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빙 파워 - 성공한 리더의 제1원칙
매슈 바전 지음, 이희령 옮김 / 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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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파워는 나눌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는 책!

 

 

 

  임기가 거의 끝날 무렵오바마 대통령는 영국의 젊은 리더들이란 그룹의 행사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이를 위해 해주실 조언이 있으신가요?” 잠시 생각에 잠긴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기꺼이 다른 사람들이 가진 파워를 보려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이른바 성공적인 리더로 상징되는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이 가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며 파워풀한 리더십을 강조했던 지난날의 권력형 리더와는 확실히 다른 모델을 제시했다오바마 캠프를 성공적으로 이끈 혁신가이자 기빙 파워의 저자인 매슈 바전 역시 강력한 리더십을 과감하게 내려놓으라그래야만 조직은 더욱 강력해진다.”고 강조한다다시 말해 그는 성공한 리더의 제1원칙을 권력을 포기하는 리더 즉, ‘상호의존하며 진화하는 힘의 리더십에서 찾는다전구의 빛을 생산하려면 에너지와 연결이 필요하듯불확실한 시대일수록 함께하는 파워야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위대한 성취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한 고독한 경주가 아니다

 

 

  『기빙 파워는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은 리더들을 위해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 마인드셋을 제시하는 책이다기존의 권력형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회사나 위원회지역 사회에서 위계질서나 엄격한 권위 없이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명쾌하게 보여준다매슈 바전은 힘을 나누는 것의 힘을 깨닫고 기빙 파워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가장 먼저 별자리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이는 미국이 독립을 선언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 독립을 한 미국은 식민지들의 새로운 연합을 상징할 공식적인 국새가 필요했다외국의 수도들과 뉴햄프셔부터 조지아까지 13곳 식민지에 사는 옹호론자들과 회의론자들 모두에게 힘과 단합을 투영해서 보여줄 로고였다이는 여럿이 모여 하나로를 모토로 한, ‘빛나는 13개의 별자리로 탄생되었으며 전통적인 기존의 권력을 파괴하고자 하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을 대변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별자리의 대척점으로 피라미드도 함께 새겨지고 말았으니미국의 영구하고 지속적인 경제적 성장을 기원하는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결국 위계적이며 이겨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심어놓게 했다이에 저자는 별자리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이를 실천한 리더와 기업인들의 사례를 통해 피라미드 정신을 과감히 버리고 별자리 사고방식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별자리 사고방식에서 우리는 정해진 목적지가 아니라 가능성을 향해 움직이도록 스스로를 설정하면서가지를 치고 나아가는 수많은 경로를 허용한다가능성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에너지를 끌어당긴다참여는 자발적이다리더십은 진화하는 니즈가 이끄는 대로 흘러간다비전 그리고 호혜적인 헌신과 더불어권력은 나뉜다그런 다음 성장하고이어서 더 많이 되돌아온다.

(별자리 사고방식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유를 준다공유하는 원칙과 습관정서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각자 자유롭게 행동한다이 사고방식은 선택권을그리고 다른 종류의 안전과 안전성이 있는 자율성을 제공한다. / 51p

 

 

 




 

 

 

 

  저자는 위키피디아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 피라미드 사고방식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위키피디아는 전문가들이 결정하고 배정함으로써 피라미드 사고방식에 매몰되어 있었던 벅 파월의 브리태니커와 빌 게이츠의 엔카르타의 사례를 뒤집고자 했다위키피디아의 지미 웨일스는 사용자들이 각자 전문성을 드러내어 돋보일 수 있고정보와 정확성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어 어울릴 수 있게 했다그는 자신의 목적을 다른 사람들도 그 목적을 함께 세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정해진 목적지 없이하나의 비전에 헌신하고자 합류한 사람들에게 영속하면서 쉴 새 없이 진화했다이는 외곬의 마음으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았던 그의 별자리 원칙과 습관정서 덕분이었다.

 

 

 

마침내 그가 내린 결론은가장 효율적인 리더들은 위계적 직책에서 나오는 권력에 의존하지도각자의 파워(말하자면토론을 잘하거나 대중 연설에 뛰어난 재능 따위)에 기대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오히려 그들은 폴릿이 성문화되지 않은 관행이라 표현한공식?비공식 권력이 둘 다 관여하는 창의적인 테크닉의 혼합체를 개발해냈다성공적인 리더는 종종 매우 복잡하게 얽힌 위원회나 분과 위원회에서 동료들이 스스로 게임 속 말이 아니라주어진 상황에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그룹으로 파워를 함께 창출하는 존재라고 느끼게 했다. / 94p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리라고 기대하라. 어떤 것을 함께 만들어내기 위해서차이와 다양성이 유익한 결실을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회의에 들어가라.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해지리라 기대하라. 온 마음을 다해 회의에 참여하라최선을 다해 힘든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답하라서로 신뢰하는 환경에서 어떤 방향을 향하건 상관없이 꾸준히 질문하고 답하라.

당신이 변화하리라고 기대하라. 그렇다. (요즘 흔히 말하는) ‘당신만의 진실을 그 만남에 가져가야 한다하지만 폴릿은 다른 사람들이 그 진실에 영향을 주도록 허용할 호혜적 의무도 있다고 주장한다자신이 회의에 들어갈 때와는 상당히 다른 사람이 되어 회의 장소를 떠날 거라고 기대해야 한다. / 107p

 

 

 

공동창조는 우리의 일이며상호의존은 그 미래다

 

 

  가령 나무 밑에 사슴 열 마리가 서 있고 그중 한 마리를 총으로 쏜다면최선의 경우 한 마리를 잡을 수 있겠지만 아홉 마리는 도망칠 것이다하지만 사냥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모든 씨앗이 뿌리를 내리지는 않겠지만 뿌리를 내린 것들은 열매를 맺으며 더 많은 씨앗을 만들어낸다이는 곧 리더에게 사냥이 아니라 씨를 뿌리는 농사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실제 저자는 오바마 선거캠프를 이끌면서 세미나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집에 돌아가면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해보라고 독려했다 한다. ‘얼마나 정당하건 얼마나 설득력이 있건 상관없이논쟁에서 이기려고 노력하지 말라대신 모든 사람이 둥글게 모여 앉아서 각자 미국에서 느끼는 공포와 희망을 공유하자고 요청해보라.’ 그는 리더 개인의 성취보다 더 큰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와 유대가 생겨나도록 할 때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다덕분에 내가 회사에서 팀의 리더로 있었을 때팀원들의 믿지 못하고 대부분의 업무를 혼자서 끌고 나가려고 했고 또 그게 리더가 해야 할 당연한 몫으로 생각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들 자기유사성 패턴은 프랙털이라고 불린다실제 눈송이도 프랙털이다현미경으로 눈송이를 보면눈송이 한 덩이가 아주 작은 눈송이들로 이루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이런 유형의 프랙털 성장이 일례로 나무에서처럼 그토록 성공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복잡한 종합 계획’ 없이도 엄청나게 복잡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신 이 성장은 하나의 성공적인 패턴(프랙털에서 씨앗 패턴으로 불리는)으로 시작되고 이를 반복한다나무들은 에너지를 이용해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고 표면적을 더 넓혀서 태양에서 더 큰 에너지를 포착할 수 있는 가지들을 만들어낸다. / 191p

 

 

  • 사고방식을 바꾸라.
  • 내면의 목소리를 공유하라.
  • 함께 어려운 일을 해결하라.
  • 파워를 포기하라(더 크게 만들기 위해).
  • 불확실성을 끌어안으라. / 270p

 

 

 



 

 

 

 

  베스트셀러였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역시 개인적으로는 쉽게 독립할 수 있어도 상호의존하는 습관을 습득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상호의존이 독립보다 열 배는 더 중요하지만 열 배나 더 어렵다는 뜻이다우리 사회가 여전히 화합과 포용이 어려운 것 또한 그러한 이유다하지만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조직의 리더들이 파워를 나누고공동창조를 통해 영감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미래와 다가오리라 믿는다나는 어떤 유형의 리더인지 돌이켜보고이 시대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리더란 무엇인지 배우고픈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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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선택했어요
애뽈(주소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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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하나하나에 스며든 계절의 감각들다정한 글귀들!

한 장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선물하는 책!

 

 

 

  두 아이들을 각각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등원시키고 나면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산책길로 나선다가을은 내게 너무도 찰나 같은 시간이어서 이토록 푸른 하늘을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마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따뜻한 햇살 사이로 스미는 선선한 바람푸른 듯 붉은 듯한 나무 아래에서 가만가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이 시간만큼 또 귀한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나이가 한 해두 해 들면서 깨닫는 분명한 사실은아무런 고민 없이 진득하게 책 한 권 읽을 수 있고 그저 맑은 하루인 것만으로도 감사한 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러니 이 찰나의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지지금은 맑은 하루인 것만으로도 선물 같은 계절가을이니까.

 

 

 

행복을 발견한 순간그 찰나의 감각을 곱게 담아낸 그림 에세이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총천연색의 감각을 눈으로호흡으로마음으로 오롯이 느끼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표지다. ‘그라폴리오 누적 공감수 1000! 30만 팔로워가 사랑한 작품들!’이란 수식어에 기대어보지 않아도 책 속에 담겨 있을 수많은 색감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평화로운 기분흙냄새 가득한 공기계절에 따라 바뀌는 바람의 느낌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까지 그림 속에 담아내고 싶다던 작가 소개의 글처럼페이지 하나하나에 스며든 계절의 감각들은 그 자체로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바람에 흘려보내요

 

 

지니고 있으면 힘든 감정은

모두 모아 바람에 흘려보내요.

 

 

애써 되새기며 곪아가기보단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놓아주는 것이 낫겠지요.

 

 

한껏 골치 썩던 문제들을 모두 흘려보내고 나니

바람 한 줄기 나를 어루만지며

잘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 25p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지만 걸음걸음 길을 걷다보면 땀이 슬쩍 맺히는 날씨이기도 하다떠오르는 온갖 상념들을 걸음으로 지워보고자 밖을 곧잘 나서지만 날이 더우면 복잡한 생각이 한결 더 진득하게 들러붙는 듯한 기분이 든다때문에 나는 이따금 시원한 바람이 훅불어와 금세 차오른 땀을 식혀주는 이 가을바람이 참 좋다. ‘지니고 있으면 힘든 감정은 모두 모아 바람에 흘려보내요애써 되새기며 곪아가기보단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놓아주는 것이 낫겠지요.’ 책 속의 글귀처럼 무거운 마음을 바람 속에 실어보내기 좋은 요즘좀 더 자주 나서봐야겠다.

 

 

 

발걸음

 

 

오늘,

같이 산책할래요?

 

 

바람이 귓가를 스체며

말을 걸어오고

폭신폭신한 땅은 온전히 내 몸을 받치며

나를 응원하네요.

 

 

맑은 날씨만큼이나 경쾌한

오늘의 발걸음.

 

 

우리,

같이 걸어요. / 78p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일이란 아주 사소한 데서 찾아온다여름 내내 얼음을 꽉꽉 채워 넣어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더 간절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그러다 어느 날 아침에는 향긋한 꽃내음이 느껴지는 꽃차 한 잔이 문득 생각나기도 한다호호입김을 불어가며 아름다웠던 한 계절의 꽃향기를 듬뿍 담은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어쩐지 그 날은 내내 그 향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오늘은 책 한 권 챙겨들고서 향긋한 차 맛이 일품이라던 카페를 찾아가볼까기분 좋은 할 일이 하나 생긴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꽃 담은 차 한 잔

 

 

가을 햇볕에 예쁘게 마른 국화,

희고 커다란 얼굴을 가진 목련이나

보랏빛 천일홍,

작고 노란 생강나무의 꽃들.

 

 

한 송이 한 송이 조심스레 거두어

정성스레 덖은 꽃차를 만들었어요.

 

 

아름다웠던 그 계절의 꽃이 그리워지면

언제든 꺼내 마셔요.

 

 

향긋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코끝에 닿으면

금세 행복한 기분에 빠져듭니다. / 140p

 

 

 



 

 

 

 

  사계절의 온기를 하나하나 품고서 그 여운을 따뜻하게 펼쳐 보이는 애뽈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까지 행복해진다소녀의 맑은 눈동자와 살포시 지은 미소가 내 안의 다정함까지 끌어내는 것 같다덕분에 한 장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치유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말린 꽃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해도

시간을 이기진 못하나 봐요.

화사했던 색도 싱그러웠던 모습도

어느새 빛을 잃고 말았죠.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워요.

 

 

처음 그 빛깔은 아니지만

가을을 품은 듯 그윽하게 물들고

마르고 버석해 보일지라도

꼿꼿하게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요.

 

 

마른 꽃,

어쩌면 꽃은 두 번 피는 걸지도 몰라요. / 166p

 

 

 

  이 책을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한 예쁜 소녀에게 선물해주고 싶다행복한 삶을 사는 데는 사실 그리 많은 게 필요치 않다고작지만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여성으로 자라나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건네고 싶다나 역시 계절의 곳곳에서 내 안의 소녀를 발견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지하고 다짐해보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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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 나만의 방식으로 일의 가치를 높인 사람들과의 대화
드로우앤드류 지음 / 샌드박스스토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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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떨림을 주저 없이 따라가며 누구보다 뚜렷하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들!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오늘도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 고민하고 있는 분들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65만 명에 이르는 구독자들을 보유한 유튜버이자 크리에이터인 드로우앤드류는 한때 스스로를 실패한 디자이너라 할 만큼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던 직장인이었다 한다하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를 완성하고 성공한 프리워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서 불리는 이 아닌 나를 먹여 살릴 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물론 안정적인 직장주변의 시선조급해지는 마음을 뒤로 하고 온전히 자신이 가진 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을 만드는 일이란 쉽지 않다드로우앤드류가 만난 8팀의 인터뷰이들 역시 한때는 사회로부터 외면받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시련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그러나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일과 삶의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저자는 이들을 가리켜 업사이클러라 부르기로 하면서어려운 길을 먼저 걸어간 8팀의 업사이클러를 통해 성장하는 즐거움과 뜨거운 분투의 기록을 전하고자 한다.

 

 

 

결핍과 시련을 내 것으로 만드는 힘

 

 

  책 속에는 유연하지만 치열하게커리어의 새로운 문을 열어온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대기업 12년 차 과장이자 베스트셀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3부작의 저자인 송희구 작가미디어 그룹 디에디트의 공동 창업자인 에디터 H와 M, 서울대 공학 박사 과정을 중단하고 육아에 전념하며 네이버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를 그린 이대양 작가일러스트레이터이자 제페토 아이템 크리에이터 겸 NFT 작가인 젬젬국내 1호 러닝전도사인 안정은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의 저자이자 인스타툰 작가인 슌(윤수훈), 배우 겸 영화감독이자 자이언트 펭TV’의 작가 염문경시각 디자이너이자 카페 오브코하우스와인바 미도림 등을 운영하는 조조(조인혁)에 이르기까지, 8팀의 크리에이터들이 생각하는 의 의미와 성장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송희구_ “어떤 것이라도 꾸준히 해보세요. 10년쯤 하다 보니 막다른 동굴처럼 느껴지던 인생에도 끝은 보이더라고요.”

디에디트(에디터 H, 에디터 M)_ “어차피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고 엉망진창이기 때문에 인생의 한 부분만큼은 온전히 컨트롤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쌓아가는 게 건강하게 사는 데 중요해요.”

이대양(닥터베르)_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실패로부터 뭘 배우고 앞으로 뭘 할 것인가빨리 전환하는 게 중요해요.”

젬젬_ “다양한 플랫폼들이 계속 등장할 때 머뭇거리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세요어디서 내 가능성이 폭발할지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안정은_ “사실 달릴 때 숨이 턱 끝까지 차서 죽을 것 같지만죽진 않잖아요그걸 이겨낸 경험이 있는데다른 힘든 일 못할 게 뭐 있나 싶어요.”

_ “내가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답이 안 나온다면도망가면 돼요도망친 곳에서 또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어요.”

염문경_ “한 우물을 파려고 노력하던 시절에는 힘들고 절박하니까 세상을 보는 시야도 좁았어요지금은 사람에 대한 이해도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조조_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해보는 거죠하다보면 새로운 게 그려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대기업 12년 차 과장이자 베스트셀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3부작의 저자인 송희구 작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그는 무려 12년 동안새벽 4시 반에 일어나 6시에 출근해 8시 반에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두 시간 반을 독서와 글쓰기에 활용할 만큼 자기 루틴에 철저했던 이다그는 작게 시작할 수 있는 루틴을 통해 마인드셋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그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보다는 자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휘말리고 실체도 불분명한 것들에 희망을 걸고 불안해하는 건 그저 투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나를 견고히 해서 내 몸값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기고 더 큰 소득이 따라온다는 그의 말은인생의 한방만을 노리거나 주변 상황에 휘둘리기 쉬운 우리들이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일 듯하다.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세상을 바꿔온 사람들은 덕후들이었던 것 같아요어디 한 가지에 아주 빠져있는 사람들이요. (예전에는 다 잘하는 제너럴리스트가 인정받았다면이제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여도 나만 잘하면 성공하는 것 같아요내가 이런 걸 하고 있다거나 이런 분야도 있다는 걸 알리기도 쉬워진 시대잖아요그래서 이것저것 찔러보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계속 파고들면 좋을 것 같아요내가 무언가 몰두해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뭐야?” 하면서 말이에요. / ‘송희구’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37p

 

 

자신이 브랜드가 되면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근데 회사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 양 몰두하고 남에게도 강요하다 보면 내 인생에는 회사밖에 안 남는 거죠결국은 내 가치를 올리는 것내가 누군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답이에요. / ‘송희구’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53p

 

 

어떤 분한테 혼난 적도 있어요. “아니어떻게 그렇게 시장 분석도 안 하고 시작할 수가 있어?” 하고요. (웃음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모하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엄청난 기획력을 갖고 특별한 모델을 세워서 시작한 게 아니고그냥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더 잘될 수 있지 않았나 싶고요. / ‘디에디트’ 에디터 H, 에디터 M의 인터뷰 중에서 63p

 

 

 



 

 

 

 

  반면 다양한 직업을 옮겨가면서도 그것을 실패라 생각하지 않고 또 다른 일의 추진력이 되도록 한 크리에이터들 또한 눈에 띤다개발자를 하면서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승무원을 하면서 서비스 마인드를 배웠고연극배우를 하면서 발음과 발성에 대해 공부했고마케터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해 보는 연습을 했다던 안정은 크리에이터는 달리기와 자신의 경험을 접목시켜 러닝전도사라는 새로운 업을 만들어냈다메타버스와 NFT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치를 들여다보고 도전한 젬젬 크리에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프로도망러라고 소개하는 슌 크리에이터는 도망이라고 표현했지만 마음속 떨림을 주저 없이 따라가며 누구보다 뚜렷하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돌아 돌아간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만의 무대로 올라설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한 것이다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의 가치를 믿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숙고하게 한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발버둥이라도 치면 어떤 결과가 나왔어요이것도 몇 번 반복하다 보니까 느는 것 같아요만화에서도 말했지만 정말 어렸을 때 곤충 채집이라도 해봐야 잠자리 잡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고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는 거죠이건 되게 중요한 문제고요.

그러니까 예상치 못한 일 혹은 처음 접하는 일에 실패는 있을 수 있으니 그 실패로부터 뭘 배우고 앞으로 뭘 할 것인가빨리 전환하는 게 삶 전반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이대양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171p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것그게 메타버스와 웹3.0의 가장 큰 장점이니까요다양한 플랫폼들이 계속 등장하는 만큼 머뭇거리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시면 좋겠어요어디서 나의 가능성이 폭발할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 젬젬 크리에이터의 인터뷰 중에서 228p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도망은 쳤지만 포기한 건 아니에요저는 도망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많은 사람이 지금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생각에 갇히곤 하는 것 같아요특히 진로나 미래를 엄청나게 준비하고 온 힘을 쏟을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것 같고요사실 아니거든요지금 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모두 머리로는 알고 있어요하지만 두렵죠제 경험에 비추어보면저는 도망쳤을 때 오히려 더 멋진 걸 만났어요그래서 도망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 슌 인스타툰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286p

 

 

 




 

 

 

 

  “어디서 나의 가능성이 폭발할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젬젬 크리에이터의 말처럼 다양한 플랫폼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지금기존의 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과 나의 가능성을 믿는 데서 또 다른 길이 열릴 거라는 크리에이터들의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여전히 나는 많은 핑계거리에 매몰된 채 세상의 흐름을 마주하기는커녕 마흔이 되어가도록 나의 가능성조차 온전히 믿어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이들 8팀의 크리에이터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성장 가능성이 믿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삶이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나를 비롯해 많은 청년들이 이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다 더 도전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응원한다아울러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오늘도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분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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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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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기괴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끝이 아릿해지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사랑스러운 단편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괴담이라 불릴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에도 사실은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10p

 

 

 

  이따금 상상한다나를 둘러싼 어떤 괴담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내 안에 어떤 악마 같은 것이 깃들어 좋은 것만 열심히 파먹고 파먹어서 남은 이 비루한 껍데기가 나인 건 아닐까달리고 달려 필사적으로 가 닿으려고 하면 또 다시 제자리로 와 있는 나는 끝없는 악몽의 굴레 속에 빠져버린 앨리스는 아닐까어쩌면 괴담이란 인간의 가장 연약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가만가만 살점을 뜯어먹다 어느 새 커져 버린불안과 상처를 먹고 자라난 우리 안의 괴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때문에 나는 밤이 되면 나온다는 학교 귀신 따위보다고통과 불안에 오늘도 철저히 유린되고 마는 나의 지난한 삶이 더 무섭다.

 

 

 

  그러고 보면 조예은의 트로피컬 나이트』 역시 괴담의 실체를 우리 내부에서 엿보았던 게 분명하다존재감이 없고늘 놀림을 당하다 못해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어 스스로 유령이 되어버린 아이(할로우 키즈), 잡아먹힐지언정 홀로 외로이 죽지 않겠노라 필사적으로 괴물 같은 그것을 끌어안는 옥주(고기와 석류), 내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끔찍한 단절의 감각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연주(릴리의 손), 끊임없이 우등생인 사촌언니와 비교당하며 엄마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리듯 살아온 유리(새해엔 쿠스쿠스), 급성 먼지바람이라는 재해에 아니 사람 때문에 2년 째 집밖을 나서지 않는 수안(가장 작은 신)과 같은 인물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삶이야말로 실체를 알 수 없는 괴담에 가깝다고 느꼈으리라.

 

 

 

은주는 일주일 내내 같은 옷 입는대요빨지도 않나봐더럽고 냄새나!”

그 순간제 몸에서 정말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습니다엄청난 악취였어요귀찮다는 이유로 같은 옷을 여러 벌 산 엄마도소리 지르는 짝꿍도이상한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반 아이들도어딘가 안쓰러운 빛을 띤 담임선생님의 눈빛도 전부 끔찍했어요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 할로우 키즈」 중에서 10p

 

 

재이의 부모님은 자주 늦었습니다. 9심지어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애를 맡겨놓고는 했어요주로 정장을 입은 어머님이가끔은 술 냄새를 풍기는 아버님이 오셨습니다재이는 얌전하게 기다리고만 있었죠칭얼거리지도 않았습니다기다리는 게 익숙한 애였어요그런데 제가 일하면서 느낀 건데요어른도 짜증 날 정도의 상황에서 애가 가만히 있는다는 건 그리 좋은 게 아니에요그 지루한 시간을 재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견뎠을까요. / 할로우 키즈」 중에서 13p

 

 

세상에는 참 병든 사람들이 많고죽음의 순간 또한 다양했다장례식장도 마찬가지였다사흘 내내 식장이 미어터지도록 조문 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주조차 제대로 자리를 지키지 않는 이도 있었다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무연고자로 화장되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옥주는 상처를 치료받으며 자신의 최후에 대해 생각했다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그 누구도 모르게 고요히 가겠지. / 고기와 석류」 중에서 34p

 

 

 

  그 중에서도 외로움이란 감정을 가장 기괴한 공포의 형태로 그려낸 고기와 석류란 작품이 단연 인상적이다남편과 정육점을 운영하던 옥주의 마을은 옆 동네에 백화점이 생기면서 쇠퇴하기 시작한다남편이 먼저 암으로 죽고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종종 자신은 홀로 남아 외롭게 죽을 것을 상상하던 옥주는 어느 날퇴근길에 우연히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정체불명의 그것을 마주한다석류알처럼 붉은 눈을 한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 같은 모습의 그것을 옥주는 집으로 데려온다.

 

 

 

  옥주는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를 그것을 먹히고 입히며 자신의 곁에 둔다설령 그것에게 자신이 잡아먹힌다 할지라도 개의치 않는다아니기왕이면 석류가 아주 깨끗이 자신을 발라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석류의 양분이 되어 이해 불가능한 죽음으로 남을지언정 외롭게 죽지는 않겠노라고그것만이 남은 삶의 마지막 목표이자지금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라 믿으면서이는 다단계 직원으로자신을 등쳐먹으리라는 빤한 속셈으로 찾아오는 미주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수안(가장 작은 신역시 마찬가지다뿐만 아니라 작가 조예은은 다수의 작품을 통해서 홀로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매우 실감나게 보여준다.

 

 

 

옥주는 그것 앞으로 다가갔다문득 이 풍경이 아주 그립고 익숙한 것처럼 느껴졌다이 공간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늘 누군가 자신을 맞아주고라디오 음악 소리가 들리던생기 넘치던 시절이집에 돌아와 낯선 이와 눈을 마주치는 게 이리도 두렵지 않은 일이었다니죽어가는 눈을 보지 않는 게살아 있는 눈을 보는 게 이렇게 심장 뛰는 일이었다니그것이 비록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를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 고기와 석류」 중에서 37p

 

 

대부분 자신이 누구인지나이나 이름가족을 포함하여 살아온 흔적들을 모두 잊었다어차피 한번 틈을 넘어온 이상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었기에 잊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모든 걸 온전히 기억하는데 돌아갈 수 없다면그것대로 견디기 힘든 비극이니까그런 이방인들을 구조하고 이후의 삶을 지원하는 게 릴리와 연주의 일이었다하지만 잊는 게 낫다는 건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함부로 내뱉으면 안 되는 말이라고 릴리는 생각했다그건 정말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 릴리의 손」 중에서 69p

 

 

처음부터 밖에 나가지 말아야지 한 것은 아니었다경보음이 울리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말아야지했을 뿐인데 경보음이 매일 울렸다일주일에 네 번 울리던 것이 하루에 네 번씩 울렸다.

공기 정화 특수 방독면이 개발되어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도 야외 활동을 할 수 있게는 되었지만수안은 여전히 밖에 나가지 않았다혼자 지내는 날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에 벽이 생겨났다아주 작은 먼지들이온몸의 구멍을 파고들어 무수한 거절의 기억을 심어놓은 듯했다먼지보다 사람이 두려워졌다. / 가장 작은 신」 중에서 156p

 

 

 




 

 

 

 

  ‘미주에게 수안이 수십수백 중의 1이라면 수안에게 미주는 그 자체로 꽉 찬 1이었다.’

  우리는 늘 지독한 고통과 불안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변치 않고 반짝이는 내 안의 다정한 기억들이 있기에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서 꽉 차오르는 누군가가 있기에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게 된다이국의 땅에서 쿠스쿠스를 함께 먹자고 사진을 보내오는 언니가 있고(새해엔 쿠스쿠스), 실적의 압박에 시달리며 친구를 이용해야 하는 미주에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내미는 수안이 있다(가장 작은 신). 죽음이라는 운명으로부터 끊임없이 도피해야 하는 블루에게는 썸머와의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이건 확신이야내 애정이내 목소리가 너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닿을 거라고 믿어.’ 릴리의 손에서 연주가 릴리에게 남긴 편지의 글귀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닿을 거라는 믿음바로 그것이 그 어떤 확신조차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게 아닐까덕분에 트로피컬 나이트에 수록된 단편들은 대체로 기괴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끝이 아릿해지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사랑스러운 작품이 된다.

 

 

 

어렸을 때는 그 사실이 엄청 힘들었는데 나이가 들고 생각해보니까그건 사실 당연한 거야어떻게 타인이 타인을 완전히 이해해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 이상.”

릴리는 연주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그래도엄마가 말했었거든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이해 못 하면 뭐 어때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해 같은 거 없어도 힘이 된다는데결국 지금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 릴리의 손」 중에서 94p

 

 

도끼와 피와 질투와 후회와 괴로움에 잊고 살던 어떤 순간들이트리에 걸린 장식품처럼 반짝이며 존재하던 기억이맞아난 한 때 이런 기억들로 살았다나를 이루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던 시간들이 있었지스스로를 되찾은 블루는 너무 오래 부르지 못해 입 안에 갇혀버린 이름을 비로소 떠올렸다블루는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다해세월의 먼지를 털어낸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오랜만이야썸머.” /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중에서 307p

 

 

 



 

 

 

 

  『트로피컬 나이트는 한국 문단의 떠오르는 작가로 조예은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할 만한 인상적인 작품집이다다만 촘촘한 구성과 좀 더 독보적인 형식의 단편들을 기대한 점에 있어서는 얼마간 아쉬움을 남긴다그럼에도 떨어지는 별똥별이 아니라 날아오르는 별똥별을 보는 듯한 감각을 독자들에게 선물해줄 줄 아는 작가라는 점에서 계속 주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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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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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덮고서도 내내 휘슬스톱 카페의 온기를 잊을 수가 없다!

편견과 차별배제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간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1985년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 주 버밍햄의 로즈 테라스 요양원에벌린 카우치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방문했다가 두 사람을 피해 건물 뒤편의 방문객 휴게실로 향한다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과 그녀를 못마땅해 하는 시어머니로부터 달아나 편안하게 막내 사탕을 먹을 수 있는 데라곤 그곳뿐이었다최근 들어 잦은 우울감을 느끼던 그녀로서는 그나마 달콤한 간식이 유일한 위안거리였기 때문이다그런데 느닷없이 자신을 클레오 스레드굿 부인이라 소개하는 한 노부인이 나타나 스레드굿 가에 얽힌 옛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때는 1920년대버밍햄 인근의 작은 마을 휘슬스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뜻밖에도 에벌린 카우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인종과 차별을 뛰어넘어선 연대와 사랑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많은 아기들이 태어났고우리가 수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곳인데……정말이지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삶이었다오.”

스레드굿 가는 언제나 시끌벅적객식구가 끊이지 않았다읍내에 가게를 둔 아빠는 백인이든 흑인이든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든 혹은 무엇을 필요로 하든 안 돼.’라는 말 한 번 없이 자루에 담아서 때로는 외상으로도 가져가게 했다엄마는 낚시와 사냥을 좋아하고 언니의 결혼식에서 끝끝내 나비넥타이에 슈트를 입겠다는 막내 딸 이지의 성향을 너그럽게 인정해줄 줄 아는 이였다해서 네 살 때 폐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잃은 어린 클레오 스레드굿 부인까지 거두어 함께 살 만큼 자애로운 부부 덕에 마을 사람들은 그들 가족을 사랑했다.

 

 

 

  스레드굿 가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지만그 중에서도 특히 막내딸인 말괄량이 이지의 이야기는 에벌린을 매혹시킨다생기발랄하고 엉뚱한 구석이 많지만 늘 당당했던 이지는 오빠 버디가 기차 사고로 죽은 뒤 사랑을 거부하는 아이로 자란다그런데 이지가 열여섯 살쯤 되었을 무렵스물한 살가량의 아름답고 다정한 소녀 루스가 우연히 스레드굿 가를 찾아오면서 이지는 다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루스로서는 이지의 마음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루스가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 결혼을 하자 이에 상심한 이지는 루스를 원망하지만루스의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구해 온다이후 서로의 존재로 인해 안정을 되찾은 두 사람은 작은 카페를 열고루스의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가족들을 꾸려 나간다.

 

 

 



 

 

 

 

  “그처럼 작은 공간 하나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니 참 이상한 일이지요.” 훗날 마을의 소식을 전하는 닷 윔스는 이지와 루스의 카페를 두고 이렇게 회고한다그도 그럴 것이 휘슬스톱 카페는 온갖 떠돌이 부랑자들이 모여들고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흑인들도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스레드굿 부인 역시 에벌린에게 도대체 손님을 끌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의아할 정도였다고 말한다금전 등록기는커녕 돈은 그냥 시거 박스에 넣어두고 거스름돈도 각자 알아서 꺼내 가게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풋토마토 튀김버터밀크 비스킷붉은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햄 구이폭찹과 그레이비 소스메기 튀김 같은 맛있는 음식들은 아낌없이 모두를 품어주었다때문에 휘슬스톱 카페는 사회적 약자나 소외받은 이들도 누구나 갈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 같은 곳이었고이곳에서 받은 사랑과 우정을 기억하는 이들은 언젠가 이지와 루스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가족처럼 발벗고 나서서 도와준다여기에는 타인을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어떠한 차별이나 배제 없이 존재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알았던 이지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지는 아무도 나에게 무엇은 해도 되고 무엇은 해선 안 된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죠클레오는 이지에게 홀로 KKK단에 대항하는 거라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이 이지에게 간섭하는 건 허용하지 않았어요이지가 마음이 고운 만큼이나 용감하기도 하다는 사실은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드러났답니다…….” / 74p

 

 

그렇지게다가 네가 늘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게 또 있다이 땅에는 굉장히 멋진 것들이 있단다그것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지그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내 말 알겠니?” / 178p

 

 

 

  에벌린은 스레드굿 부인이 들려주는 이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되새겨보게 된다그간 그녀는 행실이 좋지 못한 여자라는 말을 들을까 봐 순결을 지켰고노처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결혼을 했다불감증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오르가슴을 연기했으며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아이들을 가졌다괴상하다거나 남성 혐오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았고못된 년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바가지를 긁지도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시대의 변화하고 있었지만 적응하기 힘들었고과거의 완벽한 여성이란 기준과 개방적인 신여성들의 삶 사이에서 자신은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회색빛 중환자 대기실을 연상시키는 자신을 삶을 내내 두려워하고 있었다하지만 스레드굿 부인을 만나러 가면서 에벌린은 세상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여성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그것은 단지 이지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그녀의 장점을 알아봐주고 죽음을 앞두고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줄 알았던 스레드굿 부인의 영향 덕분이기도 하다.

 

 

 

한 개 정도라면 괜찮겠죠예닐곱 개가 아니라면요정말로 뚱뚱해져서 아예 포기해 버릴 배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아니면 체중을 줄여서 정말로 날씬해질 만큼 의지력이 있던가요저는 그저…… 딱 그 중간에 끼어 있는 기분이에요저에겐 여성 해방 운동이 너무 늦게 왔어요……결혼을 꼭 해야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더라고요부인께서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네요제가 뭘 알았겠어요이젠 뭔가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어요……인생이 그냥 제 곁을 스치고 지나가 버린 것만 같아요.” / 95p

 

 

애벌린은 스레드굿 부인에게 이곳에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있어요가끔 느껴요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떠나 버렸으니……가끔 교회 사람들이 보러 오긴 하지만 그저 안부 인사나 나누고 가 버리죠인생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만나고 작별하는 거죠가끔 클레오와 어린 아들의 사진을 보면서 지난 일들을 그려 본답니다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스레드굿 부인은 에벌린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힘이에요에벌린내가 보낸 시절에 대한 꿈이죠.” / 294p

 

 

이전에는 에벌린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믿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우선 그녀 자신부터가 그랬다스레드굿 부인이 그런 이야기를 자꾸 하자 에벌린은 점점 더 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세상을 놀라게 만드는 마음속 토완다는 갈수록 유순해졌고에벌린은 어느새 분홍색 캐딜락 뒤에 서 있는 날씬다고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바로 그 일요일에벌린은 마틴 루서 킹 기념 침례교회에 갔고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죽이는 생각을 멈추었으며 자신이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468p

 

 

 

  이처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여성들의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을 담은 여성을 위한 희망 연대기편견과 차별배제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간 이지의 모습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특별하다작품 속에서 이지와 루스는 레즈비언으로 묘사되지만이들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고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얼마나 절대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매우 인간적인 사랑의 형태를 그리고 있기에 이 연대가 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때문에 스레드굿 부인이 남긴 작은 상자와 그 속에 담긴 스레드굿 가의 추억을 들추어보던 에벌린이 흐느껴 우는 대목에서 나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작 작은 상자 하나에 담기기에는 이 작은 여성들의 사랑과 온기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래서 그만 참을 수 없이 눈물을 쏟고 만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문득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가 생각이 났다억압과 부조리 그리고 차별과 폭력의 시대를 견디고 극복해온 20세기 신여성의 삶이 이 땅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또 어떻게 21세기 여성들에


게 길을 열어주었는지 심시선이라는 한 여성의 목소리와 가정사를 통해 보여준 이 작품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어쩐지 닮았다그만큼 유머와 미스터리감동인종과 차별을 뛰어넘어선 연대와 사랑이란 메시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라 내내 기억될 듯하다죽음을 앞두고 나는 내 곁에 있을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를 상상해본다후회로 가득한 과거 이야기가 아닌스레드굿 부인처럼 내 삶 속에서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희망을 전달할 수 있을까나의 여생은 아마도 그러한 바람을 실천할 수 있는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다짐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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