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나라 물려줘서 정말 미안해 - 2013 생활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F세대 자성론
함영훈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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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만든 책이다. 헤럴드 경제30~40대 언론인들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작심하고 만든 기획이라는 것. 즉 현재 우리나라 40대 전후 인구, 이른 바 잊혀진(forgotten) 세대라 불리던 이들이 전체 유권자의 51%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의 특징과 잠재력 등을 분석해 ‘2012년 표심을 전망했다.

 

과연 F세대는 누구인가? 먼저 웃음이 살짝 나오다가, 이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왕년에 유명했던 X세대, IMF발 취업 재수생의 원조, 어느 새 마흔 전후, 직장에선 차장부장급인데 아직도 철들지 않는 중년, 맞벌이 대세가 낳은 수퍼초울트라우먼‘, 그런데도 저축보다 빚이 많은 하우스푸어 인생, 요즘 그렇게 무섭다는 중고딩 부모

 

이들 F세대를 맏형으로 한 2040세대들이 2012년 대선을 통해 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사회 전반적인 개혁과 더불어 또 다른 발전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던 것이 저자들의 바람이었다. 때문에 왜 지금 우리가 위기에 처했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F세대를 비롯한 2040세대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이들의 특성과 자라온 환경, 이들이 원하는 세상 등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었다. 과거,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베이비부머 세대를 지나 이제 사회의 새로운 핵심 동력이 될 2040세대가 2012년 대선에서 분명 세상을 바꿔버릴 것이라는 믿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20138월 지금이다. 일단 저자들이 원하는 세상은 끝내 오지 않았다. 대선은 새로운 정치로의 도약을 가져오지 못했고, 다시 보수 정권이 집권함으로써 끝이 났다. 게다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현 정부와 대통령은 권력의 정당성에 큰 흠집을 얻고 말았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새로운 정치의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저자들의 노력이 아무 가치도 소용도 없는 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들은 2040세대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았다. 2040세대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우리 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만 그들이 이명박 정권의 어이없는 5년에 대해 어떤 평가를 했는지, 현 야당 그리고 진보진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대선의 결과가 확실히 보여주었을 뿐이다.

 

물론 정당성의 문제는 여러 가지 이견을 이끌어낸다. 2012년 대선결과를 원천무효로 선언하고 투쟁에 나서는 이들도 있고, 국정원의 개혁, 나아가 해체까지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의 올바른 재정립을 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현 정부는 정당성의 상당한 흠집을 입으며 출범했다. 때문에 앞으로의 5년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의 촛불을 애써 외면하고 있고, 거대언론들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과거 MB정권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와 차원이 다르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 책이 전해주는 것은, 과연 이 사회가 모두가 행복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다. 또한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살만 하고 더 따뜻하고 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느냐에 대한 성찰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권이 출범했더라도, 이 책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절실히 다가온다.

 

창조경제라는 프레임으로 지금의 경제문제를 풀겠다는 정부는 그러나, 중산층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려 하다가, 일단 후퇴한 상황이다. 대중의 심리 상태를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는 대통령은 관료들의 세수 인상 제안을 마치 몰랐다는 듯,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윽박질렀다. 이런 방식의 정치 행보는 사실 그의 특기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일정한 속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을, 따로 바라보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정부는 무능하지만, 대통령의 지지도는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다. 말로만, 짐짓 멋져 보이는 행동으로만 정치를 할 수는 없다. 또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물론 내가 대통령의 언행을 멋있게 생각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곧 국민들은 박근혜라는 정치인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할 것 같다. 그리고 촛불의 꺼지지 않는 대열에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불을 보듯 빤하다.

 

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신 박근혜를 선택했을까.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고 또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딱 하나 당연한 사실이 있다. 야당이 무능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열망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박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책의 저자들이, 그리고 나아가 우리 국민들이 패배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우리는 지지 않았다. 당연히도! 박근혜 대통령(참 호칭 붙이기 거북하다)은 이명박 대통령이 겨우 겨우 5년을 버텨낸 것을 보고, 자신 역시 촛불의 뜻을, 국민의 열망을 모르쇠로 일관하면 그럭저럭 5년을 버텨낼 수 있으리라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모르겠다. 무력하고 무능한 야권 정치인들과는 달리, 우리 국민들은 지난 5년을 허송세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더욱 더 단련되었다.

 

책은 상식을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MB정권 동안 내가 읽은 대부분의 책들은 바로 이 빌어먹을 상식을 이야기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지극히 부정하는 놀라운 세상. 그 세상을 바로 잡는 것은 몇몇 정치인도, 언론인도, 기업인도 아니다. 우리들의 힘으로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고, 썩어빠진 정치인들을 벌할 수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발품과 땀이 느껴지는 책이기에 더욱 아쉽고 애착이 간다. 부디 5년 뒤에는 이들의 성과물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그리고 2040세대의 더 나은 선택을 기대한다.

 

스테판 에셀의 말이 더욱 와 닿는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저항이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우리 주위에 터무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강력히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단정하고 체념하는 것,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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