장의 필요성만을 놓고 학습하지 않고, 낯선 영역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개 부모는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그건 성적 향상에 도움이 안 돼.” “그건 대학 입시에 반영 안 돼.” 등과 같이 그것이 쓸모 있는지를 먼저 따지곤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동량이 몹시 큰 시대에는 부모의 관점이나 경험, 쓸모를 판단해서 아이의 미래를 재단하기보다는 아이에게 무용한 것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지금처럼 사회적·정치적 이슈가 높은 때일수록 “이런 상황에서 저 사람은 왜 그렇게 판단했을까?”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와 같이 아이가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도록 도와주고, 윤리적 딜레마를 토론하며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정해진 답이나 하나뿐인 해결책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판단은 어른의 몫, 자기보다 뛰어난 다른 이들의 몫이고 나는 그저 따르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일상에서 판단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하겠다. 이 외에도 AI가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 AI의 결과를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항상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태도도 꼭 필요하다.



더 이상 부모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들의 탐구 과정을 안내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실패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꿈에 다다르는 여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 109p


타인의 생각을 차분하게 들어주고 내 생각도 섬세하게 표현하는 과정, 타인의 긴 글을 읽고 나도 길게 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생각이 달라도 외면하기보다는 그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 익숙하기에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주는 배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는 교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지도, 유명인의 강연도 이런 과정, 노력, 배려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내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실천에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실천의 경험을 많이 쌓아주면 좋겠습니다. / 119p











   이미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었고 AI를 활용한 교육이 더욱 확대될 예정이지만, 부모인 우리는 여전히 우리 세대의 교육 방식에 매몰되어 있다. 또 교육 현장의 변화를 부모가 체감하기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읽게 된 이 책을 통해 AI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의 역량은 무엇인지, 부모인 내가 아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가늠하고 고민해볼 수 있어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AI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교육 생태계 속에서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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