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바보 아니면 도둑 - 7인의 명사들의 들려주는 행복동맹 이야기
노회찬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한겨레 특강〉을 시작으로 강연을 글로 옮긴 책들이 최근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일단 〈철수와영희〉에서 출판한 〈작은책〉강연 시리즈 3권을 비롯해 여타 단체들에서도 강연을 글로 모아 다시 책으로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단 강연은 책보다 쉽다. 청중을 상대로 직접 대화하는 것이기에 글보다 평이해야 하고, 또한 재미도 있어야 한다. 아무리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어도 졸린 강연 듣는 것보다 고역도 없기 때문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설립한 마들연구소에서 매월 열고 있는 ‘명사 초청 월례 특강’에서 진행된 7인의 강연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언뜻 제목을 보고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 제목은 엄밀히 말하자면 〈이 땅 이 시간 행복하다면 당신은 바보 아니면 도둑〉이다.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는 조세희 작가가 했던 말을 옮긴 것이다. 오직 나만 알고 나를 위해 살아야 하는 물신주의와 경쟁지상주의가 지배하는 바로 이 땅 이 시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되묻는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른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어느 정도 알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는 거짓행복에 길들여진 바보, 혹은 남의 것을 빼앗아 배부른 도둑.


난 그 중 무엇일까. 건방진 생각일지 몰라도 적어도 난 지금 그리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도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언가를 빼앗은 경험이 없다고 믿고 싶다. 물론 나도 모르는 사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의 행복을 대신해 누리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너무나 죄송스럽고 염치없는 짓이다.


7명의 강사들은 어떠한 하나의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지 않았다. 때문에 각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다르다. 모두들 자신의 삶과 경험에 기초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자신이 속한 분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중심은 느껴진다. 그것은 ‘진실로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그것도 거창하게 ‘더불어 행복해지는 법’. 참 생경스럽게 느껴지는 문구. 더불어. 함께. 같이.


난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는 게 병’이라고 말할 만큼 알지 못한다. 모르는 게 약인지도 모르겠다. 단단히 어리석다. 하지만 만약 내가 누리고 또는 얻을 수 있는 어떠한 물질, 경험, 행동들이 온전히 나로써 시작되거나 끝나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받았고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때부터는 말이 달라진다. 병이 나더라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실 그게 현실이다. 난 결코 온전히 홀로 무언가를 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그게 현실이고 정답이다.


‘불행으로 동맹 맺은 사회(조세희)’에서 다시 행복으로 동맹을 맺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 그것은 내가 홀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 일이다. 먼 아이티의 지진이 나와 아무런 상관 없다고 믿지 않고, 4대강이 쑥밭이 되는 것이 내 인생과 뭔 놈의 상관이냐고 생각하지 않는 것. 이것이 희망의 단초다.


억지로 그렇게 믿고 살라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니면, 도둑이 아니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난 그렇게 믿는다. 다만 모른 척 하는 것이다. 아프니까. 힘드니까. 눈물이 흐르니까 말이다.


이웃의 눈물을 외면한다면 결국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르게 된다. 아이티를 외면한다면 그 누군가도 당신을 외면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 않고 ‘그냥 이렇게 살다 죽지 뭐’라고 생각해도 ‘이렇게’살 수 없다. 더욱 후퇴되는, 더욱 끔찍한 현실과 조우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누군가가 ‘쓸데없는 일’에 나섰다가 피를 흘리고 고통을 겪고, 눈물을 흘렸기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많다. 그 ‘누군가’가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는 없어도, 적어도 기억은 해야 한다.


7명의 강사 모두 친근한 얼굴들이고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다. 물론 호감, 비호감의 개인적 느낌은 다르더라도, 적어도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이들이 전해주는 ‘행복 동맹’ 맺는 법. 편하게 읽히는 동안,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안 아프게 살살 콕콕 찔러준다.


사실, 좀 아파도 할 말 없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