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셀프 트래블 -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 2017-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조은정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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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테마 여행이 가득한 미국 서부의 매력!

이 책 한 권으로 든든한 미국 서부 자유여행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

 

 

내가 어느 도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테마는 수십 가지가 만들어진다. 와인, 레포츠, 휴양, 쇼핑, 미슐랭, 드라이브, 예술 등 이 모든 테마가 가능한 곳이 미국이다. 특히 미국 서부에는 지구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모두 모아 놓은 것처럼 다채로운 대자연을 품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를 걷다가 다음 날에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끼고 있는 데다가 언제나 강렬한 태양이 있어 주는 덕분에 그 어디에서나 신선한 과일과 해산물, 고기 등을 맛보는 식도락 여행 또한 가능한 곳, 단언컨대 이런 완벽한 여행은 미국 서부에서만 가능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뉴스 등 다양한 미디어의 배경으로 등장함으로써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곳, 미국. 10시간 이상으로 소요되는 비행시간만큼이나 물리적인 거리는 꽤 멀지만, 심리적 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지를 생각할 때 의외로 미국은 쉽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아마도 드넓은 면적과 수백, 수천 가지의 얼굴을 지닌 미국을 짧은 여행 일정으로는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선택의 범위가 너무 넓어도 곤란하달까. 아무래도 영어권이라 자유여행으로 떠나기에 아주 적합한 나라라는 장점이 있지만, 어느 곳을 가보고 싶은지 사전에 일정과 여행지 구성을 철저히 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여행 가이드북 중 2017-2018 최신판으로 출간된 <셀프트래블 미국 서부>편의 도움을 얻음으로써 보다 만족스러운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전역으로 흩어진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대자연의 색채를 다채롭게 품고 있는 서부 만의 매력을 담고 있어 여행자들에게 최적의 가이드북이 되어 주리라는 믿음도 함께 말이다.

 

 

 

수십 가지 빛깔 미국 서부를 만나다

 

 

   국토 면적만 따져도 남한의 100배에 이르는 나라 미국은 크게 동부와 서부로 나뉜다. 그 중 서부는 천사의 도시라 불리고 우리나라와 가장 친숙한 도시이기도 한 로스앤젤레스(LA),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평화의 도시 샌디에이고, 카지노와 쇼, 대자연의 신비를 품은 라스베이거스, 도시 곳곳이 낭만으로 가득 찬 샌프란시스코,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있어 도시적인 이미지를 풍기지만 조금만 근교로 나가면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져있는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도시 시애틀,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는 도시 포틀랜드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포틀랜드는 낯선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국에서도 유명한 매거진《킨포크》의 본고장이라는 책의 소개를 읽고 곧 흥미를 느꼈다. 책은 이렇듯 수십 빛깔을 지닌 서부의 다양한 도시 및 각각의 근교 도시를 직접 투어 하듯 생생한 사진과 밀도 높은 설명을 통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일정을 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여행하려는 목적이다. 내 가슴이 시키는 여행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남이 가니까, 어디서 들어 봤다는 이유로 귀한 시간을 내고 비싼 돈을 들여 여행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한 다음, 내 상황에서 허용 가능한 일정과 비용에 맞춰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 20p

 

 

 

 

 

 

   중요한 것은 한 번에 다 보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한 도시씩 정복해보는 것이다. 저자는 한 번씩 방문할 때마다 미국의 여러 면을 보게 될 것이고, 미국 여행에 대한 생각과 느낌도 매번 업그레이드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정을 짤 때 꼭 해보고, 맛보고, 즐겨야 할 리스트를 테마별로 선별할 것을 추천한다. 덕분에 ‘루트 66탐험 코스’, ‘베스트 코스’ ‘대자연 코스’, ‘미술관&박물관 코스’, ‘미식 코스’, ‘쇼핑 코스’를 수록해 나만의 알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팁들을 제공하고 있어 매우 유용하다. 특히 포틀랜드가 속한 오리건 주는 면세 구역이라 무엇을 사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고 하니 쇼핑을 테마로 삼는 이들에게는 아주 쏠쏠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각 도시별 상세가이드에 들어가기 앞서 미국 서부를 대표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 음식, 대자연, 건축, 박물관, 마트, 쇼핑 아이템, 테마파크를 소개하고 있으니 한눈에 미국 서부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이 책만의 특별한 점 중 하나가 있다면 바로 영화와 드라마 속 미국 서부의 모습까지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라라 랜드>에 등장하는 그리피스 천문대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다는 것과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 나와서 이미 익숙한 다리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으니 흥미를 배로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왔던 배경이 로스앤젤레스의 말리부 비치와 샌디에이고의 발보아 공원이었다고 하니 이 역시도 직접 여행을 가서 확인하고픈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

 

 

   어디든 가보고 싶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미국 서부는 광활한 영역만큼이나 다채롭고 이색적인 풍경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무척 친숙해서 또한 너무나 가고 싶은 도시가 로스앤젤레스가 아닐까 싶다. 본격적인 도시 가이드를 하기에 앞서 책은 저자가 전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이 도시만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데, 특히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짧은 여행으로 둘러보기엔 너무나 거대한 도시이기 때문에 테마를 먼저 잡을 것을 조언한다. 각각의 테마에 맞춰 나만의 색이 입혀지는 여행을 100가지쯤은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그녀가 얼마나 이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책 곳곳에는 여행에 필요한 알짜 팁들이 상당하다. 추천 애플리케이션과 웹 사이트, 도시를 상징하는 연관 검색어는 물론 자세한 교통비용, 도심 지도, 주요 방문지의 거리까지 수록되어 있어 목적지의 이동 거리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이 외에도 가볼만한 곳의 주소, 전화번호, 웹사이트, 오픈과 마감시간, 비용, 가는 방법까지 모두 적혀 있으니 자유 여행자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정보들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2017년 2월까지 반영된 최신 정보라 더욱 믿을 만하다.

 

 

 

 

 

 

   로스앤젤레스 내에는 여행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곳들이 상당히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과거 은행이었던 건물을 허물고 오픈한 헌책방인 라스트 북스토어가 인상적이다. 책으로 쌓아 만든 계산대, 책으로 만든 거대한 고래나 터널 등의 이색적인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곳인 것 같아 꼭 방문해보고 싶다. 또한 엑스포지션 파크의 경우, 1만 6천 그루의 장미들이 가득한 로즈 가든에서 특히나 4월에는 장미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4월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추천할 만한 듯하다. US뱅크타워에서는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아찔한 표정을 지으며 경험했던 ‘스카이 스페이스 슬라이드’도 있어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소금 넣은 커피로 유명한 85도 베이커리 카페와 요즘 한국에서 모 커피 제품의 모델이자 멘토인 찰스 바빈스키가 창업한 G&B 커피에도 꼭 들려보고 싶다.

 

 

  로스앤젤레스 하면 가장 유명한 곳이 아마도 할리우드가 아닐까. 책 속에서 소개하는 할리우드의 여러 명소를 살펴보다 보면, 영화산업이 발달한 만큼 도시 전체가 체계적이고 최적화된 문화 공간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점은 유명 캐릭터 복장을 한 이들과 좋다고 신나게 사진 찍다간 바로 팁을 줘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과 할리우드 사인이 글자당 스폰서가 따로 있을 만큼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의외의 정보까지 함께 싣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양손 가득 명품 쇼핑백을 들고 걷던 로데오 드라이브도 관심을 끌고,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운 정원과 1600년 이전의 미술품, 세잔, 렘브란트, 에두아르 마네,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작품이 있는 게티 센터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는 바다를 떼어 놓고 얘기할 수 없을 만큼 100km에 이르는 긴 길이의 비치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신나는 음악과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며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베니스 비치가 참 인상적이다. 이렇듯 로스앤젤레스의 다양한 명소, 식당, 등급별 호텔, 솔뱅과 샌타바버라, 패서디나, 팜 스프링스에 이르는 근교 여행지까지도 놓치지 않고 수록되어 있으니 한 권의 책에 알짜 정보들을 수록하려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어머, 여긴 꼭 가봐야 해! 스페셜 코스만의 특별한 매력

 

 

   <셀프트래블 미국 서부>편에는 앞서 설명한 로스앤젤레스를 제외한 여러 다른 도시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스페셜 코스 여행이 이목을 끈다. 저자가 미래 허니문 장소로 찜할 만큼 바닷가 드라이브 코스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으로 손꼽는 캘리포니아 1번 도로와 광활한 대자연을 한 바퀴 도는 그랜드 서클이 특히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국 서부의 애리조나 주, 유타 주, 네바다 주, 콜로라도 주에 웅장하게 펼쳐져 있는 대자연을 차를 타고 하나의 원을 그리며 돌아볼 수 있는 코스라서 이름이 그랜드 서클이라 불린 듯하다. 여기에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적인 명소로 손꼽히는 그랜드 캐니언이 있으니 꼭 잊지 말아야 할 중요 코스임에 틀림없다. 저자에게 “미국 여행이 뭐가 좋아?”라고 질문을 받으면 그 때마다 가장 먼저 그랜드 서클에 대해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고 하니, 그 웅장한 자연 풍경을 경험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외에도 시애틀에서 가까운 캐나다 밴쿠버 여행도 스페셜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니 정말 이 책 한권으로 미국 서부권의 다양한 정보들을 모두 읽어낸 듯한 기분이 든다.

 

 

 

 

 

 

 

   끝으로 책의 마지막 장에는 미국 서부에 대한 일반 정보를 비롯하여 항공권 구입 방법, 숙소 구하는 법, 한국에서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될 것들, 비자와 입국 심사 및 시내 이동 방법, 대중교통이나 렌터카 등과 같은 이동 수단 활용법, 편리한 여행을 돕는 시티 패스 활용법, 한국으로 사가기 좋은 선물 아이템과 같은 특별 정보 등 여행자들을 위해 꼭 필요하면서도 체크하기 쉽지 않았던 알찬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미국 서부 맵북도 특별 부록으로 실려 있으니 간편하게 이 지도 한 장으로 미국 서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유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에게 최신 알짜배기 정보들만 모아 소개해놓은 셀프트래블 시리즈는 여행자들에게는 실용적이면서, 미리 여행을 꿈꾸는 자들에게는 여행에 대한 꿈과 즐거움을 심어주는 책인 듯하다. 장시간의 비행이 아이에게는 무리라 당장엔 가볼 수 없겠지만, 아이가 크면 가장 먼저 들려서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곳으로 미국 서부를 꼽아볼 생각이다. 그 때 이 책이 다시 한 번 큰 도움이 되리라 믿고 생각날 때마다 들춰보고 여행 계획의 꿈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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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해 지금 당장 알아야 할 부채 관리 전략
백정선.김의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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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는 안전한가?

빚 권하는 사회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부채 관리 핵심 전략!

 

 

   가계 부채 1,350조 시대, 지금 대한민국은 가히 부채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주변에서는 ‘요즘 빚 없는 사람이 어딨냐’ 고 공공연히 말할 만큼, 가계마다 적든 많든 빚 없이 사는 사람들이 보기 드물 정도이다. 이제는 재테크가 아니라, 빚테크를 통해 자산뿐만 아니라 채무 관리를 잘 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중의 많은 경제 도서 사이에서도 ‘빚’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자주 띈다. 그 중 <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위기에 봉착한 가계 부채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이라 보다 인상 깊다. 10년, 20년, 쌓이기만 하는 빚더미가 언제 정리될지 막연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앞으로 5년’이라는 이 냉정하고도 분명한 시간은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똑똑한 소비’를 가장한 함정, 그 이름은 ‘빚’

 

   다수의 미디어에 출연해 안면이 있는 자산관리 전문가이자 이 책의 두 저자는 이미 우리 사회가 ‘빚지고 사는 게 정상’인 것처럼 빚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빚에 노출된 삶을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미디어, 기업들은 힘을 합쳐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 내수경제의 활성화, 경기 활력 제고 같은 명분과 수단을 끌어들여 열심히 빚을 권한다. 각종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자동차대출, 학자금대출 등 다양한 상품들이 경계의 담을 낮춘 까닭에 우리는 손쉽게 문턱을 넘나든다. 카드 청구 할인, 상품권과 같은 할인 행사 등 고도의 소비심리학이 작동하여 소비를 조장하는 기업마케팅에 속아 스스로 똑똑한 소비를 하는 것이라 합리화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체면에 얽힌 불필요한 지출들이나 높아진 생활수준을 맞추기 위해 빚으로 유지하려는 소비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요즘 금리도 떨어졌는데 조금 더 보태서 집을 살까 궁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만 하더라도 전세보다는 조금 더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고 보니 마치 빚이 대한민국 사회의 만병통치약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뭔가 특별하게 사치한 것도, 분수에 안 맞는 삶을 산 것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도 별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았는데도 20대 때부터 빚을 지기 시작해서 온몸이 휘청이는 듯한 부채에 짓눌려 준비 안 된 노후를 맞닥뜨리는 사람들,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이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겪을 미래다. / 48p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위기 속에서도 회생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월등히 빨라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경우, 가계를 위한 정책 금융이 제구실을 했다면 가계 부채의 양이나 질을 개선하고 부채의 굴레로부터 탈출하는데 기여를 했을 텐데, 그저 기존 대출 금리보다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주는 게 다이다. 정부, 미디어, 기업들이 합심해 빚을 갖다 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면서 부채의 위기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으니 이는 더 큰 문제다. 더 이상 정부나 사회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만을 마냥 기대하고 있을 수 없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내 집 마련, 자동차 등이 아니라 최대한 빨리 빚의 굴레에 갇힌 내 삶을 구출하는 것이다.

 

 

 

 

 

 

빚지지 않는 재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전략

 

   1억 원의 빚을 갚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면 평균적으로 15년이라고 답한다 한다. 하지만 실제 금융기관의 자료를 보면 평균 24년이 걸린다고 하니, 체감으로 느끼는 빚 갚는 기간과 실제 기간 사이의 격차가 꽤 큰 것을 알 수 있다. 문득 한숨이 나온다. 빚을 다 청산하고 나면 이미 노년에 임박해 있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노후 파산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이처럼 서둘러 부채를 청산하고 돈 걱정 없는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는 우선 나를 빚지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빚지는 습관을 개선하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준다. 나를 빚지게 만드는 것이란 결국, 불필요하거나 무리한 소비 형태를 가리킨다. 오늘날처럼 현금 없는 사회, 즉 카드와 핀테크가 발달한 사회는 소비가 편리해진만큼 불필요한 소비와 소비의 감도를 떨어뜨려 가계 재무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돈을 쓰는 편리함과 멀어져야 불필요하고 무리한 소비로부터 멀어진다고 말한다. 또한 불필요한 소비를 야기하는 영화, 공연, 음식, 여행 등의 경험소비를 하는데 있어서도 현명해질 것을 당부한다. 아무래도 아이가 있다 보니 자녀의 교육비와 양육비 소비 형태를 지적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저자는 빚까지 져가면서 무리하게 자식의 성공을 위해 나의 미래를 저당 잡히지 말라고 한다. ‘부모의 의무’ 혹은 ‘주위 부모들도 다 이 정도는 하는데’와 같은 생각에 매몰되면 부모의 노후는 무너지고 오히려 자녀에게 짐이 되는 노후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절제하려면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가상보다는 실물과 가깝게 지내라. 핀테크 보다는 그나마 신용카드가 낫고,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가 낫고, 체크카드보다는 현금이 훨씬 낫다. 하루 혹은 1주일 단위로 봉투에 내가 쓸 만큼의 돈만 넣어 두고 그만큼만 쓰는 소비를 하면 그다음 달 통장 잔액이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쓰는 편리함과 멀어질수록 불필요한 소비, 무리한 소비와도 멀어진다. / 99p

 

 

   일단 나를 빚지게 하는 소비 형태들을 파악하고 나면, 이제 빚을 청산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 첫 번째가 ‘빚 진단’으로 자신의 부채 현황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내 부채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은행이나 제2금융권 대출에 관련된 신용 정보는 올크레딧에서, 신용카드 관련 정보는 마이크레딧에서 조회하는 방법을 수록해놓았다. 자신의 부채를 매우 정확하게 실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듯하다. 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얼마나 빚을 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막상 신용 정보를 조회해 보면 자신의 현주소에 놀라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두 번째 단계는 부채를 유형별로 나누는 일이다. 여기에서는 연령대와 사정에 따라 빚을 지게 된 경로와 빚의 구조, 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세 번째 단계는 알맞은 출구 전략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특히 악성 부채를 파악하여 보다 합리적인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 등 매우 유익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이 외에 ‘30/30의 법칙’과 같이 대출 금액은 집값 또는 전세 보증금의 30% 이하로, 원리금 상환 부담은 수입의 30% 이하가 되게 할 것을 제안하는 대출의 원칙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로드맵을 설정함으로써 목돈 및 노후 자금 계획 수립을 위한 지출 구조의 조정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빚지지 않는 재무 시스템을 만드는 6단계 전략

1단계, 월급만으로 한 달 산다

2단계, 내가 얼마를 쓰는지 알고 쓴다

3단계, 통장 쪼개기로 꼭 필요한 목돈을 만든다.

4단계, 월급 통장 0원으로 만든다.

5단계, 바뀐 시스템이 지켜지도록 매달 점검한다

6단계, 지금 당장 시작한다 / 212p

 

 

 

 

 

 

최고의 노후 준비는 부부의 대화다

 

   이렇듯 책은 하루 빨리 빚을 청산하고 더 이상 빚을 지지 않는 재무 체질 개선을 위해 소득 구조 파악법, 숨은 자산 찾는 법, 각종 연금 및 보험 활용법 등 다양하고도 매우 현실적인 개선 방향들을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부부의 충분한 대화와 가족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부부가 충분한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무엇을 하면서 노후를 보낼지 합의할 수 있다면, 노후의 그림이 명확하게 그려지고 재무에 관한 계획을 세우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자식과 부모간의 책임감 때문에 가계 사정이 나빠져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서 재정상의 문제를 더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끼리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현명한 가계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도 생계비 부족에 시달리고 미래를 희망보다는 좌절로 생각하는 가정들이 적지 않다. 가난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들의 경제 사정을 당장에 개선시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재무 상담 과정에서 많은 가족들이 소박하게나마 미래에 대한 목표와 희망을 가지면서 행복을 되찾는 모습을 목격했다. 현실을 받아들이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가족들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함께 나아간다면 큰 부자는 될 수 없다고 해도 행복한 마음만은 가질 수 있다. / 164p

 

 

   <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너무나 빚을 지기 쉬운 세상 속에서, 시대의 조류에 따라 빚이라는 늪에 빠지기 전에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라는 저자의 조언들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책은 지금 가지고 있는 빚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빚 권하는 사회 속에서 오늘도 부채로 시름을 앓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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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박수진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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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투자자가 되기 위한 경매 여왕의 노하우!

단계별 경매의 기본 지식에서부터 실전 경매 사례에 이르는 경매의 모든 것!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말 중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은행 이자나 연금이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지 못하는 만큼 부동산에 기대를 거는 심리가 더욱 높아진 듯하다. 개인적으로도 아파트나 일반 주택보다는 상가주택을 선호하는 편이며,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보다 안정적인 가계 운영에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내 집 마련하기도 힘든 세상에 월세가 꼬박꼬박 나오는 임대물을 가지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한때 부동산 경매를 잘만 이용하면 단순 매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의외의 좋은 부동산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은 바가 있어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주식이나 펀드처럼 모든 투자에는 마땅히 위험 부담이 잇따르며 사전에 많은 학습이 요구된다는 사실에 망설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소한 경제 지식조차 없는 나 같은 사람이 경매에 뛰어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큰 목돈을 쥐고 있지도 않은 나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이 때문에 단돈 80만원으로 경매를 시작해 경매 여왕이 됐다는 저자의 책에 눈길이 쏠렸다. 이 책 한 권이면 다 된다는 광고 보다는 고작 전 재산 80만원으로 시작해 경매 여왕이 된 그녀의 이야기가, 경매를 통해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일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경매에 뛰어든 이유!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의 저자 박수진은 바퀴벌레가 들끓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나, 2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서도 청소일이나 보모 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웠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그나마 겨우 모은 돈으로 투자한 펀드는 재산의 대부분을 잃게 할 정도로 실패를 맛보고 말았다. 단돈 200만원이 없어서 길거리 신세가 되기도 했던 그녀는 우연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후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경제경영 책을 독파해가며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경제적인 자유를 얻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 때 그녀는 “돈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매밖에 없겠어!” 하고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쏟기 사작한다.

 

 

내가 경매에 매료된 것은 무엇보다도 아주 적은 돈으로 얼마든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것과 때론 감정가에서 반토막으로 유찰된 물건을 매수해 전세를 놓곤 바로 몇천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큰 종잣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낙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투자를 하면서 이미 이기는 투자라는 점도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종잣돈이 별로 없던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37p

 

 

   저자는 ‘나도 시작은 어려웠다, 당신처럼.’ 이라고 말한다. 경매 이론이야 학습으로 익힌다 하더라도 괜찮은 부동산을 고르는 방법도 몰랐고 어떤 지역의 어떤 물건에 입찰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쓸데없는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허황된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마음은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지만 실제 시도를 하기까지는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과 끝없는 싸움의 연속일 테니 말이다. 책은 이렇듯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경매에 대한 부담감과 주저하는 마음을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함께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차근히 이겨내고 꾸준히, 묵묵하게 두 발로 뛰어다니며 얻은 체험을 토대로 이룩한 첫 입찰 성공기는 나도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긍정적인 도전을 목표로 삼게 한다.

 

 

안전한 투자를 위한 원칙

 

 

   책을 읽다보면 경매투자는 잘하기만 한다면 수익이 꽤 괜찮은 데 반해 일반 매매와는 달리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권리분석 공부이고, 둘째는 현장조사이며, 셋째는 낙찰받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동산을 인도받는 일이다. 저자의 경매 도전기를 잘 살펴보면 일단 누구보다도 현장 조사에 매우 열심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먼 거리는 차로 이동을 하지만 대체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현장에 대한 접근성을 살펴보고 이웃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부동산 전문가를 통해 해당 물건의 실 정보들을 수집하는데 주력한다. 부동산에는 워낙 많은 권리문제와 실제 내부를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책에는 임차인, 수리, 각종 권리 문제 등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문제들이 뒤늦게 발견될 경우, 경매로 싸게 물건을 매입했다한들 부수적으로 나가는 돈으로 인해 실패를 보는 사례를 다양하게 언급함으로써 여러 애로사항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일깨워준다. 또한 낙찰받는 법이나 부동산을 인도하는 데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 실수하기 쉬운 경매 오답노트들을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줌으로써 경매 현장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매를 해본 사람은 아마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물건은 절대 사진과 추측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장을 가보는 것, 그것도 그냥 단순히 가보는 것이 아니라 실마리를 얻기까지 여러 시간대, 여러 각도로 살펴보고 파고드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233p

 

 

안전한 투자를 위한 6가지 원칙

1. 권리분석을 명확히 한다.

2. 서류를 모두 꼼꼼하게 본다.

3. 시세조사를 명확히 한다.

4.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탄다.

5. 현장조사를 반드시 한다.

6. 낙찰을 받으려고 무리하게 가격을 적지 않는다. / 302p

 

 

 

 

부동산 경매를 잘하기 위한 자질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큰 열정을 갖고 잘해나가다가 몇 달 혹은 1년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성과가 나지 않거나 계획했던 만큼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포기해버리는데, 그녀는 경매와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내력’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경매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이러다간 좋은 물건이 다 사라질지 모른다는 이유로 초조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항상 좋은 물건이 계속 나온다”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좀 더 나은 투자를 위해 차분히 공부할 것을 응원한다. 경매에 대해 지식이 있는 주변의 누군가가 좋은 정보라며 알려주는 것에 결코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그 순간에는 단순 호재로 좋은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동산 경매라는 세계에서 꾸준히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공부를 전반적으로 해두면 누구라도 언제 시작하더라도 안전하게 수익을 내는 투자를 할 수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한다.

 

 

   이렇듯 책은 전문적인 실전 경매서라기보다는 경매의 매력이 무엇이며, 경매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수를 딛고 차근히 풀어나가는 방법과 함께 더욱 그들을 응원하는 또 다른 형식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인생을 바꾸는 투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종잣돈이 아니라 용기다’는 그녀의 말이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다. 바로 학원을 끊거나 경매 실전서를 구입해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음으로써 용기와 자질을 얻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듯하다. 더불어 경매라는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잠시나마 엿보고 싶었던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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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에 빛나는 아름다운 성장소설!

이 사회에 진정한 공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특별한 소년의 우정과 사랑!

 

 

 

   김영하의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고통을 외면하고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어주지 않는 것, 거기에서 세상의 모든 죄악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소통하는 능력, 이른바 ‘공감’의 능력이 중요한 시대다. 때문에 교육 환경에 있어서도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 관계 및 공감을 기초로 한 양육에 보다 무게를 둔다.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감정의 교감이 결여된 채 자라난 아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인간관계 속에서 느껴야 할 안정감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공감이란 ‘마음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얼굴이나 몸짓에 떠오른 감정을 읽는 ‘뇌’의 주요 기능으로 인해 작동되는 것이라면? 그 기능에 문제가 있어 공감 불능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가진 선천적 능력인가,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인가. 진위 여부를 떠나 양쪽 어느 쪽에 무게를 두든지 간에 공감 불능은 사회적인 존재인 우리 인간 앞에서 하나의 장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바로 여기, 감정을 느끼고 읽는 뇌의 기능이 고장 난 탓에 ‘공감 능력 상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살아야 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감정 표현 불능 장애 소년이 살아가는 법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 19p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열여섯 살의 소년, 선윤재. 또래에 비해 겁이 없고 침착한 아이라고 포장하기에는 태어날 때부터 웃는 법이 없고, 두려움이 없는 탓에 위험마저 느끼지 못해 늘 생명의 위협이 잇따른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질 못하니 사람이 맞아 죽는 걸 목격한 사건 앞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괴물이라 부른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딱히 지능 저하의 소견은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한쪽 능력이 떨어지면 다른 능력이 비대해져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거나 하는 등의 이상적인 소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자식의 어느 한쪽에 장애를 보이는 경우 그저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살 수 있기만을 바랐던 소년의 엄마는 매일같이 주입식 교육에 가까운 감정 학습을 시작한다. ‘인간은 교육의 산물이야. 넌 할 수 있어.’ 희, 로, 애, 락, 애, 오, 욕이라는 한자를 커다랗게 종이에 인쇄해 가훈처럼, 혹은 부적처럼 집안 곳곳에 붙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식의 온전한 미래를 위해 몸부림치는 부모의 필사적인 마음이 느껴진다.

 

 

-할멈, 왜 사람들이 나보고 이상하대?

할멈은 내민 입을 집어넣었다.

-네가 특별해서 그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질 못하거든. 에이그, 우리 예쁜 괴물. / 12p

 

 

 

  언제나 윤재를 예쁜 괴물이라 부르며 아이를 세상의 속단에 휩쓸리지 않게 사랑으로 감싸준 할머니. 비록 윤재는 엄마와 할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조차 그저 학습하고 암기된 감정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존재하는 한 윤재는 감정의 결핍을 장애라고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살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어느 한 남자의 기괴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즐거울 것 없는 세상에서 미소를 띤 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살의를 느낄 정도로 세상을 증오한 남자, 그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자신의 비통한 삶을 위로받거나 공감 받지 못하고 살았던 것일까. 그의 잔혹한 칼부림에 애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때마침 사건에 휘말린 할머니와 엄마가 윤재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쓰러져간다. 그 사건을 지켜보던 자들 모두가, 죽은 할머니와 살아남았지만 깨어날 가능성이 없는 엄마 앞에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윤재 역시 ‘이방인’이 되어야만 했다.

 

 

엄마와 할멈은 뭐가 그렇게 우스워서 깔깔댔던 걸까.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우린 냉면집을 나와 어디로 향했을까.

그 남자는. 왜 그랬을까.

텔레비전을 부수거나 거울을 깨뜨리지 않고 왜 사람을 죽인 걸까.

왜 더 늦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왜. / 51p

 

 

 

 

곤이와 도라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병상에 누워있지만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방과 후에는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을 꾸려나간다. 다행히도 건물의 주인인 심 박사가 그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집단생활에는 늘 희생양이 필요하듯 학교에서는 그의 처지가 마치 유명세처럼 퍼져 불편한 생활이 연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살 것’을 바랐던 엄마의 바람을 위해서라도 그는 자신의 상처를 묵묵히 견뎌나간다. 아니,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에 오히려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데 편리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부재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얽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더 이상 학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머지않아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바로 곤이와 도라 앞에서.

 

 

- 한 가지 질문에도 백 가지 다른 답이 있는 게 이 세상이란다. 그러니 내가 정확한 답을 주기는 어렵지. 특히 네 나이 땐 세상이 더 수수께끼 같을 거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 되는 때거든. / 139p

 

 

   어느 날 윤재 앞에 찾아온 윤권호라는 교수는 자신의 잃어버린 친아들을 대신해 죽어가는 아내 앞에서 아들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곤이는 바로 그가 잃어버린 친아들로, 놀이동산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이후 여러 시설들을 전전하며 반항적이고 난폭한 아이로 자란 탓에 본의 아니게 대신 아들 역할을 한 윤재 앞에서 날을 세운다. 친아들이지만 사회적인 명성을 지닌 아버지 앞에서 자신은 한참 못나고 비참한 존재가 되어버린 곤이는 지난 과거에 대한 원망을 풀 대상이 필요했다. 그가 바로 윤재였다. 하지만 윤재는 공포도, 분노도, 슬픔도 느낄 수 없기에 곤이의 난폭함 앞에서도 무감각해보일 뿐이다. 감정에 너무 무딘 한 소년과 너무 약해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센 척 하는 두 소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지만 불행한 가족사를 통과하며 자라온 자연스러운 유대감이 서서히 그들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한편, 달리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라는 윤재에게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해 준 소녀다. 몸이 더워지고 맥박이 팔딱거리며, 작은 벌레들이 몸을 기어 다니는 것처럼 근질근질한 이상한 기분. 윤재에게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평생, 절대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감정’이란 것을.

 

 

- 원래 이성에 대한 관심이 그런 거란다.

- 제가 그 앨 좋아하는 걸까요?

말을 맺자마자 아차 싶었다. 심 박사는 의미심장하게 답했다.

- 글쎄. 그건 네 마음만이 알겠지.

- 마음이 아니라 머리겠죠. 뭐든 머리의 지시를 따르는 것뿐이니까요.

-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린 마음이라고 얘기한단다. / 170p

 

 

 

자람, 그 무한한 가능성

 

 

   다시 자신이 자라온 어두운 환경 속으로 되돌아가려는 곤이를 붙잡기 위해 윤재는 무모한 곳으로 발을 들인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만큼 난타를 당하는 순간에도 그는 끝까지 도망치지 않고 곤이를 붙든다. 그는 할머니와 엄마를 죽인 남자의 살인극 앞에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던 사람들처럼,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것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진짜 ‘공감 불능’을 앓고 있는 것은 소년 윤재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던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내 옆에서 깊은 시름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조차 나는 진심으로 공감한 적이 있긴 했던 걸까.

 

 

- (중략) 의사들은 라벨 붙이는 걸 좋아하지. 그래야 특이한 현상이나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거든. 그게 명확하고 유용할 때도 물론 많고. 그렇지만 말이야, 사람의 머리란 생각보다 묘한 놈이거든. 그리고 난 여전히,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박사가 웃었다.

- 자란다는 건, 변한다는 뜻인가요.

- 아마도 그렇겠지. 나쁜 방향으로든 좋은 방향으로든. / 214p

 

 

   이렇듯 윤재는 곤이와 도라, 심 박사와 윤 교수를 만난 몇 개월의 시간을 통해 성장과 변화를 겪었다. 더 이상 그에게 있어 감정을 느끼고 공감을 하는 것은 뇌의 ‘아몬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성장이 지닌 그 무한한 가능성 속에는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자라나는 중일 테니 말이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이 사회에 진정한 공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모든 성장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전하고 싶을 때 이 책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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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이야기 - 시대를 움직인 뒤틀린 정의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월러 뉴웰 지음, 우진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인류사를 점령한 폭군들의 수상한 행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다!

 

 

  ‘민주공화국은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의한 독재의 거부를 제일의 가치로 한다는 점에서 권력을 인격화한 독재적 의식에 사로잡힌 정치문화의 퇴행성이 탄핵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중앙일보의 한 칼럼에 쓰인 글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 사건은 민주주의 헌법 수호에 있어 용납될 수 없는 중요한 법 위배 사항으로 그 정당성을 발휘한다. <폭군 이야기>의 저자 월러 뉴웰 교수는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의 전부는 아니며,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폭정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권력을 사유화하고 독재적 의식에 사로잡힘으로써 퇴행해버린 우리의 정치 문화를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오늘날 이들을 견제하고 독단적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는 헌법과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른바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자축할 만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가의 이익에 크게 위반되지 않았다고 여기며 국정 농단 사태를 오히려 옹호하는 입장이 난립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나면 모든 것이 평화롭고 완벽할 것이라 믿었으나 여전히 이념과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현실, 혹은 역설들 앞에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폭군의 가면과 세 가지 유형

 

   <폭군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나 존재해온 ‘폭정’을 화두로 민주주의가 모색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즉, ‘역사는 진보한다’는 맹목적인 믿음 하에 폭정을 휘두르는 폭군들을 마치 구시대의 산물로 취급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폭정처럼 비치는 정치 행위마저도 진보의 과정 속 일부로 착각하는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다. 우리가 박정희 정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면이 있듯이 폭정이 건설적이거나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원동력이라고 믿는, 혹은 좋은 폭정이 있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정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쉽게 걸리는 병인 ‘기억 상실’ 때문에 미화된 폭력과 위장된 폭군들의 업적을 바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리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책은 역사 속에서 나타난 다양한 폭군들을 통해 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정당성을 부여하고 민중들에게 위협을 가하면서도 때로 열렬한 지지를 얻기까지 했는지, 중요 사상가들뿐만 아니라 철학, 문화, 미술, 문학, 건축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들을 통해 서로에게 미친 영향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더라도 그 세상과 민주주의적 자유에 대한 현재의 폭정 위협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여기에는 젊은 세대에게 진짜 위험한 폭군은 항상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 등이 포함되며, 무엇이 그들을 자극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런 위험에 맞서는 첫걸음은 그 위험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구 방식의 물질주의를 전파하는 것으로는 그들에 맞설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44p

 

 

   저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폭군들을 나눈다. 첫 번째는 ‘전형적인’ 폭군으로 국가와 사회를 마치 자신의 개인적인 소유물처럼 다루며 자신의 안녕과 이익 그리고 자기 주변의 혈족과 측근들을 위해 국가를 이용하는 부류이다. 플라톤이 <국가>를 통해 “만일 폭군이 국민을 잘살게 해준다면 그것은 양을 살찌우는 것처럼 필요할 때 잡아먹기 위해서다.” 라고 말한 데에서 그 본질을 느낄 수 있다. 이 전형적인 유형의 폭군으로는 로마의 네로 황제,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장군과 니카라과의 소모사 부자, 최근에는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개혁형’ 폭군이다. 이들은 명예와 부를 소유하고 싶은 열망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법과 민주주의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 권력을 추구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루이 14세, 프리드리히 대왕, 나폴레옹, 터키를 공화국으로 바꾼 케말 아타튀르크 등이 속한다. 이들은 단순히 우두머리가 되거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보다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이 혼란한 세상에 어떤 질서를 부여하는 데 더 깊은 욕망을 드러낸다. 도시를 재정비하고 법과 제도, 공공 위생, 교육 문제를 개선하며 빈부 격차를 줄이는 시도 등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폭군이 아니라 국민의 훌륭한 대표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유형은 ‘영원불멸형’ 폭군이다. 로베스피에르,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과 같은 전체주의 폭군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완벽한 조화를 표방하는 미래의 세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엄청난 전쟁과 대량학살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특이점은 이들이 근대에 들어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탈린과 히틀러,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와 같은 경우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가로막는 적의 정체를 규명하고 이를 철저히 멸절시키는 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유대인에 대한 끝 모를 증오를 보였던 히틀러의 경우, 실제로 이들과 어떤 관계를 갖거나 연관성이 있지 않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스탈린이 행복과 변영의 적이자 이상형 건설을 위해 반드시 멸절돼야 하는 가공의 반혁명분자인 쿨라크 ‘부유한 농민’을 만들어낸 것처럼, 히틀러도 ‘유대인’이라는 적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의 유형의 폭군들을 통해 살펴보게 될 폭정의 행적들은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한 인간의 개인적인 야망과 역사의 변혁을 꿈꾸는 거대 욕망은 물론, 세속과 종교, 사상 등이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덕분에 책을 읽다보면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세계사 전반을 아우르는 총제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기분이 든다.

 

 

종교적 다원론과 여러 종교들을 관용적으로 포용했던 사상은 이제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사상으로 대체됐다. 기독교는 인생의 모든 측면을 이끌어주는 유일한 ‘진리’였고, 그것을 지원한 것은 절대 권력자의 ‘권위’였다. 심지어 콘스탄티누스 1세나 테오도시우스 같은 황제들도 삼위일체와 같은 난해한 신학 논쟁에 끼어들기도 했으며, 다른 견해나 관점에 대해서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진압해 자신들이 선택한 종교를 지원하려고 했다. 폭정은 이념이 되기 시작했고, 훗날 절대 권력의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론과 실제의 통합’을 이루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등장한 공산주의와 같은 세속적 이념의 종교적 선배가 됐다. / 187p

 

 

우리는 절대 군주의 권력이 때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대단한 일을 성취해낼 수 있다는 불편한 역설을 마주하게 된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던 “군주와 평민 모두를 위한 안정과 평화”다. 더욱이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역설도 드러나게 되는데, 공격적이고 야심 넘치는 폭군이 위대한 정치가로 변모할 수 있으며 어느 지점에 들어서면 양자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 227p

 

 

 

 

 

모든 권력자는 잠재적 폭군이다

 

   이 책에서는 대체로 서구 인물 중심의 폭정과 불의를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폭정의 의미를 인류를 파괴하거나 퇴보시킬 수 있는 모든 권력으로 확장시킨다면 핵무기나 환경 파괴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히틀러와 스탈린과 같은 폭군이 이를 극적으로 이용한 사례인데,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IT기술도 폭정에 이용될 수 있다. 물론, 핵무기 기술과 파멸의 위협이 오히려 오늘날의 소비 사회를 두렵게 만들어 세계 평화와 정의를 가져온다는 설도 있는 만큼,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 속에서 발휘되는 다양한 협력단체와 시민의식이 폭정과 폭군의 등장을 끊임없이 견제함으로써 평화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든 민주주의가 완전무결한 체제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인류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희망을 셀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해왔지만, 그런데도 폭정이 계속되는 이유는 ‘권력을 향한 결코 꺼지지 않는 욕망’이라는 인간의 심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권력자는 잠재적인 폭군이다. 권력에 대한 꿈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하며, 거기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나가서 싸워야 한다. / 443p

 

 

   그런 점에 있어 <폭군 이야기>는 세계사를 위협했던 폭군들을 설명하는 단순히 자극적인 내용의 책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묘하게 뿌리를 내리는 이들의 등장을 방지하고, 그것이 부지불식간에 체제를 잠식시켜 언젠가 더 큰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대체로 서구의 역사에 비추어 쓰인 책이다 보니, 방대한 세계사적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그만큼 공들여서 읽고 참고 서적을 찾아가면서 독서를 하는 흥미로움을 가지기도 했다. 다만, 비문이나 오타가 눈에 자주 띄는데, 이 때문에 읽을 때 문장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시기가 매우 적절하게 등장한 이 책으로 하여금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 중차대한 사건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큰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분들에게도 이 책이 유용하게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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