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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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스파이들이 이렇게나 섹시하다니!

테스 게리첸의 소설은 독자를 이토록 즐겁게 한다!




  여름 손님들이 돌아왔다.

  캐나다 메인 주에 위치한 퓨리티 마을의 메이든 호숫가. 65년이라는 세월동안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해마다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을 쭉 지켜봐왔던 루벤 타킨은 올해도 어김없이 호숫가 별장에 하나둘씩 불이 밝혀지는 광경을 숨죽여 응시했다. 문뷰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별장 중에 하나였다. 그곳의 소유자인 조지 코노버가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의 미망인인 엘리자베스가 큰아들 콜린, 그리고 얼마 전에 결혼한 작은아들 에단과 함께 이곳에서 조지의 추모식을 열기 위해 다시 돌아온 듯했다. 루벤은 하늘을 할퀴고 있는 발톱처럼 생긴 문뷰의 굴뚝을 불길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몸서리쳤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독이 서려 있는 메이든 호숫가의 

이 집은 피비린내 나는 피할 수 없는 최후를 맞이하게 될 곳이다.’ 

/ 152p




  한편, 은퇴한 다섯 명의 전직 CIA 요원 출신의 모임인 ‘마티니 클럽’은 독서 모임이라는 명목으로 오늘도 유쾌한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과거에 참여했던 작전으로 인해 전적들에게 위치와 신분이 노출된 매기가 위험해 처하자 마티니 클럽 멤버들이 합심해 이를 해결한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평화도 잠시 뿐, 이웃에 사는 루터 윤트가 다급히 찾아와 매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열다섯 살, 조이 코노버. 문뷰의 여름 손님 중 한 명인 소녀가 실종되었다. 하필이면 루터의 손녀인 캘리가 소녀를 농장으로 초대해 함께 놀다 루터가 소녀를 집 앞에 데려다준 이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소녀의 혈흔이 트럭에서 발견되면서 루터가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 사이 소녀의 행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친절한 이웃인 루터의 혐의를 벗기고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해 나서는 우리의 마티니 클럽. 과연 이들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언제 모든 것이 무너질지 모르는 위기의 끝자락에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며 눈앞의 재난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있으며, 한편으론 순간의 덧없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재난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다. / 19p










  스릴러의 여왕 테스 게리첸이 ‘마티니 클럽’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여름 손님들』은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 퓨리티의 메이든 호수를 배경으로, 실종된 소녀의 행방을 쫓는 ‘은퇴한 CIA 요원 출신의 마티니 클럽 멤버들’의 활약상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전작인 『스파이 코스트』가 위험천만한 전적들의 위협과 공격으로부터 일상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마티니 클럽의 분투를 담아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호숫가에서 사라진 소녀와 수면 아래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미스터리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여러 인물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다각도로 제공하는 테스 게리첸의 서술 방식은 마지막까지 긴박감을 선사한다. 마을 사람들이 경계하는 수상쩍은 이웃 루벤, 의붓딸이 실종된 것을 소재로 삼아 소설을 쓰고 있는 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코노버 가족과 이웃들, 루터의 차에서 발견된 실종된 소녀의 혈흔, 1972년에 메이든 호수에서 사라졌다던 여성의 정체 등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거듭된 반전으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짓을 할만한 누군가를 짐작하십니까?” 조가 물었다.

“음, 누가 그랬는지 정확히 알겠어요.” 조지는 호수 건너편에 있는 오두막집을 바라보았다. “항상 그였어요. 루벤 타킨. 그는 몇 년 동안 이런 짓을 해왔어요. 우리 집 데크에 썩은 생선을 가져다 놓거나, 손자의 유모를 괴롭히기도 했죠. 돌을 던져 창문을 깨버리기도 했는데, 아주 비싼 유리창이었어요. 그때도 경찰에 신고했었죠.” / 64p



참 슬픈 모습을 한 가정이었다. 장애를 가진 누나와 어두운 구석의 분노에 찬 남동생. 둘은 모두 은둔형 외톨이였다. 반세기 전 아버지가 저지른 잔혹한 행위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평생을 유배지에서 살아야 했다.

조는 메인스트리트 학살로 사망한 네 명만이 샘 타킨의 희생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 집에 두 명이 더 있었다. / 231p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어요, 매기. 그래서 역사는 꾸준히 반복되는 것이죠.” / 333p












  뭐니 뭐니 해도 마티니 클럽 시리즈의 매력은 은퇴한 스파이들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비록 과거의 영광과도 같은 기민함이나 예리함은 무뎌졌을지 몰라도, 이들이 연륜과 경험의 힘으로 사건의 핵심을 꿰뚫고 그들만의 끈끈함으로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작이 그러했듯 테스 게리첸은 이번 작품에서도 잘 만든 캐릭터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밀, 반전, 꽉 찬 결말까지, 올 여름 재미있는 미스터리 한 권을 즐겨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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