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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책 좀 빌려줄래?》 세상에나. 이 질문이 위험한 질문이었다니. 나는 몰랐다. 나에겐 설레는 질문이었는데.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을 수 있는 관계는 자주 보기 때문에 가능하고, 내 소중한 책을 기꺼이 빌려줄 수 있을 만큼 신뢰한다는 뜻이었는데. 앞으론 조금 다른 의미를 추가해야겠다. 이 책의 저자에겐 내 책을 빌려줄 수 없을 것만 같다. 절대 돌려받지 못할 것만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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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은 좋아하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책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라는 부제에. 좀처럼 내 돈 주고 만화책을 사지 않은 내가 이 책을 샀다. 읽는데, 정말 귀엽고 내 미래가 이런 모습일까 생각하며 쿡쿡 웃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장 한 장 또 그 한 장에 나뉜 컷마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야기가 귀엽고 재미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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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거울, 창, 미닫이 유리문, 징검다리, 외투, 버팀목, 도약대, 탈출구, 조용한 구석, 따뜻한 이불, 마법의 양탄자, 새 독자를 이끄는 불빛... _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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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묘한 비유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나에게도 책은 그러니까. 나는 왜 그렇게 책이 좋은지. 졸려도 책을 꼬박꼬박 잡고 있는 건지. 정말 모를 일이고 미스터리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도, 책이 생각나지 않은 적은 있어도 싫었던 적은 없었고, 그래서 어느새 내 삶에 너무 깊이 들어와서 어찌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사랑고백을 책에게 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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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은 곳,
푹신한 의자, 아침 햇살 아래, 출퇴근 정체구간, 특이하게 생긴 나무, 요가 교실, 업무상 점심 자리, 바닷가, 버스 안, 서점 창가, 비좁은 다락방, 도서관 후미진 구석, 연인의 품속, 허접한 그물 침대, 편안한 침대, 나를 잊을 수 있는 곳.. _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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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스트에도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상상만 해도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곳들이니까. 좋은 장소는 몰입을 도와주지만, 나에게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서든 책을 읽는 순간 다른 세계로 접속할 수 있으니까. 요즘 ed sheeran의 photograph와 함께면 그곳이 어디든, 책 읽기 좋은 곳이 된다. 그래도 내 집중력이 최고조를 향하는 곳은 "지하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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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지루할 틈 없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중 책이 최고니까. 이 책이 말하는 책덕후의 종착역은 결국 책쓰기. 작가되기였다. 그 마지막 지점에 닿기엔 아직 부족한 게 많으니.. 부디 나에게도 누가 좋은 책을 추천해주었으면 좋겠다. 빌려주지 않아도 된다. 내가 구비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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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책에 파묻혀 보낼 거야. 이야기에 푹 빠져 얼굴만 빼고 일광욕을 하면서 언어의 리듬에 귀 기울이고 플롯의 반전을 따라가며 한 장 한 장 치열하게 읽을 거야. 어둠이 내리고 세상이 날 막아도 멈추지 않고 읽을 거야 결말이 이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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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굳은 결심을 할 책을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