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군수의 희망보고서 - 완주군수 임정엽 희망을 여는 사람들 8
희망제작소 기획, 권지희 글 / 푸른나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을 읽고 글을 쓴 바 있다. 결론은 그저 그런 홍보책자였고,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는 것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졸속으로 만든 책이기도 하고, 내용 또한 진실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자, 이번에도 선거를 앞두고 나온 지자체 장의 책이다. 이번엔 군수다. 전북 완주군 임정엽 군수. 인구 8만 명의 작은 도시 완주를 단 4년 만에 희망 바이러스로 전염시켜버렸다는 주인공. 하지만 난 역시나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저자가 나와 안면이 있는 이라도 말이다. 어디까지나 평가는 공정해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 중심이라 자부하는 서울시장과 인구 8만의 소도시 완주를 온전히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각자 처한 위치와 역량이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사실 그 차이는 짐작하는 것보다 더욱 엄청나다.

 

그런 면에서 우선 임 군수에게 느껴지는 것은 저돌성과 함께 4년 임기 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장기적 차원으로 완주를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단순히 가시적 성과를 위해 대형 건축물이나 공사판을 벌이는 부류는 일단 아니었던 것이다. 하긴 완주에 광화문 광장과 같은 곳이 없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는 될 것이다.

 

임정엽 군수는 도종환 시인의 “목민을 위해 고뇌하고 싸운 시간만이 운동하는 역사” 라는 말이 참이라면, 그에 걸맞은 역사를 완주군에 만들어가고 있는 이였다. 지역이 살아나야 나라가 살 수 있다는 참으로 당연한 진리가 외면 받는 지금, 임 군수의 고군분투기는 분명 의미 있는 모습이다. 교육 예산 7억 원을 100억 원 가까이 올려 교육 도시라 불리는 전주(학생 당 교육지원비 17만 원)보다 월등히 높은 교육비(학생 당 74만 원)를 지원하고, 완주군청 직원을 시민단체에 1년 동안 파견 보내 민간단체의 경험을 쌓게 만들었다. 이는 매년 진행된다.

 

완주 동상보건지소 신축 과정에서 인체에도 해롭고 환경을 해치는 콘크리트보다 목재로 지어야 한다며 중앙부처와 2년 동안 싸워 결국 관철해냈다. 취임 2년 만에 군 예산을 2배 이상 올려 5000억 원으로 만들고(이는 중앙부처에서 실시하는 각종 공모사업에 적극 신청해 얻어낸 예산이었다), 완주군청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전주를 떠나 완주로 청사를 이전했다. 43년간 거래를 튼 농협 대신 전북은행에 군 금고를 맡겼다. 이는 군 지원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늘어난 지역협력사업비는 매년 풍수해보험(주택) 가입지원, 완주군 애향 장학재단 기금 출연, 저소득층 자녀 대학 입학금지원, 1경로당 1일거리 갖기 사업, 소형 농기계 지원사업 등 지역 주민들의 복지와 교육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2007년부터 65세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암 검진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9년 말 현재 모두 5200명의 어르신들이 암 검진 혜택을 받았다. 2009년 현재 완주군이 어르신 1인에게 투입하는 복지 예산은 157만 원이다. 관내 15000명에 이르는 인원에 매년 235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단순히 돈만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민원 8272팀을 가동해 486개 전 마을을 매일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어려움과 불편 사항을 즉석에서 처리해준다. 결국 마음의 복지, 따뜻한 복지를 중요 가치로 인식하고 있는 것.

 

이밖에도 임 군수가 추진하고 있거나 성과를 거둔 것들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고장의 특색을 살린 파워 빌리지 조성사업과 단순히 세제 혜택 등의 유인책이 아닌 고장 인재의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기업 유치, 로컬 푸드 시스템, 두레 농장, 자원순환시스템 등 단순히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완주군이 어르신부터 아이에 할 것 없이 모두 새로운 ‘희망’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 원인이다.

 

희망이란 단어는 결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단순히 화려한 공약이나 선심성 건설 경기 부양 등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도시보다는 완주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곳에 사는 이들을 위한 정책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 앞에 임정엽 군수가 바보처럼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물론 이 책 역시 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진 ‘홍보책자’의 성격을 100% 버릴 순 없다. 4년 이란 시간동안 임 군수가 이뤄놓은 것들을 알리며 그의 재선을 호소하는 성격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오세훈 시장의 책과 다른 점은, 순전히 내 생각인지는 몰라도 진실성과 공감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겉모습에 치중해 외부인들에게 인정받으려 하기 보다는 군민들의 실질적인 행복과 경제적 안정을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의 행복을 침해하면서까지 꾸미거나 치장하지는 않겠다는 의지. 그것이 새로운 신선함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의 예상대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취임식을 취소하고 대신 주민 간담회로 2기를 시작했다. 완주군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임 군수답고, 또한 당연해 보인다.

 

그는 지자체 장 중 처음으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공식적으로 비판한 인물이다. 그것 때문에 설사 불이익이 와도 거짓을 참이라 할 수는 없는 이다.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으면서도 정작 정부와 각을 세우지 못하는 오세훈 시장에 비해 임 군수의 행보는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다. 옳지 못한 것을 옳다고 할 수 있는 배짱이 없다. 거짓말을 할 배포도 없다. 다만 군민을 위해 싸울 의지는 충만하다.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 온 구태를 청산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 일쑤다. 하지만 적어도 할 수 있다는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변화는 가능하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완주라는 작은 고장이다. 돈이 아닌, 이익관계가 아닌, 오직 사람을 위한 고뇌와 헌신, 봉사와 열정은 결국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임정엽 군수의 파이팅을 기원한다. 결국 시간은 찌질이와 주인공을 선별해 낸다. 그가 영원히 바보 같은 리더가 되어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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