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 - 할리우드 유명 스타 12명이 함께 쓴 실천형 환경 가이드북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
엘리자베스 로저스 외 지음, 김영석 옮김 / 사문난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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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굳이 말을 안 해도 지금 지구가 얼마나 황폐화되었고, 자연이 훼손되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매일 매일 여의도 면적의 수십 배에 달하는 면적이 황폐화되고 있고, 바다 역시 그 이상의 면적으로 썩어간다. 뭐 알면서도 대충 살아가는 게 인간이다.

 

책은 참 대견스럽다. 대견이란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미국이, 한 번 더 강조하자. ‘미국!’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유명 스타 12명이 함께 쓴 실천형 환경 가이드북’이란 문구에서 할리우드 스타는 집어치우고, 아무튼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가이드북이란 것을 펴냈다는 자체가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다. 왜냐고?

 

미국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공기를 제일 많이 더럽히고, 바다를 제 집처럼 사용하고, 석유를 그야말로 물 쓰듯 하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국가라는 소리다.

 

그런 미국에서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환경을 생각하는 가이드북을 펴냈다는 것이 어찌 놀랍지 않을까. 시시콜콜히 집부터 시작해서 엔터테인먼트, 여행, 통신과 기술, 학교, 일, 쇼핑, 건강과 아름다움, 스포츠, 돈과 금융, 건축물 등에 이르기까지 작은 실천으로 환경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은 말 그대로 ‘오호라~!’를 연발케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 책의 내용이 아무리 좋으면 무엇하랴. 실천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을. 책의 가장 큰 맹점이자, 어쩌면 부러 눈감은 부분이 어쩔 수 없이 보인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미국인들이 실질적으로 실천하기 참! 힘든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왜 실천하기 힘들다는 것일까. 내용을 보면 다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책의 내용대로 미국 인구의 절반만 실천해도,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소비와 낭비, 무절제와 사치로 움직이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아끼고 재활용하는 습관을 제대로 들인다면 미국의 대부분의 기업은 도산하기 때문이다.

 

대충만 볼까?

 

미국인들은 매년 보통의 두 겹짜리 냅킨을 일인당 평균 2200장 소비한다. 매일 6장 이상 사용하는 것. 미국인들은 병에 담긴 물을 하루에 평균 0.24리터 마신다. 플라스틱이 석유에서 추출된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미국인이 마시는 병에 담긴 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연간 150만 배럴의 석유가 필요하다. 학교로부터 3.2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2.5퍼센트만이 자전거로 학교에 간다. 버스나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그 60만 명의 학생들로 인해 하루에 거의 38만 리터의 휘발유가 절약된다. 미국의 모든 사업장에서는 연간 2100만 톤의 복사지가 소비된다. 즉 종이 4조 장 이상이 사용된다. 매년 약 4천억 장에 달하는 사진 복사를 하는데, 그것은 매분 75만 장의 종이가 복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자들은 1년에 평균 1만 6천 킬로미터 정도 차를 운전한다. 우리가 통근 거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2550억 리터의 휘발유를 소비한다. 근로자들의 3분의 1은 음식을 사려고 사무실을 떠나며, 점심 식사를 하는 데 대개 한 시간가량을 보낸다. 매일의 노동 시간 중 점심 식사 때 버려지는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용기만 해도 지구의 적도를 한 바퀴 두를 수 있는 양보다 많다. 미국인들은 매년 140억 개 이상의 종이컵을 사용한다. 지구를 55바퀴 두를 수 있는 양이다. 스티로폼 종류의 컵은 9세대에 걸쳐 썩지 않고 지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당신의 후손들이 계속 태어날 것이다. 매년 미국에서는 팩스 용지를 공급하기 위해 1700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다. 전 세계의 보통 가정은 집에 127개나 되는 물품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통의 가정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총 만 개에 이른다. 매년 미국에서 판매된 300만 벌의 진짜 모피 의류 중에서 10퍼센트만 다른 의류로 대체되어도 평균 1900만 리터의 석유가 절약되고 500만 마리의 동물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정말이다. 대충만 본 거다. 일일이 다 소개하자면 끝도 없다.

 

물론 이 지구라는 것을 미국 혼자 다 전세 낸 것도 아니고, 또 우리 자랑스런 대~한민국도 지구 온난화와 오염에 한 몫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미국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인 한 가정이 아프리카 인구 몇 명의 물을 소비할 것인지 상상해보라. 잔디에 물주는 것만 아껴도 아프리카인들은 지금처럼 물 때문에 죽어나가지는 않지 않을까.

 

미국의 소비 문화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소비주의에 빠진 미국이 우리가 따라가야 할 롤 모델은 더더욱 아니다. 미국은 비정상적 국가다. 그런 비정상을 추종하게 되면 우리도 역시 비정상이 된다. 물론 이미 50년 전부터 우리는 추종해 왔고, 추종하고 있다.

 

양심적으로 산다는 것은 별 것 아니다. 정말 마음에 께름칙한 것들이 없게 행동하면 된다. 강약의 차이를 떠나 울렁거림이 없으면 된다. 하지만 난 얼마나 울렁거리며 살아가고 있나.

책은 어찌 보면 세련된 반미 도서나(!) 반자본주의 책처럼 보인다. 물론 순진무구하신 저자들께서 그런 의도로 쓰신 것은 아닐 테다.

 

책의 내용의 10분의 1이라도 미국인들이 행동해 준다면, 글쎄 세상은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기대가 큰 것은 알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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