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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삶은 고전이란다 - 국어 선생님과 함께하는 동서양 대표 고전 읽기
박진형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고민이 많은 청소년에게 전하는 고전의
메시지!
국어 선생님이 교과서에서 직접 뽑은
동서양 대표 고전 20편!
세월이 흐를수록 값어치가 더해가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고전’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작품들이 지금에도 읽히고, 그 이후의 세대에게도
읽혀진다는 것은 그 속에 아름다운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고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부모들이 워낙 많아서 다량의 전집을 구매해
일찍부터 고전을 접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자랄수록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읽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에만 치중하는 교육으로 변질되어 그 가치가 상실되고
마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부모 역시 책을 갖춰주기만 할 뿐, 아이의 성장에 있어 필요한 고전을 시의 적절하게 권해주고 선별해줄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얘들아!
삶은 고전이란다>는 아이들의 고민과 성장하는데 있어서 필요하고 조언해줄 수 있는 고전을 주제별로 선별하여 아이들은 물론, 부모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현직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교과서에서 동서양 대표 고전 20편을 뽑아 주요 부분만 발췌하여 자신의 코멘트와
함께 구성하였다. 제목에서 그러하듯 저자 스스로를 ‘쌤’이라고 표기한데다 마치 1:1로 대화하듯이 구어체로 서술하여 가독성도 높고, 마치 옛
이야기를 듣는 듯 부담 없이 읽힌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20편의 고전은 주제에 따라 총 4부로 나뉘어져 그 구성에 따라 각각 수록되어 있는데,
익히 알고 있는 고전에서부터 생소한 작품까지 다양하게 선별되어 있다.
1부에서는 ‘너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고전 이야기’라는 주제로 ‘안동랑전’, ‘수레바퀴 아래서’, ‘꽃들에게 희망을’, ‘남궁선생전’, ‘예덕선생전’을 소개한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는 아이들,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건지 모르는 아이들, 경쟁이 버거운 아이들,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아이들, 돈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 그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고전의 지혜를 빌어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준다. 개인적으로
1부에서부터 4부까지 읽으면서 1부의 내용에 많이 공감했다. 청소년기에 많은 아이들이 하게 되는 고민의 내용이기도 하고, 언젠가 우리 아이도
하게 될 고민일 것 같아서였다. 이에 저자는 ‘안동랑전’을 통해 성적에만 매몰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다양한 길을 찾도록 응원한다. 또한
무작정 꼭대기를 향해 오르기보다 나의 가능성을 찾아 실현하는 데 의미를 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꽃들에게 희망’을 추천한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예덕선생전’이었는데 똥 치우는 일을 하는 엄행수를 예덕 선생이라 칭하는 선귤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정받지 못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쌤은 너희에게 꼭 말해 주고 싶어.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문으로 스스로를 재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물론 성적이 떨어져서 실망할 때도 있을 거야.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거고. 그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러나 오직
성적으로 너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네가 꿈꾸는 인생을 살기 위해선 성적표의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그리고
세상에 있는 다양한 문들 중 너의 문을 찾아 열어 내길. / 24p
2부에서는 ‘너와 나,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고전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작품은 ‘채봉감별곡’,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마장전’, ‘결혼’, ‘규중칠우쟁론기’가
수록되었다. 부모와 가족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아이들, 부모님 말씀을 잔소리로만 생각하는 아이들, 진정한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아이들, 이성교제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한 고전들이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는 급훈이 있었는데, 미래의 배우자를 공부의 동기로 삼는 것이 참 흥미로운 자극이 되었다.
아마 요즘에도 이러한 급훈이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저자는 이를 언급하며 아이들이 얼마나 이성에 관심이 많은지, 그들에게 진정한 사랑에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고전을 소개한다. 나 역시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이었는데, 참 특이한 전개 형식을 갖춘 희곡이어서 인상적이었다.
3부에서는 ‘네 앞의 시련에 당당히
맞서기 위한 고전 이야기’라는 주제로 ‘도련님’, ‘바리데기’, ‘한중록’, ‘특급품’, ‘화수분’을 소개한다. 세상 밖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 차별을 받는 아이들, 가정의 불화나 사고 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아이들, 늘 사건과 사고를 일으키는 아이들, 쉽게 포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혜안을 담은 고전들이다. 그 중 현대 수필을 대표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 김소운 작가의 ‘특급품’이 꽤 마음에 와닿는다. 이 작품은
바둑판으로 많이 쓰이는 비자나무의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흉터를 가진 비자반이 그렇지 않은 비자반보다 오히려 특급품으로 인정받는 것을 통해
아이들이 잘못을 했다면 그것을 딛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응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잘했던 것에 대한 기억보다 실수를 더
많이 기억하는 법인데, 늘 실수를 복기하고 또 복기하는 버릇이 있는 나에게도 위로가 된 작품이었다.
‘경험이란 누구나 자기 실수에 붙이는 명칭이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야. 그
누구도 완벽한 인생을 살진 않아. 잘못은 늘 있게 마련이지. 중요한 건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걸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겨 내는 태도일
거야.
갈라진 틈을 스스로 극복한 비자나무 내면의 힘, 상처에 무너지지 않고 이겨 내 지혜로 만들 수
있는 그 힘이 네 안에도 있을 거야. 네 안에 있는 그 힘을 믿으렴. / 179p
끝으로 4부에서는 ‘지금 이 순간,
너의 행복한 삶을 위한 고전 이야기’를 주제로 ‘무지개’, ‘관리의 죽음’, ‘아Q정전’, ‘고도를 기다리며’, ‘달과 6펜스’를 수록하였다.
행복을 꿈꾸는 아이들, 소심한 자신을 걱정하는 아이들, 자기 합리화만 하는 아이들,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들, 의욕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전하는 아름다운 고전들이다. 내가 가장 자주하는 말이자, 자주 하려고 애쓰는 말이 있다면 ‘감사합니다’인데 사소한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그것을
행복이라 여기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의 아이도 이런 엄마의 마음을 기꺼이 느끼고 작은 즐거움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이 책에 수록된 고전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언젠가
사춘기가 찾아오고, 부모와도 나누지 못하는 고민에 휩싸여있을 아이에게 어떻게 위로를 해주나 고민을 했다. 다행히도 고전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현재의 삶에 의미 있을 때 고전은 가장 빛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그에 맞는 고전을 권해야겠다. 고전이야말로 내가
직접 해줄 수 있는 말보다 더 깊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 나부터 고전을 많이 읽고 추천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