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은 계절보다 늦게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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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금붕어 룰렛>을 재밌게 읽어 선택했다.

과거에서 온 유령이란 소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기대는 2025년 봄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2000년 겨울로 가면서 점점 사그라들었다.

이렇게 사그라든 감정은 마지막에 다시 불타올랐다.

어떻게 보면 흔하고 뻔한 로맨스다.

하지만 난민과 이방인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사랑이 계속 읽게 했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결코 바라지 않았던 것은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또 다른 마지막은 씁쓸함과 눈시울로 그 사랑을 돌아보게 했다.

사랑의 종류와 밀도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냐. 고려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학교 선생을 한다.

남편 파샤는 학교 졸업 후 계속 자동차 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둘 사이에는 발레를 하는 딸이 있고, 딸은 발레를 위해 떠나 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선물을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그가 기대한 것과 다르다.

20년 이상 부부로 살았지만 소냐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그러다 소냐가 듣게 되는 동양인 남자에 대한 이야기.

늦은 밤 홀로 술을 마시는 남편이 말하는 과거의 유령 이야기.

그녀는 모르지만 독자들은 그 인물이 누군지 쉽게 감을 잡는다.

이틀 동안 등교하지 않는 학생의 집을 찾아가면서 그 과거의 유령을 마주한다.


리영호. 북한 출신 탈북 벌목공이다.

한 달에 250 불이라는 임금에 아픈 어머니를 두고 시베리아로 왔다.

그와 함께 온 동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 명씩 병으로, 사고로 죽는다.

250불이라는 급여는 이것저것을 떼다 보니 50 불만 손에 들어온다.

이 돈도 적지 않고, 4년 기한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그에게 반송되어 돌아온 편지들은 어머니의 부고를 알려준다.

열악하고 힘든 벌목공 생활을 버티는 데 유일한 위안이었던 어머니.

삶의 의욕을 잃은 그에게 의욕을 북돋아준 살아라는 말 한 마디.

살면 생길 수 있는 다른 의미를 말해주면서 로맨스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살기 위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그는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고려인의 강제 이주와 북한 해외 벌목 노동의 역사를 엮었다고 한다.

둘 모두 그곳에서 이방인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 이방인 둘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운명처럼 만난 두 남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두 연인.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불타올랐던 그들의 사랑.

비극으로 막을 내려야 했기에 가슴 속에 더 오랫동안 타오른 사랑.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광고 문구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현실의 사랑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말이다.


영원히 이기지 못할 상대라는 말을 죽은 자에게 붙인다.

파샤는 리영호라는 소냐의 연인과 평생 싸워야 했다.

그 싸움은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것이었다.

친구에서 아내가 되었지만 그 마음은 딴 곳을 늘 보고 있었다.

그가 느낀 삶의 공허함과 외로움은 쉽게 짐작하기 힘들다.

이 부부의 삶은 딸의 탄생으로 잠시 메꾸어지지만 잠시일 뿐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자각을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또 다른 사랑을 발견한다.

두 개의 사랑 이야기, 성숙한 인간들의 사랑, 여운을 남긴다.

어쩌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현실이 그 차이를 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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