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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줘 ㅣ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평점 :
도넛문고 첫 번째 소설이다.
적지 않은 책이 나왔지만 낯선 시리즈다.
청소년 문학에 눈길을 자주 주지 않으니 더 그런 모양이다.
작가가 다루고 있는 것은 10대의 디지털 성범죄다.
뉴스 등에서 촉법소년부터 10대들의 수많은 범죄들이 나온다.
이 범죄가 얼마나 잔혹한지 알려주지만 가끔 그 피해자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가해자 중심 보도는 피해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지를 잊는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10대라면 이런 문제에 더 어렵고 힘들게 대처할 가능성이 있다.
이 소설에서 낯선 것 중 하나가 디지털 장의사다.
이전까지 불법 게시물이 있으면 개인이 모두 신고해서 지워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디지털 장의사를 이용하면 그들이 찾아서 게시물을 지워주는 모양이다.
물론 이런 일을 하게 되면 비용이 발생한다.
10대의 청소년들에게 이런 비용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게시판에서 지웠다고 박제된 그 자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너무 쉽게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의 특성상 영원한 삭제는 어쩌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순간만이라도 그 영상 등이 사라진다면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강모리는 디지털 장의사 홈페이지를 만들어 일한다.
그는 디지털 피해자들의 말을 듣고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그 영상 등을 찾아 지운다.
이런 그의 행동에 불만이 있던 누군가가 그를 경찰에 신고한다.
불법촬영물을 올리는 아이로 찍혀 경찰서에 온 것이다.
경찰은 그의 피시를 압수해서 수사할 예정이고, 놀란 할머니가 찾아온다.
어릴 때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여동생은 행방불명이다.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고, 자신의 여동생을 찾아보려고 한다.
프로그래밍을 배워 10대 피해자들의 영상을 지워주는 일을 한다.
적은 돈으로 이 일을 하지만 경찰의 비딱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이제 이 일을 접으려는 데 노래 경연대회에 나온 리온이 말을 건다.
자신의 영상을 지워달라는 부탁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단톡방에 리온의 몸캠 동영상이 올라오고, 웃고 즐긴다.
이 부분만 봐도 학폭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올린 아이가 문제다.
진욱의 아버지는 검사고, 엄마도 유력 인사다.
학교는 그 아버지가 오게 되면 사건들이 그냥 무마되고 학폭은 사라진다.
영악한 아이는 이것을 알기에 자신의 나쁜 짓을 멈추지 않는다.
학교도 그 권력에 빌붙어 피해자를 달래거나 오히려 공격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한 에피소드와 너무 닮아 있다.
리온이 방송에 나와서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것을 탓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이 이런 영상을 보는 이유도 그녀가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착각한다.
자신들의 저열한 욕망을 변명하는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그리고 리온이 유명해지면서 절친이었던 자신을 버린다고 생각한 재이.
그녀를 가스라이팅 해서 리온의 영상을 찍고, 이것을 뿌린 진욱.
이것이 나쁜 짓인지 알면서 차마 어쩌지 못하는 모리.
가해의 공범이 피해자가 되면서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나는 대목은 진욱의 뻔뻔함과 그 부모가 보여주는 위세다.
마지막 복수를 보면서 현실에서 과연 이 사건이 기소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미성년과 촉법이란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수많은 범죄를 보면서 화만 더 치민다.
N번방처럼 소설보다 더한 현실이 존재하는 요즘 결코 편하게 볼 수만은 없다.