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의정일기
윤병국 지음 / 미들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요새 정치인들에 관련된 책을 여럿 읽은 것 같습니다. 그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지만, 그 전까지 이런 종류의 책들을 사실상 거의 읽지 않았던 저로선 많이 읽은 편입니다. 아, 만화 박정희도 최근 읽었네요. 반은 군인이지만 말이죠.

 

경기도 부천시 시의원 윤병국 씨는 어쩜 당연히,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분이었습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저희 동네 기초의원들도 제대로 모르고 있던 놈이 접니다. 6월에 투표까지 했는데 말이죠. 한심한 놈입니다.

 

윤병국 의원이 제1회 약속대상 수상자라는 문장이 보였습니다. 이 상은 무엇인가 봤더니, 한국 매니페스토실천운동본부가 선거공약을 가장 잘 지킨 의원에게 수여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렇담 일단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 의원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역 봉사자로서 복지를 위해 노력해 온 이였습니다. YMCA 생활협동 간사로, 노인복지관 관장으로 지역의 복지 향상을 위해 우직하게 일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시민사회와 지방의회를 연결하겠다는 의지로 시의원 출마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독식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선전해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가 지역에서 흘린 땀과 눈물을 부천시민들이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정치인으로서 새롭게 시작한 그는 그러나, 그 전까지 해왔던 일들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연장선상에서 더 열심히 땀을 흘리고 시민들을 위해 어려움을 자초해왔습니다.

 

윤 의원에게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이렇게 책으로 옮길 정도로 정기적으로 자신의 활동과 생각을 글로 담아 시민들에게 보내왔다는 것입니다. 제목 그대로 자신의 의정 활동을 매주 꼬박꼬박 시민들에게 보고한 것입니다. 이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름만 올리고 대신 다른 이가 글을 써주는 편법도 쓰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 시민들에게 의정을 보고하는 기초의원이 또 있을까요? 있다면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결코 짧지 않은 의정일기를 읽으며 느낀 것은 그가 진실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설사 당장 욕을 먹고 자신의 뜻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보다 많은 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꿋꿋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나가려 했습니다. 시의원이라는 역량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는 현실, 게다가 그마저도 한나라당 다수라는 불리한 환경에서 그가 보여준 행동들은 신선하고 또 존경스러웠습니다.

 

사사로운 정에 흔들리지 않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아니, 매우 힘든 일입니다. 굳이 이권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싫은 소리, 혹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정책을 만들거나, 반대한다는 것.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그런 것을 감수하고 최대한 시민들을 위해 일하려 애썼습니다.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는 특권 의식이라는 ‘마약’을 떨쳐버리려 애썼습니다. 사실,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재산을 다 날려서라도, 수많은 이들이 이른 바 감투를 쓰려 하는 것은 바로 그 죽일 놈의 특권 의식 때문입니다. 책임과 의무 보다는 권한과 권위, 위세 등에 약한 것이 인간 아닙니까. 그는 바로 그런 마약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대통령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가 부천시를 위해 지금까지 땀 흘려 온 과정은 한국의 지방정치 미래를 내다봄에 있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겨 주리라 생각합니다. 저자 역시 자신의 의정일기를 책으로 펴내는 이유를 지방정치를 꿈꾸는,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원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그의 경험이 다른 수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토록 멋있어만 보이는 ‘감투’라는 것이 실상 너무도 두렵고 힘든, 그리고 책임 있는 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방자치의 역사,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많은 문제를 안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무관심과 이로 인해 가끔씩 터져 나오는 부정, 부패. 또한 중앙당, 중앙 정치의 거수기라는 오명까지. 지방정치가 나아갈 길은 아직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방정치의 의의, 역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국민들은 중앙집권식 정치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일꾼이 나와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을에서의 경험과 희생을 바탕으로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설사 중앙정치로 안 가면 어떻습니까. 아니 오히려 끝까지 지역에 남아 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더욱 위대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윤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의 노력을 이미 부천시민들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4년 동안 윤 의원은 부천에서 땀을 흘릴 것입니다. 매주 발송되는 의정일기 또한 계속되겠지요. 꼭 부천시민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하는 이들에겐 의정 일기를 보내준다고 하니 이참에 저도 윤 의원에 홈페이지에 들러 이메일 주소를 남겨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매주 그가 흘리는 땀의 의미를 알고, 지방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배워야 하겠습니다.

 

거들먹거리는 금배지, 혹은 잘나가는 시장, 도지사. 그런 분들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정말 지역을 위해 일하는 시의원, 구의원, 기초의원 한 분에 비하겠습니까. 정치는 온통 똥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지금, 똥밭에서도 이외로 달콤한 열매가 맺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윤병국 의원이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권력을 위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이들은 부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권력인지, 봉사인지, 군림인지, 희생인지 말입니다. 만약 권력과 명예만을 위해 정치에 나서려는 이들이 있다면, 물론 여전히 많겠지만, 부디 다른 나라에 가서 정치하시길 바랍니다. 여긴, 이 땅은 이제 점점 당신들이 설 곳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윤 의원님, 잘 하시나 저도 지켜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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