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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ㅣ 민족21 통일이야기 3
정창현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4년 1월
평점 :
먼저 오해는 마시라. 현존하고 있는 이들이 모조리 머저리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워낙 작금의 상황이 한심. 답답. 씁쓸. 쓸쓸. 우려스럽기도 하고, 아울러 남북관계에 있어 굵직한 획을 그어버렸던 이들은 말 그대로 이미 모두 이 세상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지금도 제 잘났다고 거품을 물고 다니시는 이들이 좀 많은가. 그 분들은 모두 다 잘 났다!고 말씀드린다. 자알 나셨다.
그런데 그렇게 잘 나신 분들이, 그렇게도 남북관계는 물론이거니와 동북아, 나아가 국제관계의 모든 것을 꿰뚫고 계신 분들이 차고 넘치는 대한민국 이 땅에 이 시점에서, 왜 남과 북은 아직도 이렇게 한심하다 못해 처참한 상황으로 남아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오로지. 무조건. 단호하게. 의심의 여지없이. 명쾌하게. 순전히. 온전히. 100% 북한의 잘못된 행동 때문일까. 아니면 그 어떤 정신 나간 돌+아이들의 말처럼 북한에게 핵 개발 자금을 갖다 바친 개성공단의 기업인, 노동자 때문일까. 아, 내가 말해놓고도 정말 어이가 없다.
책은 2014년 출간되었다. 작금의 상황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지, 왜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는지, 그 때문에 5년을 얼마나 처참하게. 암담하게. 참담하게. 보내야만 했는지, 똑똑히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얼 좀 아는 이들이 사라진 다음, 어설픈 관료와 쭉정이들이 남북관계를 어찌나 아름답게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지, 우리는 MB 5년을 통해 그야말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말이 틀렸다고 항의하고 싶으신 분들이 물론 계시겠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남북관계를 보신다면, 뭐라 하시려나. 솔직히 그러거나 말거나.
장난으로 짖는 말이 아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그야말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다. 금강산에서 사업을 일구어가던 상인들, 기업인들, 노동자들은 모두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겪었다. 정말 생을 달리한 이들도 계시다. 적지 않다. 강원도 고성은 그야말로 폐허가 되었다. 비단 금강산만이 아니다. 남북경협에 나섰던 많은 이들이 인생을 망쳤다. 다른 표현할 길이 없다. 그냥 인생을 망쳐버렸다. 거기에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았고, 알은체 하지 않았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정부의 손으로 이뤄졌다. 경협인들은 단 하나의 죄도 짓지 않았다. 경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단 말이다.
현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이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핵 능력 고도화에 있음도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내 나쁜 기억에도 현 정부의 출범 당시 북한이 핵 개발 포기나 느닷없는 대남 유화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했거나 예상한 이들은 그다지 없었다. 오히려 정부 출범 초기 3차 핵 실험이 있었고, 그야말로 분위기는 살벌했다. 출발부터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차 핵실험이 현 정부가 참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는 셈인데, 정말 그런 것인가? 아, 정말? 그게 아니면,
“지금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은 무장하지 않은 영국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하려고, ‘멈춰, 그렇지 않으면 또 멈춰 라고 소리칠 거야’ 하는 것과 아주 흡사하다. 진실은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효과적인 옵션을 다 써버렸다는 것이다. 이제 선택지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돈으로 안보를 사는 대타협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규모를 검증 가능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북한의 페어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군사공격도 할 수 없으니 이게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이다. 더 나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당장 외쳐 보라.”
는 어느 외국 언론인(데이비드 필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아시아편집장. 2013년 2월 13일 칼럼)의 주장에 대한 나름의 대답으로 더 ‘나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인가. 그런데 더 낫긴 한 건가? 과연? 지금 국제사회와 정부는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해(아니라고는 말하지만 누가 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에게 온갖 아양을 떨며, 관대하고 그러면서도 단호한 처분을 기다리며, 2천 300만 동포들을 궁지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매우 순진무구한 말씀을 차마 안 듣겠다.
그런데, 북한이 그렇게 염원대로 무너질까?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무너지기를 바랐던 북한이, 아울러 지금 역시 간절히 바라고 있는 북한의 붕괴가 뜻대로 이뤄질까? 현재로써 답은 자명하다. 그냥 7차 당 대회를 돌아보면 된다.
참 이상하다. 왜 하필 지금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이 집단으로 도망쳐, 그것도 한국으로 왔을까. 왜 그들의 입국을 이례적으로 정부는 빵빵 공개 했을까. 북한이 납치라고 주장하며 가족들을 만나게 해 달라 요구하는 데 왜 모르쇠로 일관하고, 숨길까. 왜 남측 변호사들의 접견도 막고 있을까. 답은 역시 자명하다. 설명하기도 짜증난다.
그야말로 상식을 탑재한 중학생도 웃을 만한 짓거리를 연일 해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말장난과 유치한 험담을 서로 ‘공식적으로’ 주고받는다. 이 모든 해괴한 일들이 지난 70여 년 동안 오직 ‘분단’이라는 핑계로, 버젓이 일어났다. 그래놓고, 해당 부처는 통일공감대를 형성한다고 그야말로 XX하고 있고(그것도 세금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우리 사회 적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시겠다고 한다.
그러게나 말이다. 중학생들이 집단으로 웃을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일교육이 중요하다면서 반통일적인 행동을 연일 아름다운 퍼포먼스로 보여주고, 민족동질성의 회복을 강조하며, 정작 북한은 망해야 한다고 고사를 지낸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이 모든 일이 오직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그 능력을 더 키워가고 있기 때문인가? 아, 정말?
개성공단이 문을 닫았다. 그리곤 돈으로 지원해 준다고 한다. 한 쪽에선 핵 개발 자금을 개성공단 기업들이 조달한 셈이라고, 거품을 문다. 그 거품을 그대로 삼키고 좀 닥쳤으면 좋겠지만, 또 안 되는 것이 그들도 그 거품을 튀겨야 먹고 살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래야 먹고 살기 때문이다. 아, 기업들에게 돈으로 지원해준다고 하는 것도 기실 빚을 안기는 거다. 그냥 주는 게 어디 있나. 이건 거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개인의 영리활동을, 경제활동을 강제로 막는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걸 어쩌지?
저자는 아까 위에 영국 언론인이 돈으로 안보를 사는 대타협을 얘기했지만, 그게 아니고, 가장 현실적으로 ‘안보를 안보로 사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국적으로다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처럼 유치하게 굴지 말고(요건 내 의견이다. 저자 표현 아니다), 큰 틀에서 한반도 정세와 남북대화를 사고하라, 입으로만 통일이 어쩌고 하지 말고, 당사자와 끈질기게 이야기하란 소리다. 상대방 없이 중얼거리는 건 약간 정신이 혼란스러운 사람 아니면, 연극배우 아닌가.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라. 평화체제, 평화협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과연 북핵 문제가 온전히 해결될 수 있을까. 최첨단을 달린다는 우리는 여전히 1953년 정전체제에서 눈감고 있다.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안보 보장체제 수립을 위해 한반도 정전체제의 종식은 불가피하다. 다들 알면서 언제까지 모른 척하고 있을 것인가. 평화협정은 결국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은 저자의 표현대로 동전의 양면이다. 지금 이것을 외면하고 있는 이들은 이데올로그일 뿐 감히 전문가나 학자라고 하긴 창피하다.
아울러 지겹고도 눈물 나게 구태의연한 북한붕괴론, 급변사태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니, 앞날은 모르는 것이니, 벗어나야 한다는 표현보다는, 좀 현실적으로 예측하자는 것이다. 난 솔직히 북한붕괴론, 급변사태론 등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고도화 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질질 끌어줬으니, 북한은 그동안 놀고 있었겠나.
마지막으로, 부디 제발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이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이 정부의 문제점은 과정을 아주 쉽게 생략한다는 것이다. 도대체가 기승전결이 없다. ‘기’에서 별안간 ‘결’이다. 통일은 대박인데, 어떻게 해야 대박인지는 며느리도, 사위도, 유 대위도 모른다. 민족동질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남과 북이 텔레파시로 회복하나. 만나지도 않고? 그게 가능하면 신이다.
중국은 4차 핵 실험 이후 북한에게 완전 열이 받아, 가만 두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엄포를 놓았다. 자, 지금은? 보자. 북한보다는 미국과 더 치열하다. 미국은? 당연히 혈맹인 우리의 편이다. 하지만, 그다지 성과는 없다. 전략적 무시, 무관심 정책은 결과적으로 전략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그냥 무능일 뿐이다. 그 사이, 역시 북한은 육해공으로 핵미사일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고 공언하고 있다.
어찌 해야 하나. 어떻게 할까. 이건 굳이 임재범이 아니어도 알 수 있다. 협상을 해야 하고, 테이블에 일단 나서야 한다. 이제는 늦었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는 아주 아주 장기적 과제일 뿐이다. 지금은 우선 북한의 핵 개발 능력, 고도화를 멈추게 하고, 북한이 다른 옵션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그냥 마치 과거 부시 행정부처럼, “쟤넨 악이고,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들어. 떼만 쓰니까 그냥 무시하거나, 아님 혼 내줘야 해.”라는 무책임한 생각으로는 답이 없다. 그냥 이름만 쓰고 나가야 한다. 바로 F학점이다.
자, 말이 더럽게 길었다.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적폐를, 암 덩어리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상회담뿐이다. 지금 당장 장관급이, 그 어떤 고위급이 만난다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남북의 소위(…) 지도자들이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일단 들어나 봐야 한다. 솔직히 서로 너무 모르지 않나. 우리가 김정은에 대해 아는 게 무엇인가? 농구 좋아하는 것? 일본인 요리사랑 친하다는 것? 장난 하냐? 상대를 이토록 모르면서, 무슨 통일을 하고 무슨 정책을 만들 수 있나. 아니, 김일성 주석 때부터 독재를 해왔던 우간다 대통령도 만나는데, 남북관계 당사자는 왜 못 만나나? 새마을 운동 안 해서? 이젠 고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새마을 운동 인정한 바 있다. 참나.
아주 영민하신 분들은, 소위 전문가 중에서도, 이번 정부 내에선 더 이상 남북관계 변화는 없을 것이라 말한다. 물론 일리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5년 마다 확확 바뀌는 우리 정부도 짜증날 것이다. 상대하기 싫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정부의 지금 행동과 사고방식으로 봐서는 솔직히 변화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난 여기에서 완전 뚜껑이 열리는 게, 그렇게 단념하고 그냥 넘어가고, 눈치보고, 적당히 세월을 죽이는 사이에, 정말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인, 노동자들이 이 정부의 임기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어떤 이에겐 하루가 지옥 같은데, 그걸 모른 척 하고, 그냥 시간아 세월아 하면 끝인가? 그게 전문가, 정책 책임자들이 할 짓인가.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약자, 국민들의 고통에, 죽음에 눈 감는 것들을 우리는 간신이라 하고, 감히 쓰레기라 부른다. 도끼를 머리에 이고 임금 앞에 무릎 꿇고 바른 말을 하는 이들은 이미 죽었다. 무얼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전 난지도의 추억 밖에는 없어 보인다. 냄새 난다고.
때문이다. 그나마 예전 선배들에게, 예전 거인들에게, 예전 천재들이나 예전 큰 산들에게 배움을 얻었거나, 그들에게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이들은, 그 무얼 좀 알고 있는 거다. 난 몰라, 난 몰라, 하며 눈 감는 것도 때론 큰 죄다.
무얼 좀 아는 이들이 사라진 세상은 쓸쓸하다. 우리가 단순히 그 어떤 거만한 이의 표현처럼 거대한 체스판의 말이 아닌 이상,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그 어떤 강대국의 프렌차이즈가 아니라면, 무얼 좀 아는 이들이 끊임없이 발생해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은 남과 북이 더 이상 강대국들의 프렌차이즈가 아님을 전 세계에 알린 깜짝 놀랄 퍼포먼스였다.
난 그게 아쉬운 거다. 누가 대신 북핵을 없애주거나, 이 땅에 평화를 주리라 기대하면, 그것이야 말로 반국가적인, 반통일적인 우습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유치찬란한 마무리지만, 당최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