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트넛 스트리트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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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아쉬운..! 단편이라 그런지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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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트넛 스트리트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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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 어딘가에 있을 어느 거리에 살 것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엮은 소설 《체스트넛 스트리트》를 읽었다. 전작처럼메이브 빈치의 소설은 커다란 사건도 없고, 기승전결 확실한 서사도 없었다. 그렇다고 평이한 일상은 아니다. 소설 하면 떠올리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힘들게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헤어지거나 떠나거나 바람피워서 이별 아닌 절망적인 끝을 맞이한 사랑 이야기와 내 맘 같지 않은 자식 행동, 이해할 수 없는 부모의 말 등에 고민하는 사람이 계속 등장한다.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불안을 더하는 사건이 찾아들지만 그럼에도 이어져야 하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는 것이 읽는 즐거움이었다. 《체스트넛 스트리트》는 그런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힘든 가운데 살짝 미소 지었던 순간을 담은 소설이다.

그들은 이런 생활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반드시 셋이 함께 늙어갈 필요는 없었다. 다른 흥분되는 미래가 누구의 앞에든 펼쳐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다른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운이 좋고 더 행복했다. 그들에게 불확실한 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_ 269쪽

조금 오래전 이야기로, 지금 내가 마주하는 고민과 다르고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과도 다른 이야기는 시간에 바라져 낯설게 보였다. 따뜻하고 포근한 메이브 빈치의 이야기는 여전한 것 같은데, 내가 달라진 걸까. 작년 여름에 그녀의 또 다른 장편 소설을 읽었을 때보다 아쉬웠다. 그래도 부모님과 삐걱거리는 인물의 속마음이나, 내 맘 같지 않은 자식에게 애써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 부모님의 속마음을 읽는데, 내 이야기 같아 공감하며 읽었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거야." _ 122~123쪽

잠들기 전 아무 고민 없이 깨끗하게 잠들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밤보다 그렇지 않은 밤이 더 많다.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고민을 떨쳐낼 수 없어서 고민과 함께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그 고민은 흐릿해지고 새로운 고민이 치고 들어오거나 좋은 일이 찾아오거나 하는 일상이 나는 이어져 왔고 이어지고 있다.

“인생이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진 않는 것 같아.” 어느 저녁 필리스가 케빈에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야, 필리스.” 케빈이 말했다. “세상을 경험하다 보면 알게 되지.” _ 204쪽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이란 결코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따뜻하고 훈훈한 그리고 어쩌면 좀 인생을 부드럽게 만들어줄 순간이 많이 찾아올 것만 같다. 이유가 없는, 대책 없는. 그런 따뜻함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만 같다. 그렇게 나의 일상이 좀 더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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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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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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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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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책을 꺼내 몇 장을 넘기는데, 느낌이 왔다. '내 취향이다. 그런데 좋은 책이다'라는 생각이 스치며, 동시에 걱정되었다. 《공부란 무엇인가》를 처음 읽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첫 설렘이 모두 끝난 뒤에 아쉬워할 내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책을 정독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빠른 속도로 다독하여 정독의 대상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읽는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는 말했다. "가장 행복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아, 책 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_ <정신의 날 선 도끼를 찾기 위해서> 중에

내 취향에 딱 맞는 정독의 대상을 찾았을 뿐이었다.생각해보니 큰 행운이었다. 1년에 수많은 책을 읽지만, 그중에 정독을 결심하게 하고, 다시 읽기에 들어가는 책은 10권 남짓이었다. 《공부란 무엇인가》는 2020년에 만난 5번째 정독하고 싶은 책이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로 지적 언어유희가 무엇인지 보여준 김영민의 신작 《공부란 무엇인가》는 '공부'라는 주제로 대학 강의와 비슷한 골자로 구성된 책이다. 전작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었으나, 이 책만큼은 순서를 지켜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수업에는 장기적인 흐름이라는 게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앞부터 뒤로 넘어가는 순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얼개를 가진 책을 좀 더 좋아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가 많이 쌓일수록 내 삶에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세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을 부르는 책, 그런 책이 나는 좋다. 《공부란 무엇인가》는 그런 책이었고, 심지어 마무리까지 잘 맺은 좋은 책이자 수업이었다. (개인적으로 몇 부분은 불편했지만)

섬세함은 사회적 삶에서도 중요하다. 섬세한 언어를 매개로 하여 자신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고 또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훈련을 할 때, 비로소 공동체를 이루고 살 수 있다. 거칠게 일반화해도 좋을 만큼 인간의 삶이 단순하지 않다. (중략) 섬세한 언어야말로 자신의 정신을 진전시킬 정교한 쇄빙선이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면,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 만남에는 섬세한 언어가 필수적이다. _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기 위해서> 중에

이 책이 좋은 책인 이유는 제목에서 '공부'를 논하겠다고 선언한 말을 끝까지 지켜나갔기 때문이다. 공부란 무엇인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에 임하는 자세가 왜 저마다 다른지, 공부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공부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떻게 공부를 즐길 수 있는지 그러다 결국 공부가 어떻게 우리를 변화시키는지 등의 주제로 정교하게 옮겨간 글은 유머러스한 문장을 빌려 날카롭게 생각을 찌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공부에 매진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쉴 수 있습니다."

찔린 생각을 한 번에 다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다시 읽으며 조각난 생각을 다시 이어붙이고 때론 채우지 못한 나의 논리를 탄탄히 세울 필요를 느꼈다. 그러기 위해 사랑에 빠진 듯 반한 이 책과 거리를 두어야겠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내 생각을 놓치거나, 저자의 생각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잠시 이 책에 대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담이지만 나는 책을 다 읽고서 서평 쓰기를 한 5분 정도 망설였다.
"모든 코멘트와 비평이 그렇듯이, 그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만큼이나 그 서평을 한 사람에 대해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것을 말해준다.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뿐 아니라 서평자 자신의 지력, 매력, 멍청함, 편견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좋은 기회다."
이 문장 때문이었다. 이 서평으로 나의 멍청함과 편견이 드러나도 어쩔 수 없다. 이 책이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드러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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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클래식 클라우드 22
정여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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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 다른 클클 시리즈와 묘하게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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