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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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를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시간들!

정여울 작가의 깊은 감수성과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이 만난 감성 에세이!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선 작가, 생텍쥐페리

 

  평생 비행 조종사로 하늘을 날며 하늘이라는 드넓은 여백을 상상력으로 채운 남자, 생텍쥐페리. 그의 이야기는 비행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늘의 길을 택했던 그의 모험이 만들어낸 유산이다. 수많은 사물들이, 상념의 존재들이 사유의 틈을 내어주지 않을 때 오롯이 하늘과 별과, 산과 구름을 보며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선 이 위대한 작가는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글로써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길들이고 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어린 왕자>를 비롯하여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인간의 대지>, <전투 조종사> 등등의 작품을 통해 보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따스한 정서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물론 인간에게는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갈 닫힌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일상생활에 전혀 쓸모없을지라도 광활한 은하수와 바다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 성채 중에서 -

생텍쥐페리에게는 하늘이야말로 그런 ‘창조성의 여백’이었다. 마음껏 생각할 수 있는 공간. 이것이 쓸모 있을까, 사람들이 생각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 식으로 ‘판단’하지 않는 진정 제멋대로인 상상의 공간. 그 텅 빈 하늘의 여백이 생텍쥐페리로 하여금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서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다. / 16p~17p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

 

  작가 정여울의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바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하나하나 특별한 눈으로 보고 마침내 스스로 별이 된 생텍쥐페리를 기억하며, 그의 작품 속에서 반짝이는 생의 아포리즘들을 기록하고 성찰한 감성에세이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겨울 때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지구를 들어 올리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때마다 그의 문장을 떠올린다. 쓰러진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는 그의 빛나는 문장들을 보며 자신의 삶과 나아가 우리들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글을 써내려간다. 이런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참 차분해지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든다. 더욱이 생텍쥐페리의 작품에서 미처 읽지 못한 메시지들을 해석하는 그녀의 남다른 응시와 사유가 작품을 읽는 시야를 넓혀준다. 중요한 것은 생텍쥐페리를 통해 소통하는 법,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에 대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데 있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했던 생텍쥐페리처럼 그녀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의 소통은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너와 다른 사람은 나를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를 풍요롭게 한다. 그 사람과 나의 만남으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각자의 존재일 때보다 더 높은 무언가가 된다. - 전투 조종사 중에서 -

너와 나의 다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타락하지 않는다. (…중략…) 이런 깨달음은 주로 책을 읽을 때에 얻게 된다. 나에게 책은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는 내면의 극장이다. 책 속의 행간이 바로 영혼이 숨 쉬는 곳이다. 지은이와 대화할 수 있는 행간의 여백이 책 읽기의 눈부신 기쁨을 자아낸다. / 24p~25p

 

 

당신의 빛나는 생의 의지를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생텍쥐페리의 작품 중 완독한 것은 <어린 왕자> 뿐이지만,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반드시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이해가 가능하며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을 만나본 기분이 들게 한다. 그 중 <야간 비행>의 어느 문장이 참 인상적이다.

 

 

탁자에 팔꿈치를 괸 채 등잔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농부는 자기의 소망을 누군가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자기의 소망이 빛을 품고 하늘까지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등잔이 자기 집의 초라한 식탁만을 밝혀준다고 생각하지만, 절망하듯 비틀거리며 타오르는 그 불빛의 깜빡임을 누군가는 먼 곳에서 바라보며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 야간 비행 중에서-

당신이 너무 평범하다고 좌절하지 말라. 당신이 이룬 것이 너무 보잘것없다고 자책하지 말라. 당신의 평범함 뒤에 감춰진 가장 빛나는 생의 의지를 누군가는 반드시 알아볼 것이다. 내 가장 아름다운 불빛의 신호를 알아봐 주는 사람, 그를 찾아 끝없이 길을 떠나는 것이 인생이다. / 42p~43p

 

 

  <야간 비행>은 광막한 밤의 세계를 날며 홀로 싸우는 비행사들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무한으로 펼쳐진 하늘, 캄캄한 밤하늘을 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오랫동안 불빛 없는 하늘을 날다 우연히 눈에 늘어온 농가의 불빛을 바라본 순간, 비록 농부에게는 초라한 식탁을 비출 램프일지라도 조종사의 눈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빛의 신호만큼이나 아름다운 감동이었을 것이다. 그 빛은 조종사에게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생의 의지와 다름없다. 이에 대해 작가 정여울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단면을 바라본다. 나의 평범함 뒤에 감춰진 가장 빛나는 생의 의지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찾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그녀의 글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이렇듯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깊은 상념에 빠져 잠 못 이룰 때, 인생의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어 헤맬 때, 관계와 소유로부터 이기적인 마음을 가눌 수 없을 때 한 번씩 들추어보면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요즘처럼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읽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마음의 눈을 빌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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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밸런스 - 모든 건강의 근원은 숙면에 있다!
한진규 지음 / 다산라이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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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근원은 잘못된 수면에 있다!

우리의 잠을 방해하는 것들로부터 숙면을 되찾게 하는 건강 도서!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밤을 새어 공부하는 학생과 야근 혹은 집에서까지 일에 매달리는 직원들을 칭찬하고, 정상적으로 자는 사람들을 오히려 게으르다고 여기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오죽하면 나는 자는 시간이 아까워 뭔가 하나라도 더 하고 자야 직성이 풀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주위의 많은 사람들 역시 일종의 강박처럼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토록 수면의 양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면의 질, 즉 수면 상태마저 장애를 겪고 있다면 분명 심각한 일이다. 입을 벌리고 자는 것, 엎드려서 자는 것, 코골이, 푹 잔 것 같은데도 낮에 계속 졸린다거나 꾸벅꾸벅 졸기 일쑤라면 명백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께 생활하는 가족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스스로 문제점을 느낄 정도로 심각해보이지 않는 한 자신의 수면 상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숙면’이야 말로 모든 건강의 근원이며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고 몸이 찌뿌둥하면 우리는 혹시 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거나 비타민 부족을 생각해보곤 한다. 또는 집터에 수맥이 흘러 기(氣)의 흐름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겨서 몸이 피곤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더러 있다. 아무도, 심지어 의사조차 수면에 장애가 있다고 말하지 않고, 어떠한 사람도 자신에게 수면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수면장애’하면 밤에 잠을 못 자거나 자주 깨거나 하는 불면증을 떠올리지, 몸이 피곤한 증세만으로 수면장애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 66p

 

 

일반적으로 지능은 유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기억, 판단, 창조, 사고 등을 관장하는 대뇌의 신피질이 유전적으로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즉, 똑똑한 머리도 후천적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뇌 활동을 발달시키려면 그저 열심히 공부만 하는 책벌레가 될 게 아니라 규칙적인 식습관과 적절한 휴식, 수면과 운동 등의 생활 습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100p

 

 

 

수면 밸런스가 필요한 이유

 

 

   <수면 밸러스>의 저자 한진규 원장은 아시아에서 10명 남짓 되는 미국 수면 전문의 자격을 국내 신경과 의사로는 처음으로 취득해 올바른 수면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국내 최고의 수면 분야 권위자다. 그는 수면이야 말로 인간의 거의 모든 신체 영역에 관여하고, 그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면은 하루 동안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뇌와 심장을 쉬게 하고, 피로 회복과 세포의 신진대사를 도우는 것은 물론, 면역력 강화, 생활리듬과 체온 조절, 기억 정리와 저장, 얼굴의 윤곽 형성, 성 기능 유지 등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여러 번 설명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이토록 우리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책임지고 있는 수면을 우리는 얼마나 충분하게, 좋은 질로 누리고 있을까? 이에 대해 책에서는 나의 수면 습관을 체크해보고 나에게 맞은 수면 패턴을 찾아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수면 밸런스를 깨뜨리는 다양한 요인들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수면 장애에는 코골이와 구강호흡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 인류는 코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여기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저호흡(수면무호흡)을 유발하게 되는데 저호흡으로 잠을 자면 체내 산소량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해 숙면에 방해를 받게 된다. 특히 코골이가 심한 사람의 경우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산소 부족 현상이 저산소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폐동맥에 고혈압을 유발시켜 심장에 무리를 주는 것은 물론, 산소에 예민한 뇌세포들이 망가져 뇌 손상도 유발한다고 하니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듯하다. 대체로 중년의 남성에게 코골이가 자주 발견되는데, 본인 스스로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꼭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당부한다. 나아가 저자는 이에 대한 치료법으로는 상기도 양압 치료술을 이상적으로 언급하는데, 이는 수면 중 기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끔 일정한 양의 공기를 주입함으로써 수면 중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시키는 치료 방법이라 하니 그저 단순한 코골이라 여기지 말고 자신의 상태를 꼭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문제는 코골이뿐만 아니라 잠을 잘 때 구강호흡 즉, 입을 벌려서 자는 자세도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밤에 입을 벌리고 잔다는 것은 호흡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이를 습관처럼 하게 되면 턱 근육을 지나치게 사용하게 되어 턱 성장에 이상을 가져오게 될 확률이 무척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어린아이의 얼굴을 10살 전후에 완성되므로, 만약 아이가 입을 벌리거나 심하게 코를 골고 잔다면 얼굴 틀이 형성되기 전에 치료해주어야 안면비대칭, 수면 무호흡을 예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아이의 경우, 성장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깊은 수면 단계를 방해받으면 발육과 성장을 더디게 만들고 면역 기능마저 떨어져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으며, 주의력 결핍까지 동반하니 보호자가 아이의 수면장애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대표적인 수면장애로 꼽는 것 중에 불면증도 빼놓을 수 없다. 대다수의 불면증 환자들은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불면증을 겪는 환자들을 상대로 인성 검사를 해본 결과, 이들에게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화를 발산하지 못하고 혼자 마음속에 담아 두고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즉, 오늘날 만병의 근원이라 꼽히는 스트레스가 숙면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여섯 가지 방법을 들어 생활 속에서 꼭 지킬 수 있도록 해보라고 권고한다.

 

 

 

각성호르몬을 자극하지 않는 여섯 자기 생활 수칙

① 잠이 올 때만 잠자리에 눕자

② 침대는 수면 이외의 목적으로는 이용하지 말자

③ 잠들기 힘들면 일어나서 침실 밖으로 나가자

④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세 번째 방법을 반복하자

⑤ 취침 시각이나 수면시간과 관계없이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자

⑥ 낮잠은 30분을 넘지 말자 / 89p

 

 

 

수면 밸런스 회복을 꿈꾸며

 

 

   책은 이 외에도 야경증, 몽유병, 이갈이, 자고 또 자도 졸리는 기면증 등 수면 밸런스가 깨졌을 때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과 그 치료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어긋난 수면 밸런스를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일단 자신의 생체리듬이 일반형인지, 저녁형인지, 아침형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하기 보다 서서히 개선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흔히들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제를 복용하는데 안전하게 수면제를 처방받는 방법과 복용 요령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병원에 가지 않고서 건강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음식에서 답을 구하는데,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유용한 정보여서 나 또한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밤을 일찍 맞고, 낮에 충분한 햇빛을 온몸 가득 받으며 야간 운동을 금하고 무리하게 자려고 노력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기 전에 미리 생각을 정리하고 침대에 들고, 반신욕이나 족욕을 통해 잠이 오기 쉬운 몸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방법 중에 하나가 수면일기인데, 매일 짧은 메모나 일기 형식의 글을 통해 자신의 수면 상태를 체크하거나 그날의 일과를 기록함으로써 고민과 생각을 떨쳐내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드는 방법을 권장한다.

 

 

수면센터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쓰고 있는 수면 일기는 취침과 기상 시간, 총 수면시간만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인데, 개인적으로 이것보다는 매일 오후나 저녁식사 후 그날 겪었던 일이나 걱정됐던 일을 부담 없이 간단한 메모나 일기 형식으로 쓰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날 걱정, 한 달 안에 해결된 걱정, 평생 걱정 등으로 나누어서 일기에 쓰고 자신의 마음속에 잇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기분으로 기록한다. 그러면 이후에는 쓸데없는 걱정이나 공상은 하지 않게 되어 과도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는 풀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192p

 

 

   끝으로 부록에 실려 있는 잠을 부르는 명상 CD가 근육 이완 및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고민이 있거나 잠들기 어려운 날엔 도움이 빌려봐야겠다. <수면 밸런스>는 오래 잔 것 같은데도 푹 잔 것 같지 않고, 몸도 편치 않았던 나의 수면 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던 유용한 책이었다. 특히 우리 아이의 수면 상태는 어떠한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 더욱 의미 있었다. 아내로써 늘 잠이 부족한 남편의 수면 환경을 관리해줄 필요성도 느낄 수 있었기에, 이 책이 세대와 특정의 수면 장애자를 불문하고 꽤 유용한 건강 도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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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역자 노트 + 프랑스어 원문 + 영역판 수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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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작의 가치를 바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원작 그 이상의 감동!

순수한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모순된 어른들의 세계를 그린 영원한 고전동화!

 

 

 

  ‘모든 어른들은 처음에는 아이였습니다.’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는 책 서문에 레옹 베르트에게 바치는 헌사로 이와 같은 글을 썼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그것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마치 다른 별에서 지구를 찾아왔다 떠난 어린 왕자처럼, 모든 어른들은 제 속에서 아이였던 순간들을 지구 밖의 어떤 별에 떠나보낸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왕자는 세상 모든 어른들의 순수했던, 아이로 대표되는 지점을 상징하는 기호이자 어른의 세계로 진입은 했지만 여전히 어른 아이에 머물러있는 우리들이 붙잡고 싶은 동화이다.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추억하는 동경이 아니라 순수한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본 모순된 어른들의 세계를 통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잊고 지냈던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지금에 와서 읽는 <어린 왕자>는 그러한 이유로 내게 있어 의미가 꽤 새로워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다시 읽는 <어린 왕자>’가 아니라 유년 시절에 읽었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읽지 못했던 이야기들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리 다가온 ‘새로 읽는 <어린 왕자>’가 되었다.

 

 

정교한 은유와 표현을 완성한 번역으로 새롭게 읽는 <어린 왕자>

 

  소행성 B612로부터 온 어린 왕자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또한 많은 번역본이 나왔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왕자>의 원문이 프랑스어란 사실을 안다거나, 번역본의 완성도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일부 책들은 번역자를 따로 두지 않거나,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역이 발생함에도 그것을 간과하고 출간하기도 한다니 작품의 본질을 제대로 담고 있는 것인지 미심쩍다.

  사실 <어린 왕자>는 그저 쉽게 읽히는 동화가 아니다. <어린 왕자>에는 마음의 눈으로 읽어야 하는 수많은 은유들이 존재한다. 은유는 곧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도 해서, 이 책을 읽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읽을 때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역자 역시 ‘<어린 왕자>는 코드 읽기다’라고 언급하며 보이는 의미가 아닌 숨겨진 의미를 읽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는 곧, 작품 속에 담긴 의미의 코드를 읽기 위해서는 작가의 의도와 프랑스 원문에 담긴 특유의 뉘앙스를 잘 살려놓은 번역이 앞서야만 <어린 왕자>의 가치를 보다 깊게 느낄 수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런 점에 있어 이 책은 프랑스 원문과 영역판도 함께 수록했음은 물론 따로 역자노트를 마련해 다른 번역판의 오역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이해를 도우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사막의 모래알만큼 많은 <어린 왕자>이지만, 바르고 정확하게 쓰인 번역본을 통해 원전이 주는 감동과 울림을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어린 왕자> 속의 ‘나’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여섯 살 때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을 그린 적이 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고 ‘모자’라고 생각했고, 어느 누구 하나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이미 눈에 보이는 것들에 익숙해져버렸고, 그것에만 충실하게 살기에도 버겁기만 한 삶인 까닭이었다. 지금 나를 부둥켜안고 우는 나의 어린 아이를 보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이의 마음이 이토록 아픈 것인지 눈으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나의 답답한 심정은 단순히 어른의 입장이기 때문인 걸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본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온전히 마음의 눈으로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안하지만… 내게 양 한 마리만 그려 주세요!”

  비행기 사고로 사하라사막에 불시착한 ‘나’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어린 왕자는 말한다. ‘나’는 병든 듯한 양, 뿔이 있는 숫양, 늙은 양을 그려주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어린 왕자가 원하는 양은 그런 게 아니었다. 결국 비행기를 수리해야 하는 일 때문에 되는대로 그려준 상자를 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어린 양을 발견한 어린 왕자는 마침내 환한 얼굴이 된다. 분명 ‘나’는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을 그렸던 그 때를 잊고 있었던 까닭에 그 순간, 어렴풋한 깨달음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잃어버렸던 그 때, 그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는 분명히 보이는 어떤 소중한 가치의 중요성을.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운 친구에 관해 말할 때, 그들은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선 결코 묻지 않는다. 그들은 결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어떠니? 좋아하는 게임은 뭐니? 나비를 수집하니?” 그들은 당신에게 묻는다. “몇 살이니? 형제가 몇이니? 몸무게가 어떻게 되니? 아버지 수입은 얼마나 되니?” 그러면 단지 그들은 그를 안다고 믿는 것이다. / 30p

 

 

떠난 후에야, 보이지 않게 된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

 

“친구로 지내자. 나는 혼자뿐이야.” 그가 말했다.

“나는 혼자뿐이야… 나는 혼자뿐이야… 나는 혼자뿐이야…….” 메아리가 대답했다.

‘이상한 별이네!’ 그는 생각했다. ‘전부 메마르고, 전부 날카롭고, 전부 어린애스러워. 그리고 사람들이 상상력이 부족해. 남의 말을 되풀이할 뿐이니. 나는 집에 꽃 한 송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녀는 언제나 먼저 말했는데…….’ / 96p

 

 

  기껏해야 두 개의 활화산과 하나의 휴화산, 단 한 송이의 장미꽃을 가진 작은 별에서 살고 있던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결코 돌아올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새로운 별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복종하기만을 원하는 왕과, 자신을 동경하기를 원하는 자부심이 강한 남자, 종일 술만 마시는 술꾼이나 별만 세고 있는 사업가와 같은 어른들만 만나게 될 뿐이다. 그나마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몰두하고 있는 가로등지기를 만나 희망을 얻지만 자신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은 그곳에 없었다. 이내 일곱 번째로 도착한 지구라는 별에서 높은 산을 오르게 된 어린 왕자는 메아리와 나누는 허무한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다. 내 별에는 비록 민감한 허영심을 지녔으나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장미가 있는데, 고작 네 개의 가시로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있을 텐데. 결국 나의 소중한 존재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인가 보다.

 

 

길들임에 대한 본질

 

  그런데 정원에서 오천 개의 장미꽃들을 본 뒤로 어린 왕자는 갑자기 자신이 몹시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의 꽃은 우주에서 자신이 유일하다고 말했고, 어린 왕자는 온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를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똑같은 것들이 오천 개나 있었던 것이다. 풀밭에 누워 우는 어린 왕자에게 때마침 여우가 나타난다. 이때 여우는 말한다. “너는 아직 내게 다른 십만 명의 어린 소년들과 똑같은 그냥 한 어린 소년에 불과한 거야. 그러나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가 필요할 거야. 너는 나에게 온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 되는 거지.” 라고 말이다. 여우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고, 관계를 중요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라는 것을. 상대를 향한 영원한 책임과 무한한 신뢰 속에서 완성된 관계야말로 인생에서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공허해…” 그는 계속했다.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어주지 않을 거야. 물론, 보통의 행인들은 내 꽃이 너희들과 닮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내겐 혼자인 그녀가 너희들 전부보다 더 중요해. 왜냐하면 내가 물을 주었던 게 그녀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구를 덮어 준 것도 그녀이기 때문이고, 바람막이 뒤로 피신시킨 것도 그녀이기 때문이야, 애벌레를 죽인 것도 그녀이기 때문이고(나비가 되도록 두세 마리 남겨 둔 건 제외하고), 그녀가 불평할 때 또는 으스댈 때, 심지어 가끔 아무 말도 않을 때 들어 주었던 것도 그녀이기 때문이야. 왜냐하면 그녀가 내 장미이기 때문이지.” / 108p

 

 

  어린 왕자는 자신이 길들인 꽃이 고향별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별을 아름답게 추억한다. 내가 길들인 것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의 인생과 함께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인생은 축복이었다. 나는 얼마나 그것들을 잊고 지냈던 것일까.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바라보고, 힘겨운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애써 지내는 동안 내 옆에서 숨쉬고, 나를 바라보는 것들에 눈길 한번 손길 한번 주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후회가 든다. 어린 왕자와 같은 마음으로 나의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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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존재 - 삶이 노잼인 당신에게 바치는 짠한 힐링
개 지음, 뿜작가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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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욕 없는 프로고통러가 우리에게 전하는 담담한 자조와 위로!

공감에 키득키득, 씁쓸함에 쓰담쓰담! 가볍지만 묵직한 메시지! 

 

 

 

 

   여기 ‘프로고통러’를 자처하는 어느 ‘개’님이 존재한다. 이 개는 헛소리스트에 시간 낭비스트라 스스로를 자조하며 인생은 원래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사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인데 애써 멋들어진 말로 자신과 삶을 포장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보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이상한 세상에는 역시 이상한 글이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신념대로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헛소리’에 가까운 농담조의 글들을 게시하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개라 하니 개 소리인 셈인데, 어쩐지 웃기면서도 슬프고 시크하게 툭 던지는 글들이 가볍다기보다 묵직한 잽 한방처럼 뒤통수를 친다. 그는 결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 땅의 다수를 위로하려고 쓴 글이 아니라는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힐링과 위로를 얻게 된다니 이 또한 흥미롭다.

 

 

   <보통의 존재>가 아니다. 이 책의 이름은 <고통의 존재>이다. 언뜻 노란 표지에 유사한 제목이라 낚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뭔가 충동질하는 구석이 있는 책이다. 저자가 살아가며 흔히들 겪는 일상의 고통들을 때로는 푸념으로, 때로는 달관의 태도로 쓴 짧은 글에 뿜작가의 센스 넘치는 그림이 엮여 재치 발랄한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SNS에 올라오는 짧은 글들을 읽듯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술술 읽히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더없이 좋다.

 

 

 

 

 

   우리가 흔히들 개나 소나, 라는 말로 이들의 존재를 폄하하기도 하는데 여기 ‘개’를 자처하는 어떤 사람도 있으니 앞으로는 함부로 말 못하겠다. 쩝.

 

 

 

 

 

 

 

   SNS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갈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심지어 책을 읽는 와중에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나도 어쩌면 'SNS형 주의력 결핍' 증세를 앓고 있는 것이리라. 또르르…….

 

 

 

 

 

 

   청춘에 기름 붓고 열심히 사느라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로하는 내용이다. 내 SNS에 고이 스크랩해두고 싶은 부분이다.

 

 

 

 

 

 

   개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풉, 하고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지만 시국을 이렇게 풍자하기도 하는 이 묘미라니.

 

 

 

 

 

 

   '맞춤법'이라는 부분을 읽고, 뜨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빵~ 터져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이 뒤의 링딩동 시리즈도 웃겨서 혼자 미친 사람처럼 한참을 웃었다. 어쩐지 잠들기 전에 링딩동의 주술에 걸릴 것만 같다.

 

 

 

 

 

 

 

   2017년 정유년이 밝았다. 워낙 세상이 시끄럽다 보니 무겁기만 한 사설들이 넘쳐나서 마음도 무거운 이때 이 책으로 기분이 조금은 밝아진 것 같아 시작이 개운해진 느낌이다. 인간은 고통의 존재인 만큼 그 고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가볍게 훅 차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볼 계기도 되었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트위터와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는 ‘개’님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으니, 대중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앞으로도 쭉 개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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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 간서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들려주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내면 풍경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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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바보라 불린 이덕무를 통해 바라본 18세기 조선의 모습!

시대를 앞서 나간 참다운 지식인들을 읽다!

 

 

  간서치, 즉 책에 미친 바보라 불린 이덕무는 ‘조선 인문학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18세기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다. 그의 이름 석 자는 어쩐지 낯설지만 ‘북학파’의 주축 인물이며, 놀랍게도 연암 박지원과 담헌 홍대용은 물론 초정 박제가 등과 당대를 빛낸 위대한 지식인이다. 그간 교과서를 비롯하여 전기 및 많은 인문학 서적 등에서 북학파를 대표하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 업적을 기리곤 했지만 이덕무라는 이름은 깊이 있게 언급되지 않았다. 새삼 18세기 지식인 이덕무의 글을 읽는다는 것이 오늘에 와서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무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방대한 양을 완독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저자는 ‘이덕무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인문학적 사유의 개방성과 확장성, 그리고 불온성은 18세기와 21세기라는 시대를 막론한 인문학적 가치이자, 두 시대를 연결하는 핵심 키워드’라 말하며 그를 통해 ‘화석화된 과거를 읽는 것만이 아니라 생동하는 현재를 읽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언급한다. 시대를 초월한 인문학의 정신을 비롯하여 학술적인 접근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책은 그저 책과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힐 정도로 재미있다. 무엇보다 18세기의 전반을 들여다보는 현미경과 같은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어서 더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18세기 조선의 모습

  이덕무의 삶을 비롯하여 그의 철학에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18세기 조선의 모습이다. 이 시기는 보수와 혁신의 흐름이 극단적인 형태로 공존하던 때였다.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학문과 사상이란 유학 그중에서도 특히 성리학으로, 이들이 이상으로 삼은 인간 모델은 공자나 맹자와 같은 성현이나 도덕군자였다. 성리학의 경전은 출세 즉 과거 시험을 통해 벼슬길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사대부가의 자손이라면 예외 없이 성리학적 인간이 되어야만 했다. 이러한 성리학의 견고한 벽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하는 대격변이 일어나는데, 성리학의 토대였던 화이론적 세계관이 몰락하면서 새로이 성장한 청나라의 선진 문물과 제도를 배우고자 북학 운동을 일으킨 ‘북학파’가 등장한 것이다. 이덕무를 비롯한 그의 벗들은 이 북학 운동의 선도자로 기존의 지식인들과 정반대의 입장에 선 새로운 유형의 지식인들이었다. 비록 오늘날에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덕무가 이 북학파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는 그 본인은 물론, 북학파인들의 남다른 가치관과 사상, 철학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어린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독서하고 기록하다

  책은 이덕무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독서와 기록’ 그리고 ‘호기심과 탐구’에 의거하여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독서가, 문장가, 비평가로써 이덕무가 추구하는 사상과 철학을 살펴본다.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와 더불어 ‘한시사가(漢詩四家)’라 평가받을 정도로 당대의 뛰어난 문장가인 이덕무는 자신의 원동력을 어린아이의 천진하고 순수한 감정이나 마음으로부터 삼는다. 이를 ‘영처의 미학’ 또는 ‘동심의 미학’이라 언급하는데, 이는 곧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거나 명예를 구하기 위해 글을 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것이기에, 애써 꾸미거나 잘 쓰려고 억지로 힘쓸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그저 자신의 천진하고 순수한, 진실한 감정을 드러내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이 되어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본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이 시대의 많은 작가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이다.

 

 

내 어린 아우 정대는 이제 겨우 아홉 살이다. 타고난 성품이 매우 둔하다. 정대가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귓속에서 쟁쟁 우는 소리가 나요.” 내가 물었다. “그 소리가 어떤 물건과 비슷하니?” 정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소리가 동글동글한 별 같아요. 보일 것도 같고 주울 것도 같아요.”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형상을 가지고 소리에 비유하는구나. 이는 어린아이가 무의식중에 표현한 천성의 지혜와 식견이다. 예전에 한 어린아이가 별을 보고 달 가루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말은 예쁘고 참신하다. 때 묻은 세속의 기운을 훌쩍 벗어났다. 속되고 썩은 무리가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 『이목구심서』1 / 48p

 

 

조선의, 조선만의 조선의 것을 담아내라

  화이론적 세계관이 해체된 자리에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자신의 공간인 ‘조선’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성장해간다. 때문에 18세기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조선의 역사, 문화, 풍속, 지리는 물론 곳곳을 하나하나 탐구하고 저술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른바 옛 것이 아닌 지금의 ‘조선적인 것’을 담아내는 일이다. 이덕무는 자신의 삶과 생활, 감정이 뿌리박고 있는 조선의 지금을 담아낸 시문은 살아 있는 글이지만, 중국의 옛 시를 비슷하게 모방하거나 답습한 시문은 죽은 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연암 박지원은 이덕무의 시야말로 참다운 조선의 시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를 통해 조선 사람의 모습을 묘사하기 시작한 최초의 화가였듯이 이덕무를 필두로 조선의 고유한 색과 풍을 추구하는 문화사의 흐름은 ‘진경 시’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확대된다. 이 책에는 이덕무 외에도 박지원, 유득공 등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하나하나가 큰 화폭을 담아낸 듯 아름답고, 정교하며, 유려하다. 당대의 풍속 또한 눈앞에 보는 듯 생경하게 담아내니 이를 쉽게 넘기지 말고 제대로 탐독하는 재미를 느껴보면 좋을 듯하다.

 

 

따라서 좋은 문장이란 자연스러움과 천진함이 온몸에 스며들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이 가는 대로 언제 어느 곳에서나 글이 나올 때 이루어진다. 그것은 “삶의 본연과 천진을 깎아버리는 일이 없이, 진부하고 낡은 잔재들을 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옛 사람의 글 쓰는 법과 길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그대로 따르는 구속을 받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 (…중략…) 옛 사람의 글을 배척하지 마라. 오히려 열심히 배우고 익혀라. 그러나 그 글이 아무리 좋고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본뜨거나 흉내 내려고 하지 마라. 또 억지로 꾸미려거나 인위적으로 지어내려고 하지도 마라. 그냥 자신의 진실한 정감과 참다운 마음을 표현하는 데 힘써라!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글을 갖게 될 것이다. / 170p

 

 

  진정한 조선의 모습을 담아내려는 그의 뜻은 「서해여언」이라 제목을 붙인 여행기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이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개성과 해주와 장연 일대에 이르는 서해 중북부 지방의 독특한 풍속과 역사 문화를 고찰하고 기록한 일종의 풍속 역사서로, 무엇보다 오늘날 가보지 못하는 땅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그 가치를 증명한다. 임꺽정에 관한 민간의 풍설을 옮긴 기록이나 ‘황당하다’의 어원이 알고 보면 해적이 몰던 배 이름 ‘황당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추되는 글은 꽤 흥미롭다. 민간에서 전해오는 호랑이 물리치는 비법 또한 재미있다. 이 외에도 『사소설』을 통해 세시풍속과 민간신앙, 민담, 설화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조선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으니 보는 재미가 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핵심은 사대부가의 뼛속 깊이 박혀 있는 신분 차별과 성차별의 제도, 문화에 강력한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 있다. 결국 역사의 시간적 공간적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듯이 18세기 조선이 전하는 메시지를 오늘날에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뜻을 새겨봄직하다.

 

 

만월대는 옛날 고구려의 부소갑군이다. 군이 되었을 당시에는 훗날 고려의 태조 왕건이 이 언덕에 주춧돌을 세워 대궐을 지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또한 주춧돌을 세울 당시에는 500년 후에 나라가 망해 주춧돌 위의 기둥이 차디찬 잿더미로 변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더욱이 그로부터 300여 년이 지난 겨울철 어느 날 해질녘에 내가 홀로 이 주춧돌 위에 서서 그 옛날을 애도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다시 300여 년이 지난 어느 겨울철 해질녘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어 홀로 이 주춧돌 위에 서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또한 몇 백 몇 천 년이 흐른 후 이 주춧돌이 사라져 누구 집의 섬돌로 변할지 어찌 알겠는가? - 「서해여언」/ 281p

 

 

동아시아의 흐름을 통찰하고 북학의 뜻을 세우다

  책의 2부에서는 조선을 넘어 청나라, 일본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전반에 대한 이덕무의 지적 호기심과 그 속에서 개방적인 사고, 이용후생의 가치를 전하려는 북학의 뜻을 담고 있다. 당시에는 청나라를 멸시하고 미개한 야만족의 나라로 멸시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덕무를 비롯한 북학파는 조선을 크게 개혁해 부국안민의 나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비록 오랑캐라고 하더라도 찾아가서 스승으로 섬기고 배워야 한다하여 직접 청나라로 연행을 간다. 그곳에서 조선과 청나라의 학문적, 문화적 격차를 자각하여 북학을 통해 조선의 학문과 문화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필요성을 새기기도 하고 중화주의에서 벗어나 어느 곳이나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 또한 천주교와 서학을 분리하여 실용주의적 접근방법을 제시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조선과 청나라 지식인간의 인문학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지식과 정보 교류에 기여한다.

 

 

천하의 수많은 물품과 엄청난 재부(財富)가 모두 이곳에 모여들어서 하루 종일 물품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넘쳐났다. 아마도 이러한 모습을 보면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라 것이다. “부유하다면 부유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백성의 생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물품을 전부 불살라버린다고 해도 무슨 손해가 있겠는가?” 이 말은 확실히 옳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개 푸른 산과 흰 구름은 모두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푸른 산과 흰 구름을 사랑한다. 만약 백성들의 생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서 골동품이나 서화를 좋아할 줄도 모르고 알지도 못한다면 그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 박제가, 『북학의』「내편」, <고동서화> / 391p

 

 

  이덕무의 업적 중 빛나는 것 하나는 일본학의 최고 권위자였다는 사실이다. 청나라를 멸시했던 시대 분위기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이덕무는 일본에 대한 닫힌 인식에서 벗어나야 우리에게도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조선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우기 위해서는 외국에 대한 폐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은 것이다. 당시 일본은 상당한 수준의 문명국에 도달했는데 이는 농업보다 상공업을 중시하는 경제구조와 신분 질서에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 뜻을 『청령국지』에 수록한다. 같은 시기에 박제가가 『북학의』를 통해 청나라의 제도와 문물, 사회와 풍속 그리고 상공업과 기술 등을 항목별로 담아내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북학파의 의지를 전했다는 점에서 이 두 책은 의미가 깊다. 안타까운 것은 두 책의 가치를 나란히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북학의』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청령국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폐쇄성이 짙은 일본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정조를 일컬어 갖가지 개혁 정책 및 탕평을 통해 대통합을 추진한 위대한 왕이었다고 기억하는 것은 이 같은 북학파들의 부단한 의지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 모두가 기존의 사상에서 완벽하게 물러설 수 없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개방성과 혁신성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한 정신임은 분명하다. 정부의 주도 하에 ‘문화계의 블랙리스트’가 생성되었다는 뉴스 소식을 듣고 나니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더 이상은 이 시대의 많은 지식인들에게 눈과 귀, 손과 발을 묶는 행태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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