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하는 진보
지성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진보는 멍청하다? 생각이 없다? 아님 개념이 덜 됐다?

뭐 이명박과 같은 이가 대통령이 될 정도로 무능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인정해야 할 것 같고, 그럼 앞으로도 희망은 별로 없다?

“몽양과 죽산 같은 보수가 필요하다. 백범이 한국 진보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황홀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흔쾌히 보수 정당에 가입할 용의도 있다. 암암. 있고말고.

조국 교수는 명민한 학자다. 아니 뛰어나다고 해야 맞을지 모른다. 젊은 나이에 교수라는 결코 쉽지 않은 자리에 오른 것도 그렇고, 또한 자신의 능력과 행운으로 이룬 모든 것들이 결코 ‘제 잘나서’ 이룬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을 정도로 염치도 있는 사람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찾기 힘든 부류다.

게다가 뛰어난 글 솜씨에 말도 잘한다. 뭐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얼굴도 미남이다. 뭐 부족한 게 없어 보인다.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어 정말 앞날이 걱정인 나 같은 이들에게는 선망과 시기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뭐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국 교수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교해 본 적이 있었다. 모두 미남이고 배경도 좋고, 일단 첫인상이 참 좋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두 사람의 운명은 그들의 행동으로, 또한 생각으로 극명하게 갈려있다. 앞으로도 그 엇갈림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 명은 참 존경스러운 반면, 한 사람은 참 안쓰럽고, 짜증난다. 뭐 할 수 없다. 그것도 자기 복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진보 세력들도 꼴통 짓 하지 말고 개념 차게 반성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라는 내용이다. 사회 각 분야의 현존하는 머리 아픈 문제들을 돌아보고, 과연 이 시대의 진보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양심적으로다가 살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솔직히 개념 상실의 꼴통들이 보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때로는 반성도 하면서 읽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며 살아간다. 그 행동에 따른 결과, 혹은 대가 역시 온전히 자기 몫이다. 때문에 후회할 짓은 처음부터 안 하는 것이 좋다. 제일 좋은 모습이다. 하지만 세상사가 어찌 마음대로 되는가. 때론 하기 싫은 일도, 때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인간은 고뇌하고 최소한 양심에 찔리기라도 한다.

하지만 지금 세상을 보면 당최 양심이라는 게 원래 인간에게 있었던 것인가 묻고 싶을 정도로 개념을 분실한 채 똥밭을 나뒹구는 인간들 천지다. 게다가 더욱 웃긴 건 그런 인간들이 사회 명사네 인사네 하며 거들먹거린다는 사실. 세상이 아무리 엿 같아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인데, 이젠 아닌 것이 맞는 게 되어버린 세상이라.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 트리플로 벌어지곤 한다. 머리가 아프지만, 이게 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니 귀 닫고 입 닫고 눈도 감은 채 살아가기엔 한계가 따른다.

하지만 분명한 조국 교수와 같이 끊임없이 사유하고 고민하고 성찰하는 이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생각 없이 월급에서 카드값 빼고 공과금 빼고 이것 저것 제외하고 얼마나 남을까 고민하며 세월을 축내다가도 별안간 번개를 맞은 듯 각성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펙터클한 세상, 직접 내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널린 세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조목조목 요약 정리를 해주는 이들이 필요한 것이 사실 아닌가. 난 머리가 심히 나빠서 가끔씩 이런 슬기로운 사람들이 깨우쳐줘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사람구실을 하고 살아간다.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개판이 되어가고 있다. 일일이 말하기도 짜증날 정도로 기가 막힌 일들만 벌어지고 상식과 정의는 지나가는 개가 물어가 버렸다. 오늘 아침도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고위층의 청렴도를 평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장면을 보며 출근했다. 전과 17범이 말이다. 어제는 정운찬 총리가 공군인가 해군인가 어딜 가서 경례를 받는 것도 봤다. 군 면제자가 말이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진보였나? 애매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다? 그건 더 웃긴 소리다. 진정한 보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서슴없이 목숨을 내놓는다. 그게 보수고 그게 보수주의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과 그 근처에 있는 족속들은 과연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한 목숨 바칠까~요? 답은 뭐….

제일 짜증나는 게 포기하는 모습이다. 희망이 100%일 때 포기하는 것은 미친 짓이지만 10%일 때 포기하는 것은 배신이고,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다. 때문에 조국 교수의 “그래, 나는 꿈꾸고 있다. 아직 나는 꿈꾸고 있다. 매일 나는 꿈꾸고 있다.”는 말이 멋지게 들린다. 그렇다. 꿈조차 꾸지 못하면 송장이다. 곧 썩는단 말이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고, 재미도 있는 데다, 울화통까지 터지게 만드는 책. 이 책이 그렇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안이 뭔데? 오세훈 대안이 뭔데? 김문수, 박근혜 대안이 뭔데?”라고 병신 같이 주저하는 것보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 단언한다.

때문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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