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2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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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자기 투쟁의 고백!

일상을 서사로 만드는 힘을 가진 크나우스고르적 문학!

 

 

 

   감히 ‘크나우스고르적 문학’이라고 쓰고 싶은, 그만의 독특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나가고 있는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 2권이 출간되었다. 삶의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그의 투쟁적 글쓰기에, 마치 보지 말아야 할 한 개인사의 어두운 낯을 속속들이 알아버린 것 같은 그 혼란스러웠던 1권의 첫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마치 배설물처럼 바라보기 무섭게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버려야 할 것 같았던 독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모름지기 작가란 자기만의 독특한 것을 일구어내야 할 의무를 숙명처럼 지닌다고 했던가.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과 인간관계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불쑥불쑥 치닫는 감정의 질곡까지 거침없이 글로써 돌파해나가는 그의 힘에 매료되었다.

 

 

   <나의 투쟁> 2권 역시 깊은 사색과 자기 성찰에의 끈을 놓치지 않고 진득하게 밀고나간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 속에서 철학적 성찰은 언제나 존재하고, 진지하고 가멸찬 자기반성 또한 계속된다. 그럼에도 1권 보다 2권은 좀 더 가볍다. 1권이 ‘죽음’이라는 표상 아래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시절을 이야기했다면 2권에서는 이제 어른이 된 그가 사랑과 가족 안에서 포용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결혼을 뒤로하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혈혈단신 건너와 현재의 아내인 린다를 만나 아이를 낳고, 육아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들의 일상과 닮아 있다. 그는 학업을 마쳐야 하는 아내를 대신해 유모차를 끌어 산책시켜주고, 아이의 어린이집 활동에 참여하며, 아이의 베이비댄스 문화센터 수업까지 듣는다. 선이 굵은 남성의 이미지에 가까운 그가 엄마들 틈에서 강사가 틀어주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마치 성불구자가 된 것 같다던 고백처럼 그에게 있어 육아를 하면서 겪는 그 모든 경험들은 낯설고 불편하다. 자신의 내면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아이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 또한 어쩐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부모이기에, 그 역시도 아빠이기에 누구나 환경에 따라 서로 비슷비슷하게 변해가듯 자신도 그렇게 살아간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라서 비록 상대방을 대할 때 예의와 격식을 차린다 해도 마무리 손질을 하지 않은 목제 가구처럼 그 투박한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아이들은 나의 깊숙한 내면에까지 자유롭게 도달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생길 때 내가 스스로 제한을 두고 하지 않는 일은 내게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나의 신체적 우월성을 이용해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아이들이 나의 내면을 휘젓고 다닐 경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무관심하게 대하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나도 아이들이 도를 넘게 친밀감을 표현하면 불쾌해질 때가 있다. / 70p

 

 

   육아를 하다보면 아이의 행동과 기분에 따라 마음이 들쑥날쑥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 때문에 울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갑자기 깔깔 웃는 모습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부모의 마음이란 모두 같은가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감추지 않고 모두 써내려간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부모이기에 인내를 앞세워 울컥하는 감정을 내리눌러야 할 때가 많고,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지만 부모가 된 이상 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아이의 세상엔 부모가 전부이기에. 저자가 그러하듯 내가 그러하듯 이 땅의 부모들의 마음이 그러하듯, 그저 안고 있는 행위만으로도 세상의 가장 큰 기쁨을 품은 듯 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 모든 것을 보상하기에.

 

 

헤이디와 나와의 관계 중 일부는 내가 헤이디를 안고 다니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고 안기는 일. 그것은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할 때 기본적인 사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이디는 걷기를 싫어해서 나만 보면 항상 두 팔을 번쩍 쳐들고 안아들라고 졸랐다. 내가 헤이디를 안아 올리면 헤이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커다란 눈동자와 욕심스러운 입을 지닌 자그맣고 통통한 헤이디를 내 몸에 바짝 붙여 안을 때면 행복해진다. / 73p

 

 

   이렇듯 소설의 전반부는 아내인 린다와 그의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지만 2권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린다의 사랑을 얻고 결혼에까지 이르는 과정에 있다. 노르웨이를 떠나 스웨덴에서 만난 린다라는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의 모습은 굉장히 강렬하고 진솔하며 때로는 과격하다. 그녀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거부당했을 때 그가 자신의 얼굴에 유리 조각을 그어대는 모습이란 다소 충격적이다. 마침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연애 혹은 결혼 생활에서 오가는 그들의 감정은 그 기복이 너무나 심해 늘 위태로워 보이기 일쑤이다.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열망, 질척거림, 때로는 도망치고 싶고,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기기도 하는 이 복잡한 감정들을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1권에서 아버지의 추악한 일면과 자신의 가족사를 꾸밈없이 담아냈듯 2권에서도 그는 거짓을 덧씌우지도, 진실을 가리지도 않는다.

 

 

스톡홀름으로 이사 와서 린다를 만난 그해 봄, 세상은 내 앞에서 활짝 문을 열었고 삶은 엄청난 속도로 강렬해졌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사랑에 빠졌던 나는 세상의 온갖 것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고 주변의 모든 것을 활짝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며 기쁨과 즐거움을 주체할 수 없어 감정이 폭발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 114p

 

 

가을이 되자 린다의 기분은 점점 더 가라앉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린다는 나를 더욱 심하게 옭아매었다. 나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밀실공포증 같은 답답함이 덮쳐왔기에 나는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고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동시에 그녀는 내가 만들어둔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380p

 

 

   어쨌든 사랑을 이루었고, 그녀로부터 사랑하는 아이도 가졌지만 저자는 평범한 일상에 끊임없이 번민을 느끼고 씨름한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이란 설거지나 기저귀 따위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데 있다. 비슷하게 닮아가기를 요구하는 사회, 내가 하는 모든 행위와 생각이 작아 보이고 무가치하게 느껴지게 하는 데에서 오는 혐오감에서 기인한다. 판에 박힌 일과 책임으로 이어지는 일상을 참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습관처럼 이를 거부하게 되는 것은 항상 동경하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진짜 자신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채 현실과 동경 사이, 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해 여전히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자신이 동경하는 세상보다 이 삶이 더 가깝게 자리 잡고 있다면 이 삶을 말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데도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그 삶을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 무진 애를 써보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해온 투쟁이다. 하지만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먼 곳을 바라보는 동경은 눈앞의 일상에 구멍을 내기 일쑤였으니까. / 111p

 

 

나는 오직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의 전부였다. 올바르고 진실하며 정의로운 사람. 사람들의 눈을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 누구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였다. 나는 책임져야 할 곳을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비겁한 사람에 불과했다. 지금도 나는 비겁하게 도망치고 있지 않은가. / 263p

 

 

  나의 투쟁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원하건 원치 않았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와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것. 그곳에 나의 존재적 가치가 있고, 삶의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 소설을 다 읽고 나니 그에게서 또 한 번 묵직한 잽을 얻어맞은 기분이다. 비록 주제가 사랑과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더라도 1권만큼이나 강렬하고 그래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힘을 느꼈다. 나는 언제쯤 적당히 타협하고 아름답고 긍정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태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내 삶의 이면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일이란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 적어도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그렇게 했다. 저자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써내려가고 나면 그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가장 마지막 권을 읽게 되면 알 수 있을까.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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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 -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따르는 리더의 조건
나가마쓰 시게히사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3.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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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리더형 인간인가?

  기업이나 단체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사소한 모임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리더의 자질을 갖추지 않고 있음에도 꽤 그 역할을 많이 맡은 것 같다. 추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단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나마 하나의 자질을 갖춘 게 있다면 억지로 이끌지 않고 먼저 움직여서 원하는 바를 유도하는 쪽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잡음이 없이 조직이 유연하게 움직여졌지만 조직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느라 결론을 내기가 힘들거나 혼자서 고군부투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왜 리더인가, 나는 그럴 만한 능력이 부족한데’ 하며 리더로서의 자존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당시에 내가 생각한 리더의 조건은 ‘카리스마, 추진력’과 같이 스스로 빛나는 힘을 지닌 것이었나 보다. 어째서 나는 전형적인 강력한 리더의 이미지에만 사로잡혀 있었을까.

 

 

  <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재와 리더에게 걸맞은 리더의 조건을 제시한다. 저자는 20대에 타코야키 노점상으로 시작해 주식회사 인재육성JAPAN의 대표로 인력 컨설팅, 외식업, 출판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전개한 일본의 젊은 CEO이다.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그를 차세대 리더로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노점에서 시작해 굴지의 사업가가 되기까지, 이 젊은 리더의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된 리더십 강의와 저서가 일본 청년들이 지향하는 리더로서의 모델과 일맥상통하기에 인기를 끄는 게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정서적 공감을 중시하고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커뮤니티십에 중점을 둔 따뜻한 리더라는 점에서 많은 청년들에게 호감을 얻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리더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표지에서 언급하듯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따르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정도로 다양한 덕목들이 요구되지 않을까.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어떤 리더에게 사람이 따르는가’를 주제로 하여 리더 스스로가 갖춰야 할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좋은 조직을 넘어 매력적인 조직으로’를 주제로 조직원들을 독려해 매력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1부에서 다루는 내용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 중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권력이 아니라 매력이 있는 리더가 되기, 내실 있는 리더가 되기, 배움을 실천하는 리더의 아우라를 손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부하 직원에게 먼저 미소를 보이는가?

당신은 부하 직원에게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네는가?

당신은 부하 직원이 동경할 만한 리더인가? / 19p

 

 

  리더 스스로에게 메리트가 있어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닐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우수한 리더는 혼자서 모두 해내는 천재가 아니다. 곁에 좋은 부하 직원이 있어야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동기가 부여될 만한 메리트를 제시하는 것 또한 리더의 역할이다. 나는 과연 직원들에게 메리트 있는 리더인가. 스스로 자문하고 그것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항상 필요하다. 내가 한 때 다니던 직장에서도 운동이나 자격증 취득과 같은 자기 계발을 적극적으로 하고 직원들에게 먼저 말을 잘 걸어주고 늘 호탕하게 웃는 리더가 있었다. 반면 늘 표정이 어둡고 따지는 듯한 말투를 지닌 리더도 동시에 있었다. 그들 모두 해당 업무에 대한 능력은 좋은 편이었으나 결국 앞서 언급한 리더가 더 높은 자리까지 올랐으며 그의 곁에는 저절로 좋은 직원들이 함께 했다. 이러한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리더 스스로가 빛나는 매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조건인 듯하다. 뿐만 아니라 견고한 내부를 가진 조직이 오래도록 번영하는 것처럼, 신뢰로 뭉친 인적 기반을 갖춘 리더 또한 중요하다. 인맥을 쌓고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외부에만 눈을 돌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눈앞의 사람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가치는 ‘안에서 밖으로’가 중요하다. 내실을 착실히 닦으면서 천천히 바깥을 향해야 한다. 이 ‘안에서 밖으로’가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창출한다. 내실 있는 리더는 굳이 스스로 발돋움하지 않아도 떠밀리듯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 26p

 

 

  저자는 ‘만족을 모르는 기질’이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즉,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 책 이상의 도구가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모든 경험과 에너지가 농축된 결과물이 책인 만큼 그 에너지를 체화하고 활용함으로써 배움을 실천하는 리더의 아우라를 갖추라는 것이다. 또한 요즘처럼 자기 어필이 많이 요구되는 시대도 없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프 브랜딩’이 아니라 ‘이너 브랜드’를 갖출 것을 제안한다. 무리하게 셀프 브랜딩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지 말고, 착실하게 자신의 발밑을 다지는 편이 자존감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주변에서 당신의 브랜드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최대한 남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피로감을 겪고 있을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인 듯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남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셀프 브랜딩’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자긍심, 즉 ‘이너 브랜드’를 먼저 키워야 한다고. 내면에서부터 시작하는 이너 브랜딩은 겉치장에 치우친 셀프 브랜딩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행동 하나에도 확신이 담긴다. 확인이 있는 리더가 풍기는 에너지를 느낀 사람은 리더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진다. 그것이 가장 본질적인 형태의 브랜드다. / 100p

 

 

  책의 2부에서 “리더는 특별한 안목을 가지고 있으며, 크리에이터 보다는 큐레이터에 가깝다.”라고 워렌 베니스가 한 말을 인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지금껏 스카우트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경영자들이 종종 어느 유명 회사에서 경영 전문가를 데리고 와 중역에 앉히는 일이 많은데, 그동안 열심히 일해 온 직원들 위에 느닷없이 낯선 상사가 한 명 생기게 하는 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 사람이 와야만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리더인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꾸 외부에서 능력 있는 자를 찾으려고 하기보다 내부의 인재들을 독려하고 그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욱 중요함을 강조한다.

 

 

“일류의 인재를 모으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사람을 일류로 만든다.”

나의 경영 슬로건이자 리더로서의 매력의 원천이다. 이 슬로건의 힘은 크다. 자신을 일류로 만들어주겠다는 리더를 싫어할 부하는 없다. 없던 의욕도 생기고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거듭 말하지만 리더의 매력은 자신 안에 잠들어 있다. 우수한 부하를 찾아 헤매는 리더들에게 고한다. 우수한 리더는 지금 있는 멤버로 승리하는 리더다 / 123p

 

 

  가만히 살펴보면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리더의 조건들은 가장 중요한 가치 몇 가지를 중심으로 의외로 기본적인 것에 충실히 하는 데 있는 듯하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리더의 마인드와 기본 자질에 더욱 집중한다는 점에서 내실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제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직원들 모두가 주역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즉 내 사람들을 돋보이게 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리더의 가장 역할인 것 같다. 한때 강한 리더십의 이미지에 사로잡혔던 나에게도 귀감이 되는 조언이었다. 차세대 리더들, 그리고 리더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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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산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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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연쇄살인, 누가 그를 범죄자로 만드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정한 사회 현실을 고발한 묵직한 메시지!

 

 

  다양한 범죄스릴러 소설들이 쏟아지지만 그 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악마의 산>은 좀 더 특별해 보인다.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하는 아프리카 최남단의 제3세계, 그 낯선 나라 속에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공포들은 이 소설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여기게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려운 사건을 착착 해결해나가는 지적이고 멋진 형사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고층빌딩 숲이 즐비한 도심의 세련된 공간이 나오는 것도 아니며, 현란한 액션과 추격신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정하고 음울한 사회 현실, 거리를 헤매야 하는 아이들, 타락한 경찰들, 몸을 팔아서 삶을 연명하는 여자들 등이 만연한 이곳은 그야말로 어디서든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소설은 크게 3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때 KGB출신에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사 토벨라,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린 강력계 형사 베니 그리설, 딸 아이를 키우기 위해 콜걸이 된 크리스틴이 그들이다. 우연히 강도 두 명을 만나 그들로부터 아들을 잃게 된 토벨라는 이 땅의 사법체계가 그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데다 도망치기까지 한 것에 분노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이 땅을 지켜주고 그들 앞에 놓인 위험한 장애물을 치워주는 게 마땅히 어른들이 할 일이지만 이 사회는 단숨에 변할 것 같지 않다. 결국 그는 스스로 복수를 다짐한다. 아프리카 전통 창인 아세가이를 이용하여 보석으로 풀려났거나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는 아동성폭행범들만 골라 처단하며 나름의 정의구현을 실현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파카밀레가 옆에 있었다면 토벨라는 그렇게 말해 주었을 것이다. 목적이 수간을 정당화한다고. 파카밀레를 살해한 불의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게 둘 수는 없었다. 힘없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사법체계가 제대로 된 처벌을 해 줄 수 없다면, 지금이 바로 최후의 수간을 사용할 시점이다.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 세계에서 누군가는 맞서 싸워야 했다. “여기까지다. 더는 안 돼.” 누군가는 일어나서 외쳐야 했다. / 74p

 

 

  한편, 강력계 형사 베니 그리설은 능력이 출중한 베테랑 형사였으나 알콜 중독에 빠지면서 가족은 물론 동료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결국 6개월 안에 술을 끊지 않으면 이혼을 하겠다는 아내의 통보로 인해 끊임없이 들러붙는 술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와중에 전기주전자 코드로 목을 졸려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나고 그를 잡는 것으로 서서히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자신의 명성을 다시금 되찾아가려한다. 그러던 중 아세가이를 이용해 아동성폭행범들을 살인하는 연쇄살인범을 잡으라는 특명이 내려지고,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과 함께 온갖 이목이 집중된 이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단순히 줄거리만 요약하면 이렇듯 형사 베니 그리설의 대활약상을 기대해야겠으나, 사실 이 소설은 형사로서 혹은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그의 인간적인 부분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다. 추측하건데 ‘형사 베니 시리즈1’이라고 표지에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소설이 베니 형사의 고뇌와 그가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금 예리한 형사로 거듭나는 과정에 더 주목하려 한 듯하다. 그래서 멋진 형사의 스릴 넘치는 액션과 추리력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베니 형사에 대한 기대감이 읽으면서 줄어드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고뇌가 굉장히 인간적으로 다가오고 그래서 그것을 딛고 이겨내 줄 것을 믿고 응원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저는 그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희생자들이 누워 있는 현장으로 들어가면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희생자가 죽어 가며 질렀던 비명이 누군가 들어 줄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비명 소리는 한 번 들리고 나면, 그 뒤로는 머릿속에 붙박인 것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 87p

 

 

  세 번째 주요 등장인물 콜 걸 크리스틴은 미혼모이다. 처음부터 몸을 주고 거래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었고 딱 5년만 발을 들이기로 한다. 그러다 콜롬비아 마약상인 카를로스를 만나게 되면서 일이 꼬이고 만다. 다른 고객들과 달리 그는 그녀를 독점하고 싶어하고 때로는 완력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와의 관계는 불안해 보인다.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헤어 나올 수 없는 힘을 지닌 자이기에 크리스틴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 카를로스가 자신의 딸을 납치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것을 계기로 형사 베니 그리설과 얽히게 된다.

 

 

  이렇듯 유기적으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각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다 하나의 이야기로 얽혀진다.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영화적인 느낌이다. 막 흥미로워지는 찰나에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바람에 궁금함이 더 커지기도 하고 때로는 맥이 풀리기도 하지만 확실히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가끔 앞서 언급된 베니 그리설의 고뇌가 비슷한 내용으로 몇 번이나 반복되는 점은 속도감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참 괜찮은 범죄소설이라 생각이 든다. 음모, 뜻밖의 반전, 흥미로운 캐릭터, 어두운 사회의 일면과 범죄에 대한 작가의 의식 또한 진지하게 반영되어 있는 부분도 가볍지 않아서 좋다.

 

 

오늘날엔 모든 사람 안에 범죄가 스며들어 있었다. 무의식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독사처럼. 그러다 탐욕, 질투, 증오, 복수, 공포의 열기 속에서 그 독사가 튀어 올라 사람을 무는 것이다. 그런 일이 아직까지 없었다면 행운이라 생각해도 좋다. 삶의 경로가 다행히 큰 사고를 피해가는 바람에, 인생의 끝에서 돌아볼 때 지금까지 저지른 가장 못된 일이 직장에서 종이 클립을 훔친 정도라면 그 인생은 운이 좋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279p

 

 

  아니나 다를까, 저자 베니 형사의 시리즈가 영화화된다고 한다. 게다가 주연이 숀 빈. 내게 있어서 그는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가장 먼저 알게 된 배우인데 생각해보니 소설 속 베니 그리설이라는 인물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물론 이 배우가 좀 더 섹시한 느낌이 많은 듯하지만. <악마의 산>을 시작으로 다른 베니 형사의 시리즈 작품들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베니 형사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지, 알콜을 이겨내고 멋진 형사로 거듭날 것인지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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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삶은 고전이란다 - 국어 선생님과 함께하는 동서양 대표 고전 읽기
박진형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고민이 많은 청소년에게 전하는 고전의 메시지!

국어 선생님이 교과서에서 직접 뽑은 동서양 대표 고전 20편!

 

 

  세월이 흐를수록 값어치가 더해가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고전’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작품들이 지금에도 읽히고, 그 이후의 세대에게도 읽혀진다는 것은 그 속에 아름다운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고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부모들이 워낙 많아서 다량의 전집을 구매해 일찍부터 고전을 접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자랄수록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읽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에만 치중하는 교육으로 변질되어 그 가치가 상실되고 마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부모 역시 책을 갖춰주기만 할 뿐, 아이의 성장에 있어 필요한 고전을 시의 적절하게 권해주고 선별해줄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얘들아! 삶은 고전이란다>는 아이들의 고민과 성장하는데 있어서 필요하고 조언해줄 수 있는 고전을 주제별로 선별하여 아이들은 물론, 부모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현직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교과서에서 동서양 대표 고전 20편을 뽑아 주요 부분만 발췌하여 자신의 코멘트와 함께 구성하였다. 제목에서 그러하듯 저자 스스로를 ‘쌤’이라고 표기한데다 마치 1:1로 대화하듯이 구어체로 서술하여 가독성도 높고, 마치 옛 이야기를 듣는 듯 부담 없이 읽힌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20편의 고전은 주제에 따라 총 4부로 나뉘어져 그 구성에 따라 각각 수록되어 있는데, 익히 알고 있는 고전에서부터 생소한 작품까지 다양하게 선별되어 있다.

 

 

 

  1부에서는 ‘너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고전 이야기’라는 주제로 ‘안동랑전’, ‘수레바퀴 아래서’, ‘꽃들에게 희망을’, ‘남궁선생전’, ‘예덕선생전’을 소개한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는 아이들,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건지 모르는 아이들, 경쟁이 버거운 아이들,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아이들, 돈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 그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고전의 지혜를 빌어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준다. 개인적으로 1부에서부터 4부까지 읽으면서 1부의 내용에 많이 공감했다. 청소년기에 많은 아이들이 하게 되는 고민의 내용이기도 하고, 언젠가 우리 아이도 하게 될 고민일 것 같아서였다. 이에 저자는 ‘안동랑전’을 통해 성적에만 매몰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다양한 길을 찾도록 응원한다. 또한 무작정 꼭대기를 향해 오르기보다 나의 가능성을 찾아 실현하는 데 의미를 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꽃들에게 희망’을 추천한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예덕선생전’이었는데 똥 치우는 일을 하는 엄행수를 예덕 선생이라 칭하는 선귤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정받지 못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쌤은 너희에게 꼭 말해 주고 싶어.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문으로 스스로를 재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물론 성적이 떨어져서 실망할 때도 있을 거야.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거고. 그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러나 오직 성적으로 너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네가 꿈꾸는 인생을 살기 위해선 성적표의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그리고 세상에 있는 다양한 문들 중 너의 문을 찾아 열어 내길. / 24p

 

 

  2부에서는 ‘너와 나,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고전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작품은 ‘채봉감별곡’,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마장전’, ‘결혼’, ‘규중칠우쟁론기’가 수록되었다. 부모와 가족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아이들, 부모님 말씀을 잔소리로만 생각하는 아이들, 진정한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아이들, 이성교제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한 고전들이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는 급훈이 있었는데, 미래의 배우자를 공부의 동기로 삼는 것이 참 흥미로운 자극이 되었다. 아마 요즘에도 이러한 급훈이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저자는 이를 언급하며 아이들이 얼마나 이성에 관심이 많은지, 그들에게 진정한 사랑에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고전을 소개한다. 나 역시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이었는데, 참 특이한 전개 형식을 갖춘 희곡이어서 인상적이었다.

 

 

  3부에서는 ‘네 앞의 시련에 당당히 맞서기 위한 고전 이야기’라는 주제로 ‘도련님’, ‘바리데기’, ‘한중록’, ‘특급품’, ‘화수분’을 소개한다. 세상 밖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 차별을 받는 아이들, 가정의 불화나 사고 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아이들, 늘 사건과 사고를 일으키는 아이들, 쉽게 포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혜안을 담은 고전들이다. 그 중 현대 수필을 대표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 김소운 작가의 ‘특급품’이 꽤 마음에 와닿는다. 이 작품은 바둑판으로 많이 쓰이는 비자나무의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흉터를 가진 비자반이 그렇지 않은 비자반보다 오히려 특급품으로 인정받는 것을 통해 아이들이 잘못을 했다면 그것을 딛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응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잘했던 것에 대한 기억보다 실수를 더 많이 기억하는 법인데, 늘 실수를 복기하고 또 복기하는 버릇이 있는 나에게도 위로가 된 작품이었다.

 

 

‘경험이란 누구나 자기 실수에 붙이는 명칭이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야. 그 누구도 완벽한 인생을 살진 않아. 잘못은 늘 있게 마련이지. 중요한 건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걸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겨 내는 태도일 거야.

갈라진 틈을 스스로 극복한 비자나무 내면의 힘, 상처에 무너지지 않고 이겨 내 지혜로 만들 수 있는 그 힘이 네 안에도 있을 거야. 네 안에 있는 그 힘을 믿으렴. / 179p

 

 

  끝으로 4부에서는 ‘지금 이 순간, 너의 행복한 삶을 위한 고전 이야기’를 주제로 ‘무지개’, ‘관리의 죽음’, ‘아Q정전’, ‘고도를 기다리며’, ‘달과 6펜스’를 수록하였다. 행복을 꿈꾸는 아이들, 소심한 자신을 걱정하는 아이들, 자기 합리화만 하는 아이들,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들, 의욕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전하는 아름다운 고전들이다. 내가 가장 자주하는 말이자, 자주 하려고 애쓰는 말이 있다면 ‘감사합니다’인데 사소한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그것을 행복이라 여기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의 아이도 이런 엄마의 마음을 기꺼이 느끼고 작은 즐거움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이 책에 수록된 고전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언젠가 사춘기가 찾아오고, 부모와도 나누지 못하는 고민에 휩싸여있을 아이에게 어떻게 위로를 해주나 고민을 했다. 다행히도 고전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현재의 삶에 의미 있을 때 고전은 가장 빛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그에 맞는 고전을 권해야겠다. 고전이야말로 내가 직접 해줄 수 있는 말보다 더 깊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 나부터 고전을 많이 읽고 추천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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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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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

조작된 진실, 모호한 시대 속을 살아가는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모호한 정의의 시대. 비루한 삶을 살아가느라 침묵하는 다수의 대중과 그런 다수를 어리석다 여기며 마치 은혜를 베풀 듯 자신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간다고, 그것이 정의라고 믿는 소수의 권력자들. 여전히 검열은 존재하고, 사회안전망이라는 정의 하에 감시자들이 존재하며 이 세상이 분명 올바르게 흘러가지 않고 있음을 알지만 90%의 다수가 10% 혹은 그보다 더한 1%의 소수에게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 모호한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 또는 이 시대의 엘리트들로 대변되는 소수, 그 소수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을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그들도 어리석은 대중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정의라 믿는 것일까.

 

 

   <고요한 밤의 눈>은 이른바, 스파이로 대변되는 이들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적 모순 속에 숨겨진 음모와 진실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단순한 범죄 스릴러 및 스파이 소설이 아니다. 007 제임스본드처럼 멋진 스파이가 등장해 활약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감시자들>처럼 범죄 대상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경찰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지만 그 존재를 뚜렷하게 알 수 없는 스파이 집단 속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스파이들의 이야기이며, 그들이 감시하는 어느 대상자를 통해 사회 구조 속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를 들여다봄으로써 각성하고 사유하는 관념적 이야기이다.

 

 

   소설에는 크게 5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15년간의 기억을 잃었다 깨어나니 스파이가 되어 있던 남자 X, X의 대학시절 동창으로 접근하여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또 다른 스파이 Y, 그런 그들을 진두지휘하는 중간 보스 B, 창작기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빈곤한 소설가 Z, 정신과 의사인 언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되어 그 이유를 찾을 동안 대신 언니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쌍둥이 동생 D가 극을 이끌어간다. 스파이로서 Y에게 주어진 임무는 X의 잃어버린 기억의 간극을 메워주고, 그를 스파이의 세계로 소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X는 운명에 순응하듯 스파이로 적응해가지만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과거의 자신과 앞으로 계속될 스파이로서의 삶에 대한 정체성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살아간다.

 

 

“정말 알고 싶은 게 뭐야?”

“난 너의 진짜 냄새와 숨결과 땀을 알고 싶어. 그건 진짜겠지.”

원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위안을 주는 환상 속에서 살 수 있다. 거짓된 현실에 속아주기도 하고 본래 의도를 감추려고 그 현실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이 거짓으로 쌓은 도미노가 길고 크고 복잡해질수록 어쩌면 우리는 더더욱 환상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환상을 지키기 위해 거짓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스파이의 삶이다. / 162p

 

 

  주인공을 꼽자면 X가 되겠으나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인물 중의 하나가 보스인 B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사회가, 소수가 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일을 무리하게 그것도 아주 빠르게 진행시키는 작금의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파이로서 과연 세상을 돕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그 정의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고뇌한다. 즉, 저자의 고뇌가 B의 고뇌로 대변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상부와의 회의를 통해서 이러한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이미 은퇴한 전 보스에게 찾아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해답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언제까지 사람들이 진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겁니까. 본인이 믿는 건만이 옳다고 믿는 것이 독선이고 독재입니다. 지금은 반대하지만 나중에는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어리석어서 혹은 세뇌되어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것. 다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혹은 올바른 소수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게 촛불, 혹은 죽음뿐인 게 정상입니까?” 내 질문은 공허하다. 이런 식으로도 저런 식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구성된 사회. 약육강식에서 나아가 승자독식이다. / 206p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나눠진 시대, 이 시대의 문제를 돌파하고 해결해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이 ‘책’ 즉, ‘문학’에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인지도가 떨어져가고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소설가 Z에게 스파이를 붙여 감시하게 한 것은 바로 그가 소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혁명’이라는 이념 아래 소수에게 저항할 수 있는 이들을 감화시킬 수 있는 힘이 문학에 존재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고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고, 진실을 쓸 때까지 멈추지 말라는 문장에서 미루어 짐작하건데 ‘전달자’, 즉 ‘작가’로서의 사명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싶다.

 

 

나의 예전 보스는 말했다. 소설을 읽는 것은 무엇보다 재밌어. 그런데 그 재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재미하고는 좀 달라. 너무 재밌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어. 어떤 작가들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지금 여기의 문제를 고민하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어. 그런 작가들은 본능적으로 문학이 어떻게 세상에 기여할 것인가를 알아. 게다가 작가와 독자는 스파이들의 암호보다 더 복잡한 코드로 소통하지. 그들의 연대는 그들이 직접 스스로를 드러낼 때까지는 알아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 / 146p

 

 

  사실 카피 문구만 보고서는 스파이 소설이 혼불문학상 수상작이 되었다는 것에서 좀 의외다 싶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스파이 소설이 아니라 그것을 가장한 사회 소설이었다. 인물과 사건으로 다져지는 소설의 이야기적 구성보다 사회 구조적 모순에 천착한 관념적 글쓰기의 성격이 강한 탓에 읽기가 까다롭고 다소 불친절한 부분도 많다. 실종된 D의 언니도 스파이가 아니었을까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고, X가 왜 기억을 잃었는지도 그저 가늠만 할 수 있을 뿐이며, X가 Y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 또한 뜬금없다. 하지만 <고요한 밤의 눈>이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데에는 나름에 근거가 있고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가까이 해볼 만한 의미가 있다는 데에는 동감한다. 문학이 이 시대를 돌파할 힘이라는 점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메시지가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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