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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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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을 꿈꾸는 기획자다!
기획자라면 반드시 마음속에 품고 있어야 할 가치와 덕목들!
최신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편의점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편의점 신상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된 목록이 매주 SNS에 업데이트될 정도로 트렌드 반영이 가장 빠른 곳이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와 사회적인 현상까지 식품 산업에 반영하는 기획자들의 기민한 감각과 통찰이 놀라울 정도다. 기획이란 결국 ‘인간의 마음은 언제 움직이는가’를 알아채는 작업이라던 정은우 대학내일인사이트전략본부 본부장의 말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생태계 속에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로잡기 위한 기획자들의 분투가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도 여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기획자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은 무엇이며,
성장하는 기획자는 무엇이 다른가?
기획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다.
타깃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아이디어를 고민하면
그건 늘 기획 상태에 있는 것이고,
그 상태에 있는 한 우린 모두 기획자다. / 76p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획은 어떻게 탄생하며 탁월한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질과 능력이 필요할까? 『기획자의 사전』은 치열한 기획의 경쟁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획자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반드시 품어야 할 자질들을 스물아홉 가지 단어로 정의한다. 1부인 ‘실무 사전’ 편에서는 트렌드, 케이스 스터디, 문제 정의, 인사이트, 콘셉트와 같이 기획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되짚어본다. 흔히 써왔지만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느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용어들 속에서 기획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길어 올리는 저자의 혜안이 빛난다.
이 중 어떤 상황이나 사유에서 상호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를 연결하는 사고를 가리키는 ‘이종 교배’라는 단어가 무척 흥미롭다. 뻔하고 당연한 것들이 아닌,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엉뚱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해보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탄생하는 법이다. 그렇게 이종의 많은 것을 길어 올리려면 일단 내 안에 이종의 많은 것을 고이게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크게 와 닿는다.
시대에 따라서, 국가나 사회에 따라서, 개인이 놓여 있는 상황에 따라서 답은 모습을 바꾸지만 ‘질문’은 늘 변함없으며, 그 질문에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 담긴다. 기획자는 이 질문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욕망을 채굴할 수 있어야 한다.
트렌드를 쉽게 자각할 수 있는 자명한 것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쁜 기획자는 트렌드를 베끼지만 좋은 기획자는 그 속에서 욕망을 찾으려 한다. / 26p
기획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자료 조사를 한다. 대부분은 몇 가지 희귀한 성공 사례만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둘러보면 같은 방식을 쓰고도 실패한 사례가 지천이지만 성공 사례가 보여주는 그럴싸한 방식에 매몰되어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놓친다.
기획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경쟁사의 성공 사례를 모으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경쟁사의 성공 사례만 모으다 보면 생존편향에 빠지게 된다. / 30p
빠르게 아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의 성공이나 동종 업계의 실패 사례까지 볼 줄 알아야 한다. 다르게 볼 줄 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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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인 ‘도구 사전’ 편에서는 필기구, 기록, 데이터, 언어, 수집과 같이 기획자들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도구를 설명한다. ‘아무리 육중한 생각이 있더라도 한 줌의 빙산으로 떠오르지 못하면 그 생각은 세상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획은 육체의 노동이라기보다는 사고의 노동이기에 ‘내 안의 생각들을 많이 퍼올리기 위해서는 또한 다시 고이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좋은 취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이는 좋은 기획을 만드는 마음가짐을 다룬 3부 ‘태도 사전’과도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등속’이란 단어가 크게 다가온다. 저자는 누군가 자신에게 기획자에게 가장 필요한 에너지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견디며 계속하는 힘’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내가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에도 욕실로 들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마음 같은 것, 매번 참신한 아이디어와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꾸준히 하는 능력이 기획자의 큰 능력이라는 그의 말은 기획자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좋은 브랜드는 편지 쓰듯 자기 제품을 말한다. 멋을 내려는 게 아니다. 정확히는 자신들이 제품을 만드는 ‘마음’을 전하려는 것이다. ‘진실된 마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이만한 방식이 없다. / 148p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내가 좋아하는 세상보다 더 크고 깊다는 사실을 기획자는 알아야 한다. / 210p
‘부엽토’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게서 떨어진 낙엽이 다시 나를 자라게 한다는 부엽토의 원리를 보면 결국 성장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주는 것만 같아서다. 하긴 인간의 성장이나 식물의 성장이나 뭐가 그리 다르겠는가. 그걸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아닌 마음이 있을 뿐이지. /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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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삶에서 성장을 꿈꾸는 기획자다. 그런 의미에서 책에서 제시하는 스물아홉 가지의 단어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큰 영감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한 줄의 글을 길어 올리기 위해, 한 줌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기획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