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을 선택했어요
애뽈(주소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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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하나하나에 스며든 계절의 감각들다정한 글귀들!

한 장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선물하는 책!

 

 

 

  두 아이들을 각각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등원시키고 나면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산책길로 나선다가을은 내게 너무도 찰나 같은 시간이어서 이토록 푸른 하늘을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마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따뜻한 햇살 사이로 스미는 선선한 바람푸른 듯 붉은 듯한 나무 아래에서 가만가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이 시간만큼 또 귀한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나이가 한 해두 해 들면서 깨닫는 분명한 사실은아무런 고민 없이 진득하게 책 한 권 읽을 수 있고 그저 맑은 하루인 것만으로도 감사한 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러니 이 찰나의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지지금은 맑은 하루인 것만으로도 선물 같은 계절가을이니까.

 

 

 

행복을 발견한 순간그 찰나의 감각을 곱게 담아낸 그림 에세이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총천연색의 감각을 눈으로호흡으로마음으로 오롯이 느끼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표지다. ‘그라폴리오 누적 공감수 1000! 30만 팔로워가 사랑한 작품들!’이란 수식어에 기대어보지 않아도 책 속에 담겨 있을 수많은 색감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평화로운 기분흙냄새 가득한 공기계절에 따라 바뀌는 바람의 느낌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까지 그림 속에 담아내고 싶다던 작가 소개의 글처럼페이지 하나하나에 스며든 계절의 감각들은 그 자체로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바람에 흘려보내요

 

 

지니고 있으면 힘든 감정은

모두 모아 바람에 흘려보내요.

 

 

애써 되새기며 곪아가기보단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놓아주는 것이 낫겠지요.

 

 

한껏 골치 썩던 문제들을 모두 흘려보내고 나니

바람 한 줄기 나를 어루만지며

잘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 25p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지만 걸음걸음 길을 걷다보면 땀이 슬쩍 맺히는 날씨이기도 하다떠오르는 온갖 상념들을 걸음으로 지워보고자 밖을 곧잘 나서지만 날이 더우면 복잡한 생각이 한결 더 진득하게 들러붙는 듯한 기분이 든다때문에 나는 이따금 시원한 바람이 훅불어와 금세 차오른 땀을 식혀주는 이 가을바람이 참 좋다. ‘지니고 있으면 힘든 감정은 모두 모아 바람에 흘려보내요애써 되새기며 곪아가기보단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놓아주는 것이 낫겠지요.’ 책 속의 글귀처럼 무거운 마음을 바람 속에 실어보내기 좋은 요즘좀 더 자주 나서봐야겠다.

 

 

 

발걸음

 

 

오늘,

같이 산책할래요?

 

 

바람이 귓가를 스체며

말을 걸어오고

폭신폭신한 땅은 온전히 내 몸을 받치며

나를 응원하네요.

 

 

맑은 날씨만큼이나 경쾌한

오늘의 발걸음.

 

 

우리,

같이 걸어요. / 78p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일이란 아주 사소한 데서 찾아온다여름 내내 얼음을 꽉꽉 채워 넣어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더 간절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그러다 어느 날 아침에는 향긋한 꽃내음이 느껴지는 꽃차 한 잔이 문득 생각나기도 한다호호입김을 불어가며 아름다웠던 한 계절의 꽃향기를 듬뿍 담은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어쩐지 그 날은 내내 그 향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오늘은 책 한 권 챙겨들고서 향긋한 차 맛이 일품이라던 카페를 찾아가볼까기분 좋은 할 일이 하나 생긴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꽃 담은 차 한 잔

 

 

가을 햇볕에 예쁘게 마른 국화,

희고 커다란 얼굴을 가진 목련이나

보랏빛 천일홍,

작고 노란 생강나무의 꽃들.

 

 

한 송이 한 송이 조심스레 거두어

정성스레 덖은 꽃차를 만들었어요.

 

 

아름다웠던 그 계절의 꽃이 그리워지면

언제든 꺼내 마셔요.

 

 

향긋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코끝에 닿으면

금세 행복한 기분에 빠져듭니다. / 140p

 

 

 



 

 

 

 

  사계절의 온기를 하나하나 품고서 그 여운을 따뜻하게 펼쳐 보이는 애뽈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까지 행복해진다소녀의 맑은 눈동자와 살포시 지은 미소가 내 안의 다정함까지 끌어내는 것 같다덕분에 한 장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치유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말린 꽃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해도

시간을 이기진 못하나 봐요.

화사했던 색도 싱그러웠던 모습도

어느새 빛을 잃고 말았죠.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워요.

 

 

처음 그 빛깔은 아니지만

가을을 품은 듯 그윽하게 물들고

마르고 버석해 보일지라도

꼿꼿하게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요.

 

 

마른 꽃,

어쩌면 꽃은 두 번 피는 걸지도 몰라요. / 166p

 

 

 

  이 책을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한 예쁜 소녀에게 선물해주고 싶다행복한 삶을 사는 데는 사실 그리 많은 게 필요치 않다고작지만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여성으로 자라나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건네고 싶다나 역시 계절의 곳곳에서 내 안의 소녀를 발견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지하고 다짐해보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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