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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거래 연구소
도선우 지음 / 라곰 / 2026년 10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역술에 대한 책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발견한 작가 이름과 등가 교환이라는 단어가 시선을 끌었다.
도선우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은 아직도 유효하다.
거기에 낯익은 ‘등가 교환’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일본 만화를 떠올렸다.
먼저 애니로 시작해서 만화로 끝까지 본 <강철의 연금술사>다.
책소개보다 이 두 가지가 나에게 더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약간 밋밋하다고 생각했는데 운명 거래 연구소를 만나면서 바뀌었다.
주인공 고달의 인생 이야기는 볼수록 그 기구함과 사람들의 잔혹함에 놀랐다.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선의를 잃지 않는 그를 보면 나는 정말…
건설회사에서 매일 야근을 하는 고달.
선배 대리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 일도 고달이 한다.
정말 고달픈 인생은 사는 고달인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을 마주한다.
사내 교육에서 이상한 질문을 했는데 그 강사가 그에게 명함 하나를 준 것이다.
주소는 그가 사는 동네, 이름은 운명 거래 연구소.
평소 그가 보지 못했던 이름인데 늦은 퇴근 후 집에 가다 그 이름을 발견한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건물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 마주한 소장은 엄마가 좋아했던 여배우를 닮았다.
그곳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그가 먼저 생각한 것은 사이비 종교나 돈을 요구하는 제사 등이다.
하지만 그의 불안은 소장이 내어준 차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씩 사그라진다.
고달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고는 가족이 탄 차가 교통사고 난 것이다.
이 사고로 그만 살아남고 부모님과 형, 누나가 모두 죽었다.
그만 살아남았는데 이 천운을 주변사람들은 가족을 잡아먹었다는 악의로 말한다.
이 악의는 고달의 집을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수하려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소문은 고달의 삶을 뒤흔들고, 그의 불행한 삶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그러다 초등학생이 집에 불을 지르고, 악의는 그곳을 중심으로 활활 타오른다.
화재보험이 없어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싸게 집을 팔수밖에 없었다.
그의 꼬인 삶은 군대와 사회에 나와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취직해 작곡을 했지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저작권이 올라간다.
이런 불합리한 일을 말해도 그들은 고달 등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다.
선의와 선행. 작가는 선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선행에 선의가 없다면 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달이 선의를 가지고 행한 일들에 대한 것들도 보여준다.
초등학교 시절 에피소드는 나쁜 행동이지만 그 밑에 깔린 선의를 더 중요하게 부각시킨다.
이런 선의와 함께 고달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하나씩 풀어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현실의 우리 사회가 그대로 드러난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고, 권력은 약자를 조롱하고 위협을 가한다.
하나의 이야기만으로도 고생했다고 할 인생을 그는 여러 개 경험했다.
이 힘든 삶을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탓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피해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그들이 계속 피해를 입어야 할까?
언제 등가 교환이 나올까 생각할 때 고달의 운명이 교환된다.
이 교환은 결코 화려하지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불행했던 삶을 보상하고 밝은 내일을 살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과정은 조금은 코믹하고 황당하게 풀어서 보여준다.
웹소설처럼 화려하게도 사이다 같은 복수는 당연히 없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이다 같은 일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복인지 모른다.
작은 성공에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삶, 그것을 같이 누릴 친구나 가족.
읽으면서 나의 운명을 거래한다면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다만 나쁜 쪽만 아니길 바라고, 이런 일들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제 일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