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USA - 미국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
기 소르망 지음, 민유기.조윤경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미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덩달아 전 세계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경제를 성경과 같이 신봉하던 미국과 그에 동조하던 많은 국가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의 실패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실패인가?
그것도 아니면 일시적 혼란일 뿐일까. 알 수 없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다.

기 소르망은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져 있다. 우파 지식인이라고 소개되지만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다면 분명 좌파 지식인이란 딱지를 얻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이념적 편향은 아직도 무시무시하다.

미국이란 세계 초일류 강대국의 문명사적 접근이 흥미로웠던 책이다. 반미도 그렇다고 친미도 아닌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미국을 평가하려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것은 보여 진다. 하지만 근본적인 그의 입장은 글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적어도 그는 느리게 성장하는 대신 값비싼 복지를 추구하고 있는 유럽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위험도 있지만 동시에 기회도 존재하는 미국의 시스템을 우호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정답은, 단정은 항상 위험한 도박이다.

 

역자의 평가처럼 이 책은 지나치게 학술적이지도,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다. 분명 생각하고 다시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결국 독자들의 판단을 유도하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미국을 변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더욱 공고히 할 지는 전적으로 독자들에게 달려 있다.

 

미국을 양분하는, 그러니까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상징되는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대결을 여러 주제를 들며 설명한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결국 그들은 다 같은 미국인들일 뿐이다. 관점의 차이가 커다란 행동의 차이를 낳지는 못한다. 미국이라는 틀 속에서 그들은 벗어나지 못한다.

저자는 미국 내의 다양성 존중, 차별에 대한 터부 등을 설명하며 그러나 정작 외부적으로 단일한 경제 시스템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일방적인 강요를 설명한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 그리고 상대성을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그것이 미국이란 틀을 벗어나면 곧바로 억압과 강요로 변화해 버리는 모습은 소름끼치는 미국의 양면성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양면성으로 미국은 지금까지 발전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주한 미군에 대한 인식 역시 보수주의자에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남한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정착에 지대한 도움을 준 미국에 대해 남한 국민들이 더 이상 감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판적으로 묘사한다.


저자의 판단이겠지만, 남한은 역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프랑스가 단순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저자의 책 중 ‘중국에 대한 거짓말’을 가지고 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읽을 예정이다. 저자의 인식에 동감하지 않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의 지적 모험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종교 이야기는 우울하다. 남한의 종교가 그렇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불교계의 반발 역시 비즈니스를 막는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출일 따름이다. 장사가 되어야 영혼도 구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더욱 많은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싶어 한다. 그 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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