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강력한 통치가가 갖추어야 할 정치의 기술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19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철규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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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은혜를 베푸는 일로 옛 원한을 잊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기기만에 빠지는 일이다」

「사람을 다룰 때는 너그럽게 포용하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짓밟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을 꾀하지만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감히 보복할 생각도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자는 자멸을 초래 한다」

「가해 행위는 단번에 전격적으로 저질러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반감도 그만큼 적어진다. 그 반면, 은혜는 아주 조금씩 천천히 베풀어야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람이란 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으로부터 우대를 받으면 그에게 더 큰 고마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받은 은혜는 물론 베푼 은혜에 의해서도 유대가 강화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완벽한 선의 추구를 고집하는 사람은 선량하지 못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파멸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는 필요에 따라 부도덕하게 행동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인간은 두려워하는 자를 해칠 때보다 사랑하는 자를 해칠 때 덜 주저한다. 인간이란 비열한 존재이므로, 일종의 의무감에 의해 유지되는 사랑 따위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쉽게 팽개쳐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에 버릴 수가 없다」

「군주는 비난받을 만한 일은 남에게 맡기고 자비를 보일 수 있는 일은 자신이 해야 한다」  


「꼭 필요할 때 하는 전쟁은 정의로운 것이며, 무력에 호소하는 것 이외에는 희망이 없을 때는 무력 또한 신성하다」

나라 밖을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큰 풍파를 일으킨 이중에 ‘마’선생들이 몇 있음을 알게 된다. 우선 전 세계의 반을 붉은 깃발로 나부끼게 했던 독일의 ‘마’선생이 있었고, 중국의 붉은 별 ‘마’선생도 있었다. 아울러 이 책의 주인공 마키아벨리 선생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마키아벨리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정치 철학을 설파하신 분이다.

비교적 쉽게 풀어쓴 군주론 중 하나인데, 역시나 무지한 나는 몇 번이나 곱씹어 읽었다. 읽을 때마다 재미도 있을뿐더러 다른 생각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역시 마 선생들은 뭔가 있어’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때론 키득키득 거리며 읽어나갔다.

한때 군주론은 악마의 사상, 악마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마 교황청에서는 금서 목록을 발표하고 군주론을 비롯한 마 선생의 모든 책을 그 속에 포함시켰다. 그 이후 250년이 지난 후에야 루소에 의해 재평가 될 때까지 마 선생의 책은 이른 바 교황청 선정 ‘불온 도서’였던 셈이다.

왜 교황청은 이토록 대한민국의 국방부스러운 작태를 보였을까. 당시 상황을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마 선생이 한창 집필에 열중했던 때는 16세기 초, 이른 바 르네상스 시대의 말기로 중세의 질서가 무너지고, 근대국가의 틀이 잡혀가기 시작할 때였다. 교황의 권위가 점차 떨어지고 있을 때였다.

이러한 때 오로지 군주의 영민한 지혜와 냉정한 판단력, 추호의 타협도 없는 행동으로 세상을 정화시켜야 한다는 마 선생의 주장은 극히 불온했을 것. 종교보안법 위반으로 당장 독방에 쳐 넣어야 할 대상이 되고도 남았던 것이다. 당시 새로운 가치관을 절실히 원하던 이탈리아의 상황 속에서 나온 군주론이었기에 당연히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군주론을 고대와 중세의 전통적인 사상과 윤리에 반기를 들었던 최초의 근대 철학서로 평가한다.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뛰어난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는 지금 이 시대에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들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마 선생은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애초부터 신뢰하지 않았다. 3살 때부터 신용을 잃은 셈이다. 어리석고 비열하고 나약한 군중을 한 명의 뛰어나고 위대한 군주가 힘과 권위, 자비와 잔혹함으로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때론 배신과 음모가 판친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세상의 이치다. 그는 그렇게 강한 국가, 강한 군주를 꿈꾸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보면 오히려 마 선생은 지극히 순진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부정적인 행동을 통해 군주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광과 존경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귀족과 백성 중 백성의 마음을 얻고 그들을 잘 다스려야 군주는 성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차라리 귀족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백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지금? 과연? 정말?

예나 지금이나 통치자들이 보기에 백성들은 한 없이 나약하고 때론 비열하고 멍청하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국가를 통치하고 권력을 얻기 위함이지 백성들을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러한 지배자, 통치자들의 백성관은 만고불변인 듯하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변하지 않는 안영미의 법칙이다. 또 한 번 세상의 이치다.

마 선생은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군주는 권력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면 반드시 이를 지원하는 외세가 있을 것이라 경고한다. 그들이 그 정도로 분노하지 않게 때론 관대하게 때론 냉정하게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말씀이다.

때에 따라서는 오직 권력만을 위한 냉정함이 싫기도 하지만 이를 지금 우리 시대에 적용시켜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권력자들에게 백성, 오늘의 국민, 시민들은 단지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인적자원, 인재양성 뭐 이따위 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쓰일 수 있는 것도 바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인식의 반영이다. 우리는 자원이다. 그것도 재활용이 극히 어려운.

때문에 재활용도 안 되는 자원의 소모와 고장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새로운 부속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인식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다. 이들은 한국의 일반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끔찍한 상황에서 살아간다. 다문화가 어쩌고 하면서 가증스러운 꼬라지들을 보여주곤 있지만, 그건 순전히 ‘한국’ 남자에게 시집온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왜? 그들은 우리 ‘한국’의 아이들을 낳아주는, 즉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내는 생산기계이기 때문이다. 당연 아끼고 보살펴줘야 하지 않겠나. 더구나 살기 어려운 세상살이에 우리 오리지널 ‘한국 자원’ 생산기계들이 생산을 기피하고 있지 않은가.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자로 왔기에 노동만 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공부를 한다고 학교에 가려하면 추방당한다. 반대 역시 마찬가지. 유학생이 노동을 해도 추방당한다. 왜? 정해진 파트에만 전념하다 사용기간 다 지나면 꺼지라는 소리다. 이야~! 이 정도면 마 선생이 “형님~!!!” 하지 않을까.

외국인 노동자들을 차별하지 말고 잘 대해줘야 한다고 정부는 떠든다. 하지만 그들이 막상 한국 땅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자 한다면 바로 추방이다. 아직까지 우리 정부, 그리고 일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얘네 들은 불쌍한 나라에서 온 불쌍한 아이들. 열심히 돈 벌고 때 되면 어서 가렴”에서 못 벗어나 있다. 물론 여기까지 온 것도 큰 발전이긴 하다. 예전에는 그들의 존재조차 인식하려 하지 않았으니.

마 선생은 한 자리 얻어서 이름을 떨쳐보겠다고 비굴한 아첨을 섞어 책을 “위대한 로렌초 디 피에로 데 메디치 전하”께 올렸다. 이탈리아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정녕 백성을 위한 마음이 있었는지는 하늘만 아시겠지. 물론 루소 선생은 《사회계약론》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공화주의자의 교과서”라고 한껏 올려주셨다. 마 선생이 부러 군주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처럼 가장하여 백성들에게 위대한 교훈을 주었다는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상상을 해본다. 지금 이 시대에 정말 싸가지 없고, 국민 알기를 백구 알 듯 하는 무개념 선생 중 누구라도 《대통령론》을 쓴다면 어떨까 하고. 대통령도 읽고 국민들도 읽어서 서로 서로 좋게 좋게 살아가보자는 위대한 목적으로 말이다. 흔쾌히 한 권 구입할 용의 있다. 미리 예약 판매하면 주문하겠다.

얼마 전 김민웅 교수가 보내준 기고 중에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국민들 대다수는 자신의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미래가 얼마나 불안한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 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다. 이젠 정부가,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한 깽판을 쳐도 국민들은 닥치고 있어야 한다. 왜? 지지한다며? 남대문 시장에 이 대통령이 납시면 환호하잖아? 좋아 죽잖아? 악수 한 번 하면 영광이지? 사인 받아서 코팅할래?

여기까지 생각하니 또 마음이 바뀐다. 군주론, 대통령론, 총리론, 장관론 다 때려치우자. 어쩜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정확히 콕콕 집어주는 《시민론》《백성론》이 필요하다.

전국에 계신 수많은 마 선생 중 영민하신 분이 도전하시라. 1권 판매는 예약이다.

** 이 리뷰는 온북리뷰에르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www.onbooktv.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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